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편 16

제 2 편

16

 

클린톤은 꿈결에 노래 《스와니강》의 선률을 듣고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이 흘러간 아칸소주의 작은 도시 호프시교외를 승용차로 질주하는 꿈을 꾸던 때였다. 그 지방의 유일한 자랑거리인 수박밭 사이로 난 도로를 바람같이 내달리며 유치원때부터 귀에 익힌 그 음악선률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그런데 안타까운것은 그 선률이 첫 네소절만 거듭될뿐 더이상 이어지지 않는 그것이였다. 세번째, 또 네번째로 반복되여 울리자 그만 《됐어, 이젠 그만둬!》하고 소리지르고싶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입을 벌릴수도 소리를 낼수도 없었다. 다행히도 그때 마침 딸그락소리와 함께 그 진저리나게 반복되던 음악선률이 멎었다. 곁에 누워있던 힐러리가 전화를 받았던것이다.

《여보세요, 도대체 지금이 몇시인데 전화를 거는거예요?》

힐러리가 첫마디부터 증을 내며 따지고들었다.

백악관의 녀주인으로서 그는 보장성원들에게 밤 11시 이후엔 절대 대통령침실에 전화가 련결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던것이다.

필요한 경우엔 전화록음기를 사용하도록 되여있었다.

《뭐라구요?》하고 힐러리가 어성이 높아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신경질을 부렸다. 《그래도 당신은 대통령이 겨우 밤 1시에야 잠자리에 들었다는걸 잘 알지 않나요!》

저쪽에서 무어라고 다급히 설명하는것 같았다.

힐러리는 입을 비쭉거리며 말했다.

《정 그렇다면 하는수 없군요.》

힐러리가 클린톤의 어깨를 흔들었다.

《빌, 일어나세요. 급한 전화예요.》

클린톤은 눈도 뜨지 않고 힐러리가 넘겨주는 송수화기를 받아들었다.

《도대체 누구요, 응? 야밤삼경에!···》

《대통령각하!》

수화구에서 울려나온 목소리였다. 대통령수석보좌관 토마스 맥클라티가 그를 깨운것이였다.

《주무시는걸 깨워서 미안합니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

《말하오. 무슨 일인지?》

《방금 로스보도관이 알려왔는데 북조선이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탈퇴한다는 정부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뭐라구? 북조선이?!···》 클린톤은 여전히 자리에 누운채 어정쩡하여 물었다. 《그건 무슨 소리요, 토미?··· 북조선이 어데서 탈퇴한다구?》

《대통령각하, 비상사건입니다. 북조선이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탈퇴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탈퇴?!···》

차츰 클린톤은 말짱 잠이 깨는것을 느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루바닥에 발을 드리우며 다급히 따지고들었다.

《아니 그게 사실이요? 언제 받은 소식이요, 뭐?··· 그 성명전문을 가지고있소?··· 그걸 당장 여기 가져오오. 아, 아니, 내가 가겠소. 가만! 그런데 지금 몇시요?》

《3시 15분입니다. 대통령각하!》

《젠장!》 그는 왼손 장지손가락으로 눈섭을 비벼대면서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토미, 이건 비상사건이요. 당장 국가안전보장회의성원들을 불러야겠소. 알겠소? 지금 당장!···》

그는 송수화기를 놓자 잠옷허리띠를 풀며 위생실로 갔다. 거기에서 다시 목욕탕으로 들어간 그는 6개의 분수구가 달린 샤와를 틀어놓고 더운물과 찬물을 알맞추 조절하면서 머리를 들이밀었다. 미적지근한 물이 비발처럼 쏟아지며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단숨에 적셔놓았다. 그는 재빨리 온몸을 씻고나서 목욕수건으로 몸을 문지르며 복도로 나섰다. 열려진 침실문으로 그를 내다본 힐러리가 소리쳤다.

