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2

 

 

제 1 장

2

 

원동 바쯔꼬예훈련기지

1943년 1월

 

밤이다. 자정도 퍽 지났다. 하늘에는 한쪽모서리가 닳아버린 달이 광야의 등불처럼 높이 걸려있었다. 차거운 달빛을 안은 눈벌판으로 길다란 행군대오가 시내물처럼 흘러가고있었다. 완전무장을 갖추고 백포로 위장한 스키부대였다. 원동의 훈련기지에 와있는 조선인민혁명군부대가 야간강행군훈련을 하고있는중이였다.

밤의 대기는 아주 맵짰다. 원동의 정월이라면 어방없이 독한 추위를 시위하는 계절이다. 바늘같은것들이 쉼없이 얼굴을 콕콕 찔러댔다. 숨가삐 스키를 밀고나가는 대원들의 입가에서 쏟아져나오는 입김은 마치 은빛의 비자루처럼 보이였다. 바람이 잠을 자고있는것만도 천만다행이라고 할수 있었다.

대오의 행군질서를 살펴보던 김일성동지께서는 두손에 갈라쥔 지팽이에 우쩍 힘을 주시며 뒤쪽으로 스키를 지쳐나가시였다. 백포자락을 세차게 날리시는 그이의 입가에서도 흰 김이 펄펄 흩날리였다.

대오를 거슬러 한동안 스키를 몰아가던 김일성동지께서는 갑자기 속도를 늦추시였다. 잔등에 류달리 큰 짐을 진 대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시였다. 무전기를 짊어진 무선통신중대 제2소대의 행렬이였다.

소대의 중간에는 난데없는 눈썰매가 끼여있었다. 사람을 태운 눈썰 매였다. 앞에서 두사람이 노끈을 갈라잡고 썰매를 끌고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들앞에서 스키를 멈추시였다.

《웬일이요? 환자가 생겼소?》

《아니, 사령관동지께서···》

썰매가 멎어섰다. 썰매를 끄는 사람들은 리용석이와 또 한명의 대원이였다. 그들도 잔등에 커다란 무전기를 짊어지고있었다.

용석이가 사연을 보고드렸다. 행군중에 녀대원 김철호가 넘어지면서 발목을 풀쳤다는것이다.

《철호동무가?···》

김일성동지께서는 무전기배낭을 안은채 썰매우에 앉아서 고개를 쳐들지 못하는 김철호를 내려다보시였다.

《랑군님과 크게 싸움을 한게로군. 그렇찮구서야 헛눈을 팔리가 없겠는데··· 안 그렇소, 철호동무?》

《예, 그런 일이 있었는데 제가 이겼습니다.》

김철호가 털모자를 푹 눌러쓴 머리를 쳐들며 밝게 웃었다.

모두들 유쾌하게 웃음을 터치였다.

김철호의 랑군님인 최현은 지금 1중대와 함께 대오의 선두에 가있는데 안해가 발목을 풀친 사실은 알지 못할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웃음이 가라앉자 걱정스레 물으시였다.

《발목을 몹시 상했소?》

《용석동무가 발목뼈를 제자리에 맞춰넣었는데 좀더 안정을 해야한다구 해서···》

《썰매끈을 이리 주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용석의 손에서 썰매끈을 넘겨받으시였다.

썰매는 눈우로 아주 잘 미끄러져갔다.

《행군도중에 썰매를 빨리 만들어냈구만. 용석동무의 솜씨요?》

《예, 죄꼬만 손도끼로 길가의 봇나무를 찍어서 대충 만들었는데···》

《그건 괜찮아.》

김일성동지께서는 대견하게 용석을 돌아보시였다.

《이런 때는 대개 들것에다 환자를 싣고가기마련인데 썰매생각을 해냈다는게 기발하거던.》

《뭐 그쯤한거야···》

용석은 좀 뻐기는듯 한 웃음을 날리였다. 소년중대를 거쳐 사령부전령병으로 여러해나 지낸바 있는 용석이였다. 어제날의 애숭이꼬마가 이제는 키꼴도 늘씬하고 목소리도 굵직한 대장부로 자랐다.

