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편 10

제 1 편

10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떠나가신후에도 오영범은 이윽토록 한자리에 박혀있었다. 한없는 괴로움에 숨이 막히고 가슴은 뻐근하게 죄여들었다.

상상도 할수 없던 일이였다. 그토록 심혈을 쏟으며 애써왔건만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 기쁨을 드리기는커녕 오히려 심려를 끼쳐드렸던것이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내가 과연 무슨 일을 저질렀단말인가?!···)

무겁게 안색을 흐리시던 그이의 모습을 생각하면 할수록 심장이 떨려나는것을 어찌할수 없다. 그는 두다리를 후들후들 떨며 모지름썼다. 밤하늘도 더 시꺼매진듯 했다.

과연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그는 자기의 군사복무경험과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배운 주체적군사리론의 제반요구들을 다 활용하느라고 애써왔었다. 제2차 세계대전과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의 경험들과 최근시기의 포클랜드전쟁, 만전쟁의 교훈도 종합적으로 분석연구했고 미군의 최신식무기와 작전전술도 깊이 파고든데 기초하여 려단의 도하작전을 세웠었다. 그러나 그토록 피나는 탐구와 노력을 기울였건만 경애하는 장군님께 만족을 드리지 못하였다. 자기가 그어가는 선하나, 점하나에 얼마나 큰 희생이 뒤따르겠는지는 다 알지 못하였다. 그런것은 응당한것으로 여기지 않았던가.

그자신 전투에서 백번, 천번 쓰러질수 있다는것을 각오했고 희생이 없는 승리란 있을수 없다는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그러한 승리를, 막대한 피의 대가로만 얻어지는 승리는 바라지 않는다고 말씀하신것이다!··· 사방에서 검은 구름장들이 밀려들어 별빛조차 없는 밤은 더욱더 암담하고 음산하게 여겨졌다. 무엇인가 생각해야 하겠으나 어찌된 일인지 머리를 불에 달군것처럼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준렬하게 울리던 그이의 말씀만이 계속 귀전에서 총성처럼 메아리쳤다.

《막대한 피와 희생의 대가로만 얻어지는 승리를 난 바라지 않소!》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갑자기 그는 승용차있는곳으로 달려가 문을 콱 당겨열면서 운전수에게 차를 강기슭으로 몰라고 명령했다. 무엇인가 가슴을 치는 아픔을 참고 견딜수 없었다. 려단의 도하공격훈련이 진행된 강기슭을 다시 달리며 실패의 원인을 찾고싶었다. 단 몇십분동안에 불이 번쩍나게 장검처럼 내리칠 무자비한 공격안을 당장 찾고싶었다.

오영범의 전투용지휘차는 땅크의 무한궤도로 짓이겨져있는 강기슭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는 한창 강을 도로 건너오는 땅크와 장갑차들이 줄을 지어 큰길로 빠지고있었다. 그는 차를 세우자바람으로 무작정 길 한가운데 나서서 손을 내흔들었다. 무한궤도로 흙먼지를 말아올리며 달려오던 땅크 한대가 움씰하면서 요동을 쓰더니 멎어섰다. 그러자 매캐한 먼지가 후더운 열기와 함께 사정없이 그의 몸에 들씌워졌다.

《려단장동지, 왜 그럽니까?》

땅크안에서 누군가 비상문을 열면서 소리쳤다.

오영범은 그리로 다가가 그 전사의 어깨를 쑥 눌러 밀어넣고는 그 자신도 비상문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후끈하니 달아오른 기름냄새가 지독하게 풍겼다. 그는 사레들린것처럼 가까스로 숨을 들이긋고나서 누구에게라 없이 큰소리로 말했다.

《동무들은 나와 같이 훈련을 좀더 해야겠소.》

려단장의 그 말에 승조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있었다.

오영범이 물었다.

《몇대대 몇중대요?》

《옛. 1대대 3중대 제368호 땅크승조입니다.》

땅크장의 대답이였다.

《좋소.》

오영범은 성대송화구에 입을 가져다대고 웅글게 말했다.

《독수리 하나, 나 50번이다.》

즉시 응답이 왔다.

