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편 12

제 1 편

12

 

클린톤은 금요일저녁에 주말휴가를 떠날 계획이였다. 클린톤의 부인 힐러리가 그렇게 작정하고 전날부터 그 준비를 다그쳐온것이다. 힐러리는 이틀간의 일정을 짜면서 요트놀이와 낚시질, 골프와 메닭사냥에 각각 얼마만 한 시간을 분배할것인가를 놓고 머리를 쥐여짰다. 떠날 때 무엇을 타고 가겠는가 하는것을 가지고 클린톤과 다투기도 하였다. 하여 승용차를 쾌속으로 몰아대는것을 무척 즐기는 클린톤이였지만 그의 의견을 쫓아 전용직승기로 캠프데이비드의 대통령별장(1959년 아이젠하워와 흐루쑈브사이에 있은 회담 《캠프 데이비드 회담》으로 잘 알려져있다.)까지 날아가기로 했다.

이번의 주말휴가는 대통령으로서 빌 클린톤이 처음 가져보는 휴식이다. 지난 1월 23일 미국대통령으로 취임한이래 그는 정부각료들을 선발하고 행정부를 꾸리는 사업으로부터 세계적인 불안정에 대처하는 클린톤식 정치군사전략의 수립, 다망한 외교활동 그리고 선거전때 국민들에게 철석같이 공약한 《미국경제재건》의 기틀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면서 언제한번 맘편히 쉬여보지 못했던것이다.

그러나 인제는 한숨 돌리게 되였다. 힐러리가 특히 기뻐하였다.

오랜 변호사생활로 학자풍의 외모에만 신경을 써온 그 녀자는 법률가의 직업의식이 대단히 강한 편이였으나 대통령부인이 되면서부터 옷차림도 화려하게 하고 정치생활과 오락, 유희 등 모든면에서 다양하고 생기발랄한것에 치우치기 시작하였다.

《빌! 이번 주말휴가에선 말예요.》하고 힐러리는 오늘아침 가족식당에서 말했었다. 《일체 정치적문제나 법률용어들을 금지해요. 알겠어요?··· 루쏘의 〈자연으로 돌아가라!〉 이것이 우리의 이번 주말휴가 구호예요.》

그리고는 또 휴가기간의 일정은 물론 음악과 텔레비죤 종목, 매끼의 메뉴까지 자기의 의사에 절대복종해야 한다고 선언했었다.

드디여 별장으로 떠나기로 한 그 시각이 다가왔다.

오후 5시, 클린톤은 백악관 서쪽날개에 있는 집무실에서 본관 2층의 살림방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다시 딸의 학습방번호를 눌렀으나 거기서도 응답이 없었다. 무심코 중앙홀번호를 누르니 마침 그의 딸 첼시아가 받았다.

《첼시아!》

《아, 아버지세요?》하고 딸은 아버지의 말은 듣지도 않고 기쁨에 겨워 부르짖었다. 《아버지, 나 끝내 성공했어요!》

《성공?··· 무엇을 성공했다는거지?》

《뭔지 알아맞춰보세요. 아ㅡ 아니 내가 대줄게. 아버지, 이자 방금 〈사랑의 꿈〉을 뗐어요. 아유! 글쎄 오늘에야 마감까지 쭉 나가질 않겠어요!》

올해 12살나는 그의 딸 첼시아는 리스트의 피아노곡 《사랑의 꿈》을 오래전부터 련습해왔는데 후반부의 알페지오 선률때문에 매번 중도에서 끊어져서 울상이 되군 했었다. 그러던것이 오늘에야 비로소 해결이 된 모양이다. 중앙홀에 대형 그랜드피아노가 있으니 거기서 자기의 기쁨을 두드려대고있다는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아버지, 들어보실래요?》 딸은 벌써 전화기를 피아노가까이 옮겨가는듯 했다. 그애의 말소리는 물론 기쁨엔 넘친 숨소리도 커졌다 작아졌다 했다. 《자, 이제 칠게요. 아버지, 잘 들어보세요.》

잠시후 탁상전화확성기에서 피아노음악이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클린톤은 요즘 매일과 같이 의무적으로 들어오는 그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서 머리를 기웃거렸다. 지금 백악관남쪽의 철책을 두른 잔디밭공지에서는 전용직승기가 대기하고있을것이다. 집사들이 힐러리가 정해놓은 짐들을 바삐 날라가고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때 문이 열리며 대통령수석보좌관 토마스 맥클라티가 들어왔다. 클린톤은 의아쩍은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 사전 예고도 없이 그가 나타나는것이 심상치 않았던것이다.