지금의 용석은 전장에 나가면 펄펄 나는 싸움군으로 소문났고 어려운 적후공작임무도 어김없이 수행하군 하는 록록치 않은 대원이다. 재작년에도 그는 적요새구역정찰을 나갔다가 여러군데 부상당했으나 주저앉지 않고 끝내 귀중한 정찰자료를 가지고 돌아왔었다.

그때 의식을 잃은 그를 두고 다시 살아날수 있으리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총상이 심한데다 너무 피를 많이 흘린 까닭이였다. 그러나 김일성동지의 특별한 관심속에서 기적같이 다시 소생한 그는 오래동안의 치료를 받고 돌아와서는 통신중대에 배치되였다. 거기서 허약해진 몸도 추세우며 무전기술을 익히게 하기 위해 취하신 조치였다. 국제련합군적으로 본보기대원이라는 평판을 가지고있는 용석이였지만 김일성동지앞에서는 아직도 그전날의 응석받이습성을 곧잘 드러내군 했다.

《사령관동지, 저도 인젠 몸이랑 다 추섰는데 기본중대로 보내주십시오.》

《왜? 무전기술을 배우는게 싫중났나?》

《그런게 아닙니다. 전 인젠 분당 타전능력을 최우수수준으로 올렸습니다.》

《저런! 최우수수준이란 말이지?》

김일성동지께서는 저으기 놀라시였다. 용석이가 통신중대에 가서 무전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것은 별로 오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최우수생의 능력을 갖추었다니 용석이가 평소에 이악하게 훈련을 했다는것을 의미했다.

《그뿐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썰매우의 김철호가 말했다.

《용석동문 중대장의 직무수행능력을 완전히 터득했습니다.》

《중대장의 직무? 이거 정말 용석일 다시 보게 되는구만.》

김일성동지께서는 또 한번 놀라운 눈길로 용석을 돌아보시였다.

몇달전 소대장의 직무를 수행하는 전술훈련때만 해도 적지 않은 허점을 드러내던 용석이였다. 그가 이제는 중대장의 직무수행능력까지 완전히 터득했다니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이였다. 사실 일반대원이 정규군의 중대장능력을 갖춘다는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긴 용석동무가 우리 혁명군의 우등불맛을 들인지도 이젠 7년이나 됐지. 그럼 어디 한번 시험을 쳐볼가?》

《준비돼있습니다. 》

《좋아, 정황을 주지.》

김일성동지께서는 뜻있게 미소를 지으시였다.

《우린 새벽에 한 무명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술훈련을 하게 되오. 고지에는 증강된 적군대대가 요새화된 방어진을 구축해놓았소. 고지의 앞에는 나무 한그루 없는 개활지대이고 왼켠과 후면은 발을 붙이기 힘든 절벽이요. 다만 오른쪽에만 울창한 수림지대가 있을뿐이요. 우린 이 고지를 단숨에 점령해야 하오. 동무에게는 세개의 보병중대와 한개의 공병소대 그리고 무선통신분대가 배속되여있소. 어떡할 작정이요?》

《아니 그거야 대대가 아닙니까?》

《1차공격전에서 대대장과 참모장이 중상을 당했소. 그러니 중대장이 대대를 지휘할수밖에 없지.》

용석은 말없이 스키를 지쳐나갔다.

썰매도 고르롭게 끌려왔다.

《대답하겠습니다.》

용석의 목소리는 좀 긴장해진듯 했다.

《저는 먼저 수림지대인 오른켠에서 한개 중대력량으로 허위공격을 진행하겠습니다.》

그쪽에 적들의 화력배치가 밀집되여있으리라고 타산했기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그는 고지후면의 절벽으로 습격조를 침투시키겠노라 했다. 허위공격중대와 습격조에는 무전수를 각각 배치하여 전투정황을 항시적으로 장악할 의도도 표명했다.

《허위공격과 습격조의 배후타격으로 놈들이 혼란에 빠질 때 주력은 스키로 개활지대를 벼락같이 뚫고나가 고지를 단숨에 타고앉자고 합니다.》

《그럴상싶긴 한데··· 허점이 많아.》

김일성동지께서는 고개를 저으시였다.

