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5

 

제 3 장

5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스위스에 파견되였던 기술자대표단의 사업총화를 자강도의 중소형발전소의 건설목표가 올라온후에 짓자고 하셨다.

그런데 왜 아직도 종무소식인가?··· 평양전력설계사업소의 원자력발전소 로설계가 리경훈은 요즘 앉으나 서나 그 한생각뿐이였다. 대표단이 돌아온지도 벌써 열흘이 훌쩍 지났다. 혹시 태혁이 무슨 곡절을 겪는게 아닌지 불안했다. 아니 그럴수 없어··· 혼자 조용히 부정하는 경훈의 머리속에는 스위스주재 우리 나라 대사관의 아늑한 방에서 태혁이와 함께 보낸 생활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번 해외출장지에서의 한주일, 그 기간은 경훈이가 한 당일군의 생활을 통해 장군님과 전사간에 맺어진 인정과 의리의 세계를 각별히 뜨겁게 감수하며 흘러보낸 인상깊은 나날이였다.

리경훈은 당일군이면 태혁이와 같이 장군님의 사랑과 신임속에서 세련된 사람과 사귀고 싶고 벗도 그런 충신을 벗으로 사귀고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그렇게 아득히 돋보인 일군이 한생 학문밖에 모르며 꼿꼿이 살아온 이 늙은 설계가에게서 뭘 보고 그랬던지··· 제네바에 도착한 이튿날 경훈이와 만난 태혁은 자기 방으로 잠자리를 옮겨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뜻밖의 청이기도 했거니와 경훈은 대표단 단장의 방에 자기가 가면 방해가 될가봐 주저했다. 그러나 태혁이가 괜한 걱정을 한다며 웃는 바람에 경훈은 더 사양할 건덕지가 없어지고 말았다. 원, 이런 딱한 일이라구야··· 경훈이가 마지 못해 승낙을 하고 태혁의 방에 가방을 들고 들어서니 창문켠의 책상우에 다른 나라 기술잡지들이 여러권 놓여있었다. 옳지, 저것때문에 내가 필요했군! 그러나 경훈은 자기의 도움이 없이도 태혁이가 그 외국문잡지들을 능숙하게 읽는것을 목격하고 은근히 놀랐다. 그렇다면 왜 한방에서 지내자고 했을가? 태혁은 혼자 그렇게 속구구를 하는 경훈에게 점잖게 물었다.

《경훈선생, 이번에 장군님께서 선생을 대표단에 직접 망라시키신 사실을 압니까?》

《압니다. 평양을 떠날 때 문성태비서동지가 말해주더군요.》

《나도 그랬으리라고 짐작합니다만 오늘 이렇게 다시 묻는건 선생의 임무가 중요하다는걸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지만 대표단의 기본사업은 어디까지나 이 나라의 중소형발전소들에 대한 료해가 아닙니까?》

《옳습니다. 난 그래서 선생과 같은 고명한 발전소설계가와 함께 있고싶습니다.》

태혁은 상의를 벗어 옷걸개에 걸면서 빙긋이 웃었다.

《선생, 우리 꼬니나 한판 놀지 않겠습니까?》

경훈은 장기라면 몰라도 대표단 단장이 위신없이 꼬니를 놀자니 놀랐다. 그는 꼬니판을 가운데 놓고 태혁이와 마주 앉으며 겨우 웃음을 참았다. 몸집이 우람한 태혁이가 곰이 가재잡이 하는것처럼 쬐꼬만 꼬니를 조심조심 옮겨놓는 모양은 가관이였다.

경훈은 그 흥미없는 꼬니를 통해 태혁이가 여간 세심하고 침착한 일군이 아님을 알게 되였다. 태혁이와는 이야기할 재미도 있었다. 알고보니 그들은 신통히도 제네바에 한번씩 출장왔던 사람들이였다.

그로 하여 이틀밤은 침대에 누워 심심치 않게 보냈다. 첫날밤은 리경훈이가 경수로건설을 위해 조미실무자급 대표로 제네바회담에 참가한 이야기를 자초지종 자세히 들려주었다. 그 이후 여러차례 실무자접촉에 나가서 활약한 경훈은 스위스의 원자력발전소참관을 목적으로 왔지만 적들의 음흉한 책동때문에 경수로의 전망은 막연하다고 울분에 차서 말했다. 태혁은 워낙 도량이 큰 일군인지라 한참 경훈의 말을 심중히 듣고나서 그래도 마감까지 인내성을 보여주는것이 우리의 립장이 아닌가며 그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날 밤 경훈은 전등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 오래도록 잠들지 못하며 태혁에 대해 생각했다.··· 왜 저 사람은 저리도 여유작작한가. 그가 믿고있는것은 경수로가 아니라 오로지 장군님께서 불길을 지펴주신 자력갱생, 그것뿐이다. 경훈은 그래서 배심이 든든한 소리를 하는 태혁이와 함께 보내는 그 밤이 무척 행복하게 느껴졌다.

