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편 13

제 1 편

13

 

오영범려단의 도하훈련을 지도하신 김정일동지께서 백살구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선 당중앙위원회 청사앞길로 들어서신것은 새벽 3시였다. 그이께서는 차에서 내리자바람으로 곧장 집무실로 향하시였다. 집무실책상우에는 어제 그이께서 마지막추고작업을 마무리지은 로작 《사회주의에 대한 훼방은 허용될수 없다》가 놓여있었다.

현시기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제국주의자들과 반동들의 책동이 전례없이 악랄하게 벌어지고있는 속에서 적들의 온갖 궤변을 짓부시고 사회주의의 진리성과 불패성을 힘있게 론증하는것을 더는 미룰수 없는 혁명의 요구로 여기시는 그이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이제 당기관지에 발표하실 그 로작을 다시 처음부터 깐깐히 훑어보시였다.

책임서기가 들어왔다. 그새 집계된 자료들을 집무탁 한옆에 놓아드리는데 이미 쌓여있던 문건들까지 다 보시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것 같았다. 그이께서는 먼저 외교부에서 새로 만들어올린 문건부터 골라드시였다.

여전히 그이의 주되는 관심사로 되것은 최근의 엄중한 정세발전을 촉발시킨 《핵문제》였던것이다. 그 핵문제는 이제 있게 될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 회의를 계기로 전면적인 충돌과 전쟁의 길 아니면 대화와 협상의 길 둘중의 하나를 택하게 된다.

밑줄까지 그으며 주의깊게 문건을 보시던 그이께서는 문득 가벼운 인기척을 느끼며 머리를 드시였다. 비로소 책임서기가 아직 방에서 나가지 않고있는것을 아시였다. 무엇때문인지 그는 마주잡은 두손을 비비적거리며 바재이고있었다.

《무슨 일이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하고 책임서기는 목이 잠긴 소리로 말씀드렸다. 《벌써 새벽 3시가 지났습니다.》

《아, 그렇소?》

그이께서는 거의 습관적으로 탁상시계를 바라보시였다. 웬일인지 시계바늘이 잘 분간되지 않는것 같아 눈언저리를 가볍게 문지르시였다. 겹쌓인 피로가 눈시울에 무겁게 매여달리는 느낌이 드시였다.

《알겠소. 곧 끝내도록 하겠소.》

책임서기는 무슨 말인가 또 하려 하였으나 그이께서 다시 서류를 끄당기시자 입을 다물고말았다. 아무리 말씀드려봤댔자 소용없다는것을 너무도 잘 알고있는 그였으므로 매일같이 겪는 그 안타까운 심정을 안은채 조용히 물러가지 않을수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오영범의 려단에서 만나본 나어린 전사 림정산을 피끗 상기하신 그이께서 그를 다시 부르시였다.

《책임서기동무, 한가지 부탁할 일이 있소. 하동광산에 림희문이라는 로동자가 있는데 그에 대해서 좀 알아봐주오. 혹시 그의 사업과 생활에서 무슨 곡절이라도 있지 않는지··· 알아보고 인차 보고해주오.》

《알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가서 쉬오. 내 걱정은 말고.》

책임서기는 잠시 서있다가 소리없이 방에서 나갔다. 그이께서는 또 문건을 펴드시였다. 매 글줄을 주의깊게 읽으며 한손을 내밀어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그러자 어느새 《교환 듣습니다!》하는 랑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가만!···》

그이께서는 자신께서 찾으시려는 일군의 방과 직결되여있는 전화가 아닌 다른것을 들고있다는것을 깨달으시였다. 하지만 이왕 드신바엔 그대로 전화를 거는편이 더 좋을것 같았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교환 듣습니다.》

송수화구에서는 저쪽의 가는 숨소리까지 다 들려왔다.

《음, 알고있소. 헌데··· 이젠 너무 늦었지?》

그이께서 혼자말씀처럼 뇌이신 말씀이였다. 그러자 숨죽여 기다리고있던 교환수처녀가 잰말씨로 속삭이듯 말씀드렸다.

