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벌 30

 

30

 

벼가을이 끝난 논들에 묶어세운 벼단들이 마치 산병선을 친 병사들처럼 서있기도 하고 그것들을 모아쌓아놓은 벼단무지들이 드문드문 보이기도 하였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높았으며 해가 따뜻이 비치고있었지만 들에 부는 바람이 차츰 차졌다. 기러기떼들이 울며 날아가고 논두렁의 누렇게 된 풀대들이 바람에 윙윙 소리를 냈다. 어디서나 낟알냄새가 풍겼다.

리종수로인은 대통을 입에 물고 파르스름한 연기를 날려보내며 벼그루들을 밟으면서 논판을 걸어가고있었다. 방금 벼가을이 끝난 논을 돌아보며 흘린 벼이삭들을 줏는것이였다. 해가 서산을 넘어가고 들은 그늘에 잠겼다. 벼가을하던 조합원들이 마을로 들어가고있었다. 종수로인은 늘 하는 습관대로 일하던 장소를 돌아보며 뒤거두매를 하는중이였다.

벼이삭도 줏고 넘어진 벼단들을 일으켜세우기도 하며 뒤거두매를 마친 로인은 논두렁에 앉아 담배를 마저 피웠다. 긴 한생을 이 들판에서 이렇게 가을을 했었다. 가을은 언제나 기쁜 계절이였다. 1년내내 고생하며 땀흘린 보람을 느끼는 계절이 가을이였다. 이 가을을 바라보고 이른봄부터 들에 나와 봄내 여름내 구슬땀을 흘리는것이였다. 그렇게 바라고 일해온 가을이기에 흉년이 들면 울음이 터졌고 풍년이 들면 웃음이 피였다. 해방이 되여 토지를 분여받고 제땅에서 풍작을 맞이한 이후로 복받은 대지는 리종수에게 기쁨과 웃음만을 안겨주었다. 작년에는 날씨가 나빴지만 풍작을 맞이했다. 농사가 자연의 제약을 받는것은 사실이나 농사군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른다. 올해에는 더 큰 풍만 한 결실을 기대했다. 지나간 해들처럼 그만하면 괜찮은 결실을 가져왔다. 그렇지만 기대했던것만큼은 농사가 되지 못했다. 모든 조건으로 보아 작년보다 소출이 더 나야 하겠으나 떨어졌다. 이것은 가슴아픈 일이였다. 더 가슴아픈것은 수확고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수령님께 보고드리지 않을수 없었던 사정이였다.

리종수는 담배연기가 가늘게 피여오르는 대통을 손에 쥔채 머리를 숙이고 앉아있었다.

관리위원장 장영덕은 전에는 로인을 만나면 멀리서부터 한손으로 모자를 눌러잡고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군 했으나 올해농사가 잘못되였다는것이 실증된 이후로는 로인을 피했으며 마주오다가도 다른 길로 에돌아갔다. 부득이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에는 인사를 하면서도 눈을 내리깔았고 당황해하고 두려워하는것이였다. 그가 왜 그러는지 알수 있었다.

어둠이 로인을 감싸고있었다. 대통의 불이 꺼졌고 들은 컴컴해졌다. 그러나 로인은 날이 어두워오는것을 모르고 앉아있었다. 그는 땅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던것이다. 물론 그것은 내심의 목소리였다.

《아버지 아니십니까?》

휑뎅그레한 벌판을 울리며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로인이 머리를 들었다. 어둠속에서 키가 큰 춘권이가 땅을 쿵쿵 울리며 걸어왔다. 그는 아직 채 어둡기전에 멀리서 로인을 보고 혹시 아버지가 아닌가 해서 찾아오는것이였다. 요새 아버지는 집에 들어와서도 나가서도 통 말이 없었다. 춘권이는 아버지가 올농사를 잘못지었다고 죄의식감에 빠져있다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아버지가 이처럼 괴로와하고있는데 돌아가는 말에 의하면 장영덕위원장은 자기를 곤경에 빠뜨렸다고 아버지를 원망하고있다고 한다. 관리위원장이 그런 태도로 나오면 되겠는가. 자신을 깊이 반성해볼 대신에!··· 하고 춘권이는 격분해하며 아버지를 동정하고있었다.