《무슨 일이요. 토미?》

클린톤은 이렇게 그를 어릴 때 애명으로 불렀다. 그들은 어린시절 한고향인 아칸소주의 호프시에서 유치원을 같이 다녔던것이다.

《대통령각하.》 토마스는 군턱이 진 볼을 우물거리며 딱한 표정을 지었다. 《한가지 알려드릴 일이 있어서··· 주말휴가가 끝난 다음 알려드릴가 했지만 중앙정보국장이 지금 꼭 알려야 한다고 우겨서···》

《뭐요. 어서 봅시다!》

클린톤은 그가 내밀어준 종이장을 받아들자 거기에 찍혀있는 글줄들을 눈으로 핥듯이 스쳐보았다. 그리고는 이게 뭐 어쨌단말인가하는 의미로 무표정한 토마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토마스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클린톤은 다시 그것을 읽어보았다.

ㅡ요한네스부르그 20일발 에이에프피ㅡ

《남아프리카대통령 프레데리크 데 클레크가 오늘 케이프타운에서 진행된 국제회의에서 연설하면서 남아프리카가 핵무기를 가지고있었다는것을 처음으로 인정하였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자체의 핵잠재력을 마련할것을 목적으로 한 〈제한된 핵견제계획〉실현이 1974년에 시작되였다고 통보하였다. 계획이 실현된 결과 6개의 핵탄이 생산되였다.》

두번씩이나 읽었으나 중앙정보국장을 흥분시킨것이 무엇인지 단번에는 리해되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나라들과 이스라엘이 남아프리카의 핵무기개발을 지원했다는것은 공개된 비밀이 아닌가. 그것을 클레크대통령이 국제회의에서 공개했다고 해서 놀랐는가? 그러면 지금껏 그 누구도 급격히 변화되는 남아프리카의 정세발전이 그러한 결과에까지 이르리라는것을 예측하지 못했단말인가?!···

그의 눈치를 살피던 토마스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대통령각하, 이제 곧 윈에서는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 회의가 시작됩니다.》

《?···》

클린톤의 두눈이 가늘게 쪼프려졌다.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국제원자력기구는 무시할수 없는 협력자이다. 그리고 그 기구의 관리리사회 회의들에 미국은 특별한 관심을 돌려왔었다. 클린톤자신도 2월관리리사회에서 기대한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이였던지 단번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회의에서는》하고 토마스가 놀랍다는 의미로 어깨를 으쓱하며 계속하였다. 《대통령각하의 제일 큰 관심사중의 하나인 북조선의 핵문제가 취급되는데 중앙정보국장의 말에 의하면 지금 북조선이 2월관리리사회를 앞두고 외교활동을 강화하고있다고 합니다.》

클린톤은 한순간 아프도록 입술을 깨물고나서 짓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 보도를 언제 받았소?》

《방금 대통령공보부에서 보내왔습니다.》

공보부에서 보내온것이라면 세계의 통신들이 한창 떠들고있는 소식이라는것을 의미한다. 그는 습관된 손동작으로 탁자 한끝을 피아노건반처럼 두드렸다. 재빨리 생각을 굴릴 때마다 그렇게 하는데 버릇되여있었다. 그를 지켜보고있던 토마스가 물었다.

《어떻게 할가요. 각하?》

《우리끼리 있을 땐 그 각하라는 말을 빼고 하시오.》하고 클린톤은 느닷없이 증을 내며 말했다. 《정부각료들중 누가 남아있소?》

《예, 내무장관, 사법장관 그리고 재무장관과 상무장관 또···》

《됐소!》

클린톤은 손을 내저었다. 그 누구보다 꼭 필요한 국무장관이 없다. 국무장관 크리스토퍼는 외국려행중이였던것이다.

