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4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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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아오는 아침의 연푸른빛대기가 유리창에 드리운 어둠을 서서히 걷어내고있을 무렵이였다.

오늘도 김정일동지께서는 머나먼 초소로 현지시찰을 떠날 차림을 하시고 출발에 앞서 대기중에 있는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을 자신의 집무실로 부르시였다.

얼마후 무력부장이 평시의 곧바른 자세로 보폭이 작은 걸음을 옮겨디디면서 총참모장과 함께 발소리가 나지 않게 방으로 조용히 찾아들어왔다.

금방 농업위원회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강원도 토지정리정형에 대한 대략적인 료해를 하신 그이께서는 이들을 향해 몇걸음 마주 걸어가며 벽밑의 쏘파를 친절하게 가리키시였다.

무력부장이 그이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쏘파팔걸이에 손을 가볍게 얹었다. 어버이수령님을 잃은 이후로 하루하루 눈에 띄게 년로해져가는 무력부장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와 만나면 늘쌍 가슴속이 저려드는것을 느끼군 하신다. 그래서 자주 휴식을 권하고 최전연 현지지도의 길에 따라나서지 말라는 인정겨운 타이름도 하시지만 무력부장은 이 고난의 시기 고심이 많은 장군님에 비하면 자기는 아무것도 하는일이 없다면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변함없이 험산준령을 넘으며 그이의 사업을 꾸준히 보좌해드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동안 무력부장, 총참모장과 나란히 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다정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한손으로 앞차대우에 무져있는 설계도안을 꾹 눌러짚으시였다.

《이게 어제 밤에 올라온 설계도안입니다. 어디 한번 보시오.》

그이께서는 앞차대우에 여러장의 설계도안들을 한가득 펼쳐놓으시였다.

자강땅의 북천강띄우개식발전소와 장강 1호, 2호발전소, 문암발전소, 나무언제식과 대용연료에 의한 발전소, 성간군의 별하발전소, 남리발전소 등 각이한 형태의 발전소들이 저마끔 제 모양을 뽐내며 눈에 확 안겨왔다. 마치도 예술가의 나래치는 환상과 정교한 솜씨에 의해 창조된 아름다운 미술작품들을 감상하는것만 같이 황홀했다. 발전소들의 주변에 새로 아담하게 일떠설 전기난방화된 살림집들도 고산지대의 지방특색을 살리면서 이채롭고 현대적미감이 나게 훌륭히 설계되여 참말로 볼만 하였다.

무력부장이 쏘파의 팔걸이에 얹었던 손을 떼고 설계도안들을 자세히 살펴보다말고 탄성을 질렀다.

《가만! 이게 자강도에 건설할 발전소가 아닙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무력부장이 놀라는 말에 큰소리로 웃으시였다.

《무력부장동무가 땅크와 포밖에 모르는가 했더니 용케 알아보누만. 옳습니다. 자강도에 새로 건설하게 될 발전소들과 전기난방화된 주택들입니다.》

그이께서는 손수 설계도안들을 한장한장 집어들고 자세히 설명해주시였다.

항일대전의 불길속을 헤쳐오며 무쇠덩이처럼 굳세여진 로투사의 얼굴에는 알릭락말락 느슨한 웃음이 피여났다. 마치도 그 무슨 명곡을 감상할 때처럼 자기 감정속에 깊이 심취되여버린 그의 옆에서 구부정히 허리를 굽히고 설계도안을 열심히 들여다보던 총참모장도 몹시 흥분된 얼굴로 제 자리에 가서 앉았다.

《정말 멋이 있습니다.》

《그래. 내 보기에도 괜찮게 설계된것 같습니다.》

그이께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시자 큼직한 붓으로 진하게 꾹 찍은듯 한 무력부장의 거뭇하게 치붙은 눈섭이 움씰거리였다.

《놈들이 우리가 굶어죽게 됐다고 떠들어대는데 장군님께선 또 통장을 부르셨군요. 제 자강도에서 고난의 행군의 돌파전이 벌어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오늘 이 설계도안을 보니 3년묵은 체증이 뚝 떨어진것처럼 속이 후련합니다.》

무력부장의 강마른 볼편이 푸들푸들 떨렸다. 한뉘 적들과 맞서 이발을 부등부등 갈며 살아온 로투사의 분노가 폭발한것이다. 납빛으로 뿌옇게 흐려진 눈길로 덤덤히 앉아있는 그의 옆에서 총참모장이 포문이라도 터뜨리듯 입을 열었다.

