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편 7

제 2 편

7

 

날이 밝기전에 오영범은 총참모부작전직일관이 걸어온 전화를 받았다.

《소장동지, 밤새 안녕하십니까!》하고 그는 깍듯이 말했다. 《총참모장동지가 부르십니다. 5분후에 정문현관으로 나와주십시오.》

《알겠소.》

밤새 눈 한번 붙여보지 못하고 이 시각을 기다려온 오영범이였다. 벌써 두시간전부터 담배연기로 방안을 꽉 채우며 줄곧 서성거려온 그였으므로 그 5분을 보내기가 물속에서처럼 참기 어려웠다. 그는 안타까울 지경으로 더디게 움직여가는 손목시계의 초침을 정신없이 들여다보다가 3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문을 차고 뛰여나갔다.

총참모부청사현관앞에 검은색 중형승용차와 작전국무선통신차가 대기하고있었다. 잠시후 총참모장 최광차수가 나왔다. 그는 오영범이 차렷자세로 거수경례를 붙이자 가볍게 손을 들어 답례하면서 승용차쪽을 눈짓했다.

《타시오.》

오영범은 총참모장과 같이 차에 올랐다. 가슴은 세차게 방망이질을 했고 지나친 긴장감에 목줄띠가 아프게 죄여들었다. 그는 이 어뜩새벽에 어데로 무엇하러 가는지 묻고싶었으나 입을 꾹 다물고 앞좌석에 꼿꼿이 앉아있었다.

이윽고 승용차는 어둠이 깔린 청사앞마당을 떠나 불꺼진 가로등들이 거밋거밋 드러나보이는 길을 미끄러져갔다. 육중한 철문이 열리며 무장보초가 영접들어총을 하는것이 보였다. 승용차는 전조등도 켜지 않고 그앞을 지나 달려갔다.

수도의 거리들에는 불빛 하나 없었다. 드물게 오고가는 차마저 속도를 죽이고 빨간 후미등만 껌벅거릴뿐이였다. 어둠에 잠긴 골목길과 네거리의 지하건늠길들에서 바삐 움직이는 적위대원들의 자태가 얼씬거렸다.

준엄한 준전시상태를 말해주는 엄엄한 정경이였다. 하늘에서는 탐조등의 광망이 길게 서로 교차되면서 천천히 움직여갔다. 이윽고 승용차는 키높이 자란 나무들이 꽉들어차있는 숲속의 길로 꺾어들었다.

오영범은 저도모르게 입술을 꼭 깨물면서 앞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눈밝혀보아도 지금 자기가 어데로 가는지 알수 없었다. 처음엔 혹시 총참모장과 같이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만나뵈러 가게 되지 않을가 하는 엄청난 희망과 기대에 가슴이 뻐근할 지경이였는데 곧 도리질을 하고말았다. 이렇듯 이른새벽에 그이를 만나뵈러 갈수는 없는것이다. 그리고 이곳은 아직 한번도 와본적 없는 전혀 생소한곳이다. 지금 우리는 어데로 가는것인가. 총참모장동지는 왜 한마디 말도 없이 입을 다물고 앉아있는것인가?···

어둠속에 빽빽하게 들어차있는 키높은 백양나무의 하얀 껍질들이 분간되였다. 가지를 높이 펴든 나무우듬지들로 하여 하늘은 비좁게 보였다. 그러나 곧 커다란 공지가 나졌다. 오영범은 공지 한가운데 서있는 직승기를 보았다.

잠시후 그는 총참모장과 같이 차에서 내렸다. 3월의 이른새벽은 차고 습하였다. 어둑컴컴한 숲속의 공지는 웬일인지 장엄하고 준엄한 정적에 잠겨있는듯 했다. 그때 갑자기 멀지 않은곳에서 고동소리가 길게 울리며 키높은 나무우듬지들너머에서 불그레한 화광이 번져왔다. 수도의 거리들에서 등화관제훈련이 끝나 일제히 불을 켰던것이다. 그런데 총참모장 최광은 그 모든것에 무관심했다. 변함없이 단정한 자세로 그들이 달려온 숲속길을 바라보는데 이따금 차디찬 별빛에 안경알이 번뜩이군 하였다. 오영범은 입을 벌리고 차고 누기찬 숲의 향취를 거듭거듭 들여마시고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갑자기 숲속의 공지로 강렬한 승용차의 전조등불빛이 날아왔다. 굵다란 나무가지사이를 꿰지르며 창살같이 비쳐들더니 곧장 두눈을 때리며 가까이 오고있다. 총참모장이 급히 몸자세를 바로하며 속삭이듯 말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오시오!》

