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편 5

제 1 편

5

 

모든것이 추위에 얼어붙고 깊이 잠들어버린 그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북방의 한 기계공장을 현지지도하시고 수도에로 돌아가고계시였다.

새벽 3시였다. 승용차는 싸늘한 2월의 밤을 꿰지르며 바람과 같은 속도로 질주해갔다. 이따금 눈석임물이 흘러 얼어붙은곳을 지날 때마다 길바닥에 깔린 얼음이 무거운 바퀴에 짓이겨지는 소리가 들릴뿐 텅빈 도로엔 오가는 차들도 거의나 볼수 없었다. 지상의 모든것이 굳잠속에 깊이 잠겨들었다. 이밤 수도에로 이어진 이 길우에서 움직이고있는것은 오직 그이께서 타신 승용차뿐인듯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보시던 문건을 무릎우에 놓고 시창밖으로 눈길을 주시였다. 짙은 어둠속에서도 등성이쪽의 채 녹지 않은 눈더미들이며 경사진 밭들과 그 웃쪽에 어성버성 둘러앉아있는 다박솔들이 분간되시였다.

《이제 머지 않아 봄갈이를 시작해야 할텐데··· 》하고 그이께서는 속으로 조용히 뇌이시였다. 《아마도 이해의 봄은 몹시 어려울것이다. 어쩌면 생사가 판가름되는 엄혹한 봄으로 될수도 있다. 이해의 봄은!···》

지금 미국과 세계반동들은 이른바 《핵문제》를 구실로 우리에 대한 로골적인 압살책동에 미쳐날뛰고있다. 특히 올해 1993년에 들어서면서 핵문제는 전쟁을 몰아오는데까지 이르고있다.

그리하여 온 세계가 손에 땀을 쥐고 조선을 지켜보고있는 가운데 우리의 지지자, 동정자들속에서도 우려를 표시해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있다. 얼마전 우리 나라에 왔던 유럽의 어느 한 나라 공산주의로동자당 대표단의 실례가 바로 그러하다.

《사실 조선이야말로 사회주의의 운명을 지켜선 성새입니다.》하고 그들은 말했다. 《그런데 지금 미제를 비롯한 세계반동들이 핵문제를 구실로 사회주의조선을 압살하기 위해 미쳐날뛰고있는 형편에서 저희들은 커다란 불안을 느끼지 않을수 없습니다. 김정일동지, 좀 말씀해주십시오. 당신께서는 이 핵대결전이 어떻게 결말짓게 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믿습니다.》하고 그이께서는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적들의 압살책동은 파탄을 면치 못할것입니다.》

《물론 저희들도 당신께서 정세를 락관하고계시리라는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쏘련과 동유럽사회주의나라들이 무너진 조건에서 지금 조선은 거의나 고립무원한 상태에 있지 않습니까.》

《왜 고립무원한 상태이겠습니까. 세계에는 우리의 벗들과 지지자, 동정자들이 많습니다. 가령 당신들만 해도 절대적인 우리의 지지자들 대오에 서있지 않습니까.》

《예, 예, 그건 옳습니다. 그러나···》

《말씀하십시오. 무엇이 또 우려됩니까?》

《지금 우리는 만전쟁을 통하여 기고만장해진 미국이 여기 조선반도에서도 전쟁의 불집을 터뜨리지 않을가 하고 우려하고있습니다.》

《그럴수 있습니다. 벌써 우리 조국땅우엔 전쟁의 불구름이 밀려오고있습니다.》

《당신께서는 여전히 태연하신데 우리는··· 만약 전쟁이 일어날 경우 세계의 유일초대국인 미국의 군사적위력과 또···》

그러자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알만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수령, 당, 대중의 일심단결된 힘이 있습니다. 그 어떤 현대적무기나 기술수단도 이것은 깨뜨릴수 없습니다. 그에 대하여 더 명백히 알고싶거든 우리의 로동자, 농민, 병사들을 만나보십시오. 그러면 우리의 신심과 락관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있는지 잘 알수 있을것입니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그이께서 믿고계시는 절대의 힘이였다.

지금 그이께서는 오늘 만나보신 기계공장 로동계급의 미더운 모습을 그들앞에 보여주고싶은 심정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오늘 그곳 로동계급에게 종래의 사회주의시장이 없어지고 적들의 봉쇄가 날을 따라 더욱더 악랄해지고있는 조건에서 사실 우리의 형편은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만난을 박차고 사회주의를 지켜야 한다, 그러자면 동무들이 더 많은 기계를 만들어 나라의 경제건설과 국방력강화에 크게 이바지하여야 한다, 당은 동무들을 믿고있다고 말씀하시였었다. 그러자 그들은 《장군님! 저희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기어이 올해계획을 상반년안으로 넘쳐수행하겠습니다. 적들이 봉쇄를 하건 제재를 하건 당앞에 다진 맹세를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저희들을 믿어주십시오.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합니다.》하고 가슴을 터치며 부르짖었다.