《빌! 그게 무슨 꼴이예요, 옷도 걸치지 않고.》

《제집에서야 뭐라오?》하고 그는 중얼거렸다. 《손님으로 와있던 영국수상 쳐칠도 여기서 알몸으로 주인을 맞았다는데···》

그는 언젠가 미국을 방문했던 쳐칠이 맞은켠 손님방에서 아침 늦게 일어나 알몸뚱이로 거울앞에 서서 면도를 하다가 아침인사를 하러 찾아온 루즈벨트대통령을 그대로 맞이했던 유명한 일화를 상기한것이다.

힐러리는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그의 심리를 꿰뚫어보고있었므로 천천히 옷을 넘겨주면서 말했다.

《덤비지 마세요. 빌! 무슨 일에서나 한박자 쉬고나서 행동하는게 좋아요.》

클린톤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힐러리의 훈계에 귀를 기울일 정신적여유도 없었다. 무엇인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무서운 일이 터지고 있다는것만을 생각하고있었다. 그로서는 매우 다루기 힘든, 갓 출마를 한 그의 영상에 먹칠을 하게 될 심상치 않은 일이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어떻게 되여 그들이 감히 미국대통령을 경악케 한단말인가?!

대통령 집무실이나 내각회의실은 다 서쪽날개 1층에 있다. 클린톤은 집무실에 들어서자 토마스가 가져온 문제의 북조선정부성명전문을 재빨리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오늘 우리 나라에는 민족의 자주권과 국가의 안전이 위협을 받는 엄중한 사태가 조성되였다.

미국과 남조선당국은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핵전쟁연습인 〈팀스피리트〉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였으며 이와 때를 같이하여 미국에 추종하고있는 국제원자력기구 서기국 일부 계층과 일부 성원국들은 지난 2월 25일 국제원자력기구 관리리사회 회의에서 핵활동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우리의 군사대상들에 대한 〈특별사찰〉을 강요하는〈결의〉를 채택하였다.

이것은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침해이고 내정에 대한 간섭이며 우리의 사회주의를 압살하려는 적대행위이다.》

 

클린톤은 성명문의 그 간명하고 사리정연하고 견결한 론조에서 무엇인가 창끝같이 차고 날카로운 의지를 엿보았다. 얼마전에 본 북조선군 최고사령관의 명령문에서 느꼈던 그 단호한 경고가 글귀마다에서 울리고있었다.

 

《미국은 우리가 군사기지에 대한 〈특별사찰>을 거부하면 〈특별사찰불리행〉이라는 딱지를 붙여 우리 문제를 유엔안전보장리사회에 끌고가 우리에 대한 〈집단적인 제재〉를 가해보려 하고있다.

바로 이것이 이미 짜놓은 미국의 각본이다.

만일 우리가 미국과 그 추종자들의 이러한 음모를 저지시키지 못하면 온 민족을 대결과 전쟁에로 몰아넣고 대국들의 희생물로 내맡기는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것이다.》

 

클린톤은 두번세번 곱씹어 그 문장들을 읽어보았다.

(놀라운 일이다. 그들은 분명 우리의 숨은 기도까지 다 알고있는것 같다.) 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그들이 이처럼 단호하게, 배심든든하게 미국과 정면대결에 나오는것은 무엇때문인가?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고있는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는 나라의 최고리익을 수호하기 위한 조치로서 부득이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탈퇴한다는것을 선포한다.》

 

이미 알고있은바였지만 정작 《탈퇴한다》는 글이 밟히자 속이 뜨끔해지는것을 느꼈다. 어떻게 그럴수 있는가? 온 세계를 그 조약의 울타리안에 가두어넣으려고 안달복달하고있는데 감히 탈퇴하다니, 누가 제멋대로 그렇게 하라고 했는가, 누가 그것을 승인한단말인가?!··· 그는 분개하여 성명전문이 찍혀있는 종이장들을 와락 움켜쥐였다. 그것을 움켜쥔채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까딱 움직이지 않고 집요한 눈길로 벽난로우에 걸려있는 이브라함 링컨의 초상화를 보았다. 미국의 력대대통령들중에서 그가 제일 숭상하던 링컨이였다. 그는 링컨의 불굴의 의지와 웅변, 웃음과 사랑과 유모아를 다 모방하기 위해 애썼다. 오직 하나 링컨의 수염만은 모방할수 없었다. 링컨은 대통령에 취임한후 11살난 그레이스라는 한 소녀가 《당신은 얼굴이 훌쭉해서 수염을 기르면 퍽 나아보일거예요.》라고 쓴 편지를 받은후 갑자기 미국력사상 수염을 기른 첫 대통령이 되였던것이다.

