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3

 

 

제 1 장

3

 

원동 바쯔꼬예훈련기지

세상에 그닥 알려지지 않은 원동의 바쯔꼬예훈련기지는 하바롭스크의 동북방 75키로메터 떨어진 아무르강가에 자리잡고있었다. 아무르강은 훈련기지의 북쪽변두리에서 동쪽을 향하여 느리게 흘러가고있었는데 지금은 얼음과 눈에 묻히여 흰띠처럼 보이였다. 흔히 아무르강을 끼고있다는데로부터 《A야영》이라 불리우기도 했다. 아무르강의 첫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였다. 그런가 하면 먼 남쪽 워로쉴로브근처의 오께얀스까야훈련기지보다 북쪽에 있다고 하여 《북야영》이라 부르기도 했다.

훈련기지의 서북쪽 강복판에는 자그마한 섬이 있었다. 여름이면 버드나무들이 무성한 숲을 이루어 아름다운 경치를 펼쳐놓기도 하는 섬이다. 부대가 여름철 수영훈련이나 도하훈련을 할 때면 대개 그 섬까지를 목표점으로 삼군 했다.

강건너 아득한 저 멀리에는 동남쪽으로 뻗어간 산줄기가 허연 륜곽을 희미하게 드러내고있었다. 아무르주와 하바롭스크주의 경계를 이루는 산줄기이다. 산줄기에서는 수많은 구릉성지맥들이 이쪽으로 연줄연줄 물결쳐 다가오다가 슬며시 멈춰서버렸다. 아무르강과 구릉들사이에는 무연한 대지가 가로놓여있는데 거기로는 철도가 지나갔다고 한다.

훈련기지의 남쪽변두리에는 도로가 있었다. 하바롭스크와 신생도시인 꼼쏘몰스크-나-아무레를 련결하는 도로였다. 그너머에도 크고작은 구릉들을 거느린 암바니산줄기가 동서방향으로 길게 가로누워있었다.

행정구역상 훈련기지는 하바롭스크주의 바쯔꼬예군에 속하며 군소재지와는 4키로메터정도 사이를 두고있었다. 이곳의 산천이 하도 수려하고 공기가 맑아서 원동사람들은 한때 료양소까지 앉히려고 했다는 말도 있었다.

원래 조선인민혁명군부대는 원동으로 들어온 다음 이곳이 아니라 워로쉴로브근처의 오께얀스까야훈련기지에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8월 국제련합군이 조직되자 오께얀스까야훈련기지에서 670키로메터나 떨어진 바쯔꼬예훈련기지로 옮겨앉았던것이다.

지금은 정초의 무서운 혹한계절이였다. 극심한 추위로 때없이 아무르강의 얼음장들이나 수림속의 이깔나무들이 쩡쩡 터갈라지군 하는 이 겨울이야말로 견디기 조련치 않았다.

군정간부회의준비로 긴장한 시간을 보내다가 잠시 사령부밖에 나와 거니시는 김일성동지앞으로 키가 꺽두룩한 쏘련군대좌가 다가왔다. 그는 쏘련원동전선군사령부의 정보일군이였다.

김일성동지, 새해를 축하합니다.》

《아, 루이진동지.》

김일성동지께서는 루이진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시였다.

《루이진동지 역시 새해에 건강하고 일이 잘되기를 바랍니다.》

김일성동지, 봉황산무전소가 드디여 개설되였습니다.》

《그거 반가운 일입니다. 자, 추운데 어서 들어갑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루이진과 함께 사령부로 들어가시였다. 사령부는 바깥과 달리 후끈후끈 더웠다. 무쇠난로안에서 불담센 봇나무토막들이 기세좋게 타번지고있었다.

루이진이 성급히 말을 꺼냈다.

《난 우리 무전소의 설치를 도와주신 김일성동지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랄게 있습니까. 공동의 원쑤를 때려부시기 위한 싸움에서 우리와 쏘련동지들이 서로 도와주고 도움받는 일이야 의례히 있을수 있는 일이지요. 어서 앉으십시오.》

《그렇지도 않지요.》

루이진은 걸상에 앉으며 말했다.