《허위공격과 습격조의 배후타격을 조직하고 전투단위들에 무전수를 배치하여 모든 정황을 장악하겠다는건 좋소. 하지만 주력부대의 정면공격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심사숙고할 여지가 있지 않을가? 만약 적의 방어진지에 기관총화점이 두세개만 있으면 공격부대는 많은 희생을 내든가 좌절당할수 있거던.》

《제 그 생각을 미처···》

자기의 작전방안에 허점이 많다는것을 지적받은 용석은 실망으로 기가 눌린듯 했으나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전투조직을 다시 하겠습니다.》

그는 두눈을 영민하게 깜빡이더니 얼마후에 다시 대답하였다.

《허위공격을 하는 사이에 주력은 소대단위로 개활지대의 여러곳에서 일제히 눈굴을 파고 고지까지 접근하자고 합니다. 요즘 원동의 눈쌓임층이 2~3메터인만큼 눈굴을 얼마든지 뚫을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적의 방어전연에 이르면 공병분대가 철조망과 지뢰를 해제한 다음 일시에 고지로 돌격하여 점령할수 있습니다.》

《머리가 빨리 도는군.》

김일성동지께서 만족하여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눈굴생각을 해낸건 아주 멋있소. 대대장이라면 적의 장점과 약점도 잘 알고 주변의 지형지물의 특성도 완전히 파악해야 거기에 알맞는 전법을 찾아낼수 있는거요.》

《사령관동지, 전 이제부턴 대대장의 직무수행을 목표로 내걸 작정입니다.》

《그게 사실이요?》

《예, 1년안으로 무조건 해내겠습니다.》

용석의 입가에서 펄펄 흩날리는 입김이 더 세차졌다.

《사령관동지, 믿어주십시오. 》

《믿어야지. 아무렴 용석동무가 빈소리를 할라구. 하지만 알아두라구.》

김일성동지께서는 짐짓 엄하게 오금을 박으시였다.

《대대장의 직무수행을 목표로 내세운 용석이가 장하긴 하지만 그보다 훨씬 앞서나간 사람들도 많다는걸 말이요. 우리가 늘 본보기지휘관으로 내세우며 잊지 못해하는 오중흡동문 입대후 평대원으로부터 련대장까지의 성장기간이 불과 다섯해밖에 안돼. 최현동무도 4년만에 련대장이 됐구. 낫놓고 기윽자도 모르는 까막눈이던 오백룡이나 최춘국동무들도 그렇구··· 헌데 입대년한이 7년이나 되는 용석이가 이제야 대대지휘를 목표로 내건다는건 너무 늦었어. 혹시 아직도 자기를 소년중대 대원이나 전령병처럼 여기는거야 아닐테지?》

《사령관동지, 제가··· 하여튼 그 봉창을 꼭 해내겠습니다.》

《그건 결과를 놓고 평가해보자구.》

김일성동지께서는 썰매끈을 다시 용석에게 넘겨주고는 씽- 스키를 앞으로 지쳐나가시였다. 민첩하고 절도가 있으면서도 매우 유연한 몸놀림이시였다. 마음도 무척 가벼워지시였다.

용석이가 이젠 룡이 됐거던. 그가 병약한 몸을 빨리 추세웠을뿐 아니라 높은 무전술과 함께 중대지휘능력을 완벽하게 갖추고 대대지휘능력까지 목표로 삼고있다는것이 무엇보다 기쁘시였다. 원래 김일성동지께서는 훈련기지의 지휘성원들과 대원들에게 한두등급이상의 지휘능력을 갖출것을 강조해오시였다. 그런데 용석은 벌써 세등급의 목표를 돌파하고 또 더 높이 도약하려고 서두르는것이다.

그런 사람이 어디 용석이뿐인가.

