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2

 

제 2 장

2

 

《장군님, 안녕하십니까?》

집무실안으로 들어선 태혁은 그이를 우러러 머리를 숙이면서 반갑게 인사를 드렸다. 테굵은 안경밑의 어글어글한 두눈에 수더분한 웃음이 인상적으로 확 피여나고있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자기의 실수를 깨달은 사람처럼 발길을 뚝 멈추며 그이의 축간 얼굴을 근심스럽게 쳐다보았다.

《제가··· 잘못 인사를 올린가 봅니다. 장군님! 무척 얼굴이 상하셨습니다.》

그의 목안에서 굵은 쇠바줄이 떨리는것 같은 소리가 웅글게 울려나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느새 태혁의 큰 눈에 뿌옇게 감도는 눈물을 보시고 그에게로 다가가 두손을 뜨겁게 잡아주시였다.

《됐습니다. 저리 가서 앉읍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앞차대가 놓여있는 쏘파에 그와 나란히 앉으시였다. 언제 봐도 인정이 많고 눈물이 헤픈 태혁, 그와 만나면 매번 인간적으로 따뜻이 대해주시고싶은 마음이 앞서군 하는 그이이시였다. 오늘도 자신이 옆에서 눈물짓는 태혁을 바라보시느라니 어버이수령님께서 늘쌍 일찌기 아버지를 잃은 혁명가의 자제라 하시며 각별히 그를 아껴주시던 일이 새삼스럽게 떠오르시였다. 광복전 낯설은 이국땅 왕칭(왕청)의 펑우구(봉오골)에서 퉁소를 잘 부는 청년으로 소문났던 태혁의 아버지는 피덩이 같은 어린 자식을 남겨두고 젊은 나이에 너무나도 아깝게 세상을 떠났다.

그후로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불쌍하게 자란 태혁은 광복을 맞아 만경대혁명자유자녀학원에 와서 위대한 수령님의 품에 안겨 《아버지!》하고 목 멘 울음을 터뜨렸다.

그가 세상에 태여나서 처음으로 불러본 아버지였다.

그 일이 가슴아프시여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그를 최고사령부 친위병으로 데리고 다니며 불길속에서 키우셨는데 환갑이 지난 오늘도 태혁의 듬직한 체구와 얼굴에는 포연에 그슬린 그때의 억센 모습이 력력히 남아있다.

《그래, 병원의 검진결과는 알고있습니까?》

《예, 관상동맥 75% 경화라는 어마어마한 진단을 받았습니다. 늘쌍 하느니 그말인 사형선고입니다. 의사들의 말은 도무지 믿을만 한게 못됩니다. 그 동무들이 저한데 몇번이나 엄포를 놨는지 아십니까. 그게 옳다면 전 벌써 황천객이 된지 오랬겠는데 보다싶이 이렇게 건강합니다.》

《모를 소리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쏘파의 랑켠에 두팔을 조용히 얹으시였다. 이전에는 아무리 무리하게 일하여도 태혁의 얼굴에서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금은 그의 거뭇한 볼편에서 예전과 다른 차이가 드러지게 눈에 띄였다.

《너무 과신하지 마시오.》

《장군님, 저의 건강에 대해서는 걱정마십시오. 우리 자강도로동계급은 이번에 장군님께서 저희 도에 찾아오신 소식을 듣고 모두들 눈물을 흘렸습니다. 장군님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우셨겠는가, 거기에 비하면 자강도사람들의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굶주림을 참으며 억세게 일하고있습니다. 설사 죽어도 장군님께서 아껴주시는 로동계급답게 기대앞에서 죽자고들 하며 떨쳐나섰습니다. 장군님께서 매일 매 시각 현지지도의 길에서 당하시는 마음속 괴로움을 저의 심장질환 같은것에 대비할수 있습니까. 전 장군님만 계시면 어떤 고난도 이겨낼수 있다며 꿋꿋이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참된 삶이 어떤것인가를 눈굽이 뜨겁게 느끼군 합니다.》

가슴을 치며 뜨겁게 안겨오는 태혁의 말은 그이의 마음속에서 떠돌던 걱정을 말끔히 걷어내는듯 싶으시였다. 현대의학이 내린 진단을 부정할순 없지만 태혁의 얼굴에서는 이 세상 그 무엇으로써도 꺾을수 없는 기상과 굳센 의지가 빛발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제 당장이라도 태혁을 믿고 나라의 긴장된 전력문제를 푸실수 있을것 같은 기쁨에 잠겨 쏘파의 팔걸이를 힘있게 눌러 잡으시였다.