저 링컨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였을가. 쌈타요새문제로 남부와의 대립이 극도에 달했을 때 남북전쟁을 결심한 링컨, 미국에서의 첫 흑인농노해방을 선포한 링컨, 그라면 북조선의 강경한 반발을 어떻게 다루었을가. 시간을 앞당겨 북조선의 핵시설을 폭격하라고 명령하였을가, 아니면 전면전쟁을 선포하였을가?···

링컨은 웃음이 인생의 절반이였던 사람으로, 웃음없이 그의 인생을 말할수 없는 사람으로 알려져있으나 간혹 무서운 결단을 보여주군 하였다. 클린톤도 역시 쾌활하고 락천적인 사나이로 널리 알려져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 남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충동적인 기질, 무분별한 결기가 숨어있다는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못하다.

어린 시절에 벌써 그는 온화한 미소뒤에 감추어져있는 사나운 결기를 보여준 일이 있다.

그가 일곱살나던 해였다. 술주정뱅이인 세번째 계부와 어머니사이엔 매일 충돌이 있었는데 하루는 술취한 계부가 손에 권총을 들고 집에 뛰여들었다.

《이년놈들, 오늘은 너희들과 결판을 지을테다.》하고 계부는 다짜고짜 권총을 겨누며 소리질렀다. 《죽어봐라, 이 덜된것들아!》

한순간의 일이였다. 어린 클린톤의 두눈이 무섭게 번뜩이였다. 순식간에 머리속으로 피가 솟구쳐오르는것을 의식한 그는 발톱을 드러낸 고양이같이 시꺼먼 총구앞으로 날아들었다.

총소리가 울렸다. 공포에 질려 얼어붙었던 어머니가 미친듯이 울부짖은것은 다음 순간의 일이였다. 그러나 클린톤은 계부와 서로 부딪쳐 나자빠졌을뿐 손가락하나 다친데 없었다. 총알은 침실벽을 뚫고나가 건넌방의 벽거울을 산산쪼각냈다.

지금도 클린톤은 그때와 같은 무분별한 피의 도취감에 사로잡혀있었다. 《전쟁》이라는 유혹의 말마디가 그의 머리속에서 앙칼진 폭음처럼 계속 으르렁거리고있었다. 그는 《포커스작전》을 앞당겨 지금 당장 시작하고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합당한것인지 아닌지 토론해보아야 했다. 그는 북조선정부의 성명전문을 손에 움켜쥔채 내각회의실로 갔다.

클린톤이 회의실에 들어서니 벌써 국무장관 워렌 크리스토퍼, 국방장관 레스 애스핀, 중앙정보국장 제임스 울지와 합동참모본부의장 샬리카슈빌리대장, 대통령국가안전담당특별보좌관 엔터니 레이크가 이미 와 기다리고있었다.

잠자리에서 불리워나온 그들은 피기가 가셔진 시뿌둥한 얼굴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바로 그들은 국가안전의 수호자, 다시말하여 《나라의 최고리익》의 대변자들이였던것이다.

클린톤은 자리에 앉자 회의를 사회하면서 북조선의 핵무기전파방지조약탈퇴와 관련한 문제토의를 시작하자고 하였다. 북조선의 이 돌발적인 조치가 얼마나 무서운 후과를 가져올것인가를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클린톤은 이렇게 강조하는것을 잊지 않았다.