《우리에 비하여 훨씬 조건이 어려운 조선동지들한테 부담만 끼쳐드리고있는 나로서는 호상 도와주고 도움받는다는 말을 내비치기가 무엇합니다. 봉황산무전소도 조선동지들이 아니였다면 도저히 성사될수 없었지요.》

루이진이 감사를 표시할만 하였다. 그는 조선의 원산일대에 자기의 정보망을 가지고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련락이 끊어졌다. 루이진은 이 문제의 해결방도를 찾다못해 김일성동지를 찾아와 사연을 설명드리고 방조를 요청했다. 그만큼 그이에 대한 신뢰가 컸기때문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기꺼이 루이진의 요청을 받아들이시였다. 그리하여 원산의 혁명조직을 발동하여 쏘련의 정찰소조를 측면에서 료해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알고보니 쏘련의 정찰소조는 건재해있었다. 다만 무전기가 고장나서 본부와의 련계를 가지지 못하고있었을뿐이였다.

그런데 그 정보망이 다시 본부와의 련계를 회복하는것은 새 무전기를 가진다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였다. 일제놈들이 원산요새를 강화하면서 새로운 무전전파탐지소를 설치했던것이다. 그래서 김일성동지께서는 원산과 가까우면서도 차페조건이 좋은 안변의 봉황산에 그들의 무전소를 설치하도록 자리도 정해주고 온갖 편의를 도모해주도록 하시였다.

김일성동지, 봉황산무전소를 공동으로 리용하자는걸 제의합니다.》

루이진은 무엇인가 보답을 하고저 하는 자기의 심리를 드러내놓았다.

《우리 동무들도 그 무전소를 쓰게 하자는것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봉황산은 원래 조선동지들이 무전소를 설치하려던 자리라던데··· 우리도 인사가 있어야 할게 아니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사실 원산일대에 금방 파견된 우리 무전수는 아직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있습니다. 봉황산무전소를 공동으로 리용할수 있다면 우리는 중부조선일대에 새 무전소를 공짜로 얻는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저도 김일성동지께 얼마간이나마 보답을 하는셈이군요.》

루이진의 슬라브계통사람다운 굵직굵직한 얼굴선은 만족한 웃음으로 부드러워졌다. 김일성동지와 루이진대좌와의 친분은 매우 깊었다. 몇년전 원동의 훈련기지로 들어온 김일성동지께서는 첫시기부터 조선인민혁명군과 쏘련의 원동전선군과의 공동정찰문제를 두고 루이진대좌와 자주 만나군 하시였다. 하지만 루이진과의 친분관계는 매우 순탄치 않은 로정을 거쳐 맺어지고 깊어졌다고 말할수 있었다.

처음에 루이진은 김일성동지앞에서 매우 불미스러운 행동거지들을 발로시켰다. 그는 조선인민혁명군성원들을 원동전선군의 정찰부대에 흡수시키려고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하는가 하면 국제당의 이름을 걸기도 하였다. 지어는 오백룡소부대와 같이 개별적으로 국경을 넘어오는 성원들을 김일성동지의 승낙을 받았다는 속임수까지 써서 데려가기도 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사실을 두고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것을 루이진에게 여러차례 좋은 말로 타일러주시였다. 그러나 루이진을 비롯한 쏘련측의 정보일군들은 좀체로 그런 놀음을 버리려 하지 않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더이상 참을수 없으시였다.

《루이진동무, 어째서 당신들은 우리 사람들을 빼돌려가는거요? 이게 원동전선군사령부의 지시요?》

《아니, 그런게 아니라 저 사실은···》

《당장 빼돌려간 우리 사람들을 돌려보내시오. 만약 당신들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우린 결정적인 대책을 취하겠소. 나는 우리 부대를 당신네 군대의 부속물로 만들려는 사소한 시도도 허용할수 없으며 또 이런 식의 련합이라면 다 걷어치우고말겠다는것을 말해두오.》

이 엄한 질책앞에서 루이진은 몹시 당황해하였다. 자기네가 저지른 비도덕적인 행위가 돌이킬수 없는 후과를 빚어낼수 있다는것을 알아차린 모양이였다. 그래서 진심으로 잘못했노라고 사죄하였다.

