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편 11

제 1 편

11

 

무력부청사로 돌아가는 최광의 마음은 무거웠다. 기계화보병려단의 도하훈련이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 심려를 끼쳐드린때문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오영범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였고 려단이 그 수준이면 틀림없이 그이께 기쁨을 드릴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총참모장인 그는 그들의 생각을 믿었고 그대로 최고사령관동지께 보여드렸다. 결국 일은 어떻게 되였는가?··· 물론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오영범려단의 도하공격이 과감하게 진행되였다는것을 강조하시였고 오영범의 드센 주먹과 타격솜씨를 치하하시였다. 그러나 그 《과감한 돌격》에 뒤따를 커다란 손실을 발견하시고 그때문에 가슴아파하시였다. 우리의 인민군병사들이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결사옹위하는 총폭탄이 될것을 맹세다지고 희생을 두려워함이 없이 나설수록 그들의 생명을 천금같이 귀하게 여기며 아껴주시는 그이이시였다. 하기에 그이께서는 우리의 모든 작전은 병사들을 아끼며 그들의 희생을 극력 줄이는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시는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우리의 군사지휘관들은 보다 더 강력하게, 무자비하게 적을 타격할 작전전술방안을 짜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것이다.

최광은 자기가 일을 쓰게 하지 못하여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자책하고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왜 나는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는가?···)하고 그는 지꿎게 그 한가지 생각만 곱씹고있었다. (내가 인제는 낡았는가, 늙었는가?··· 과연 이것이 나의 제한된 작전적두뇌와 능력에만 한한 일이겠는가?···)

오늘따라 웬일인지 허리가 몹시 쑤시는것을 느꼈다. 인제는 늙었다는 생각이 또 든다. 그것을 인정하고싶지는 않지만 로년과 로쇠는 시간표대로 꾸준히 어김없이 찾아오는것이다.

그는 담배를 피워물었다. 뻐금뻐금 힘주어 그것을 빠느라니 구수한 담배연기가 오늘따라 페부를 알알하게 허비며 기침이 터질것처럼 자극했다.

그는 담배를 끄고 시창밖으로 흘러가는 밤거리풍경을 거의나 무심히 내다보았다. 생각은 무거웠고 가슴은 아픔에 조여들었다.

(이렇게 하고서야 어찌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보좌하는 중임을 다할수 있겠는가! 그이께서는 늘 우리들에게 로당익장하라고 말씀하시는데 늙을수록 더 기백있게 일할것을 바라시는 그이의 기대에 어떻게 다 보답한단말인가?!···)

갑자기 그는 가슴 한쪽을 지그시 누르며 두눈을 감았다. 흉곽을 세게 조이는 뻐근한 아픔과 함께 떠오른 하나의 기억이 있었다. 지난 조국해방전쟁의 첫시기 서울을 해방한후 3일간이나 진격을 멈추고 지체한탓으로 빚어진 가슴아픈 후과에 대한 생각이였다.

3일!··· 그 3일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련과 고초를 헤쳐야 했던가. 그리고 잃어진 그 3일때문에 얼마나 많은 피와 희생이 뒤따랐던가?!···

지금도 그는 오래전 그해 1950년 9월의 어느날 밤을 잊을수 없다. 락동강전선에서 사단장으로 싸우던 그가 경애하는 수령님의 명령으로 서울방어전투에 조동되여갔을 때의 일이였다.

서울지구방어사령부가 자리잡은 이전 철제공장건물에서 민족보위상 최용건이 그를 맞이하였다. 그가 보고하자 최용건은 성한 손으로(부상당한 왼팔은 붕대로 어깨에 걸메고있었다.) 남포등을 쳐들고 마치 전혀 낯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리고는 볼편의 근육을 움씰거리며 《왜 그러구 서있소, 빨리 와서 임무를 료해하시오.》라고 말했다. 례절차린 인사말도 없었다. 그는 지도를 통하여 최광에게 그가 지휘할 련합부대 및 여러 구분대들과 방어구역을 알려주었다.

그때 최광은 지도를 훑어보면서 몸서리쳤다. 벌써 적의 예봉이 왕십리역부근에까지 쳐들어오고있기때문이였다. 그렇듯 정세가 엄혹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그였다. 전장에서 화약, 연기를 삼켰을 때처럼 가슴이 조여들고 목이 타들어 견딜수 없었다. 하여 그는 시꺼먼 손으로 목깃을 잡아헤치며 거쉰 속삭임처럼 물었다.

《상동지,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예?!》

그것은 저도모르게 터져나온 쓰라린 아픔의 절규였다. 락동강전선에서 한치한치를 피로 적시며 남해기슭에로 전진해나가던 그였던것이다.