《태혁동무, 어떻소. 오늘 무거운 과업을 맡았는데 해낼만 하오?》

태혁이 정중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소. 앉아서 말하오.》

《전 지금 장군님께서 큰 공로도 없는 군부대 이름없는 일군을 전선사령관으로 임명해주신것과 다름없는 심정입니다. 아직도 회의장에서 강하게 받아안은 충격으로 가슴이 몹시 두근거립니다. 그렇지만 장군님의 이 크나큰 믿음과 신임이 있는 한 이 세상에 못해낼 일이 없다고 봅니다. 자강도로동계급을 불러일으켜 장군님의 명령을 기어이 관철하겠습니다. 우리 자강땅에서 반드시 공격의 돌파구를 열어제끼겠습니다!》

한평생 장군님의 전사로 험난한 력사의 불구름을 헤쳐오며 철석같은 신념을 굳힌 태혁은 자신심에 넘쳐 힘차게 대답올렸다. 비록 시련은 겪지만 오늘의 난관에 굴함없이 일감을 달라고 하는것이 자강도로동계급이다. 그들은 장군님께서 자기들을 고난의 행군의 제일선에 내세워주셨다는것을 알면 몸이 열쪼각이 나도 산악처럼 일떠서 명령을 기어이 관철할것이였다. 태혁은 그것을 조금도 믿어의심치 않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태혁이가 신심이 있어하면 됐다고 더없이 만족해하시였다.

《아주 좋소. 자강도에 중소형발전소건설의 시범을 창조하는 전투는 6개월동안에 끝내야 하오. 6개월을 초과하면 안되오. 최후승리는 확정적이지만 고난과 시련은 많을것이요. 그러나 이 세상에 자기 힘을 믿는 사람처럼 강한 자 없소. 이것은 류례없이 간고한 길을 헤쳐온 조선혁명이 우리 인민에게 장검처럼 쥐여준 철리요. 생사를 각오하고 공격, 드센 공격으로 돌파구를 뚫고나가야 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승리할 그날을 그려보시듯 쏘파에 몸을 기대고 이윽토록 창밖을 바라보시다가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자강도로동계급에게 조국의 운명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임무가 맡겨졌습니다. 힘에 겨울거오. 하지만 우린 어떤 일이 있어도 6개월동안에 이 저주로운 봉쇄를 파탄시키고 전국을 일떠세워야 합니다. 난 지금도 며칠전 어린것이 나에게 죽가마를 보여주지 않겠다며 울던 일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장군님, 우린 그날 장군님께서 자강땅을 다녀가신 사연을 듣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장군님께서 너무도 가슴아파 저희들을 만나지 않고 평양으로 올라가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장군님께서 다녀가신 이튿날부터 희천의 로동계급은 주먹을 부르쥐고 일떠서 공작기계생산에 달라붙었습니다. 굶주림으로 겨우 운신하던 사람들인데 어디서 그런 무서운 힘이 생겼는지 정말 놀랍습니다. 일년동안이나 달라붙어 만든 자동선이 실패하여 기가 죽어있던 기계공장에서도 최덕삼로인이 죽으나 사나 장군님께서 바라시는 자동선을 완성하자고 떨쳐나서는 바람에 불이 붙었습니다.》

《최덕삼이라니··· 강계싸움대장말이요?》

《예.》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최덕삼은 지난 조국해방전쟁때 손우인 덕순누이와 함께 맨손으로 선반피대를 돌려 전선에 포탄을 생산해보낸 오랜 기능공이다. 전후에 공장에 찾아가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그들 오누이의 소행을 높이 평가하시며 친히 자신의 량옆에 앉히고 공장협의회를 지도해주시였다. 수령님께서는 협의회좌석에서 《이 동무들이 미국놈들과 아주 잘 싸웠소. 강계싸움대장이요!》라고 과분한 치하를 안겨주시였다.

