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6

 

제 3 장

6

 

장관우부위원장이 왔다간후 림준의 마음은 삼거웃처럼 헝클어졌다.

이러나저러나 도의 적잖은 위치에 있는 일군이 이 오두막같은 집에 찾아왔는데 손님대접은 커녕 행패질이라도 하듯 큰소리를 치며 랭대하여 보낸 일로 기분이 찌뿌둥했다. 장관우도 발전소건설지휘부로 나오라는 말에 순순히 응하지 않자 과격한 성미에 얼굴을 붉히면서 으름장을 놓긴 했지만···

림준은 그날 여러가지로 심사가 비꼬여 장관우의 요구에 방치같은것이 욱 치미는것을 참지 못하고 으르딱딱 맞섰던 일이 생각할수록 불쾌했다. 장관우가 돌아간후 그는 풀떡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집안에 누워있다가 다음날 아침 찌긋찌긋한 몸을 일으켜 겨우 출근했다. 그런데 공장구내길에서 만난 주병호지배인이 시펄뚱해서 큰일이라도 난것처럼 떴다 고는 소리에 또다시 부아가 치밀었다.

《여보, 동무. 장관우부위원장과 한바탕 뚜꿨다면서?》

《그건 벌써 누가 말해줍디까?》

《누군 누구겠소. 부위원장이 노발대발해서 전화로 뭐랬는지 아오? 동무가 발전소건설지휘부로 나오지 않는데 단단히 문제를 세우겠다는거요. 죄는 천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고목이 맞는다더니··· 이거야 어디 부위원장 등쌀에 견디겠소?》

주병호지배인은 공장의 자동선개조가 실패하여 장관우의 눈밖에 난판에 난데없이 림준의 문제로 욕사발을 먹고 후끈 달아서 그를 지릅떠 봤다.

《괜히 엇서야 소용이 없소. 지휘부로 나오라면 군소리말구 고분고분 나가오. 도대체 이 강계바닥에 장관우부위원장을 당해낼 사람이 누구요? 나도 꼼짝 못해!》

주병호지배인은 그렇게 퉁명스럽게 내뱉고 훌쩍 돌아서갔다.

(제길. 정말 시끄럽게 노누만.)

시에미역정에 개옆구리 찬다고 장관우가 주병호지배인까지 들볶아대는 일이 분하여 림준은 오도가도 못하고 길바닥에 선채 불한숨을 몰아쉬였다.

아무렴 내가 장관우의 그따위 호통질이 무서워 벌벌 떨면서 끌려갈 무지렁인줄 아는가? 난 돌사태에 묻혀 아무 쓸모없는 병신짝이 된 때에도 이발을 사려물고 다시 일어나 중소형발전소건설대로 찾아갔던 사람이야. 그렇게도 목숨을 바쳐 사랑했던 자강도건설대를 해산시킨게 누구인데 이제 와서 돼먹지 않게 날보구 호통을 쳐? 어림도 없는 수작말어! 이 가슴속에 근 20년동안이나 돌덩어리처럼 어혈이 진 마음을 당신들이 언제한번 거들떠보기나 했던가!

림준은 가슴속에서 불이 펄펄 일었지만 주병호지배인과 따따부따 할 일이 아니여서 그 길로 기술과 과장방에 들려 예상치 않았던 휴가신청을 내고 나와버리였다.

아침에 잔뜩 찡그린 얼굴로 출근한 그가 오만상이 되여 집에 들어서자 터밭의 줄당콩넝쿨을 거두던 안해가 뿌옇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근심스레 물었다.

