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벌 40

 

40

 

최인서가 리당총회에서 자발적으로 토론을 했다는 소문은 삽시에 청산벌에 퍼졌고 회의소식을 알고싶어 궁금해하는 이웃들인 약수리, 덕흥리 등에까지 알려지게 되였다. 조합원들은 들에서 일하며 온종일 회의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는데 매번 최인서편에 와서는 흐아 흐아 웃음을 터치군 했다. 이야기들이 옮겨지면서 보태여지고 가공이 되여 흥미진진한 세부들로 완성되여갔다. 이것은 리당총회가 얼마나 실속있게 되였으며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가 하는것을 립증해주는 이야기였다. 최인서 같은 사람이 다 입을 열었으니 당원들의 자각된 열의가 얼마나 앙양되였는가 하는것을 말해주지 않느냐!

이 앙양된 열의는 회의이후 들판에서의 농사차비에로 이어졌다. 청산벌이 들끓었다. 청산리에 새봄이 전례없이 일찌기 찾아들었다. 농업상 김만금이 내려와 청산협동조합의 영농준비사업조직을 방조하였다. 그는 수령님께서 국가가 봉상강뚝공사를 직접 도와주라고 하셨던 말씀을 명심하고 기계수단들을 들이미는 한편 강서군적인 력량으로 돌격대를 조직하도록 군인민위원회에 지시하였다. 조합에서도 청장년들로 농사준비에서 지장이 없을 정도에서 영농기전까지 돌격대를 조직하여 주인으로서의 체면을 세우려 하였다. 그래서 돌격대조직이 시작되였으며 돌격대 대장으로 리춘권이를 내정하고있었다.

리당총회가 있은지 3일째 되는 날 밤에 1작업반원으로서 동산에 집이 있는 기호가 리춘권이를 찾아왔다. 누렁이가 컹컹 짖어댔다.

《기호동무가 어떻게?··· 아직 집에 들어가지 않았소?》누렁이를 진정시키고 춘권이가 물었다.

《집에 갔다오는 길이요.》

기호가 대답하는데 그의 등뒤를 보니 삽짝문밖에 자전거가 세워져있고 자전거 뒤자리에는 무엇인가 둥근 물체를 비옷 같은것으로 감아서 실었다. 무엇을 자전거에 싣고왔을가?

기호는 춘권이의 눈길을 따라 뒤를 돌아다보며 말을 이었다.

《뭘 하나 가지고 왔소.》

《뭔데 거기다 세워두고있소? 마당에 끌고 들어올것이지.》

《그러지요.》

기호는 삽짝문으로 나가더니 무거운 짐을 실은 자전거를 끌고들어왔다. 암개 누렁이가 다시 으르릉대는것을 꾸짖어 조용하게 한다음 춘권이가 그게 뭔가고 물었다.

《소형전동기요.》

《전동기?》

《좌우간 들어가서 얘기를 합시다.》

《어서 들어오오.》

춘권이는 웃방에 기호를 맞아들이고 마주앉으며 담배를 권했다. 기호가 턱이 뾰족하고 눈이 가는게 령리하게 생겼다고 하던 박진섭의 말이 생각났다. 박진섭이는 기호를 무척 미워하며 비난했었다. 그것을 그 자리에서 면박을 주긴 했으나 춘권이는 감정상으로는 기호를 마음에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믿으려 하지 않았다. 바로 그것때문에 그는 문영숙이에게 거짓말을 했고 자기자신도 속였으며 기호앞에 량심의 가책을 느끼였었다. 청산리당총회준비기간에 스스로 비판한 내용이다.

《춘권동무, 내 오늘 솔직한 심정을 터놓자고 찾아왔소.》 기호가 입을 열었다. 《나는 이번 지도기간에 춘권동무가 나와 관계되는 일에서 잘못 처신했다고 스스로 비판했다는것을 알고있소.》

《기호동무, 정말 그건···》

춘권이가 얼굴이 벌개지며 바빠하는데 기호가 그의 말을 막았다.

