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1

 

제 2 장

1

 

당중앙위원회청사의 소회의실에서는 엄숙한 분위기속에 협의회가 열리였다.

정무원 총리와 경제부문사업을 담당한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책임일군들, 전력공업부 부장, 부부장들이 참가한 회의장의 맨 뒤자리에 자강도당책임비서 강태혁이가 손님격으로 옹색하게 앉아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지방당일군은 유독 그 한사람밖에 없었다.

무슨 일로 소집된 협의회인데 내가 필요했는가? 물을 뿌린듯 한 장내의 정숙과 주석단에 장군님께서 나오신 사실만이 이제 곧 중요한 문제가 토론되리라는것을 어렴풋이 시사해주었을따름이였다.

태혁은 회의장안의 엄숙한 분위기에 눌리여 숨을 죽이고 앉아있었다. 무릎우에 올려놓은 두손을 움직이는것마저도 장내의 정숙을 깨뜨릴것처럼 느껴져 무척 조심하며 거의나 부동의 자세로 앉아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마음속의 번거로운 생각만은 털어버릴수 없었다. 그 번거로움때문인지 이번에 자기가 평양으로 올라와 중앙병원에서 검진을 받게 된 일도 죄다 뜻밖의 일로 생각되였다.

오늘도 김정일동지께서는 늘쌍 단벌옷처럼 입고 다니시는 야전복차림으로 근엄한 표정에 잠겨 장내를 굽어보시였다.

《동무들, 지금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운 형편에 처해있으며 고난의 행군은 의연히 계속되고있습니다. 적들의 검질긴 압력과 제재로 하여 인민생활은 날로 곤난해지고 승승장구하던 우리 혁명은 시련을 겪고있습니다.》

회의가 시작된 첫 순간부터 잠시도 장군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있던 태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였다.

며칠전 그이께서 희천으로 찾아오셨던 일이 뼈아픈 자책속에 다시금 떠올랐다. 불시에 태혁의 이마에 진땀이 뿌직뿌직 내돋고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그이께서는 무거운 심중에 잠겨 말씀을 중단하시였다.

한동안 회의장의 정숙이 사람들의 마음을 옥죄이였다. 태혁이 얼굴을 버쩍 쳐든것은 그 다음순간이였다.

갑자기 깊은 정적을 흔들며 장군님의 격한 음성이 다시금 쩌렁쩌렁 울렸던것이다.

《우린 하루속히 오늘의 이 고난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무엇으로 어떻게?··· 우선 결정적으로 전력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경제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인민들이 생활난으로 고통을 당하는것도 다른데 원인이 있는것이 아니라 나라의 전력문제를 추세우지 못하기때문입니다. 내가 오늘 동무들을 부른것은 바로 이 문제, 현시기 가장 절박한 문제로 나서고있는 전력의 긴장성을 해결하기 위해서인데 허심탄회하게 의논해봅시다.》

조금도 격식없이 협의회취지를 밝히시고 그이께서는 리성하에게 시선을 멈추시였다.

《전력공업부 부부장동무.》

태혁은 마치도 자기가 호명 받은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는 의자에서 풀기없이 일어서는 리성하의 옆모습을 근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동무들이 태천발전소와 안변청년발전소 2단계공사, 보천발전소문제를 제기하였는데 몇해면 완공할수 있습니까?》

《장군님, 적어도 4~5년쯤은···》

리성하의 얼굴이 삶은 가재처럼 붉어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없이 그를 지켜보시였다.

《동문 그동안 우리 인민이 이 엄혹한 난관을 참고 견디여낼수 있다고 생각하고있는게 아닙니까. 물론 우리 인민은 참고 견딜것입니다. 그러나 참고 앉아 견디는것은 피동입니다. 우리는 과감히 이 난관을 주동적으로 헤쳐나가야 합니다. 그러자면 결정적으로 전력문제를 풀어야 하며 그래야 놈들의 악랄한 경제봉쇄도 허물어버릴수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근엄한 안색을 띠우고 말씀을 중단하시였다.

수령님께서 미국의 전 대통령 카터와 만난 담화석상에서 명백히 천명하셨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하루도 제국주의자들의 제재를 받지 않은 때가 없다.

