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편 20

제 1 편

20

 

드디여 적들은 《팀 스피리트 93》핵전쟁연습의 전략적기동을 끝냈다. 무려 한달동안이나 걸려 적들은 조선반도와 그 주변수역에 핵전략폭격기 《비ㅡ1비》와 스텔스전투폭격기들을 비롯한 1,000여대의 전투폭격기, 수송기, 정찰기, 습격기들을 끌어들였고 동서해의 중요해상에는 각종 핵동력항공모함과 순양함, 구축함, 프리케트함 등 200여척의 대소함선들을 띄워놓았다. 지상에는 또 수천대의 땅크와 장갑차, 자행포들이 목표를 겨누어 시꺼먼 아구리를 벌리고있었고 20여만에 달하는 침략군이 전개되였다.

래일이면 《팀 스피리트 93》핵전쟁연습이 실동단계에 들어간다.

래일이면 1,000여대의 비행기가 미친듯 하늘을 썰며 앙칼진 폭음을 울릴것이며 바다에서는 대규모상륙작전이, 지상에서는 전면적인 공격작전이 벌어질것이다.

래일!···

남쪽의 하늘과 땅, 바다에서 일시에 《팀 스피리트 93》의 포문을 열 그 시각까지는 불과 몇시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수도 평양의 대도로들에서는 어제나 다름없이 수많은 차들이 물결처럼 흐르고있었다. 궤도전차, 뻐스, 랭동차, 택시, 소형짐차, 콩우유차, 무궤도전차 각종 승용차들··· 그 흐름속에 조선인민군 후방일군대회 참가자들을 축하해주신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 타고계신 승용차도 있었다. 뒤따르는 차엔 총참모장 최광이 앉아있었다.

승용차들은 발동소리도 고르로이 거리를 돌며 미끄러져갔다. 밤중이여서 네거리의 자동신호등불빛이 빨갛고 파란 불덩이들을 던지며 현란하게 어룽거렸다. 그러나 수도의 아름다운 밤거리풍경에도 불구하고 시창밖을 내다보는 최광의 마음은 착잡하였다. 이제 곧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시고 작전모임을 가지게 되여있다.

《팀 스피리트 93》합동군사연습이 실동단계에 들어가는것과 관련하여 우리의 정치군사전략적과업을 최종확정하여야 하는것이다.

그러므로 몸은 비록 승용차에 앉아 수도의 거리를 돌고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줄곧 작전실에 가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아까부터 계속 수도의 중심부를 누비며 차를 달리고계신다.

웬일일가?··· 전쟁이 다가왔는데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사회주의건설에 동원된 10만장병들의 소환문제도 아직 결론을 주시지 않고있다. 래일이면 적들이 핵전쟁연습의 포성을 터치겠는데 의연히 우리의 10만장병들은 사회주의대건설전투장에 남아있다.··· 금빛을 번쩍이는 그의 차수모자밑에서 굵고 더부룩한 검은 눈섭이 우로 쳐들리고있었다. 웬일일가, 지금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계실가?···

그 시각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쟁에 대하여 생각하고계시였다. 전쟁!··· 누군가 말하기를 《세계의 력사는 전쟁의 력사이다.》라고 했다. 인간이 인간을 예속시키고 재부를 략탈하기 위하여, 자기를 지키고 남을 압도하기 위하여 전쟁을 하였다. 전쟁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하는수 없이 말려들었는가 하면 그것을 기꺼이 맞받아나가기도 하였다. 단말마의 발악으로 전쟁을 일으켰고 전쟁을 막기 위하여 전쟁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전쟁을 맞받아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준엄한 국면에 있다. 인제는 전쟁을 결심해야 할 때가 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시창밖으로 흘러가는 수도의 거리들을 묵묵히 내다보며 무거운 생각을 이으시였다.

전쟁은 무엇보다먼지 대량살륙과 모든것을 황페화하는 무서운 파괴를 가져온다. 더우기 현대전쟁은 고도기술무기에 의한 미증유의 참담한 파괴와 살륙을 가져올것이다. 그러면 수도의 이 거리들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자 불현듯 오래전일이, 흘러간 먼 시절에 겪었던 가슴아픈 하나의 정경이 피뜩 떠오르시였다.