《오늘 갑자기 북조선이 우리의 급소를 찔렀소. 여러분들도 잘 아는바이지만, 북조선의 조약탈퇴를 강하게 다스리지 않으면 우리는 곤경을 겪게 되오. 바꾸어말하면 우리는 검과 방패를 다 잃고말것이요. 그렇게 되면 세계에서의 미국의 주도적역할은 사라질것이고 세계는 혼란에 빠질것이요.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곧 이에 대처할 방책을 세워야 하오.··· 그러기에 앞서 먼저 북조선의 이 결단이 어떤 전략적기도에서 출발되였는가를 분석하여야 하오. 의견을 말해보시오.》

잠시 침묵이 있은후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이 먼저 북조선의 이번 조치가 계획적이며 의도적인 공세의 일환인것 같다고 말했다. 그것은 클린톤의 생각과 비슷한것으로서 그의 주의를 끌었다.

《여기에는》하고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은 계속했다. 《잘 타산된 전략적기도가 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우리는 절대 그들이 무분별하게 도전해나섰다고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북조선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나서 바로 4일후인 오늘 또 핵무기전파방지조약탈퇴성명을 낸 여기에는 비상한 작전적책략이 들어있습니다. 우리는 그 진의를 까밝혀내야 합니다. 지금 그들은 우리들을 위협하고있습니다.》

울지중앙정보국장이 그 말을 받았다.

《위협하는 정도가 아니라 싸움을 걸고있습니다.》

《싸움을 걸고있다?》하고 국방장관 애스핀이 엷은 입가에 랭소를 띠우고 말했다. 《그렇다면 심각하게 론의할게 뭐 있겠습니까. 출격명령을 내려서 우리의 작전을 앞당겨 시작하면 그만이 아닙니까!》

국방장관의 이 말 역시 클린톤의 생각과 같은것이였으나 그는 잠자코 있었다.

그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있는것이다. 자기의 생각을 내놓는것은 바쁘지 않다. 중요한것은 남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것을 분석하고 정리하고 종합하여 자기것으로, 현명한 결심으로 만드는것이다.

《그렇지만 내 생각엔》하고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이 불안스럽게 말했다. 《그 작전을 뒤로 더 미루는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는가 하는것입니다. 지금 북조선은 의도적으로 우리가 제일 아파하는곳을 찌르며 강하게 반발하고있습니다. 나는 이 강경자세의 배후에 우리로서는 아직 알지 못하는 무서운 힘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애스핀이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

《아니 그럴수 없습니다. 그들은 허세를 부리고있을뿐입니다. 한때 이라크도 그러했다는것을 여러분들에게 상기시킵니다. 그들 역시 그 어떤 세력도 다 무찔러버리겠다고 을러대였습니다.》

《북조선은 사정이 다르오.》 울지의 말이였다.

《북조선을 이라크와 대비해선 안되오.》

《그럼 당신이 주장하는건 뭐요?》 애스핀이 그를 향해 내들었다.

《생각하는중이요. 북조선의 역습이 너무도 뜻밖이여서 좀 리해하기가 어렵군요》

《이보시오, 중국속담에 〈우물이 너무 깊어서가 아니라 줄이 너무 짧아서 물을 못긷는다〉는 말이 있지요.》

애스핀의 이 말에 울지는 화끈 달아올랐다.

《모욕하지 마시오!》

《아니, 나는 주장하고있을뿐이요.》하고나서 애스핀은 클린톤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대통령각하, 여기서는 순간의 지체가 파멸적인 후과를 가져올수 있습니다. 오늘 기회를 놓치면 래일의 싸움은 더욱더 어려워지리라는것을 고려하십시오!》

클린톤은 과격한 성격인 그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필요로 하였다. 그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면서 클린톤은 울지에게로 몸을 돌렸다.