순간 오영범은 마치 심장이 경련을 일으킨듯 흠칠하였다. 여기서 장군님을 만나뵙게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것이다. 그는 눈시울을 실룩거리며 강렬한 불빛을 향해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짧은 경적소리에 이어 바람같이 질주해오던 승용차가 멎었다.

이윽고 차문이 열리며 간편한 솜옷을 걸치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나오시였다. 총참모장이 거수경례를 붙이며 인사를 드리자 그이께서는 《오래 기다렸습니까?》라고 하시며 손을 내미시였다. 다음 순간엔 벌써 차렷자세로 굳어져있는 오영범에게로 몸을 돌리시였다.

《아 오동무, 반갑소!》

오영범은 순간 주위가 환히 밝아진것처럼 느껴졌다. 그이의 해빛같은 미소에 이른봄의 차고 눅눅한 대기도 한결 푸근해진듯싶었다. 온몸을 감싸주는 밝고 따스한 불빛, 볼편에 훗훗하게 안겨지는 실안개, 그는 가슴을 들먹이면서 《최고사령관동지!》하고 부르짖었다.

《오동무, 그새 수고가 많았소.》 하고 그이께서는 그의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였다. 《동무가 고심하여 만든 새 작전안을 보았는데 아주 잘되였소. 특히 적의 화력이 집중될 배떼다리로는 빈차들을 통과시키고 전체 장갑보병대대들을 일시에 적구종심에 투하하게 한것은 대담한 구상이였소. 그게 바로 내가 바라는 시작과 끝이 동시에 벌어지는 전격전이요. 그래 착상을 어데서 얻었소?》

《최고사령관동지! 그건 제가 정찰병들과 같이 탑승하면서 그 동무들한테서 귀띔받았습니다.》

《음ㅡ 그렇단말이지···》 그이께서 의미있게 웃으시였다. 《좋소, 그새 작전적으로도 키가 컸거든!··· 하지만 자만해선 안되오. 그래 내가 오래전부터 손때묻혀 키워온 오영범이 거기에 만족해서야 되겠는가! 좀더 판을 크게 벌려 본때있게 해봐야지. 안그렇소. 오동무?!》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알겠습니다. 더 대담하게 판을 크게 벌리겠습니다!》

《그래야지. 내 그런줄 알고 동물 불렀소!》

행복도 너무 숨가삐 차례지면 아픔처럼 느껴진다. 오영범은 심장에 꽉 들어차는 크나큰 행복감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있었다.

그이께서 그를 손잡아 이끄시였다.

《자 오늘은 우리 같이 하늘을 날아보기요. 오동무도 인젠 군사가로서 키가 컸는데 려단범위에만 머물러있겠소? 90년대장령답게 천하를 굽어봐야 할게 아니요!》

《!!···》

오영범은 아무 말씀도 드리지 못하고 실팍한 어깨를 우들우들 떨고있었다. 걷잡을수 없이 치밀어오르는 격정에 눈굽이 쿡쿡 쑤시고 후더운 물결이 가슴속으로 넘치게 흘러들었다···

얼마후 최고사령관전용직승기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고르로운 발동소리가 온몸을 가볍게 울리며 끝없이 계속되였다. 아직도 날은 밝지 않았다. 지평선우에서는 금싸래기같은 별들이 쉼없이 설레이고 무겁게 내려앉은 시꺼먼 하늘이 빙그르 돌아갔다. 직승기가 선회할 때마다 하늘전폭을 엇비듬히 가르며 흘러간 은하수도 꼬리를 길게 끌며 따라서는듯 했다. 오영범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앉아계시는 둥그런 시창곁의 쏘파앞 기실벽쪽에 자리잡고있었다. 총참모장 최광은 장군님가까이 앉아있었고 그들과 동떨어진 기실앞쪽의 무전대에서는 작전국의 통신참모와 무선수가 자기들의 임무수행에 여념이 없었다. 이따금 처녀무선수의 가는 목소리가 들려오군 하였다.