《아니요. 내 말을 듣소. 춘권동무가 나를 옳게 보았소. 나는 1반에 온 첫날부터 춘권동무가 나를 달가와하지 않는다는것을 눈치챘소. 뒤가 구린 사람은 남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데서 매우 예민하오. 사실말이지 춘권동무가 나를 반가와할리 있겠소? 나는 다 아오. 나는 춘권동무의 자비를 바라지 않았소. 영숙반장이 잘 대해주니 그럭저럭 마음을 붙이고 일했소. 그런데 나는 영숙반장의 믿음조차 배신한 나쁜놈이요! 춘권동무가 나를 믿지 않은것은 천만번 옳은 처사였소. 나의 뺨을 때리고 청산리서 추방한대도 나는 할 말이 없는 사람이요.》그는 옷깃을 헤쳐놓았다. 가느다란 눈에서 뜨거운 빛이 발산했다. 《나는 이 제도를 달가와하지 않았소. 복잡한 군중을 포섭하는 당정책도 로력이 없으니 림시로 쓰지 절대로 진심으로 믿지는 않을것이라고 생각했소. 그래 나는 목숨이 붙어 있으니 그리고 아이들때문에 할수없이 머리를 숙이고 일만 수걱수걱 했소. 죄 지은 놈이니 어찌겠는가, 때리면 때리는대로 맞자는 립장이였소. 이 생각을 실증해준것이 진섭이를 뒤소리했다가 모욕을 당한 사건이였소. 사회주의란게 진섭이 같은걸 일 안하고도 편하게 해주는 세상이라고 생각했드랬소. 1반으로 피해오니 춘권동무는 초급당단체위원장이니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역시 나를 적대시하는구나 하고 나의 립장을 더 굳히였소. 그래 나는 나대로 살 궁냥을 했소. 이전부터 해오던건데 집에서 밤이면 소소한 장난질을 했고 다 못쓰게 된 소형전동기를 얻게 되자 그것을 재생해서 장마당에 내다 팔려고 손을 대기 시작했소.》

(진섭이가 한 말이 사실이였구나.) 춘권이는 기호의 다음이야기를 기다리며 초조해하였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이였소! 나는 응당 우리 당정책을 믿었어야 했소. 이번 리당총회기간에 박진섭이 비판받고 떨어졌고 춘권동무도 심심하게 자기를 비판했다고 하오. 관리위원장도 리당위원장도 비판을 받게 되였소. 나는 간부들은 비판받지 않는줄 알았소. 이 세상이 간부들의 세상이라고 보았기때문이요. 아니요. 당에서는 용서하지 않았소. 얼마나 회의를 허심하게 했으면 생전 회의에서 말해본적이 없는 최인서까지 일어나 관리위원장과 우에서 지도내려오는 간부들을 비판했겠소? 이것이 민주주의가 아니요? 나는 우리 공화국정권과 사회주의에 대해 진짜로 알게 되였소. 이제는 조합이 더 발전하고 나라가 더 부강해지리라는것이 뻔하오. 내 이 얘기를 하자고 왔소. 속에서 끓고있는것을 터놓지 않고는 못견디겠기에! 이건 입에 침바른 소리가 아니요. 전동기도 조합에 바치려고 가지고왔소. 며칠 늦어진것은 수리가 채 안되였기때문이요. 이제는 나를 마음대로 처분하오. 내 할 말은 이것이 전부요.》

(수상님, 고맙습니다.) 춘권이는 눈귀가 척척해났다. (수상님께서 청산리를 지도하여주신 덕에, 수상님의 옳바른 정치덕에 저도 기호도 다 갱생하였습니다.)

그는 기호의 손을 와락 잡았다.

《나는 할 말이 없소! 자 전동기를 가지구, 그 〈자본주의〉를 가지구 관리위원회에 갑시다.》

그는 목이 메여왔다. 그래 더 말을 하지 않고 벌떡 일어서며 기호를 잡아일으켜세웠다.

리춘권이는 기호와 같이 자전거를 밀고 먼저 유근재를 찾아갔고 다음은 장영덕을 만나 전동기를 바치게 하고 기호를 기계화반에 조동시키는 문제까지 아예 락착을 보았다. 조합에서는 기계화반인원을 대폭 줄일것을 예견하고있었지만 건달군들은 내쫓는 반면에 기호 같은 재능있는 사람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기호는 눈물이 글썽해서 꾸벅 인사까지 하였다.

