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11

 

제 6 장

11

 

밤 2시. 태혁은 래일 아침에 착수하게 될 장강2호발전소건설의 언제마감막이작업을 예정한 시간에 어김없이 집행하여야 한다는 그 한생각밖에 없었다. 장강군당책임비서가 이런 큰 일을 무책임하게 떨떨히 조직할 일군이 아니였지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는 구체적으로 전투조직이 어떻게 되였는지 알아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마음을 놓을수가 없었다. 아무리 빈틈없이 조직한 일도 다시한번 타산하고 확인하고 토론해서 나쁠것이란 없었다.

요즘은 하루에도 수십가지 복잡다단한 일들이 한꺼번에 꼬리를 물고 제기되다 보니 물샐틈 없이 치밀하게 포치한 사업도 탕탕 튀여나가는 경우가 뜨문했다. 자기와 김충모의 불찰로 하여 그런 빈구석이 생겨 공사기일보장에 지장을 주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한개군 력량으로 무려 다섯개의 발전소들을 새로 건설하는데다가 대안에서 보장하기로 된 발전기들이 제때에 들어오지 않아 난관에 봉착한 장강군이였다. 벌써 열흘동안이나 태혁은 모든 력량을 장강군에 집중하여 성과적으로 전투결속을 할데 대한 장군님의 가르치심을 명심하고 앉으나서나 장강군 생각뿐이였다.

오늘 밤도 태혁은 장강2호발전소의 언제마감막이공사준비정형을 료해하려고 장강군당 책임비서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마침 전화결속이 되여 《군당책임비서동무요?》하고 웅글진 목소리로 물었다.

한동안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태혁은 그때에야 말 못하는 김충모라는 생각이 나서 난감해하는데 갑자기 수화기가 터져나갈듯 한 요란한 음향이 울려왔다. 충모가 너무도 안타까와 주먹으로 책상을 쾅 내리치는 소리였다.

《군당책임비서동무, 마음을 진정하고 내 말을 듣소. 난 래일 아침에 진행하게 될 언제막이준비정형을 알아보려고 전화를 했소. 접수실경비원이던가 어디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하고 전화를 바꾸시오.》

잠시후 김충모가 급히 밖으로 뛰여나가는 발자국소리, 누구인가를 데리고 들어오는 출입문 여닫기는 소리가 부산스럽게 울려왔다.

이런 때면 늘쌍 그러하듯이 충모가 책상우의 종이장에 대답할 내용을 적어주느라 얼마간 시간이 경과한후 수화기안에서 애된 녀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당책임비서동지, 래일 아침 정각 9시에 전투진행, 공사에 착수할 만단의 준비가 되였음. 군안의 발전소건설자들과 도청년동맹돌격대원들을 전원 망라시켜 2시간동안 와닥닥 끝내여버릴 예정임, 군당책임비서동지는 이렇게 썼습니다.》

태혁은 전보용지우의 짤막한 글줄이라도 읽듯 또박또박 말하는 녀성의 목소리를 듣고나서 정겹게 물었다.

《동문 누구요?》

《군당 타자수입니다.》

《동무가 밤경비를 서오?》

《그렇습니다, 책임비서동지. 요즘은 군당청사의 경비근무를 녀성들로 교체하고 모든 직원들이 발전소건설장에 동원되였습니다.》

애젊은 타자수의 사랑스런 목소리를 듣고 태혁은 장강군의 전투가 얼마나 긴장하게 진행되는가를 어렵지 않게 알수 있었다.

난방이 보장되지 않는 사무실안은 샐녘이 되자 싸늘했다. 한켠구석에 겨우 몸이나 덥힐수 있게 자그마한 난로를 놓았지만 태혁은 자기 생각에만 골몰하다보니 매일 저녁 관리원아바이가 애써 살려놓군 하는 불관리를 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 빈번히 추위때문에 고통을 당한다. 오늘밤도 난로안의 불이 자기의 무관심때문에 사위여버린것 같아서 만져보니 차거웠다. 그는 밤이면 모포삼아 잠간씩 덮고 자군 하는 솜외투를 어깨에 걸치고 장의자에 앉았다. 둬시간가량 쉴수 있다는 생각으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으며 두눈을 지그시 감았다. 하지만 극도로 피곤이 몰렸는데도 졸음은 오지 않고 다시금 머리속에서 착잡한 생각들이 엉켜돌았다.

