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편 1

제 2 편

1

 

모든 충격적인 소식은 언제나 전혀 뜻밖에 불쑥 날아드는 법이다. 클린톤은 대통령전용비행기안에서 에이에프피통신자료를 읽고있었다. 그의 옆에는 대통령개인보좌관 데이비드가 앉아있었는데 그는 클린톤이 흥분을 이기지 못하여 손에 든 종이장을 벌컥벌컥 번지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졸리는듯 한 눈길로 맞은편 기실벽쪽의 쏘파에서 차대를 마주하고 앉아 한담을 하고있는 재무장관과 상무장관을 물끄러미 쳐다보고있었다. 그는 이전 닉슨대통령대에는 연설집필조그루빠의 책임자로, 레간대통령때에는 보도국장으로 일한바있어 대통령을 자극하는 통신, 보도들이 어떤것인가를 잘 알고있는데 지금 클린톤이 흥분하고있는 리유는 도무지 짐작할수 없다는 표정이였다.

클린톤과 그의 수행원들은 로스안젤스에서 진행된 은행총재들의 1993년도 투자 및 통화거래회의에 참가하고 오는길이였다. 말하자면 미국경제를 재건하겠다는 클린톤의 선거공약이 실질적인 제일보를 내딛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고 오는셈이였으므로 응당 클린톤은 재무장관, 상무장관 등과 더불어 국내경제문제와 초미의 로씨야에 대한 투자문제 등을 의논해야 할것이였다.

그러나 클린톤은 비행도중에 받은 긴급전보에 정신이 팔려 다른 이외의것은 감감 잊고있었다.

 

ㅡ 3월 8일 에이에프피통신 ㅡ

공산북조선은 오늘 김정일최고사령관의 명령으로 전군, 전민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였다. 지금까지는 《팀》훈련과 관련하여 《전투동원태세》혹은 《전투준비태세》를 명령하던 이 강경한 공산국가가 준전시상태를 선포한것은 1983년 이래 처음이다. 이것은 분명 미국의 전쟁위협에 대한 한계단 더 높은 군사적대응이다.

계속하여 통신은 북조선군 최고사령관의 명령전문을 인용하였다. 클린톤이 눈밝혀 살피며 그 리면의 숨은 의도까지 타진해보려고 애쓴것은 그 명령의 구절구절이였다.

《미제국주의자들과 남조선괴뢰도당이 침략적인 〈팀 스피리트 93〉합동군사연습을 벌림으로써 우리 나라에는 임의의 시각에 전쟁이 터질수 있는 일촉즉발의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있다.

···

민족의 자주성과 나라의 평화를 귀중히 여기는 우리 인민은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자기의 존엄을 유린당하면서까지 평화를 구걸하지 않을것이다.》

클린톤은 다시 처음부터 통신을 훑어보다가 《김정일최고사령관의 명령으로》라는 문구에서 눈길을 멈추었다. 흥분할 때 흔히 있는 현상으로 그의 왼쪽 눈섭이 바르르 떨리였다. 어떤 기이한 느낌이 그의 마음을 자극하였다. 그 역시 미군 최고사령관이다. 《팀 스피리트》연습을 명령하고 극비밀리에 《포커스작전》을 추진시키고있는것은 클린톤이고 지금 이에 대응하여 강경한 자세로 《만약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이 새 전쟁을 도발한다면》, 《침략자들에게 섬멸적인 타격을 주겠다》고 엄중히 경고하고있는것은 북조선군 최고사령관이다. 그는 그 구절을 다시 처음부터 읽어 보았다.

《만약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이 새 전쟁을 도발한다면 우리 인민과 인민군대는 당과 수령을 위하여, 피로써 쟁취한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를 위하여 끝까지 싸워 침략자들에게 섬멸적인 타격을 주고 영웅조선의 존엄과 영예를 다시한번 떨칠것이다. 원쑤들은 우리 공화국의 한치의 땅, 한포기의 풀도 건드릴수 없다는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그는 어쩐지 매우 생소하게 느껴지는 《당과 수령을 위하여》,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 《영웅조선》등의 문구들을 찾아 바로 거기에 숨겨져있는 비밀의 의미를 새겨보려고 애썼다. 이러한 낱말들이 뜻하는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명령전문에 관통되고있는 엄중한 경고는 무엇을 암시하는것인가?···

(이것은 반발이며 도전이다! )하고 그는 자근자근 입술을 깨물며 생각하였다. (아니 그들은 감히 미국을 위협하고있다. 이 돌발적인 준전시상태 선포는 사실상 선전포고나 다름없는것이다!)