《여보, 왜 돌아왔어요?》

《휴가를 받았소.》

안해가 뜨아한 낯빛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무슨 휴가말예요?》

《됐소. 그쯤 알아두구려.》

《에그. 난 당신이 도행정위원회 부위원장동지를 내쫓듯 했으니 걱정이 돼서 그래요.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당신이 그런 일로 한두번만 손해를 봤어요?》

《챠, 이런! 당신이 뭘 안다구 그래!》

림준은 그만 꽥 고함을 지르고 심사가 좋지 않아서 토방에 지팽이를 내던지듯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두마디안팎에 대뜸 왈칵 성을 내자 안해는 아무 대꾸없이 나직이 한숨을 지으며 다시금 일손을 놀리였다. 얼럭덜럭 덧붙인 자리가 볼꼴없이 드러난 장판바닥에 팔베개를 하고 벌렁 드러누운 림준은 한동안 초점이 흐려진 멍청한 눈길로 천정을 쳐다보았다. 저 사람한테야 무슨 잘못이 있다고 내가 험한 소리를 했는가? 쉰나이가 되도록 이 반편같은 남편과 만나 지지리 고생을 하는 안해라는 알짝지근한 생각이 들며 어쩐지 눈구석이 척척히 젖어들었다.

림준은 자강도중소형발전소건설대가 해산된후 서른살이 넘도록 쌍지팽이를 짚은 불구의 몸이 되여버린채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청춘시절을 울적하게 흘러보냈다.

그를 동정한 사람들은 많았지만 어지간히 얼굴이 반반하게 생긴 처녀들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림준이 자신도 분수에 넘는 허망한 꿈을 꾸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에 그늘진 고심은 감출수 없었다. 그는 이대로 값없이 죽을수 없다는 눈물겨운 생각끝에 대학통신공부를 시작하고 그것으로 자기의 불행한 처지를 메우기 위한 피타는 노력을 했다. 공장에 그를 성심성의로 방조해준 늙수그레한 기사가 있었다. 림준은 자주 그 량심이 곧은 사람의 인정에 찬 도움으로 교재의 범위를 벗어난 심도있는 지식을 쌓았고 이따금 사제간의 간격을 뛰여넘어 서로 피대를 돋구며 허물없는 론쟁을 벌리기도 했다.

림준은 차츰 사는 보람을 느꼈다. 옛 건설대 부대장의 죽었던 넋은 다시 살아나고 가슴속에서는 장차 과학자로 일생을 빛내여갈 열망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림준은 간혹 자기의 고마운 선배와 밤가는줄 모르고 마주 앉아있다가 늦게야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눈보라 사납게 울부짖는 밤이면 기사의 25살난 딸, 《ㄸ》공장에 다니는 꽤 발랄하고 어여쁘게 생긴 처녀가 그를 집까지 따뜻이 바래워주었다.

과연 기사의 딸이 은연중에 자기를 마음에 두고 그처럼 도담하게 밤길을 즐겨다니면서 길동무해주었던가. 아니, 그것은 꿈에도 상상할수 없는 일이였다. 림준은 자기 가슴속에서 애틋하게 눈뜨기 시작하는 애정의 싹과 힘겹게 싸우기 시작했다. 처녀가 조금도 흠잡을데 없이 똑똑하고 귀염성스럽지 않았더라면 그는 자기의 인생에 저절로 굴러드는 복을 스스로 차던지는 멍텅구리짓을 하지 않았을것이다. 그는 예전같지 않게 처녀와 만나면 쑥스러워지는 자신을 깨닫자 단호히 기사의 집으로 찾아다니던 발길을 끊어버리고말았다. 림준은 쌍지팽이를 짚고다니는 불구의 몸으로 처녀의 창창한 앞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자신이 없었다. 그가 처녀를 단념하고 기사의 집으로 뻔질나게 찾아다니던 걸음을 뚝 끊어버린것이 도리여 그들사이에 움튼 사랑을 로출시키게 될줄 어찌 알았으랴. 하루는 그와 만난 처녀가 흐느끼면서 《왜 우리 집으로 오지 않아요. 내가 싫어서이지요?》하고 대들었다. 그것이 사랑의 고백이라는것을 알게 된 순간 림준은 저도모르게 눈물을 주르르 흘리였다.

그 기사의 사랑스런 딸이 다름아닌 지금의 안해다.

림준은 이듬해 결혼식을 하고 공장기술과의 당당한 기사로 일하였으며 지팽이 하나를 버리고도 대지를 활보할수 있을만큼 건강이 훨씬 회복되였다.