《그렇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밤이 퍽 깊었습니다.》

부지중 그이께서는 미소를 그리시였다. 《밤이 퍽 깊었습니다.》

우리 인민의 마음속에 정다운 선률로 새겨져있는 노래, 어린 교환수는 그 노래구절로 대답올렸던것이다.

《그래 밤이 퍽 깊었지··· 하지만 아직 우린 할 일이 많지 않나. 동무만해도 그렇지, 아침까지 교환대를 지켜야겠지?》

그러자 처녀교환수는 불같은 속삭임으로 이렇게 말씀드렸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우린 시간맞춰 교대를 하지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어느 하루도 교대없이 일하고계시지 않습니까. 제발 너무 무리하지 말아주십시오. 저희들의 간절한 소원입니다.》

그 절절한 목소리가 그이의 가슴을 울려주었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그이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천천히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럼 외교부 1부부장동무를 찾아주오. 사무실에 없으면 더 찾지 말구.》

《알았습니다!》

외교부 제1부부장은 자기의 사무실에서 핵상무조성원들과 사업을 토의하고있었다.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 회의를 앞두고 어제도 오늘도 여전히 긴장한 나날을 보내고있는 그들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누구누구와 함께 있는가고 물으시자 그는 순회대사 최우정, 국장 장운성 등이라고 하였다.

《그 동무들을 쉬게 하시오.》하고 그이께서는 말씀하시였다.

《그리고 1부부장동문 곧 여기로 와주시오.》

《예. 알겠습니다.》

문선규는 약 15분쯤 지나 도착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정중히 인사드리자 가까운 자리를 권하시였다. 그러나 그는 머뭇거리며 자꾸 주위를 둘러보기만 했다. 깊은 이밤 어데선가 흐느끼듯 떨리는 바이올린음악이 물결쳐흐르는것이였다. 숙연한 이 집무실에 심산의 물소리마냥 은은히 흐르는 음악, 비로소 그것이 창가쪽의 록음기에서 울려나오는것임을 알고는 곧 책상우의 문건에 눈길을 박았다. 꼭 다문 그의 입귀가 알릴듯말듯 가늘게 실룩거리고있었다. 방금 그이께서 밑줄을 그으신것이 무엇을 의미할가 하고 골똘히 생각하고있는듯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원격조종으로 록음음악을 낮추고 나직이 물으시였다.

《유럽나라들을 방문중인 외교부동무들을 랍치하려는 음모가 있었다는데 사실입니까?》

《예, 그렇습니다.》하고 문선규는 서둘러 대답올렸다. 《괴뢰안기부놈들이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 회의를 앞두고 그런 모략을 꾸몄습니다. 우리 외교관들을 랍치하여 불순한 정치적목적에 리용하려 한것 같습니다.》

《그래 결과는?》

《우리 동무들이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기미를 느끼고 갑자기 일정을 변경시켰습니다. 브라찌슬라바에서 모스크바행렬차를 타려다가 곧장 승용차로 쁘라하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쁘라하에서 비행기편을 리용하였습니다. 괴뢰안기부놈들은 그런것도 모르고 렬차에 타고있던 우리 나라 관광총국일군들한테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나 자기네가 대상을 놓쳤다는것을 알고는 일반 범죄자들이 그런것처럼 꾸미려고 귀중품과 돈을 강탈해가지고 사라져버렸다고 합니다. 우리 대사관일군들이 제때에 사실을 규명하지 못한것은 그 일이 렬차가 두 나라 지경을 넘고있을 때 벌어졌기때문이라고 합니다.》

《음ㅡ》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몇걸음 천천히 오가시였다.

《적들의 발악은 더욱더 우심해지고있습니다. 정치, 군사, 외교··· 인제는 외교관들을 랍치할 모략까지 꾸민단말이지··· 그럴수록 더욱더 각성을 높이고 만단의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예, 이번 일을 통하여 저희들도 심각한 교훈을 찾았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일군들의 일정을 더 면밀히 짜도록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중요한것은 외교일군들자신의 각성과 림기응변에 있는것입니다. 이번 일만해도 그렇지. 그 동무들이 제때에 정황을 판단하고 대담하게 일정을 바꿨거든!··· 참 일행을 책임진 동무가 누굽니까?》

