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1

 

제 7 장

1

 

한밤중.

평양ㅡ강계행 특별렬차가 어둠을 뚫고 전속력으로 달리고있다.

준엄하고도 시련에 찬 조선혁명의 앞길에 새로운 전환기를 열어놓게 될 김정일동지의 력사적인 자강도현지지도가 드디여 시작되였다.

아직은 이 땅의 붕괴를 노리는 제국주의반동세력의 준동이 좌절되지 않고 전쟁의 피해상마냥 고립압살과 경제봉쇄의 흔적들이 처처에 널려있는 간고한 시기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달리는 렬차집무실의 쏘파에 비스듬히 앉아 어둠이 짙게 드리운 차창을 점도록 바라보시였다.

대소한을 앞둔 새해 정초에는 성, 중앙기관 일군들도 자강도로 출장을 다니지 않는다. 밤이면 장자강의 얼음장이 터지는 소리만이 텅 빈 강계려관방의 창문들을 두드려댈뿐이다. 하지만 이 사나운 겨울, 지금의 최대갈수기에 가야 자강도로동계급이 피땀을 흘리면서 건설한 중소형발전소들이 어떻게 은을 내는지 정확히 알수 있다.

붕ㅡ

특별렬차의 기적소리가 자강땅의 언 대기를 가르며 은은히 울려퍼졌다.

차창밖으로 고산지방의 간이역들이 언뜩언뜩 흘러가고 레루의 이음짬을 지나는 무쇠바퀴의 음향이 도간도간 가락맞게 집무실안의 정적을 흔들었다. 수행성원들이 깊이 잠든 그 순간에도 심원한 사색에 잠겨 자강땅을 그려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피로한 몸을 일으켜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밖에서는 의외에도 흰눈이 펑펑 내리고있었다. 갓난아이 주먹만큼한 눈송이들은 밤바람이 불어칠 때마다 차창에 매달리듯 섬돌아치다가 엇비스듬히 흩날려 땅에 소리없이 떨어지군 했다. 톱날모양의 까마득히 치솟은 산악들과 계곡, 여기저기 산자드락에 오붓이 자리잡은 림산마을의 뾰족지붕들도 눈안개속에 묻히여 휘뿌옇게 안겨왔다.

아, 포근한 흰눈세계!··· 어찌보면 그것이 북방땅의 천리길을 밤도와 찾아가시는 이 밤의 길조처럼 생각되시여 그이의 안광은 갑자기 환희로 밝아졌다. 렬차는 명문고개와 구봉령을 멀리 벗어나 이 산세사나운 고장의 협착한 골짜기로 우불구불 흐르는 장자강을 끼고 힘차게 달리였다. 점차 성글어져가는 눈발너머로 어느덧 새날이 희붐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특별렬차의 기적소리가 또 한번 길게 울리며 강계시에 도착할 시간이 림박했음을 알리였다. 온통 새하얗게 설경을 이룬 도소재지가 먼빛으로 눈부시게 바라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렬차가 강계역구내에 도착하여 미처 멈춰서기도전에 승강대쪽으로 급히 걸어가시였다. 역구내에 마중나온 태혁이가 눈앞으로 서서히 스쳐지나는 렬차의 창문들을 경황없이 살펴보면서 서있었다. 그는 차가 멎어선 때에도 그이께서 어느 차칸에 계시는지 알수 없어 초조한 기색으로 연방 두릿거리면서 어디다 눈길을 둘지 몰라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승강대의 손잡이를 잡고 내려서면서 태혁을 소리쳐부르시였다.

《태혁이!》

자신도 모르게 심장속에서 울려나간 뜨거운 애정이 담겨있는 웨침이시였다.

《장군님!》

그이를 향하여 태혁이 기운차게 달려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얼음장처럼 차거운 태혁의 손을 살틀하게 꽉 잡아쥐시였다.

이미 눈은 멎은지 이슥했다.

태혁의 털모자와 외투우에는 흰눈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다정한 눈길로 그 외투의 새하얀 눈을 이윽히 지켜보시던 그이께서는 갈린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역에 나온지 오래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태혁의 어깨우에 내려앉은 눈을 털어주시며 렬차에 올라가 잠간 몸을 녹이자고 따뜻이 이르시였다. 태혁은 둬번 발을 탕탕 굴러 구두밑창에 달라붙은 눈덩이를 떼여버리고 렬차집무실안으로 따라 들어가면서 절절한 심정을 담아 말씀올렸다.

《장군님, 대한을 앞둔 이 강추위때에 왜 이렇게 밤렬차로 오십니까?》

그의 두눈에 뜨거운 눈물이 듬뿍 고이였다.

