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4

 

제 7 장

4

 

그이의 손길에 이끌려 렬차에 오른 태혁은 문켠에 어리둥절히 서있었다.

뜻밖에도 안해가 《렬차숙소》에 와있다가 《장군님!》하며 그이의 앞으로 달려왔다. 근 십년만에 장군님을 만나뵙는 안해 신숙경은 너무 반가와 축축히 젖어버린 눈굽을 연송 손수건으로 꽁꽁 눌러대며 갑자기 차례진 행복을 어떻게 감당할지 몰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밝은 미소를 띄우시고 숙경에게 정답게 물으시였다.

《이전에 나한테 코스모스를 꺾어주면서 곧장 들국화라고 우기던 땅고집쟁이 현이는 왜 보이지 않습니까?》

한가정의 부모된 다심한 심정으로 그이께서는 현이가 빠진 일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시였다. 한없이 소탈하고 인정겨운 그이의 물음에 어느새 어려움을 잊어버린 신숙경은 상냥히 웃으면서 대답올렸다.

《장군님, 현인 기계공장에 다니는데 밤일을 나갔습니다. 무슨 애가 그렇게도 철딱서니 없는지 장군님께서 자기네 공장에도 어련히 오시겠는데 같은 값이면 씽씽 돌아가는 기대앞에서 떳떳이 만나뵙겠답니다.》

숙경의 응석기가 풍기는 말에 그이께서는 즐겁게 웃으시였다.

《현이의 마음이 기특하오. 아이때의 옹고집쟁이성미도 여전하구. 참, 현인 어려서 예술체조에 취미가 있다고 했는데 왜 로동생활을 합니까?》

《저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그만치 아이를 셋씩이나 길렀지만 알다가도 모를게 그애의 마음입니다. 예술체조교원도 늘쌍 현이가 몸매도 곱고 전망성이 있다고 칭찬하길래 우리 집안에도 예술인이 한명 생기나부다했는데 글쎄··· 여기 자강도에 와서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로동현장에로 진출한다질 않겠습니까.》

안해는 처음엔 세대주가 자기 몰래 딸의 마음을 돌려놨는지, 아니면 로동현장에 눈이 맞는 총각이 있는지 싱숭생숭하여 딸의 눈치만 봤다는것, 그러던중 기계공장에 취직하여 여라문날 출근한 딸이 이 세상에서 로동생활이 제일이라며 환성을 올리는 바람에 깜짝 놀란 이야기를 장황히 늘어놓았다. 저 사람이 언제 저런 수다쟁이가 됐는가? 그 지루한 력설에 진땀이 솟아난 태혁이 얼굴을 찌프려보이는데도 안해의 류창한 말은 도무지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장군님께서 조금도 탓하는 기색이 없이 머리를 끄덕여 긍정도 해주시고 호탕한 웃음도 터뜨리면서 함께 기뻐해주시니 고무풍선마냥 기분이 둥 떠있는것만 같았다. 마치 오래간만에 찾아온 친정아버지에게 집안의 대소사를 말짱 털어놓는 딸처럼 안해는 줄창 말보따리를 헤쳐놓으면서 생글생글 눈웃음을 지었다. 한동안 숙경이와 이야기를 나누시느라 시간가는줄 모르시던 그이께서는 태혁동무가 건강이 좋지 못한데 자강도의 어려운 조건을 이겨내며 많은 일을 했다고 과분한 치하의 말씀을 하시였다.

