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2

 

제 7 장

2

 

승용차의 꽁무니에서 눈안개가 뽀얗게 타래쳐올랐다.

장군님께서 자강땅에 언제 오실가 하고 강계시민들이 지난 밤도 떨쳐나 밤새껏 비자루로 말끔히 쓸어냈다는 도로인데 어디서 그렇게도 많은 눈가루가 생겨 하늘을 메우는가! 아니, 그것은 최고속으로 회전하는 승용차의 바퀴밑에서 부서지는 얼음의 분말들이였다.

방금전 《ㄸ》공장 로동계급이 새로 북천강좌안에 건설한 띄우개식발전소를 돌아보신 그이께서는 너무도 기뻐 태혁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다시금 장강군발전소들을 향해 질풍처럼 차를 몰아가시였다. 강계시를 벗어나 얼마쯤 달리자 저 멀리 초대봉이 아아히 바라보이고 눈덮인 논판들이 눈에 띄면서 차츰 시골풍경이 짙어졌다.

도로도 겨우 우마차들이 어길정도로 비좁다. 하지만 이 고장사람들이 하도 알뜰히 닥달질하여 시내의 아스팔트길 찜쪄먹게 반드러웠다. 그런데 이날 뜻하지 않은 일로 분초를 쪼개가며 현지지도의 길을 다그쳐가시던 그이의 바쁜 걸음이 지체되는 난사가 생겼다. 웬 사람들인지 길바닥에 쫙 깔려 서로 붐비며 법석 끓어대였다.

미끄러지듯 달리던 승용차는 속력을 늦추지 않을수 없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차창밖을 유심히 바라보시였다.

태혁이가 안절부절 못하며 당황히 말씀올렸다.

《장군님, 제 불찰입니다. 금요일엔 시, 군기관 직원들이 문을 닫아매고 농장원들의 일손을 돕습니다. 이런 날엔 농장원들이 주인구실을 하느라 전부 두엄운반에 떨쳐나서군 하는데 제가 사업조직을 잘못하여 미연에 중지시키지 못했습니다.》

태혁은 이제라도 그이의 앞길을 틔여드리려고 밖으로 튀여나갈것처럼 몸을 솟구며 승용차의 문손잡이를 잡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도로 눌러앉히고 차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시였다. 승용차가 가까이 다가가자 소달구지와 발구, 썰매에 거름을 싣고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또렷하게 안겨왔다. 날씨가 어찌도 맵짠지 밤새 내린 눈은 녹지 않고 길바닥에 깔린채 사람들의 무수한 발길에 채이였다. 누구나의 입에서 허연 입김이 날리고 바람이 새여들세라 얼굴을 꽁꽁 감싼 녀인들의 초생달같은 눈섭과 머리수건가생이에는 성에꽃이 새하얗게 끼여 반짝이였다.

고산지방의 생활에 단련된 녀인들은 추위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명랑하게 웃어대기만 했다.

바늘방석에 앉은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태혁의 잔등을 적시며 진땀이 끈적끈적 솟아올랐다. 거름짐을 진 사람들사이로 조심조심 차를 몰아가는 운전사도 그와 다를바없는 조바심에 잠겨 난처한 기색을 띠고 안타깝게 말했다.

《장군님, 이거 정말 야단났습니다.》

《뭐가 야단이란 말이요. 난 요즘 길에 나서면 가끔 장사를 다니는 녀인들이 눈에 뜨이군 하여 마음이 무거웠는데 보시오. 이 자강땅사람들은 엄동설한에 거름짐을 지고 저렇게 뛰여다닙니다. 얼마나 좋은 인민이요. 자강도인민들이 지난해의 어려운 투쟁을 통하여 확실히 억세여졌다는것이 알립니다. 어떻소. 동무들은 이 북방땅에 벌써 봄이 찾아오는것 같지 않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정하신 눈길로 차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을 정답게 바라보시였다. 이 근면하고 성실한 인민들이 있는 한 어떤 고난도 극복할수 있다는 신심이 가슴속에 봄물처럼 가득 차오르시였다. 그 인민이 너무도 소중하게 생각되여 그이께서는 운전사에게 경적도 울리지 못하게 엄하게 이르시였다. 승용차는 왁자지껄 떠들어대며 길섶으로 비켜서는 사람들속을 조심히 누비면서 느릿느릿 달리였다. 차창으로 서서히 흘러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차츰 선명하게 안겨왔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정답기만 한 사람들···