이제 한번만, 한번만 더! 하면서 결사적인 최후공격을 벌리던 그가 지금은 서울시내 중심부에까지 짓쳐들어온 적들의 공격서렬을 보고있는것이다.

최용건은 입술을 꽉 악물고있다가 천천히 검붉은 두볼을 흠칫거리며 매몰스럽게 말했다.

《임무를 료해했으면 가서 일에 착수하시오.》

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최광은 허리를 쭉 폈다. 위험한 사태에 직면했을 때엔 무엇보다먼저 출로를 찾고 과감하게 뚫고나가야지 책임을 따져선 안되는것이다. 하여 그는 불에 끄슨 군복을 쭉 잡아 다리며 거수경례를 붙였다.

《알았습니다. 상동지! 임무수행에 착수하겠습니다.》

그러나 그가 막상 몸을 삑 돌려 출입문에로 걸어가고있을 때 돌연 최용건이 그를 불러세웠다. 최용건은 좀전처럼 성한 손으로 남포등을 쳐들고있었는데 최광에게로 향한 그 눈길은 사나왔다. 후에야 알게 되였지만 그때 그는 최광이 아니라 회오와 자책에 몸부림치는 자기자신을 노려보고있었던것이다.

《심판은 후에 가서 합시다.》 그가 하는 말이였다. 뼈를 에이는듯 한 아픔에 겨워 부르짖는 내심의 무서운 속삭임이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어떻게 되여 우리가 후퇴를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는지··· 력사는 이제 그것을 죄다 밝혀낼거요!》

비로소 최광은 그가 잃어진 3일에 대하여, 전쟁의 첫시기 전선부대들을 지휘한 그가 서울을 해방한후 련속적인 공격전을 조직할대신 무려 3일동안이나 공격부대들을 지체시킨 자신의 엄중한 과오와 책임에 대하여, 그에 대한 《심판》을 말하고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날 최용건의 얼굴에 떠올라있던 무서운 번뇌의 빛을 상기하며 그는 으스러지게 주먹을 틀어쥐였다.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군사지휘관들이 다시는 그러한 피의 교훈을 반복하여서는 안된다. 한 병사의 실수는 하나의 생명을 잃게 하지만 지휘관이 범하는 실수나 과오는 벌써 수십, 수백, 수천의 희생을 가져온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그것은 더 큰 손실을 가져오며 전군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수도 있다.···

승용차는 어느덧 무력부청사에 이르고있었다. 육중한 철문앞에서 무장보초가 영접들어총을 하는것이 보였다. 어느새 철문이 열렸다. 승용차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리로 들어섰다.

구령에 따라 정렬해선듯 길 좌우에 일직선으로 늘어선 가로등들이 푸릿한 빛발을 뿌리고있었다. 덩지가 큰 많은 건물들이 불을 끈채 어둠속에 잠겨있다. 새벽이 가까와오고있다.

이윽고 승용차는 총참모부청사 현관앞에서 멎었다. 영접들어총을 한 병사의 긴장한 얼굴이 전조등불빛에 확 드러났다가 다시 어둠속에 녹아버렸다. 전조등이 꺼진것이다.

최광은 차에서 내려 무거운 걸음으로 보초병앞을 지나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총참모부 작전직일관이 마중나와 근무중 이상없음을 보고했다. 최광이 물었다.

《작전국장동문 어데 있소?》

《작전실에 있습니다.》

그는 자기 방에 들어서자 책상앞으로 걸어가 제일 오른쪽의 전화기를 들었다. 곧 작전국장이 나왔다.

《작전국장동무, 기계화보병려단의 도하훈련에 대하여 알아보았소?》

《예,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직접 말씀이 계셨습니다.》

《그렇소?···》 그는 습관된 동작으로 송수화기를 꼭꼭 눌러대였다. 《알겠소. 그럼 이제부터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주신 가르치심을 자로 하여 타격집단의 대응훈련계획을 다시 검토해봐야겠소.》

《알았습니다!》

그는 전화를 끊고 한동안 책상우에 쌓여놓은 서류들만 물끄러미 내려다보고있었다. 얼마후에야 문득 그 서류들이 적지 않게 늘어나있는데 주의가 미쳤다.

그는 자리에 앉으며 그것들을 끄당겨 뚜껑에 쓴 글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그런데 놀라운것은 그것들이 다 인민무력부장의 사업범위에 속하는 서류들인것이였다. 그는 잘 믿어지지 않아 다른것들까지 죄다 훑어보고나서 서기를 불러 새로 쌓인 서류더미를 한손으로 가리켰다.