《나는 〈비로봉〉,〈물새〉들으라, 좌표 열하나 ㅡ공셋, 열다섯ㅡ공일곱 선회하라. 수신!》

오영범은 그 소리를 들으며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호위하는 추격기편대들이 어데선가 날고있는것이라고 짐작했다. 총참모장의 긴장한 눈빛이 자주 무전대쪽으로 돌려지군 했는데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시고 하늘에 날아오른 그로서는 아무리 해도 그이의 신변안전에만 신경이 써지는 모양이였다.

그러나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지상에서 움직이는 기계화련합부대의 기동에만 주의를 집중하고계시였다. 눈아래의 어둠에 잠긴 대도로우로 무수한 불빛들이 흘러가고있었다. 거기서 멀지 않은 철길우로는 위장포를 씌운 군용차들이 내달렸다. 밤새 나라의 모든 전략적도로와 철길우에서 최고사령관 명령 제0034호에 따라 인민군부대들의 대규모적인 전술적기동이 벌어진것이였다.

드넓은 벌과 야산으로는 땅크들이 내달리고 여러갈래로 뻗어간 도로우에는 포차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지구상에서 움직이는 그 모든것들은 비록 안타까울 지경으로 속도가 느려보였지만 끝없이 잇대여진 그 흐름에서는 머지 않은 판가리격전의 숨결이 느껴졌다. 지금 북으로, 남으로 수많은 정예부대들이, 헤아릴수 없이 많은 현대적무기와 전투기술기재들이 피할길 없는 충돌을 맞받아 내닫고있는것이였다.

오영범은 지금 자기가 하늘에 올라 땅우에서 벌어지는 기계화련합부대들의 대기동을 관망하고있다는것이 어쩐지 꿈결같이 느껴졌다. 그는 언제나 자기의 위치를 바로 저 땅크와 장갑차들이 내닫고있는 제일선이라고 믿어왔었다. 하지만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인제는 땅우에서만 맴돌지 말고 천하를 굽어보라고 하시였다. 아마도 그것은 작전가로서의 그의 성장을 바라는 깊은 뜻에서 하신 말씀이였는지도 모른다.

차츰 희붐한 새벽빛에 지상의 움직임들이 더욱 뚜렷이 안겨오기 시작했다. 땅크의 무한궤도가 말아올린 먼지구름도 분간되였다.

그때였다. 오래도록 시창밖을 내려다보고계시던 그이께서 오영범에게 눈길을 주시였다.

《오동무, 지금 무슨 생각을 하오?》

오영범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것을 그이께서는 손짓으로 다시 앉도록 하시였다.

《일없소. 생각한 그대로 말하면 되오.》

《최고사령관동지! 저는···》하고 오영범은 적중한 표현을 고르느라고 이마의 주름살을 잔뜩 모으고있었다. 《제가 서야 할 위치는 바로 저 돌격선의 맨 앞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렇다?!··· 비둘기 마음 콩밭에만 가있다더니···》

그이께서 소리내여 웃으시자 최광도 따라서 안경을 밀어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오동무.》하고 그이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동문 장령으로서 지금 저 땅우에서 벌어지고있는것을 그저 단순한 부대들의 기동으로만 보아선 안되오. 하나의 움직임을 놓고도 실지 전투에서 써먹을수 있는 작전을 구상해야 한단말이요. 그러되 이제부터 작전국의 시점에서 련합부대들을 움직이며 작전을 짜보시오.》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그이께서는 또 손을 들어 어느새 벌떡 일어선 그를 자리에 앉도록 하시였다. 오영범은 자리에 앉으며 모두숨을 길게 내뿜었다.

그이께서는 지금 오영범이 무엇때문에 자기를 소환했을가 하고 줄곧 점쳐보고있다는것을 알고계시였다. 그에게 모든것을 말해줄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사색해야 한다. 기계화보병려단의 도하작전이라는 작은 울안에서 벗어나 대규모의 공격작전에 숙달되여야 한다. 그것도 단 며칠어간에!··· 전쟁은 그의 작전적사고가 완벽해지기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도약해야 한다. 남들이 수개월 또는 몇해씩 걸려 완성한 일들을 단 며칠동안에 파악하고 분석하고 활용하여야 한다.