그이께서는 그들 매 사람의 얼굴을 생생히 기억해두려는것처럼 자세히 여겨보다가 꿈쩍 놀라시였다. 승용차를 피하여 비켜서던 달구지의 한쪽바퀴가 길섶의 도랑에 빠져버리는 광경을 목격하신것이였다. 급해맞아 멍에를 눌러잡고 길우로 소를 때려몰던 달구지군로인도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도랑창의 눈구뎅이에 벌렁 넘어졌다.

그이께서는 어쩔수없이 운전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이르시였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구뎅이에서 발을 뽑으며 겨우 걸어나오던 로인이 차에서 내리시는 그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다음순간 눈이 휘둥그래진 늙은이가 《장군님!》하고 눈구뎅이에 마구 엎어지면서 기여나왔다. 태혁의 부축을 받으며 그이앞에 다가온 로인은 솜옷이며 바지가랭이에 묻은 눈을 털어버릴 사이도 없이 털모자를 벗어쥐며 황급히 인사를 올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인의 언손을 반갑게 꽉 잡아쥐시였다.

《로인님, 상하지 않았습니까?》

《장군님, 일없습니다.》

늙은이의 두눈에 눈물이 핑 감돌았다. 그이의 반외투자락이 차거운 골바람에 날리였다.

《장군님, 이 엄동설한에···》

로인은 말끝을 맺지 못하고 또다시 시허옇게 성에가 달라붙은 눈섭을 슴벅이였다.

《우리 자강도인민들이 장군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모두들 장군님이 오실 날을 그리며 죽을내기로 일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내 바빠서 이제야 왔습니다. 로인님, 집에서랑 모두들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습니까?》

《장군님, 고난의 행군을 하며 너나없이 식량고생을 했지만 장군님덕분에 제일 힘든 고비를 넘겼습니다. 작년농사도 괜찮게 짓구요. 장군님께 더는 식량때문에 걱정하시게 하지 말자구 강심먹구 달라붙어 정보당 강냉이 8t을 거둬들였습니다. 예로부터 산골농사라는건 아무리 잘해두 다람쥐 볼가심할 량식밖에 나오지 않는다고들 했는데 웬걸요. 우리 장강군 강냉이와 논벼소출이 높아서 전국적으로 3등을 했습니다. 모두들 벌방농사를 멨다쳤다구 환성을 올렸습니다.》

로인은 보통 걸걸한 성미가 아니였다.

《산골사람들이 벌방농사를 이겼다. 자강도에선 로동계급만이 아니라 농민들도 전국의 앞장에 섰다는 말인데 대단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탁 트인 음성으로 말씀하시고 환히 웃으시였다.