지배인과 기사장이 그렇게 말했고 3대혁명소조원과 선반공도 그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의 후방은 든든하다. 적들이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와도 이러한 인민이 있는 한 우리는 끄떡없다!···

그이께서는 무릎우에 놓고있던 문건을 다시 펴드시였다. 그것은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종군기자로 전선에 나갔다가 적들에게 체포된후 34년동안이나 철창속에 갇혀 옥고를 치른 리인모를 조국의 품에 데려오기 위한 대책안이였다.

리인모!··· 인제는 온 세상에 알려져있는 불굴의 인간 리인모, 기나긴 세월 옥중고초를 겪으면서도 끝내 《전향》을 거부한 리인모··· 그이께서는 문건에서 눈길을 드시였다. 어느덧 시간의 흐름도 겹쌓인 피로도 다 잊으시였다. 고르롭게 울리는 발동소리, 가벼운 진동, 경쾌한 질주··· 세월은 살같이 내닫고 사람의 한생도 순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혁명가들은 순간에 불과한 그 삶을 홰불처럼 불태우려고 한다. 황황 불타는 그 삶의 빛이 영원히 꺼지지 않기를 바란다.

 

청춘을 헛되이 보내지 않은

기쁨이여 영광이여

네 뼈마디에 마지막 기름이 마르고

네 심장이

마지막 맥박을 칠 때까지

조국을 위한 싸움을

계속하라

 

옥중에서 리인모가 쓴 시의 한구절이다. 구겨진 한장의 종이도 없이 모지라진 꽁다리연필도 하나 없이 꺾이지 않는 신념과 의지를 불길처럼 태워 심장속에 새겨놓은 시구절이다. 참으로 리인모야말로 시대의 영웅, 자랑스러운 조국의 아들, 인민의 아들이다. 하여 그의 삶과 투쟁은 곧 우리 인민의 억센 신념과 의지의 산 모범으로 되였다. 이제 준엄한 시련이 닥쳐오면 우리 인민모두가 바로 그처럼, 불굴의 리인모와 같이 굴함없이 끝까지 싸워 이길것이다!···

그이께서는 문건표지에 리인모를 데려오기 위한 사업을 정치화하지 말고 인도주의적문제로 제기하여 세계적여론을 더욱 광범히 불러일으킬데 대하여 쓰시고 다시 눈길을 드시였다. 한순간 시창밖을 내다보시던 그이께서는 승용차가 달려가는 먼 앞쪽에서 가물거리는 하나의 불빛을 발견하시였다. 반디불같은 작은 불빛이였다. 무심히 스쳐버릴수도 있으련만 삼라만상이 잠들어있는 이 깊은 밤 유독 그 하나의 불빛만이 홀로 껌벅이고있는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시였다.

갑자기 커졌다작아졌다하며 껌벅이던 그 불빛이 가뭇없이 사라져버렸다. 그이께서는 가볍게 머리를 흔드시였다. 눈의 피로때문에 그만 잘못 보았는가?··· 하지만 잠시후 또 그 불빛이나타났을 때 그이께서는 은연중 가벼운 미소를 띠우시였다. 그 불빛에 어떤 사연이 있을것 같은 예감이 드시였다. 불빛은 점점 더 가까이 쾌속으로 달리는 승용차를 맞받아 움직여오는듯 했다. 잠시후엔 그것이 좀더 뚜렷해졌다. 큰길에서 가까운 내가의 논판에 켜진 뜨락또르 전조등이였는데 어째서인지 눈알 하나는 죽어있었다.

뜨락또르옆에서 몇사람이 열심히 무슨 일인가 하고있었다. 밭갈이때도 아닌데 들에서 밤을 새우며 일하고있는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시였다.

《차를 세우오.》

그이께서 하신 말씀이였다. 그러자 승용차는 속도를 죽이며 미끄러져가다가 뜨락또르가 서있는 내가의 다리근처에서 소리없이 멎었다. 책임부관이 재빨리 말씀드렸다.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아니, 시원한 바람도 쐴겸 좀 나가보겠소.》

책임부관이 먼저 내려 문을 열고 털모자를 드리였지만 그이께서는 가벼운 손짓으로 그냥 두도록 하시였다.