보름전 장군님께서 정무원과 농업위원회, 대안중기계공장 일군들을 자강도에 들여보내셨을 때 대안기사장이 찾아와서 죄송스러워 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날 그는 장강군발전소건설장에 찾아갔는데 군당책임비서가 자기를 반동이라도 대하듯 무섭게 쏘아보더라면서 자강도로동계급을 볼 면목이 없다고 했다. 태혁은 두말할것 있는가, 우린 대안의 일군들이 발전기를 보장해주지 않아 큰 난관에 봉착했다, 애당초 자신이 없으면 장군님앞에 사실대로 말씀드리는게 옳지 않았는가고 기사장에 대한 불만을 로골적으로 터놓았다. 자강도의 발전소건설을 돕기 위해 스위스에 기술자대표단으로까지 갔다온 대안중기계기사장은 태혁의 말에 량심이 찔려 고개를 쳐들지 못하다가 장군님께서 직접 전력을 풀어주셨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자강도로동계급과 약속한 발전기들을 보장하겠다고 다짐했다.

태혁은 대안에서 발전기를 만들어줘도 좋고 만들어주지 않아도 올해 상반년 이제 남은 두달동안에 단 하루의 드팀도 없이 공사를 무조건 완공할 자기들의 결심을 단호히 표명하였다. 그의 배심있는 말에 크게 가책을 받은 대안중기계공장기사장은 자기들도 자강도의 공사기일을 보장하기 위해 힘껏 노력하겠다면서 떠나갔다. 과연 기사장의 말처럼 5월말전으로 그들이 발전기를 만들어보낼수 있겠는가?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를 예상하고 도자체로 부족되는 발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전투를 벌리지만 그것도 이제 한달어간에 끝낼수 있겠는지 두고봐야 할 일이였다.

이랬든 저랬든 5월까지는 모든 발전소들의 구조물작업을 결속하고 즉시 설비조립작업에 달라붙어야 한다.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태혁은 날이 밝자 한시간 앞당겨 장강2호발전소의 언제막이공사장을 향해 떠났다.

건설장은 벌써 군안의 건설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법석 들끓고있었다. 어느새 현장에 나타난 장관우부위원장이 충모와 마주 서서 팔을 내흔들며 큰 소리를 치는 모습이 첫눈에 류달리 두드러지게 안겨왔다. 부위원장이 큰 일을 앞두고 무슨 일로 성나서 목청을 돋과대는지 알수 없었다. 태혁이가 급히 달려가자 장관우는 금방 노발대발하던 시펄뚱한 얼굴표정으로 그를 흘끔 돌아다보면서 여전히 어성을 높였다.

《제길, 이거야 속에서 불이 일어 일해먹겠습니까? 저것 보시오.》

장관우가 한팔을 내뻗고 마감막이언제작업을 위해 물길을 돌려놓은 가물막이언제꼭대기까지 차오른 검푸른 물결을 가리켜보이며 성급하게 말했다.

《지금 화평과 우황, 황수덕령에서 눈석이물이 흘러내려 시간당 수위가 10cm씩 불어나고있습니다. 지난 겨울 례년에 없던 폭설이 퍼붓지 않았습니까. 장마철의 홍수같은 엄청난 량의 물이 빠른 속도로 내리미는데 저 가물막이언제를 녀편네들의 앞치마 두르듯 얄팍하게 쌓아놨으니 견뎌내는가요? 어방도 없습니다. 이제 둬시간 후면 영낙없이 터지지 않나 두고 보시오. 이제라도 당장 언제보강작업을 하자니 건설장에 가마니짝 한장도 없군요. 이런 코막고 답답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장관우의 불안에 찬 말을 듣고보니 사태가 여간 위급하지 않았다. 당장은 마감막이언제작업에 착수할 형편이 못됐다. 눈석이물에 가물막이언제만 터지면 공사는 4~5일 지연되고만다. 지난밤 김충모에게 전화한 때만 해도 공사준비가 빈틈없이 되였다기에 안심했던 태혁은 장관우를 마주보며 엄하게 물었다.

《이 동무들이 왜 사전에 대책을 세우지 못했답니까?》

《가물막이언제는 이틀전에 막아놓고 눈석이물은 지난밤부터 본격적으로 흘러내려 손쓸 새가 없었다나요. 체네가 아이를 낳아도 구실이 있다더니만···》

태혁은 그 누구의 책임이나 따지며 시간을 보낼 형편이 못되여 혼자 서성거리다가 김충모를 향해 성칼스럽게 말했다.