《장군님, 전 장군님말씀대로 한것밖에 없습니다.》

《아니, 다른 사람이였다면 감당하지 못했을텐데 동문 해냈소. 수령님께서 생전에 여러차례 가르치셨지만 간부가 모든것을 결정하오. 한날한시에 받은 과업도 그 집행에서는 차이가 많아. 혁명성이 강한 일군은 어떤 어려운 조건에서도 받은 과업을 제때에 어김없이 집행하지만 그렇지 못한 일군은 팔짱만 끼고 앉아서 빈 말공부질이나 한단 말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자강도가 몇달어간에 놀랍게 변모된것은 일군들이 어려울 때 앞채를 메고 이신작칙을 하며 솔선 모범을 보였기때문이라면서 시종 기쁨의 미소를 지으시였다. 오늘과 같이 어려운 때에 하늘소처럼 뻗치고 우만 쳐다보면서 조건타발이나 해서는 놈들의 경제봉쇄를 뚫고나가지 못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혁명화된 일군, 실천가형의 일군이 요구되는데 태혁이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며 기뻐하시였다. 한 가정의 식솔들과 마주 앉아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시면서도 그이의 뇌리에서는 어느 한순간도 조선혁명에 대한 사색이 떠나지 않고있었다.

차창밖에서는 북방땅의 사나운 눈보라가 우우 괴성을 지르며 뿌연 눈가루를 날려도 렬차숙소의 밤은 뜨거운 열기를 안고 깊어가고있었다.

《오늘부터는 현이의 어머니도 이 렬차에서 잠을 자고 나와 함께 현지지도의 길도 같이 다닙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너무도 기뻐서 어쩔바를 몰라 하는 그들을 미리 정해주신 렬차칸으로 가볍게 떠미시였다.

태혁은 눈앞의 일이 얼른 믿어지지 않아서 발길을 떼지 못했다. 그이께서 렬차집무실쪽으로 가신후에도 그는 여전히 한자리에 굳어져있었다. 옆으로 다가온 일군이 조용히 귀띔해서야 겨우 알은체를 하며 자리를 떴다. 그 일군이 친절히 안내해주는 렬차칸에 들어서니 차창을 향해 돌아선 안해가 두손으로 얼굴을 싸쥔채 나직이 흐느끼고있었다. 둘 다 앉을념을 못했다. 하루종일 오금에 가래톳이 서게 쉼없이 그이를 따라 다닌 태혁은 그냥 꿋꿋이 서있었다.

 

어느덧 새날이 휘붐히 밝아오는 어뜩새벽이였다. 지난 밤도 《렬차숙소》에서 늦도록 집무를 보시고 홈에 내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순간 환희로 하여 얼굴이 밝아지시였다.

바깥은 온통 흰눈세계였다.

밤새 소복이 내린 역구내의 숫눈을 밟으며 홀로 조용히 산책을 하시던 그이께서는 어느새 먼발치에 나와있는 태혁을 알아보고 발길을 멈추시였다.

《오늘은 눈도 내렸는데 렬차로 행군을 합시다.》

《예, 여기서 30분이면 성간에 도착합니다.》

《그럼 성간으로 가면서 넉근히 아침식사를 할수 있겠구만. 떠납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렇게 분초를 아껴가면서 잠시후 강계를 떠나 성간군으로 향하시였다.

렬차가 성간역에 도착하자 그이께서는 승용차로 산촌의 좁은 길을 달려 남리발전소를 커다란 만족속에 돌아보시고 련이어 별하발전소에 이르시였다.

차에서 내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성간군당책임비서 리흥덕의 안내를 받아 별하발전소가 자리잡고있는 갱도안으로 활달히 걸어가시였다. 원형의 둥그런 천정에서 무리등의 밝은 불빛이 쏟아져내리였다. 발전소가 아니라 마치도 지하궁전안에 들어서신것 같은 황홀한 기분이였다. 잠시 발길을 멈추셨던 그이께서는 다시금 드넓은 발전기실로 찾아가시였다. 우렁찬 동음을 울리며 기운차게 돌아가는 발전기앞에 다가선 태혁이가 이 발전소의 발전기들도 우리의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씀올렸다.