루이진은 신의를 지키는 사람이였다. 두번다시 이전같이 불미스러운 일을 되풀이하지도 않았으며 다른 동료들한테도 그렇게 못하도록 하였다. 대신 조선인민혁명군부대에 의거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해결할수 없는 일이 생기면 김일성동지를 찾아뵙고 허심하게 도움을 요청하군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매번 그의 요청을 다 받아주시였다. 또한 각지의 혁명조직들을 발동하여 위기에 처한 루이진의 정찰소조들을 구원해주신적도 한두번뿐이 아니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김일성동지와 루이진의 친분관계가 날을 따라 두터워졌던것이다.

김일성동지, 기쁜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루이진은 새 화제를 꺼냈다.

《오백룡별동대가 라진요새사령부의 내부정찰에 성공했습니다. 확실히 오백룡동진 타고난 정찰능수의 기질을 가지고있는것 같습니다.》

《정찰능수의 기질보다 그한텐 명령이라면 무조건 집행하고야마는 기질이 몸에 푹 배여있다고 할수 있지요.》

김일성동지께서는 별동대에 나가있는 오백룡의 모습을 그려보시였다. 1940년 가을부터 내내 사령부와 떨어져 지내는 오백룡이였다.

루이진이 말했다.

김일성동지에 대한 그의 충실성이라면 우리도 대단히 탄복합니다. 그런데 성미만은 정말 보통 아니더군요. 내 그한테 닥달을 받던 일을 생각하면···》

《루이진동지가 그한테 닥달을 받았단 말입니까?》

루이진은 두손을 벌려보이며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내가 그를 우리 정찰에 꾀여간지 얼마 지나서였습니다. 하루는 긴급통보를 받았지요. 오백룡별동대가 매우 중요한 특수정보를 입수했는데 꼭 나한테 직접 알려주겠노라 한다는것입니다. 난 만사를 제쳐놓고 뽀씨에트기지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정작 만나보니 <특수정보란 별게 아니다. 이번에 난 조선으로 갔다가 우리 사령부에서 파견한 국내정치공작소조를 만났다. 그래서 당신이 우리 사령관동지의 이름을 걸고 나와 나의 소부대를 꾀여다 자기네 리용물로 만들어버린 범죄행위도 알게 되였다.> 하며 선불맞은 곰처럼 펄펄 뛰는데 아참,··· 말하자면 (특수정보)라는 미끼로 나를 유인해다가 결산을 치르는셈이였지요. 난 그때 정말 무척 진땀을 뺐습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사죄도 하고 오백룡동지일행을 안내하여 오께얀스까야훈련기지로 가게 된거랍니다.》

《허허, 난 여태껏 그런 내막은 몰랐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날 있었던 오백룡과의 상봉을 생각하시였다.

오백룡은 사나이의 울음을 터뜨리며 그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는 오래도록 어깨를 들먹이였다.

《오백룡인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거짓이나 속임수를 싫어하고 변심을 모르는게 오백룡의 본태이지요. 그래서 내가 그를 몹시 아끼는거랍니다.》

《하지만 김일성동지께선 우리의 불손한 행위를 질책할 대신 오백룡일행을 다시 별동대로 보내주셨지요. 그때의 충격이란 참··· 그리고 김일성동지···》

루이진이 갑자기 화제를 돌리였다.

《필요하다면 조선국내나 만주의 우리 무전소들을 공동으로 리용할수 있습니다.》

대단한 선의라고 할수 있었다. 정보일군이 적후에 설치한 비밀무전소를 남과 같이 리용할 결심을 내린다는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또 그것은 루이진이 혼자서 결심을 내릴 일도 못된다. 모름지기 쏘련측에서 이와 같은 용단을 내릴 때는 자기나름의 타산이 서있을것이다. 분명 루이진은 김일성동지께서 선뜻 대답하기 힘든 부탁을 안고온듯 하였다.

《쏘련동지들이 자기의 무전소를 함께 리용하자고 하는데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필요한 때엔 도움을 청하지요.》

《아무때건 말씀만 하십시오. 상급하고도 토론이 있었습니다. 저 그런데 김일성동지, 또 한가지 도움을 받을 일이 있는데···》

《별동대원들을 더 달라는거겠지요?》

《예? 아니, 그걸 어떻게···》

루이진은 옆구리를 찔리운 사람처럼 흠칫 고개를 쳐들었다. 자기가 몹시 바재이며 꺼내기 저어하는 부탁을 김일성동지께서 앞질러 말씀하시자 깜짝 놀랐던 모양이다.