그는 개인보좌관 데이비드에게 즉시 워싱톤의 국방장관, 합동참모본부의장과 련계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즉시 긴급의제를 토의할수 있게 준비하도록 하라는것이였다.

사실 클린톤은 군사작전문제들에 들어가서는 국방성의 관리들보다 합동참모본부 장령들의 의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였다. 그것은 국방성이 륙해공군의 3부를 총관할하는 최고군사행정기관이기는 하지만 합동참모본부는 3군의 작전과 전술을 결정하는 대통령직속의 최고군사통수기관으로서 그곳의 장령들이야말로 직업적인 군인들이며 작전적두뇌진이기때문이다.

데이비드가 물었다.

《비행기는 이제 15분후 워싱톤에 도착할겁니다. 그들을 몇시까지 어데로 부르랍니까?》

클린톤은 시계를 보았다. 18시 45분이다. 그러자 문뜩 힐러리가 《저녁에 고어부부를 만찬에 초대했다는것을 잊지 마세요.》하고 당부하던것이 생각났다. 힐러리는 오늘 저녁 자기들의 결혼기념일을 그대로 지날수 없다면서 여러모로 타산해본 끝에 제일 가깝게 지내는 부대통령부부만을 청하기로 했던것이다.

클린톤은 재빨리 생각을 굴리고나서 말했다.

《이렇게 합시다. 그들에게 8시까지 내가 국방성작전보고실에 간다고 말해주시오.》

클린톤이 백악관에 들어선후 곧 부대통령 앨버트 고어부부도 나타났다.

그들부부는 둘 다 키가 큰 사람들이였다. 윁남전쟁때 종군기자로 활약하였고 그후 여러 대학들에서 법학을 전공한 고어는 클린톤보다도 두살아래이나 벌써 16년동안이나 국회에서 사업한 풍부한 정치경력을 가지고있었다.

그가 쓴 저서 《지구의 균형, 생태학과 인간의 정신》은 전국적으로 가장 잘 팔리는 책으로, 세계적인 작품으로까지 인정되고있다.

《부인》하고 고어가 힐러리와 인사를 나누며 물었다. 《오늘이 무슨 날이기에 이처럼 저희들을 초대하였습니까?》

《결혼기념일이예요.》하고 힐러리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어머!》하고 고어의 부인 티퍼가 입을 딱 벌리며 놀라와했다. 《그런걸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어요?》

고어도 나무람했다.

《정말 이건 너무하군요. 대통령부부의 결혼기념일에 아무 선물도 없이 오게 하다니.》

힐러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가 없었지요. 19돐이여서 무슨 혼식이라는 이름도 없으니까요. 래년 20돐이 되는 날엔 미리 알려드릴테니 도자기꽃병이라도 하나 사들고 오세요.》

그들은 유쾌하게 웃어댔다. 최근 미국에서 류행되는데 의하면 종래의 결혼기념일 5돐(나무), 15돐(동), 25돐(은), 50돐(금), 65돐(다이야몬드)외에 새로 1돐(종이), 10돐(석), 20돐(도자기) 기념일이 더 늘어나고있는것이다.

《그런데 대통령각하는 어쩐지 기분이 썩 좋아보이질 않는군요.》 고어의 말이였다.《은행가들이 대통령각하의 기분을 잡쳐놓은게 아닙니까?》

클린톤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게 아니라 북조선이 신경을 건드려놓았소. 그래 당신과도 좀 이야기해볼가 하는데··· 자, 갑시다.》

력대로 미국대통령들은 부대통령을 별로 상대하지 않고 경원시했으나 클린톤은 미행정부의 각료들중에서 자기와 같이 제일 젊은 앨 버트 고어와 사업상면에서뿐만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아주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있다. 그는 그 어떤 문제도 부대통령과 먼저 의논하고 뜻을 같이 한뒤에야 정책으로, 행동으로 옮기군 했다. 둘 다 남부출신으로서 민주당내 대통령후보지명전에서는 격렬하게 다투었지만 승부가 나자 곧 어깨를 맞대고 미국의 정계를 떠메고나선것이다.