《지금은 단 한시간도 공사계획을 변동할수 없소! 오늘중으로 언제막이공사를 하게 되였으면 목이 날아나도 무조건 집행해야 하오. 이제도 늦지 않았으니 가물막이언제를 보강하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취하시오. 건설장에 가마니가 없으면 집에 가서 마대면 마대, 자루면 자루를 있는대로 거둬가지고 오면 될게 아니요? 여기에 모인 사람들이 두세개씩만 들고나와도 수백개의 모래주머니를 만들수 있소. 시간이 없소. 30분후엔 무조건 전투에 달라붙어야 하오!》

태혁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힝 돌아선 김충모는 저쯤에서 있다가 어디론가 바삐 사라져가는 시공참모를 부리나케 뒤쫓아갔다. 목이 메여 그를 불러세우지 못하고 뛰여가던 충모는 땅바닥에 얼어붙은 돌멩이를 발길로 냅다 걷어찼다. 충모는 데굴데굴 굴러가는 그 큼직한 돌멩이를 손에 집어들자 몸을 뒤로 젖히고 시공참모를 향해 힘껏 내던졌다. 시공참모가 자기옆에 돌멩이가 날아와 쿵 떨어지는바람에 깜짝 놀라며 그를 흘낏 돌아다보았다. 숨이 턱밑에 닿은 충모는 시공참모에게 급히 오라는 손세를 쓰고나서 땅바닥에 엎디여 큼직큼직하게 글을 휘갈겨썼다. 알았다는 시늉으로 제꺽 고개를 끄덕여보인 시공참모가 건설장의 여기저기로 드달려다니며 당장 집에들 가서 가마니와 마대들을 가져오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건설장에 모여섰던 사람들이 삽시에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주먹을 부르쥐고 마을을 향해 뛰여가는바람에 한동안 소란이 벌어졌을 때였다. 초조한 심정에 잠겨있던 태혁이가 장관우를 돌아보면서 다급히 말했다.

《부위원장동무, 언제공사와 가물막이공사를 동시에 벌리자면 결정적으로 인원을 보충하여야겠소. 북천3호건설장의 돌격대원들을 몽땅 불러와 여기에 붙여야 할것 같소.》

《북천3호엔 벌써 화물자동차를 석대나 보냈습니다. 아마 지금쯤은 떠나올겁니다.》

오늘과 같이 급한 고비에 처하면 장관우는 역시 배짱이 맞는 일군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태혁은 아무런 내색도 없이 무뚝뚝히 고개만 끄덕여보이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불어나는 눈석이물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초조히 지켜보았다. 금방 장관우가 2시간후엔 언제가 터질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보기엔 한시간도 견지해낼것 같지 못해 가슴이 바작바작 타들었다. 마침 마을로 달려갔던 사람들이 가마니와 마대들을 들고 정신없이 달려나오기 시작하고 강변에 서있던 시공참모는 달리는 채찍을 휘두르는격으로 그들을 향하여 《빨리! 빨리!》하고 고함을 질러대고있었다. 한편 북천3호발전소건설장에 보낸 3대의 화물자동차에 끌끌한 청장년들과 처녀중대 대원들이 빼곡이 타고와서 차가 멈춰서기 바쁘게 일시에 와르르 뛰여내리였다. 은희의 얼굴만이 눈에 띄지 않았다. 김충모가 그들한테로 달려가서 반갑게 손을 꾹꾹 잡아주고 뒤따라 건설장에 도착한 화물자동차를 의아쩍은 눈길로 지켜보았다. 운전칸에서 내린 림준이가 지팽이를 짚고 김충모한테로 달려와서 어제 도, 시, 군 무역일군들의 회의에 참가하였던 사람들이라고 말해주었다. 김충모는 적재함에서 뚱기적뚱기적 발더듬하면서 내리는 사람들을 마뜩지 않게 바라보다가 괜히 휘발유를 랑비하며 아무 맥도 추지 못할 저런 로력은 무엇때문에 한 자동차나 실어왔는가는 시늉을 하고 힝 돌아섰다. 시공참모한테로 뛰여가 당장 작업에 착수하자고 볶았다쳤다. 김충모가 아무리 쓸모없는 로력으로 개닭보듯 해도 오늘 도안의 무역일군들이 건설장에 나타난데는 그럴만 한 사연이 있었다.