어데선가 희미한 안개가 어둠속을 헤염쳐오고있었다. 그이께서는 뜨락또르가 퉁퉁거리고있는 논판의 두렁길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책임부관이 서둘러 앞서가려고 하였지만 또 손을 들어 제지하시였다.

뜨락또르곁에서 걸이대질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시였다. 털모자를 쓴 사람도 있고 그저 목도리만 두른 사람도 있었다.

콕콕 찌르는듯 한 랭기와 더불어 차고 눅눅한 안개속에서 두엄냄새가 풍겨왔다. 그이께서 다가가시자 일하던 사람들이 허리를 펴고 돌아보았다.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이 늦은 밤에 여기서 무슨 일을 하십니까?》

그러자 털모자를 쓴 사람이 손에 낀 장갑을 벗어 바지무릎을 툭툭 치며 거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거름을 나르고있습지요.》

늙은이의 목소리였다. 어둠속이여서 그이를 미처 알아뵙지 못했던것이다. 그이께서 또 물으시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늦게까지 일합니까?》

아무도 대답을 못했다. 범상치 않은 그이의 음성에 놀라 모두 굳어지는듯 하더니 다음 순간 거의 동시에 손에 들고있던 걸이대며 삽을 놓고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아니?!···》

낡은 개털모자를 쓴 늙은이가 먼저 이렇게 부르짖고는 황황히 두손을 솜옷 앞자락에 문지르며 모자를 벗어들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러자 함께 일하던 다른 두사람 역시 모자와 목에 감은 목도리를 벗으며 어푸러질듯 앞으로 달려나왔다. 세사람 다 낡은 솜옷을 입고 커다란 솜신발을 신고있는 늙은이들이였다. 희끗희끗한 머리터럭이 바람에 날리고있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거의 일시에 목멘 소리로 부르짖으며 늙은이들은 허리를 깊숙이 굽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급히 앞으로 나서며 그들을 일으키시였다.

《이러지들 마십시오. 자, 어서 모자를 쓰십시오.》

그러나 늙은이들은 모자를 쥔 손을 후들후들 떨고있을뿐이였다.

너무도 뜻밖의 일이여서 벅찬 감격에 그만 목이 꽉 메여버린듯 했다. 그들의 눈에서는 벌써 눈물이 끓기 시작했는데 차디찬 별빛이 거기에서 부서지군 하였다.

《자, 모자를 쓰십시오, 그러다 감기들겠습니다.》

그이께서는 맨앞의 늙은이에게 먼저 모자를 씌워주시였다.

《성함을 어떻게 부릅니까?》

《예, 김윤필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분은?》

《예, 박순호입니다.》

그다음 늙은이는 허만득이라고 했다. 모두 륙칠순을 넘겼음직한 늙은이들이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하고 그이께서는 놀라와하며 물으시였다. 《이 깊은 밤에 왜 로인들만 나와 일하십니까?》

그러자 김윤필이라고 한 제일 옹골차보이는 늙은이가 자기들이 지난해 모두 아홉명으로 로병분조를 뭇고 이 개펄논들을 새로 일구었는데 지금 여기에 거름을 실어나르는중이라고 대답올렸다. 김윤필이 바로 로병분조장이였다.

《로병분조라··· 그러니 다들 전쟁에 참가한 로병들이란말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옛 병사시절의 몸에 밴 습관이 남아있어서 늙은이들은 허리를 쭉 펴며 입을 모아 대답올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후더워지는 마음으로 그들모두를 한사람한사람 여겨보시였다. 올해는 조국해방전쟁승리 40돐이 되는 해이다.

온 나라 방방곡곡에서 지금 전쟁로병들이 위대한 수령님의 새해신년사를 높이 받들고 전승 40돐을 빛나게 맞기 위해 로병분조, 로병작업반, 로병예술소조, 로병지원대 등을 뭇고 탄광과 광산, 농촌과 건설장 등지에서 성실한 땀과 노력을 다 바치고있다.

《그런데.》하고 그이께서는 김윤필에게 물으시였다. 《왜 이렇게 밤늦게까지 일합니까. 낮에 실어내면 안됩니까?》

《저··· 그럴만 한 사정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일군 논밭이 사처에 널려있어서 거름을 실어내는 일이 제일 걸렸습니다. 그래서 뜨락또르신세를 져야 하는데 농장적으로 뜨락또르가 몇대밖엔 뛰지 못하고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왜 뜨락또르가 다 뛰지 못합니까?》

《저··· 그건 》

《일없습니다. 어서 사실대로 얘기하십시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하고 김윤필은 자기의 거쉰 탁성을 낮추어가며 힘들게 말씀드렸다.