가족들간의 래왕도 잦아 부대통령의 세아이들도 클린톤의 딸 첼시아와 아주 친해져서 누군가의 생일때에는 량쪽부모들까지도 다 모였었다.

그들은 2층에 있는 연회장으로 갔다. 고어부부는 좀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였다. 여느때같으면 1층에 있는 가족식당에 차리군 했었는데 오늘따라 크고 호화로운 연회장을 택했기때문이였다.

수많은 귀빈들이 앉을수 있는 커다란 원형식탁한쪽에 갖가지 료리들이 차려져있었다. 고어가 좋아하는 비프스테이크와 샌드위치, 아스파라가스와 담황색의 크고 두툼한 카스테라, 남새볶음이 있는가 하면 바베큐라는 메히꼬료리도 있었다. 호화롭다고는 할수 없으나 알뜰하게 차린 만찬식탁이였다.

남자접대원이 다가와 맥주와 포도주를 부어주었다. 그들은 먼저 대통령부부의 결혼 19돐을 축하하여 잔들을 찧었다. 구석쪽의 록음기에서 열정적인 탕고음악이 울려나왔다. 접대원들이 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듯 미끄러지며 새 료리들을 계속 날라왔다.

클린톤이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 바로 탕고이다. 그리고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바나나를 넣은 샌드위치이며 거품이는 맥주와 포도주도 얼마든지 마실수 있다. 그러니만큼 응당 기분이 좋아야 할 그였건만 지금은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표정이였다. 포도주를 채운 두번째잔을 손에 들고 빙빙 돌려보며 그는 갑자기 떠오른 시구절을 읊었다.

 

그 무엇도 너만 못하구나

오 그윽한 술잔이여

너는 나에게 부어주더라

희망과 젊음과 사랑을

 

클린톤이 입을 다물자 고어가 그 다음 구절을 이었다.

 

너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더라

신과 같이 되게 하더라!

 

클린톤은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당신도 보들레르를 좋아하오?》

《그저 대학시절에 좀··· 외워봤지요.》

《그럼 됐소. 보들레르는 저 좋을대로 술에 취하라고 내버려두고 우린 시간을 아낍시다.》

클린톤은 손에 들고있던 잔을 놓았다. 그리고는 여전히 초조해하는 표정으로 재빨리 말하기 시작하였다.

《북조선이 우리의 〈팀〉연습에 대응하여 오늘 준전시상태를 선포하였소. 아마 오늘밤 미국의 모든 텔레비죤방송들이 그것으로 떠들썩할거요. 뭐 미국의 증대되는 압력에 드디여 북조선이 반발해나섰다고 하겠지. 하지만 이것이 과연 단순한 반발이겠는가?··· 내가 놀랍게 생각하는건 바로 그들이 왜 그렇게 강경하게 나오는가 하는 그것이요. 우리가 그들의 핵시설을 공습했다면 몰라도 그저 년례행사처럼 벌려오던 〈팀 스피리트〉합동군사연습인데 왜 그처럼 신경을 쓰는가. 물론 〈팀〉훈련이 지금 세계에서 제일 규모가 큰 군사연습인것만은 사실이요. 나토의 군사연습도 이에는 대비가 안되오. 하지만 그것은 어제도 있었고 그제도 있었소. 오늘 비로소 처음 시작된것도 아닌데 북조선의 이 견결한 반응은 무엇을 의미하는거요? 혹시 그들이 우리의 숨은 기도를 알아차린건 아닐가. 그래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군사적명령을 선포한것은 아닐가?··· 》

그는 자기앞의 잔을 들어 단숨에 비워버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기웃하면서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어쩐지 석연치 않거든.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보고있고 무엇을 믿고있을가?···》

다들 입을 다물고있었다. 힐러리가 몇번이나 고어부부에게 료리를 권했으나 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있었다. 드디여 힐러리는 두팔을 벌리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는데 그것은 마치 《여러분, 이게 도대체 무슨 결혼기념일 만찬이예요!》하고 하소하는듯 하였다.

그러나 클린톤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가 보고있는것은 식탁의 정면벽이였다. 거기에는 죤 아담스대통령의 명제가 금빛으로 새겨져있었다. 그것은 그가 새로 지은 이 백악관에 처음 발을 들여놓으면서 한 기도였다.