《국방장관과 중앙정보국장만 부르시오. 당장!》 바로 그때였다. 탁상전화확성기에서 첼시아의 토라진 목소리가 쨍쨍 울려나왔다.

《아버진 뭐야! 내 피아노연주를 듣겠다구 하구선 또 연설이야?··· 난 몰라!ㅡ》

《오, 첼시아!》하고 클린톤은 토마스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훌 스쳐보며 말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그렇게 됐구나. 하지만 어쩌겠니. 아버진 대통령이야.》

《싫어, 싫어! 대통령은 연설만 해야 하나?》

《얘, 내 말좀 들어. 응?! 이제 꼭 시간을 내서 들어보자꾸나. 하지만 지금은 그럴만 한 일이 있단다. 도무지 짬을 낼수가 없어. 알겠지?··· 오, 첼시아, 그럼 안녕!···》

그는 탁상전화기의 스위치를 끄고 토마스에게로 몸을 돌렸다.

《왜 그러구있소. 빨리 그들을 오게 하시오!》

《어데로 말입니까?》

《여기, 아니, 면담실로 오게 하오. 국가안전담당 특별보좌관도 부르시오. 그러되 누구도 개인서기나 속기원들을 데려오지 않도록 해야겠소.》

토마스가 나가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탁자우의 서류들을 분류하여 모아놓았다. 그것들중 중앙정보부에서 보내온 극비서류만은 금고안에 넣고 쇠를 잠그는것을 잊지 않았다. 그런 다음 맞은편 벽면을 꽉 채운 서고를 바라보았다. 그 서고의 중간은 모두 텔레비죤수상기들로 차있었다. 닉슨대통령때에만 해도 미국의 3대텔레비죤방송국(에이비씨, 엔비씨, 씨비에스)의 화면들이 비쳐졌는데 카터시기엔 그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씨엔엔방송국을 위한 텔레비죤이 하나 더 늘었다. 또 그다음부터는 국방부중앙통신쎈터에서 주관하는 위성통신중계 텔레비죤들이 하나, 둘 더 늘어나면서 인제는 대통령이 임의의 시각에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변들은 물론 로씨야의 한 농촌에서 밀을 수확하는 농부의 얼굴에 떠오른 수심어린 기색까지 볼수 있게 되였다.

그는 원격조종으로 여러대의 텔레비죤을 차례로 훑어보다가 마침 시사론평시간인 씨엔엔의 화면에 눈길을 주었다. 세계의 움직임에 민감한 방송국들이 벌써 클레크의 연설을 두고 제나름대로의 분석을 가하고있는것이다.

《한편 스웨리예에 있는 한 연구소는.》하고 론평원은 말하고있다. 《남아프리카가 1960년초에 핵무기원료인 농축플루토니움을 생산하기 위한 비밀계획에 착수했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남아프리카와 이스라엘이 핵무기제조에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있는바 이스라엘은 남아프리카에서 우라니움과 핵시험장을 제공받는 대가로 이 나라에 핵전문가들을 파견하여 핵무기개발을 도와주었다는것입니다.

1979년 남대서양에서 있은 수수께끼의 〈2중섬광〉은 남아프리카의 한 섬에서 있은 이스라엘의 핵시험폭발이였다고 하면서···》

씨엔엔 시사론평원의 해설을 들으면서 클린톤은 지금 북조선에서는 클레크의 이 충격적인 《고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있을가 하고 생각하였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불공정성에 대하여 강력히 주장하고있는 이 나라가 이를 계기로 새롭게 도전해나오면 북조선을 고립말살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심중한 장애가 조성될수도 있는것이다.

《1940년대말부터.》하고 씨엔엔 시사론평원은 계속하였다. 《남아프리카에서 우라니움을 사들이기 시작한 미국은 많은 협조, 협정의 체결을 통하여 남아프카의 핵기술자들을 육성하고 원자로들에 기술원조를 주는 등으로 핵개발을 도와주었습니다.