이튿날 태혁은 자기 차례가 되자 오진우무력부장의 고집불통때문에 스위스행각을 한 이야기를 꺼내며 웃음통을 터뜨렸다.

《우리 정무원에서 생산한 통다이야가 말썽거리가 됐지요. 무력부에선 다이야의 질이 높지 못하다거니 우린 일없다거니 하며 옥신각신이 벌어진것이 오진우무력부장의 귀에 들어가서 노발대발했댔지요.

오진우무력부장이 사람을 한번 잘못 보면 좀체로 풀리나요. 결국 내가 그 범같은 무관의 조준경속에 들어간 셈이였습니다. 정말 진땀이 나는 때였는데 장군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만 오진우무력부장과 함께 스위스에 가서 어떻게 생겨먹은 나라인지 구경하고 오라질 않겠습니까. 그래서 여기로 왔는데 글쎄 오진우무력부장이 돌아가서 장군님, 태혁이가 지내보니까 괜찮은 사람입니다라고 했답니다. 그 이튿날로 무력부에서 우리가 만든 다이야도 몽땅 받아가구요. 허허··· 장군님께서 오진우무력부장의 오해를 그처럼 멋지게 풀어주신후로 우린 정말 가까이 지냈습니다.》

태혁의 이야기는 비록 짧았지만 경훈은 장군님께서 전사들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시는가를 눈굽이 뜨겁게 느꼈다.

경훈은 태혁이가 무척 부럽게 생각되였다. 스위스참관을 마치고 떠날 때 그는 태혁이의 손을 잡고 《책임비서동무, 장군님의 은정과 신임에 꼭 보답합시다.》라고 진심으로 말했었다.

태혁이가 그를 마주보며 적들과의 담판에서 이기고 경수로도 받아내자고 하자 경훈은 《우린 그보다 자력갱생으로 이길겁니다. 주패장은 책임비서동무의 손에 쥐여있습니다.》라고 했다.

지금도 태혁이가 전력문제해결의 전초선에 서있다고 생각하는 경훈의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왜 아직도 감감무소식인가··· 경훈은 한동안 창문밖에 물끄러미 시선을 팔고 앉았다가 와뜰 놀랐다. 갑자기 소장이 출입문을 벌컥 열며 소리쳤다.

《경훈동무, 어서 떠날 준비를 하오.》

소장은 밑도끝도없이 독촉을 하고 재차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님께서 부르셨소!》

경훈은 마침내 자강도에서 전투목표가 올라왔음을 깨닫고 심장이 세차게 울렁이였다. 잠시 거울앞에서 옷매무시를 살펴본 경훈은 이만하면 됐다! 하고 얼른 밖으로 뛰여나갔다. 이미 소장과 기사장이 승용차에 올라서 초조히 내다보았다. 그들은 곧 당중앙위원회를 향해 떠났다. 분명 대표단의 사업총화일것이다. 그런데 소장은 왜 함께 가는지 알수 없었다. 얼마후 그들이 당중앙위원회에 도착하자 대기실에서 스위스에 대표단으로 파견되였던 성원들만 아니라 안변청년발전소건설을 책임지고 완공한 무력부일군들과 평양화력발전소 부지배인도 기다리고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태혁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날 자신의 집무실에서 그들을 만나주시였다. 드디여 그이와의 감격적인 접견의 시각, 흥분된 리경훈은 누구의 뒤를 따라 어떻게 방으로 들어섰는지 몰랐다.

그의 눈에 다른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집무실안에 환하게 어린 광채! 아, 장군님이시였다!

그이께서는 그처럼 밝은 미소를 지으시며 그들에게로 걸어오시였다. 우리 인민이 텔레비죤화면에서 늘 뵙군 하는 수수한 야전복차림으로 일군들을 맞으시며 경훈의 손을 다정히 잡아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방안의 쏘파를 가리키며 친절히 자리를 권하시였다. 이제 그이께서 어떤 중요한 말씀을 하실가? 경훈은 온 신경이 그 하나에만 집중되여 그이의 거룩하신 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이 집무실안에 빙 둘러앉자 한참이나 그들을 따뜻이 바라보시다가 우선 스위스에 갔다온 이야기부터 들어보자고 말씀하시였다. 그이의 너무나도 소탈한 말씀에 어려움을 잊어버린 일군들이 저마다 움쭉거리며 술렁거릴 때 대안중기계공장 기사장이 먼저 일어났다.

