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편 1

 

총서 《불멸의 향도》중 장편소설 《력사의 대하》는 가장 치렬했던 조미간의 핵대결을 승리에로 이끄신 위대한 김정일장군님의 천재적인 지략과 령도업적을 형상하고있다.

1993년의 새봄을 맞는 조선의 하늘가에는 어느 순간에 핵전쟁의 불구름이 터져오를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가 조성되였다.

미제의 호전적인 《팀 스피리트 93》합동군사연습의 재개와 그에 대처한 공화국의 준전시상태선포, 국제원자력기구를 사촉하여 우리 나라의 두개군사대상에 대한 특별사찰소동을 일으킨 미제의 전쟁책동을 짓누르는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의 탈퇴선언, 놈들의 발광적인 《포커스작전》에 대응한 군단규모의 타격훈련인 《섬광》작전의 단행!

적들이 미처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련속적인 강타를 안기시는 최고사령관 김정일장군님의 무비의 담력과 배짱에 마침내 무릎을 꿇고 흰기를 드는 미국대통령 클린톤의 가련한 몰골···

무너진 수로뚝을 밤새워 고쳐쌓은 윤철소대장과 대원들, 망망대해우에서 적들과 맞서 불굴의 의지로 용감히 싸운 무역선 《무포》호 선원들,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며 떨쳐나선 기계공장의 로동계급, 평범한 전쟁로병들의 드팀없는 조국수호의 신념은 탁월한 예지와 뜨거운 인간애를 지니신 최고사령관 김정일장군님의 위대한 령도의 손길아래 승리의 대하로 굽이쳐흐른다.

소설은 마감 대목에서 다음과 같이 격조높이 토로하고있다.

···기쁨과 슬픔, 영광과 치욕, 희망과 절망의 사연들이 력사의 대하에 떠밀려간다. 어떤것은 순간에 잊혀져 물거품처럼 사라지는가 하면 어떤것은 소용돌이치며 물멀기를 솟구치기도 한다. 때로 지진과 같은 폭발에 강물이 끓고 뒤번져가며 사품쳐흐르다가 돌연 그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면 새로운 시대가, 력사의 새로운 장이 펼쳐진다. 그 시대를 선도하고 이끌어준 령도자는 위대하다. 력사는 그 령도자의 이름으로 시대를 금문자로 아로새긴다.···

 

편 집 부

 

 

주 요 인 물

 

문선규 외교부 제1부부장

오영범 97기계화보병려단 려단장, 후에 군단장

윤 철 려단직속 정찰소대장

림정산 정찰소대원

리수련 상화군인민병원 약제사, 윤철의 애인

김윤필 리수련의 외할아버지, 전쟁로병

리명구 무역선 《무포》호 선장, 리수련의 아버지

김철수 무역선 《무포》호 부선장 겸 1등항해사

림희문 연구사, 림정산의 아버지

황시우 부총국장

클린톤 미국대통령

 

 

제 1 편

1

 

해질무렵, 북방의 험한 산기슭을 따라 렬차는 달리고있었다. 어수선한 숲가의 희슥희슥한 눈더미들이며 앙상한 나무가지들이 창밖에서 피끗거렸다. 원방신호기의 푸른 불빛이 마주 달려오다가 어느새 뒤로 휙 날아지나갔다. 기적소리가 울렸다. 살얼음같이 얼어붙은 2월의 대기를 산산이 들부셔버리는 우렁찬 쇠의 절규, 간이역의 역원이 뿌잇한 상호등을 들고나와 서있는것이 희미하게 보이더니 그마저 뒤로 아득히 멀어져갔다.

날은 빨리도 어두웠다. 문선규는 창유리에 안경이 부딪칠 정도로 이마를 바투 가져다대고 밖을 내다보고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세찬 바람이 불어치면서 서켠으로부터 쪼각쪼각 널려있던 구름장들을 몰아왔다. 구름속을 헤염치던 하현달이 점차 빛을 잃었다. 먼 하늘가에서 금시 눈을 뜨던 작은 별들이 안타깝게 깜박이다가 덮치듯 밀려오는 구름장속으로 사라져버리고말았다.

《1부부장동지.》

맞은편에 앉아있던 국장 장운성이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은 일찌감치 쉬십시오. 요새 제대로 눈을 붙여보지 못했는데···》

문선규는 소리없이 웃으며 그를 마주보았다.

《왜 그런지 오늘도 잠들것 같지 못하오. 2월관리리사회 회의를 앞두고 생각이 복잡한게···》

지금 그들은 북방의 한 휴양소에 갔다오는 길이였다.

