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12

 

제 6 장

12

 

장관우와 함께 건설장을 떠나는 승용차안에서도 태혁은 왜서인지 허진규에 대한 생각이 괴롭게 떠오르는것을 느끼며 혼자 생각했다. 내가 허진규를 좀 더 따뜻이 대해줄수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자강도로동계급은 벌둥섬의 공동시장이 없어도 굴함없이 장군님의 명령을 관철하고있으며 그 진실한 사람들속에서 명철이도 우리 시대의 청년으로 억세게 자라고있다. 태혁은 그것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단지 그는 자강도인민들이 식량난으로 가장 큰 고난을 겪을 때 허진규로 하여 마음고생이 너무도 컸던 자신을 의식하고 다시금 속으로 조용히 뇌이였다. 나도 인간이니까. 어쩔수 없는 일이였지··· 사무실로 돌아온 태혁은 도안의 공장, 기업소들의 생산과 발전소건설앞에 나선 문제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을 차릴 사이없이 돌아갔다.

그러다가 도행정위원회 무역국장이 헐떡거리며 찾아와 전해주는 울분에 찬 말을 듣고 대뜸 낯빛이 컴컴해졌다. 장강군발전소들의 설비조립작업이 예정된 기일보다 지연되고있는 일로 가뜩이나 마음이 조릿조릿한 판에 무역을 통해 사오기로 된 타빈유와 기계유, 변압기유의 수입이 적들의 방해책동때문에 중단된 소식을 알게 된것이였다. 당장 강계시와 성간군발전소들의 설비조립작업을 끝내고 시운전에 착수하여야겠는데 갑자기 어디서 기름을 해결한단 말인가? 무역국장은 자기들이 수소문해본데 의하면 봉화화학공장에 기름예비가 있는것 같다고 덧붙이였다.

태혁은 그를 돌려보낸후 놈들의 악랄한 책동에 분격을 금치 못하며 흥분된 심정으로 방안을 오락가락했다. 이것은 발전기생산에 못지 않게 한시의 지체도 없이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이다! 태혁은 당일로 장군님께 그 사실을 보고드린후 이제나저제나 하고 결론을 기다리는데 이튿날 아침 난데없이 개천철도국 정치부장이 찾아와서 거수경례를 붙이는 바람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개천철도국 정치부장은 지난밤 어떤 일이 있어도 오늘 아침 8시까지 강계에 기름 50t을 수송하라는 장군님의 엄명을 받고왔다며 싱글벙글 웃었다. 전력의 긴장성으로 화물렬차들이 제 시간에 뛰지 못하여 모터카에 기름을 싣고 온밤 달려왔다는 정치부장! 태혁은 온통 물집투성이가 된 그의 손을 잡을수 없어 어깨를 꽉 껴안으며 《고맙소. 정말 고맙소!》라고 목메인 소리로 부르짖었다. 그 눈물겨운 일이 있은후 대안중기계에서 한달동안의 전투를 벌려 생산한 발전기들이 도착하여 장강군에서도 일제히 설비조립작업에 달라붙게 되였다. 그런데 예상외로 그 발전기들때문에 장강군에서는 되게 골머리를 앓고있었다. 발전기들의 진동이 심하고 발전기축과 메달짬에서 윤활유가 흘러내리여 하루건너 뜯었다 맞추는 놀음이 벌어졌지만 승산이 보이지 않아 대안중기계 기사장과 기술자들은 돌아가지 못하고 인질로 잡혀있다싶이 했다. 김충모가 너무 후끈 달아서 이따위 오작품들을 싹 다 집어던지고 도자체로 만드는 발전기들을 놓자며 우둘렁대여도 그들은 찍소리 못했다. 여태껏 대형발전기들만 생산하고 작은 용량의 발전기들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데다가 번개불에 콩닦아 먹듯이 제작하였으니 그럴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너그러이 생각한 태혁은 장강2호발전소의 발전기조립작업에 강계청년발전소의 유능한 기술자들과 도지휘부의 림준을 보내였다. 그날밤으로 대안중기계기사장과 기술자들은 태혁이가 내여준 승용차를 타고 공장으로 돌아갔다. 떠나갈 때 태혁의 손을 잡은 대안기사장은 호랑이가 쥐를 잡자고 해도 혼신의 힘을 다 낸다는데 자기네가 작은 발전기라고 해서 우습게 여겼다며 《결국 우린 아무것도 도와준게 없구려.》하고 자기의 괴로운 심정을 실토했다. 기사장의 그 말은 자기네가 만들어온 발전기들이 온전치 못하니 쓰지 않아도 무방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태혁은 대안기사장을 돌려보낸후 하루에도 두세번씩 해체하며 역사질하는 과정에 발전기의 진동이 심한 원인을 찾아내고 겨우 퇴치했으나 윤활유가 슴새여나오는 결함만은 도저히 막을 길이 없었다. 얼굴과 손, 작업복에 온통 기름매닥질을 한 사람들은 밤을 밝히며 발전기와 씨름질했지만 신통한 처방이 없어 손맥을 놓고 한숨만 내쉬였다. 그렇게 죽을 고생을 하면서 하루하루 흘러보내는사이 어느덧 6월 중순도 훌떡 지나가버리자 모두들 초조해서 어찌할바를 몰라했다. 성미 급한 김충모는 금방 불을 붙여 문 담배를 현장바닥에 내던지기가 일쑤였다. 괜히 대안의 발전기들때문에 시간을 다 보내고 죽을 쑤는게 아닌가? 공사기일까지는 겨우 한주일밖에 없다. 한주일!··· 눈앞의 사태가 너무 촉박하다 보니 발전기축과 메달사이에서 슴새여나오는 윤활유가 육안으로는 거의 알리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량인것만큼 그대로 조업을 해도 일없지 않겠는가는 의견들이 나왔다.