《참사 김세환동무입니다.》

《김세환!··· 이번의 2월관리리사회 회의에 우리 대표단단장으로 보내기로 한 그 동무?》

《그렇습니다. 지금 모스크바에서 대기중입니다. 회의날자가 박두했기때문에 그곳에서 직접 오지리로 가게 하려고 합니다. 그를 방조할 성원들은 다 준비되여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마지막말에 주의를 돌리시였다. 그 의미인즉 이제 그이께서 문건을 비준하여주시면 김세환참사를 방조할 성원들이 당장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날아가리라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책상앞으로 돌아오시여 문건을 펴드시였다. 한동안 몇장 번져보시다가 문선규를 자리에 앉도록 하고 물으시였다.

《1부부장동무, 국제원자력기구가 이번 관리리사회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채택할것 같습니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하고 문선규는 버릇된 동작으로 안경을 바로잡으며 서둘러 말씀드렸다. 《벌써부터 그들이 이번 회의에서 우리에 대한 〈특별사찰〉을 〈결의〉하게 될것이라고 떠들고있고 또 이미 보고드린것처럼 기구총국장이 두번씩이나 우리한테 〈특별사찰〉을 받아들이는 답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 엄중한 후과가 초래된다는 전보를 보내면서 위협하고있는것으로 보아 회의결과는 뻔하다고 보아집니다.》

《그래서 외교부에서는 기구와 또 격렬한 론전을 벌릴 생각이였구만?》

《그렇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 길밖엔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음ㅡ》

그이께서는 문건을 덮고 가늘게 울려오는 바이올린음악에 귀를 기울이시였다. 지금까지 그것을 잊고있던 문선규도 비로소 그 절절한 음악을 언제 어데서 들었던가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곧 도리질을 하고말았다. 지금 그에게는 음악같은것을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는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주신 과업 즉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 회의라는 전투임무를 받고있는 전사였다. 지금은 그 전투임무를 어떻게 수행하는가 하는것이 초미의 문제로 나서고있는것이다.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1부부장동무, 동문 어릴 때 어떤 희망을 가지고있었습니까?··· 물론 그때부터 외교관이 될 꿈을 꾼건 아닐게고.》

문선규는 뜻밖의 물으심에 잠시 어리둥절했으나 곧 어줍게 웃으며 말씀드렸다.

《전 어릴 때 유명한 천문학자로 될 꿈을 꾸었댔습니다. 우주공간에서 지구와 같이 생명활동에 적합한 항성을 하나 발견하고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처구니 없습니다.》

《그게 왜 어처구니 없는 일이겠습니까. 아주 좋은 꿈인데··· 다만 우리 조국의 현실이 동무의 능력을 보아 더 절박한 투쟁무대에 내세워준것이지. 그건 그렇고··· 난 1부부장동무가 어릴 때 남달리 체육을 잘하지 않았을가 하고 생각했댔는데··· 례하면 씨름이라든가···》

《예. 옳습니다!》하고 문선규는 저도모르게 큰소리로 대답올렸다. 《뽈도 차고 씨름도 잘했습니다. 그래서 동네사람들이 〈배지기차돌〉이라고 부르면서 이담에 크면 유명한 씨름선수가 될거라고 했습니다. 제 어릴 때 아명이 차돌이여서···》

《〈배지기차돌〉이라!···》하고 그이께서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그것 참, 1부부장동무한테 딱 들어맞는 말이구만. 어떤 나라 사람들이 동무를 두고 지혜도 있는데다 뚝심도 있고 배지기전술까지 가지고있다 했다더니!···》

이윽고 그이께서는 웃음을 거두고 다시 문건을 펴드시였다

《그러나 외교활동은 단순한 시합이나 경기가 아닙니다. 경기장에서는 첫번엔 진다해도 두번째, 세번째 시합을 바라볼수 있어도 외교사업은 단 한번에 결판을 짓기때문입니다. 그러면 당면한 우리의 투쟁전술은 무엇인가? 국제원자력기구와 법률실무적싸움을 계속하는것이겠는가?···》

어느덧 그이의 표정은 근엄해지시였다.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힘주어 계속하시였다.