사실 원동의 훈련기지에 와있는 조선인민혁명군의 지휘성원들과 대원들은 모두 나무랄데없이 잘 준비되여있었다. 그들 매 개인의 전투능력은 실로 크게 자랑할만 했다. 정규군의 체모를 갖추기 위한 군사훈련이나 정치상학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우리 대원들은 국제련합군안의 다른 나라 대원들보다 월등하게 앞서나가고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중국부대의 지휘성원들이나 쏘련군관들도 감탄을 금치 못해하며 몹시 부러워하고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대원들 한사람한사람 키우는데 바쳐지는 김일성동지의 수고가 얼마나 큰가에 대해서는 다 알지 못한다. 김일성동지의 항일혈전사는 혁명의 인재를 키워내는 력사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어려운 역경과 맞다든다 해도 이 일만은 한시도 멈추신적 없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전투와 전투 그리고 적후에서 지하조직을 꾸리고 늘여나가는 실천투쟁속에서 시종일관 우리 혁명의 핵심적골간을 키워내는데 모든 심혼을 다 쏟아부으시였다. 다섯해전부터 백두산지구 비밀근거지의 간백산밀영에다 국내정치공작원들을 양성하는 강습소를 내오고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등 여러가지 조치들을 취하신것도 다 그때문이였다. 특히 1940년 8월 소할바령군정간부회의가 있은 이래 핵심적골간을 키워내는 일들은 보다 더욱 본격적으로 추진되여왔었다. 하여 오늘 와서는 원동의 훈련기지나 국내와 만주의 전지역에 우리 혁명의 핵심력량이 믿음직하게 마련될수 있었다. 부지런한 농사군이 쉼없이 땀을 흘리며 메마른 농토를 걸구고 씨앗을 묻고 움터난 싹을 알뜰히 가꾸어 마침내 알찬 수확을 거둔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였다.

그래, 소할바령회의가 있은 다음부터 많은것이 달라졌지. 부대에 정규군의 면모가 갖춰지고 소부대와 소조활동이 활발해지고 또 지하혁명조직들도 수많이 생겨나고··· 그 과정에 사람들은 또 얼마나 끌끌하게 자라났는가.

허나 김일성동지께서는 여기에 만족할수 없으시였다. 이룩해놓은 성과도 컸지만 아직 해야 할 일도 방대했다. 더우기 최근 세계의 군사정치정세가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있는 사실도 무심히 대할수 없으시였다.

유럽에서는 한때 쏘련령토를 파죽지세로 먹어들어오던 도이췰란드군대가 모스크바부근에서 된매를 맞고 물러서더니 요즘 쓰딸린그라드격전에서 대참패를 당하는 놀라운 사변을 보게 되였다. 한편 중일전쟁에서 장기전이라는 수렁창에 빠진 상태로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승승장구하던 왜놈들도 수세에 몰려 허우적거리고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전쟁의 승패가 하루이틀사이에 결정될 일도 아니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아시아나 유럽에서의 전쟁양상은 보다 착잡하게 엉켜들면서 더욱 치렬하게 번질것으로 예측하고계시였다.

어쨌든 정세발전의 새로운 변화는 우리 혁명에도 이모저모로 영향을 미치게 되기마련이다. 이제는 조선혁명가들이 일제침략자들과의 최후결전준비에 모든 힘을 집중할 때가 되였다고 할수 있었다.

최후결전을 위한 준비를 실속있게 하자면 현상태의 군정훈련이나 소부대, 소조활동뿐만아니라 적후지하혁명조직들의 활동을 답습하는 방법으로는 안된다. 사실 오늘까지의 군정훈련과 소부대, 소조활동 및 지하혁명조직들의 활동에서는 이룩해놓은 성과들도 크지만 반드시 극복하지 않으면 안될 점들도 적지 않게 드러내고있었다. 군정훈련이 남의 나라 군사교범의 틀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하면 소부대, 소조활동 역시 산만성, 전투나 정찰의 일면성에 기울어지는 경향도 점차 농후해지고있었다. 소부대활동과 정치공작소조들의 혁명조직결성확대과정이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하고있는 지역들도 한둘이 아니였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겠는가.

요즘 김일성동지의 사색은 전부 여기에 집중되고있었다. 훈련기지에서의 군정훈련과 소부대, 소조활동 그리고 지하혁명조직들을 새로운 도약대우에 올려놓아야 최후결전준비도 성과적으로 수행할수 있었다. 최후결전의 준비라는 의미는 실로 방대한 내용을 담고있었다.