그때였다. 로인과 이야기를 나누시는분이 다름아닌 김정일동지이심을 알아본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장군님께서 오셨다!》하고 저마끔 환성을 지르며 정신없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등에 졌던 거름짐을 벗어던진 사람들, 쪽발구와 썰매를 길바닥에 팽가치고 뛰여오는 사람들, 논밭과 길바닥에 엎어져 눈투성이가 되여버린채 장군님께서 자강땅에 오신 기쁨에 눈물을 좔좔 흘리며 산지사방에서 앞을 다투어 달려오는 사람들의 물결··· 하늘땅을 메우는 만세의 함성이 터져오르는가운데 그이를 에워싼 사람들은 팔과 옷자락에 마구 매달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고난의 행군의 가장 어려운 때 죽어도 기계설비를 베고 죽겠다던 인민, 우리에게 일감만 달라며 장군님의 명령을 결사관철한 인민, 오로지 장군님을 마음속에 그리며 죽음의 사선을 헤쳐온 불사신의 인간들이거늘 이 순간 그이께 아뢰고싶은 말인들 얼마나 많을것인가!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하많은 말을 대신하여 그들의 얼굴들에서 소낙비처럼 쏟아져내리는 눈물에 눈굽이 젖어드시였다. 화려한 거리의 연도가 아니라 바람세찬 들판에서 거름짐을 나르던, 어지러운 솜옷을 입고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자강땅인민들이 고마와 목이 꽉 메여오르시였다. 태혁이와 수행성원들도 눈물에 젖어버린 얼굴로 지금 장군님께선 몹시 바쁘신중이니 그만들 하라고 군중들에게 안타까이 사정하면서 분주히 돌아갔다. 기쁨에 겨워 울고 기쁨에 겨워 사정없이 매달리는 자강땅인민들과 다름없는 심정이 되신 그이께서는 《여러분, 정말 수고하오. 고난의 시기 제일 고생한 여러분들을 잊지 않겠소!》라고 뜨겁게 말씀하시며 한사람의 손이라도 더 잡아주시느라 촉박하신 시간을 지체하신후에야 승용차에 오르시였다. 발을 동동 구르며 바래워주는 사람들사이로 달리기 시작하는 승용차안에서 밖을 내다보시니 길옆의 논밭들에 온통 주인없이 서있는 달구지와 썰매, 질통들이 널려있어 그이의 안광은 또한번 뿌옇게 흐려지시였다. 그길로 장강1호발전소와 장강군고등농업전문학교의 나무언제식발전소를 돌아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다 잘 건설하였다고, 전기가 꽝꽝 나오니 멋쟁이라고 기뻐하시면서 다시금 장강2호발전소로 향하시였다.

그이께서 타신 승용차가 매끄러운 눈길우로 쏜살같이 내달리는바람에 수행성원들의 차들은 까맣게 뒤떨어진채 어떻게든지 따라서려고 무진 애를 썼다. 장강군을 코앞에 두고 최대속력을 내던 수행차들중의 한 차는 굽인돌이에서 얼음판에 지치며 길옆의 눈구뎅이에 구겨박히는 소동까지 일었다.

장강군에 도착하여 그 보고를 받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다행히도 상한 사람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 놀라움이 어렸던 얼굴에 밝은 기색을 지으며 이렇게 나무람하시였다.

《내가 평양을 떠날 때 미리 말하지 않았소. 이번엔 우리도 강행군을 하기때문에 신들메를 단단히 조이라고 말이요. 이제라도 나를 따라다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뭐라고 하지 않을테니 순순히 물러서는게 좋겠소.》

《장군님, 아직은 물러설 마음이 없습니다.》

금방 사고를 저지를번 했던 일군이 반죽좋게 말씀올렸다.

《그런데 장군님께서 타신 차는 너무합니다. 비행기처럼 얼음판우를 막 날아가니 어디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동문 금방 자강도인민들이 이 추운 날에 어떻게 일하는가를 보지 못했소? 우린 하루속히 우리 인민의 저 강행군을 끝장내야 하오. 지금은 일분일초가 귀중한 때요.》

마침 그이의 앞으로 장강군당책임비서가 의젓한 자세로 달려오며 인사를 올렸다. 먼 길을 오시느라고 수고하셨다는 충모의 말에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속이 뭉클해지는것을 느끼며 그의 어깨에 한손을 짚으시였다.

《벙어리가 되였던 동무가 말을 하누만, 말을 해!》

장군님의 명령을 관철하기전에는 전투장을 떠나지 않겠다던 군당책임비서, 그때의 언어불통이던 김충모가 말을 한다.

아직도 좀 쐑쐑소리가 나긴 하지만 그까짓것쯤 어떻단 말인가. 무슨 급한 일이 생기면 나무꼬챙이를 집어들고 땅바닥에 자기의 마음을 몇자씩 뻑뻑 써갈기군 했다는 그때에 비하면 얼싸하게 나았다.