《아니요.》

림준이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날카롭게 부정했다.

《우린 가장 깨끗한 마음과 량심으로 완성한 발전기를 장군님앞에 보여드려야 합니다. 지난 겨울의 혹한속에서 얼음장을 까며 육탄이 되여 발전소언제를 쌓아올린 사람들, 그 간고한 투쟁속에서 귀중한 동지들을 잃고 피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아니면 이 말의 참뜻을 리해할수 없으리라고 봅니다. 우린 너무나도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이 발전소들을 건설하였습니다. 바로 그렇게 장군님의 명령을 결사관철해온 자강도로동계급답게 우리는 마지막까지 자기의 의무에 충실하여야 합니다.》

림준의 심각한 말에 태혁은 전적으로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림준동무가 옳게 말했소. 발전기들을 다시 해체하기요. 백번 뜯었다 맞추는 한이 있어도 장군님의 명령을 관철하는 우리의 마음에는 한점의 티가 있어서도 안되오. 우리가 이쯤한 난관에 손맥을 놓고 주저앉아있을 때가 되는가. 공사기일은 며칠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린 자기의 량심을 속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100%짜리의 완전무결한 발전기로 만들기전에는 장강2호발전소를 건설하였다고 말할수 없소!》

그날 태혁은 자기 사무실로 돌아와 전화기옆에 노상 붙어있다싶이 했다.

강계시와 성간군발전소들과 장강군에 새로 건설한 4개의 발전소들에서 성과적으로 시운전을 끝낸 반가운 소식들이 련이어 날아왔다. 태혁의 책상우에 놓여있는 전화기는 잠시도 조용할 사이 없이 연방 찌릉찌릉 울렸다. 그 모든 발전소들에 찾아가보자면 승용차로 아무리 바쁘게 돌아쳐도 옹근 이틀은 걸려야 한다. 태혁은 장강2호발전기때문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장관우와 도발전소지휘부 책임자를 현장으로 떠나보내면서 조업식이 끝나는 즉시 도안의 지방산업공장들과 주민지역들에 일제히 전기를 보장해주라고 지시하였다. 오늘밤 사람들은 그 밝은 전등불빛아래서 온밤 잠들지 못하고 명절날처럼 법석 떠들어댈것이다. 태혁은 흥분된 심정으로 방안을 오락가락 했다. 단 하나 문제로 되고있는것은 장강2호발전소!··· 이제 남은 7일!··· 과연 이 짧은 기일안에 발전기의 결함을 퇴치해낼수 있을것인가? 자기의 마음이 이러한데 장강군당책임비서 김충모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이틀이 지난날 아침 책상우의 전화기가 뜨르릉 요란히 울리는 소리를 듣고 얼른 수화기를 집어든 태혁의 가슴은 세차게 높뛰였다.

《도오당··· 책임비서도옹지!》

그 무슨 바람이 새는것 같은 쐑- 소리가 수화기의 진동판을 꽝꽝 두드려대면서 울려왔다. 분명 장강군당책임비서 김충모였다. 그의 막혔던 목이 열렸는가? 그렇지 않으면 누가 이렇게 끙끙 갑자르면서 말할 사람이 없었다.