《독수리 하나, 듣는다.》

《좋다. 독수리 하나, 제368호승조는 나와 함께 여기 남는다. 1시간후에 보내겠다.》

《알겠다.》

오영범은 즉시 머리를 돌리며 운전수에게 어서 땅크를 돌리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정신을 버쩍 차린 운전수가 《알았습니다!》하고 큰소리로 웨치더니 조종간을 잡아당겼다. 땅크는 요동을 쓰며 빙그르르 돌더니 곧 비탈면으로 굴러내리기 시작했다.

오영범은 땅크 지휘용 감시경을 삑 돌리고 거기에 두눈을 가져다 대였다.

《속도를 높엿. 우측 경사면으로!》

무엇때문에 이렇게 하는가?··· 하는 생각이 피끗 떠올랐다. 그로서도 자기가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지 뚜렷한 계획이 없었다. 무엇인가 쓰라린 아픔과 격한 충동이 그를 땅크와 같이 달리고 요동을 치며 미지의 비결을, 희생을 줄이는 비결을 찾도록 추동하고있는것이였다.

땅크는 급경사면을 따라 달리다가 갑자기 지치러지며 언덕받이에서 위태롭게 용을 썼다. 당황한 운전수가 안깐힘을 쓰며 조종간을 당기건만 점점 더 아래로, 강물속으로 미끄러질뿐이였다. 그래도 오영범은 계속 앞으로, 앞으로! 하고 소리쳤다.

무엇인가 명치끝을 쥐여박는듯 한 모진 아픔이 그를 물고 늘어지고있었다. 그는 감시경으로 차디찬 어둠속에 잠긴 강기슭을 내다보면서 자기의 가슴을 게염스럽게 파먹는 쓰라린 아픔에 신음하였다.

어찌 그렇지 않으랴. 부전고원의 한 산골막바지에서 인생의 첫걸음을 뗀 감자바우였던 그는 남보다 별로 뛰여난 재능도 지혜도 없는 보통 소년이였다. 남들과 비슷한 성적으로 학교를 다녔고 남들처럼 때가 되자 인민군대에 탄원하였다. 그가 지금 련합부대를 지휘하는 장령으로 성장해온것은 전적으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사랑과 은정이 있었기때문이였다. 그러므로 그는 오직 한가지만을 생의 목표로 삼고 살아왔다.

그것은 부대지휘관리를 잘하여 늘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높은 평가와 치하를 받는 그것이였다. 그는 이것을 결코 공명심이나 영웅심으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공명심이기전에 깨끗한 량심이였고 영웅심이기전에 불타는 충성심이였다. 인민군대의 모든 지휘관들이 그이께 단 한번씩이라도 기쁨을 드린다면 그것은 곧 전군의 전투력이 하늘에 닿는것을 의미한다고 그는 생각하였다.

소박한 생각이였다. 그는 그 하나의 생각, 하나의 믿음만을 안고 살아왔다. 지어 하나밖에 없는 녀동생 영옥이의 불행도 돌아보지 못하였다. 심한 화상으로 웃음과 기쁨을 잃은 그 녀동생때문에 늙은 어머니는 늘 눈물에 젖어있었건만 시름겨운 그 눈물의 하소연에도 그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일체 사사로운것과 인연을 끊은 사람이였다. 자기의 첫 상관이며 입당보증인인 김윤필도 아직 한번 찾아보지 못하였다. 그의 생활의 시침과 분침, 초침은 죄다 부대의 규률과 질서, 훈련과 전투준비라는 시간만을 가리키고있었다. 그밖의것은 다 생활의 궤도밖에 멀리 집어팽개쳐버렸었다.

그런데··· 그처럼 모든것을 깡그리 바쳤건만 려단의 도하훈련은 그이께 크나큰 심려를 끼쳐드리였다. 그러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것인가?!···

가슴을 허비는 쓰라린 아픔은 가셔지지 않았다. 하여 그는 쉴새없이 땅크를 몰아대며 땅크돌격전개계선으로부터 대안에 이르기까지 맹렬한 속도로 거듭 달려보는것이였다.