《참 좋은 로인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직도 《강계싸움대장》이 늙지 않았다며 밝은 미소를 지으시였다.

《장군님, 지금 우리 자강도인민들의 식량사정이 곤난하지만 장군님의 가르치심대로 도안에서 생산되는 공작기계와 정광과 농토산물로 변강무역을 잘하여 어떻게든지 식량문제를 풀겠습니다.》

태혁은 자강도가 고산지대여서 교통조건이 불리한데다 휘발유사정으로 변강무역에 지장이 많았지만 이제부턴 수출전용견인기가 뛰게 된다며 자랑심아 말씀드렸다.

《고난의 행군기간 자강도인민들이 제일 고생하는데 정말 좋은 착안을 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강도에서 소문없이 큰 일을 한다며 대단히 기뻐하시였다.

《우리 자강도인민들에게는 그 수출전용견인기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습니다. 도당의 신입부원 박혜경동무가 현지에 내려가서 로동자들의 심장에 호소하여 석달이 걸려도 어림없다던 견인기를 보름동안에 기적적으로 살려내였습니다.》

《음···》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직 한번도 만나보신 일이 없는 박혜경의 모습을 눈앞에 그려보시였다.

《지금 중앙기관 일군들속에는 난관에 겁을 먹고 다른 나라를 쳐다보면서 동요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강도인민들이 남보다 어렵게 살면서 자체로 수출전용견인기도 살리고 공장의 자동화에도 떨쳐나선것은 아주 좋은 일입니다. 현시기 경제봉쇄를 뚫고 살아갈수 있는 길은 자력갱생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못한데서는 무엇이나 침체입니다. 나라의 전력이 부족하여 인민경제와 인민들의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있지만 경제부문일군들이 똑바른 방도를 찾지 못하는것도 바로 그때문입니다. 됐습니다. 나는 자강도로동계급의 비등된 열의만 발동되면 이번의 전투도 성과적으로 수행할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태혁이와 이야기를 마치고 곧 문성태비서를 불러 그에게 과업을 주시였다.

《문성태동무, 강태혁동무를 단장으로 스위스에 파견할 기술대표단을 조직하시오. 스위스에서 중소형발전소를 잘 운영하고있는데 한번 가보게 합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소. 앞선 나라들의 기술을 봐야 우리도 얼마든지 잘할수 있다는 배심을 가지게 됩니다. 나는 이번의 중소형발전소들을 어디까지나 실리적으로 건설하자는것이요. 기술대표단을 강력한 력량으로 뭇고 이틀후엔 어김없이 출발시켜야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문성태가 한나이 젊어진듯 기운차게 대답올렸다.

《내 생각에 출장기일은 보름이면 충분할것 같습니다. 재삼 말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무엇보다 시간이 귀중합니다. 대표단이 돌아오면 발전소건설을 위한 실무적인 대책을 세우고 각 도시군당에 내려보낼 당중앙위원회지시문을 작성하여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중소형발전소건설을 정책화하고 전당적인 사업으로 내밀자는것입니다. 다른 의견이 없으면 돌아가서 즉시 사업에 착수하시오.》

 

×

 

그날 밤이 퍼그나 깊어서였다.

스위스에 파견할 기술자대표단명단을 펼쳐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심중한 표정으로 문건에서 시선을 떼며 문성태를 바라보시였다.

《여기에 전력공업부 부부장 리성하동무를 망라시키지 않았는데 그 동무한테 무슨 일이 제기되였습니까?》

문성태는 뜻밖의 질문이여서 그런지 얼른 대답을 못했다.