지난 조국해방전쟁의 어려운 시기, 어느날 바로 이 길로 차를 달렸었다. 도중 적기들의 폭격에 맞다드시였다. 도처에서 무시무시한 폭음이 울리고 3층 벽돌집이 통짜로 무너져내렸다. 전보대가 나가넘어지고 시꺼먼 연기가 타래쳐오르는 가운데 우체통이 굴러갔다. 급히 차를 대피시켰다.

그때였다. 그 무서운 혼잡속에서 어린애의 울음소리가 가늘게 울려왔다. 화염과 먼지구름을 뚫고 울려나온 발버둥치는 울음소리··· 그이께서는 위험도 아랑곳하지 않고 울음소리가 나는곳으로 달려가시였다.

반나마 무너진 어느 집 담모퉁이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길가에 쓰러진 한 녀인을 발견하신것이였다. 그 죽은 녀인의 잔등에 업혀 울고있는것은 젖먹이어린애였다. 고사리같은 주먹을 쳐들고 바들바들 떨며 애처롭게 몸부림쳐 울어대고있었다.

그이께서 죽은 녀인의 잔등에 띠개로 동인 젖먹이를 끌르시려는데 한 늙은이가 달려와 어린것을 받아안았다. 허연 구레나룻을 기른 늙은이였다. 그 늙은이의 주름깊은 두볼로 초물같이 진한 눈물이 흐르고있었다.

《이걸 어쩌문 좋소. 에?··· 이 일을 어찌하란말이요?!···》

그것은 어떤 눈물이였던가?··· 그 늙은이의 두볼을 타고흐르던 진한 눈물을 상기하실 때마다 그이께서는 저미는듯 한 아픔을 참고 견디기 어려우시였다.

전후 어려운 시기 그이께서는 이 거리를 지나 학교로 가시였다. 무너진 벽돌담, 형체없이 불타버린 집터, 재가루 날리는 길아닌 길··· 하지만 그 모든 페허와 아픔의 상처를 가시기 위하여 사람들은 떨쳐나섰다. 그이께서는 수도의 전체 소년들에게 전후복구건설을 돕기 위해 벽돌수집운동에 떨쳐나설것을 호소하시였다. 그이께서 몸소 수업이 끝나면 페허를 헤치며 벽돌을 모아 건설장으로 밀차를 밀고가군 하시였다. 그렇게 하나하나 일떠세운 학교와 병원, 주택들이였다. 이 거리의 모든 길과 주택들, 극장과 영화관들이 인민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지금 미제침략자들은 우리 인민이 이룩한 이 모든 귀중한 창조물들을 다시금 무참히 파괴해버리려 하고있다.

돌연 어데선가 고동소리가 울려왔다. 새되고 날카로운 소리도 있고 우렁차게 호소하듯 웨치는 고동소리도 있다.

《불을 끄오!》

그이의 말씀이 떨어지기 바쁘게 운전사가 불을 껐다. 매해 적들이 《팀 스피리트》합동군사연습을 벌릴 때마다 온 나라가 반항공훈련에 들어가는것이다.

아빠트마다에서 차광막을 내리는가 하면 서둘러 불을 끄기 시작했다. 오가는 차들도 일시에 전조등을 껐다. 교통안전원이 쳐든 지휘봉이 빨간 불꼬리를 끌면서 춤추듯 움직였다. 어데선가 방송차가 돌면서 불빛이 새여나오거나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집들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일시에 눈을 감아버린 수도의 거리를 바라보며 가슴이 저려나는것을 느끼시였다. 어찌하여 우리 인민은 항시 마음편히 전쟁을 생각하지 않고는 살수 없는가. 어찌하여 수십년간이나 창가에서 차광막을 벗기지 못하고 살아야만 하는가!··· 저 행복의 창문들에서 유리 한장 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 조국의 귀중한 모든 창조물들을 무참히 파괴하도록 내맡길수 없다. 강권에 대한 유일한 방책은 오직 굴함없는 그리고 무자비한 투쟁뿐이다. 생사를 건 이 싸움에서 누구도 우리를 대신해줄수 없다.