《우리의것이라. 얼마나 좋소. 100% 국산화란 말이지?》

《성간군에서는 이 발전소들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군안의 지방산업공장들과 살림집들의 조명, 전기난방화에 쓰고도 남아 국선에 넣어주고있습니다.》

《대단하오. 대단해! 성간군이 전기부자가 됐구만.》

그때 한 일군이 당에서 중소형발전소를 건설할데 대한 새로운 방침을 내놓았기때문에 이런 훌륭한 발전소들이 짧은 기간에 일떠섰다고 하자 그이께서는 조용히 머리를 저으시였다.

《아니요. 강하천이 많은 우리 나라의 지대적특성에 맞게 중소형발전소들을 도처에 많이 건설하라는것은 수령님께서 이미 1960년대에 구상하고 내놓으신 방침입니다. 그 시기 자강도에도 수령님의 전기화구상을 관철하기 위한 건설대가 조직되여 맹활약을 하였습니다. 이 발전소도 그때 건설한것인데 관리를 하지 않아 못 쓰게 만든것을 이번에 다시 복구정비하였습니다.》

순간 그이의 머리속에는 자강도건설대 대장이 중소형발전소건설이 중단된 울화병으로 횡사를 하고 대웅산 철탑밑에 묻혀있다던 림준의 말이 문득 떠오르시였다. 지난 시기 우리 일군들이 수령님의 교시를 잘 관철하지 않고 중도반단한 후과로 그런 가슴아픈 참상이 빚어지지 않았던가, 우리에게는 새로운 전기화방침을 내놓은것도 없고 새것을 찾을 필요도 없다, 전력만이 아니라 일시 난관에 봉착한 경제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부 사람들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출로를 모색한다면서 뚱딴지같이 그 무슨 경제문제연구소요 뭐요 하며 자본주의적개혁, 개방에 환상을 품고있지만 망상이다, 우리는 수령님께서 전후에 사회주의경제건설을 령도하시며 현명하게 밝혀주신 우리 당의 자립적민족경제건설로선만 철저히 집행하면 적들의 그 어떤 제제와 압력, 경제봉쇄에도 끄떡함이 없이 경제를 부흥시킬수 있고 얼마든지 남들보다 잘 살수 있다, 다른 나라에 예속되여있는 경제는 어차피 굴종과 치욕을 당하며 암흑으로 가게 마련이지만 자기의 정당한 로선과 정책을 가지고 그 관철을 위한 투쟁에 결연히 떨쳐나선 우리 인민은 반드시 광명으로 가게 될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그런 심각한 사색에 잠기시였다가 궁궐같이 화려한 발전기실안을 둘러보시면서 밝은 웃음을 지으시였다.

《내가 어제 장강군과 강계시안의 발전소들과 공장들을 돌아보면서도 말했지만 자강도의 일군들과 로동계급이 자력갱생의 무기를 들고 잘 싸웠습니다.

동무들은 수많은 발전소들을 건설하고 복구정비하여 전기를 보지 못하던 곳을 전기를 보는 광명한 세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경제부문의 일부 일군들이 패배주의에 빠져 암흑으로 가고있는데 자강도의 일군들은 암흑을 광명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우리에게는 바로 이런 일군, 그 어떤 난관과 두려움도 모르는 용감무쌍한 일군이 필요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현대적으로 잘 꾸린 발전소의 배전반실까지 일일이 다 돌아보고 떠나시다가 전등불빛이 현란하게 쏟아져내리는 복도에서 또 한번 걸음을 멈추시였다.

그리고는 한동안 눈부신 광채속에 황홀히 서신채 《정말 잘 꾸렸습니다. 생산문화에서도 만점이요. 최고사령부를 여기로 옮겨왔으면 좋겠구만!》라고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롱으로 하신 말씀이였지만 일군들은 그속에 담겨있는 기쁨이 얼마나 큰것인가를 직감하고 밝은 낯빛으로 술렁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후 별하발전소를 떠나 풍치 아름다운 별하강기슭에 차를 세우고 아담하게 지은 전기난방화된 살림집들을 오래도록 바라보시였다.