어제 도당회의실에서는 고난의 행군시기에 당의 의도에 맞지 않게 벌둥섬문제를 들고다니며 장군님께 걱정을 끼친 문제를 기본으로 도, 시, 군 무역부문 일군들의 사상투쟁회의가 있었다. 회의에서는 만포시행정위원회 부위원장 허진규와 무역과장의 결함이 엄중하게 비판되였다. 도안의 로동계급이 분초를 다투며 장군님의 명령관철에 떨쳐나선 때이다보니 회의는 한시간도 걸리지 않았지만 장내의 분위기는 여간 팽팽하지 않았다. 모두들 허진규와 만포시 무역과장이 무사하겠는가 하면서 어떤 결론을 내리겠는지 몰라 태혁의 얼굴만 쳐다보고있을 때였다. 태혁은 어떤 결함과도 무자비하게 투쟁하지만 사람문제처리에서는 심중한 일군이므로 난 다른 말을 할것이 없다, 동무들이 자강도로동계급이 풀죽을 먹으며 공장을 돌리고 발전소들을 건설하는데 외국인들과 상대하며 호의호식하다보니 머리에 쇠녹이 쓴것 같다면서 래일 장강2호발전소건설장의 언제마감막이작업에 참가해보는것이 좋겠다는 말로 회의를 결속하였다. 그래서 오늘 건설장에 나타난 그들인데 고맙다는 말은 커녕 대바람에 김충모의 괄세를 받고있었다.

강변의 여기저기에서는 장강군 근로단체비서가 분주스레 뛰여다니면서 지피는 우등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마치도 그것이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인듯이 장강군과 강계기계공장 돌격대, 처녀중대 대원들이 맨먼저 흙가마니를 메고 일제히 물속으로 뛰여들어 가물막이언제의 보강작업에 달라붙을 때였다. 갑자기 《언제가 터진다!》는 누군가의 웨침과 함께 여라문명의 젊은이들이 동을 터치고나가는 강물속에 순식간에 휘말려버리는 끔찍한 광경이 벌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 대여섯m가량 뭉청 끊기여나간 언제사이로 눈석이물이 노도처럼 굼실대며 사품쳐 흘렀다. 저 사나운 급류를 무엇으로 멈춰세울수 있는가? 돌격대원들이 련이어 흙가마니를 날라다 집어넣었지만 밑빠진 항아리에 물붓는 격이였다. 안변청년발전소건설장에서 단련된 허명철이가 때마침 《모두들 여기 와서 어깨를 겯고 서서 물살을 막자!》고 목청이 터지게 고함을 쳤다. 그 소리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물가에 몰켜섰던 사람들이 너도 나도 강물속으로 첨벙첨벙 뛰여들었다. 태혁이도 장관우도 옷을 입은채로 미친듯이 날뛰는 강물속에 들어가 누군가의 어깨를 꽉 그러잡았다. 사나운 강물을 몸으로 막아선 사람들의 담벽! 그앞에 또다시 2진, 3진을 치라는 명철의 웨침··· 림준이가 지팽이를 내던지고 강물속에 뛰여들면서 무역일군들을 향하여 뭘하는가고 소리치자 모두들 속내의바람으로 그를 따라섰다. 태혁은 땅우에서도 지팽이를 짚고서야 걸어다니는 옛 건설대 부대장이 무슨 힘으로 이 세찬 강물속에서 자기 몸을 견지하는지 도무지 알수 없었다. 눈석이물은 어찌도 찬지 살가죽을 벗기는것 같더니 차츰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슴까지 차올라 철썩이는 물결에 오한이 동하여도 강물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눈물겨운 모습으로 태혁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는 두눈을 슴벅이다가 허명철이가 자기의 몸을 부둥켜안고 《안됩니다. 나가십시오!》하고 울부짖는 소리에 청년을 마주 보면서 웃었다. 그는 분명 웃고있었으나 볼편이 굳어져 웃는 사람같지 않았다. 《명철이, 내 걱정은 말구 전투를 지휘하라구. 오늘 보니 명철이가 안변청년발전소에서 군사복무를 한 돌격대장자격이 있구만!》 어금이가 덜덜 떨리여 말을 제대로 못하는 태혁의 언몸을 더 힘껏 껴안고 허명철이가 재차 《책임비서동진 심장도 좋지 않은데···》하며 어깨를 들먹이였다. 순간 살을 저며내는듯 한 얼음물속에서 숨넘어 갈것처럼 헉헉 신음소리를 내지르던 무역일군 한명이 사색이 되여 물가로 비실비실 나가는것을 본 림준이가 《이 변절자같은 개자식! 어디로 도망쳐? 죽여버리고 말테다!》하고 쇠고함을 질렀다. 그 무역일군을 쏘아보는 림준의 두눈에서 불이 황황 일었다. 격노한 그의 웨침소리에 질겁하여 넘어지며 어지러운 강물을 꿀꺽꿀꺽 삼키던 그 무역일군이 허우적거리며 제 자리에 도로 들어섰다.