프랑스와 도이췰란드도 남아프리카의 핵무기개발에 적극 기여하였는데 도이췰란드는 〈비밀리에〉 도와주었고 프랑스는 2개의 핵발전설비를 제공하여주었다고 합니다.···》

클린톤은 텔레비죤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제는 그가 부른 사람들이 다 모여왔을것이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갔다. 《루즈벨트의 방》이라고 불리우는 면담실은 대통령집무실로부터 멀지 않았다. 원래 본관에 붙여 지은 이 서쪽채는 제26대대통령 떼오도르 루즈벨트대에 그의 여섯명아이들과 그가 기르는 각종 짐승들을 수용하기에 너무 비좁아 3층짜리로 증축한것으로서 이후 여기에 대통령집무실을 비롯한 내각회의실, 면담실, 오락실 등이 꾸려졌다.

클린톤이 면담실에 들어서니 국방장관 레스 애스핀, 중앙정보국장 제임스 울지와 대통령국가안전담당특별보좌관이 와있었다.

(참 놀라운 일인걸!)하고 클린톤은 그들의 눈인사에 답례하며 생각하였다.

(클레크의 한마디 말이 미행정부를 긴장시키게 되다니!···)

그는 자리에 앉자 이렇게 시작하였다.

《오늘 우리가 검토하자고 하는것은 윈에서 진행될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 회의에서의 북조선의 반응이요. 그들이 남아프리카의 핵무기공개를 계기로 지금까지 남아프리카나 이스라엘 등 나라들의 핵개발을 눈감아준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의 차별조치를 폭로할 경우 우리의 〈포커스작전〉에 금이 가지 않겠는가 하는것이요.》

모두 심각해졌다. 클린톤이 말하는 《포커스(초점)작전》이란 바로 합동참모본부가 오래전에 제한하고 국방성이 적극 추진시켜온 북조선의 녕변지구 폭격작전이다. 《팀 스피리트 93》합동군사연습이 본격화될무렵 불시에 녕변의 핵시설을 공습하고 그에 따르는 북조선의 대응조치(두말할것 없이 그들은 강력히 반발할것이다)를 전면전쟁의 구실로 삼는다는것이 《포커스작전》이다. 말하자면 녕변의 핵시설에 《초점》을 맞춘 작전이라는것이다.

그런데 이 작전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 회의를 중시하지 않을수 없다. 그것은 그 회의에서 북조선의 핵활동의 불투명성을 최종 락인하고 그들이 거부하는 《특별사찰》을 결의하게 함으로써 세계사회계로부터 북조선을 더욱 고립시키고 녕변지구폭격의 명분도 세울수 있기때문이다.

《대통령각하.》하고 울지 중앙정보국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윈에서는 북조선의 태도여하에 관계없이 미리 준비되여있는 결의가 결정될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오?》하고 클린톤은 물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자기가 말을 잘못했다는것을 깨닫고 미간을 찌프리였다. 제대로 되자면 《그렇게 믿소?》하고 말했어야 했던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중앙정보국장이기때문이다. 그는 벌써 윈회의참가자들의 발언원고까지 다 꿰들고있을는지도 모르는것이다.

《그렇습니다.》하고 울지는 미소했다. 《그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남아프리카와 이스라엘을 걸고들려고 한다면 그들도 저절로 걸려들고말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런다고 해서 그들자신의 핵활동의 투명성은 확인되지 않을것이기때문입니다.》

애스핀 국방장관이 머리를 버쩍 들었다.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하고 그는 두눈에서 파란 빚을 내뿜으며 부르짖었다. 《그들이 이것을 가지고 떠들면 떠들수록 남아프리카를 지원한 서방세계의 감정만 상하게 할것이고 결국 우리는 서방동맹국들의 지지도 얻을수 있습니다.》

그러자 대통령국가안전담당특별보좌관이 조심스럽게 반박했다.

《세계무대에는 프랑스나 도이췰란드와 같은 나라들만 있는것이 아니지요. 핵문제에서 말썽 많은 인디아와 파키스탄, 알제리같은 나라들에게 줄 영향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가요?》

《그런건 무시해도 되오!》

중앙정보국장이 내쏜 말이였다. 애스핀과 같이 녕변지구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시종 주장해온 《포커스작전》의 지지자로서 그는 벌써 목덜미까지 불깃해있었다.