《고맙습니다.》

《응, 일을 잘하라구.》

장영덕이 그의 등을 떠밀어주었다.

관리위원회를 나온 기호는 한동안 우물쭈물하더니 이렇게 춘권이에게 말했다.

《춘권동무, 내 오늘 밤 우리 처와 아이들을 앉혀놓고 좀 긴 이야기를 하겠소. 떳떳치 못한 몸이라 아직 집에 들어가 따뜻한 이야기를 못해보았소. 속을 감추고 살았으니까. 이제는 창문을 활짝 열겠소!》

그는 눈물을 삼키고있었다.···

기호의 사건은 리종수로인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었다. 기호에 대면 두철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뿐만아니라 개심하고 일을 잘하고있다 한다. 그렇다면 춘심이가 생각을 달리해야 할것이고 자기도 그를 박대하지 말아야 할것이다. 더 고집을 쓸 리유가 없다. 로인은 대통을 빨며 깊은 상념에 잠기였다.

로인은 아들을 불러들이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취득 사는 두철이를 아예 단념했던것은 너도 잘 알지. 우리 집안에 얼씬도 못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수상님께서 그 애들의 장래를 걱정하셨으니 내가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구나. 사람을 만들어줘야지 어쩌겠니? 그게 수상님의 뜻이 아니냐?》

《예, 그렇습니다, 아버지.》

춘권이는 금시 얼굴이 밝아졌다. 자기로서도 생각이 있는데 아버지가 더 고집부리지 않고 이와 같이 너그럽게 나오니 속으로 환성이 터졌던것이다.

《따져놓고보면 그놈이 근본이야 좋은놈이지. 건달군이 된것두 옆에서 잘 이끌어주지 못한탓이야. 고향에 다시 돌아와 일도 잘하려고 노력한다니 네가 나서서 춘심의 마음도 돌려세워보구 두철이두 어떻게 사람만들어봐라.》

《예, 저도 생각이 다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라.》

리춘권이는 그후 어느날 저녁 춘심이를 다시 마당으로 끌어냈다.

《나는 이번에 당적인 인간으로 새로 태여났다고 말할수 있다. 춘심아! 수상님의 뜻은 우리모두가 참다운 사회주의근로자로 되는거야. 모든 군중을 다 교양개조하여 당의 두리에 묶어세우는것이 리당총회의 정신이야. 관리위원장도 비판을 많이 받았으나 사업을 통해 결함을 고쳐나가도록 하였다. 우리 당원들이 앞장서서 군중을 교양해야 해. 두철이도 우리가 옳바른 길로 이끌어주고 포섭해야 해. 너 알겠지?》

춘심이는 오빠의 절절한 호소에 저으기 감심되는듯 하였으나 여전히 수그러들려 하지 않았다.

《두철동무를 오빠가 이끌어주라요. 그렇지만 나하고는 더는 상관이 없어요. 그 사람은 나를 배반했어요!》

《후회하고있다 하지 않았니.》

춘권이가 이마살을 찡그리였다.

《글쎄 그 일에 오빠는 상관말아요.》

춘심이의 야멸찬 목소리에 춘권이는 어지간히 짜증이 났다. 그만큼 말해주었으면 생각을 해보고 말하든지 하다못해 잠자코있기라도 할것이지 오히려 더 반발하지 않는가.

《내가 상관하지 않을수 있는가!》 춘권이가 버럭 어성을 높이였다. 《너는 내 누이동생이 아니구 두철이는 청산리사람이 아니야? 내가 그만큼 알아듣게 말했는데두 그냥 대답질이군! 계집애가 그러면 못쓴다. 왜 그리 랭정해?》

춘심이는 억이 막힌듯 오빠를 쳐다보았다. 입술이 떨리고 눈에서 불이 이는듯 했다.