《장군님, 이미전에도 스위스가 발전된 나라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번에 정작 가보고 놀랐습니다. 국토와 인구가 우리 나라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나라인데 유럽의 웬간한 나라들을 뺨치게 3 000여개나 되는 발전소들을 보유하고있다니 말입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세계적으로 제일 큰 수력발전소인 그란드딕산스발전소가 있는가 하면 100kw미만인 발전소들도 수다했습니다. 대용량발전기들만 생산하는데 습관된 저는 처음에 멋모르고 저것도 발전소인가고 코웃음을 치다가 망신할번 하였습니다. 글쎄 한 령감이 15kw짜리 발전기를 놓고 한달에 자그만치 3천딸라씩 번다니 입을 딱 벌렸습니다. 근래에는 규모가 작고 건설하기 쉬운 중소형발전소와 극소형발전소들을 만들어놓고 자연원천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리용하는것이 세계적인 추세로 되고있습니다.》

대안중기계 기사장이 말을 끝내기 바쁘게 평양전력설계사업소 기사장이 성큼 일어나서 제 성미처럼 느릿한 말투로 뜨직뜨직 보탰다.

《스위스에선 증조할아버지때부터 리용하던 락후한 발전소들을 소중히 전시해놓고있어 왜 그런가 했더니 증조할아버지보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보다 아버지가 어떻게 발전소를 발전시켰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사람들이 대를 물려가며 그렇게 발전소들의 설비를 갱신하여 쓰기때문에 스위스의 중소형발전소들이 잘 운영되는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발전기의 동체에서 발생하는 열도 과일껍질을 말리는데 리용하고있었으며 수도 베른과 쮸리히, 제네바시가의 매집 창문마다에 류별나게 화분들이 놓여있어 특별히 꽃을 사랑하는가부다 했는데 그것도 화분을 내놓은것만큼 돈을 지불받기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한참이나 그들의 이야기를 흥미있게 청취하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것 보오. 잘 사는 나라 사람들도 그렇게 일하지 않소?》라고 하시며 기본문제를 화제에 올리시였다.

《자강도 로동계급은 앞으로 6개월동안에 29개대상의 발전소를 건설하게 됩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강도 로동계급이 정무원과 중앙기관, 대안중기계공장에서 보장받으려고 하는 설비들을 상세히 찍어서 말씀하시였다. 그들이 결의한 과제에 비하면 새발의 피나 다름없는 요구였다.

《어떻습니까? 동무들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맨 선참으로 전력공업부 부장이 조용히 일어나 자기의 소감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장군님, 지금까지 전력문제때문에 걱정을 하시게 하여 면목이 없습니다만 장군님께서 솔직한 견해를 물으시니 말씀올리겠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여 전 대단히 놀랐습니다.

오늘의 어려운 형편에서 한개 도의 력량으로 6개월동안에 29개대상의 발전소를 건설한다니 이거 보통 뻐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정무원산하의 기관들과 공장, 기업소들에서 별로 도움을 바라는것은 없습니다. 제 생각엔 장군님께 올리는 문건이여서 심중히 고려를 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웃으시였다.

《그러니 실지 공사과정에는 뭘 좀 더 내라고 할수 있다는겁니까?》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봅니다.》

방안의 분위기가 흥성거리는가운데 대안중기계공장 기사장이 재차 일어났다.

《자강도 동무들이 저희 공장에서 총 12대의 발전기와 타빈을 보장해줄것을 요구했습니다. 자강도 동무들이 너무 목표를 높이 세웠기때문에 우린 도와주고도 고맙다는 말을 들을것 같지 못합니다.》

《고맙다는 말을 들을것 같지 않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다가 때마침 거의 동시에 일어서는 평양전력설계사업소 소장과 무력부일군을 흥미있게 바라보시였다. 두 일군은 어버이수령님께서 생존해계실 때 안변발전소건설문제를 놓고 서로 앙숙이 되여 티각태각했던 사이여서 특별히 그이의 안중에 들어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우선 평양전력설계사업소 소장에게 발언권을 주시였다.

《소장동무가 무력부의 드살때문에 손해를 본다고 늘 불만이 많았는데 먼저 이야기하시오.》

《장군님.》

젊어 한때 어느 체육단의 배구주장이였던 체육인기질이 아직도 다분히 남아있어 성격이 더펄더펄한 소장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떨리였다.