하지만 지금의 고립압살책동과 경제봉쇄는 그 악랄성에 있어서 세계력사상 전례를 찾아볼수 없다, 이전 쏘련을 비롯한 동유럽사회주의를 일조일석에 무너뜨리는데 재미를 본 놈들은 저들의 상투적인 수법에 우리도 의례히 말려들것이라고 망상하며 분별없이 날뛴다, 그러나 우리는 피동이 아니라 주동에서 놈들의 망상을 짓부셔버려야 한다.

《물론 우리는 큰 발전소들을 전망성있게 건설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놈들이 우리에 대한 제압을 강화하는 조건에서 오늘의 고난의 행군을 하루라도 앞당기면 앞당길수록 우리 혁명에 유리합니다. 당장은 대용량발전소건설에 투자할 자금도 없습니다. 동무들이 경수로에 기대를 걸고있는데 물론 그것도 받아내야 합니다. 적들이 그 무슨 선심을 쓰며 제공하는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응당히 받을것을 받지만 놈들은 교활하게 경수로건설도 질질 끌면서 못된짓을 하고있습니다.》

조국이 처한 어려운 실상을 그대로 헤쳐놓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의분을 금치 못하며 앞탁우의 두주먹을 꽉 움켜잡으시였다.

1993년 미제의 사촉하에 감행된 우리의 흑연감속로에 대한 핵사찰소동과 우리 당이 단호하게 선포한 국제원자력기구로부터의 탈퇴··· 그이께서는 그 격동적인 사변이 련이어 일어나자 세계가 들끓고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험이 극한점에 도달한 때의 일들이 다시금 떠오르시였다. 세계 유일초대국으로 자처하며 전횡을 부리는 미제의 오만무레한 요구에 순응하는가 아니면 사회주의조국의 존엄을 지켜 맞서싸우는가. 그 심각한 위기상황에서 미행정부가 보내온 담보서한은 우리의 정정당당한 자위적조치가 거둔 커다란 승리였다. 하지만 오늘에 와서 그 담보서한도 경수로건설의 지지부진으로 신뢰성을 잃고 우리를 질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있다. 미대통령 클린톤의 담보서한이 만천하에 공개된 후 경수로건설을 기본의제로 뉴욕과 베를린에서 개최된 조미간의 회담과 실무자급회담의 재개, 련이어 향산에서 있은 쌍방간의 실무자접촉도 유야무야되고 관례상 회담끝에 모여앉군 하는 연회석만 흥성거릴 때 케도가 2003년에 경수로를 완공하기로 도장을 눌렀지만 그때에 가봐야 안다, 경수로란 정치의 소산이 아닌가고 지껄여댄 경거망동한 발언은 놈들의 음흉한 지연술책을 그대로 파렴치하게 드러내보인것이였다.

그날 평양전력설계사업소의 로설계가 리경훈은 너무 분격한 나머지 《개새끼들! 네놈들이 우리 숨통을 조이려고 잔꾀를 부리지만 어림도 없다. 이 인디안족의 피를 빨아먹으며 살찐 흡혈귀들아!》라고 기염을 토했었다. 평양으로 돌아오는 승용차안에서도 울분을 억제하지 못하여 중풍 만난 늙은이처럼 팔다리를 후들후들 떨었다는 로설계가··· 잠시 가슴 아픈 회억에 잠기셨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결연히 말씀하시였다.

《적들이 속에 칼을 품고 제공하는 경수로보다 훨씬 더 위력한 발전소, 우리의것을 창조합시다. 동무들, 나는 일찌기 수령님께서 가르쳐주신것처럼 강하천이 많은 우리 나라의 실정에 맞게 전국도처에 중소형발전소들을 건설하여 현 시기의 긴장한 전력문제를 전군중적운동으로 풀자는 생각인데 어떻소?》

모두들 두눈을 크게 뜨고 그이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먹장구름을 불사르며 터져나오는 어마어마한 천둥소리라도 들은듯 한 놀란 표정들이였다.

《지금은 전력문제도 그렇고 이여의 모든 문제들도 하루속히 적들의 경제봉쇄를 헤쳐나가는데 목표를 두고 풀어야 합니다. 중소형발전소만 대대적으로 건설해도 우리는 방대한 량의 전력을 해결하는것으로 됩니다. 그렇게 하면 국가적으로 크게 투자하지 않고도 우리 경제와 인민생활을 한계단 급속히 추켜세울수 있지 않습니까?》