《아니, 법률실무적으로가 아니라 정치군사화하는것입니다!··· 왜냐하면 있지도 않는 우리의 핵문제가 생겨난것도, 그것을 국제화하며 우리를 고립압살하려는것도 다 적들의 정치군사적목적에서 출발되였기때문입니다. 지금 기구는 한갖 미국의 사환군에 불과하므로 이것들은 줴버리고 미국과 직접 맞붙어야 합니다. 미국을 끌어내시오!》

그이께서는 옆탁우의 커다란 지구의쪽으로 시선을 옮기시였다. 격렬한 정치투쟁이 벌어질 서반구쪽을 여겨보시는듯··· 잠시후 다시 말씀을 이으시였다.

《이번엔 원자력공업부장과 핵물리전문가들도 함께 보냅시다. 그들이 가서 기구내 일부 불순세력들이 떠들어대고있는 소위 〈불일치점〉을 과학적으로 해명하게 합시다. 그러되 기본은 우리의 군사대상에 대한 〈특별사찰〉요구가 바로 미국의 각본에 따른 엄중한 군사정치적문제라는것을 강력히 론증하는것입니다. 말하자면 불집을 터뜨린것도 미국이요 〈팀 스피리트〉핵전쟁연습으로 우리를 위협하고있는것도 미국이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은 국제원자력기구 권능밖의 일이므로 우리는 미국과 직접 결산하겠다! 이런 식으로 주동을 쥐고 적들을 역포위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이번의 2월관리리사회에서 수행해야 할 우리 대표단의 주되는 과업입니다!··· 강경하게 나가도록 하시오. 지금 미국은 우리의 핵문제를 우리와 기구사이의 문제로 못박아놓고 저들은 저들대로 정치군사적목적을 이루어보려고 꾀하고있는데··· 안될것이요. 적들의 이 유인전술에 걸려들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이것을 조미사이의 문제로 얽어매놓고 다불러대면 바빠날것은 미국밖에 없습니다. 주동을 쥐고 배심있게 행동하게 하시오. 배심이자 곧 승리요!》

《!···》

문선규는 그이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숨죽여들으며 까딱 움직이지 않고있었다. 가슴은 벅찬 격동으로 하여 부풀다 못해 뻐근해졌고 관자노리의 피줄들이 툭툭 뛰는 소리마저 들릴듯 했다.

《물론.》하고 그이께서 또 계속하시였다. 《바빠맞은 적들이 극단적인 사태를 조성할수도 있다는것을 예견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미국내에서는 녕변지구를 폭격하자느니, 선손을 써서 응징하자느니 하는 폭언들이 마구 쏟아져나오고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서울것이 없습니다. 1부부장동무, 배심있게 냅다 밉시다. 역경을 순경으로 화를 복으로 전환시킵시다!》

《예, 장군님! 배심있게 냅다 밀겠습니다!》

문선규는 큰숨을 내뿜으며 이렇게 힘찬 목소리로 대답올렸다.

바로 그때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문선규는 그이께서 전화를 드실수 있도록 한옆으로 비켜서면서 이 새벽에 무슨 전화일가 하고 생각했다. 이러한 때 이 집무실로 직접 전화를 걸어오실분은 단 한분밖에 없지 않을가 하는 생각에 그는 입술을 감빨며 귀를 기울였다.

예견한바 그대로 그것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걸어오신 전화였다.

처음 수령님께서는 김정일동지께 너무 무리한다고 나무람하시는듯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쪽잠도 달게 자는 습관이 붙어 일없다고 하시였다.

이윽고 두분사이에는 당과 국가의 중대사가 론의되였다. 김정일동지의 얼굴에서 차츰 미소가 사라져가고 근엄한 안광에서 불빛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수령님! 전쟁이 박두해오고있습니다. 지금 적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있습니다.》

수령님께서 또 말씀하시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더욱 심각해지시였다. 한동안 그이께서는 《예.》 혹은 《그렇습니다.》하고 짤막짤막하게 대답하시더니 마침내 이렇게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예, 수령님! 그 문제부터 근원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외교부 1부부장동무도 지금 여기에 와있습니다. 예. 2월관리리사회에서 하게 될 우리 대표단의 사업과 활동에 대하여 토론하고있습니다.》

수령님께서 한동안 말씀하신후 그이께서는 《예, 알겠습니다. 곧 쉬겠습니다.》라고 하시고 정중히 인사를 드린 다음 송수화기를 놓으시였다.