《군당책임비서동무요? 무슨 일때문인지 어서 말하오!》

《돼앴습니다. 서엉공입니다.!》

태혁은 수화기를 놓기 바쁘게 밖으로 뛰여나가 승용차를 타고 장강을 향해 떠났다. 너무도 흥분한 그는 연신 차창밖을 내다보며 운전사에게 좀 더 속력을 내라고 독촉했다. 태혁이가 무섭게 때려모는 바람에 불과 15분도 못되여 장강군에 도착한 운전사는 장강2호발전소의 언제우로 그냥 차를 냅다 몰아 발전기실로 내려가는 층계의 입구에 멈춰세웠다.

승용차의 문을 쾅 세차게 후려닫고 발전기실로 뛰여내려간 태혁은 고르로운 동음을 울리며 돌아가는 300kw발전기앞으로 다가섰다. 완전한 성공이였다! 태혁은 그제야 등뒤에 서있는 사람들을 돌아다보았다. 근 한달동안 말썽이 많은 발전기와 씨름질하며 밤을 새운 그들의 얼굴은 검댕이칠을 한것처럼 새까매서 누가 누구인지 분간해볼수가 없었다.

《수고했소! 무슨 요술을 써서 이렇게 만들었소.》

《아무리 역사질해야 그식이 장식이여서 기계공장의 저 〈강계싸움대장〉령감을 데려다가 한번 봐달라고 했지요.》

림준이가 장강군당책임비서옆에 서있는 최덕삼로인을 곁눈질하며 벙실벙실 웃었다.

《덕삼아바인 한시간동안이나 아무 말없이 발전기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뻐금뻐금 담배질만 하다가 글쎄··· 박달나무로 메달을 만들어 맞추었는데 기딱막히게 됐습니다. 처음엔 박달나무메달을 만들겠다니 이 령감이 무슨 도끼목수같은 소리를 하는가, 발전기를 달구지쯤으로 우습게 본다며 코웃음을 쳤는데 그게 만점짜리 명처방이였습니다. 쇠붙이와는 달리 목메달은 윤활유를 흡수하면서 발전기축을 돌려주기때문에 밖으로 새여나오는 기름이 전혀 없습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목메달! 얼마나 희귀한 착상인가? 이전에 자강도 중소형발전소의 첫 건설대원이였고 조국해방전쟁때 달구지바퀴로 선반을 돌리며 포탄을 깎아 어버이수령님으로부터 《강계싸움대장》이라는 치하를 받은 로기능공이 오늘 보니 정말 귀신은 귀신이였다.

《덕삼아바이, 이 목메달의 수명이 얼마나 됩니까?》

태혁의 물음에 덕삼로인이 빙긋이 웃었다.

《책임비서동지, 쇠붙이보다 오래가면 갔지 못하지 않을거우다.》

《그렇단 말이지요? 이건 정말 세계발명품전시회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걸작이요. 장군님께서 장강군에서 마지막전투를 결속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진짜 자랑할만 한게 나왔소! 그동안 애간장을 태우긴 했지만 자력갱생의 본때를 보였단 말이요.》

태혁은 흥분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옆의 시커멓게 기름묻은 받침목우에 걸터앉았다. 얼핏 보기에 그 무슨 상념속에 깊이 잠겨버리는 사람 같았으나 그의 머리속에는 그 순간 장군님의 명령을 관철하였다는것밖에 다른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고생스럽고 안타까운 일들이 하많았지만 지금은 그 모든것을 잊고 전사의 도리를 다한 행복한 감정속에 오래도록 몸을 잠그고싶었을뿐이였다. 그가 한동안 만시름을 잊고 앉아있다가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을 때였다.

김충모가 오늘은 이 발전소주변에 새로 지은 살림집들에 이사를 한 경사로운 날인데 장군님의 구상대로 되였는지 어디 한번 가보지 않겠는가고 했다.