휴양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면한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 회의를 앞두고 핵관련실무진인 외교부와 원자력공업부 일군들 그리고 과학자, 기술자들이 거기에 모여 우리의 핵활동의 투명성을 립증하기 위한 대책안을 협의하였던것이다.

문선규는 돌아오는 도중 장운성을 자기의 침대칸으로 불러 미진된 사업들을 론의했었다. 혼자 있기가 싫었고 해야 할 일도 끝없이 많았던것이다. 그러나 인제는 눈을 붙여야 할 때가 된것 같다. 그는 장운성이 자리에서 일어서는것을 보자 손을 들어 제지했다.

《여기 그냥 있소. 얘기도 하면서···》

장운성은 잠시 생각하고나서 자기는 상단침대가 더 좋다고 하면서 우로 올라갔다. 덧옷을 벗어 걸면서 그가 말했다.

《그런데 1부부장동지, 부부장동지 생각엔 우리의 〈핵문제〉가 전쟁으로까지 번져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전쟁?》하고 문선규는 담배에 불을 붙이다말고 되뇌였다. 《전쟁이라···》

전쟁이란 곧 대규모적인 파괴와 살륙을 의미한다. 전쟁에 대한 영화나 소설에 대해서라면 그것을 흥미진진하게 말하고 떠들썩하게 유쾌한 론쟁도 벌릴수 있겠지만 실제로 닥쳐오는 전쟁에 대해서는 그렇듯 쉽게 말하지 못한다. 더우기 나라의 대외정책을 실현하는 외교관들의 경우엔 그에 대하여 보다 심각하게 책임적으로 사색하고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는 목구멍이 칼칼했지만 다시 라이타로 담배불을 붙였다. 빨간 담배불이 타들 때마다 창유리에 안경낀 그의 얼굴이 희미하게 비쳐지군 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하고 장운성이 또 입을 열었다. 《올해 93년에 들어서면서 적들이 중지했던 〈팀 스피리트〉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고 우리의 〈핵문제〉를 국제화하여 소동을 피우는것으로 보아 전쟁의 구실을 만드는것이 아닌가, 분명 이번엔 전쟁을 일으키자는것이 아닌가 하고 묻군 합니다. 그러면서 외교부일군들이야 누구보다 더 정세에 밝지 않는가, 뭐 아는게 있으면 좀 말해주구레 하면서 계속 성화를 먹이는데···》 그는 소리내여 웃고나서 계속했다. 《다들 전쟁을 예감하는것 같습니다. 이제 국제원자력기구 관리리사회에서 〈특별사찰〉이요 〈제재〉요 하는걸 결의하게 되면···》

문선규는 그의 말허리를 끊으며 혼자소리처럼 뇌이였다.

《그렇게 못하도록 해야지.》

《하지만 적들은···》

《물론 쉬운 일은 아니요.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특별사찰〉이나 〈제재〉를 막아야 하오. 이게 바로 우리들의 임무요.》

문선규의 말에 장운성은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그들은 또다시 당면한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 회의에서 적들의 부당한 압력소동을 짓부셔버림으로써 현실적위험으로 닥쳐오고있는 전쟁을 막아야 하는것이다···

눈이 쓰리고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바라는 잠은 올것 같지 않았다. 끊임없이 울려오는 차바퀴소리, 레루이음짬을 타고넘을 때마다 마쳐오는 단조로운 충동··· 그는 지금 유럽 여러 나라들을 돌고있는 김세환참사에 대해서도 생각하였다. 김세환은 순회대사의 명의로 벌가리아, 로므니아, 웽그리아, 도이췰란드, 프랑스, 핀란드, 스웨리예 등 국제원자력기구 관리리사회성원국들을 방문하고있는데 그의 외교활동의 여부에 따라 당면한 2월관리리사회에서 론전이 심각해질수도 있고 관리리사회 성원국들 내부에서 마찰이 커갈수도 있는것이다.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있을가. 일정대로 하면 그는 지금 스웨리예에서 쁘라하로 가고있을것이다.

그다음 모스크바··· 그곳에 이틀간 머무르며 조국에서 파견한 보좌성원들을 만나 회의준비를 하고는 곧장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 우리 나라 대표단단장으로서 오지리를 향해 날아갈것이다.

우리의 《핵문제》가 중심의제로 될 2월관리리사회 회의는 이제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또다시 기적소리가 울렸다. 원방신호기의 푸른 불빛이 지나가더니 역구내의 불빛들이 천천히 마주왔다. 렬차가 속도를 죽인것이다.

