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벌 37

 

37

 

밤···

차두철이는 유근재리당위원장의 호출을 받고 리소재지로 가고있었다. 추운 날이고 밤이여서 석두재를 질러 넘어가지 못하고 큰 길로 빙 돌고있었다.

무엇때문에 자기를 찾겠는가? 몹시 궁금하였다. 하늘은 흐려있어서 캄캄했고 어둠속에서 행길이 겨우 희끄무레하게 보였다. 그렇지만 늘 다니는 길이여서 두철이는 성큼성큼 걸었다.

남들이 보지 않는 밤에 불리워가게 된것이 다행스러웠다. 평양에서 다시 내려온 당시에는 밤에도 나다니기 저어하던 두철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창피하고 수치스러운감이 점차 희미해져갔다. 두철이를 두고 뒤에서 하던 말들도 즘즘해졌다. 이제 와서는 우울하고 말이 없는 두철이에게 사람들이 습관되게 되였고 두철이도 이전처럼 땀이 바짝바짝 나도록 수치감을 예민하게 느끼지 않게 되였다. 한편 두철이는 이제는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하는 자포자기의 심리가 작용했던만큼 고향으로 되돌아온 어색하고 어찌보면 우습기도 한 환경에 어렵지 않게 익숙될수 있었다.

그러나 춘심이에 대해 잊어버리고 그 처녀와의 관계를 단절하려 한 결심은 깊은 상처로 의연 남아있으면서 날이 갈수록 더 아픔을 느끼게 되는것이였다. 그는 먼발치에서 춘심을 한번 보았다. 빨간《천리마》호를 몰고 달려가는 모습이였다. 그 순간 그는 자기가 결코 춘심이를 다시 만날수 없으며 더우기 리씨집안에 얼굴을 들이밀 체면이 없다는것을 절감했다. 동시에 무척 괴로왔으며 기필코 그 어떤 결말을 보아야 한다는것을 인식했다. 그런데 어떤 결말을 본단 말인가. 춘심이를 찾아가서 자기의 결심을 말하고 괴로움을 털어버리는것이 그것일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그러한 기회를 기다리며 오직 일하는데서 위안과 락을 찾았다.···

리당위원장의 사무실에는 당중앙위원회 지도그루빠책임자인 부부장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있었다.

두철이는 들어갈가말가 망설이였다. 높은 사람들이 있는데 함부로 들어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불렀는데 그냥 돌아갈수도 없고··· 어두운 밖에서 망설이는데 마침 누가 문을 열고나왔다. 두철이가 인사하자 그는 《누구더라?》하고 물었다.

《취득에 사는 차두철이라 합니다. 리당위원장동지가 불러서 왔습니다.》

《그러면 들어가지.》 그 사람은 문을 열고 안에 대고 말했다. 《리당위원장동무, 누가 왔소.》그리고는 갈길을 가버리였다.

《누구요? 두철인가?》

유근재가 안에서 문쪽으로 나오며 물었다.

《예, 접니다.》

《들어오지, 왜 거기 섰니? 들어오너라.》

두철이는 불이 밝은 방안으로 들어가 부부장에게 인사를 했다. 두철이는 지도 나온 중앙당지도원과 진지한 담화를 했었고 이 부부장도 만났었다.

《리당위원장을 만나오.》

부부장은 이렇게 간단히 말했다. 그는 두철이가 불리워오게 된 사연을 알고있는것 같았다.

유근재는 두철이를 걸상에 앉히고 자기도 앉으며 그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두철이는 눈을 내리깔고 긴장해서 앉아있었다.

《두철이, 지금 어떻게 하고있니?》 유근재는 이렇게 묻고 너무 막연한 질문을 한것 같아 좀 구체적으로 들어갔다. 《건설반 일이 재미나니?》

두철이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유근재를 피끗 쳐다보고는 다시 눈길을 떨구었다.

《돌아가는 말이 평양에 갔다가 되돌아온것이 창피해서 숨어지낸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두철이는 노상 입을 다물고있을수가 없어 대답했다.