《나는 이 집과 이 집의 후대들에게 복을 줄것을 하느님에게 빈다. 그러나 오로지 정직하고 지혜로운 사람만이 이 집의 주인으로 되기를 원한다.》

클린톤은 언젠가 제42대 대통령 빌 클린톤의 초상화와 명제판도 이 집의 어느 한 벽에 걸려지기를 희망하고있다. 왜 그렇게 되지 못하겠는가! 링컨의 방 그의 초상화밑에도 그가 한 유명한 말 《나는 모든 힘을 다해 내가 할줄 아는 일, 내가 할수 있는 일을 할것이다.》라는것이 새겨져있다. 그러니 왜 그러한것을 희망하지 않겠는가. 빌 클린톤은 지금 세계 제1의, 유일초대국의 대통령인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우선 북조선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력사상의 위인들을 보면 누구나 다 권좌에 오르면 즉시 자기의 힘과 지혜와 의지력을 과시하고저 했다. 《철혈재상》으로 불리웠던 비스마르크나 프리드리흐, 히틀러 그리고 원폭투하를 명령한 트루맨 등은 물론 근래의 정치가들 역시 자기의 힘과 의지를 발휘할수 있는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아무 주저도 없이 아르헨띠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에 뛰여든 영국의 《철의 아씨》태쳐부인, 빠나마를 단숨에 삼켜버린 레간, 아프가니스탄으로 진공한 브레쥬네브, 만전쟁을 주도한 부쉬··· 그들에게서 이것을 떼여놓으면 그들을 장식해주던 면류관은 빛을 잃을것이며 그들에 대한 기억도 즉시 사라져버릴것이다.

위인과 력사에 대한 클린톤의 견해는 바로 이러했다. 하기에 그는 지금 력사가 자기에게 《20세기의 트로이함락》을 위임했다고 믿고있었다. 미국의 많은 신임대통령들이 이루지 못한 북조선 정벌을 바로 빌 클린톤이 넘겨받은것이다.

그런데 별로 어렵지 않게 여겼던 그 일이 결코 순탄치 않으리라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북조선의 강력한 첫 반응이 그를 놀래웠고 허세가 아닌 그 힘찬 선언이 그를 불안케 하는것이였다.

그는 힐러리가 조용한 목소리로 《빌!》하고 불러서야 생각에서 깨여났다. 때를 기다리고있었던듯 부대통령 고어가 입을 열어 비로소 끊어졌던 화제를 이었다.

《대통령각하, 어쨌든 우리는 세계최강국의 지위에 알맞는 단호한 립장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이 어떻게 나오든 우리는 이미 선택한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명백히 《포커스작전》을 념두에 둔것이였다. 클린톤이 자기의 말에 눈빛을 번쩍이는것을 보자 그도 흥분하기 시작하였다.

《기회는 성숙되고있습니다. 북조선의 강경한 반응은 우리에게 그들의 핵시설을 파괴할 구실과 권리를 더해주고있습니다. 어쨌든 그들은 세계의 면전에서 우리가 요구한 핵시설들을 공개해야 하는데 오히려 선전포고를 들이대는것은 우리가 바라마지 않던 절호의 기회를 안겨주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대통령각하, 나뽈레옹이 말하기를 〈적의 장수는 결코 무능하지 않았다. 다만 한때에 너무 많은것을 생각하였을뿐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한 례를 력대의 미국대통령들에게서도 찾아볼수 있는데 한때에 너무 많은것을 생각했기때문에 절호의 기회를 놓치군 하였습니다. 상기해보십시오. 죤슨대통령은 〈푸에블로〉호사건, 닉슨대통령은 〈이씨ㅡ121〉비행기격추사건, 포드대통령은 〈판문점사건〉때 북조선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을 떠들고 실제로 무력을 끌어가기까지 하였지만 유감스럽게도 결단이 필요한 마지막순간에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였던것입니다. 그 결과 얻어진것이 무엇입니까. 동맹국들에 공산세계와 대처하는 미국의 신뢰감에 환멸을 주었을뿐이지요. 북조선때문에 미국은 련속 뒤통수를 얻어맞고 위신은 땅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전처를 밟아서는 절대 안됩니다.》

고어의 이 말은 클린톤의 마음에 들었다. 클린톤이 전례를 깨뜨리고 부대통령인 그와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있는것이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니다. 그의 말은 들을 가치가 있다. 그가 비록 이자리에 있는 사람들모두가 이미 생각해본 말을 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사실상 이 세상에 새로운 사상이란 없다. 인류는 벌써 3천년전에 자기의 지혜와 경험으로 그 모든 사상들을 새겨놓았다. 우리는 다만 낡은 사상의 파편들을 주어가지고 세월의 이끼를 벗겨내고 헝겊으로 닦아서는 마치 제것처럼 내흔들며 우쭐렁거리고있을뿐이다.··· 마침내 클린톤은 입을 열었다.

