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편 5

제 2 편

5

 

깊은 밤 김정일동지께서는 림희문에 대한 보고자료를 읽고계시였다. 《T강》이온질화법에 대한 연구와 그의 가능성여부에 대한 론쟁, 뜻밖의 대화재와 재판, 교화생활, 그후 광산에서의 로동··· 나어린 전사 림정산이 왜 아버지와 마음속으로 결별하였다고 했는지 리해되시였다.

연구사업이고 뭐고 다 줴버리고 술에 취하여 살아왔다는 림희문, 그러나 준전시상태가 선포되자 그는 궤짝속에 구겨넣었던 연구도면을 다시 꺼냈다. 비로소 그의 마음속에서 공민적자각이 눈을 떴던것이다. 생사가 판가름될 준엄한 싸움을 앞둔때 자기를 부르는 조국의 목소리를 들었던것이다.

달리는 될수 없는 일이다. 보고된데 의하면 준전시상태가 선포되자 한때 불량행위를 하던 청년들까지 인민군대입대를 탄원하고있다고 한다.

그이께서는 탁상시계를 쳐다보고나서 탁자우에 놓여있는 림희문의 연구론문과 도면에 눈길을 옮기시였다. 도면에 그려진 갖가지 굵고 가는 선들을 주의깊게 더듬어보신다. 이름없는 한 연구사의 곡절많은 후반생이 복잡하게 그려져있는 도면, 이것을 다시 되살릴수 없겠는가?!··· 또 시계를 보신다. 인제는 도착할 때가 되였는데··· 그이께서는 조용히 그 누구인가를 기다리고계시였다.

 

그 시각 반백의 교수, 박사들 3명이 당중앙원회 허영태비서의 안내를 받으며 승강기에 오르고있었다.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수, 박사 김형우를 비롯한 박사들이였다.

승강기는 가벼운 진동과 함께 소리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세사람은 다 아무말없이 승강기를 동작시킨후 번호판을 보고있는 허영태비서에게 눈길을 모으고있었다.

참으로 묻고싶은것이 많은 그들이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무슨 일로 자기들을 급히 부르셨는지 아무리 해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국방과 관련된 어떤 중대한 과학기술적문제가 제기된것인지 아니면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긴급과업을 주시려는것인지?··· 그들이 원자력공업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이라면 어느 정도 짐작해볼 여지도 있을것이다. 최근에 급격히 치렬해지고있는 핵문제와 관련한 론난을 그들도 잘 알고있는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다 금속재료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였다.

너무 긴장했던 나머지 생각하는것조차 힘에 부칠 지경이였다. 김형우는 숨이 막힌듯 목에 맨 넥타이를 끌러놓고 안면근육을 푸들푸들 떨군 하였다.

지난해 조선지식인대회에 참가하여 위대한 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모시고 기념사진을 찍을 때에도 흥분을 못이겨 너무 지나치게 입을 꽉 다물고있은탓으로 사진이 딴사람같이 되여버린 그였다.

과학자답지 않게 다혈질인 그는 걷잡을길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목이 타들어 고통스럽게 미간을 찌프리군 하였다. 그러나 이 모든것도 한순간, 고속승강기는 어느새 스르르 멎었다.

문이 열렸다. 그들은 허영태비서의 뒤를 따라 복도로 나섰다. 넓고 긴 복도였다. 새하얀 벽, 기하학적인 곡선을 지은 굽인돌이장식, 적갈색의 윤기나는 문들, 한참동안이나 복도를 걸은것 같았다. 아무 소리도 없이 구름속을 헤염쳐가듯 했다. 이윽고 어느 문앞에서 허영태비서가 걸음을 멈추었다.

(이 방이로구나!)

이렇게 생각되자 갑자기 귀속에서 웅ㅡ 하는 소리가 날만큼 깊은 적막속에 빠져드는듯 했다. 언제 어떻게 문이 열렸는지··· 그들은 밝고 고요한 방으로 물속에서처럼 걸어들어갔다.

책임서기가 그들을 맞아주었다.