문선규는 점차 가까와오고있는 역사와 홈에 나와선 많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차창가까이 스쳐가는 역명판 등을 무심히 내다보았다. 렬차가 멎자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크고작은 려행가방들을 둘러메고 개찰구쪽으로 서둘러 밀려갔다. 차에 오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이제 돌아가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였다. 2월관리리사회에서 해야 할 우리 대표단의 사업과 활동에 대하여 토론하고 문건을 작성하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보고드리고··· 아직도 해야 할 일은 많고많았다.

똑똑똑··· 문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어 문이 열리며 려객전무가 들어와 깍듯이 인사를 했다. 그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오늘따라 회의손님들이 꽉 차서 그러는데 한시간정도 손님 한분을 들여도 되겠는가고 물었다. 문선규가 흔연히 그렇게 하라고 하자 그는 문뒤에 서있는 사람에게 친절히 《들어가십시오. 좌측하단입니다.》하고 말했다. 그러자 《예. 고맙습니다.》하는 굵직한 목소리에 이어 어깨가 쩍 벌어진 인민군장령이 들어왔다. 소장이였다. 보통키에 가슴이 툭 불거져나왔는데 박격포신같이 굵고 단단한 목이며 모가 진 턱, 근엄해보이는 두눈이 특히 인상적이였다. 그가 들어서자 침대칸은 대번에 비좁아진듯 하였다.

문선규가 머리를 들고 바라보자 그는 거수경례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시오.》

장령은 문선규의 맞은편 침대에 가방을 놓고 그와 마주앉았다.

앉은 자세로 외투단추를 끌르고 희끗희끗한 회색털모자까지 벗어놓았다. 순간 문선규는 그가 그토록 젊어보이는데 놀랐다. 다부진 체격이나 어깨우의 장령별의 무게만 아니라면 아직 새파란 젊은이로밖에 보이지 않을것이다.

(지금 몇살이나 되였을가, 이 장령은?)하고 그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아직 이렇듯 젊은 장령은 본적이 없지 않는가?···)

젊은 장령은 침대칸에 겨울밤의 싸늘한 랭기와 더불어 난데없는 싱그러운 숲의 냄새며 무슨 알수 없는 냄새 그리고 억센 정열로 특징지어지는 청춘의 체취도 한가득 안고 들어왔다. 문선규는 가슴을 펴며 갑자기 시서늘해지고 맑아진 방안의 공기를 기분좋게 들여마셨다.

장령이 담배를 꺼내며 물었다.

《피워도 되겠습니까?》

《예, 어서!》

장령은 굵은 손가락으로 담배를 꺼내여물고 문선규가 밀어준 가스라이타는 못본척 하며 외투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여 드윽ㅡ 그었다. 두어모금 담배연기를 페장 깊숙이 들여마시고나서 그가 물었다.

《실례지만 어데서 일을 보시는지?···》

《아ㅡ 난 외교부에서 일합니다.》

《예 그렇습니까?》하고 그는 문선규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전 려단장입니다. 오영범이라고 합니다.》

《아ㅡ 려단장!》하고 문선규는 누를길 없는 호기심에 북받쳐 나직이 물었다. 《퍽 젊어보이는데··· 지금 몇살이나 되였습니까?》

《서른아홉살입니다.》

《?!···》

문선규가 놀라는것을 보고 그는 처음으로 피식 웃었다.

《뭐 저보다 더 젊은 장령도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참 외교부에서 일하신다니 한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가 무엇을 물어보리라는것은 명백한 일이였다. 문선규를 만나는 사람들마다 《핵문제》를 꺼들며 지금 정세가 어떤가, 전망이 어떤가 하고 지꿎게 따져묻군 하였던것이다. 하여 문선규는 입가에 느슨한 미소를 띠우며 이렇게 되물었다.

《핵문제말이지요?》

《예, 옳습니다. 그걸 묻고싶었습니다. 그런데···》하고 장령은 담배를 급히 빨고나서 다우쳐 물었다. 《그게 왜 결판이 나지 않습니까. 뭣때문에 계속 옥신각신하기만 하는지··· 원 답답하기란···》

다른 사람들은 궁금해하며 은근히 묻는것을 이 젊은 장령은 따져묻고있는것이였다. 문선규는 웃으며 안경을 벗어 닦기 시작했다.

《저는 군인입니다.》하고 장령이 또 입을 열었다. 《아무거나 직방 말해버릇해놔서··· 혹시 제 말이 거슬린다면···》

《아 괜찮소, 그게 더 좋지요.》

《그럼 좀 말해주십시오. 왜 그리 복잡합니까. 언제까지나 그렇게 질질 끌기만 하겠습니까?》

그때 상단침대우에서 그를 내려다보고있던 장운성이 끼여들었다.