승용차가 당중앙위원회 청사를 가까이 하자 그이께서는 통일거리건설장쪽으로 그냥 달리라고 하시였다. 한시바삐 최고사령부작전실로 가셔야 하겠으나 오늘따라 불꽃날리는 건설장을 보고싶으시였다. 그리하여 차는 속도를 높여 체육관앞도로를 질주해가기 시작했다. 뒤차에 타고있는 최광은 무슨 영문인지 알지 못하고 계속 뒤따르기만 했다.

승용차는 어느덧 충성의 다리를 지나고있었다. 얼핏얼핏 란간들이 마주와서는 소리없이 뒤로 물러나군 하였다. 그 란간너머에서는 눈석이때의 차디찬 강물이 흐르고있다. 시꺼먼 어둠속에서 유유히 흐르는 물결, 한때 히틀러는 거의 병적으로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를 침수시켜버리고싶어했다. 1차대전때 바바리야 제16보병련대 병사로 벨지끄전선에 나갔다가 영국군의 이쁘리트독가스공격으로 히스테리성 실명증에 걸린 때부터 어인 일인지 찬물에 빠지는것을 제일 싫어하고 끔찍이도 무서워했던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기가 미워하는것은 다 물에 처박겠다고 을러메군 했었다.

그러나 오늘 미국의 호전광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핵무기로 조선을 불태워 쓸어버리겠다고 고아대고있다. 얼마나 오랜 세월 우리 인민은 핵참화의 위협을 받고있는것인가. 미제가 우리 나라에서 핵무기사용을 시도한것만 해도 벌써 몇차례인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얼마전 일본출판물에 공개된 자료를 상기하시였다. 그에 의하면 지난 시기 미국이 세계의 열점들에서 핵무기사용을 시도한것이 모두 열한번인데 그중 우리 나라를 직접 목표로 한 적이 4차례나 된다.

처음 맥아더와 대통령 트루맨이 1951년 조선전선에서의 대참패를 만회하기 위하여 그러한 시도를 공식표명하였고 그후 1953년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으로 취임한지 4개월만에 오끼나와에 처음 핵무기를 배비하는것과 때를 같이하여 조선전선에서 사용할것을 시도하였다. 그후 1968년 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 사건때 죤슨이, 1969년 미국고공정찰기 《이씨ㅡ121》이 격추되였을 때 닉슨이 그에 대한 보복으로 핵무기사용을 시도하였다.

물론 이것은 외국출판물에 실린 자료로서 판문점사건때 미국이 핵무기를 쓰겠다고 위협한것 등은 루락되여있다. 그러나 이상 자료만 놓고서도 미국이 얼마나 집요하게 그리고 얼마나 악랄하게 우리를 압살하려 광분해왔는가를 잘 알수 있다.

그러한 핵전쟁의 위험이 인제는 현실적인것으로 눈앞에 왔다. 적들이 전쟁을 강요하고있다. 한번은 반드시 결사전을 벌려야 한다는것을 각오해온 우리들이니 인제는 공격출발진지를 차지할 때가 되였다.

가장 적극적인 방어는 공격에 있다. 공격의 기회를 놓치면 실패를 면하지 못한다. 빠리콤뮨의 피의 교훈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있다. 그들의 오유는 빠리에서의 폭동의 승리를 완성시키기 위하여 베르사이유에 대한 결정적공격을 단행할 대신 우물쭈물하다가 중도에서 머물러버린데 있다. 그리하여 베르사이유정부로 하여금 반동세력을 규합하고 류혈적인 보복을 준비할 시간적여유를 주었던것이다. 그러므로 공격은 끝까지 철저히 진행되여야 한다. 정황이 불리할수록 공격해야 하며 어려운 때일수록, 수세에 빠질수록 과감하게 맞받아나가 역전시켜야 한다. 사상에서도 공격을 해야 하며 정치와 군사, 외교 등 모든 면에서 공격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전국, 전군, 전민을 하나의 사상의지로 묶어세우고 총력을 모아 번개불처럼 던져야 한다···