태혁은 눈앞이 탁 트이는것을 느끼며 부지불식간에 리성하의 얼굴에 얼핏 눈길을 보냈다. 그렇다. 바로 저것이다! 현 시기의 전력문제를 풀수 있는 비결도 자력갱생뿐이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수 있는 사람은 리성하부부장이 아닌가. 태혁은 그가 힘차게 일어나서 장군님앞에 신심에 넘친 답변을 드리기를 바랐다. 그런데 답답하게도 리성하는 가슴에 턱을 눌러박고 컴컴한 낯빛으로 옴두꺼비처럼 앉아있기만 했다. 무엇을 주저하는가? 무엇을!··· 태혁은 너무도 안타깝다 못해 리성하의 덜미를 잡아 일쿼세우고싶었으나 떡심이 풀려 그만 총리쪽을 돌아다보았다. 두손을 배허벅에 붙이고 일어난 총리가 그이께 점잖게 말씀올렸다.

《장군님, 적들의 악랄한 제재로 인민들에게 공급할 식량도 부족한 때에 저희들이 대용량발전소건설이요, 경수로요 하면서 현실성없는 공론만 벌린 일이 부끄럽습니다. 지금 한키로와트의 전력도 귀중한 때인데 정말 좋은 명안입니다. 장군님께서 방안을 내놓으신것처럼 자력갱생하여 중소형발전소들을 많이 건설하면 짧은 기간내에 현 시기의 긴장된 전력문제를 풀수 있다고 봅니다.》

총리는 전적인 찬동을 표시하고 나라의 경제사업을 책임진 일군의 심중한 태도로 중소형발전소건설과 관련하여 우려되는 문제도 첨부해서 말했다.

《한가지 우려되는 문제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1960년대에 어버이수령님의 가르치심을 받들고 전국적으로 중소형발전소들을 많이 건설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남아있는것이 별반 없습니다. 량강도에서는 대깜빠니야를 벌려 근 300개의 중소형발전소를 건설했지만 한해 홍수에 몽땅 파괴되고 다른 지방의 발전소들도 설비불량으로 거의나 사장되여있는 형편입니다. 한마디로 지난 시기의 중소형발전소건설이 크게 은을 내지 못했다는것입니다.》

《옳습니다. 총리동무가 아주 중요한 발언을 하였습니다. 지난 기간 우리는 중소형발전소들을 수많이 건설했지만 크게 덕을 보지 못했습니다. 평양시주변에도 미림갑문발전소와 명당발전소, 어부산발전소들을 건설하였는데 지금 돌아가는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때는 나라의 전력이 풍부한 시기여서 누구도 중소형발전소에 관심이 없었으며 우에서 건설하라니 한다는 식으로 마지 못해 되는대로 건설한데다가 관리도 온전히 하지 않아 몇해 써먹지 못하였습니다. 우리 일군들의 잘못이 큽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총리의 제기를 긍정하시면서 얼마전 스위스주재 우리 나라 대사에게 과업을 주어 그 나라의 전력실태를 료해하신 내용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시였다. 유럽의 지붕이라고 불리우는 스위스는 땅덩어리가 작지만 막대한 량의 전력보유국이다, 알프스산맥의 영구빙하를 리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그란드딕산스발전소는 세계적으로 제일 큰 수력발전소로 손꼽히는데 온 유럽의 첨두부하조절을 단독 담당한다, 이를테면 그 방대한 출력을 소유하고있는 수력발전소의 전력은 다른 나라에 비싸게 팔아먹고 국내에 필요한 평균전력은 눅거리로 사서 쓰는것이다, 그래도 스위스의 개인기업자들은 사서 쓰는 전력을 바라보지 않고 자체로 중소형발전소들을 만들어 거기서 생산되는 전력을 리용한다, 스위스의 중소형발전소들이 활발히 운영되고있는것은 기업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때문인데 우리 일군들은 국가에서 공짜로 보장해주는 전력만 풍족히 리용하다보니 중소형발전소는 있으나마나한것으로 우습게 여기고 망탕 건설하다가 집어던졌다고 하시며 의자에서 일어나 몇걸음 주단우를 거니시였다.

《나는 전국의 대용량수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들의 출력을 최대한 높이면서 중소형발전소들을 대대적으로 건설하여 우리 경제와 인민생활을 급속히 추켜세우자는것이요. 적들은 우리를 사면팔방으로 포위하고 덤벼들지만 천만에! 우리의 강력한 자립적민족경제의 토대가 있는데 무서울것이 없소. 중요한건 어디에다 중소형발전소건설의 시범을 창조하고 돌파구를 열어나가는가 하는것인데···》

김정일동지께서는 회의장을 쩌렁쩌렁 울리게 거침없이 내뿜던 열변을 멈추고 좌중을 둘러보시였다.