《앉소. 이 자강도가 어떤 땅이요? 동무들은 조국이 류례없이 간고한 시련을 겪고있을 때 적들의 악랄한 경제봉쇄와 맞서 싸우며 우리 인민의 강대한 힘을 세상에 시위하지 않았소. 나는 고난의 행군시기 나의 인생에서 가장 가슴아픈 일들을 수없이 당하며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자강도로동계급의 영웅적인 투쟁이 있었기에 언제나 마음이 든든했소.》

태혁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으신 그이께서는 밤새 렬차를 타고오신 피곤을 가뭇 잊고 환히 웃으시였다.

《장군님, 지금 자강도안의 공장기업소들은 만부하를 걸고 꽝꽝 돌아갑니다. 이번에 우리가 새로 건설한 발전소들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지방산업공장들도 돌리고 밤이면 강계시와 장강군, 성간군의 주민지역들에 온통 불천지가 펼쳐져 별세상 같습니다. 불과 6개월동안에 자강도가 이렇게 변모됐다는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자강도로동계급이 큰일을 했소. 정말 수고했소!》

《저희들은 장군님께서 하라는대로 했을뿐입니다. 장군님께서 애로되는 문제들도 다 풀어주시여 우린 별로 한 일이 없습니다.》

《왜 한 일이 없겠소. 동무들이 고생을 했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자강도로동계급이 남보다 배를 더 곯으며 혹한속에서 발전소들을 건설하고 공장을 돌린 생각을 하자 눈굽이 젖어드시였다. 그것은 결코 누구나 할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였다.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자강땅사람들의 그 희생적인 투쟁으로 하여 드디여 고난의 행군을 끝장내고 멀지 않아 강성대국을 건설할수 있는 밝은 전망이 열리지 않았는가! 그 한량없는 기쁨으로 그이의 가슴은 뜨겁게 부풀어올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깊은 회억에 잠기시였다가 《내가 자강도를 일떠세울 과업을 맡기면서 제일 걱정한것이 동무의 심장질환이였지. 그런데 용케 견디여냈거든. 견뎌냈어.》라고 하시였다.

《장군님, 얼마전 병원의 의사들이 1년만에 절 다시 검진해보고 깜짝 놀라며 자기들 몰래 무슨 약을 써서 심장이 좋아졌는가, 어떻게 섭생을 했는가고 꼬치꼬치 캐여묻는통에 진땀을 뽑았습니다. 순환기과 과장은 어마어마하게 박사론문까지 쓰겠다면서 솔직히 말해달라질 않겠습니까? 그래서 사실대로 자강도에 흔한 산사와 인민들이 먹는 니탄떡을 먹었다고 했더니 사발눈이 되여 쳐다보았습니다.》

《니탄떡을 먹고 심장이 든든해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집안이 흥하면 병도 떨어지는 법이요!》

태혁이도 그이의 명담에 한바탕 요란히 웃음통을 터뜨렸다.

그이께서는 현지지도기간 어떤 대상들을 돌아봤으면 좋겠는지 주인의 의견을 들어보자고 소탈히 말씀하시였다. 흥이 난 태혁은 그이께 꼭 보여드리고싶은 공장, 기업소들과 발전소들을 욕심스럽게 렬거했다.

《장군님, 오래간만에 우리 자강도에 오셨는데 한주일가량 묵으시면서 쉬염쉬염 봐주십시오. 장군님께서 이 엄동설한에 너무도 갑자기 찾아오시는바람에 저희들은 전혀 맞이할 준비를 못했습니다.》

《동무가 제기한대로 다 보겠습니다. 자강도로동계급이 어떤 굶주림과 희생을 치르며 일떠세운 창조물들이요. 있는그대로 봅시다. 그게 진짜요.》

태혁은 자기의 소망이 이루어진 크나큰 기쁨에 휩싸여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그런데 난 이틀밖에 시간이 없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의자에서 일어나 차창밖에 펼쳐진 백설의 험준한 산악들을 묵묵히 바라보시였다.

《장군님, 안됩니다. 이틀동안에는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태혁은 산골길이 험한데다가 길이 온통 대소한의 강추위에 꽝꽝 얼어붙어 보통 미끄럽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길이 험하면 뭐라오. 이틀이면 좀 긴장할수 있지만 난 신들메를 단단히 조이고왔소. 우리 인민의 강행군이 아직도 계속되고있지 않소. 내 걱정을 말고 곧 떠납시다.》

《예?!》

태혁은 또 한번 애끓는 눈매로 그이를 쳐다보았다. 밤렬차를 타고 이 북방의 먼길을 찾아오신 그이께서 잠시도 휴식할 여가없이 도착하시자마자 현지지도에 나서시겠다니 무슨 말로 만류하면 좋을지 몰랐다. 그의 가슴속 안타까움을 말해주는 엷은 물기만이 두눈에서 소리없이 감돌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