《지금까지 중앙정보국은 북조선이 핵폭탄을 만들었거나 만들수 있다고 주장해왔소. 그럼 인젠 명백히 해둡시다. 북조선에 핵폭탄이 있소, 없소?〉

《있습니다. 아니 있는것이나 같습니다.》

《건 무슨 소리요?》하고 클린톤이 조금 어성을 높였다. 《지금까지 해오던 말과 다른게 무엇이요?》

울지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는··· 물론 추측에 불과했습니다. 아시다싶이 북조선의 속내를 안다는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대통령각하, 며칠전 뉴욕타임스기자 스미스가 쓴 글에도 있는것처럼 지금 간첩위성들이 지상에 있는 신문의 글자까지 알아보지만 북조선의 실태는 거의나 들여다볼수 없습니다. 스미스는 그런 리유로 아마 〈간첩들에게 있어서 북조선은 가닿을수 없는 지구의 한끝이다〉라고 했을것입니다. 오죽했으면 이전 남조선대사 그레그가 북조선은 〈블랙허울〉(컴컴한 구멍)이라고 했겠습니까!》

《나는 그런 넉두리나 듣자는게 아니요. 다시 묻지만 북조선에 핵무기가 있는가 없는가 그걸 말해보시오.》

《있습니다.》 울지가 말했다. 《그럼 왜 그렇게 단언할수 있는가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북조선은 오래전에 가동한 5㎿시험원자로를 가지고있는데 조약탈퇴를 선언한 현시점에서 그것은 임의의 순간에 핵폭탄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줍니다. 그 원자로속에 들어있는 8천개의 핵연료봉을 툭툭 털어내고 재처리하면 한주일사이에 핵폭탄 7∼8개를 만들수 있는 량의 플루토니움이 나오게 됩니다. 그들이 외국의 방조없이 자체로 원자력공업을 창설하고 발전시켜온 기술수준이면 핵폭탄제조도 능히 가능합니다. 때문에 나는 그들의 수중에 핵폭탄이 쥐여져있는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는것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클린톤은 생각했다. 그것은 무서운 일이다. 북조선의 조약탈퇴를 막지 않으면 돌이킬수 없는 후과가 초래될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압력을 받고있던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그 전례를 따르면 어떻게 되겠는가.

초대국 미국의 핵몽둥이는 어떻게 되겠는가?··· 미국의 방위전략은 물먹은 담벽처럼 무너져버릴것이다.

《그러니 결국》하고 그는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한가지 출로밖에 없단말인가?···》

《그렇습니다. 즉시 북조선의 핵시설을 철저히 파괴해버려야 합니다.》

애스핀이 한 말이였다. 그러자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하여, 자기의 주장을 설득시키기 위하여 우정 일어난것 같았다.

《나는 원칙적으로 〈포커스작전〉의 열렬한 지지자입니다. 그러나 최근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되였습니다.》

그의 얼굴은 불깃해졌고 눈빛은 날카로왔다. 잠시 동안을 두고 사람들을 휘둘러보는데 그의 엄엄한 눈빛에는 사람들을 위압하는 마술적인 힘이 있었다.

《이 강경한 공산국가는》하고 그는 례의 그 장엄한 억양을 가진 목소리로 열을 내기 시작했다. 《지금 미국과의 싸움을 각오하고있고 또 결심하였습니다. 나는 그것을 준전시상태를 선포함에 대한 북조선군 최고사령관의 명령문에서 벌써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결코 허세가 아니였습니다. 그때 나는 리야드에 가있었으므로 그곳 기자들한테서 숱한 질문을 받았는데 그들모두가 하나같이 미국의 압력에 대한 북조선의 이 반격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것이였습니다. 나는 한마디로 〈두고보아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4일후인 오늘 바로 북조선은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의 탈퇴라는 정치폭탄을 또 터뜨렸습니다.

나는 이 폭탄의 폭발로 지구의 한귀퉁이가 떨어져나가지 않을가 우려합니다. 문제는 이렇듯 심각합니다. 지금 벌써 온 세계가 이 사변으로 법석 끓어대고있을것입니다.