《려단장동무, 그걸 한두마디로 설명한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그렇습니까?》하고 오영범은 눈꼬리를 치뜨며 그를 올려다보는것이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하고 묻는듯 했다. 그러나 상대가 나이지긋한 사람임을 알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말았다.

《미처 인사를 못해 안됐습니다.》하고 장운성이 말했다.

《나도 외교부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예ㅡ》

《그럼 말해봅시다.》하고 장운성은 벌써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성격이 급한데다 30여년간이나 외교부조약법규국에서 사업해왔으며 핵문제가 부상되면서부터 그에 적극 관여해온 그여서 핵문제소리만 나오면 일장연설을 하지 않고는 못배기였던것이다.

《려단장동무가 불안스러워하는 그 문제를 설명하자면 우리가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 가입하고 핵사찰을 받게 된 경위부터 알아야 하는데 물론 려단장동무도 알고있겠지만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 의하면 다섯개나라 즉 미국과 쏘련 그리고 영국, 프랑스, 중국만 이 핵무기를 소유하고 그밖의 나라들은 소유하지 못하게 되여있습니다. 또 핵무기를 가지고있는 나라는 그것을 다른 나라에 넘겨주지 말아야 하며 그걸 가지고있지 않는 나라는 그것을 생산하거나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결국 핵무기소유국들은 그것을 독점하도록 합법화하고 그것을 가지고있지 않는 나라들은 그것을 절대 가질수 없게 하는 불평등한 조약으로서···》

오영범이 참다못해 손을 내저었다.

《그런것쯤은 저도 알고있습니다.》

《물론 알고있겠지요. 그런데 이런 불평등한 조약에 왜 우리가 가입했는가?··· 이게 중요한겁니다. 그것은 바로 이 조약에 핵무기소유국들이 비소유국들에 핵위협을 하지 말데 대한 내용, 핵전쟁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할데 대한 내용, 비핵화에 대한 내용도 담고있기때문이요. 그래서 우리는 조약의 이 내용을 중시하고 남조선에 있는 미국의 핵무기, 핵기지를 철수, 철페시키고 우리에 대한 미제의 핵위협을 제거하는데 조약을 리용할 목적으로 이 조약에 가입했던것인데··· 그게 바로··· 》

《1985년 12월이지요.》

《옳소. 지금으로부터 8년전 일이지요.》하고나서 장운성은 이상해하는 눈빛으로 오영범을 내려다보았다. 《뭐 다 알고있구만요.》

《부대군관강연에 제가 바로 이 문제를 가지고 출연했습니다. 계속 하랍니까?··· 그런데 우리는 조약에 가입하고도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게 되여있는 조약의 규정을 무시하고 6년이 지나서야 담보협정을 체결하였다, 왜 그랬는가? 그것은 바로 미제가 남조선에 천여개의 핵무기를 배비해놓고 〈팀 스피리트〉핵전쟁연습을 계속 벌리면서 우리에게 핵위협을 가했기때문이다, 그러다가 1991년에 미제가 남조선으로부터 저들의 핵무기를 철수했다면서 〈팀 스피리트〉합동군사연습도 하지 않겠다고 했으므로 우리는 담보협정에 서명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게 되였다··· 어떻습니까. 바로 알고있습니까?》

《예 대체로는···》하고 장운성은 못마땅한듯 이마살을 찌프렸다. 《잘 알면서 뭘 그러시오?》

《아니 저는 뭣때문에 계속 옥신각신해야만 하는지 그게 이상해서 그러는것입니다.》

《뭐 이상할게 있소. 우리가 핵담보협정에 서명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비정기사찰을 받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다섯차례 비정기사찰은 순조롭게 되다가 갑자기 지난해말부터 국제원자력기구가 미국의 사촉을 받고 우리의 초기보고서와 사찰결과 사이에 무슨 불일치점이 있다거니 두개의 군사대상을 사찰하겠다거니 하고 떠들기 시작했기때문이지요.》

그때 문선규가 조용히 말했다.

《그게 바로 말썽 많은 핵문제의 밑뿌리요. 려단장동무, 그래 뭣때문에 옥신각신하고있는가? 적들이 우리의 군사대상을 걸고들면서 하나하나 개방하고 나아가서 우리를 완전무장해제시키려드는데 우리가 순순히 응할수 있는가. 바지를 벗어줄수 있는가 말이요?》

《옳습니다. 절대 그럴수 없습니다!》하고 오영범은 부르짖었다. 《우리의 존엄을 건드리는자들에겐 그 즉시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지난 1월 27일 외교부성명으로 우리는 민족의 존엄과 나라의 자주권을 건드리는 그 어떤 행위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것이다, 미국은 우리로 하여금 핵무기전파방지조약을 리행할수 없게 한 책임에서 벗어날수 없다, 이로부터 초래되는 모든 후과에 대하여 미국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것이다! 라고 하면서 〈팀 스피리트〉전쟁연습을 당장 중지하라고 경고했던거요.》