그런데 한뉘 남편의 시중을 들며 겉늙어 버린 안해인데 내가 오늘 무슨 망녕이 들어 아픈 말을 탕탕 했는가? 림준이가 잠시 그런 아릿한 가슴을 안고 드러누워있는데 마당에서 텅텅 장작을 패는 도끼질소리가 둔탁하게 들려왔다. 남편이 허리를 상하여 저런 궂은 일도 도맡아 하느라 손바닥에 온통 썩살이 배긴 안해였다.

내가 너무 했어··· 림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안해의 손에서 도끼를 빼앗아쥐고 사죄라도 하듯이 말했다.

《여보, 좀 쉬오. 오늘은 내가 좀 패지.》

《에그, 싹 걷어치워요. 그러다 덜컥 누워버리면 어쩔라구.》

《제길, 한번 죽지 열번 죽겠소.》

림준은 도끼자루를 우악스럽게 거머잡았다.

안해도 오늘 따라 남편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심정을 리해하고 상그레 웃으면서 당부했다.

《조심해요.》

《걱정마오-》

림준은 건드러지게 대답하고 기운이 나서 장작을 패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뿐이지 갑자기 힘을 쓰니 허리가 시큰시큰해났다.

그때였다. 누군가 등뒤에 와서 굵직한 목소리로 《수고하오.》라고 말했다. 그 바람에 일손을 멈추고 흘끔 돌아다본 림준은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랐다.

뜻밖에도 장관우부위원장이였다.

《아니···》

말뚝처럼 뻣뻣이 굳어진 림준의 말은 입술에 얼어붙고말았다.

장관우부위원장이 무슨 일로 또다시 찾아왔는지는 불보듯 뻔했다.

《휴가를 받았소?》

림준은 말없이 손에 도끼를 느슨히 들고 서있었다.

《졸장부같으니! 무슨 말라빠진 놈의 휴가요.》

장관우는 웃동을 벗어 마당의 빨래줄에 걸쳐놓고 손을 내밀었다.

《도끼를 이리 주오.》

《왜 그럽니까?》

《어서!》

장관우는 강다짐으로 도끼를 당겨쥐고 손바닥에 둬번 침방울을 탁탁 뱉았다.

《아니, 어쩌자구?···》

《비켜서오. 도끼에 얻어맞겠소.》

장관우는 무뚝뚝히 말하고 도끼를 힘껏 쳐들어올렸다. 나무의 결을 봐가며 면바로 도끼질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였다. 그가 한번씩 뚝심을 쓸 때면 모태우의 나무가 절반씩 쩍쩍 갈라져나갔다. 림준은 어이가 없어 장관우를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장관우의 떡 벌어진 어깨우에서는 연방 도끼날이 번쩍이였다. 저러다간 반시간 안팎에 마당에 무져있는 나무를 몽땅 패버리고 말겠는걸! 장관우는 쉴념도 하지 않고 도끼를 휘둘러대였다. 어느새 벌건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있었지만 장관우는 끈덕지게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불이 펄나게 도끼질을 하며 푸푸 입바람소리를 내는 장관우의 둔중한 모습은 마치도 단조장의 공기함마를 련상시켰다. 보다 못하여 림준은 한본새로 세괃게 장작을 패대는 장관우의 근육이 울뚝불뚝 살아난 팔을 꽉 움켜쥐였다.

《부위원장동지, 그만하십시오.》

《큰소리는 왜 치오? 제집 일을 해주는데···》

장관우는 마침내 도끼를 모태우에 놓고 옆의 나무더미에 걸터앉았다. 바지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느릿느릿 목덜미를 닦던 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여보, 랭수나 좀 주오.》

림준은 부엌으로 들어가 찬물을 한사발 떠가지고 나왔다. 그의 안해는 너무 엄엄하여 장관우앞에 나타날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다.

두손에 사발을 받쳐들고 꿀꺽꿀꺽 소리가 나게 물을 들이키는 장관우의 얼굴에서는 땀이 비오듯 쏟아져내리였다. 장관우는 빈사발을 옆에다 놓고 이마의 땀방울을 훔치면서 뜨직뜨직 입을 열었다.