일제침략자들을 단매에 거꾸러뜨릴수 있는 강력한 공격력량을 마련해야 하며 무기와 탄약, 식량과 피복, 의약품 등 필요한 전투장비나 물자들을 충분히 갖춰놓아야 했다. 또한 가장 효과적인 전투형식과 방법도 찾아내야 하는것이다.

이 모든것을 원만히 해결하자면 어디에 모를 박고 어디에 힘을 집중해야 하겠는가. 김일성동지께서 여러 지휘성원들뿐아니라 대원들과 나누시는 이야기들도 다 이 대답을 찾기 위한것들이였다.

용석이가 대대지휘능력을 갖추겠단 말이지.

김일성동지의 생각은 더 깊어지시였다.

우리 대원들이 모두 용석이처럼 분발해나선다면···

사색은 여기서 멈춰섰다. 차디찬 달빛속의 행군대오안에 하나의 류다른 점을 포착하신것이다.

최남진이 맡은 중대로군.

김일성동지께서는 곧 최남진을 찾으시였다.

《동무네 중대엔 별다른 일이 없소?》

《뭐, 별로 특별한 일은···》

《그렇다면 동무의 훈련지휘는 락제요.》

《예?》

최남진의 시커먼 두눈이 커다래졌다. 한때 북만전장에서 용맹을 떨치던 스물여섯살의 담찬 젊은이! 그는 지금 훈련기지에서 최현이와 어깨를 겨루는 지휘관으로 크게 소문을 내고있었다. 최현이와 최남진은 꼭 10년이라는 나이의 차이를 가지고있었으나 대오관리에서 첫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려는 승벽심만은 한 형타에 부어낸것처럼 신통히도 같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최현이뿐아니라 생김새도 굵직굵직하고 언행도 굵직굵직하여 하나의 청바위들을 련상시키는 이 최남진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시였다.

《동무네 중대의 3소대 황동무가 분명 규정대로 발싸개를 감지 않았소. 그래서 가뜩이나 스키타는데 서툰 황동무가 몹시 불편해하고있단 말이요. 지휘관의 눈이 이런걸 놓쳐서야 되겠소?》

《그 느렁뱅이 황가를 내 그저···》

《또··· 또···》

김일성동지께서는 당장 문제의 대원을 찾아내여 혼뜨검을 낼듯 우둘렁거리는 최남진을 엄하게 꾸짖으시였다.

《그건 신입대원에게 늘 깊은 관심을 돌리지 못하고있는 동무자신을 탓할 일이요. 황동무의 발싸개를 제대로 감아준 다음 빨리 뒤따라와야겠소. 30분후엔 전술훈련이 시작되오.》

《알았습니다.》

최남진이와 헤여진 뒤 김일성동지의 사색은 다시 이어졌다.

만약 우리 대원들이 모두 용석이처럼 중대나 대대를 맡을만 한 능력을 지니게 된다면··· 그때는 개개의 대원이 중대로 되고 대대로 될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모든 대원들이 과연 중대나 대대를 지휘할만 한 능력을 지닐수 있겠는가.

김일성동지께서는 두손에 갈라쥔 스키지팽이를 힘껏 짚으시였다.

스키는 화살처럼 빠르게 앞으로 미끄러져나갔다. 숨결도 높아졌다. 최대속도를 유지하는 속에서도 사색은 계속되였다. 용석의 발기를 부대에 일반화하는 일이 실제로 가능하겠는가를 타산하시는 사색이였다.

용석이가 해낼수 있다면 다른 대원들도 해낼수 있을것이다. 중요한건 사상적각오이다. 내 손으로 기어이 내 조국을 해방시키고야말겠다는 결사의 각오만 있으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먼저 대원들의 심장에 불을 지펴주자. 그와 함께 대원들이 높이 뛰여오를수 있는 조건도 충분히 마련해주어야 한다. 어떤 조건이여야 하겠는가.

김일성동지께서는 군정간부회의에서 이 문제를 크게 상정시켜야겠다고 생각하시였다. 이제 곧 열리게 될 군정간부회의에서는

우리혁명을 새로운 높은 단계로 올려세우기 위한 전략전술적문제들을 토의하게 된다. 그래, 이 문제도 빼놓아서는 안되지. 김일성동지께서는 더욱 힘있게 스키를 몰아나가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