《예, 저도 전달의 외교부성명과 얼마전에 발표된 외교부대변인의 담화를 주의깊게 보았습니다. 미국이 전적인 책임을 지라,〈팀 스피리트〉를 당장 중지하라!··· 준엄한 경고이지요. 무게있고 격렬하기도 하구··· 그런데 어제도 오늘도 경고해왔지만 그것들이 어디 귀등으로나 듣습니까. 그래서 내가 말하는건 그렇게 옴니암니 시간만 끌게 없이 탁 차버리고말던가 한방 꽝! 하고 쏴갈기고말자는것입니다.》

《쏴갈긴다?》

《예, 우리 군대는 그런 점잖은 외교적격식을 달가와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린 외교관들의 처사에 불만이 없지 않습니다.》

《허ㅡ》

문선규는 허거프게 웃으며 저도모르게 담배갑으로 손을 뻗쳤다. 그러나 먼저 손에 잡힌 성냥갑을 들고 이상해하였다. 이게 어데서 났더라?··· 그렇지, 려단장의 외투주머니에서 나온것이지···

성냥을 드ㅡ윽 그어댈 때의 그의 돌덩이같던 주먹, 그 주먹처럼 드세고 강건할 군사지휘관, 허나 그가 생각하는것처럼 외교사업이 단순하고 일목료연한것이라면 얼마나 쉽겠는가. 외교와 군사는 다같이 혁명을 보위하는 그 사명의 일치성에도 불구하고 수행방식은 전혀 다르다. 과연 그것을 이 오영범이 모르고있겠는가. 괜히 그저 엇드레질을 해보는것이겠는가?··· 흔히 사람들은 외교관이라고 하면 빈틈없는 옷차림과 세련된 몸가짐, 중절모와 윤나는 구두코 혹은 능란한 외국어구사 등을 생각한다. 좀 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인 경우에조차 세계 여러 나라들의 력사와 지리, 문화와 풍속, 철학과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언변에 대해서나 생각할것이다.

그러나 그들 외교관들이 매일 매시각 지뢰원을 헤쳐가는 심정이라는것을 알고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어느곳에 지뢰가 묻혀있는지 지뢰탐지기대신 감각으로, 경험으로, 지혜로 판단하고 즉각 령활하게 대응해야 한다는것을 알고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때로는 험담과 독설에도 미소를 짓고있어야 하고 아양과 격찬에도 날카로운 경계의 창끝을 돌리며 순시도 긴장을 늦춤이 없이 사색하고 론쟁하고 설복하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외교관은 평화와 친선의 사절인 동시에 대적투쟁의 제일선에 나선 전사들이다. 군대의 위엄이 서리발총검에 있다면 외교관의 위엄은 그 끄떡없는 미소에 있는것이다. 그런데 뭐 탁 걷어차라구? 한방 꽝! 하고 쏴갈기라구?···

소리없이 웃고있는 문선규를 바라보며 오영범이 말했다.

《왜 웃고있는지 알만합니다. 맞혀보랍니까?》

《좋소. 흥미있소.》

《이 친구 아주 곧은목이구나 하고 생각하실겁니다. 외교사업을 중학생들의 련립방정식풀이정도로밖에 더 리해하지 못하고있구나 하구요. 그래서 마치 제 머리에 뿔이라도 나있는것처럼 이상해서 보는것이지요. 어떻습니까. 비슷합니까?》

문선규는 머리를 뒤로 젖히며 걸걸하게 웃어댔다. 오영범의 모가 진 턱우에서 쉴새없이 오르내리는 콩알만 한 기미를 바라보느라니 그에 대한 누를길 없는 호기심과 친근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려단장동문 참 직통배기요.》

《군인이지요.》

《아무튼 려단장동물 알게 되여 기쁘오. 어딘가 통하는데가 많거든!··· 그런데 려단장동무가 말한 그문제는 좀 더 연구해봅시다.

어떻게 하면 한방 꽝! 쏴갈기겠는지.》

오영범은 머리를 기웃거렸다.

《이제 연구하느라면 좀 늦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장운성이 재빨리 끼여들었다.