《림준동무, 난 두번다시 동무네 집으로 안올라구 했댔소. 그런데 도당책임비서동무가 한번 더 가보라구 하더군. 자강도의 중소형발전소건설을 위해 일하다가 불구가 됐던 동무인데 여태껏 누구도 돌봐준 사람이 없었다면서 말이요. 그 말을 듣구 나두 가책이 되는바가 많았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잘못한건 잘못한거구. 동무가 자강도의 발전소건설에 피땀을 바친거야 자랑스럽게 여겨야지 누가 알아주건 말건 상관할게 있소? 우리가 그 무슨 명예와 보수를 바라고 일하는가. 장군님께서 우리 자강도에 중소형발전소건설과업을 맡겨주셨는데 사실이야 제일 먼저 발벗고 나서야 할 사람도 동무가 아니요? 그런데 거꾸로 되였거든.

지금처럼 지휘부로 나오라고 해도 얼굴을 내밀지 않구 땅땅 맞서면 옛 건설대 부대장은 뭐가 되오?》

림준은 머리를 떨구고 잠자코 있었다. 과연 지난날 그 누가 림준이라는 인간에 대해 관심해준 사람이 있었던가? 림준은 혼자 부걱부걱 괴여오르는 울분을 누르면서 고달프게 인생의 길을 톺아왔었다. 그런데 도당책임비서가 자기의 아픈 마음을 리해해주었다니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며 눈물이 솟구쳐올랐다.

《림준동무, 지금이야말로 동무와 같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요. 우린 앞으로 반년동안에 29개 대상의 발전소를 건설해야 해. 동무네 건설대가 10년동안에 건설한것보다 더 많은 발전소들을 이 고난의 시기 6개월동안에 건설해야 하오. 이전보다 몇백배로 어려운 조건이요. 공장들은 멎어서고 우리에게는 강재도 먹을것도 없소.

이런 때 동무와 같이 한몫해야 할 사람들이 나서지 않고서야 어떻게 장군님의 명령을 관철할수 있소.》

림준은 가슴에 턱을 꾹 눌러박고 서있었다. 장관우의 말이 옳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내가 너무했는가? 장관우에 비하면 도대체 림준이란 어떤 존재인가. 한갖 송사리와 다름없는 자기가 도행정위원회 부위원장앞에서 조폭하고 무례하게 행동한 가책이 한순간 그를 몹시 괴롭혔다. 장작더미우에서 움쭉 일어난 장관우는 긴말을 하지 않고 빨래줄에 걸려있는 옷을 벗겨입었다.

그리고는 별다른 소리가 없이 휴가를 받았으면 며칠 푹 쉬라는 말만 하고 대문밖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장관우의 인품에 어울리는 그 점잖은 말이 림준의 가슴에 와서 부딪치는 충격도 참말로 큰것이였다. 장관우가 떠난후 림준은 한참이나 얼얼한 마음을 안고 한자리에 우두커니 지켜서있다가 토방에 엉뎅이를 붙이고 맥없이 주저앉았다.

림준은 이날 아무것도 하는일없이 한숨만 내쉬며 종일 집에 붙어있다가 해가 저물자 지팽이를 짚고 도행정위원회로 찾아 떠났다.

장관우부위원장과 마주 앉아 자기의 잘못된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사죄할 심산이였다. 한참 부리나케 걸어가던 림준은 로상에서 우연히 만난 덕삼아바이의 말을 듣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리성하부부장과 장관우부위원장이 이번의 전투목표에 불만을 품고 패배주의적으로 나오는바람에 발전소건설지휘부안의 공기가 팽팽해졌다는것이였다.

덕삼은 말이 난김에 한마디 하겠다고 하더니 한바탕 림준을 되게 비판했다.

건설대망신을 시켜도 분수가 있지. 지휘부엔 왜 가지 않고 찔통을 부리는가?