근 1시간동안 맹렬하게 계속된 전투끝에 드디여 가물막이언제를 막고 모아붙어 불이 번쩍나게 발전소언제의 마감막이타입작업을 다그치기 시작해서야 강물속에 담벽을 쌓고 늘어섰던 사람들이 우등불곁으로 모여들었다. 그 누구나의 젖은 옷에서 흰김이 무럭무럭 피여올랐다. 마침 김충모가 술통을 들고와서 매 사람에게 한잔씩 골고루 권했다. 태혁에게도 다른 사람과 꼭같이 승리의 축배잔이 차례졌다.

뜨끈한것이 얼었던 내장을 훑어내리면서 온몸이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얼마후 언제막이타입작업을 마친 돌격대원들이 우등불곁으로 모여들자 그들에게도 로보물자로 술이 공급되였다. 태혁은 《오늘 명철중대장이 한몫 단단히 했는데 한사발 듬뿍 부어주라구!》하고 호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명철이가 눈도 겁석하지 않고 사발들이하는 모양을 바라보며 어깨를 들썩거리며 껄껄 웃었다.

《괜찮아. 예로부터 주량이 도량이라고 했어. 명철이가 사내는 사내야!》

그 말에 모두 흐아흐아 웃어댔다. 명철이와 외따로 조용히 만난 태혁은 자기들만이 알아들을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명철이, 아버지가 왔는데 왜 본척만척 해?》

《우리 아버지가 평양에서 내려온 후에도 벌둥섬의 공동시장문제를 들고다니며 또다시 집안망신을 시키지 않았습니까?》

태혁은 청년의 대바른 말을 듣고 잠자코 서있다가 어디까지나 명철이네 가정의 화목을 보장해주는 방향에서 인정겹게 타일렀다.

《그래도 자식의 도리야 지켜야지. 내 술 한병 슬그머니 줄테니 가지고 가서 아버지한테 권하라구.》

《전 싫습니다.》

명철이가 딱 나누웠다.

《그럼 못써!》

때마침 그들의 옆으로 다가온 허진규가 태혁이한테 풀기없는 목소리로 사죄를 했다.

《도당책임비서동무, 낯간지러운 소리같습니다만 난 오늘에야 여기 와서 자강도사람들을 알게 된것 같은 마음입니다.》

허진규의 그 말에 얼굴이 벌개서 시뜩거리던 명철의 입에서 불꾸레미가 터지는듯 한 불만이 튀여나왔다.

《아버지, 함부로 그런 말씀 마시라요. 이 발전소건설을 위해 자강도로동계급이 풀죽을 먹으며 어떻게 싸웠고 또 어떻게 자기의 생명을 바쳤는지 아버지가 그걸 압니까? 아버지가 오늘 하루 한두시간 저 차거운 강물속에 들어갔다 나와서 어떻게 우리를 다 알수 있는가요!》

허진규는 아들이 도무지 곁을 주지 않으며 퉁명스럽게 내뱉고 훌쩍 사라져버리는 모양을 쓸쓸히 바라보다가 태혁을 향해 얼굴을 돌리였다.

《책임비서동무, 난 저녀석이 아버지와 의절을 하겠다며 울뚝밸을 써도 할 말이 없는 사람입니다. 인생을 잘못 살았으니까요. 난 고난의 시기 돈벌이할 궁리만 하면서 장군님의 명령관철을 위해 희생을 각오하고 나선 사람들의 정신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어제 회의장소에서도 자강도로동계급의 투쟁과 격리되여 살아온 자신에 대한 수치와 혐오를 느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부끄러워 얼굴을 쳐들수가 없군요.》

좀전에 명철이와 만나서는 아버지를 리해해주라고 꾸준히 타이른 태혁이였지만 허진규와 단 둘이 마주 선 자리에서는 당원들의 생활을 책임진 당일군답게 엄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잘 생각했습니다. 터놓고 말하여 이번에 허진규동무의 문제가 아주 엄중해질번 하였습니다.》

태혁은 그 한마디 말을 남기고 허진규앞에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