《예, 창피를 느끼고있습니다.》

《음, 그렇다면 좋은거고··· 창피를 느껴야 해. 물론 네가 땅에 발을 못 붙이고 떠돌아다닌데는 리당위원장인 내게도 책임이 있다. 래일 리당총회에서 우리가 잘못한것들을 다 내놓고 비판하게 된다. 내가 우선 비판을 받아야지. 수상님께서 농촌에서 새세대들에 대한 교양을 잘할데 대해 말씀을 하셨는데 너를 잘 이끌어주지 못했으니 응당 비판을 받아야지. 너는 비당원이니 회의에 참가 못하겠지만 그게 기본이 아니지. 회의정신은 누구나 가슴에 간직해야 하니까, 당원이든 비당원이든. 그러니 너도 달리 살아야지. 건달군이라는 수치스러운 이름을 벗어야지. 그렇지 않니?》

두철이는 그저 이마가 책상에 닿게 머리를 숙이고있을뿐이였다.

《건달군이라 하니 기분 나쁠수 있겠지. 하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창피를 느껴야 해. 그렇게 자기를 아프게 매질해야 한단 말이야. 그건 좋아. 그런데 네가 춘심이를 피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래서야 안되지 않을가? 춘심이와의 관계도 풀어야지.》

두철이의 얼굴이 순간 화끈 달아올랐다. 그는 목메인 소리로 말했다.

《위원장동지, 춘심이 얘기는 제발 꺼내지 마십시오.》

《어째서?》

유근재는 좀 당황해하였다.

《나는··· 결심했습니다.》

《결심했다?》

《그렇지요. 나는 춘심이와 풀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그 얘기는 더 하지 맙시다.》

두철이의 어깨가 오르내리였다. 그는 몹시 격해졌던것이다.

유근재는 한동안 아연해져서 그를 지켜보기만 했다. 유근재가 그를 부른것은 현재의 그의 정신상태, 특히 춘심이에 대한 태도를 알려는것이였다. 수령님께서 관심하고계시는 문제였기때문이다. 래일이라도 수령님께서 물어보시든가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두철의 이야기가 나오면 말씀드려야 했으므로 밤중에 두철이를 급히 부른것이였다. 그런데 두철이는 결심했다며 말도 못하게 한다. 그 심정은 리해된다. 그렇다고 춘심이와의 관계를 풀수 없겠는가. 만약 그렇게 되여 그들의 관계가 깨여진다면 그것은 랑패다.

《두철이, 그게 그렇게 간단히 결심할 일이 아니야. 또 네가 주관적으로 결심한다 해서 그렇게만 될 일이 아니지! 나는 리당위원장으로 말하기에 앞서 너의 형이 된 립장에 서서 말하는거다. 글쎄 고향을 버리고 떠났다가 다시 왔으니 수치스럽고 춘심이를 볼 낯도 없는건 사실이야. 그러나 네가 그걸 느끼고있다는것은 달리 살기로 결심했다는걸 말해주는것이 아닐가?》

《그렇습니다. 저는 달리 살려고 결심했습니다. 새 출발을 하겠습니다. 그러나 춘심이와는··· 이미 깨졌습니다.》

두철이는 열기를 띠고 부르짖었다.

《아니야! 나는 춘심이가 너의 그 새 결심을 안다면 너를 용서하리라고 믿는다.》

《리당위원장동지! 제가 그 얘기는 그만하자고 하지 않았습니까.》하며 두철이가 벌떡 일어섰다.

유근재는 청년의 자존심을 지내 건드렸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천천히 뒤따라 일어서며 두철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알겠다. 가봐라.》

그는 사랑문제가 결코 그 어떤 욕망이나 설복으로 해결되지 않으리라는것을 통절히 느끼였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자존심때문에 끝내 그 사랑이 깨지고만 경우도 있는것이다. 이 문제는 잘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유근재는 두철이가 개심한 이상 그들의 사랑도 다시 맺아질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을 가질수 있었다. 두철이의 결심이 어느 정도 실천에 옮겨지겠는지 두고보아야 할것이고 또 실지 춘심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런 희망을 가진다는것이 좀 막연했으나 어쨌든 그는 두철이를 믿고싶었다.

두철이는 서둘러 인사를 하고 그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찬 대기를 가르며 씽씽 걸었다. 모든 시름과 고민, 부끄러움을 말짱 어깨에서 털어버린듯 한 기분이였다. 하지만 결코 속이 개운하지 못했다. 어떻게 춘심이를 그렇게 쉽사리 털어버릴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