제 2 편 8

제 2 편

8

 

최고사령부작전실은 엄숙한 고요속에 잠겨있었다. 밝은 불빛에 비쳐진 하얀 창가림도 량옆에 드리운 휘장이나 푸른주단에 새겨진 빨간 꽃무늬도 그 침묵의 힘에 짓눌려 숨을 죽인듯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직승기에서 보시던 적정보고를 다시 훑어보시였다. 그것은 적들이 어제밤부터 극비의 《C3I(씨3아이)체계》를 발동시켰다는 자료였다.

그이의 맞은편에는 최광이, 왼편에는 작전국장과 정찰국장이 긴장한 자세로 서있었다. 그이께서 손짓하시자 작전국장이 앞으로 나와 적들의 《씨3아이체계》중추기관 및 지부들의 소재지를 말씀드렸다.

《〈씨3아이체계〉는 서울미8군사령부내 〈탱고〉지휘소에 총본부를 두고있습니다. 다음 이곳 룡산기지의 주한미군핵작전계획부 〈264호실〉에 작전본부를 두고있으며 여기 춘천의 〈캠프 페이지〉기지, 이곳 의정부의 야전포병부와 대구에 있는 공중전자감시소, 부산의 장산레이다중계기지 및 포항, 성소, 원주 등에 지부들이 있습니다.》

그이께서 머리를 끄덕이시자 그는 약간 옆으로 비켜섰다.

침묵이 흘렀다. 그이께서는 적들이 《씨3아이체계》를 서둘러 발동시킨 목적이 어디에 있을가 하고 생각하시였다. 원리적으로 보면 적들이 핵전쟁지휘통신체계인 《씨3아이체계》를 발동시킴으로써 드디여 핵전쟁이 가능성으로부터 현실적인것으로 되였다는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급기야 돌발적으로 가동되고있는데 있다. 그이께서는 최광에게로 눈길을 돌리시였다.

《총참모장동문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최광은 자세를 바로하면서 천천히 생각깊은 어조로 말씀드렸다.

《얼핏 보건데 이것은 적들이 핵선제타격을 시도하는것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지금 적들이 벌리고있는 지휘참모훈련의 성격도 핵무기선제타격을 가상한것으로서 극히 위험한 성격을 띠고있다는것을 중시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보기에··· 적들은 너무 지나치게 그것을 강조하고있습니다. 우리의 주의를 거기에 쏠리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옳은 판단이다. 두차례의 혁명전쟁을 치르어온 로장으로서 그는 지금 자기의 경험과 지혜와 감각으로 적들의 음흉한 기도를 맥을 짚듯이 보고있는것이다.

《옳습니다.》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여기서도 우리는 적들의 당황망조상을 볼수 있습니다. 지금 적들은 어떻게 하나 우리의 의지를 꺾어보려고 발악하면서 무엇보다먼저 강한 심리적타격을 노리고있습니다. 만전쟁때에도 대대적인 심리작전을 벌려 이라크사람들의 사기를 저락시키고 커다란 공포를 안겨 그들의 조직적저항을 마비시킨 경험이 있는 적들입니다. 그러나··· 안될것입니다. 적들은 아직도 우리의 일심단결의 위력을 모르고있고 우리 인민군대의 총폭탄정신을 잘 모르고있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최광이 말씀드렸다. 《적들에게 우리의 위력을 보여줄 때가 드디여 온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시자 그는 계속하였다.

《총참모부에서는 조성된 정세에 비추어 〈섬광〉작전을 곧 시작했으면 하고 생각하고있습니다.》

그것은 오영범려단의 시범도하훈련이 있은후 최고사령관동지의 가르치심을 받들고 새롭게 완성된 타격집단의 기동작전을 의미하는것이였다. 다들 기대어린 눈빛으로 그이를 우러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금 최광을 비롯한 군대내 많은 지휘성원들이, 아니 전군이 가슴을 조이며 명령을 기다리고있다는것을 알고계시였다. 적들의 《팀 스피리트》총포성소리가 날로 커지며 분계연선으로 가까와올수록 더더욱 참기 어려워한다는것을 잘 알고계시였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선후차가 있는 법이다. 어느 전선에서 먼저 어떤 규모로 어떻게 타격을 가하는가 함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수도 있다.