《사실은 그때문에 왔습니다. 최근 원동전선군에서 적지 않은 군관들과 하사관들이 또 서부전선으로 조동돼갔습니다. 정찰부대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우리한테 일본관동군 1방면군의 본거지인 목단강시에 대한 집중적인 정찰을 벌리라는 과업이 떨어졌습니다. 이 과업을 수행하자니 아무래도 경험많은 조선동지들이 열명정도는 더 있어야 하겠기에···》

《허허, 루이진동진 우리 부대를 전부 공동정찰을 위한 별동대로 만들 작정이 아닌가요?》

《아니, 그런건 아니구···》

루이진은 당황해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지금껏 그는 공동정찰이라는 이름을 걸고 많은 조선인민혁명군 성원들을 데려갔었다. 하기에 이제 더는 별동대인원을 달라고 손을 내밀 체면도 없을것이다.

《하도 사정이 딱해서 또 왔을뿐입니다.》

《우리 안길동무를 만나봤습니까?》

《예, 물론 만나봤습니다. 헌데···》

루이진은 뒤말을 얼버무렸다. 안길을 만나서 간청해봤으나 별로 소득을 보지 못하고 여기로 찾아온것 같았다.

《저, 김일성동지···》

갑자기 루이진은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이렇게 말했다.

《방금 한 요청을 철회하겠습니다.》

《철회한다구요?》

《그렇습니다. 별동대의 공동정찰도 중요하지만 조선동지들한테야 군사정치간부를 육성하고 소부대활동을 잘하는것이 더 중한 일이 아닙니까. 그런데 이미 숱한 인원들을 데려간 우리가 제 사정만 내세우면서 또 왔으니 지내 무리한 행위지요.》

《루이진동지도 이제는 우리 사정을 잘 아는군요.》

김일성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그렇게 리해해주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 형편을 다 알면서도 또 찾아온 루이진동지의 사정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가서 기다리십시오. 내 안길동무랑 우리 지휘성원들과 다시 토론해보겠습니다.》

《아니, 그럼?···》

루이진의 두눈이 갑절로 커졌다.

《정말로 우리의 요청을 들어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어려울수록 더 잘 도와주고 도움받는것이 국제련합군의 단합을 강화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김일성동지, 그 도량에 정말 머리가 숙어집니다.》

루이진의 감동은 대단히 컸다. 그는 어려운 처지에서 아무런 사심도 없이 자기네를 도와주시는 김일성동지께 거듭 사의를 표하였다. 루이진이 나간 뒤 얼마 안있어 통신중대의 용석이가 조심스레 들어와 보고했다.

《김책동지한테서 무전이 왔습니다.》

《김책동무한테서?》

《저, 박길송동지가 중상을 입고 적들에게 체포되였다는···》

《뭐요?》

김일성동지께서는 가슴이 철렁하여 급히 전문으로 손을 가져가시였다.

암호풀이가 되여있는 전문은 퍼그나 길었다.

《사령관동지 앞.

며칠전 박길송소부대가 포위에 들어 큰 손실을 입었음. 여러명의 희생자가 나고 대원들을 엄호하던 박길송은 중상을 입은채 적들에게 체포되였음. 적들의 <토벌>이 극심해지는 조건에서 일부 지휘관들은 안전한 지역으로 옮겨가 겨울동안 소부대활동을 중지하자는 의견을 제기하고있음. 사령부의 지시를 기다리겠음. 김책》

김일성동지께서는 전문을 천천히 책상우에 내려놓으시였다.