강계시와 장강군의 전기난방화된 살림집들을 찾으시였을 때와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이께서는 (이것이야말로 수령님께서 우리 인민에게 그렇게도 안겨주고싶어하시던 공산주의리상촌이 아닌가!)라고 탄복하게 되시였다. 그렇다. 아마 저 휴양소의 별장과도 같은 집을 보면 누구나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것이였다.

지금은 평양사람들도 저렇게 전기난방화된 호화주택을 동경속에 그려보면서 살고있는데 자강도인민들은 벌써 그 행복한 생활의 문턱을 넘어섰다. 이것이 오늘의 고난의 행군의 앞장에서 강성대국건설의 돌파구를 열어제끼며 억세게 살아가는 자강도사람들의 참모습이 아닌가! 그이의 얼굴에 한량없는 기쁨의 미소가 한가득 피여올랐다.

《자강도가 완전히 개명을 하였소. 인류력사를 돌이켜보면 언제나 문명은 도시에서 창조되여 농촌으로 흘러왔습니다. 그런데 보시오. 자강도사람들은 수도시민들도 누리지 못하는 행복한 생활을 제일 먼저 향유하면서 보란듯이 살고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동무들, 우리 나라 공산주의는 산골에서부터 올것 같지 않소?》

《장군님, 정말 명담입니다!》

태혁은 너무도 큰 감명을 안고 그이를 경건히 우러러보았다.

《명담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강도인민들이 고생끝에 락을 보는것만은 확실하오. 자강도인민들은 적들의 검질긴 봉쇄속에서 고난의 행군을 하는것이 아니라 락원의 행군을 하고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어떤 강적도 단매에 짓부셔버릴 백전로장의 거연한 자세로 북방땅의 흰눈덮인 험준한 산발들을 굽어보시면서 또 한번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무적필승의 담력과 배심을 지니신 그이의 쩌렁쩌렁한 음성에 환호를 올리듯 우르릉- 둔중한 음향이 울리며 온 우주공간이 삽시에 은빛의 세계로 변했다.

별하강너머의 산중턱에서 거대한 눈사태가 무너져내리며 뽀얀 눈안개를 하늘높이 떠올렸다. 순간 그이께서는 그 장쾌한 자연의 신비경을 바라보느라니 어쩐지 가슴속에 쌓이고 쌓였던 만단시름이 말끔히 가셔버리는듯 한 쾌감을 느끼시며 자신도 모르게 두주먹을 꽉 틀어쥐시였다. 적들이 제아무리 우리를 고립압살하려고 집요하게 덤벼들어도 력사는 반드시 자기의 궤도를 따라 힘차게 전진해갈것임을 그토록 크나큰 흥분과 격동속에 확신하신것이였다.

그이께서는 발전소와 제강소를 비롯한 여러 단위들을 돌아보시고 늦게야 렬차에 오르시였다.

이틀동안의 긴장한 현지지도일정을 마치고 렬차가 강계로 서서히 떠나기 시작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깊은 감회에 잠겨 태혁이와 마주앉아 심중의 이야기를 나누시였다.

 

김정일동지; 나의 인생에서 고난의 행군기간처럼 풍파많았던 시련의 시기는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피눈물로 얼룩진 고난의 행군의 기슭은 어디였던가? 지구상에 사회주의나라들의 붕괴가 도래하고 우리 인민이 제국주의반동세력과 단독으로 맞서 싸워야 할 엄혹한 시기 불행하게도 어버이수령님을 잃고 혁명의 수뇌부가 자리잡은 금수산기념궁전에 조기를 띄웠던 슬픔의 막바지였습니다. 내가 그때 수령님이 계시지 않는 빈방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밖에서 문손잡이를 움켜잡고 눈물을 씹어삼키면서 생각한것이 무엇인지 압니까? 수령님이 없는 조국과 인민이란 없다는 비통한 심장의 웨침이였습니다. 민족의 운명에 검은 구름이 드리운 그때 제국주의렬강들이 우리의 붕괴를 노리며 목을 조이고 해마다 자연재해가 들이닥쳐 우리는 부득불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되였습니다. 나는 그래서 고난의 행군이란 말만 해도 눈물이 나군 합니다.