《올해 농사에 쓸 기름공급량이 례년보다 퍽 줄어들었습니다. 여느때같으면 봄갈이를 앞두고 숱한 기름이 준비됐겠는데 지금은··· 그전때의 절반량도 되나마나합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이것이 불가피한 일이라는걸 잘 알고있습니다. 지금 미국놈들이 어떻게 하나 우리를 어째보려구 피눈이 되여 날뛰고있지 않습니까. 놈들이 점점 더 우리에 대해 제재를 가하구 봉쇄를 하기때문에 기름사정이 더 어려워지고있는줄을 저희들도 압니다. 그래서 농장관리위원회에서는 숱한 뜨락또르들에 다 기름을 주어 랑비하기보다는 그 수자를 줄여 공급해서 분한있게 쓰기루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희들은 부득불 밤에 거름을 실어나르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습니다.》

《음ㅡ》하고 그이께서는 조용히 뇌이시였다. 《농번기가 멀지 않았는데 걱정이 많겠군요.》

《예, 걱정만 앞세우면서 올해농사가 어렵겠다고 우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기름이 없고 뜨락또르가 뛰지 못하면 농사를 짓지 못하는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우리 로병들은 그게 더 걱정입니다. 우리 농민들이 언제 이렇게 되였는지··· 가슴이 아픕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믿음이 어린 시선으로 김윤필과 다른 두 늙은이를 여겨보시였다. 역시 로병들이 다르긴 다르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지금 이들은 적들이 우리에 대한 압살책동의 일환으로 원유를 비롯한 전략물자들을 철저히 봉쇄하고 온갖 수법으로 제재를 가하고있지만 그런것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있는듯 하다. 이들이 걱정하는것은 적들의 책동이 심해지자 신심을 잃고 주저앉는 사람들이 있는 그것이다.

하늘에서는 두터운 구름장들이 떼지어 흘러갔다. 그 구름장들 틈새에서는 추위에 떠는 작은 별들이 파란 눈으로 지상을 내려다보고있었다. 가까운데서 소리를 낮추었던 뜨락또르의 발동소리가 웬일인지 별안간 더 크게 울리는듯 하였다. 그러자 가슴을 조이며 그이를 우러르고있던 김윤필이 흐느끼듯 숨을 들이그으며 입을 열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기름이 모자라면 송탄유를 뽑아써도 됩니다. 벌써 그런 론의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군당책임비서동무가 어떻게 하나 군자체의 힘으로 풀어보자면서 송탄유를 잘 정제하기 위한 시험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송탄유도 뽑아쓰고 그것도 모자라면 소로 밭을 갈고 달구지로 거름을 실어내면서라도 기어이 올해 농사를 잘 짓겠습니다.》

《소로 밭을 간단말이지요. 소로 밭을 간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하고 김윤필이 흥분어린 목소리로 또 말씀드렸다. 《지금 놈들이 자꾸 봉쇄를 하구 또 전쟁의 불집을 터뜨리자구 하는 때 기름문제가 풀리기를 기다리기만 할수야 없지 않습니까. 설사 기름문제가 풀리지 않아도 농사일은 저희들이 다 맡겠습니다. 그러니 농사일에 대해선 걱정하지 마십시오.》

서있던 두 늙은이도 《정말입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농사일은 저희들이 다 맡겠습니다!》하고 말씀드렸다.

불현듯 그이께서는 뜨거운 물결이 가슴속으로 넘치게 흘러드는것을 느끼시였다.

인제는 뜨끈한 아래목에 앉아 대접을 받으며 쉬여도 되련만 자기들끼리 로병분조를 뭇고 새로 일군 개펄논에 거름을 실어나르는 이들, 흙과 두엄에 게발린 허름한 솜옷을 입고 커다란 솜신발을 신고있는 이 후주른해보이는 수수한 공로자들을 더 아끼고 더 위해주고 더 내세워주고싶으시였다.

《고맙습니다.》하고 그이께서는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오늘 여러분들이 저에게 큰 힘을 주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늙은이들의 주름깊은 눈가에도 눈물이 줄펀해졌다. 김윤필이 또 일동을 대표하여 말씀드렸다.