《참 려단장동무, 외교는 외교로서의 특성이 있습니다. 무턱대고 탕탕 쏘는게 아니지요.》

《군대도 무턱대고 탕탕 쏘진 않습니다.》

《물론! 그걸 몰라서가 아니라 외교에선 무엇보다 설득력과 인내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방어만 해선 안됩니다. 지내 조심하다가 공격의 기회를 놓치면 끝장입니다. 시기선택이 중요합니다!》

(옳은 말이다.)하고 문선규는 생각하였다. (우리도 지금 그것을 생각하고있다. 그것을!···)

그는 오영범의 차거우리만큼 근엄해보이는 두눈을 새삼스럽게 여겨보았다. 배짱꾸러기 싸움군으로만 알았는데 지혜롭고 영민하기도 하다. 이 친구 아주 괜찮은걸!··· 대범하고 활달한 성미인 동시에 뚝심도 있는 문선규였으므로 자기와 비슷한 점을 찾아볼수록 더더욱 그가 마음에 들었다.

오영범이 그에게 말했다.

《외교부에서 일을 보신다니 하는 말인데··· 신문과 방송에 자주 나오는 그 핵문제를 맡아보는 외교부 제1부부장동질 만나거든 제 말을 좀 하십시오. 한 인민군려단장이 그러는데 군인들은 외교관들이 하는 처사를 아주 답답하게 여긴다구말입니다. 그렇게 옴질옴질하니까 놈들이 〈팀 스피리트〉를 재개하고 핵전쟁을 몰아오고있지 않습니까··· 물론 전쟁이야 우리가 할 일이지만···》

《···》

문선규는 추위를 타는듯 몸을 옹송그렸다. 이 오영범이라는 젊은 장령이 지금 자기가 외교부 제1부부장을 직접 마주하고있다는것을 안다면 어떻게 나올것인가. 그래도 감히 이런 비난을 포격처럼 퍼부어댈수 있을가?··· 그의 기질로 봐선 그렇게 할것이다. 그보다 더 험한 비난도 꺼리지 않을것이다.

상단침대우에서 장운성국장이 머리를 내밀며 급히 화제를 돌렸다.

《참 려단장동무, 이자 방금 려단장동문 당장 전쟁이 일어날것처럼 말하던데···》

《전쟁말입니까?》하고 오영범은 대수롭지 않게 잘라 말했다. 《전쟁이 일어납니다.》

《뭐?···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오?》

《예.》

《아니, 그건··· 려단장동무의 생각이요 아니면···》

《내 생각입니다.》

오영범은 팔목시계를 들여다보고 손바닥으로 하품이 나는 입을 가볍게 두드렸다.

《에ㅡ 피곤하군.》

《좀 쉬시오.》 문선규가 말했다.

《그럼··· 먼저 눕겠습니다.》

그는 침구를 끄당겨 허리에 받치고 군인답게 바투 올려깎은 머리를 손으로 쓸어넘기면서 창문옆벽에 기대였다. 가벼운 기침을 하고 자세를 편히 하더니 놀랍게도 아주 수월히 잠들어버리는것이였다. 문선규와 장운성은 서로 의미있게 마주보았다.

《어떻습니까. 1부부장동지, 포병출신 같아보이지 않습니까?》

《글쎄···》

《틀림없을겁니다. 우리 맏이도 포병소좌인데···》

순간 문선규는 《쉿!》하고 한손을 입가에 가져갔다.

《조용조용··· 장령동지 주무시는데···》

《예, 알겠습니다.》하고 장운성은 웃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마침 잘됐습니다. 1부부장동지도 좀 쉬십시오. 이제 돌아가면 언제 또 눈을 붙여볼새나 있겠습니까.》

《그렇긴한데···》

《그럼 불을 끌가요?》

《좋을대로.》

불이 꺼졌다. 문선규는 오영범이 그러던것처럼 침구를 당겨 허리에 받치고 길게 몸을 뉘였다. 전혀 잠들지 못하리라는것을 잘 알면서도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허사였다. 오영범이 코를 골기 시작한것이다. 처음엔 가릉가릉하는 소리로 시작하더니 점차 땅크발동기처럼 꾸르릉꾸르릉 울려대는데 침대칸을 대뜸 전쟁마당처럼 만들어놓는것이였다. 드센 《공세》를 벌린끝에 간혹 휴ㅡ 하고 모두숨을 내뿜기도 했다.

상단침대우에서 궁싯거리던 장운성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웃고있는것이 알렸다.

《우리 애들도 이에 못지 않습니다. 휴가왔을 때 보니까 학교에 다닐 땐 얌전히 쌔근거리던 애들이 군대밥을 몇해 먹더니 대바람에 장수가 됐는지 드렁드렁 온 집안을 들었다놓는게 아니겠습니까. 신경이 든든한 나지만 한잠도 못잤습니다.》

문선규는 그의 말속에 담긴 깊은 애정을 감촉하였다. 아들 셋이 다 군대에서 군관으로 복무하고있는터여서 오영범의 코고는 소리조차 류다른 의미로 듣고있는듯 했다.