그렇게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별안간 그는 강렬한 불빛에 놀라 감시경에서 눈을 뗐다. 거의 동시에 속도높이 달리던 땅크가 와뜰 몸체를 떨며 요동치더니 짓이겨진 땅바닥을 물어뜯으며 멎어섰다.

《려단장동지, 앞에 승용차가 있습니다!》

운전수의 말이였다. 오영범은 눈섭에까지 흘러내린 철갑모를 밀어올리며 다시 감시경으로 눈을 가져갔다. 그의 두눈을 때린것은 승용차 전조등의 불빛이였다. 그것을 알아본 순간 머리속에서 펑끗! 섬광처럼 번쩍이는 예감이 있었다.

그는 허둥지둥하며 비상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재빨리 군복옷섶을 쥐여당기며 눈앞으로 곧추 찌르는듯이 날아오는 강렬한 불광을 맞받아 걸어나갔다.

별안간 눈부신 빛의 사격이 멎었다. 승용차의 전조등이 꺼진것이다. 그러자 한순간 그는 눈알을 빼간듯 앞이 캄캄하여 주춤 멎어서버렸다.

《오영범!》

준렬한 음성이 날아왔다. 오영범은 그토록 귀에 익은 그 음성에 헉!ㅡ 하고 흐느낌소리같이 모두숨을 내뿜었다. 예감한바 그대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그를 부르시는것이였다.

《여기서 뭘하고있소?》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입을 열지 못하고 목줄띠를 그러죄는듯 한 느낌에 가쁜숨만 들이긋고있었다. 마음속 생각같아서는 당장 《최고사령관동지!》하고 부르짖으며 뛰여나가고싶었건만 웬일인지 두발이 땅에 얼어붙은것만 같았다.

《왜 말이 없소?》하고 그이께서 준렬한 어조로 또 물으시였다.

《동문 여기서 땅크를 몰아대며 무얼 찾고있는가 말이요. 그렇게 하면 새로운 작전안이 생기는가?》

《최고사령관동지!》하고 오영범은 마침내 목갈린 소리를 터쳤다.

《전 그저··· 최고사령관동지께 심려를 끼쳐드린것이 너무 죄스러워서··· 가슴이 막 터지는것만 같아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내 동무가 이럴것 같아 되돌아왔소.》이렇게 말씀하시는 그이의 음성엔 절절한 아픔이 스며있었다. 《동무에게 좀더 말해주지 못한것이 마음에 걸려 다시 왔단말이요. 그런데 이게 뭐요. 그렇게 참모부도 다 줴버리고 저혼자 갈범처럼 펄펄 뛰기만 하면 해결방도가 나지는가?··· 어쩐지 동문 지금 병사대중에게서 멀어지는 감이 있소. 아마도 동문 려단장으로서 매일 아침저녁 병사들과 얼굴을 맞대고있으니 그들과 함께 생각하고 같이 숨쉰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아니요! 병사들과 한가마밥을 먹고 한잠자리에 누워있어도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벌써 아득히 멀어져버린다는것을 알아야 해.

려단장! 동문 무엇을 명심해야 하는가. 그건 바로 자기가 거느리는 수천명의 전사들을 제 살붙이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전을 짤 때 비로소 승리의 열쇠도 얻는다는것이요. 이 세상에 사랑으로 열지 못하는 문은 없소!··· 무슨 말인지 알겠소?》

《예, 알겠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모가 진 턱을 후두두 떨며 이렇게 부르짖는 그를 그이께서는 아픔이 어린 눈길로 바라보시였다. 그이께서는 좀더 시간을 내여 그와 함께 있으며 무엇인가 좀더 말해주고 깨우쳐주고싶으신 심정이였다. 그런데 그때 먼 골안에서 왁자하니 떠드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왔다. 수많은 불뭉치들이 서로 엇갈리며 뛰여다니고있다. 잠시 그쪽을 바라보시던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저건 무슨 불들이요?》

그이의 뒤켠에 서있던 수행원들중 누군가 재빨리 대답올렸다.

《이곳 농장원들인것 같습니다.》

《농장원들이?··· 이밤중에 그들이 왜 나왔소?》

《예, 이제 곧 알아보겠습니다.》

그이께서 한팔을 내저으시였다.