《아버지, 왜 이렇게 앉아계십니까?》

리춘권이 걱정에 싸여 물었다.

《음, 거기 좀 앉어라.》로인은 부스럭대며 대통에 썬 담배잎을 새로 쑤셔담았다.

춘권이가 라이타를 켜 불을 붙여드렸다.

《날이 차오는데 들어갑시다.》

《들어가는게 바쁜게 아니다. 얘, 맏이야! 전에 토지개혁을 하고 땅을 분여받은 날 너의 할아버지가 논에 나가 늦도록 들어오지 않아서 내가 찾아가본적이 있었다. 너의 할아버지는 나보고 당이 하는 말을 듣고있다고 하더라. 진짜주인을 만났으니 농사를 잘 짓자고 하더란다··· 우리가 농사를 잘 지었지. 협동조합이 되여서도 잘 지었다. 협동조합을 뭇지 않았더라면 페농이 될번 했으니까. 한데 요새는 어떻게 된거냐? 수상님께서 농사군이 제구실을 못하면 땅이 노할거라고 하셨는데 지금 땅이 정말로 노했다. 내가 노성을 듣고있는것 같다. 협동조합땅은 내 땅이 아니냐? 땅은 속이지 못해. 그런데 사람들은 속이고있거던.》

대통을 쥔 로인의 손이 후들후들 떨었다.

《아버지, 고정하십시오. 속이는 사람들은 농사군이 아닙니다. 진짜가 아니지요. 아버지는 참 뜻깊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땅이 한 말이다.》

《예. 옳습니다.》

춘권이는 아버지가 하는 말을 롱처럼 받아들일수 없었다. 그는 심중해졌다. 누구나 다 자기가 거짓말을 하고있지 않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땅에 대해 성실해야 한다. 생활에서도 성실해야 한다.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이고 나라도 속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춘권이는 아버지를 원망하고있다는 장영덕위원장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그는 언제든 관리위원장을 만나 터놓고 이야기할 심산이였다. 그는 관리위원장이 진실치 못하다고 인정하고있었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리종수로인과 리춘권이 알지 못하는 작은 사건이 판정을 다시하는 때에 동산마을에서 있었다. 어느날 저녁, 장영덕이 판정원들을 직접 데리고 예상수확고를 다시 판정하느라 12작업반에 내려갔다가 일을 끝내고 관리위원회로 돌아가는데 박진섭이가 뒤쫓아왔다.

수령님께 정당 예상수확고를 잘못 보고드려 난처한 처지에 빠지고 의기소침해진 장영덕이 그간 정신적고충을 겪고있는데다가 판정사업에 분주하여 수염도 제때에 깎지 못해 여위고 길쑴한 얼굴이 더 초췌해보였다.

《무슨 일이요?》

장영덕이 침울한 어조로 물었다. 그는 이 진섭이란 사람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있었다. 무엇이나 다 하겠다고 대답하며 또 했다고 거짓말인지 참말인지 알수 없는 대답을 서슴지 않고 하는 진섭이가 봄과 여름 농사일이 바쁜 대목에서는 다른 작업반장들을 다불러대는데 쓸모가 있었고 고맙기까지 했지만 가을에 이르러 한해의 결실을 총화하는 마당에서는 실속이 없는 허풍선이로, 결국은 자기 장영덕을 궁지에 몰아넣은 인물로 인식되게 되였던것이다. 속을 주지 않고 늘 맞서군 하는 최인서반장처럼 진섭이도 싫었다.

그는 이와 같이 올해농사가 잘 안된 원인을 자기가 관리위원장으로서 관리운영을 잘못한데서 찾지 않고 작업반장들이 자기의 지시를 흥정하고 무시하고 속이며 제대로 농사를 짓지 못한데 있다고 생각하고있었다. 그래 지금 몹시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저 좀 얘기할게 있는데···》

박진섭이 따라오며 주저주저하면서 말했다.