《잠간 기다려주십시오.》

책임서기는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더니 조용히 말했다.

《들어가보십시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기다리고계십니다.》 문이 열렸다. 밝고 후더운 광채가 흘러나왔다. 그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허영태비서가 부르심을 받은 과학자들이 왔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언제인가 익히 들어온듯싶은 친근한 음성이 그들의 가슴을 울려주었다.

《어서들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몸소 그들을 향해 마주 나오고계시였다. 빠르면서도 활달하신 걸음새, 환하신 미소···

허영태비서가 그이께 사람들을 차례로 소개해드렸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그들 매사람의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였다. 이어 정중히 허리굽혀 인사드리는 그들을 탁자에로 손잡아 이끄시였다.

《이렇게 밤늦어 오게 해서 안됐습니다.》하고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이 시간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짬을 낼수가 없어 그랬습니다. 어서 앉으십시오.》

그이께서는 과학자들에게 탁자옆의 의자들을 권하시였다. 탁자우에는 여러가지 서류들과 도면말이 그리고 낡은 종이묶음도 놓여있었다.

《여러분들에게 한가지 부탁할 일이 있어 불렀습니다.》

그들은 숨을 죽였다. 부탁이라니? 혹시 어떤 중요한 연구과제를 주시려는것인가?!···

《얼마전 내가 한 인민군부대에 갔을 때였습니다.》하고 그이께서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림정산이라고 하는 나어린 전사를 만나보았는데 그가 아버지와 결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습니다. 금속재료 연구사였던 아버지가 큰 사고를 저질러 재판을 받고 교화생활까지 했던것입니다. 그때문에 성미가 이지러진 아버지여서 전사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도 않게 되였습니다. 얼마나 가슴아픈 일입니까. 조국보위초소에 나선 나어린 전사가 마음속에 이렇듯 큰 아픔을 안고있으니··· 그래서 그의 아버지에 대해 좀 료해해봤는데··· 이걸 보십시오.》

반백의 교수, 박사들은 모두 그이께서 펼치시는 도면에 눈길을 모았다. 누르끼레해진 종이우에 《미광발전플라즈마에 의한 〈T강〉이온질화법》이라고 정히 먹으로 쓴 글자들이 눈에 띄였다. 오랜 세월 어디엔가 구겨박혀있던 낡은 도면이였다.

그이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 연구사는 행정적으로 실험을 중지시켰는데도 제멋대로 몰래 실험을 계속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뜻밖에 일어난 화재사고로 막대한 물적손실과 인명피해까지 냈습니다. 그때문에 과오는 더욱 엄중해졌습니다. 그런데 교화생활을 마친후 일시 연구사업을 다 포기해버렸던 그는 준전시상태가 선포되자 자기를 되찾고 이 연구론문과 도면을 또 꺼냈습니다. 그처럼 무서운 사고가 있었고 가슴아픈 곡절도 겪은 그였지만 기어이 이것을 성공시켜 국방력강화에 이바지할것을 결심하였습니다.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비록 좀 늦기는 했지만 다시 새롭게 일떠선 그 마음이야 얼마나 귀중합니까!》

그이의 음성에는 무엇인가 온몸을 진감시키는것이 있었다. 그리하여 그들 과학자들은 말로써는 다 형용할수 없는 격동에 몸을 떨었다. 김형우는 탁자모서리를 너무 힘주어 틀어잡고있은탓으로 팔근육이 터져나갈듯 했다. 그와 나란히 앉은 두 박사는 손등으로 눈을 문질러대고있었다.

《그 연구사는.》하고 그이께서 또 말씀을 이으시였다. 《림희문이라고 하는 사람인데 벌써 60을 넘겼습니다. 한때는 귀중한 연구성과로 나라의 기술발전과 국방공업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동무입니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 연구사업에서 유리되여있다보니 남들이 말하는것처럼 꿈을 꾸고있는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연구론문이 아직 공상에 불과한것이라고 해둡시다. 그래서 국가에 끼친 막대한 물적손실을 보상할 자신이 없는것이라고 합시다. 그래도 일없습니다. 오늘이 아니라도 래일 우리 나라 국방공업에 절실히 요구되는 새로운 강철재료를 만들 현실적가능성이 전혀 없는것이 아니라는것만 찾아도 됩니다. 그것을 찾아 실패하고 버림받은 한 과학자, 한 연구사의 마음속 그늘만이라도 가셔줄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사람들은 아무 말씀도 드리지 못하고있었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목이 꽉 메였기때문이였다. 뜨거운 물줄기가 가슴속에서 엇갈리며 세차게 고패치고있었다.