대통령각하! 북조선은 이미 선전포고도 하였고 오늘은 포문을 열었습니다. 선제타격을 받은것은 북조선이 아니라 바로 미국입니다. 이제 우리는 세계의 면전에서 만신창이 된 몰골을 내보이지 않으면 안될것입니다. 때문에 지금에 와서 북조선의 핵시설에 대한 폭격은 무의미합니다. 천둥소리가 요란할 때 북을 치며 고함을 쳐봤댔자 웃음거리로밖에 되지 않을것입니다.》

통상교섭의 권위자 워렌 크리스토퍼, 그는 카터정권시기 국무성부장관으로서 국무장관을 젖혀놓고 거의 모든 복잡한 외교담판을 다 책임지고 진행하였다. 빠나마조약을 체결한 회담, 이란에 잡힌 미국인 인질들을 석방시킨 회담 그리고 카터가 중성자탄 생산정책을 바꾸어 서도수상 슈미트가 노발대발했을 때 그를 찾아가 설복시킨 회담 등 많은 수다한 문제들을 맡아 처리함으로써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시야엔 언제나 전세계가 있었다. 랭정하게 분석하고 심각하게 사색할줄 아는 실무적인 정치가였다.

《우리는》하고 그는 계속했다. 《당분간 〈포커스작전〉을 뒤로 미루고 유럽과 중동문제에 일체의 관심을 집중하여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접시에는 로씨야문제, 보스니아ㅡ헤르쩨고비나문제, 소말리아, 중동, 아이띠, 일본, 유럽 문제 등이 가득차있습니다. 이것만해도 우리는 배가 터질지경입니다.》

합동참모본부의장 샬리카슈빌리대장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언제까지 작전을 미루어야 한다는것입니까?》

《소요가 갈앉을 때까지요.》하고 크리스토퍼가 정중히 대꾸했다. 《북조선문제는 당분간 가만 놔두는것이 좋을것이요. 분명히 말해두는데 지금 정세로서는 동맹국들의 지지도 확실치 않소. 내가 알아본데 의하면 유럽의 그 어느 나라도 만전쟁때와 같은 리해관계를 조선문제에서 찾지 못하고있소. 그러므로 나는 남들의 이목이 다른데 쏠렸을 때 벼락같이 기습하는 비스마르크식전법을 들이대자는것이요!》

크리스토퍼의 설득력있는 말에 샬리카슈빌리대장도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철혈재상》으로 력사에 알려진 도이췰란드의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젊었을 때 량친이 자기의 약혼녀인 요한나를 결사반대하므로 그들을 해설설복하다 못해 량친앞에서 갑자기 처녀를 끌어안고 열화같은 키스를 퍼부었다. 이 돌발적인 기습에 부모는 대경실색하였는데 비스마르크는 이 방법을 후에 정계에서 루차 써먹으면서 《나는 믿는다. 필요한것은 신앙과 용기뿐이다.》라고 말하군 했었다. 크리스토퍼는 지금 북조선문제를 그러한 기습전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그를 위해서는 당분간 작전을 미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는것이다.

클린톤은 생각했다. 크리스토퍼의 말과 같이 미국이 유일초대국으로서 세계적인 지도력을 종횡으로 휘두르기 위해서는 유럽에서 눈길을 떼여서는 안된다. 하여 클린톤도 유럽의 로씨야문제를 미국의 리익을 위한 선차적인 과제로 내세우고 얼마전 방쿠버에서 진행된 미로수뇌자회담때 옐찐대통령에게 《전략적지원》을 철저히 약속했던것이다.

그는 또 중동지역을 중시하고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을 두차례나 거기에 파견하였다. 중동지역에서는 이스라엘과 에짚트를 중시하되 이스라엘과의 전략관계에 중심을 두는것이 그의 구상이였다.

중국에 대한 정책은 완화하며 곧 최혜국대우를 갱신할 방침이다. 그는 닉슨대통령때부터 시작된 《중국을 고립시켜 발광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전통적인 견해를 따를 생각이다.