《당신 말이 옳소. 그래서 나는 이제 국방성작전보고실에서 〈포커스작전〉계획을 다시한번 검토해볼 생각이요.》

클린톤의 얼굴이 밝아지자 식탁은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고어는 흑맥주를 청했고 클린톤은 연신 포도주를 마시고 샌드위치를 집기 시작하였다.

그때였다. 지금까지 말 한마디없이 앉아있던 티퍼가 혼자말처럼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처럼 작은 나라가 어쩌면 감히 미국과 맞서 땅땅 을러댈수 있을가···》

고어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심리학전문가인 당신이 풀어보오.》

《지금 생각하는중이예요.》하고 티퍼는 의연히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그 나라도 작은 나라이지만 미국을 끌고 다니죠. 미국의 력대대통령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스라엘을 지킨다〉고 공약해왔어요. 왜 그랬을가요?》

고어가 설명했다.

《그거야 뻔하지 않소. 초대국인 미국의 명줄을 재미유태인들이 틀어쥐고있거든. 그들은 금융계의 중요산업은행들과 보험회사들의 대다수를 거머쥐고있고 수많은 이름있는 과학연구기관들과 언론계를 지배하고있소. 말하자면 류통관계와 지적인 분야에서는 그들이 단연 압도적이란 말이요. 지어 그들은 입버릇처럼 맑스, 프로이드, 아인슈타인 등 거성들의 이름을 꺼들면서 자기네 유태인들이 인류력사에 전환점을 가져왔다고 떠들고있소. 미국은 600만 재미유태인들의 지지가 없이는 발목을 잡히게 되오.》

《그러면.》하고 티퍼가 말했다. 《역시 작은 나라인 북조선은 어떤 힘을 배경으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을가요? 제가 알고싶은건 그거예요.》

그러자 고어는 그들의 대화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있는 클린톤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대통령각하, 사실 우린 이 나라에 대하여 너무나 적게 알고있습니다. 영국의 비비씨방송이나 미국의 씨엔엔텔레비죤방송만 하더라도 세계의 모든 나라들에 자기네 지부나 특파원을 두고있지만 유독 북조선에만 뚫고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내가 들은바에 의하면 그들의 코앞에 있는 일본사람들조차 잘 모른다고 합니다. 그저 무서워할뿐이랍니다.》

《모르니까 무서워하는거요.》 클린톤이 말했다. 《알지 못하는것에는 언제나 신비적인 공포가 따르는 법이니까.》

《안예요!》 힐러리가 끼여들었다. 《아무래도 오늘 만찬은 정치적인 료리로 배를 불리게 됐은즉 나도 한몫 끼우자요.》

힐러리는 밖에 나갔다가 얼마 안있어 자그마한 소책자를 하나 가지고 들어왔다.

《우연히 영국국방부 작전분석연구실에서 발행한 이 책을 읽다가 흥미있는 자료를 하나 찾아냈어요. 북조선사람들이 어떤 힘으로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있는가를 여기서 좀 엿볼수 있어요.》

힐러리는 미리 접어두었던곳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다.

《짐바브웨의 고요한 소도시 무라레에는 별로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신문사가 있다. 어느날 이 신문사의 한 녀기자는 중요한 소식을 입수하게 되였다. 그 녀성기자는 이곳 농업지구에서 오래동안 살아왔기때문에 이 지방에서 사는 사람들을 거의 다 알고있었다. 얼마전 그는 북조선군사고문들이 로버트지 무가베의 친솔부대로 될 제5려단을 훈련시키게 된다는 기사를 이 도시의 보잘것 없는 신문에 발표하였다. 그렇게 되자 이름도 없던 그 신문은 일약 전세계에 그 명성을 떨치게 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무가베는 대노하였다. 기사를 낸 녀성기자는 수도에 불리워가 심문을 받은후 사직서를 내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다.