요즘 장관우부위원장이 가뜩이나 골머리를 앓는데 림준이까지 나누으면 아주 신심을 잃어버릴수 있다며 빨리 가서 만나라고 엄하게 재촉했다. 그런 내막을 알지 못하고 장관우와 땅땅 맞섰던 림준은 부지런히 걸음을 다우쳤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장관우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오겠지 하고 생각한 림준은 도행정위원회 청사밖을 나서 망미정밑의 유보도로 걸어나갔다.

오래간만에 시원한 강바람이나 쏘이면서 장관우가 돌아오기를 품놓고 기다려볼 심산이였다.

그런데 그가 장자강의 출렁이는 물소리에 심신을 맡긴채 인풍루쪽으로 걸어갈 때였다.

갑자기 몇발자욱앞에서 《아버지!》 하고 부르며 다급히 달려가는 소리가 들려와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장관우의 딸 은희였다.

처녀는 강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며 아버지를 따라잡더니 발길을 딱 멈추었다. 은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아버지!》 하고 부르는 바람에 앞서 가던 장관우부위원장이 딸을 흘깃 돌아다보았다.

《아버진 어쩌자고 이래요?》

장관우가 우두커니 선채 딸을 바라보았다.

《그건 무슨 소리냐.》

《전 아버지 일이 안타까와서 그래요. 아버지가 언제 이 강변을 거닌적이 있었어요. 아버진 괴로워서 그러지요? 저도 눈물이 나요. 아버지가 발전소를 건설하기전부터 패배주의자란 말을 듣는 일이 분하고 창피스러워요.》

딸의 맵짠 호소에 장관우는 성이 나서 큰소리를 내질렀다.

《누가 그따위 허튼 나발을 불어!》

《아니예요. 아버진 자신을 속이고있어요. 아버진 일도 해보지 않고 발전소건설과제가 아름차다구 신심을 잃었지요? 그렇게 되면 아버지의 문제는 어떻게 될것 같아요?》

《네가 뭘 안다구 그래? 썩 물러가지 못하겠니!》

장관우는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어깨를 들먹이는 딸을 남겨두고 힝 돌아섰다. 딸은 멈춰서고 장관우는 유보도를 따라 그냥 걸어갔다.

순간 림준은 동무와 같이 한몫할 사람들이 나서지 않으면 장관우부위원장도 신심을 잃어버릴수 있다던 덕삼의 말이 얼핏 떠올랐다. 저 내밀성있는 일군이 발전소건설과제가 아름차다고 신심을 잃다니?···

림준은 혼자 흐느껴우는 은희의 옆을 지나 장관우를 향하여 세차게 지팽이를 뚜걱뚜걱 내짚었다. 장관우가 조용한 유보도에 울려퍼지는 그 소리를 듣고 피끗 돌아서며 다시금 버럭 고함을 질렀다.

《왜 자꾸만 쫓아와?》

다음 순간 장관우가 눈을 크게 흡뜨면서 우뚝 굳어졌다.

딸은 저 멀리에 떨어지고 뜻밖에도 림준이가 지팽이에 몸을 의지하며 꿋꿋이 서있었다.

《부위원장동지, 딸을 너무 나무람하지 마십시오. 저도 아직은 부위원장동지를 패배주의자라군 생각하고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금방 덕삼아바이가 저와 만나 부위원장동지가 그런 말을 들을수 있다고 하더군요. 제가 부위원장동지앞에서 무례한 행동을 하였다면서··· 저같은 잔가지때문에 거목이 넘어진다는것이였습니다. 죄송합니다. 부위원장동진 한발자욱도 물러서면 안됩니다.

전 래일부터 지휘부에 출근하겠습니다. 이 병신짝같은 인간에게도 마음놓고 일을 맡겨주십시오!》

림준은 불이라도 토하듯 말하고 휙 돌아서 지팽이를 내짚으며 성급히 걸어갔다. 장자강의 출렁이는 물소리에 뒤섞여 여전히 세차게 울리는 뚜거덕소리··· 장관우가 어둠속으로 멀어져가는 그의 억센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고있었으나 림준은 그런줄도 몰랐다. 저도모르게 두눈에 뜨거운 눈물만이 핑 고여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