《저희들은 그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부디 건강하시기만을 빌고 또 빕니다. 그런데··· 오늘도 이처럼 늦은 밤길을 가시니··· 가슴이 막 쓰리고 저려듭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김정일동지께서는 거쿨진 그의 손을 힘주어 잡으시며 갈린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로병동무들의 그 마음이 있어 저는 건강합니다. 오늘 이렇게 훌륭한분들을 만나 알게 되여 정말 기쁘고 힘이 솟습니다. 그저 부탁하고싶은것은···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부탁합니다.》

그이께서는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후날 꼭 다시 만나자고 말씀하시였다.

이윽고 그이께서 타신 승용차는 수도에로의 먼길을 다시 달리기 시작하였다. 모자를 벗어들고 깊숙이 허리굽혀 인사를 올리던 늙은이들이 마구 덤벼치며 따라오는것이 알렸다. 어둠속에서 목메여 부르짖으며 차를 따라 달려오다가 또 허리굽혀 인사를 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의 모습이 어둠속 멀리에 영영 묻혀버릴 때까지 그냥 되돌아보시였다. 그들의 모습은 멀리 뒤에 남았어도 그들이 올린 진정에 넘친 말들은 끝없는 속삭임처럼 여전히 귀가에 울려오는듯 느껴지시였다.···

당중앙위원회청사에 이르신 그이께서는 곧 정무원총리를 전화로 찾으시였다. 그 시각 총리는 단천지구에 나가있었다. 잠시후 전화가 련결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먼저 철강재와 아연, 세멘트 및 마그네샤크링카의 수출정형에 대하여 물으시였다. 정무원총리가 늘어나는 수출물자의 납입기일을 보장하기 위해 직접 김철과 검덕, 단천지구를 돌아보고있다는것을 알고계신때문이였다.

총리로부터 그에 대한 자상한 보고를 받으신 그이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지난밤 내가 한 농촌마을의 전쟁로병들을 만나보았는데 지금 농업부문에 대한 기름공급량이 지난해보다 훨씬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나도 기름사정이 날로 긴장해지고있다는것을 알고있지만 농번기를 앞두고 농업부문에서 기름이 부족된다는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총리동무, 어떻게 되여 원유수입이 지연되고있습니까?》

예견하신바 그대로 총리는 지금 이런저런 사정으로 로씨야로부터의 수입이 지연되고있는데다가 적들이 전략문자들에 대한 봉쇄를 더욱 강화하고있기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런 실정에서.》하고 총리는 말을 갑자르며 계속하였다. 《계획했던 원유수입이 난관에 봉착하고있는데다가 미국의 압력으로 하여 어떤 원유수출국들은 이미 체결한 계약을 취소하고있는 형편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천천히 손에 들고있는 송수화기를 꼭꼭 누르시였다.

《내가 알고싶은것은 정무원에서 어떤 대책을 취하고있는가 하는 그것입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정무원에서는 우리와 계약한 나라 정부와 회사들에 실무대표들을 다시 파견하였습니다. 한편 유조선임대조직도 하면서 특히는 대륙을 통한 수송조직에 힘을 넣고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러니 언제면 긴장이 풀릴것 같습니까?》

총리는 선뜻 대답을 올리지 못했다. 종래의 사회주의시장이 무너지고 적들의 봉쇄가 전례없이 강화되고있는 현시점에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함을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도 굳이 대답을 요구하지는 않으시였다.

《좋습니다.》하고 그이께서 또 말씀을 이으시였다. 《혁명적인 대책을 세우도록 합시다. 실무대표단을 파견하는것과 동시에 무역선들을 총출동시켜야 하겠습니다. 봄이 오고있는데 기름사정으로 봄갈이가 늦어지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이 봄에 온 나라 들판에서 발동소리가 높이 울리도록 하여야 합니다. 총리동무, 어떻습니까. 적들이 우리를 압살해보려고 광분할수록 더욱더 배심든든하게 사업을 내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온 나라 들판에서 이전보다 더 높이 발동소리가 울리도록 하겠습니다.》

흥분에 젖은 총리의 목소리가 공명판을 지릉지릉 울리고있었다.

전화가 끝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내리고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

나날이 악화되고있는 정세에 대한 생각이시였다. 《팀 스피리트》, 《봉쇄》, 《제재》라는 낱말들이 서로 엇갈리고 고패치며 떠오르시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모든 《고립》과 《압살》책동의 근원으로 되는 핵문제는 바야흐로 폭발전야에 있다.

이제 얼마후에 있게 될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를 계기로 미국과 그에 야합한 세계반동들은 우리에 대한 국제적압력을 가하려고 책동하고있다.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 지금 외교부동무들은 관건적인 이 관리리사회를 어떻게 준비하고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