또다시 이어지는 발동기소리, 갑자기 장운성이 놀랜 소리를 질렀다.

《참 이 량반 미리 깨워야 하지 않을가요? 어데서 내리는지 묻지 못했으니 그냥 지나치기라도 했다간 야단입니다.》

《아ㅡ니, 일없습니다.》하고 대답한것은 천만뜻밖에도 잠에 취한 오영범의 목소리였다. 《이제 한 15분만 더···》

문선규는 소리없이 웃고말았다. 이어 다시 눈을 감고 이것저것 생각을 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모든 생각은 이리 굴리나 저리 굴리나 매번 핵문제에 가닿군 했다. 우리의 핵문제··· 우리 나라가 핵담보협정에 서명한 이후 몇차례에 걸쳐 진행된 국제원자력기구의 비정기사찰은 우리의 핵동력개발계획의 평화적목적과 성격, 그 리용의 결백성을 명백히 확증해주었다. 기구사찰원들과 총국장 자신이 우리의 핵시설은 핵무기개발과 인연이 없는것이라고 하면서 《북조선의 핵무기개발을 운운하는 미중앙정보국의 견해를 지지할수 없다.》고 하였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미국은 그 무슨 《정보자료》를 조작해냈을뿐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의 일부 불순분자들을 내세워 소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지난 1월하순경 우리 나라에 온 기구협상대표단과의 격렬한 론전은 핵문제가 우리의 사회주의제도를 압살하기 위한 시한폭탄으로 조작되였다는것을 명백히 드러내보였다. 그때 우리의 군사대상인 두개 장소에 대한 사찰을 요구해나선 기구대표단에 우리 실무일군들은 증오와 격분을 앞세우던 나머지 《당신들 미국의 간첩이 아닌가, 법적론거가 무엇인가?》하는 식으로 법률실무적싸움에 몰두했었다. 첫날 오전 회담이 승산없이 공방전으로 되였으므로 문선규는 우리 대표단을 이끌고있는 장운성에게 이제 더는 말공부질은 그만두라, 이제는 국장이 직접 발언하라고 과업을 주었다. 그리하여 장운성은 첫마디부터 날카로운 어조로 우리의 핵활동과 아무 관련도 없는 군사대상에 대한 사찰을 절대 불허한다, 이 문제를 관리리사회 회의에 넘기겠으면 넘기라, 기구것들이 미국의 꼭두각시가 되여 우리에게 압력을 가하려고 하는 이상 우리도 응당한 자위적조치를 취할것이라고 다불러대였다. 결국 기구측은 우리의 도도한 기상에 눌려 두개장소에 대한 《사찰요구》에서 저들이 《무리하였다》, 우리가 《거절할 충분한 리유가 있다》고 물러서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러나 돌아가서는 또 험담을 늘어놓으며 끝내 관리리사회에 넘기고말았다. 2월관리리사회, 이제 거기에선 또 어떤 격렬한 론전이 벌어질것인가. 기구것들이 이번엔 어떤 수법으로 공세를 취할것인가?···

그들의 뒤에는 미국이 있다. 지금 미국의 호전광들은 우리의 핵문제를 꺼들어 때를 만난듯이 북을 치자고 고함을 지르며 핵전쟁의 불구름까지 몰아오고있다.

핵!··· 쌍날의 검이라고도 표현하는 핵, 큐리부인은 라디움을 발견하고 노벨상을 받을 때 과학적발명은 량면에 날이 서있는 검과 같다고 하면서 자기의 발명이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만 리용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후 핵물질은 그의 기대와는 달리 우선 군사무기제작에 리용되였으며 세계에서 처음으로 일본의 히로시마에서 핵참화를 빚어냈다.

히로시마··· 문선규는 캄캄한 어둠속에서 울리는 거센 발동기소리를 들으며 히로시마의 상공을 날고있는 폭격기를 상상해보았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미증유의 무서운 파괴력과 살상력을 가진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서 폭발하였다. 세계는 끔찍스러운 그날의 참상에 대한 소식을 얼마후에야 알게 되였다.

그러면 그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살아남은 사람들은 처음 무엇이 일어났던지 아무리 해도 그대로 다 말할수 없었다. 그것을 말할수 있는 사람들은 다 죽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최초의 충격에 잇달린 죽음의 공포와 비참한 황페속에서 감각이 무디여져 어떤 사람은 《거대한 번쩍이는 빛이였다.》고 하였고 또 어떤 사람은 《눈이 아찔했다》거나 《급작스레 황색의 빛이 번쩍이면서 으깨여지는듯 했다》고 하기도 했다.