《자강도 장강군의 문암발전소는 강계청년발전소 동무들이 언제까지 쌓아놓고 2 000kw발전기를 만들지 못해 15년동안이나 끌어오다가 집어던졌습니다. 전 그 발전기만은 대안중기계에서 보장해달라고 제기할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용량이 작은 발전기는 의뢰하면서 문암의 2 000짜리는 자체로 제작할것을 결의해나섰습니다.

이것은 자강도 로동계급이 자기 힘을 굳건히 믿고 발전소건설에 달라붙었다는것을 말해줍니다. 앞서 발언한 동지들이 자강도에서 자기들이 세운 높은 전투목표를 실현할수 있겠는가고 우려했는데 전 견해를 달리합니다. 그들이 반드시 자기들의 목표를 점령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소장동무가 똑바로 봤습니다.》

그이께서는 비로소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시며 일군들을 둘러보시였다.

《자강도 로동계급은 우리 당이 제기한 자력갱생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 나한테 그 제기를 하지 않았을것입니다. 얼마나 장합니까. 그들이 문암의 2 000kw발전기를 만들겠다는건 앞으로 자강땅에 대용량발전소도 자체로 얼마든지 건설할수 있다는것을 말해줍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강도 로동계급이 높이 세운 전투목표에서 우리 인민의 강력한 힘을 느꼈다며 열정적으로 말씀하시였다. 하나의 크지 않은 발전기에서 귀중한 싹을 찾아보시고 그처럼 만족해하시는 장군님에 대한 다함없는 존경과 흠모로 리경훈은 가슴속이 확 달아올랐다.

순간 그는 자기의 귀를 의심하며 고개를 버쩍 쳐들었다. 장군님께서는 다정한 음성으로 자기의 이름을 부르시며 이렇게 물으시였다.

《리경훈선생! 몇차례나 조미회담에 나가 대적투쟁을 하며 수고했는데 선생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경훈은 그이의 질문에 당황했다. 어떻게 대답올리면 좋을지 너무도 마음의 준비가 부족한 자신을 부끄럽게 깨달은것이였다. 이상하게 목이 꽉 메여오르고 아래다리가 후들후들 떨리였다.

《장군님, 전 우리 나라 향산과 베를린, 제네바로 동분서주하며 여러 차례의 회담을 통해 이미 경수로엔 환멸을 느낄대로 느낀 사람입니다. 놈들한테 속혀 헛걸음을 한것 같아서 분통이 터집니다.》

경훈은 1994년 9월 베를린주재 미령사관에서 개최된 조미실무자회담이 떠올라 잠시 말을 중단했다. 벽에 무미건조한 사진들이 파리똥처럼 얼럭덜럭 붙어있는 네거리 모서리의 4층 돌집, 그 거무틱틱한 회담장소앞에 지켜선 미해병병사들을 목격한 순간 전쟁때 놈들의 함포사격에 맞아 숨진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나며 온몸이 와들와들 떨리던 일이 상기된것이였다.

경훈은 귀축같은 놈들을 복수하고싶은 자기의 개인적인 감정같은건 얼마든지 참을수 있었다. 그러나 사흘동안의 회담기간 미국무성관리가 마치 우리가 경수로에 명줄을 걸고있는것처럼 지껄여댄 말은 아직도 가슴속에 응혈져있다. 한때 아시아침략을 위한 그 무슨 연구를 목적으로 남조선녀자까지 데리고살며 조선말을 배우느라 머리털이 희여졌다는 국무성관리와의 말씨름에도 신경이 곤두섰지만 회담장밖을 나서면 그것대로 살풍경이였다.

제2차세계대전시기 희생된 이전 쏘련병사들의 묘를 지키며 권태로운 표정으로 서있는 로씨야병사들, 서방의 관광객들에게 헐값으로 팔리는 붉은 군대 견장, 모자, 영웅메달들, 거리의 류랑화가들, 배우들, 담배장사군 청년들··· 베를린시가의 잡다한 풍경이 썩고 병든 자본주의사회의 말기증상처럼 처처에서 눈에 띄며 구역질이 동했다.

경훈이가 여러 차례의 회담과정에 보고 통감한 그 모든것을 어떻게 한꺼번에 다 말할수 있겠는가. 그러나 한가지만은 장군님앞에 꼭 말씀올리고싶은 충동을 느끼며 옷깃을 바로 잡았다.