《이것때문에 여러분들을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이께서 또 말씀을 이으시였다. 《해당 부서를 통해 부탁할수도 있었지만 이번만은 내가 직접 말해주고싶었습니다. 나는 이것이 어느 한 강철재료의 성공과 실패에 관한 문제라고만 생각지 않습니다. 이것은 한 인간의 운명문제 다시말하여 한 인간의 삶을 건져주느냐 아니면 버림받은채로 내버려두느냐 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어떻습니까. 그도 여러분들과 같이 한생 당을 믿고 살아온 사람인데 그가 실패하고 곡절을 겪고 구겨박혔다해서 돌아보지도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어떤 사람들은 그가 과오를 범한 사람이라고 해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데··· 그들도 과학자, 기술자들일진대 어찌 그럴수 있겠습니까···

그를 건져줍시다. 버림받던 그에게 사랑하는 아들을 안겨주고 군복입은 아들의 마음속에 아버지를 돌려줍시다. 나는 여러분들이 이러한 립장에서 이 연구론문을 대해주었으면 합니다. 내가 부탁하고 싶은것은 이게 다입니다. 잘 검토해주십시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이상은 누구도 더 말씀드리지 못하였다. 가슴이 들뛰고 호흡은 헝클어졌다. 그러나 마음은 구름우에 높이 솟은 산봉우리에 올라선 느낌이였다.

그들이 앉아있는 이 방은 비록 크지 않고 호화스럽지도 않았지만 숭고한 정신이 밝은 빛으로 꽉 들어차있었다. 하여 그들은 한껏 넓어진 가슴에 그 빛과 정신을 맑은 공기처럼 들여마시는것이였다.

그이께서 허영태비서를 돌아보시였다.

《검토가 끝나면 즉시 나한테 알리시오. 아무때라도 일없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허영태비서를 따라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그 빛나는 미소와 함께 그들모두를 차례로 손잡아주시였다. 그리고는 문밖에까지 따라나오며 그들을 바래주시였다.

이윽고 그들 반백의 교수, 박사들은 당중앙위원회청사 정문을 나섰다. 검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렷이 솟아있는 당중앙위원회청사, 불켜진 방들은 많지 않았다.

어느 방이였던가?!··· 그들은 마치 약속이나 했던것처럼 머리를 돌려 그 정든 불빛을 찾아보았다.

싸늘한 밤바람이 콕콕 살을 찌르며 불어쳤다. 가로수들이 앙상한 우듬지를 떨었다. 그러나 그들은 오래도록 까딱 움직이지 않고있었다. 추위도 느끼지 못하는듯 하염없이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있었다. 바로 저 밝은 불빛흐르는 창가에서 이 세상 가장 위대한 심장을 지니신분이 지금도 쉼없이 일하고계시는것이였다.

과학자들이 돌아간후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탁자우의 서류들을 허물기 시작하시였다. 서류들은 많았다. 얄팍한것, 두툼한것, 펜으로 쓴것, 타자를 친것, 인쇄한것, 봉투속에 넣은것, 사진들만 묶은것··· 그것은 단순한 서류더미가 아니라 당과 국가, 군대의 전반사업이 응축되여있는것이였다.