승용차는 불빛 한점 없는 통일거리건설장 한가운데를 꿰지르고있었다. 축포처럼 흩날리던 용접의 불보라도 없다. 하지만 어둠속에서도 건설전투는 계속되고있다. 골재를 실은 대형화물자동차들이 불도 없이 달리고있다. 검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긴팔을 움직이고있는 기중기도 보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에서 내리시였다. 책임부관이 나서며 어두워서 위험하다고 하였지만 《괜찮소.》하시며 나지막한 둔덕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20층이상 됨즉한 건물이 멀지 않은곳에서 하늘을 떠받고있었다. 호각소리, 웨침소리, 와릉거리는 혼합기소리가 그쪽에서 들려왔다. 건설자들은 어둠속에서도 작업을 중단하지 않고있는것이였다.

그때 처녀들 셋이 가늘고 긴 구형강 비슷한것을 메고 가까이로 지나가고있었다. 하나같이 솜옷을 입고 두툼한 목도리로 목과 머리를 휘감고 커다란 솜신을 신고있어 마치 장난꾸러기아이들같은 모습이였다. 그들은 지금 이 시각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그토록 가까이 서계시며 자기들을 지켜보고계시는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휘친휘친하는 구형강을 앞뒤와 중간에서 함께 메고 둔덕진곳으로 오르고있었다. 맨앞의 처녀가 고개도 돌리지 못한채 뒤에 대고 소리쳤다.

《얘들아, 또 장난질이야. 이거야 너무 흔들거려서 어디 걸을수 있니?》

《누가 흔든다구 그러니.》 가운데 처녀의 말이였다. 《저절로 춤을 추는구나 얘.》

맨뒤의 처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춤을 추면 좋지 뭘 그래, 우리도 가면서 춤을 추자꾸나.》

《얘,얘, 까불지 말아.》

《그렇게 률동을 맞추란말야, 그래야 힘들지 않아!》

그러나 둔덕진 길이 좀 미끄러웠던 모양으로 앞의 처녀가 미츠러들자 뒤따르던 두 처녀도 아부재기를 지르며 비칠거렸다.

김정일동지께서 그들쪽으로 다가가며 물으시였다.

《이건 뭣하러 날라가오?》

누군가 쟁쟁한 목소리로 웨쳤다.

《발대를 매려구 그럽니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야 남동무들한테 부탁해야지.》

처녀들이 웃어댔다.

《우린 녀성소대입니다.》

《돌격대요?》

《그렇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땅에 끌릴듯 휘친거리는 구형강 맨뒤끝을 들어주시였다. 어느새 책임부관이 달려왔지만 한손으로 그를 막으시였다. 그리고는 앞서가는 처녀들에게 말씀하시였다.

《자, 뒤에서 밀어줄테니 힘을 내오.》

《고맙습니다.》

처녀들이 소리쳤다.

《그래 동무들은 여기서 일한지 오래 되오?》

《1년반 넘었습니다.》

《어데서 왔소?》

《자강도 희천에서 왔습니다.》

《오ㅡ 먼데서 왔구만··· 자 조심하오. 미끄러지지 말구··· 그래 통일거리건설이 끝나면 또 어데로 가오?》

《모르겠습니다.》

맨앞에서 가는 처녀의 말이였다. 그러자 가운데 처녀가 《얘, 왜 모른다구 그러니?》하고 따지고들었다.

《그럼 넌 아니?》

《아이구머니나! 너 어제 궐기모임때 토론하지 않았니. 우린 언제나 당이 부르는 제일 어려운곳으로 간다구말이야.》

앞뒤의 처녀들이 《그래 그래!》하면서 웃어댔다. 그리고는 마치 노래의 후렴처럼 셋이 다 목청을 합쳤다.