그러나 북조선은?!···이 견결한 공산국가를 단호히 응징함으로써 미국의 힘과 위세를 떨칠 생각이였는데 벌써부터 작전에 금이 가고있다. 자기의 정권내부에서도 균렬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애스핀국방장관이 크리스토퍼에게 공격을 들이대였다.

《우리가 계획하였고 오늘 그것을 앞당기려고 시도하는 〈포커스작전〉은 바로 정치적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그것을 미루어서는 절대 안됩니다. 동서간의 랭전구조가 허물어지고 북조선이 고립되여있으며 〈팀〉훈련의 명목으로 우리의 전술적공격집단이 조선반도에 대량 투입되여있는 이 기회, 북조선이 미국에 도전해나선 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됩니다. 절대 안됩니다!》

《당신은 흥분하고있소.》 크리스토퍼의 말이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법이요.》

《나는 벌써 일어나있는걸요, 각하!》

회의분위기는 긴장해졌다. 합동참모본부의장 샬리카슈빌리대장이 험악한 표정으로 서로 노려보고있는 그들 두사람의 주의를 끌려고 애쓰며 말했다.

《군대는 지금 명령을 기다리고있습니다. 바로 이 시각에도 괌도에 있는 두개 대대의 스텔스전투폭격기들은 북조선의 핵시설을 단숨에 날려버리기 위해 폭탄을 만재하고 활주로에 나와있습니다. 벌써 전쟁의 기관차는 출발했고 기관사는 기적변을 당기려 하고있습니다. 곧 기적소리가 온 세계를 뒤흔들것입니다!》

서사시를 읊는듯 한 그의 장중한 연설에 미간을 찌프리고있던 클린톤이 날카롭게 물었다.

《당신이 말하는 기관사는 누구요?》

《저··· 물론 그건 대통령각하를···》

《그러니 당신은 대통령을 대신하여 언명했겠소?》

《대통령각하, 제가 주장하는것은···》

《우린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논하기 위해서 모였소!》

클린톤의 엄한 말투에 그는 입을 벌린채 굳어져버렸다. 한순간 고통스러운 표정이 그의 얼굴에 스쳐갔다.

클린톤이 신경질을 부리는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그만 입을 다물어버렸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다 클린톤보다 나이가 많다. 제일 년장자인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은 스물한살이나 우이고 애스핀장관도 여덟살 우이다. 그러나 그들은 평상시 진스바지와 운동샤쯔, 야구모자, 롱구와 골프를 좋아하며 늘 웃는 그의 얼굴만을 보아왔었다. 지금도 그들은 클린톤이 선거경쟁을 벌릴 때 색스폰으로 쟈즈음악을 미친듯 불어대며 군중을 흥분시키던것을 잊지 않고있는것이다.

그러나··· 그의 높은 지위를 잊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귀염받는 시동이라도 함부로 제왕의 코수염을 건드리면 위불없이 모가지가 날아나는 법이다. 다들 눈길을 떨구고 침묵을 지켰다.

그때 대통령수석보좌관 토마스가 들어와 클린톤에게 지금 숱한 기자들이 벌떼처럼 모여와 북조선의 핵무기전파방지조약탈퇴성명에 대한 백악관의 견해를 알고저 한다고 했다.

클린톤은 시계를 보았다. 벌써 6시 20분이였다. 그러자 불시로 머리속에 쓸어드는 공허와 모진 허탈감에 전신이 노근해지는것을 느꼈다. 그러나 맥을 놓아서는 안된다. 그는 허리를 곧추 펴며 짜증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좋을대로 말해주오!》

토마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나가자 그는 력대의 민주당출신 대통령들중에서 그가 고른 초상화들이 걸려있는 벽면아래의 텔레비죤들을 원격조종으로 차례차례 훑어보았다. 미국의 4대텔레비죤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듯이 북조선의 핵무기전파방지조약탈퇴성명에 대하여 떠들고있었다. 그는 그중의 어느 한 론평원의 해설을 들어보았다.