《그렇지만 장군님! 우리는 경수로가 없이도 얼마든지 잘살수 있습니다. 자강도 인민들처럼 분연히 일떠서 싸우면 적들의 경제봉쇄를 짓부셔버리고 우리의 신성한 사회주의조국을 굳건히 고수할수 있다는것을 눈물이 나게 깨달았습니다.

위대한 사상이 있으면 반드시 그에 따르는 충신이 있기 마련인데 전 오늘 장군님께 올린 문건에서 그런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비록 미력하지만 전 지금 인생말년을 장군님께서 밝혀주신 전기화구상에 부끄럼없이 바치고싶은 마음밖에 없습니다.》

경훈은 손수건으로 이마를 문대며 자리에 앉았다. 벌써 3~4년이나 적들과의 회담에 참가하며 허송세월한 그는 장군님앞에 자기의 괴롭던 마음을 툭 터놓고나니 가슴속이 후련하였다. 귀밑머리가 희슥희슥한 로설계가를 대견하게 지켜보시던 그이께서는 탁 트인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리경훈선생이 다년간 적들과 싸우면서 우리 당이 내놓은 자력갱생로선의 정당성을 통절히 깨달은것 같습니다. 나는 오늘 대단히 만족합니다.

동무들, 지금 함경남도에서는 송전만에 1 000정보의 소금밭을 만들기 위한 거창한 공사가 벌어지고있습니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이미 1986년도에 함남도를 현지지도하시며 송전만에 소금밭을 만들라고 교시하시였으나 우리 일군들이 패배주의에 빠져 집행하지 않은것을 이번에 함남도인민들이 수령님의 유훈을 기어코 관철하겠다면서 대담하게 들고일어났습니다.

자강도의 중소형발전소건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령님께서 강하천이 많은 우리 나라의 실정에 맞게 전국의 각 곳에 중소형발전소들을 대대적으로 건설할데 대하여 몇차례나 현명하게 강조하시였습니까. 우린 신념이 없이 남을 쳐다보거나 다른 그 무슨 새로운것을 찾으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나는 경제사업의 모든 부문에서 어버이수령님의 유훈을 철저히 관철하여 오늘의 난관을 뚫고나갈 결심인데 자강도동무들이 전투목표를 책임성있게 아주 잘 세웠습니다.

누구도 그들에게 이렇게 전투목표를 높이 세우라고 요구한 사람이 없습니다.

이것은 그들스스로가 오늘의 고난의 행군의 돌파구를 열어제끼려고 내세운 량심의 목표입니다. 자강도 로동계급은 자기들의 전투목표가 낮으면 강성대국건설을 위한 우리 인민의 투쟁이 저조해질것이므로 희생을 각오하고 나섰습니다. 자강도에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29개의 발전소를 건설해야 살아갈수 있습니다.

나는 동무들이 앞으로 전국의 중소형발전소건설도 이 수준에서 힘있게 내밀 결심을 품고 자강도 인민들을 도와나서리라고 믿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멀지 않아 자강땅에서 반드시 고난의 돌파구가 열리게 될것임을 확신하시며 열정이 넘치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자강도 인민들에 대한 그이의 믿음과 신임에 감동된 일군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우렁찬 박수로써 찬동을 표시하였다.

경훈은 오래도록 그칠줄 모르는 박수소리에서 온 자강땅을 뒤흔들며 울려퍼지는 돌격전의 함성을 듣는듯 하여 눈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장군님의 천재적인 예지와 담력에 의해 이 나라 전력공업발전에서 일어나게 될 변혁을 그처럼 무한대한 음향의 크기로 감수하면서 그가 두눈을 슴벅일 때였다.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일군들에게 몇번이나 거듭 손을 쳐들어보이시였다.

《동무들, 앉소. 앉으시오.》

그이께서는 방안이 다시 조용해지자 나직하면서도 힘있는 음성으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우리는 자강도 인민들의 간고한 투쟁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을것입니다.

인민군총참모장동무, 안변청년발전소 2단계공사를 하루빨리 내밀어야겠습니다. 이 공사에 필요한 기술적방조는 종전대로 평양전력설계사업소 소장동무가 책임지고 보장하시오.》

조선인민군 총참모장과 평양전력설계사업소 소장이 아까처럼 동시에 일어나 기운차게 대답올렸다.

《알았습니다!》

《그리고 평양화력발전소 설비부지배인동문 북창화력발전소 기사장직무를 넘겨받고 즉시에 사업에 착수하여야겠습니다. 북창화력이 은을 내자면 결정적으로 설비를 갱신하여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침내 이날의 뜻깊은 모임을 마치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