《뭐 그럴게 없이 가던 길에 우리가 알아봅시다. 무슨 일판을 벌려놓은것 같은데··· 려단장도 따라서오!》

그이께서 차에 오르시자 오영범은 뒤쪽의 땅크에 물러가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는 때맞추 나타난 자기 차에 뛰여오르며 금시 움직이기 시작한 앞의 차들을 따르라고 운전수에게 명령했다. 운전수는 무한궤도자국이 마구 덧찍혀진 길로 속도를 높였다. 차츰 길이 험해졌으나 앞의 차들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여러갈래의 전조등불빛들이 차가 들출 때마다 마구 들까불며 어둠속을 휘저어 갔다.

얼마후 승용차들은 작은 내가의 돌서덕에서 멎었다. 높지 않은 둔덕우에 천리물길이 지나갔는데 그 물길을 사이에 두고 수많은 불뭉치들이 끄물끄물 연기꼬리를 달고서 뛰여다니고있었다. 청장년들이 언땅을 까느라 곡괭이질을 하고 메질도 했다. 목고를 메고 달리는 젊은이들, 부지런히 삽질을 하는 처녀, 불을 피우는 늙은이, 어린이들도 눈에 띄였다. 그리고 그들가운데엔 위장복을 입은 많은 군인들이 섞여있었다. 무슨 유쾌한 롱말을 웨치며 땅을 까고, 목고를 메고 홰불을 높이 든채 소리내여 웃어대기도 했다.

김정일동지께서 차에서 내리시자 마침 달려온 중년사나이가 정중히 허리굽혀 인사드리며 이곳 연포협동농장 관리위원장이라고 말씀드렸다. 그이께서 손을 내미시자 황황히 바지가랭이에 손을 비비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크고 딴딴한 손을 다정히 잡으며 무슨 일로 온 농장이 다 떨쳐나섰는가고 물으시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하고 관리위원장은 목이 잠긴듯 한 소리로 말씀드렸다. 《땅크들이 지나가며 수로뚝을 무너뜨려서 그걸 고치려고 나왔습니다.》

《천리물길이 말입니까?》

《예.》

《수로뚝이 많이 무너졌습니까?》

《아닙니다. 그저 좀···》

《그런데 뚝이 무너진걸 어떻게 알고 이 밤중에 다 떨쳐나왔습니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사실 우린 전혀 모르고있었습니다.》하고 관리위원장이 숨가삐 말씀드리였다. 둔덕우의 불빛에 비쳐진 그의 얼굴은 거무스레했다. 《우린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가 갑자기 숱한 땅크들이 와릉거리는바람에 놀라서 깨여났습니다. 그렇게 많은 땅크와 장갑차들이··· 글쎄 들에 꽉 차서 나가니 너무 놀랍구 희한해서 다들 밖에 나와 구경을 했습니다. 정말 막 힘이 솟구 너무 기뻐서 만세를 웨치고싶은 심정이였습니다. 수로뚝같은건 누구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산림보호원이 달려오더니 여기서 군대동무들이 무너진 수로뚝을 고쳐쌓는다고 알려주는게 아니겠습니까!》

《군인들이 말입니까?》

《예, 군대동무들이 저 돌서덕을 허물어 무너진 수로뚝을 고쳐쌓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고있었습니다. 글쎄 그게 뭐라구··· 훈련하는 땅크와 장갑차들이 천리물길을 에돌아 갈수야 없지 않습니까. 그래 좀 다쳐놓았기로서니 그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그 소식을 듣자 온 동네가 다 떨쳐나섰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글쎄 다들 불뭉치를 들구 나서는게 아니겠습니까. 이웃마을에서도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둔덕웃쪽으로 다시 눈길을 옮기시였다.

웃고 떠들고 구령처럼 웨치기도 하며 성수나서 일하는 군대와 인민, 수많은 불뭉치들이 군민의 한마음처럼 활활 타번지는듯 하여 마음이 뜨거우시였다.