그로부터 2년후 친위 제5려단은 반동분자들을 진압소탕하는데서 무자비하였으며 커다란 명성을 떨치게 되였다. 무가베는 바로 이 친위 제5려단에 의거하여 국내의 소요를 평정하였으며 공고한 정치적지반을 닦게 되였다.》

힐러리는 책을 덮었다.

《들으신것처럼 그들은 불과 몇사람이 갔을뿐이예요. 신식미싸일을 가져다준것도 없고 비행기와 대포, 땅크를 들이밀지도 않았어요. 그렇지만 그들에 의해 훈련된 제5려단은 수십개의 다른 부대들을 합친것보다 더 위력했어요. 그리고 짐바브웨는 오늘도 아프리카 중남부지역에서 유일하게 정치적으로 가장 안정된 나라의 하나로 남아있어요.》

힐러리의 말은 고어부부에게 심각한 인상을 준것 같았다. 그러나 클린톤은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스쳐버리고말았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것은 신심과 용기였지 고달픈 사색은 아니였다. 하여 그는 회의에서 결론을 지을 때 그러던것처럼 짐짓 위엄을 보이며 재빨리 말했다.

《자, 인젠 더이상 북조선문제를 꺼들지 맙시다. 그들이야 선전포고를 하건말건 나는 그것을 무시해버릴 생각이요!》

 

×

 

국방성작전보고실에서는 국방장관 레스 애스핀, 합동참모본부의장 샬리카슈빌리대장 외 또 여러 장령들이 대통령을 기다리고있었다.

작전보고실은 정방형의 드넓은 방으로서 네벽이 온통 지도와 대형형광막, 위성텔레비죤과 콤퓨터장치들로 꽉 차있었다. 방 한가운데 대통령과 그의 수행원들을 위한 회전의자가 적당히 놓여있었는데 레간대통령때부터 그의 취미에 따라 대통령의 의자는 반쯤 누워서도 볼수 있게 특별히 제작된것을 놓았다. 클린톤은 의자에 앉으면서 레간대통령은 여기에 앉아 별세계전쟁의 꿈을 꾸었을것이고 부쉬대통령은 자기가 벌려놓은 만전쟁의 참담한 정경을 흐뭇해서 보고있었을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제 얼마후면 그 역시 여기서 《포커스작전》의 성공적인 장면들을 보게 될것이다.

그는 애스핀국방장관과 합동참모본부의장 샬리카슈빌리대장을 손짓으로 가까이 와서 앉도록 했다.

《북조선이 오늘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는것을 당신들도 알고있을거요.》하고 클린톤은 회전의자를 반쯤 돌리며 말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거요? 나는 그들이 단호하게 반격해나옴으로써 오히려 우리를 돕고있다고 생각하오. 왜냐하면 우리가 계획한대로 〈포커스작전〉을 아무런 꺼리낌도 없이 일격에 단행할수 있는 가능성을 주기때문이요. 어떻소,당신의 생각은?》

클린톤의 어조가 그 무슨 의견을 듣고저 하는것이 아니라 자기의 견해를 납득시키려는것이므로 상대의 두사람은 거의 동시에 그의 말을 긍정하였다.

《옳습니다. 대통령각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통령각하.》

《좋소, 그럼 〈포커스작전〉이 어떻게 추진되고있는지 들어봅시다.》

샬리카슈빌리대장이 맞은편에 서있는 륙군작전참모차장 죤 윌크슨중장에게 눈짓했다. 클린톤도 잘 아는 그가 바로 이 작전의 직접적인 발기자이고 주요계획작성자였던것이다. 월크슨중장이 앞으로 나섰다.

《대통령각하, 작전은 벌써 그 1단계준비가 완료되였습니다. 그럼 그에 대한 자료를 비데오화면으로 보시겠습니다.》

윌크슨이 원격조종장치를 누르자 왼쪽벽면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 대형형광막에 돌연 매혹적인 열대풍치를 가진 섬이 나타났다.

《괌도입니다.》

윌크슨의 말이였다.

공중촬영으로 본 괌도의 전경에 이어 점차 화면에는 열대의 숲사이로 가로세로 뻗어간 도로들과 항만, 비행장들이 나타났다. 촬영가들이 대통령을 위한 이 보고자료도 예술적으로 만들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였다.