《옳게 보았습니다.》하고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드디여 전대미문의 드센 반격을 가할 때가 왔습니다. 그러면 언제 어데서부터 시작하겠는가··· 지금의 사태발전은 적들이 제일 아파하는곳에 드센 일격을 가할것을 요구하고있습니다. 무자비한 치명적일격을!···》

그이의 두눈에서 푸른 섬광이 번뜩이였다. 강철의 의지와 무비의 담력이 소리없는 번개처럼 섬광을 날리며 번쩍인듯 하였다. 최광과 작전국장 등은 지금 그이께서 적들에게 안길 청천벽력같은 치명적타격을 준비하고계신다는것을 온몸으로 느끼고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고 또 알수도 없었다.

얼마후 집무실에 돌아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외교부에서 올린 문건부터 펴드시였다.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를 앞두고 외교부에서 올린 문건을 보시던 때로부터 20여일이 지났다. 변천되는 정세발전의 요구에 맞게 그이께서는 《핵문제》에서도 강력한 대응책을 취하도록 하시였다. 그리하여 외교부일군들이 품들여 준비한 문건이 바로 비망록 《우리 나라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진상에 대하여》였다.

비망록은 네가지 체계로 구성되였는데 첫째체계는 핵담보협정리행을 위한 공화국정부의 성의있는 노력, 둘째체계는 국제원자력기구 서기국의 일부 계층의 부당한 주장, 셋째체계는 국제원자력기구 서기국의 일부 계층에 대한 미국의 배후조종, 네번째는 국제원자력기구 관리리사회의 부당한 《결의》와 관련한 우리의 립장으로 되여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우리의 립장을 밝힌 비망록의 마지막부분을 특히 주의깊게,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으시였다.

《우리는 미국이 남조선당국과 함께 이미 중지했던 〈팀 스피리트〉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였으며 국제원자력기구 서기국의 일부 계층과 공모결탁하여 우리 나라를 반대하는 책동을 집요하게 감행하고있는데 대하여 수수방관할수 없다.》

그이께서는 또 다음문장에 밑줄을 그으시였다.

《그 어떤 〈압력〉이나 강권행위도 우리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미국은 랭전시대의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고 국제원자력기구를 조종하여 우리의 군사대상들을 개방하며 우리의 사회주의제도를 압살하려는 무분별한 책동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을 덮고 생각에 잠기시였다. 문건자체는 기본적으로 잘되였다고 볼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진상이나 미국의 배후조종내막을 자료적으로 잘 까밝혔고 엄중히 항의하고 경고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망록으로써 적들의 기를 꺾어놓을수 있겠는가?!··· 력사적으로 제국주의자들은 자기식 침략과 략탈의 철학을 가지고있다. 그들은 스피노자의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교리로 이발을 갈아왔고 니체의 《권력의지》로 발톱을 다스렸다. 가까운 실례로 제2차세계대전을 앞둔 때 히틀러는 도이췰란드군 고위장령들의 회의에서 뽈스까를 격멸할 최종지시를 주면서 《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선전적구실은 내가 주겠다. 그것이 진실다운것이든 아니든 일없다. 앞으로 승리자하고는 그가 진실을 말하였는가고 묻지 않을것이다.》라고 웨쳐대였다. 지금 미국의 호전광들도 히틀러식 사고방식에 매달려 지금 우리의 핵문제를 전쟁의 명분을 세우기 위한 《선전적구실》로써 《그것이 진실다운것이든 아니든 일없다》고 생각하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적관례만 따르면 되겠는가. 단호히 《항의》하고 《경고》한다고 해서 저들이 뜨끔이나 하겠는가···

력사는 외교무대에서의 점잖은 항의가 돌이킬수 없는 후과를 초래한 실례도 전하였다. 1950년 미제가 조선전쟁을 일으키기 직전 뉴욕에서 열린 유엔안보리사회때 유엔주재 쏘련상임대표 말리크가 항의의 표시로 회의장에서 퇴장한것이 바로 그 실례이다.