《어디다 선정할것인가! 자강도··· 자강도에다 시범을 창조했으면 하는데 어떻소? 동무들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태혁의 숱진 눈섭밑에서 갑자기 세찬 광채가 번뜩이였다. 한개 도의 지방당일군이 어떻게 이 협의회에 참가했는가고 생각했던 의문이 비로소 풀리며 정신이 버쩍 드는것을 느꼈다. 그렇다. 이것은 단순한 전력문제해결이 아니다. 적들이 우리를 붕괴시키려고 날뛰지만 지금 장군님의 예지속에서는 놈들의 악랄한 봉쇄책동을 저지파탄시키기 위한 거대한 작전이 준비되고있으며 조국의 운명을 판가리할 그 무거운 임무가 자강도당일군인 나에게 부과되고있지 않는가. 과연 내가 이 책임적인 과업을 감당해낼수 있겠는가? 의자의 팔걸이에 올려놓은 그의 손이 가늘게 떨리였다.

때마침 문성태비서가 정중히 일어나서 자기의 견해를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장군님, 자강도가 지대적으로는 발전소건설에 적중하지만 불리한 점이 훨씬 더 많습니다. 우선 고산지대의 령하 4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속에서 동기전투를 하게 됩니다. 자강도가 전국적으로 식량난도 제일 혹심하게 겪고있는 사정을 고려하여 보다 유리한 도를 선정했으면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른 일군들도 문성태비서의 의견에 공감하는 기색을 보이자 잠시 침묵을 지키시였다. 아무런 말씀도 없이 장내를 굽어보시는 그이의 시야에 엄숙한 자세로 회의장에 앉아있는 일군들 한사람 한사람의 얼굴이 번갈아 비껴들었다. 우선 정무원 총리로 말하면 광복후 왜놈들이 패주하며 파괴한 제철소복구에 헌신적으로 참가한 오랜 인테리,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시기 제2전선에 망라되여 적후투쟁을 했고 전후에는 제철소 기사장으로 용해공들의 앞장에서 고열속에 뛰여들어 로보수를 하다가 전신화상까지 당한 일군이다. 문성태비서의 생활경력도 마찬가지다. 철도공장출신, 조국해방전쟁시기 락동강전투에서 영웅적으로 싸운 문화부련대장, 세군데나 총탄이 뚫고나간 험상한 몸에 아직도 파편이 박혀있어 환절기면 고통을 당하는 일군이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오늘 협의회에 참석한 모든 일군들이 바로 그처럼 우리 혁명의 당당한 선대들로서 조국이 걸어온 지난 력사의 간고성, 3년동안의 가렬처절한 전쟁과 전후복구의 시련을 뼈속깊이 체험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오늘의 고난의 행군시기와 같은 전대미문의 고행, 참상들을 누가 당해본 사람이 있는가? 없다. 인생고초를 다 겪으며 살아왔다는 저 총리도 문성태비서도 우리 조국, 우리 인민에게 가혹하게 들씌워진 이런 고통, 이런 엄혹한 시련을 단 한번도 체험해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장군님자신께서도!··· 총리와 다른 일군들도 보다 유리한 지대에서 발전소건설의 시범을 창조하자고 주장할수 있지 않는가? 충분히 그럴수 있다. 그들이 고난의 행군시기 자강도와 같이 어려운 형편에서는 시범창조가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탓할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이번의 시범창조로 제국주의렬강들의 악랄할 봉쇄를 뚫고나갈 결사의 각오를 다지시는 김정일동지이시기에 그 순간 항일무장투쟁시기의 준엄처절했던 소왕청전투를 눈앞에 그려보시였다.

무서운 기근, 대오안의 변절자들이 준동하는 삼엄한 환경에서도 야차같이 달려드는 일제침략군과 싸워 유격근거지를 사수한 그 간고했던 전투는 철두철미 방어전이였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한 구역이 아니라 온 조국이 통채로 제국주의자들의 포위환속에 들어있다. 그것도 하나의 적이 아니라 우리의 붕괴를 노리며 덤벼드는 제국주의렬강들의 봉쇄, 세계적인 포위와 맞서 단독으로 싸우고있다. 과연 이 력사에 류례없는 적들의 악랄한 공세를 방어로 막으며 우리의 신성한 조국을 지켜낼수 있는가? 아니! 그이께서는 방어가 아니라 대담한 공격으로 이 저주로운 봉쇄를 짓부셔버릴 결심으로 자강땅에 시범을 창조하시려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태혁을 바라보시였다.