클린톤은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그곳의 풍치를 눈여겨보면서 제2차대전기간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하고 그 다음날엔 벌써 전괌도를 차지한데 반하여 미국은 1944년말 20여일간의 혈전을 통해 근 1만명의 희생자를 내고서야 괌도를 탈환하였던 불우한 력사를 상기하였다. 그러한 괌도가 지금은 미전략공군의 전초기지, 미해군의 《폴라리스》탄도미싸일핵잠수함기지로서 마샬군도, 카롤린군도 등과 함께 서태평양의 궁형기지망을 이루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기지로 되고있는것이다.

《앤더슨비행장입니다.》 윌크슨이 설명을 계속했다. 《지금 스텔스전투폭격기들이 남조선의 K47(춘천)기지를 목표로 리륙하고있습니다. 비행시간은 3시간 24분, K47기지에 이르기까지 대공감시레이다에 포착됨이 없이 성공적으로 비행을 하며 전자전지원기의 도움없이 자체로 목표물을 탐색하여 기습공격을 단행합니다.

작전에 참가하는 이 비행기 〈에프117ㅡ에이〉는 3개편대, 목표물은 북조선의 녕변지구와 류사한 지형에 설치해놓았습니다. 이미 3차례의 기습공격연습을 성과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화면에는 스텔스전투폭격기들이 가상적인 목표물에 미싸일공격을 가하는 장면들이 나타났다. 흰 글자로 새겨놓은 A, B, C, D 등 목표물들이 련이어 형체도 없이 날아나버렸다.

클린톤은 단 한순간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있었다. 그는 이 작전의 성공과 그 효률성을 의심하지 않았으며 그런것만큼 자기가 제작한 영화에 매혹된 연출가와 같은 심정으로 거기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이 작전의 주역을 맡은 스텔스전투폭격기를 그는 사랑하였다. 그와 같은 고도기술무기가 자기의 수중에 쥐여져있는것을 행복하게 여기지 않을수 없었다.

스텔스전투폭격기는 15년전부터 미국방성에서 극비로 추진해온 《포씨빌리티(가능성)21BC계획》 즉 21세기에 가능할 전투기계획에 근거하여 제작된것으로서 예견보다 빨리 완성되여 군수산업복합체인 《노트로프》회사가 맡아 캘니포니아주의 남쪽도시 팜데일에 공장을 세우고 엄격한 통제와 감시속에서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비행기는 기체외면을 복잡하게 꾸며맞추어 불련속표면으로서 레이다파를 분산하며 한편 발신방향에 전파를 반사하지 않고 상대의 탐지를 곤난케 하는것으로 유명해졌다. 특히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체표면에 전파흡수제를 붙이고 전파의 반사와 적외선의 방출을 극력 억제하도록 하였다. 이 비행기들은 바로 만전쟁때 출격명령이 내린후 단 24시간동안에 이라크의 전략적목표물 31%를 파괴하였던것이다.

이러한 최첨단기술로 장비된 비행기편대들이 북조선의 핵시설을 단숨에 파괴해버리리라는것은 의심할 여지도 없다. 《포커스작전》이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있는것만큼 이후의 작전행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리라는것 역시 의심할바 없다. 그런데 무엇때문에 클린톤은 불안해하고 초조해했단말인가. 북조선군 최고사령관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명령의 강경한 어조때문이란말인가?!···

윌크슨의 설명은 계속되였다. 일본의 요꼬스까항, 괌도의 아푸라해군기지에서 떠난 항공모함전단이 나타났다. 군사작전에 문외한인 대통령을 위해 윌크슨중장이 상세한 설명을 가했다. 그러나 미군최고사령관으로서의 빌 클린톤은 작전을 연구하고 전술적지도작업을 할 의무까지는 지니고있지 않았다. 그는 다만 전쟁을 결심하고 명령만 하면 되는것이다. 이윽고 《포커스작전》추진정형에 대한 윌크슨의 설명이 끝나고 화면이 멎었을 때 그는 물었다.

《이것뿐이요?》

《예,그렇습니다. 각하!》

합동참모본부의장의 대답이였다.

클린톤은 어느덧 마음속 불안이 서서히 가셔지고있었지만 그것을 나타내지 않았다. 무엇인가 부족되는듯, 못마땅한듯 천천히 머리를 가로저었다.

대통령의 이 뜻밖의 불만에 사람들은 난색을 하며 서로 마주보았다. 이 이상 또 무엇이 필요하단말인가. 최신예고도기술무기와 장비들, 정예의 륙해공군부대들을 다 끌어가고있지 않는가? 하는 의미였다.