침묵이 흘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창가로 걸어가시였다. 창가림 한끝이 가볍게 흔들리였다. 그것은 마치 그이의 무거운 숨결이 일으킨 흔들림인듯 하였다. 그이께서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지금 정세가 〈푸에블로〉호사건때를 방불케 한다시며 적들의 그 어떤 전쟁위협도 우리 인민을 놀래울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일심단결된 우리의 정치사상적위력이 있고 당에 충실한 일당백의 인민군대가 있는 이상 외교부동무들이 핵대결전에서도 뜬뜬해서 활동하게 하라고 하시였습니다.》

그이께서는 천천히 창가림을 한옆으로 밀어놓으시였다. 먼 하늘가에서 껌벅이고있는 북극성이 내다보였다. 새벽이 가까와오면서 점차로 빛을 잃어가는 별들··· 그이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기신듯 하였다. 침묵, 채칵거리는 시계의 초침소리만이 변함없이 울리고있을뿐··· 마침내 그이께서는 혼자말씀처럼 나직이 뇌이시였다.

《이 새벽에 벌써 일을 시작하시다니··· 우리가 너무 무리한다고 꾸중하시면서도 자신께서는··· 정말 고령의 우리 수령님의 로고를 생각하면 하루가 왜 그리 짧은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군 합니다.》

《!···》

다시 계속된 오래인 침묵, 문선규는 숭엄한 생각에 젖어 바르르 눈시울을 떨고있었다.

뜨겁게 흘러드는 물줄기, 북받쳐오르는 격정에 목이 메였다. 하루!··· 하루란 무엇인가? 사람은 하루동안에 얼마나 많은 일을 할수 있는가?··· 창밖의 먼 하늘가에서 무엇인가 불타고있었다. 별찌였다. 순식간에 확 타올라서는 수억의 별들이 금모래알처럼 뿌려져 궁형의 다리를 이루고있는 은하수를 꿰지르더니 시작될 때처럼 홀연 사라져버렸다.

이윽고 김정일동지께서 탁자로 돌아오시였다.

《1부부장동무, 우리 일을 더 잘하여 수령님의 심려를 꼭 덜어드립시다.》

《예, 알겠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자, 그럼.》하고 그이께서는 책상우의 외교부문건을 문선규에게 돌려주시였다. 《오늘 토론한대로 대표단사업을 준비시키시오.》

비로소 문선규는 자기가 물러갈 때가 되였음을 깨달았다.

《그럼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앉으시오.》 그이께서 하신 말씀이였다. 《이왕 늦은바에 좀 앉아 이야기나 합시다.》

그이께서는 록음음악을 다시 높여놓고 쏘파쪽으로 가서 자리잡고 앉으며 문선규에게 옆자리를 권하시였다. 그리고는 차를 마시겠는가, 커피를 들겠는가고 물으시였다. 문선규가 머뭇거리며 미처 대답을 드리지 못하는것을 보고 그이께서는 늦은 밤엔 되도록 담배나 커피를 삼가하는것이 좋다고 말씀하시였다.

차가 들어왔다. 그이께서는 차를 드시면서 그에게 음악을 좋아하는가고 물으시였다. 이번에도 문선규는 선뜻 대답을 올리지 못하였다. 음악을 좋아하는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한때문이였다. 그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언제인가 익히 들어온 음악인데 무슨 곡이던지 안타까울 지경으로 생각나지 않았다. 그 무슨 애절한 속삭임같기도 하고 절절한 부르짖음같이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그이께서 또 조용히 사색어린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꿈〉이라는 곡이요. 이 곡은 본래 피아노곡인데 삶에 대한 애착과 아름다운 미래에 대한 동경을 담고있습니다. 말하자면 행복과 사랑에 대한 꿈이라 할가··· 많은 위대한 음악가들이 자기들의 음악으로 이 세계를 정화시켜보려고 했었지. 사람들의 마음속에 꿈을 심어주고 그것을 키워주어 인간의 삶을 보다 빛나게 해주려고말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위해 자기의 온 심혼을 쏟아부었겠소. 하지만 그들이 꿈의 선률로 그려보던 미래에 오늘과 같이 전인류를 한순간에 파멸시킬수 있는 핵전쟁의 위험을 겪게 되리라고는 아마 상상도 못했을테지···》