《태혁동무, 어디 한번 일어나서 자강도가 어떤 간고한 형편에 처하여있는지 말해보시오.》

태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군님께서는 이미 자강도에 중소형발전소건설의 시범을 창조할데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명하시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회의참가자들앞에서 자강도가 겪고있는 어려운 실상을 말할것을 요구하시는지 알수 없었다. 자기가 그 간고성을 강조하면 할수록 오히려 문성태비서의 의견에 타당성을 부여하게 될것이므로 태혁은 망설였다.

장군님의 의도가 무엇인가?··· 태혁이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는 착잡한 생각에 잠겨 얼른 대답을 못하는데 그이의 음성이 다시금 귀전에 뜨겁게 울려왔다.

《어서 말하오. 조금도 숨김없이 사실대로···》

태혁은 재차 장군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여서야 성문처럼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방금전 문성태비서동무도 말하였지만 지금 전국적으로 우리 자강도형편이 제일 곤난합니다. 도안의 공장들이 멎어서고 기술자, 기능공들이 영양실조로 쓰러지고 거리에서는 방랑아들이 돌아칩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전력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일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며칠전엔 도안의 800여개 지방산업공장들이 명줄을 걸고있는 전천탄광이 뜻하지 않은 침수로 생산이 중단되였지만 전력사정때문에 속수무책입니다.》

태혁은 도청년동맹산하의 천여명 돌격대원들이 달라붙어 전천탄광의 버럭더미에서 하루 2백톤의 《수집탄》을 채취하기 위한 전투를 벌리지만 손바닥들이 피투성이 되고 등짐으로 석탄을 나르느라 어깨의 살가죽이 벗겨진 상처자리에 석탄가루가 배여들어가 시커멓게 《석탄입묵》이 생긴 사실까지 렬거한 후 바지주머니안의 손수건을 꺼내쥐였다.

《이십대의 애어린 처녀들의 어깨에 〈석탄입묵〉이 생겼으나 밤낮없이 뛰여다니며···》

태혁은 뒤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슴벅이였다. 그가 손수건으로 눈굽을 훔치는 모양을 지켜보시는 김정일동지의 안광이 갑자기 뿌옇게 흐려지시였다.

그이께서는 기가 막혀 말씀을 못하시였다.

태혁은 코등으로 미끄러져내리는 안경을 추슬러올리였다.

《앉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침묵을 지키시였다.

과연 어느 고리를 건드려야 전국을 일떠세울수 있는가? 두말할것없이 전력문제부터 해결할 결심은 명확했지만 어디에 거점을 두고 돌파구를 열어나갈것인가 하는 문제에서는 엇갈리는 의견들이 제기된다. 그러나 벌써 며칠째 밤을 새우며 사색에 사색을 거듭해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침내 전국적으로 제일 어려운 형편에 있는 자강도를 돌파구로 선정하시였다.

자강땅, 바로 여기다! 그이께서는 자강땅에서 불꽃을 일으키기 위한 대용단을 드디여 내리시였다.

일제식민지통치의 암담한 시기 김형직선생님께서 《지원》의 큰뜻을 안고 자강땅의 중강을 거쳐 압록강을 건느시였으며 어버이수령님께서도 일찌기 어리신 나이에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자강땅의 험준한 령을 넘어 광복의 길에 오르시지 않았던가. 자강도는 그 뜻깊은 력사의 발자취가 력력히 찍혀있고 산천도 사람들도 대대로 만경대가문과 친숙해진 못 잊을 추억이 깃들어있는 고장이였다.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조국이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의 어려운 고비를 겪을 때에도 수령님께서는 자강땅의 고산진에 자리잡은 최고사령부에서 재진격의 전환적구상을 무르익히시였다. 가렬처절했던 포화의 나날 전체 인민군구분대장병들과 후퇴의 간고한 길에 올랐던 전국의 이름있는 학자, 명사들이 자강땅에 와서 최고사령관의 재진격명령을 받고 기쁨에 목메여 흐느껴울지 않았던가.