《박길송이가 그렇게 되다니···》

찌르는듯 한 상실의 아픔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박길송이! 왕청시절 그이께서 애지중지 아끼며 키워오신 귀중한 전사, 2차북만원정때 열여섯살의 현 아동국장 박길송은 장군님을 따라가겠노라며 무던히도 떼를 썼었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박길송을 설복하여 라자구공작임무를 맡겨주시였다. 라자구공작중 박길송은 변절자의 밀고로 경찰놈들에게 체포되였다. 무서운 고문과 회유 또 고문··· 허나 박길송은 굴하지 않았다. 생명이 위급하게 되여 보석으로 일시 놓여나온 박길송은 만신창이 돼버린 몸도 아랑곳 않고 분연히 김일성동지를 찾아갈 결심을 굳혔다. 그리하여 끝내 탈출하여 모진 고생끝에 북만까지 가닿고야말았다. 허나 그때는 이미 김일성동지께서 북만원정을 끝내고 백두산쪽으로 나가신 뒤였다. 박길송은 북만부대에서 치료를 받고는 그대로 눌러앉고말았다. 그후 박길송은 3로군의 한 지대장으로 온 북만땅에 이름을 크게 떨치여왔다. 그런 그가 사령부의 부름을 받고 원동의 훈련기지로 떠날 준비를 하다가 불행을 당한것이다.

《참 분한 일이요.》

《···》

《박길송이까지 잃었으니 김책동무의 마음고생이 클거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전문을 다시 읽으시였다. 그 한자한자의 글자를 통하여 북만소부대들의 어려운 형편과 김책의 고충을 다 꿰뚫어보실수 있었다.

문득 김책이와 처음 만나던 때의 일이 생각나시였다.

1940년말 그이보다 한발 먼저 하바롭스크에 가있던 김책은 당장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될만큼 병이 심했다. 그러나 그는 한사코 입원을 거절했다. 병원침대에서 어떻게 김일성동지를 만나겠느냐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는 한시간이 멀다하게 전령병을 원동전선군사령부로 보내여 그이의 도착소식을 알아보군 했다.

뒤미처 하바롭스크에 도착하여 이 사실을 보고받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만사를 미루어놓고 김책이부터 찾으시였다.

《김책동지!》

김일성동지!》

뜨거운 포옹, 뜨거운 숨결··· 그때의 기쁨과 감격은 얼마나 컸던가.

《김책동지, 우린 처음 만났는데 아주 구면같습니다.》

《저도 역시··· 그렇습니다.》

김책은 격정의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목멘 소리로 떠듬거렸다.

《김사령을 만나는 길이 왜 이다지도 멀었는지···》

《나도 늘 마음속으로 김책동지를 그리워했습니다.》

《장군님.》

갑자기 김책은 정중한 자세로 말했다.

《장군님, 저는 오래전부터 장군님을 조선혁명의 령도자로, 조선의 진짜 장군으로 받들어왔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장군님휘하에서싸우겠습니다.》

《아니, 이러지 마십시오. 김책동지야 나보다 나이도 9년이나 이상이고 또 혁명년한도 오랜데···》

《장군님, 예로부터 장군이 군졸을 거느린다고 하였습니다. 군졸한테 무슨 나이가 필요합니까. 저는 장군님의 령을 받드는 군졸이 되고 장군님의 전사, 제자가 되겠습니다. 그러니 꼭 동무라 불러주십시오.》

북만성당의 책임자이며 제3로군 정치위원인 김책의 말은 너무나도 진실하고 절절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진심을 터치시였다.

《정 소원이 그렇다면 좋습니다. 우리 혁명의 길에서 뜻을 같이하고 생사를 같이하는 혁명동지가 되여 조국의 광복과 인민의 자유, 해방을 위해 힘껏 싸웁시다. 김책동무!》

《장군님!》

또다시 이어지는 포옹의 격정···

그날의 김책은 지금 먼 북만의 전장에서 위탈까지 도진 몸으로 악전고투를 하고있는것이다.

《회답전문을 보내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천천히 전보문을 불러주시였다.

《김책동무앞.

병치료에 특별한 관심을 돌리며 닷새에 한번씩 그 정형을 보고할것. 이상이요.》

《아니?···》

목책을 꺼내들고 회답전문을 받아쓰던 용석이 의아해서 고개를 쳐들었다. 김책이 기다리는 회답전문은 그것이 아니였던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동안 묵묵히 앉아계시다가 말씀을 떼시였다.

《래일 군정간부회의를 한 다음 다시 전문을 보내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