강태혁; 장군님, 고난의 행군시기 자강도인민들은 가혹한 생활난으로 고통을 당하며 아까운 사람들을 많이 잃었습니다. 그 일때문에 장군님께서 마음고생을 하신 생각을 하면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김정일동지; 동무에겐 책임이 없습니다. 고난의 행군은 인류력사에서 류례를 찾아볼수 없는 최악의 시련이였습니다. 인류는 지금까지 제2차세계대전시기 도이췰란드 파시스트놈들에 의한 레닌그라드의 900일봉쇄를 인간이 당한 가장 참혹한 재난으로 일러왔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고난의 행군은 그 무서운 기아와 죽음의 900일보다 훨씬 더 길고 참혹하였으며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 온 나라가 통채로 원쑤들의 포위환속에서 사면팔방으로 달려드는 제국주의무리들과 싸운 류혈적인 대전이였습니다.

나는 이 준엄한 혈전을 치르며 죽음을 각오하고나선 인민을 당할자 이 세상에 없다는 배심으로 우리 인민을 조국을 수호하기 위한 성전에로 불러일으키고 그 과정에 혁명적군인정신과 강계정신을 창조하였습니다. 나는 수령님을 잃고 제일 곤난할 때 강계정신에서 힘을 얻었습니다. 동무들이 잘 싸웠습니다. 자강도로동계급은 고난의 행군시기 조선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것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강태혁; 위대한 수령님께서 생전에 자강도인민들을 잘 키워주셨고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변함없는 믿음과 기대를 안겨주신 덕분에 이룩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일동지; 수령님께서 평생의 로고를 다 바쳐 키워오신 혁명성이 강한 인민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의 고난의 행군을 이겨낼수 있었소.

내가 이전에도 말했지만 수령님께서 우리에게 넘겨주신 가장 큰 유산은 그 인민입니다. 자강도로동계급에게 적들의 봉쇄를 돌파하기 위한 어려운 임무를 맡긴것도 그들을 확고히 믿었기때문이요.

강태혁; 고난의 행군과정에 자강도로동계급은 기계를 세워서는 안된다, 죽어도 기계설비만은 베고 죽어야 한다는 신념을 간직하고 싸웠습니다.

김정일동지; 미국놈들이 우리를 질식시키려고 하는데 그건 오산입니다. 자강도인민들은 미국놈들에 의하여 강요당한 참기 어려운 고생의 대가를 기어이 받아낼것입니다. 꼭 받아내야 하오.

강태혁; 장군님, 지금 자강도인민들과 로동계급의 기세는 대단히 높습니다.

김정일동지; 나도 그러리라고 믿습니다. 조선이 어떻게 불사신처럼 일어났는가를 온 세상이 다 알게 하여야 합니다. 오늘의 어려운 형편에서 무엇을 달라고 할 대신 일감을 달라고 하며 당의 명령을 무조건 결사관철한 자강도로동계급의 불굴의 정신, 강계정신이 마음에 드오. 나는 전후에 수령님께서 강선로동계급을 불러일으켜 천리마운동의 불길을 지펴올리신것처럼 오늘의 고난의 행군시기 자강도로동계급을 내세워 강성대국건설의 돌파구를 열어제낄 결심으로 동무들에게 어려운 과업을 맡겼습니다. 나는 이번에 자강도로동계급이 건설한 발전소들과 공장들을 돌아보면서 내가 생각하고 내가 가는 길이 옳다는 확신을 다시한번 굳게 가지게 되였습니다. 이런 인민들과 함께라면 미국놈들을 이기는것쯤은 문제로도 되지 않습니다. 지구를 통채로 떠옮길수 있는 배심을 가지게 되였소.