《예, 당이 부르는곳으로 갑니다!》

어느새 둔덕진 길을 다 올랐다.

《자, 그럼 동무들, 수고하오!》

처녀들이 일시에 고개를 돌려보며 웨쳤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정말 고맙습니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처녀들은 끝내 자기들을 도와주신분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이시라는것을 알지 못하였지만 무엇인가 범상치 않은 느낌때문이였던지 가면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그들이 어둠속에 사라질 때까지 계속 바라보고계시였다.

가슴이 후더워오는것을 느끼시였다. 그 처녀들의 맑고 쟁쟁한 웨침소리의 여운이 아직도 귀전에 쟁쟁히 울려오는듯 싶으시였다.

《당이 부르는곳으로 갑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 청년들의 대답이다. 물속도 불속도 가림없이 뛰여들 충성의 마음이 저 앳되고 소박한 처녀들의 심장속에도 새겨져있는것이다.

그이께서는 얼마전에 있은 사로청제8차대회에서 전체 참가자들이 다지던 충성의 선서를 상기하시였다. 그때 대회참가자들은 500만 전국청년들의 충성의 마음을 담아 당을 옹위하는 500만의 총폭탄이 될것을 맹세드렸다. 그들은 바로 이름도 낯도 익히지 못한 저 소박한 처녀들의 마음속 맹세까지 다 합쳐 선서를 하였던것이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다시 차에 오르시였다. 불도 없이 오고가는 차들이 많아서 책임부관은 시창유리에 이마를 맞대일 정도로 눈밝혀 앞을 살피며 연신 운전사에게 주의를 주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도로를 따라 세운 대형구호를 내다보시였다. 어둠속일망정 대문짝만 한 글자들을 세워놓은 그 구호를 쉽게 알아보실수 있었다.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저 구호는 그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우리 인민스스로가 내건것이다. 우리 인민군전사들이 먼저 열띤 토론과 맹세문에서 웨치던것이 그대로 건설의 대기념비들에 새겨졌다. 인제는 온 나라 그 어데가나 저 구호를 볼수 있다. 방금 돌격대처녀들이 노래처럼 웨쳐부르던 그 마음이 그대로 새겨진것이다.

어느덧 승용차는 강안도로를 꿰질러 달리고있었다. 등화관제훈련이 끝난듯 갑자기 가로등이 켜지고 뒤미처 아빠트의 창문들이 서둘러 불을 켜기 시작했다. 그때에야 비로소 그이께서는 해제의 고동소리를 들으시였다.

삽시에 온 거리가 번쩍번쩍 경쟁적으로 껌벅거리며 눈을 뜨고있다. 하나의 구령에 맞추어 수도 전체가 불야성을 이룬다.

《속도를 높이오!》

그이께서 하신 말씀이였다. 드디여 승용차는 옥류교를 건넜다. 바람같은 속도로 천리마동상밑으로 질주해가자 이번엔 개선문의 웅자가 단숨에 커지며 서둘러 마주왔다. 뒤에서는 총참모장의 승용차가 계속 속도를 맞추며 뒤따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전화로 그를 찾아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가고 물으시였다. 최광은 곧 대답올렸다.

《전번에 말씀드린 10만장병소환문제를 생각하고있었습니다.》

《10만장병말입니까?》

《예, 사회주의건설에 동원된 10만장병들이 다 공병을 비롯한 기술전문병들이므로 전쟁을 눈앞에 둔 현시점에서 그들을 소환하는것은 절박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음ㅡ》

그이께서는 총참모장이 마음조급해 하는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시였다. 하지만 전쟁에 투입할 력량이 왜 10만뿐이겠는가!··· 《갑시다.》하고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작전실에 가서 토론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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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사령부 작전실, 김정일동지께서는 총참모장과 작전국장 등 최고사령부 작전조지휘성원들과 자리를 같이하고계시였다. 종전과 다른것이 있다면 지금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있는 인민무력부장 오진우가 자리를 비우고있는 그것이다. 이밖의 모든것은 얼마전 적들의 《팀 스피리트 93》합동군사연습의 성격과 그의 숨은 기도에 대하여 분석하던 때와 꼭 같았다. 지도도 그 지도였고 사판과 영사막도 통신설비들도 본래의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러나 그때부터 불과 보름가까이 흘렀지만 정세발전은 급변하였고 극히 엄중한 단계에 이르고있었다.