《지난해 동무와 만났을 때엔 말을 못해 안타깝더니 이젠 됐소!》

그이께서는 기쁨에 넘쳐 수행성원들을 둘러보시면서 《이 동무가 발전소건설기간 너무 무리하게 일하며 잠을 못자 벙어리가 됐댔는데 오늘 내 앞에서 말을 합니다.》라고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수행한 일군들이 모두 감동된 낯빛으로 장강군당책임비서를 바라보고있을 때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장강군인민들이 건설한 발전소구경이나 하자며 장강2호발전소를 향해 활달히 걸어가시다가 문득 발길을 멈추시였다. 언제너머 얼음판에서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이 스케트와 썰매를 타며 즐겁게 뛰놀고있었다. 발전소에 물을 잡아두는바람에 아주 멋진 빙상놀이터가 생겨난것이였다.

여름 한철 저 호수에 뽀트까지 띄워놓으면 얼마나 장관일것인가! 일부러 공력을 들여 양어장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멀지 않아 저 깊은 물속에서는 고기떼들이 욱실거리게 될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북천강을 가로지른 언제는 하나의 정교하게 설계된 교량을 련상케 하고 저수지주변의 풍치는 한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감상하는것만 같으시였다. 발전소옆의 산기슭에 새로 아담하게 지은 문화주택들도 살림집이라기보다 선경속의 휴양각들처럼 우아하게 바라보이고 뉘집에서인가는 새끼염소의 울음소리가 정답게 들려오며 고산지방의 목가적인 정서를 자아내였다.

《군당책임비서동무가 부럽구만. 비록 고생은 했지만 이렇게 발전소를 건설해놓으니 얼마나 좋소. 마치 경치좋은 휴양지에 찾아온것 같은 기분이 나누만. 전기도 생산하고 양어도 할수 있으니 좋아, 국토의 면모와 풍치도 아름다와졌으니 그야말로 일거삼득, 일거사득이 아니요. 자강도인민들이 도회지사람들보다 훨씬 잘 살게 되였소!》

《장군님, 작년 가을에 여기다 잉어새끼를 한 5만마리 집어넣었습니다. 이제 래년쯤 그물을 던지면 팔뚝같은 잉어들이 푸들쩍거리며 막 쏟아져나올겁니다.》

김충모가 워낙 바다가에서 자란 사람인지라 흥이 나서 어깨를 으쓱대며 말씀올렸다.

《5만마리면 대단하오. 앞으로 장강군 잉어탕이 소문을 내겠구만.》

《그런데 한가지 골치거리가 있습니다. 수문을 열 때면 새여나가는 물고기가 많습니다.》

김충모는 무슨 신통한 방안이라도 나오지 않을가 하고 은근히 기대하는 낯빛으로 장군님을 쳐다보았다.

《물고기가 도망친단 말이지?》

《예.》

《그러나 달아나도 자강땅에 있겠지 다른데로 가겠는가. 자강도의 강물속에 있는 물고기인데 자강도사람들이 먹게 생겼지 누가 먹겠소.》

《아··· 알았습니다.》

김충모가 너무 급해맞아서 그렇게 대답올리고 덜미를 쓸어만지자 옆에 섰던 태혁이 한술 더 떴다.

《저 욕심많은 장강군당책임비서가 오늘 단단히 버릇이 떨어지누만.》

수십m나 되는 발전소언제의 저쪽끝까지 가서 그아래의 발전기실로 내려가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세찬 동음을 울리며 돌아가는 발전기들을 자세히 살펴보시였다. 장강2호발전소는 중소형발전소치고 비교적 큰축에 속하는 발전소여서 설비들이 요란스러웠다.

태혁이가 발전기들의 능력이며 가동상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드리였다. 그의 말을 주의깊게 들으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지난해 대안중기계공장에서 생산보장하기로 된 발전기들이 제 날자에 도착하지 않아 소동이 일었던 일이 떠올라 알른알른 윤기가 도는 발전기앞으로 다가서며 이 발전기를 어디서 만들었는가고 물으시였다.