 

렬차가 강계에 도착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자강도현지지도를 마치고 떠나기 앞서 도행정경제위원회 부위원장 장관우를 비롯한 도안의 일군들을 렬차집무실에 불러주시였다. 동행한 일군들도 모두 참석한 이 뜻깊은 좌석에서는 자강도인민들이 달성한 투쟁성과가 자랑스럽게 총화되였다. 그이께서는 고난의 시기 일부 일군들이 우는 소리를 하며 부처님처럼 랭방에 가만히 앉아 떨고있을 때 혹한속에서 곳곳에 발전소들을 건설하여 공장도 돌리고 살림집들의 전기난방화까지 실현한 자강도사람들, 다른 고장보다 훨씬 더 극심한 식량난과 생활난을 참고 견디며 공장을 궁전처럼 꾸려놓고 거리와 마을을 사화주의맛이 나게 일신시킨 자강도인민들의 투쟁을 높이 평가하시였다. 바로 그 정신, 열백번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이 땅우에 자기 힘으로 얼마든지 사회주의강성대국을 일떠세울수 있는 강계정신이 창조됨으로써 적들의 악랄한 경제봉쇄를 뚫고나갈 파렬구가 열린데 대해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장내에 우렁찬 박수갈채가 터져오르는가운데 김정일동지의 열정에 넘친 음성은 《렬차집무실》을 드렁드렁 울리며 일군들의 심장속으로 뜨겁게 흘러들었다. 그이께서는 사회주의진영이 해체된후의 국제정세의 움직임과 민족리기주의를 추구하는 나라들의 동향, 고립무원한 상태에서 익측이 없는 싸움을 하지 않을수 없는 우리 혁명의 간고성에 대해 심각히 분석하시며 오로지 자력갱생만이 살길임을 다시한번 명철하게 밝혀주시였다. 적들의 총전략은 우리를 고립, 질식시키려는것인데 자강도인민들이 보기 좋게 통장을 불렀다고 하시면서 가슴후련히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시였다.

이날 밤이 퍼그나 깊어 자강도일군들과의 접견이 끝난후 그이께서는 헤여지기 서운해하는 태혁의 마음을 위로하며 여러가지로 인정겨운 말씀을 많이 하시였다. 그이와의 작별을 앞두고 말없이 눈물을 머금던 태혁이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저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제 장군님께서 와계시는동안 전사된 도리를 못했는데 자강땅의 종점까지만이라도 바래워드렸으면 합니다.》

《이 밤중에 어디로 따라온단 말이요?》

《장군님.》

태혁의 안해도 떨어지기 아쉬워 울상을 짓고 안타깝게 졸랐다.

《저희들은 늘쌍 다니던 길이여서 일없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뭇 난감한 표정으로 가볍게 웃으시였다.