자강도는 우리 나라의 위력한 중요공업지대들이 산악처럼 일떠선 요새의 땅이기도 했다. 가장 혁명적이고 핵심적인 로동계급이 집중되여있지만 산세 험한 고산지대여서 땅은 제일 척박하다. 그런 땅마저 얼마 안되였다. 그래서 수령님께서는 늘쌍 자강도로동계급을 귀중히 여기며 국가적으로 식량을 풍족히 보장해주시였다.

지금은 그렇게 할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대에도 우리 혁명의 력사가 뿌리 내린 자강땅에서 고난의 행군의 돌파구를 열어나갈 대담한 결심을 품고 자강도당책임비서 강태혁을 당중앙위원회로 부르시였었다.

그이께서는 마침내 갈리신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자강도인민들이 전국적으로 제일 형편이 어렵소.··· 자강도로동계급이 그 난관을 이겨내며 중소형발전소들을 건설하면 그들보다 조건이 유리한 다른 도들에서도 얼마든지 자체로 발전소를 건설할수 있다는 신심을 가지게 되지 않겠습니까? 자강도의 중요공장들이 일떠서면 전국이 따라 일어설것 같지 않는가 말입니다.》

총리와 문성태, 다른 회의참가자들도 일시에 놀란 얼굴을 쳐들고 그이를 바라보았다.

태혁은 너무도 큰 충격을 받고 자기 몸이 의자에서 공처럼 튀여나는 착각을 느꼈다. 그는 부지불식간에 의자의 팔걸이를 꽉 눌러 잡았다.

그이께서는 자강도로동계급에게 돌파의 무거운 과업을 맡기시는 괴로움을 자신의 깊은 내심속에 묻어두고 저력있는 음성으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굶주림과 추위, 고산지방의 사나운 눈보라··· 자강도형편은 매우 어렵소. 최악의 조건이라고 할수 있지. 나도 자강도보다 유리한 지대를 선정하고싶습니다. 장마철에 불어난 저수지의 물도 뚫고나가기 헐한 엷은 동을 터치고 빠져나가는것이 일반적인 자연현상입니다. 인류가 수만년의 장구한 력사와 더불어 겪어온 각종 형태의 전쟁, 현대전의 경우에도 그러한 법칙은 마찬가지로 적용되였습니다. 포위환속에 들어간 군사가 피를 적게 흘릴수 있는 유리한 지점을 돌파구로 정한다는것을 의심할 사람이 있습니까. 2차세계대전시기 900일동안이나 히틀러군대의 무서운 봉쇄를 당한 레닌그라드방위자들도 적들의 력량이 약한 라도가호의 빙상도로를 개척하고 구출되였습니다. 그렇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조국의 운명문제를 두고 깊은 사색을 펼치면서 다시금 발길을 멈추시였다.

《우리는 그 어떤 가슴 아픈 희생을 치르는 한이 있어도 방어가 아니라 공격! 쉬운 길이 아니라 힘든 길을 택해야만 적들의 악랄한 포위를 뚫고나갈수 있습니다. 자강도로동계급이 최악의 조건을 박차고 돌파구를 열어제껴야 가까운 시일안에 전국을 일떠세울수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아픈 마음을 누르시듯 억세게 꽉 틀어잡으신 주먹을 가슴앞으로 힘있게 내리그으시였다.

자강도의 최악의 조건에서 뚫고나갈 고난의 행군의 돌파구! 바로 그것이 장군님의 공격정신, 장군님만이 내리실수 있는 용단과 담력, 강의하신 장군님의 성격임을 절감한 일군들은 모두 경탄을 금치 못하며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흥분된 낯빛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문성태가 이젠 장군님의 의도를 똑바로 알게 되였다고 격정에 넘쳐 말씀 올렸다. 모름지기 총포성이 울리지 않는 이 준엄한 싸움에도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과 희생이 동반될것이다. 장군님께선 어떤 가슴 아픈 결심을 하셨는가. 하지만 혁명의 준엄한 요구이기에 일신의 괴로움을 억누르고 자강도인민들에게 힘겨운 전투과업을 맡기시는 장군님께선 가슴속 쓰린 마음을 묵새기시듯 몇걸음 천천히 거닐다가 문득 발길을 멈추며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동무들, 다른 의견이 없습니까?》

뜨거운 열정이 파도치는 김정일동지의 말씀에 무한히 격동된 일군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우렁찬 박수로써 찬동을 표시하였다. 협의회를 결속하신 그이께서는 서기실장을 통해 태혁을 곧 자신의 집무실로 부르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