태혁은 그때 자기 도의 기술자들을 동원하여 12대의 발전기를 만들었지만 대안중기계동무들의 성의를 고려하여 두대는 그 공장발전기를 놓았다고 말씀드렸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신 그이께서는 인조대리석바닥의 차돌문양이 아롱거리는 발전기실과 2층의 배전반실까지 세세히 돌아보시고 밖으로 나서다가 언제로 오르는 층계에서 잠간 멈춰서시였다. 네개의 수문을 넘어난 물줄기가 흰 물보라를 날리며 폭포처럼 떨어져내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장쾌한 광경을 가리키시며 장강2호발전소는 수풍발전소의 축소판 같다고, 이런 훌륭한 발전소를 보고 흥분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 식 사회주의를 지키자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열정적으로 팔을 내흔드시였다.

《오늘은 정말 기쁘오. 이렇게 기분이 좋아보긴 처음인것 같소. 조선인민군 공훈합창단의 노래를 듣는것처럼 힘이 나오. 그 어떤 강적과도 맞서 싸울수 있는 기운이 생긴단 말이요!》

발길이 닿는 곳마다에서 아낌없이 안겨주시는 찬사와 격찬!

이날 장강군을 떠나 북천3호발전소를 찾으신 때에도 김정일동지께서는 강계기계공장 로동계급이 자체의 힘으로 만든 발전기들을 보시고 자력갱생을 할바에야 이렇게 철저한 자력갱생, 100% 자력갱생을 해야 한다시며 북받쳐오르는 격정을 금치 못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건설기간 처녀중대 중대장으로 일한 장은희의 눈물겨운 희생과 안변청년발전소건설장에서 군사복무를 한 허명철돌격대장의 이야기도 자세히 들어주시였다. 그곳 로동계급이 양지바른곳에 새로 지은 전기난방화된 살림집앞에 이르시자 태혁이가 소개해드렸다.

《장군님, 기계공장의 최덕삼로인네가 여기로 이사해왔습니다.》

《〈강계싸움대장〉말이요? 처녀중대장이 그 유능한 기능공을 위해 꽃나이청춘을 바쳤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걸음을 옮기지 못하시다가 로인의 집마당으로 들어서시였다. 부엌문을 열고 젊은 녀인이 급히 달려나오며 인사를 올렸다. 보매 덕삼로인의 며느리같았다. 녀인은 집구경을 왔다는 그이의 말씀에 얼굴을 발그스름히 물들이면서 얼른 꽃방석을 깔아드리였다. 그의 고운 마음씨에 미소를 지으시던 그이께서는 알른거리는 옷장과 이불장들을 열어보시고 나서 웃방을 들여다보시였다.

대여섯살난 사내애가 구석쪽에 머리를 숙이고 서있었다.

《아주머니, 이 집 꼬마가 어머니한테 욕이라도 먹지 않았습니까?》

《저···》

녀인이 당황히 웃방으로 달려들어가 장군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귀띔했다. 그때까지 그이께서 찾아오신줄 모르고있던 아이가 쪼르르 나와 《장군님!》 하며 품에 와락 안기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린것을 살틀히 안아주며 유쾌히 웃으시였다.

《이름이 뭐지?》

《영철이예요.》

영철은 두눈에 눈물이 가랑가랑해서 그이의 손만 찬찬히 바라보았다.

녀인이 아들애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귀밑머리를 매만졌다.

《장군님, 제가 잘못해서 아이가 저렇게 볼이 부어있습니다. 영철이가 매번 장갑을 끼지 않고 썰매타러 다니기에 제가 오늘 단단히 혼내워줬습니다. 새 장갑을 곱게 떠주었는데 뭐가 마음에 안들어서 그러는가고 닦아세웠더니 이 애가 글쎄··· 〈장군님두 장갑을 끼지 않는데···〉하며 울먹울먹하질 않겠습니까. 전 처음에 그게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그러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텔레비죤에서 장갑을 끼신 장군님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전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져 웃방으로 따라들어가 영철아, 어머니가 잘못했다. 내가 네 마음을 몰랐다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쩐지 눈앞이 흐려지시였다.