《원, 이런 억지라구야··· 정 소원이면 같이 갑시다.》

얼마후 역구내에 멎어섰던 렬차는 드디여 레루우에서 서서히 움직이며 자국을 떼기 시작했다. 도안의 당, 행정기관책임일군들이 홈에 나와서 력사적인 자강도현지지도를 마치고 떠나시는 그이를 배웅해드렸다. 잠시의 휴식도 없는 이틀동안의 현지지도, 《렬차숙소》에서의 고달픈 침식에 이어 그이께서 또다시 깊은 밤 북방지구의 머나먼 철의 도시로 찾아가시는 막중한 로고의 끝은 과연 어디일것인가··· 태혁은 이따금 눈보라에 가리워 희미하게 자취를 감추었다가 다시 나타나는 강계역사를 먼 빛으로 바라보며 서있다가 무심중에 등뒤의 안해를 돌아다보았다. 하지만 아무 할말도 없는 자신을 느끼며 이내 눈길을 떨구었다. 안해도 그런 기미를 챈듯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서 손수건만 꼬깃꼬깃 구겨쥐였다. 자기들이 장군님의 곁에 있다는것만이 중요하고 그밖의 다른것엔 전혀 관심이 없는듯 한 태도였다. 렬차가 도간도간 레루의 련결짬을 넘어서는 달그락거리는 소리, 조용히 흔들리는 문휘장, 그 모든것들이 아직은 장군님과 한렬차에 앉아있음을 그들에게 따뜻이 속삭여주고있었다. 이따금 차창밖으로 스쳐지나는 산간역들의 역명판만이 장군님과 단 한시각이라도 함께 있고싶어하는 그들의 행복한 마음을 한토막 한토막 사정없이 잘라내는듯 싶었다. 만포를 지나자 산세가 험해져 렬차는 가파로운 산발을 에돌기도 하고 문득문득 차굴안으로 돌진해들어가며 요란한 소음속에 잠겨버리기도 했다. 어두운 차굴안에서 빠져나온 렬차는 다시금 사나운 눈보라가 휘몰아쳐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운 산중의 깊은 계곡을 따라 우불구불 달리였다. 사위는 온통 휘뿌연 눈가루의 장막··· 렬차는 점차 해발고가 높은 북방땅의 올리막길을 달리며 한참씩 속력을 늦췄다간 다시 어둠속으로 기운차게 질주해가고있었다. 그이의 강행군현지지도의 길을 따라다니며 피곤이 쌓일대로 쌓인 태혁은 사정없이 밀려드는 졸음에 취하여 그 모든것을 어렴풋한 의식속에 느끼고있을뿐이였다. 그러던중 그는 차창가에 바싹 붙어앉았던 안해가 눈이 휘둥그래서 마구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정신을 버쩍 차렸다.

《여보, 렬차가 뒤로 가요?》

《무슨 소릴 하오?》

《얼마전에 삼장을 지났는데 또 삼장이예요.》

《당신이 잘못 봤겠지?》

《아니예요!》

안해의 기겁한 소리에 와닥닥 놀란 태혁은 차창에 급히 얼굴을 가져다대였다. 순간 유리창에 이마를 되게 부딪친 그의 얼굴에서 안경이 바스라질듯이 떨어졌다. 태혁은 안경이 없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눈보라가 사납게 휘몰아치는 어둠속을 뚫어지게 살펴보았다. 렬차는 분명 쏜살같이 후진하고있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혹시 렬차가 뒤로 미츠러지는것이 아닌가? 태혁은 정신없이 복도로 뛰여나갔다. 그의 머리속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렬차를 무조건 멈춰세워야 한다는것밖에 다른 생각이 없었다. 등뒤에서 울상이 되여버린 안해가 안경을 내밀며 《안경··· 안경!》하고 소리쳤으나 그는 아무것도 가려듣지 못했다. 흔들리는 렬차의 복도를 지나 옆방으로 허둥지둥 달려간 그는 주먹으로 세차게 문을 쾅쾅 두드렸다. 그 요란한 소리에 선잠을 깬 일군들이 이방저방에서 뛰쳐나와 무슨 일인가고 다급하게 물었다. 태혁은 사색이 되여 렬차가 거꾸로 달린다고 짤막히 웨쳤다. 모두들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낯빛이 시커멓게 질려 헤덤벼쳤다. 갑자기 렬차안에 복닥소동이 일었다.

마침 부관이 그 낌새를 채고 급히 뛰여오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런지 몰랐다. 그들앞에 떡 막아선 부관은 렬차가 정상으로 달리여 강계로 되돌아가고있으니 정숙을 지켜달라며 애걸하듯 말했다.

《뭐라구요?》

태혁은 그만 넋나간 사람처럼 부관을 멍청히 바라보았다. 렬차가 강계로 되돌아가다니?··· 귀밑으로 비지땀을 흘리며 금시 쓰러질듯이 비칠거리는 그를 누군가 등뒤에서 부축해주어 태혁은 가까스로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