그이께서는 긴장한 자세로 앉아있는 그를 여겨보며 말씀하시였다.

《동무도 잘 알겠지만 지금 정세는 시시각각으로 더욱 엄중해지고있소. 그러므로 우리는 온갖 힘과 시간과 정력을 바쳐 전쟁을 준비해야 하오. 그러되 우리의 모든 작전은 어데서 출발해야 하는가? 이번에 오동무도 절실히 체험했겠지만 그것은 언제 어느때나 군인대중의 정치적자각과 열의에 기초하여 그것을 최대로 발양하는 원칙에서 출발하여야 하오. 이건 무슨 말인가?···》

오영범은 물론 총참모장도 자석에 끌리듯 온몸을 앞으로 기울이고있었다. 그들은 지금 어두운 하늘공간을 날고있다는것을 잊고있었다. 먼 하늘가에서 안개같이 흐르던 은하수의 긴 꼬리가 아득히 멀리 사라져가는듯··· 김정일동지께서는 깊은 사색에 잠겨 말씀을 이으시였다.···

한때 엥겔스는 자기의 《폭력론》에서 모든 군사행동과 전략전술은 소요시기에 도달한 생산수준과 교통수단에 의존한다고 하였다. 계속하여 그는 모든 군사행동과 전략전술에서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것은 어떤 령장의 지혜에 의해서가 아니라 보다 우수한 무기의 발명과 그것을 생산하는 경제력 즉 물질적수단에 기초한다고 하였다. 령장은 다만 전투법을 새로운 무기와 새로운 전투원에게 적응시킬뿐이라는것이다.

실례로 그는 14세기초 서유럽인들이 아랍인들에게서 화약을 받아들임으로써 군사전체에 변혁을 일으켰던 사실을 들었다. 그때까지 난공불락이던 중세기 기사들의 돌성벽이 시민들의 대포앞에서 무너지고 화승총의 탄환이 기사들의 갑옷을 꿰뚫게 되면서 이러한 무기의 출현은 프리드리흐2세식 횡대전술을 완성시켰다는것이다. 그때의 횡대전술은 전체 보병이 3렬로 정렬하여 속이 빈 매우 길다란 4각형의 진을 치고 일제히 질서있게 전진하는것으로서 당시엔 아주 위력한 보병전술이였다.

그후 신식소총이 발명되고 그것은 아메리카독립전쟁시기 영국인들을 반대하여 싸운 반란부대의 산병선전술을 낳게 하였다. 영국인들이 넓은 평지에서 횡대전술로 굼뜨게 이동할 때 반란부대는 숲을 엄페물로 하고 그속에서 민활하게 행동하였던것이다. 이렇게 그는 무기의 변화가 새로운 전투법인 산병선을 발명하게 하였다고 주장했다. 하여 모든 군사행동, 전략전술은 물질적수단에 기초하여 점차 새롭게 발전하면서 이후의 종대대형, 종대와 산병선의 결합을 낳았고 나중엔 로씨야의 쑤워로브장군이 알프스원정때 적용하였고 그후 나뽈레옹에 의하여 완성된 공격전의 2대전술 즉 공격수단의 집단적사용과 공격수단의 기동성을 발명, 완성케 했는바 이것들은 다 당해시기의 생산수단과 교통수단에 전적으로 기초한다고 그는 주장하였다. 물론 그의 리론은 력사상의 수많은 전투와 전쟁을 분석한데 기초한것으로서 무게있는 과학리론적근거로 안받침되여있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전략과 전술의 창조와 적용까지 다 새로운 물질적수단의 발명에 기초한다는 리론에는 동의할수 없다.

왜 그렇게 말할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신식무기의 발명이나 교통수단의 발전만이 새로운 전법을 낳게 하는것이 아니기때문이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조직전개하신 항일혁명전쟁의 실천적경험이나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에 창조된 주체적군사전법들을 놓고보아도 인민대중, 군사대중의 비상한 정치적자각과 열의 그리고 그것을 최대로 발양시키며 제때에 적극 활용하는데 의해서 보다 새롭고 풍부한 전략과 전술이 창조된다고 우리는 확신하는것이다.