《오빠! 오빠는 그래 내가 랭정하다고만 보았지 이 가슴속이 얼마나 탔는지 알아보려 했어요? 그처럼 믿었고 따랐고 정을 주었던 남자가 나를 무시하고 평양에 간다, 후에 너도 데려가겠다 하는 편지 한통을 날리고 고향을 떠났을 때 내가 어떤 배신감을 당했는지 알기나 해요? 나를 뭐로 아는가 말이예요? 고향을 뜨고싶으면 뜨는 가벼운 녀자로 알았지요. 춘심이는 자기 없으면 못사는 녀자처럼 여겼지요. 그래 오빠, 나는 리씨가문의 한사람이 아니예요? 나는 자기의 뚜렷한 생의 목표가 없어도 되는가요? 아니, 그 사람은 나를 잘못 보았어요. 나는 그 사람에게서 환멸을 느꼈어요. 하지만··· 하지만··· 가슴이 아팠어요. 그래서 그가 평양 가서라도 성실한 인간이 되기를 바랐어요! 정을 주었던 남자가 아니예요. 인간은 나쁘지 않았지요.》 춘심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별빛에 반짝이였다.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으니 별생각을 다 하겠지요. 하지만 오빠, 우린 이미 결별했어요. 깨진 사발이란 말이예요. 깨진 사발을 다시 붙일수 있어요?》

춘심이가 울면서 말하자 괴로워난 춘권이는 《제길할!》하고 부르짖었다. 그는 누이동생의 눈물과 떨리는 목소리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결별의 아픔을 느낄수 있었다.

어머니 오씨가 방문을 열고 내다보며 무슨 다툼질인가고 물었다.

《알았다, 알았어! 춘심아, 하지만 나는 두철이를 버리고싶지 않다. 자, 그만 돌아가자.》

춘권이는 동생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자리에 누워서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춘심이를 충분히 리해할수 있었다. 말괄랭이라는 별명이 붙은 누이동생, 드살이 세고 휘파람을 휘휘 불어대고 남자들이 꼼짝 못하게 맵짠 말마디들로 응수하며 제멋대로 돌아치는것 같지만 춘심이는 마음이 어질고 고왔다. 노래를 좋아했고 소설책도 많이 읽었다. 소설책을 읽으며 주인공들의 운명에 끌려들어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춘심이는 차두철이를 깊이 사랑했었다. 바로 그렇기때문에 두철이의 배신행위에 대해 용서하지 못하는것이였다. 용서하지 못하면서도 괴로와하는 춘심이의 마음을 춘권이는 알수 있었다.

해결방도는 시간을 두고 차두철이를 진실로 고향을 사랑하는 참된 청년으로 키우는것이다.

이튿날 춘권이는 리당위원장을 찾아갔다. 그 방에 관리위원장이 와있었다.

《어서 오우.》 유근재가 반기였다.

《제가 있어도 일없겠습니까?》

《우린 지금 동무 이야기를 하던중이요. 범이 제소리 하면 온다더니 마침 잘됐소.》

《그렇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왔소? 찾아온 용건부터 듣기요.》

유근재가 궁금해하는것 같았다.

춘권이는 버릇대로 눈길을 떨구고있다가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조합에서 봉상강뚝공사 돌격대를 조직하는 문제인데 대장을 내정했습니까?》

유근재가 웃었다.

《우린 지금 바로 그걸 토론하고있었소. 돌격대를 조직하는데서 대장이 기본이거던. 그래 리춘권동무를 점찍고있는데 동무가 척 나타났소. 허허···》

《아닙니다. 물론 저도 시키면 해내겠습니다. 그런데 차두철이가 어떻겠는지 의견을 내려고 왔습니다. 청년이고 군중성이 있고 또 건설로동도 해보지 않았습니까. 더 중요하게는 이 기회에 그를 단련시키고 고향에 대한 참다운 사랑을 간직하도록 키웠으면 하는것입니다. 이거 저의 집과 관련되여 말하기가 좀 거북한데 춘심이는 돌아오자 두철이이야기를 듣고 단호하게 배신자라고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아버지가 더 마음을 쓰고있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두철이가 자기를 증명해보였으면 합니다. 두철이는 새 출발을 하려고 결심을 하였습니다.》

유근재가 춘권의 솥뚜껑같은 손등에 자기의 손을 올려놓았다.

《그것이 어떻게 동무네 집과만 관계되는 일이요. 우리모두가 관심하고 특히는 수상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소. 관리위원장동무, 나는 춘권동무의 제기를 지지하오. 어떻게 생각하오?》

관리위원장도 찬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