《이것들이 어떻게 나한테 와있소?》

《무력부장동지가 그렇게 지시했습니다. 이쪽의 서류들은 총참모장동지가 처리하고 나머지는 모두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 올려달라고 했습니다.》

《그건 왜?》

《아니 그럼 아직 모르고계십니까?··· 무력부장동진 입원치료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뭐 입원?》

서류더미를 짚고있던 최광의 두손이 굳어져버렸다. 놀람과 의혹에 찬 눈빛으로 서기를 쳐다보는데 그것은 마치 이제라도 다른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듯 하였다. 그러나 그의 서기는 기계처럼 정확한 사람이다. 최광은 그의 특이한 성격을 잘 알고있었으므로 곧 손을 내밀어 적갈색의 전화기를 끌어갔다.

《군의국장동물 찾소, 음, 당장!》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군의국장의 잠내나는 목소리가 인차 공명판을 지릉지릉 울렸다.

《총참모장동지, 군의국장 전화받습니다.》

《군의국장동무!》하고 최광은 흥분을 억제하며 가까스로 목소리를 낮추었다. 《무력부장동무가 입원치료를 받게 됐다는게 사실이요?》

《예, 그렇습니다. 총참모장동지!》

《그건 왜?··· 왜 입원을 해야 하오?》

《총참모장동지! 지금 무력부장동지의 병상태는 가슴렌트겐검사에서 진한 음영이 나타났고 피검사에서 백혈구증다증의 요소가 있으므로··· 페염으로 넘어갈수 있는···》

《여보, 누가 그런 소리나 듣겠다는가?!》하고 최광은 참다 못해 어성을 높였다. 《입원치료를 받는 길밖엔 다른 방법이 없는가말이요?》

《총참모장동지, 이건···》

《동무!》하고 최광은 격해지는 심정을 씹어뱉으며 말했다. 《지금이 어떤 때요? 전쟁이 박두해오고있는 이때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보좌해드려야 할 중책을 지닌 무력부장이 입원치료를 받다니··· 동무 무슨 말을 하는거요?》

《사실 전···》

《동무! 그래도 동문 전쟁때 화선에서 이동천막을 치고 포탄이 날아오는속에서도 수술을 하던 동무가 아니요. 그러던 동무가 왜 지금은 입원치료밖에 모르오? 왜 전쟁때처럼 전투적인 집중치료대책을 세우지 못하나말이요!》

《···》

군의국장은 최광의 노기에 찬 목소리에 그만 얼어붙고만것 같았다. 최광은 숨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 송수화기를 귀가에 꽉 눌러대고 아픔에 젖은 목소리로 따져물었다.

《그래도 머리를 짜보면 무슨 방도가 나지겠지. 안그렇소? 동무, 왜 말을 못하오. 엉?!》

바로 그 순간 망두석처럼 옆에 서있던 서기가 입을 열었다.

《총참모장동지, 무력부장동지를 입원시키라는것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입니다!》

《뭐 명령?!···》

《그렇습니다!》

이렇게 대답한것은 서기가 아니라 그가 들고있는 송수화기의 진동판을 세게 울린 군의국장의 목소리였다. 그는 흥분에 떠는 목소리로 이렇게 계속하였다.

《무력부장동진 자리를 뜨려 하지 않았지만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선 지금 입원치료를 받지 않으면 건강을 심히 해칠수 있다고 하시면서 정세와 관련해서는 더 근심하지 말고 지체없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시였습니다.》

최광은 미간으로 엄하게 쪼프린 눈섭을 슴벅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벅찬 격정이 사품쳐오르는 가운데 무엇인가 명치끝을 찌르는 아픔이 있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은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고 그는 굵다란 손가락끝으로 흐려지는 안경을 밀어올리며 생각하였다. (이제 그마저 없으면 어떻게 하는가. 나자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잘 보좌해드리지 못해 속을 썩이고있는데 그마저 자리를 비우면 그이께선 또 얼마나 무거운 짐을 더 지시게 되겠는가?!···)

그는 총참모장으로서 날로 정세가 긴장해지고있는 지금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안고계신 사업부담이 얼마나 막중한것인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었다. 오늘도 그러할진대 래일은 또 얼마나 많은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이 덧쌓일것인가?··· 이제 적들은 군사적압력공세를 강화하면서 국제무대들에서 우리를 고립시키기 위해 더욱더 피눈이 되여 날뛸것이다. 하여 나날이 정세는 엄혹해지고 그이께서는 더 많은 낮과 밤을 이어가며 로고를 바치실것이다.

최광은 오래동안 한자리에 앉아 밤을 지키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