실례를 들어보자.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에 창조된 비행기사냥군조운동, 갱도전전술, 이동포, 저격수활동, 직사포를 고지에 끌어올린것 등이 새로운 무기의 발명에 기초했는가? 현대포위작전의 빛나는 모범을 보여준 대전해방전투때 적의 퇴로와 증원을 막기 위해 하루밤사이에 한개 부대를 적의 배후에 진출시킨것이나 적후에 제2전선을 펼데 대한 비상한 작전이 발전된 교통수단에 의존한것이였는가?!··· 그것은 전적으로 인민대중, 군인대중의 비상한 정치적자각과 열의에 기초하여 그것을 최대로 발양시킨것이였다.···

어느덧 오영범은 황황 불길이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이를 우러르고있었다. 그는 앞으로 툭 불거져나온 가슴을 풀떡거리며 그이의 말씀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담아새겨듣고있었다. 총참모장 최광도 늙은이답게 두눈을 슴벅거리며 무엇인가 깊이 그리고 끈덕지게 생각을 굴리고있었다.

《내가 오늘 왜 이것을 강조하는가.》하고 그이께서는 새벽빛이 엷게 비껴가는 기창너머를 스쳐보며 말씀하시였다. 《지금 적들은 초대형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 함선집단과 핵동력유도탄순양함 〈캘리포니아〉호 함선집단과 그리고 핵전략폭격기 〈비-1비〉와 스텔스전투폭격기 등 고도기술무기들을 총동원하여 이러한 무력이면 단숨에 우리를 압살해버릴수 있으리라고 망상하고있소. 하지만 우리는 끄떡하지 않고있소.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당과 수령을 위해서는 총폭탄이 되여 끝까지 싸울 결의에 충만되여있는 저 일당백군인들과 수백만 청년들, 하나의 사상의지로 굳게 뭉쳐있는 인민이 있기때문이요. 우리의 모든 힘과 승리의 원천은 바로 여기에 있소.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나 하나의 전략과 전술을 세워도 거기에 참가할 인민대중, 군인대중을 먼저 생각하며 그들의 자각과 열의를 최대로 발양시켜야 하오. 군인대중의 심장을 울리고 움직일줄 아는 사람이 바로 참다운 혁명군대의 지휘관, 당과 혈맥이 상통하는 지휘관이요. 이걸 명심하시오. 오동무, 그리고 이제 무거운 책임을 받게 될수도 있소. 우선 작전국 기동작전조에 망라되여 사업하시오. 거기서 〈섬광〉작전을 연구하시오. 그것때문에 불렀소. 그러니 이제부턴 려단범위에서 벗어나 대련합부대의 작전에 숙달되여야 하오.》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오영범은 또다시 큰소리로 힘있게 대답올렸다.

3월의 아침은 더디게 소리없이 밝아오고있었다. 오영범은 지상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살피기 시작했다. 인제는 모든것이 명백해진듯 했다. 김대웅군단장의 예견대로 작전국에 소환된것이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련합부대를 이끌어 돌격의 맨 앞장에 달려가고싶었지만 이제 새로운 직무에서 몸과 맘 다 바쳐 장군님의 크나큰 신임과 기대에 보답해야 할것이다.

긴장한 사색속에서 한동안 시간이 흘렀다. 통신참모가 방금 받은 전문을 최고사령관동지께 가져다드렸다. 그이께서는 전문을 받아들자 심각한 안색으로 그것을 읽고나서 최광에게 넘겨주시였다.

《작전국장이 심상치 않은 소식을 보내왔습니다.》

《예?》

최광은 한손으로 안경을 밀어올리며 그이께서 주신 전문을 꼼꼼히 읽기 시작하였다. 그를 바라보면서 오영범은 무엇인가 엄중한 정세가 조성된것이라고 짐작했다.

어느덧 지상의 도로우에서는 꼬리를 물고 흘러가던 땅크와 포차들이 어데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날이 밝으면서 대기계화련합부대의 기동작전도 끝난것이였다.

시창밖에 눈길을 주고계시던 그이께서 시계를 보시였다.

《돌아갑시다.》

하늘과 땅이 맞붙은 먼 지평선에서 불그레한 노을이 서서히 피여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