《아마 적들이 이 사실을 알면 눈이 휘딱 뒤집혀질겁니다. 지난 조국해방전쟁때에도 수령님께서 복구설계도를 작성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온 세계가 조선이 이겼다고 떠들었는데··· 이 고난의 시기 자강도에 이런 훌륭한 발전소들이 일떠선다는 생각을 하니 힘이 솟습니다. 이거야말로 제국주의자들의 고립압살과 경제봉쇄를 보기좋게 답새겨대는 조선의 단호한 대응이 아니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른손의 엄지손가락으로 턱을 짚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래. 바로 그겁니다. 나는 자강도 로동계급을 내세워 놈들의 경제봉쇄를 뚫고나갈 결심인데···》

그이께서는 잠시 말씀을 중단하고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금 력점을 박아 말씀하시였다.

《지금 제일 견디기 어려운것이 식량난이요. 우리 인민이 해마다 련이어 들이닥치는 자연피해로 굶주림에 시달리고있지만 적들은 북조선에 한알의 쌀도 줄수 없다며 우리의 사회주의를 붕괴시키기 위한 〈외과수술〉식 타격계획까지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우리는 놈들의 비인간적인 방해책동으로 하여 국제기구로부터 응당히 받기로 된 식량까지도 보장받지 못하고있습니다. 하지만 천만에! 나는 최후에 웃는 자가 승리자라는 배심으로 이 고난의 행군의 어려운 시기 강원도의 대자연개조사업을 벌릴 용단을 내렸습니다. 지금 강원도에서는 인민군대를 주력으로 한 전국의 강력한 력량이 달라붙어 토지정리전투를 힘있게 내밀고있습니다. 무력부장동무, 안변청년발전소건설에서 발휘한 영웅주의, 혁명적군인정신으로 우리 인민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것을 다시한번 보여주시오.》

《장군님.》

무력부장이 두주먹을 꽉 움켜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장군님께서 저희들에게 이 설계도안을 보여주신 의도가 무엇인지 똑바로 알겠습니다. 적들이 우리를 압살하려고 제 아무리 발광하여도 우리 인민의 이 불같은 마음이야 어떻게 짓밟아버릴수 있겠습니까. 강원도의 대자연개조사업에서도 오늘의 고난에 추호의 동요없이 당당히 맞서 싸우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위력을 남김없이 시위하겠습니다.》

《그럼 됐습니다. 자, 이젠 떠납시다. 오늘은 가는 길에 강원도의 안변벌 토지정리현장에도 들려보도록 합시다. 그러자면 좀 서둘러야 할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무력부장과 총참모장이 먼저 복도로 총총히 나간후 책상앞으로 다가서 송수화기를 집어드시였다. 어제 서기실장에게 강원도와 황해남도, 평안북도 도당위원회 책임비서들을 안변군 삼화리의 토지정리현장으로 부르라는 과업을 주셨던 그이께서는 그들의 도착정형을 알아보고 뒤따라 집무실을 나서시였다.

이날 전선동부 군부대현지시찰을 떠나신 김정일동지께서 마식령을 넘어 안변벌에 도착하신것은 오전 10시경이였다.

전야에 깃든 고요를 깨뜨리면서 각종 륜전기재들의 거세찬 동음이 요란스레 울려왔다. 군데군데 깊숙이 파헤쳐진 대지가 적토빛으로 변해가는 삼화리마을앞 신작로에 승용차를 세운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에서 천천히 내리시였다.