장강2호발전소건설도 완공했겠다, 태혁은 김충모의 말에 선선히 응하며 《나혼자 볼게 있소? 다른 동무들도 함께 가서 집구경을 합시다.》하고 발전기실을 나섰다. 새집들이를 한 55호동살림집마을은 명절기분에 휩싸여 설레이고있었다. 태혁이가 잠시 발길을 멈추고 여기에 어떤 사람들이 들었는가고 묻자 김충모는 주택이 너무도 현란하여 군의 간부들이 나누어가질것이라는 뛰뛰한 소문이 돌았는데 본래 이곳에서 살던 사람들을 위주로 하여 알짜 《평백성》들이 들었다고 자랑삼아 말하였다. 이제 장군님께서 이 전기난방화된 주택에서 장강군인민들이 문명한 생활을 누리고있는 놀라운 현실을 보시면 얼마나 만족해하실가? 태혁은 마을의 첫 어구에 자리잡은 집에 들어가서 새 이불장이며 양복장, 책상들을 일식으로 갖춰준 아래웃방을 흐뭇한 마음으로 둘러보았다. 그가 장군님덕분에 산골사람들이 호강을 하게 되였다면서 빙그레 웃는데 김충모가 이왕 집구경을 온 김에 주인이 섭섭치 않게 담배나 한대 태우자며 제 주머니안의 담배갑을 꺼내여놓았다. 태혁은 그만한 요구야 들어주지 못하겠는가며 따스한 구들장우에 앉아서 담배를 맛스레 붙여물다가 젊은 안주인이 술상을 차려들고 올라오는 바람에 충모를 엄하게 바라보았다.

《이건 뭐요?》

《제에가 오늘은 우리 장강군의 명절이라고 하아지··· 않습니까. 너무 딱딱하게 거어··· 절하지 마십시오. 하안잔씩 마시구 장강군의 시원한 농마국수나 드읍시다요.》

태혁은 그만 말문이 막혀 허허 웃고말았다.

《됐소. 됐소. 헌데 동문 어떻게 그 정도의 얼치기 말이라도 할수 있게 됐소?》

김충모는 장강2호발전기 조립작업이 성공한 순간 너무도 기뻐서 도당에 알리려고 수화기를 들었는데 갑자기 말이 나가더라며 유쾌히 웃었다. 그가 쐑쐑거리며 설명하는동안 잠자코 있던 태혁은 안주를 차려들고 올라온 안주인에게 미안하게 됐다고 량해를 구하자 녀인이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도당책임비서동지, 오늘 같은 날이 아니면 언제 우리 집으로 오시겠습니까. 그리고 이건 군당책임비서동지 집에서 차려온 음식이랍니다.》

《저어··· 도옹무가?》

충모가 녀인에게 눈을 찔 흘겨보이며 헛기침을 했다.

태혁은 군당책임비서가 차린 음식이라니 마음을 놓으며 모두들 상옆에 가까이 다가앉으라고 했다. 그런데 상우에 놓은 술잔이라는게 보통 대짜가 아니였다.

《가만, 이거 무슨 술잔이 이렇소? 사발들이를 할 작정이요?》

충모는 우리가 장겨울 이놈의 소주를 마시며 얼음물속에서 발전소언제를 쌓은 사람들이 아닌가고 했다.

《여보, 얼음물속에 띄여들 땐 뛰여들 때구 이거야 너무하지 않소?》

그 말에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졌을 때 충모가 돌아가며 한잔씩 술을 부었다. 오늘 좌석에서 자기는 어디까지나 손님대접이 기본이라며 제앞의 술잔에는 절반밖에 붓지 않았다. 태혁은 선주후면이라는데 국수를 들기전에 어서 잔을 쭉 내라는 충모의 권에 못 이겨 한잔 마셨다. 그런데 그 한잔 술때문에 이날 톡톡히 봉변을 당하였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옆집아주머니가 자기 집엔 왜 들리지 않고 그냥 돌아가는가, 도당책임비서가 이렇게 낯가림을 할줄 몰랐다며 징징 우는 소리를 하는 바람에 거기 가서도 어쩔수 없이 또 한잔 마셨다.

새 마을 녀인들이 어찌도 성화를 먹이며 달라붙는지 그러루하게 네댓집에 끌려다니며 술대접을 받고 급해맞아 뺑소니를 치던 태혁은 어느새 거나하게 취해서 따라오는 충모를 돌아다보며 《여보, 군당책임비서라는 사람이 대낮에 비틀거리니 어디 됐소? 어서 집에 가서 좀 눕소.》라고 타일렀다. 충모는 그만 허허 웃으며 오늘같이 기쁜 날에 자기집이 아니라 장강군사람들의 피땀이 스며있는 저 발전소언제우에 가서 눕겠다고 했다. 조금후 태혁이가 승용차를 타고 강계로 떠나며 돌아다보니 아닌게아니라 장강2호발전소 언제우에는 김충모가 네활개를 펴고 번듯이 누워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