하여튼 무엇인가 공중에서 폭발하며 번쩍이였다. 다음 순간 온 도시전체가 지진처럼 뒤흔들리고 무서운 굉음과 벼락에 박산나고 떨고 몸부림쳤다. 이어 그 시각에는 절대 있을수 없는 황혼시와 같은 락조가 비끼고 미구에 진짜 암흑으로 변하고말았다. 주위엔 온통 전기적성질을 띤 가스가 낮게 깔리고 역한 냄새가 나돌았다. 그것이 죽음의 냄새라는것을 아는 사람은 아직 하나도 없었다.

폭탄이 떨어진 폭발의 중심부는 물론 폭심지에서 멀리 떨어진곳에서도 무서운 강타와 열과 폭풍이 휩쓸었다. 많은 사람들이 번쩍인 그 무서운 섬광의 원인을 알려고 한듯 하늘을 쳐다본탓으로 눈알이 튀여나와 불에 타 늘어져있었다.

며칠후 장송의 종소리가 아직 끝나기전에 발표된 수자에 의하더라도 전체 20만 도시인구중 폭발당시 죽은 사람과 행방불명자 10만명에 5만여명의 부상자가 확인되였다. 그러나 이 끔찍한 재난도 아직은 시초에 지나지 않았다.《원폭증》에 걸린 수만명의 사람들이 2, 3일 또는 몇주일후부터 련이어 죽어갔다. 이 죽음에로의 길은 오랜 세월을 두고 계속되였다.

미제침략자들은 바로 이 처참한 핵참화를 우리 조국땅우에 들씌우려 하고있다. 우리가 사회주의를 지키고있기때문에, 저들의 세계제패야망에 걸림돌이 되기때문에 이 땅을 황페화하고 우리 인민을 대량살륙하려고 하고있다. 이 무서운 흉계를 파탄시켜야 한다. 세계의 량심에 호소하고 고발하여야 한다. 하기에 문선규는 잠들지 못하고있는것이다.

렬차는 여전히 어둠속을 헤가르며 맹렬하게 질주해갔다. 웅근 기적소리가 울렸다. 다음 순간 드렁드렁 침대칸을 울리던 오영범의 거센 발동기소리가 멎었다. 팔목시계를 눈앞에 바투 가져다대보고 그가 말했다.

《벌써 다 왔나!··· 에ㅡ 거뜬하군.》

상단침대우의 장운성이 불을 켜주었다.

《고맙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단추를 채우고 모자를 쓰더니 옆구리에 가방을 끼였다. 엄엄한 장령이 일어서니 침대칸은 다시 비좁아지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자, 그럼 편히들 가십시오.》 그가 말했다. 《외교전선에서 꽝! 하는 대포소리가 울리기를 바랍니다. 1부부장동지, 그렇게 믿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약속하오.》

다음 순간 문선규은 놀라서 굳어져버렸다. 1부부장이라니? 그러니 이 려단장은 나를 알고있었단말인가? 뻔히 알면서도 마구 비난을 퍼부었단말인가?··· 그가 놀라는것을 본 오영범이 히죽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막 잠들가말가 할 때 두분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1부부장동지, 아까는 제가 너무했던것 같습니다. 그럼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오영범이 거수경례를 했다.

《잘 가시오. 려단장동무, 또 만납시다.》

하지만 언제 어데서 어떻게 또 만난단말인가?··· 문선규는 물론 오영범도 그런 일이 있게 되리라는것은 전혀 믿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웃으며 약속했다.

오영범은 허리를 펴고 일어나는 장운성에게도 손을 들어 인사를 표하고 밖으로 나갔다. 찬바람이 쓸어들어왔다. 문이 닫겼다. 문선규는 자리에 앉으며 탁자우로 손을 내밀었다. 순간 먼저 손에 잡히는 성냥을 들어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전천성냥공장에서 만든 수수한 보통성냥, 해발속으로 네굽을 놓고 내닫는 사슴이 그려진 눈에 익은 상표··· 그는 성냥임자가 눈에 뜨이지 않을가 하여 차창밖을 내다보았다. 렬차는 이미 불빛이 환한 역구내에 들어섰다. 호각소리가 길게 울렸다. 렬차에서 오르내리는 사람들, 배웅나온 사람들이 뭐라고 소리쳤다. 두손에 커다란 트렁크를 들고있는 중년사나이, 할머니를 소리쳐부르는 소녀··· 생활은 여전히 자기의 궤도를 따라 변함없이 줄기차게 흘러가고있다. 전쟁을 모르는 평화로운 생활이···

오영범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문선규는 차가 다시 출발할 때까지 례사롭게 오고가는 사람들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