작전국장이 종전과 같이 한쪽 벽면을 거의나 채운 대형지도앞에서 조성된 정세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그는 맨처음《팀 스피리트 93》합동군사연습에 동원된 적들의 병력과 무장장비, 집결처와 배비된 지역 및 부대명들을 상세히 렬거하고나서 이렇게 계속하였다.

《최근에 입수된 정보에 의하면 태평양지역 미군총사령관 리챠드 맥키와 남조선강점 미군사령관 리스카씨가 미합동참모본부에 불려가 〈특별지령〉을 받았다고 합니다. 특히 주목되는것은 리스카씨의 움직임인데 이자는 남조선강점 미군을 관리할 뿐만아니라 괴뢰군의 통수권을 쥐고있고 합동군사연습을 직접 주관하고있는 미국의 현지사령관으로서 최근 15일동안에만도 최전연지대의 미군과 괴뢰군 전초기지들을 직접 돌아보며 수차례의 비밀모의를 벌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일련의 일선부대들과 특공대들의 배비변경이 진행되였는바 그것은 먼저 말씀드린 미군과 괴뢰군의 전방배치내용과 같습니다.

다음 주목되는것은 괌도에서 스텔스전투폭격기들의 장거리기습폭격훈련이 〈팀〉의 실동날자보다 앞서 진행되고있는 사정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녕변지구에 대한 기습공격을 준비하고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보아집니다. 이상과 같은 제반 사실에 비추어 저희들은〈팀〉훈련이 3월 8일부터 실동단계에 들어가는것만큼 적들의 도발적인 녕변기습공격이 3월 세번째주 토요일경에 감행될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처음으로 약간 몸을 움직이며 물으시였다.

《그 근거는?》

《예. 그 근거는 첫째, 그동안이면 〈팀〉훈련에 동원된 20만병력의 전략적인 기동전개가 끝나며 둘째, 그동안 적들이 이번 〈팀〉훈련에서 제일 중시하고있는 지휘참모연습이 일단락짓게 되는 그것입니다. 즉 지휘참모연습을 통하여 미군과 괴뢰군 그리고 각 군종, 병종부대들의 통일적인 지휘체계가 완비되기때문입니다.》

그의 보고를 주의깊게 듣고계시던 그이께서 최광에게로 머리를 돌리시였다.

《어떻습니까?··· 물론 총참모장동무도 같은 생각이겠지요?》 최광은 곧 대답올렸다.

《예, 그렇습니다. 여기에 한가지 더 첨부한다면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에서 우리에 대한 부당한 〈결의〉를 채택하고 그 무슨 최후통첩처럼 3월 25일이라는 기한부까지 정한 사실에 대해서도 류의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희들은 3월 세번째주 토요일을 기점으로 적들의 녕변기습공격 즉 전면적인 전쟁도발이 있을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음ㅡ 옳은 분석입니다.》 그이께서는 탁자우의 담배갑을 쥐고 몇번 뒤집으시였다. 《그러나 우리는 적들의 전쟁도발음모를 단순한 작전전술적견지에서뿐만아니라 미국의, 특히 현 행정부의 정치군사적전략의 견지에서도 분석하여야 합니다. 최근 미국대통령 클린톤의 국가안전전략보고와 국방장관의 국방보고 그리고 합동참모본부의장의 국가군사전략보고들을 종합해보면 그들은 군사적개입 또는 전쟁의 준칙을 여섯가지로 나누고있습니다. 그 첫째로 미국은 지역적충돌위기때, 정치적 및 외교적수단으로써는 효과가 없을 경우에 무력을 사용한다는것이고 둘째는 작은것을 잃고 큰것을 얻을 때, 셋째로 미국의 리익이 침해당한다는 근거로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것, 넷째는 국제적협조를 최대한 모색한다는것이며, 다섯째는 달성할수 있는 군사적목적을 이룩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을 때 즉 기한이 명백하고 군사적목적이 미국의 총적인 정치목표와 일치할 때 전쟁에 뛰여든다는것이요, 여섯째는 일단 군사행동이 예정기일을 초과하거나 사상자수가 예견한 수자보다 많을 때 즉시 군사적개입을 중지하고 철수한다는것입니다.》