그이께서는 가슴우에 두팔을 겯고 점차 고조되는 음악을 듣고계시였다. 겹쌓인 피로도 하많은 일감도 다 잊고 오직 깊은 상념의 세계에, 아름다운 꿈의 세계에만 심취되여계신듯 했다.

어느덧 문선규도 그 열정적인 선률에 끌려들지 않을수 없었다.

애끓는 심중의 호소마냥 속삭이는 꿈의 선률, 가슴헤쳐 부르짖는 삶의 찬가, 점차 그것은 미래에의 밝은 희망을 꿈꾸듯 가늘게 숨쉬며 멀리, 아득히 작아지며 사라져갔다.

이윽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차를 드시면서 부인이 입원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가보았는가고 물으시였다. 그가 가보았다고 말씀드리자 가볍게 머리를 저으시였다.

《뭘 그러시오. 다 알고 하는 말인데··· 물론 1부부장동문 중대한 국사때문에 사사로운 일엔 관심할새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래선 안됩니다. 자기의 부모처자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리기적인것과 같은것으로 보아선 안됩니다. 사랑이란 신성한것인데 그것이 왜 뒤전에 밀어놓을 사사로운 잡념이겠습니까. 부인의 건강에 관심하시오. 우리 생활에선 사사로운것이란 없습니다. 그리고 가정의 안정이 곧 사업을 뒤받침해주는 고임돌이라는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자, 어서 차를 드시오. 그리고 1부부장동무도 부정맥이 심한 편이라고 하더구만.》

《예?!》

문선규는 놀랐다. 그가 쥐고있는 차잔이 가볍게 떨리는것을 지켜보시며 그이께서 가볍게 미소하시였다.

《내 그래서 부정맥에 좋다는 약을 구해놨소.》

그이께서는 차대밑에서 약병 두개를 꺼내시였다.

《의사들의 말이 효능높은 약이라고 하던데 가져다 써보시오.》

《!!···》

그이께서 주시는 약병을 받아드는 문선규의 두눈에서 물기가 번뜩이였다. 무엇이든 말씀드려야 하겠으나 혀가 굳어져버린듯 했다.

《일을 하려면 제때에 쉴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이께서 하신 말씀이였다. 《이제 돌아가면 만사를 제쳐놓고 한잠 푹 자시오.》

문선규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구멍으로 그들먹이 차오르는것을 삼키며 이렇게 말씀드렸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벌써 새벽 4시가 되여옵니다. 인젠 좀 쉬여야겠습니다.》

《아, 나도 쉬겠소. 정말이요!》

그러나 문선규가 정중히 인사드리고 나가기 바쁘게 또 책임서기가 들어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중대보고가 아니면 절대 늦은 밤시간에 보고를 가져오지 않는다는것을 잘 알고계시였다. 그이께서 묻는듯 한 눈길을 드시자 책임서기는 조용히 말씀드렸다.

《방금 작전국장이 새 정황보고를 보내왔습니다.》

《봅시다!》

그이께서는 작전국장이 보고드린 자료를 읽으시였다.

《오늘 오후 3시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리륙한 3대의 〈비ㅡ1비〉전략폭격기들이 괌도의 앤더슨기지에 날아들었습니다.》

보고는 이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것은 실로 엄중한 위험이 닥쳐오고있다는 비상통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비ㅡ1비》라는 글자들을 한데 모으며 진하게 동그라미를 그리시였다. 38발의 핵폭탄을 실어나를수 있는 최신예핵전략폭격기 《비ㅡ1비》, 드디여 《핵까마귀》들이 우리 조국땅 가까이로 날아들기 시작한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전쟁은 불가피하다는것이 하나하나 실증되고있다. 전쟁, 전쟁!···)

그이께서는 손에 들고있던 자료를 놓고 쏘파등받이에 머리를 기대시였다. 어쨌든 지금은 눈을 붙여야 한다. 지금 이 시각을 넘기면 말짱 졸음이 달아날수도 있다.