지금까지 자그마한 실수도 없이 그이의 사업을 보좌해온 일군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떠올랐다.

《장군님, 리성하부부장동무의 문제를 심중히 고려하고 대표단에 망라시키지 않았습니다. 일전에 전력공업부에서 장군님께 올린 문건은 부부장동무가 관료주의적으로 작성하고 통과시킨것이였습니다. 전력공업부 기관협의회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고난의 행군시기 새로 대용량발전소들을 건설할수 있는가 하는 정당한 의견을 제기했지만 부부장동문 나라의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깔아버렸다고 합니다.》

리성하가 전국의 전력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를 론의하면서 대중의 의견을 허심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만 고집한건 옳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어려운 실정에 대한 고려와 타산이 없었을뿐이지 대용량발전소들을 건설하여 전력문제를 해결하려는 리성하의 견해가 근본적으로 잘못된것은 아니다. 그이께서는 이제 적들의 경제제재를 분쇄하고 나라의 형편이 펴이면 대용량발전소들을 본격적으로 건설할 결심이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성하의 주장을 엄중히 여기며 결함이 있는 일군이라 하여 대표단에 망라시키지 않은건 편협한 처사였다. 혹시 이 오랜 당일군이 해외에 파견하는 기술자대표단의 선발사업을 그 무슨 표창내신처럼 생각한것이 아닌가. 대표단이 스위스에 관광객처럼 한가하게 휴양을 하려고 떠나는것도 아니다. 나라의 첨예한 전력문제를 풀기 위한 무거운 과업을 받고 파견되는데 앞으로 전국적인 범위에서 대용량발전소와 중소형발전소건설을 확대해나갈 때 주인구실을 할 일군을 제껴놓고 대표단을 구성하였으니 여간 불만스럽지 않으시였다.

《저희들은 부부장동무가 지난 기간 자강도발전소건설련합기업소 지배인사업을 하며 어버이수령님께서 제시하신 중소형발전소건설을 중도반단한 결함도 있기에···》

《그거야 그 한사람의 잘못이라고 할수 있습니까. 전력이 넉넉한 때였고 중소형발전소를 망탕 건설하다보니 덕을 보지 못했지. 그래 자강도에서도 집어던졌던거요. 그때문에 부부장동무를 스위스에 보내려고 했는데··· 내 동무들한테 사업과정의 결함만 보지 말고 믿어주라고, 그 믿음이 충신을 낳는다고 몇번이나 말했습니까.》

《저희들이 미처 그렇게까지는···》

김정일동지께서는 책상우의 담배곽에서 담배를 집으시다가 도로 놓고 천천히 일어나시였다. 전사들에 대한 그이의 믿음과 신임은 통털어 무한한 인정의 세계였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일군들의 사업에서 자주 나타나고있는 혁명동지에 대한 랭대와 몰리해로 하여 이런 뜻하지 않았던 일에 부닥치게 되는것이 무척 가슴아프시였다.

《문성태동무, 일을 하느라면 누구든지 결함을 범할수 있습니다. 리성하부부장도 동무도···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중요한 문제의 집행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장군님, 명심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깊은 자책에 잠겨 서있는 문성태에게 다시금 강조하시였다.

《내 생각엔 동무들이 나라의 형편이 어렵다 보니 푼전을 따져가면서 대표단을 구성한것 같은데 이런 일에 자금을 아껴서는 안됩니다. 그러지 말고 평양전력설계사업소의 로련한 설계가인 리경훈선생도 대표단에 망라시켜 보내는것이 좋겠습니다. 이 동무들한테 어떤 과업이 맡겨져있습니까. 우리는 반드시 가까운 시일안에 전력문제를 해결하여야 합니다. 이번의 기술자대표단이 아주 중요한 걸음을 합니다. 이왕 먼 길을 떠나는 동무들인데 중소형발전소만 아니라 전력공업발전의 전반실태를 보고 오게 해야 합니다. 문건을 작성하면 대표단성원들을 즉시 불러올리고 려권수속을 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