작가문제도 있다. 영예군인시인 김시권의 창작 및 정치선동사업 조건보장에 대한 문제이다. 준전시상태에 들어간 온 나라 전체 인민과 인민군군인들을 찾아 어제도 오늘도 시를 읊으며 승리에로 부르는 시인, 그의 목소리는 비록 크지 않아도 온 나라가 그것을 듣고있다. 그의 심장의 웨침은 그대로 불길이 되여 천만의 사람들을 불러일으키고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하반신마비인 영예군인 시인에게 즉시 승용차를 보장해줄데 대하여 달필로 써놓으시였다. 이미 여러통의 편지들가운데서 하나를 먼저 펴드시였다. 이름난 비행사, 전쟁로병 리학이 올린것이였다. 우리 나라 인민공군의 첫 건설자의 한사람인 리학은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다시 비행기를 타고 적들의 아성에 돌입하겠다고 하였다.

가슴이 뜨거우시였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위하여 육탄이 되여 싸울것을 맹세한 이 전쟁로병은 지금 70을 넘긴 나이이다.

그이께서는 또박또박 정히 박아쓴 그의 편지를 거듭 읽으시였다.

지금 온 나라에는 폭탄정신이 차고넘치고있다. 지난해 11월 인민군대안의 박용철 8형제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결사옹위하는 여덟자루의 총대가 되고 폭탄이 될 결심을 다지자 온 나라 청년들이 이에 목소리를 합쳤다. 그리하여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는 최고사령관명령이 하달되자 전국의 500만 청년들이 당과 수령을 옹호보위하는 총폭탄이 될것을 맹세다졌으며 벌써 160만에 달하는 청년들이 인민군대에 입대할것을 탄원하였다.

지금 우리 인민의 사상정신상태는 대단히 좋다. 온 나라 인민이 비장한 각오와 결심을 가지고 침략자들과 결판을 벌리기 위해 준비하고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맨끝쪽의 전화기를 끄당겨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부부장동무, 로병대회준비사업이 어떻게 추진되고있는지 알아보았습니까?》

그이의 물으심에 상대방은 좀 힘들게 말씀드렸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 사업을 맡은 동무들이 준전시상태가 선포되자 좀 주저하고있었습니다.》

《주저하다니?》하고 그이께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시였다. 《아마 그 동무들은 전쟁이 박두했다고 해서 그러는것 같은데 전쟁을 하면 백날천날을 하겠는가! 그리고 전쟁을 이기고 로병대회도 열면 더 좋지 않겠는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래서 사업을 계속 내밀도록 말해주었습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대회준비사업에서 무엇이 제일 걸려있습니까?》

부부장은 대표선발과 관련된 문제가 제일 걸렸다고 하면서 전국적으로 공로가 많은 대상들만 해도 한 1만명정도는 선발해야 할것 같다고 하였다.

《1만명?》

《예, 잘 짜고들면 가능할수도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가볍게 머리를 저으시였다.

《지금 전국적으로 장악된 로병들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전국적으로는 수십만명이나 됩니다.》

《그럼 그 인원을 다 참가시킬수는 없겠습니까?》

《예? 수십만명 전부를 말입니까?》

《왜 놀랍니까? 수십만명이 뭐 그리 대단한 수자이기라도 합니까?··· 생각해보시오. 지금 수많은 전쟁로병들이 당을 받들어 전화의 그날처렴 살며 일하고있습니다. 최근 신문과 방송으로 소개된 로병분조, 로병지원대들만 해도 얼마나 많습니까. 정말이지 한생을 다바쳐 당을 받들어오는 그 마음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그런데 그들중 누구는 대표로 참가시키고 누구는 빼놓겠습니까. 아니, 그렇게 할수 없습니다. 그들모두를 다 참가시키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이제 전쟁을 이기고 전국의 수십만 로병들이 다 참가하는 로병대회를 열어야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때 책임서기가 들어와 부르심을 받은 작전국부국장이 도착하였다고 보고드렸다. 그이께서는 더미로 쌓여있는 서류들에 얼핏 눈길을 주시였으나 곧 머리를 돌리며 말씀하시였다.

《들여보내시오.》

좀전에 그이께서는 작전국장으로부터 오영범의 새 작전안이 올라왔다는 보고를 받고 즉시 그것을 가져오도록 하신것이였다. 비록 자그마한 려단의 도하작전이였지만 그이께서는 거기에 커다란 의의를 부여하고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