《···최근 핵문제로 하여 국제사회계에 강력히 도전하고있던 이 공산국가가 드디여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탈퇴하기로 선언한것은 미국의 전쟁위협과 국제적인 제재압력에 대한 강한 반발인 동시에 미국의 세계전략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기려는 돌발적인 역습이라고 볼수 있을것이다.

북조선은 왜 이렇게 나오지 않으면 안되였는가? 미국과의 정면충돌에 뛰여든 이 기상천외한 결심은 어디에 근거를 두었는가? 이제 클린톤정권은 이에 어떻게 대처할것인가?··· 온 세계를 놀래운 이 사변은 아직 많은 수수께끼를 안고있지만 한가지 명백한것은 미국의 권익과 생존 그자체가 엄중히 위협당하고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클린톤정권은 이로 하여 련쇄될 당면한 국제적위기를 해소하는가 못하는가에 따라 자기의 국제적지도력을 검증받게 될것이다.》

클린톤은 부지불식간에 《빌어먹을!》하고 내뱉듯이 말하고는 텔레비죤을 껐다.

《보시오. 사태는 바로 이렇소. 온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있는데 지금 우리는 말다툼으로 시간을 보내고있소. 아니, 그래선 안되오. 여기서 당장 우리의 결단성과 의지를 보여주어야 하오, 토론을 계속합시다. 중앙정보국장이 말해보시오. 인젠 당신의 생각을 알고싶소.》

중앙정보국장 울지는 지난 기간 미국회상원군사위원회와 전략문제위원회 등에서 자기의 치밀한 일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준것으로 하여 클린톤 《팀》의 정보국장으로 선발되였다. 그는 대통령이 자기를 지명하자 난처해하며 변명했다.

《대통령각하, 중앙정보국사업을 맡은지 이제 겨우 석달밖에 안된다는것을 고려해주십시오. 저로서는 이제야 로씨야문제와 중동에 손을 잠그고있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래일이면 대답을 드릴수 있습니다.》

《왜 래일까지 기다려야 하오?》하고 클린톤이 날카롭게 들이댔다. 《당신이나 내나 한날한시에 출발한 사람들이 아니요? 우리 정치가들은 언제 어느때나 자기의 견해를 말할줄 알아야 하오!》

클린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미합중국대통령으로서 그리고 미군최고사령관으로서 국가안전보장회의의 결속을 지어야 했다. 그는 한동안 돌부처같이 까딱않고있다가 갑자기 이상해진 목소리로 말을 떼였다.

《나는 결심했소. 우리의 〈포커스작전〉은 변함없이 예정대로 시작될것이요. 그때까지는 한주일 남았소. 이 한주일을 우리는 효과적으로 리용하여야 하오. 북조선의 조약탈퇴선포에는 느슨하게 반응하는게 좋소.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심각한 일이다.〉 이런 정도로 말해둡시다. 그러나 군사적으로는 최대의 압력을 들이대여야겠소.

세계가 다 알도록 전술적핵무기를 실은 기동분함대를 조선동해에 증파해야겠소. 미국이 조선반도의 전쟁을 결심했다는것을 숨길 필요가 없게 됐소. 인제는 미국의 힘과 용기를 보여주어야 하오.》

그는 차츰 어성을 높이다 못해 주먹으로 탁자를 두드려 대기까지 하였다. 아직 사람들은 이렇듯 흥분한 클린톤을 본 일이 없다.

그의 입술은 떨렸고 두눈에서는 파란 불빛이 흔들거리고있었다.

《이제 남은 한주일동안.》 그는 부르짖었다. 《륙군의 정예부대들도 다 들이밀어야겠소, 누가 견디나 어디 두고봅시다. 그들의 반항은 무모한것이요. 그것은 북조선의 국가적종말을 의미할뿐이요!》

그는 말을 마치자 자리에 주저앉았다. 극도로 피곤하였으므로 더이상 지탱해낼 힘이 없었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