그이의 음성은 조용하였으나 저력있게 울리고있었다. 그이께서는 긴장한 눈빛으로 그린듯 서있는 작전조지휘성원들을 차례로 둘러보시였다.

《그러면 그들의 여섯가지 전쟁준칙으로 조선문제를 보기로 합시다. 우선 첫째, 정치적 및 외교적수단으로써는 불가능할 때라고 하였는데 그러한 견지에서 그들은 오래전부터 〈녕변폭격설〉을 내돌리고있고 둘째, 작은것을 잃고 큰것을 얻는다는 점에서 그들이 사회주의의 보루인 우리 공화국을 어떻게 하나 허물어보려고 광분해온것만큼 그에 대해서는 더 론의할 여지도 없을것입니다. 우리를 압살할수만 있다면 거기에 바쳐진 모든것이 그들에게는 다 작은것으로 될것이기때문입니다.

그러면 셋째와 넷째, 국민의 지지를 얻고 국제적협조를 모색한다는 점을 봅시다. 여기서도 그들은 벌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바로 그것을 위해 부쉬정권때부터 미국은 있지도 않는 우리의 핵문제를 집요하게 내돌렸고 드디여 오늘은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 회의에서 그 무슨 〈결의〉를 채택케 함으로써 우리의 〈핵문제〉를 〈국제화〉하고 저들의 전쟁책동의 명분을 세워놓았던것입니다.

다섯째는 기한이 명백하고 승리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을 때라고 하는데 지금 만전쟁을 통하여 극도로 오만해진 미제는 자기 힘을 과신하던 나머지 거의 무분별해지고있습니다.

보시오, 이렇게 적들은 전쟁을 도발할 국제적환경과 충분한 물질기술적수단을 다 갖추어놓았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미국대통령들이 우리를 압살해보려고 시도해왔지만 이처럼 제반조건이 성숙된 기회는 아직 없었습니다. 그러니 누군들 이러한 절호의 기회를 마다하겠는가. 아마 클린톤은 절대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형지도앞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근엄한 안색으로 조국의 지도를 바라보며 생각하시였다.

우리는 평화를 바란다. 평화를 바라며 그것을 귀중히 여긴다. 우리의 피와 땀이 스민 그 모든것을 아끼고 사랑한다. 우리 인민이 오랜 세월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떠세운 우리 조국을, 우리 식 사회주의를 사랑하며 자랑한다. 하거늘 누가 전쟁을 바라겠는가. 누가 우리의 생활이고 생명인 사회주의조국이 무참히 파괴되고 황페화되는것을 바라겠는가!··· 그러나 평화는 저절로 차례지지 않는다. 그 누가 선사해주는것도 아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싸워야 한다. 노래에도 있듯이 우리의 총창우에 평화가 있다. 평화를 진정 사랑하기에 우리 인민은 목숨도 서슴없이 바쳐 싸울것이다. 평화가 아무리 귀중해도 절대로 구걸은 하지 않을것이다!···

그이께서는 우리 인민의 이 철석의 신념과 의지를 믿고계시였다. 방금전에 만나보신 그 수수한 돌격대처녀들이 그렇게 소리높이 웨치지 않았던가. 그 처녀들이 노래처럼 웨치던 대답, 그 대답이 그대로 씌여져있는듯 여겨지시던 대형구호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그러자 인민군전사들의 모습도 떠오르신다. 무너진 수로뚝을 밤새워 고쳐쌓던 윤철소대장과 그의 대원들, 전사 림정산, 그 전사는 끝내 강하훈련에 성공했다고 한다. 하늘을 무서워하던 전사가 단 보름만에 성공하였다. 오영범도 새로운 전격적방안을 짰다.