올해따라 일찌기 가을하여 휑뎅그렁하게 드러난 논판들에서는 불도젤들이 크고작은 뙈기논들을 들이받듯 맹렬히 돌진하며 승벽내기로 앙칼진 동음을 내질렀다. 산더미같은 흙무지를 밀고 불도젤들이 종횡무진으로 질주하는 들판의 한켠에서는 군인건설자들과 각도의 날파람있는 돌격대원들이 서로 짝질세라 목도채를 메고 불이 번쩍나게 뛰여다니며 《영차- 영차!》웨쳐대는 함성소리가 터져올랐다. 마을주변에 전개된 돌격대원들의 숙소와 천막들, 바람에 기세좋게 나붓기는 붉은 기발들과 대형속보판들에서도 거창한 전투장의 숨결이 삼복간의 뜨거운 열기마냥 확확 풍겨왔다. 때마침 그이께서 도착하신 소식을 듣고 신발에 온통 진흙이 엉켜붙은 삼화리농장 관리위원장과 이곳 토지정리전투장에 동원된 군부대장령, 안변군당책임비서, 강원도당책임비서, 황해남도, 평안북도 도당위원회 책임비서들이 급히 뛰여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의 손을 일일이 따뜻이 잡아주신후 작업복잔등에 시허옇게 소금꽃이 내돋은 삼화리농장 관리위원장과 마주 서시였다.

《관리위원장동무가 수고하누만.》

《장군님, 전 그저 꿈을 꾸는것만 같습니다.》

《꿈같다-》

그이의 얼굴에 밝은 웃음이 한가득 피여나시였다.

《예. 요즘 우리 삼화리농장원들은 마음이 둥 떠서 밤잠을 못잡니다. 모두들 광복후에 토지분여를 받고 논밭머리에 나가앉아서 이게 과연 내 땅이 옳은가며 밤을 새우던 감격이 되살아난다구들 합니다. 그때 이 삼화리벌판에서는 온밤 마라초를 피우는 담배불이 꺼질줄 몰랐습니다.》

삼화리농장 관리위원장이 쉬주근한 목소리로 땅냄새가 물씬물씬 풍기게 대답올렸다.

《인민들이 좋아하면 됐습니다. 나도 오늘 여기 삼화리농장의 농토가 몰라보게 변모되여가는걸 보니 정말 기쁩니다. 삼화리가 딴 고장같습니다. 동무들, 어떻소. 이전의 올망졸망하던 다락논, 뙈기논들을 저렇게 반반히 밀어버리니 삼화리농장에 땅이 더 생긴것 같지 않습니까? 땅은 예전의 그 땅인데 대평원이 펼쳐진것처럼 눈앞이 확 트이고 삼화리벌판이 훨씬 더 넓어진것 같지 않소?》

《장군님, 정말 시원해보입니다. 오글오글하던 뙈기논들을 없애버리니 답답하던 가슴이 탁 열리는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강원도당책임비서의 말에 환한 미소를 띠고 바둑판처럼 네모반듯하게 정리되여가는 일망무제한 규격포전들을 이윽토록 흐뭇이 바라보시였다.

《지난해만 해도 삼화리농장에 뙈기논들이 많아서 뜨락또르들이 들어서지 못하고 모내기철이면 모내는기계가 있어도 손으로 벼모를 꽂았을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저렇게 번번해졌으니 삼화리에서도 황해도의 벌방농장원들 부럽지 않게 기계농사를 지을수 있게 되였소!》

그때 두손을 배허벅에 맞쥐고 서있던 강원도당책임비서가 희색이 만면하여 싱글벙글 웃으면서 재차 말씀올렸다.

《장군님덕분에 삼화리가 천지개벽을 한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래. 낡은 사회의 잔재가 완전히 없어져가고있소. 이제야 지주놈들과 그 자손들이 제 땅을 어떻게 찾아볼수 있겠소. 옛날의 토지문서도 휴지장이 돼버렸습니다.》

모두들 그 통쾌하신 말씀에 포복절도할 일이라면서 한바탕 웃었다.

그이께서도 큰소리로 폭소를 터뜨리시였다.

인류는 력대로 저 대지에 씨앗을 뿌리며 땅과 함게 살아왔지만 오랜 세월 땅의 주인이 되지 못한탓에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유린당하며 노예적인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몇천몇만년이 흘러온 장구한 력사의 나날 인민대중은 자기의 피땀이 스며있는 땅에 대한 갈망을 품고 압제와 지배에 항거하여 싸우면서 인류사의 갈피에 각종 형태의 피어린 투쟁을 새겨왔다. 오늘 현 시대에 와서도 땅에 대한 사적, 자본주의적소유로 하여 지구우의 그 어디서나 농민들의 비참한 처지는 의연히 지속되고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농민들은 논밭들에서도 낡은 사회가 남겨놓은 잔재를 깨끗이 지워버린다고 생각하니 참말로 가슴속이 후련하시였다.