클린톤은 그들의 언쟁을 들으며 극비밀리에 준비해왔으며 지금은 그 실천단계에 들어가고있는 《포커스작전》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기 시작하였다. 사실 클린톤에게 있어서 전쟁은 얼핏 보기에 바람직한 일이 아닌것으로 간주될수도 있었다. 그것은 지난해에 있은 선거결과가 미국대통령에게 가장 절박한 초미의 문제는 경제라는것을 시사해주었기때문이다.

1990년 2.4분기부터 시작된 미국경제의 침체현상은 부쉬의 재생에 결정적인 암초로 되였고 클린톤의 당선에는 더없이 좋은 계기로 되였다. 미국의 전후력사에서 제일 오래 지속된 경제적인 부진상태는 부쉬대통령이 자기의 임기기간 가장 극적인 사변들인 쏘련과 동유럽사회주의나라들의 붕괴, 만전쟁의 승리를 이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레이자빛처럼 정력을 집중하여 경제를 개건》하겠다고 공약한 클린톤에게 쏠렸던것이다.

그러나 클린톤은 위대한 시대를 떠난 위인이 없으며 피어린 전쟁을 떠난 영웅이 없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그의 견해에 의하면 력사에 공인된 미국의 4대대통령들의 실례가 그것을 잘 말해주고있다. 독립전쟁시기의 워싱톤은 물론 남북전쟁시기의 링컨, 제2차 세계대전시기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랭전이 극한에 이르고있던 1962년 쏘련이 꾸바에 미싸일기지를 설치하려고했을 때의 케네디, 그들은 다 시대를 대표하는 영웅들이였고 비상한 용기와 지도력을 발휘한 위인들이였다.

그러면 클린톤이라고 왜 그들처럼 되지 못하겠는가?···

사람들은 그를 쾌활한 사나이, 락천가라고 한다. 하지만 그의 웃고있는 얼굴뒤의 야심만만한 경쟁심에 대하여 알고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인생의 의미를 경쟁이라고 보는 사나이였다. 수백수천만의 사람들이 한 주로에서 달리는 인생의 마라손경기, 그 경기는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있으며 래일도 계속되게 된다. 일단 그 주로에 나선 이상 달려야 하며 달리되 피를 물고 달려서 제일 앞장서 나가야 한다고 믿는 그였다. 이러한 생각이 그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인생주로를 기를 쓰며 달리게 하였다.

1946년 아칸소주의 호프지에서 유복자로 태여나 술주정뱅이 계부의 슬하에서 비록 불우한 소년시절을 보내긴 했어도 그는 피나는 야심을 품고 벌써 고중시절에 수재로 뽑혀 백악관을 참관하였는데 그때 케네디대통령과 악수를 하면서 그의 눈길은 백악관의 옥좌를 겨누었었다. 그뒤 워싱톤 죠지타운대학, 영국의 옥스포드대학, 또 미국 예일대학을 나온후 본격적인 그리고 필사적인 경쟁의 파도속에 몸을 던졌다. 그 시절의 첫 주지사선거경쟁은 얼마나 치렬했던가! 첫번째엔 패했지만 두번째엔 이겨서 미국에서 가장 젊은 주지사로 되였다. 그후 다섯번이나 더 경쟁에서 이겨 무려 12년간 즉 미국에서 가장 오랜 주지사로 있으면서도 그의 눈길은 백악관에서 떠나지 않았다.

드디여 1년 1개월의 치렬한 선거경쟁을 거쳐 그는 47살에 제42대 미국대통령 즉 백악관의 주인이 되였다. 그러나 이것은 경쟁이 끝났다는것을 의미하는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그는 력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 영웅들과 또 경쟁을 하여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극적인 사변들로 충만된 시기에 권좌를 타고앉아있은 선임대통령 부쉬를 딛고 올라서야 했다. 한때 영광의 절정우에 기여오르던 부쉬, 그러나 쏘련과 동유럽사회주의나라들의 붕괴에 커다란 작용을 한 그마저도 끝내 허물지 못한 보루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조선이였다.

클린톤은 드디여 결심하였다. 북조선의 핵문제를 주패장으로 잡고 자기의 힘과 의지를, 지도력을 과시할 작정이였다. 그것은 면밀히 타산된 결심이였다.