당시 미제는 조선반도에서의 전쟁을 더는 미룰수 없는것으로 생각하고있었는데 그 리유의 하나는 이른바 《대만위기설》이였다. 미제는 그해에 중국인민해방군이 대만을 진공할것이라는 정보자료를 입수하고 그 정보의 정확성여부에는 관계없이 조선전쟁을 6월로 앞당겨 일으킴으로써 대만위기까지 일괄하여 해결하려 하였다.

그러한 때, 전쟁이 박두해지고있던 그때 유엔안보리사회에서 말리크가 퇴장하였다. 그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유엔성원국으로 받아들이고 대만의 장개석을 그자리에서 내쫓을데 대한 쏘련의 제의를 유엔이 거부했기때문에 그에 《엄중히 항의》하여 퇴장했던것이다. 그런데 그가 이 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가있을 때 조선에서 전쟁이 터졌고 쏘련대표가 결석으로 거부권을 행사할수 없는 기회를 리용하여 미군은 유엔을 조종하여 우리를 《침략자》로 《규탄》하고 유엔이 군사적으로 남조선괴뢰들을 원조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던것이다.

사실은 바로 이러하다. 적들과의 대결에서는 절대 한시도 공격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공격은 날카롭고 드세고 치명적인것으로 되여야 한다.

그이께서는 전화를 드시였다. 곧 외교부 제1부부장 문선규가 나왔다. 그이께서 지금 무얼하고있는가고 물으시자 그는 국제원자력기구 총국장에게 기구관리리사회가 채택한 《특별사찰결의》를 단호히 배격하며 그 어떤 사찰단의 접수도 거부한다는 텔렉스를 방금 보냈다는것, 동시에 그것을 전세계에 여론화하며 적들의 압살책동에 대처한 우리의 강경한 원칙적립장에 대하여 세계각국의 재외대표부들에서 선전공세를 강하게 벌리도록 사업을 조직하고있다고 보고드렸다. 그이께서 예견하신바 그대로 핵상무조는 여전히 긴장한 전투를 벌리고있다.

《동무들의 수고가 많습니다.》 그이께서는 말씀하시였다. 《핵상무조가 조직된 이래 언제 한번 편히 쉬여보지 못했겠는데···》

문선규의 흥분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그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적들의 그 어떤 책동에도 끄떡없이 맞서나갈 담력을 키워주시고 묘술을 찾아주시여 자기들은 배심이 든든하고 기세충천하다고 말씀드렸다. 마디마디에 격정이 어린 숨결소리가 섞이군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두손으로 송수화기를 받쳐들고 흥분하여 서있는 그의 모습을 선히 보시는듯 했다.

《1부부장동무, 이제부터 동무들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래일을 위해서 오늘은 푹 쉬시오, 그리고 1부부장동문 래일 아침 국제원자력기구 규약과 담보협정문, 핵무기전파방지조약 원문 등을 가지고 내게 와주시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이제 곧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문선규의 이 말에 그이께서는 머리를 저으시였다.

《아니 오늘은 쉬시오. 래일 중요한 과업을 주겠으니 오늘은 핵상무조성원들모두를 무조건 쉬게 하여야 하겠습니다.》

잠시 동안을 두고 무엇인가 생각에 잠기셨다가 입원중에 있는 안해한테는 들려보았는가고 물으시였다. 문선규는 떠듬거렸다.

《저··· 아직···》

그이께서는 심중한 표정을 지으시였다.

《그래선 안됩니다. 1부부장동무, 꼭 시간을 내여 들려보시오. 이 말을 그저 단순히 권고로서가 아니라 명령으로 받아들여야겠습니다. 사람이 일만 일이라고 하면 막대기가 되고맙니다. 다시 말하지만 일이 바쁠수록, 어려울수록 사람들을 아끼고 더 잘 돌보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사랑을 떠난 혁명이 없고 사랑을 떠난 충성이 없는 법입니다. 이걸 잊지 마시오.》

《예, 꼭 명심하겠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이께서는 전화가 끝나자 탁상일력에 눈길을 주시였다. 1993년 3월 10일··· 적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안길 그 시각이 박두해오고있었다. 그이께서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정해놓으신 그날, 세계를 뒤흔들어놓을 대결단이 선포될 그날까지는 아직 이틀이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