그이께서는 눈을 감으시였다. 기다렸던듯 일시에 피로가 몰려들었다. 그것은 마치 짙은 구름처럼 캄캄한 어둠을 몰아오며 빈틈없이 주위를 휘감는듯 하였다.

그 시꺼먼 어둠속으로 웅ㅡ 웅 발동기소리를 울리며 《핵까마귀》가 날고있는것이 보이시였다. 검푸른 바다를 건너 날고 또 난다. 지금 그것들이 목표로 정한곳은 조선이다.

조선!··· 우리의 조상들이 대대손손 살아왔고 우리가 살고있고 우리의 후대들이 영원히 살게 될 조선, 그이께서 처음 조선에 대하여 알게 되신것은 언제부터였던가!··· 흘러간 먼 시절, 어린 시절의 꿈이 자라던 백두밀영에서였다. 백두밀영의 밤 어머님께서 어리신 그이를 잠재우시며 부르시던 《반달》이라는 노래에서부터였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언제나 생생히 기억되시는 그밤, 밖에서는 눈보라가 태질하며 숲을 흔들고 문창호지를 붕ㅡ 붕 울렸다. 가끔 굶주린 승냥이들이 통곡하듯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방안은 아늑했고 광솔불에 비쳐진 어머님의 모습은 그윽한 미소로 따뜻하게 빛났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그루 토끼 한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나라로

 

그이께서 눈을 뜨시면 어머님께서는 미소가 담긴 눈빛으로 정겹게 내려다보시군 했다. 그 눈빛은 마치 어리신 그이께 《자, 고운 꿈을 안고 어서 자거라.》하고 속삭이시는듯 하였다. 그러면 그이께서는 다시 눈을 감으며 낮고 부드러운 그 속삭임에, 그 노래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시는것이였다.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나라 지나서 어데로 가나

 

그 먼 시절 어리신 그이의 마음속에 새겨진 내 나라는 어머님의 미소처럼 밝고 따스하고 어머님의 눈빛처럼 정겨운 나라, 빛나는 조국이였다.

 

멀리서 반짝반짝 비추이는건

새별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하여 구름나라를 지나 아득히 먼 시련에 찬 길을 헤쳐 이 땅에 광복의 서광을 안아왔다. 이 귀중한 조국을 지켜 헤아릴수 없이 많은 피와 땀을 바쳐왔다. 그런데 오늘 미제침략자들은 인민이 주인된 내 나라, 우리의 사회주의조선을 기어이 압살해버리려 하고있다. 조선을 지구상에서 쓸어버리려 하고있다. 하지만 조선이 없는 지구가 있을수 있겠는가!···

그이께서는 차츰 졸음이 사라져가는것을 느끼시였다. 지금 몇시나 되였을가?··· 힘들게 눈을 뜨신다. 그러자 아직도 방이 캄캄한데 놀라시였다. 방은 불이 꺼져있었고 언제부터였는지 창가림들도 다 빈틈없이 내려져있어 그 어데서건 한점의 빛도 찾을수 없다. 누군가 그이께서 편히 쉬시도록 그렇게 해놓은것이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별빚조차 가리운 인공의 어둠은 싫어하신다. 그런것을 좋아하는것은 거의나 무슨 비밀을 감추고싶어하는 사람들이거나 마음 가난한 사람들뿐이다. 그런 사람들은 우정 어둠을 찾아다니며 한시도 쇠를 잠그지 않고는 안정하지 못한다.

불을 켜야겠다고 생각하신다. 그러나 좀 더, 한순간만 더···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절로 눈이 감겨지는것을 느끼신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지만 일어나야 한다. 오늘 해야 할 일만해도 산더미같다. 올해 농사차비는 어떻게 되는지, 기름문제는?···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미제침략자들이 조선을 지구상에서 없애버리려 하고있는 그것이다. 벌써 이 땅을 목표로 《핵까마귀》들이 날아들고있다!···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탁상등을 켜시였다. 새날 새 아침의 첫 사업을 또 시작하시려는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