그는 지난 50년대에 트루맨과 아이젠하워가 조선전쟁에서 대참패를 당했다는것도 《푸에블로》호 사건과 《이씨ㅡ121》비행기격추사건때 죤슨과 닉슨이 숱한 군함과 비행기를 몰아갔지만 끝내 조선을 굴복시키지 못했다는것도 잘 알고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문제가 다르다. 그때에는 쏘련을 위시한 사회주의나라들이 있었지만 인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하여 지난 1월 23일 그가 대통령취임식이 있은 다음 처음으로 비준한 문건들중의 하나가 바로 《팀 스피리트》합동군사연습재개에 대한 명령서였다. 이 문건은 취임후 3일후인 1월 26일 정식 공포되였다.

클린톤은 부쉬가 중지했던 핵전쟁연습을 재개하는것으로 대통령의 첫걸음을 시작함으로써 그에 대해 경계의 눈빛을 감추지 않고있던 군부와 군수독점체들, 정계의 보수세력들을 만족시켰고 그들로부터 뜻깊은 악수를 받게 되였다.

그때부터 《포커스작전》도 적극 추진되였다. 사실상 그것은 부쉬때부터 제안된것인데 여러모로 고려되고 《팀 스피리트》도 중단되여 있어(《팀 스피리트》를 떠난 《포커스작전》은 있을수 없다.) 빛을 보지 못하고있다가 혈기방자한 클린톤에 의해 되살아난것이였다.

클린톤은 쏘련이 해체된후 거의나 고립무원한 처지에 놓이게 된 북조선의 정치군사경제적잠재력을 보잘것없는것으로 치부하였다.

그들이 가지고있는 우수한 무장장비에 대해 요란히 떠들지만 그것은 별로 우려할것이 없다고 보았다. 미국은 이미 만전쟁을 통하여 미국의 고도기술무기들이 얼마나 위력한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던것이다.

그러면 걱정할것이 또 무엇이 있는가?··· 전쟁의 구실과 명분이다. 미국과 클린톤행정부가 쓰고있는 민주주의의 너울에 얼룩이 가지 않게 하는것이다. 세계에서 처음 원폭투하를 명령한것으로 하여 《세기의 대살인자》라는 비참한 운명의 십자가를 걸머진 트루맨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잘 타산하는것뿐이다.

그때 중앙정보국장 울지가 그를 불렀다.

《대통령각하, 제 생각엔 북조선을 계속 자극하여 그 지도부로 하여금 분별을 잃게 하는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클린톤은 앞서 있은 론쟁을 스쳐버렸으므로 인츰 무어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몰라 아리숭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애스핀국방장관이 노기에 찬 음성으로 반박하였다.

《세계의 전쟁사는 전쟁개시 이전에 누구나 강력한 평화공세를 먼저 앞세웠다는것을 보여주고있소.》

《그럼 당신이 말하자는것은 뭐요?》하고 울지가 비웃었다. 《그런즉 당신은 〈팀 스피리트〉가 강력한 평화공세라는거요?》

방안분위기가 긴장해졌다.

바로 그때 문이 열리며 다반을 받쳐든 힐러리가 애교있는 미소를 띠우고 방에 들어왔다. 힐러리는 늘 접대부의 손을 빌지 않고 자신이 직접 손님들을 즐겨 대접하군 했다. 그렇게 하면 중요한 문제토의에도 스스럼없이 끼울수 있는것이다.

전통적인 관례에 의하면 대통령부인은 그 어떤 직책이나 직무에도 있지 않게 되여있으나 힐러리만은 거기에 구애되지 않았다. 지금 힐러리는 클린톤의 가장 유력한 조언자로서 확고부동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있다. 클린톤정권각료들의 대다수를 힐러리가 선발하고 추천했다는 말도 나돌고있다. 실제로 힐러리가 지도하는 의료보건특별소조성원들가운데엔 국방장관을 비롯하여 4명의 장관들이 들어있다. 그는 현명한 조언과 기발한 착안으로써 정책작성에 적극 관여하였고 지금은 내각회의실에 그의 자리가 공식적으로 지정되여있다. 하기에 녀성잡지 《매력》은 힐러리를 미국의 10대녀걸들중에서 첫자리에 놓으면서 《백악관의 절반주인》이라고 평했었다.