어찌 그뿐이겠는가. 농촌마을의 이름없는 로병들, 망망대해우에서 적들과 맞서 용감히 싸우고있는 무역선 《무포》호의 선원들, 이러한 인민이 있는 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천천히 사색깊이 나직이 그러나 불같이 말씀하시였다.

《나는 결심하였습니다··· 전쟁을 합시다. 전쟁을!》

듣는 사람들의 온몸을 뒤흔드는 무서운 의미가 들어있는 저력있는 음성, 순간 모든것이 정지되였다. 시간의 흐름도 피의 흐름도 다 멎어버린듯 했다. 귀가 멍멍해진것 같은 한순간이 지나가자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거센 숨결이, 세찬 박동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전쟁이다! 드디여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전쟁을 결심하시였다!··· 이것은 최광이 바라던것이였다. 적들의 무모한 전쟁도발책동에 맞다들 때마다 백번천번 더 결전의 명령을 바라던 그였다. 그와 더불어 위대한 수령님을 모시고 항일의 혈전만리를 헤쳐온 투사들모두가 바라던것이였다. 수령님대에 기어이 조국을 통일하려는 불같은 맹세를 다져온 전쟁로병들이 기다려온것이였다.

이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어떤 명령을 주시겠는가?··· 최광은 엄숙한 표정으로 그이를 우러러 여전히 깊은 사색에 잠겨계시는 그이를 우러르며 가슴을 활 펴고있었다.

지금 그이께서는 온 나라 인민의 총력을 모아 적들과 맞서 싸울 결심이시였다. 그이께서 결연히 말씀하시였다.

《이 전쟁에 우리는 온 나라 전체인민을 총궐기시켜 일심단결의 위력으로 적들과 맞서 싸울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즉시 전국, 전민, 전군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려고 합니다.》

그 순간 사람들은 거의 일시에 《준전시상태 선포!》하고 속으로 부르짖었다. 최광의 두눈에서 광채가 번뜩이였다. 작전국장은 금시 그이의 말씀을 복창하려는듯 부동의 자세로 입귀를 실룩거리고있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적들의 《팀 스피리트》연습이 벌어질 때마다 《전투동원태세》, 《전투준비태세》를 명령하군 했다. 그러나 지금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려 하신다. 그것은 온 나라 전체 인민과 무장력에는 전쟁동원상태를, 적들에게는 사소한 도발에도 즉시 전쟁으로 대답한다는것을 엄중히 경고하시는것으로 된다.

벅찬 흥분에 사로잡힌 최광과 기타 지휘성원들을 바라보시며 그이께서는 벌써 최고사령관명령으로 선포될 그 명령의 구절구절을 마음속으로 새겨보고계시였다.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전체 조선인민과 세계혁명적인민들의 강력한 항의와 규탄에도 불구하고 미제와 남조선괴뢰도당은 끝끝내 모험적인 〈팀 스피리트 93〉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고있다.

···

적들이 수십만의 대병력과 대량살륙무기들을 투입하여 〈팀 스피리트〉합동군사연습을 벌린다고 하여 놀랄 조선인민이 아니며 전쟁이 두려워 물러설 우리 군대가 아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백두의 설한풍속에서 일제의 100만관동군을 물리치고 지난 조국해방전쟁의 포연탄우속에서 미제를 우두머리로 하는 15개 추종국가군대를 타승한 영웅적조선인민과 일당백의 인민군대가 있으며 수령, 당, 대중의 일심단결의 힘과 군대와 인민이 혈연적으로 굳게 뭉친 불패의 위력이 있다···》

이 명령은 그대로 준엄한 전쟁을 결심하신 그이의 강철같은 의지의 선포로 될것이다. 이제 래일이면 온 세계가 그이의 이 결심을, 조선의 결심을 듣게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