그이께서는 수행원들중의 한사람에게 인민군지휘관이 누군지 알아보고 데려오라 하시였다. 누군가 급히 달려갔다. 아직 둔덕우에서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그처럼 가까이 와계신줄도 모르고 여전히 왁자하니 떠들며 돌아치고있었다. 여기저기 꽂아놓은 불뭉치들에서 느침같은 불똥들이 뚝뚝 떨어져내렸다. 땀에 번들거리는 얼굴, 쨍쨍한 웨침, 누군가의 걸죽한 롱담에 바스라지는듯 부르짖는 처녀의 기겁한 소리, 갑자기 터져나온 폭소··· 그야말로 군민일치의 산 화폭이였다.

이윽고 위장복을 입은 날파람있게 생긴 군관이 숨가삐 달려내려오더니 대렬훈련때처럼 발뒤꿈치를 딱 소리나게 붙이고 규정의 보고를 올렸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조선인민군 제97기계화보병려단 직속 정찰소대장 중위 윤철 명령대로 왔습니다!》

《아, 정찰병!···》

《그렇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그이께서는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됐소. 고함은 지르지 않아도 돼. 그래 동무가 무너진 수로뚝을 고쳐쌓을것을 생각했겠소?》

한순간 윤철은 입술을 감빨더니 재빨리 말씀드렸다.

《사실은 우리 소대대원들이 먼저 생각했습니다. 수로뚝이 무너진것을 보고서야 어떻게 그냥 지나갈수 있겠는가고 하면서 우리 힘으로 고쳐놓자고 제기하였습니다.》

《음ㅡ》

그이께서는 잠시 코마루가 날카로운 정찰소대장의 얼굴을 눈여겨보시였다. 반디불같이 타는 그의 눈동자속에서 뜨거운 사랑을, 자기 대원들을 내세워주고싶어하는 갸륵한 마음도 찾아보시였다.

《윤철이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그래 동무들은 어떻게 수로뚝이 무너진걸 알게 되였소?》

《최고사령관동지! 저희들은 〈폭풍〉구령이 내리자 곧장 직승기로 도하장부근에 투하되였습니다. 거기서 저희들은 도하장부근의 적〈초소〉들을 습격파괴하고 〈지뢰원〉과 대안의 〈화력진지〉들에 대한 정찰을 진행하였습니다. 뒤미처 련합부대의 돌격이 시작되였습니다. 수로뚝이 무너진것을 알게 된것은 그때였습니다.》

《그러니 어려운 전투임무를 수행하고도 또 밤새워 수로뚝을 고쳐 쌓기로 했단말이지. 장하오!》

그이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문득 생각나는바가 있어 이렇게 물으시였다.

《참, 동무네 정찰소대에 림정산이라는 전사가 있지?》

《그렇습니다!》

《그 동무도 지금 여기 와있소?》

《저···》 윤철은 별안간 목에 무엇이 걸린듯 모지름쓰며 말을 떠듬거렸다. 《그 동문 아직··· 강하훈련을 완성못해서···》

《그래서 그냥 고정근무를 서고있겠구만.》

《?…》

윤철은 깜짝 놀라는것 같았다. 먼 불빛에서일망정 그의 얼굴이 굳어져버리는것이 확연히 알렸다. 그이께서는 잠시 안색을 흐리시였다.

《훈련을 잘해야겠소. 모든 대원들을 다 펄펄나는 싸움군으로 키워야 해. 이것이 바로 당과 조국앞에 지닌 동무들의 의무요. 소대장은 전체 소대원들을, 려단장은 전체 련합부대 장병들을 총창처럼 벼려야 하오. 준엄한 시각이 다가오는데 서둘러야겠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아.》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이렇게 힘차게 대답올리고난 윤철은 다시 격동된 심정을 금할길 없어 또 이렇게 말씀드렸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우리 병사들은 결전의 시각이 오면 모두가 총폭탄이 되여 경애하는 장군님을 보위하겠습니다.》

《고맙소. 돌아가면 전체 소대원들에게 나의 인사를 전해주오.》

···하여 그는 돌아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오영범을 눈길로 찾으며 의미깊게 말씀하시였다.

《좋은 동무요. 나는 우리 전사들의 끌끌한 모습을 볼 때가 제일 기쁘오. 병사들속에 있으면 힘이 솟거든!》

그이께서는 한손을 허리에 짚고 둔덕우에서 뛰여다니는 홰불들을 이윽토록 지켜보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