힐러리의 출현은 분위기를 가셔주었다. 검은색 도레스를 입은 힐러리는 정치가들의 고달픈 토론석상에 녀성특유의 아릿한 체취는 물론 그들모두의 마음을 덥혀주기에 충분한 량의 미소도 가지고 왔다.

《자, 어서들 드세요.》하고 힐러리는 각자의 기호에 알맞게 차와 커피, 코카콜라 등을 놓아주었다. 《그런데 다들 기분이 썩 좋지 않으시군요.》

《부인, 지금 우린 억지로 령감을 찾고있는 시인과 같은 심정입니다.》

애스핀국방장관의 말이였다.

《아, 그러세요?》하고 힐러리는 또 애교있는 미소를 골고루 선물했다. 《하지만 그걸 억지로 찾을 필요야 있을가요? 령감이란 저절로 와주는 법이죠.》

《그야 물론!··· 하지만···》

《하지만 대통령각하가 억지로라도 찾으라고 한단말이죠?》

힐러리의 그 말에 모두 소리내여 웃었다.

《무슨 일이든.》하고 힐러리가 또 입을 열었다.

《너무 앞질러나가면 코가 깨지는 법이죠. 잠을 자고나면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가요?》

마지막 그 말은 클린톤을 눈웃음으로 스쳐보며 한것이였는데 그 녀자의 미소에서 클린톤은 그가 주말휴가를 포기했다는것, 중요한 이 문제토의를 래일 계속하는게 어떤가 하는 의미를 알아차렸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하고 클린톤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핵무기제조비밀을 공개한 남아프리카에 대해 우리는 공식적으로 환영의 립장을 취합시다. 그러되 그것을 북조선에 대한 압력의 수단으로 써먹어야겠소. 북조선도 남아프리카처럼 감추고있는것을 공개하라고 강하게 압력을 가해야 하오. 이런 의미에서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가 매우 중요하오. 우리가 애써 찾고있는 전쟁의 명분은 바로 그 회의에 달려있소. 북조선을 고립시키고 그들의 핵활동이 불투명하며 핵무기개발의혹이 매우 짙다는것을 세상사람들에게 충분히 인식시킬 때 우리의 〈포커스작전〉도 지지를 받게 되는것이요. 그러므로 윈회의에 주목을 돌립시다. 윈회의와 〈포커스작전〉은 당면한 우리의 2대목표요!》

그는 잠시 말을 끊고 생각에 잠겨있다가 수석보좌관 토마스를 불러 엄숙히 언명했다.

《전체 국가안전보장회의 성원들에게 알려야겠소. 이제부터 1개월동안 일체 주말휴가를 금지한다고 말이요.》

국가안전보장회의 성원들로는 대통령과 국무장관, 국방장관, 중앙정보국장, 합동참모본부의장 등이 속한다. 클린톤이 자신을 포함한 그 성원들에 한하여 1개월동안 주말휴가를 금지한다고 한것은 그 기간에 북조선의 핵문제와 《팀 스피리트》도 북조선의 운명도 끝장이 날것이기때문이였다.

그리고 끝으로 중요한 문제가 또 한가지 있다, 하고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언명했다.

《인제는 핵전략폭격기를 조선반도수역에 날려보낼 때가 되였소.》

그가 말하는것이 바로 38발의 핵탄을 적재할수 있는 길이 41.7m에 너비 23.8m, 폭탄을 만재했을 때의 최대중량이 216.4t에 달하는 미국의 최신예핵전략폭격기 《비ㅡ1비》라는것을 모인 사람들은 다 알고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하고 클린톤은 계속하였다. 《북조선의 수뇌부에 강한 정신적압력을 가하고 그 국민들에게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킬것이요. 우리의 〈포커스작전〉은 이로써 정식 발동된셈이요!》

그제야 모인 사람들은 대통령이 왜 국가안전보장회의성원들에 한해서 일체 주말휴가를 금지한다고 했는지 리해할수 있었다. 극동에서의 전쟁이 눈앞의 현실로 되였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