《난 이전에 초상령의 한 집에 들렸는데 그 집의 설송이란 아이가 풀죽가마를 보여주지 않겠다며 가마뚜껑우에 엎드리는걸 보고 눈물을 흘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이께서는 그때의 일을 일생토록 잊을것 같지 못하시였다. 그것이 철부지의 행동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수 있었던가.

마음같아선 품에 어린것을 와락 그러안고 자신께서도 울고싶었지만 가슴속에서 몸부림치는 그 인간적인 감정만으로는 헤쳐나갈수 없는 조국의 운명을 걸머지셨기에 어쩔수없이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세우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늘은 네가 나를 울리누나.》

그이의 안광에 엷은 물기가 조용히 감돌았다.

인정에 끌리시고 인정에 눈물 흘리시는 김정일동지!

그이께서는 어린것을 꼭 껴안고 그 귀여운 얼굴에 자신의 볼을 부벼주시였다. 옆에 선 태혁이도 눈물지으시는 장군님과 어린것을 번갈아보며 코등을 실룩거리다가 안경을 벗어들고 손수건으로 닦았다.

잠시후 김정일동지께서는 전기난방화된 따끈따끈한 구들을 짚어보시면서 웃방도 이렇게 뜨끈한가고 다정한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녀인이 눈가장이 발깃해서 울먹이다가 아래웃방 다 골고루 덥다고 대답올렸다.

그이께서는 웃방으로 올라가 앉으시며 따스한 장판바닥을 손수 짚어보시였다. 이만하면 엄동설한에 추위를 모르고 편안히 날수 있었다. 꽃문양이 새겨진 도배지를 말쑥하게 바른 한쪽벽에 이불장, 옷장까지 달려있어 도회지의 문화주택 부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신 그이께서는 새집에 이사오니 어떤가고 또 한번 물으시였다. 녀인은 너무 감지덕지하여 무슨 말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라 하다가 이렇게 전기난방화된 신식집에서 살게 되니 꿈을 꾸는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렇다. 이것이야 어디 산골생활이라고 할수 있는가.

그이께서는 전기로 어떻게 밥을 짓는지 좀 보자고하시면서 녀인을 따라 부엌으로 천천히 나가보시였다.

부뚜막앞에 내려선 녀인이 가마를 들어내고 벽밑에 알맞춤히 달려있는 스위치를 조심히 넣었다.

순간 그이께서는 《아, 시뻘겋게 다누만!》하고 환히 웃으시면서 일군들을 돌아보시였다.

《동무들, 얼마나 좋소. 전기화라는건 조명만이 아니라 전기로 밥도 짓고 방도 덥히고 텔레비죤과 랭동기 등 가정전기제품들도 다 쓰도록 하는것을 말합니다.

자강도인민들이 발전소를 건설한 덕을 톡톡히 봅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이 좋은 문화주택들에 어울리게 텔레비죤수상기도 새로 놓아줍시다. 세상사람들이 고생끝에 락을 보고있는 이 자강땅사람들을 부러워하게 말이요.》

기쁨에 잠겨 밖으로 나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태혁에게 다시금 흥분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난 오늘 대단히 만족합니다. 우리 나라 농촌마을에 드디여 굴뚝없는 집들이 생겨났소!

조상전례로 처음인 대경사요.

태혁동무, 빨리 강계시와 장강군, 성간군의 모든 문화주택들을 전기난방화하여 굴뚝이 없는 도시와 마을로 전변시키시오.》

《알겠습니다. 장군님!》

그이께서는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덕삼로인의 손자를 향해 돌아서시였다.

《영철아, 잘 있거라.》

《아버지장군님!》

어린것은 너무도 빨리 그이와 헤여지는 서운함때문인지 달려와 옷자락에 마구 매달리였다.

두팔로 어린것의 작은 몸을 살뜰히 껴안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영철아! 어머니말대로 꼭 장갑을 껴라. 알겠니?》 하고는 돌아서 대문을 향해 걸어가시였다.

한없이 따스한 사랑, 그이의 애정에 찬 당부에 눈물을 금치 못하던 녀인이 목멘 소리로 겨우 인사를 드렸다.

《장군님, 부디 몸조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