《우리가 이 고난의 시기에 수십년이 걸려도 해결할수 없는 토지정리를 전국이 달라붙어 진행하고있는것은 착취사회의 유물을 청산하는 만년대계의 거창한 대자연개조사업인 동시에 제국주의자들의 압력에 굴함없이 당당히 맞서싸우는 조선의 배짱입니다. 나는 래년까지 강원도의 토지정리사업을 완전히 끝내고 뒤따라 정주와 곽산, 태천벌을 비롯한 평안북도의 토지정리를 하며 황해남도의 토지정리를 본격적으로 내밀기 위해 오늘 도당책임비서동무들을 불렀는데 어떻습니까. 여기 와보니 한번 해볼만 하지 않소?》

우리 혁명의 가장 어렵고 준엄한 시기에 조국땅을 아름답게 일신시켜나갈 대담한 용단을 내리신 그이의 열렬한 조국애와 향토애에 무한히 감동된 평안북도당 책임비서가 흥분된 목소리로 의기양양해서 대답올렸다.

《장군님, 정말 욕심이 납니다. 저희 도에서도 토지정리준비를 잘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지금 우리는 제국주의자들의 포위속에서 참말로 힘겨운 시련을 겪고있지만 난관에 주저앉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세계의 면전에서 조선사람의 본때를 보이며 반드시 이 땅우에 강성대국을 일떠세우게 될것입니다. 나는 바로 자강도 로동계급의 투쟁에서 우리가 얼마든지 오늘의 난관을 박차고 승리할수 있다는 신심을 얻군 합니다.

거기서는 나라의 긴장한 전력사정으로 공장들이 멎어섰지만 자기 도의 힘으로 수많은 발전소들을 건설하며 놈들의 경제봉쇄를 뚫고나가기 위한 결사전을 벌리고있습니다. 그 어떤 난관에도 두려움없이 희생적으로 싸우는 자강도사람들의 일본새를 동무들도 따라배워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열정에 넘쳐 힘주어 말씀하시고 문득 황해남도와 평안북도 도당책임비서를 마주 보며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동무들에게 여유량곡이 좀 없소?》

두 일군은 그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어리둥절하여 얼른 대답을 못드렸다.

《왜 말을 못하오?》

《장군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황해남도당 책임비서가 밭은 목기침을 하며 의아히 쳐다보았다.

《난 자강도당 책임비서 태혁이가 불쌍해서 그러오. 전국적으로 자강도의 식량난이 제일 곤난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쓰러지고있습니다. 태혁동무가 불쌍하지 않소?》

그이께서 여유량곡을 찾는 리유를 비로소 알게 된 황해남도와 평안북도당 책임비서가 풀기없이 고개를 푹 떨구었다.

무력부장이 곡창지대 일군들이 잔뜩 우거지상이 되여 서있는 모양을 마뜩지 않게 흘끔흘끔 지릅떠 보고있는데도 그들은 여전히 컴컴하게 돌변한 얼굴을 쳐들지 못했다.

《하기야 황해남도라고 여유량곡이 있을수 없지.》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동안 아무런 말씀도 없다가 죄송스러워 몸둘바를 몰라하는 그들에게 고군분투해서 일하는 태혁을 잊지 말라고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강원도의 토지정리현장을 현지지도하고 다시금 최전연으로 찾아가야 할 촉박한 가운데서도 그이께서는 자강땅사람들에 대한 쓰린 생각이 가슴에 맺히여 인차 현장을 뜨지 못하시였다.

무력부장이 너무도 오랜 시간을 지체하시는 일이 안타까와 초조한 기색으로 이젠 떠나야지 않겠는가며 조용히 귀띔해드린후에도 얼마간 혼자 생각에 잠겨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강원도당 책임비서에게 토지정리와 함께 래년도 영농준비를 잘할데 대한 구체적인 가르치심을 주고 승용차에 오르시였다. 온 벌판에 가득 넘치는 태양의 눈부신 광채에 어느덧 저 멀리로 바람처럼 먼지기둥을 휘말아올리며 사라져가는 승용차의 차창이 세차게 번쩍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