《전술적성공이 없이는 전략적성과도 얻지 못하는 법이요.》하고 클린톤은 언젠가 클라우제위치의 《전쟁론》에서 읽은 기억을 되살리며 말했다. 《지금 북조선이 강하게 도전해나오고있는것만큼 그들에게 우리가 실지 전쟁의 시한탄을 작동시키고있다는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소. 핵전략폭격기 〈비ㅡ1비〉나 스텔스전투폭격기들, 항공모함 이것들만으로는 아직 부족하오.》

다들 긴장하여 자기를 지켜보고있는것을 보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핵전쟁시한탄의 바늘이 움직이고있다는것을 보여주어야 한단말이요. 그것을 비밀리에 그러되 그들이 충분히 눈치챌수 있게 보여줘야만 이 강경한 공산국가의 수뇌부를 경악케 할수 있소!》

그제야 국방장관과 합동참모본부의장 등은 클린톤의 요구를 알아차린듯 했다. 놀람과 경이의 눈빛으로 대통령을 바라보며 샬리카슈빌리대장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각하! 북조선의 준전시상태선포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잘 알겠습니다. 이제 곧 서울에 〈C3 I(씨3아이)체계〉를 발동시킬데 대한 지령을 주겠습니다.》

윌크슨중장이 재빨리 대형형광막에 조선지도를 비치고 대통령이 만족해할만 한 설명을 붙였다.

《씨3아이체계》란 영어의 COMMAND(지휘), CONTROL(통제), COMMUNlCATION(통신)의 머리글자 C3개와 INTELLIGENCE(정보)의 머리글자 I를 합쳐부르는 말로서 그것은 핵무기를 사용하게 될 경우의 작전지휘통신체계 즉

① 핵 공격명령전달체계

② 목표지점의 위치 및 전투정황지령체계

③ 전체 정보를 종합처리한뒤 이를 군지휘에 적용하는 체계.

④ 이상의 작전지휘를 보장하는 통신체계를 의미하는것이였다.

미군의 《씨3아이체계》전방지휘소는 서유럽의 나토군사령부와 극동의 서울에만 전개되여있다. 만전쟁때에도 이러한 극비의 체계는 필요되지 않았다.

클린톤은 만족하였다. 자기의 군사적지혜에 경탄하는 사람들의 눈길이 더욱더 그를 기분좋게 하였다. 불시로 사람들과 롱을 하며 골프를 치거나 차를 쾌속으로 몰아대고싶은 생각까지 났다.

그러나 지금은 한밤중이고 아직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다. 골치아픈 국내경제문제, 일본과의 무역마찰, 로씨야문제, 아이띠와 보스니아ㅡ헤르쩨고비나문제, 소말리아와 중동문제··· 그는 대통령으로 정식취임한 이래 아직 한번도 늘어지게 잠을 자본 일이 없다. 그러나 《포커스작전》의 성공에 대한 신심이 다시금 그의 원기를 돋구어주었다. 이제 《씨3아이체계》까지 발동되면 북조선군 최고사령관은 어떻게 나올것인가?··· 부쉬대통령때 설립된 《K. J. I(케이 제이 아이)연구소》(김정일연구소)가 밝힌데 의하면 북조선의 김정일최고사령관의 군사적령도의 특징을

첫째, 판단의 정확성

둘째, 단호한 결심

셋째, 설정된 목표에 대한 무자비한 타격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사상최대의 군사장비와 핵전력이 투입된 오늘의 시점에서는 사정이 판판 다르다. 그는 그것을 확신하고있었다.

그는 물었다.

《작전개시전까지는 며칠 남았소?》

《열하루가 남았습니다. 각하!》

역시 샬리카슈빌리대장의 대답이였다.

《음ㅡ》

그는 손가락마디를 딱딱 꺾었다. 이제 11일후이면 뜻밖의 충격적인 소식에 접하여 온 세계가 끓어번질것이다.

《좋소.》하고 그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으시대듯이 말했다. 《나는 그것을 무시해버릴 생각이요!》

국방장관과 합동참모본부의장 등은 그가 무엇을 념두에 두고 하는 말인지 몰라 얼떠름해있었다.

그것은 북조선의 준전시상태선포를 두고 한말로서 클린톤자신 그 말을 벌써 두번째로 했다는것을 알지 못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