《판정결과가 노안 다음에 얘기하기요.》 여전히 걸어가며 장영덕이 무뚝뚝하게 대답을 주었다.

《그런게 아니라 제가 너무 잘못한게 많아서··· 제 얘기를 좀 들어주십시오.》

《시끄럽게 구는군. 그래 뭐요?》

장영덕이 멈추어섰다. 그래 두사람은 어둠이 내려앉고있는 들판의 행길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였다. 이야기과정에 날이 아주 어두어져 얼굴들이 서로 보이지 않게 되자 이야기하기가 더 좋았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글쎄 무엇때문에 깜장닭을 두마리씩이나 관리위원장동지네 집에 가져갔겠습니까?》 박진섭이 지절거리기 시작했다. 《동산초급당단체위원장이 나를 찾더니 그런 일이 있었는가고 묻지 않겠습니까. 없다고 딱 잡아뗐더니 그럼 좋다고 합디다. 그래 좀 알아보니 소문이 더럽게 나돌고있지 않겠습니까. 관리위원장이 박진섭이 들고간 닭을 대접받고 박진섭이를 곱게 본다는겁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장영덕이 꽥 소리쳤다.

《여보, 난 그 닭을 먹지도 않았소. 더럽소! 더럽단 말이요. 동무가 내 얼굴에 먹칠을 했단 말이요!》

박진섭이가 초급당단체위원장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문이 그렇게 요란하게 난것은 아니였다. 그렇지만 박진섭은 그것을 과장하여 말했다. 관리위원장이 닭을 먹은줄 알았는데 안 먹었다니 더욱 좋다. 리종수령감을 헐뜯는데 더 유리하다. 이왕 그 령감한테서 땅을 아끼지 않는다고 모진 추궁을 받고 감정이 나빴댔는데 령감이 자기 진섭이를 빗대놓고 농업성 부상에게 거짓말을 하여 김매기가 잘되고있는줄로 인정하게 했다고 비난했다. 참을수 없었다. 그러나 자기가 나서서 령감을 비방중상할수 없었으므로 관리위원장을 리용하려고 작정했던것이다. 그래서 거짓말을 엮어대였다.

《글쎄 아무렴 관리위원장동지가 그런 시시한것을 받아자시겠습니까? 그런데 리종수령감은 관리위원장동지와 무슨 원쑤가 돼서 그런 소리를 탕탕 하는가말입니다.》

《뭐, 리종수령감이?》

《그 령감이 아니면 누구겠습니까. 때와 장소에 가림없이 관리위원장동지를 비난하는 령감이 아닙니까.》

《그 령감이 한 말은 옳은거야.》 장영덕이 어두운 들 어딘가를 바라보며 웅글게 말했다.

그날의 면구스럽고 죄송스럽던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장영덕이였다.

《그걸 시비하면 안돼.》

《그런데 글쎄 관리위원장동지를 꼭 짚어서 어쨌다구 말해야 되겠는가 하는겁니다. 그저 판정이 잘못된것 같다구 하면 될게 아니겠습니까. 관리위원장동지를 우습게 보는게지요. 너무 젠체해요. 너무 쎄게 나온단 말입니다. 쩍하면 훈시질이지요. 그리구 저네 리씨가문이 뭐 어쨌다는 자랑이지요. 아, 두철이가 잘못을 느끼고 고향에 돌아와서 일을 잘하면 되는게 아닙니까? 그런데 왜 받자하지 않아요? 집안에서 두철이 말을 꺼내지도 못하게 한답니다. 너무해요. 좀 고개를 숙였으면 좋겠단 말입니다. 대체 관리위원장이 닭대접을 받았다는 소문을 퍼뜨려 얻자는게 뭡니까? 조합의 내부결함을 잔뜩 들춰내여가지고 리익될게 뭐겠습니까. 관리위원장동지를 망신시키고 청산리를 망신시키는겁니다.》

장영덕이 듣다못해 짜증을 냈다.

《그만하라구.》 그리고 그는 닭문제를 념두에 두고 《에익 너절해서!》하고 내뱉고는 가던 걸음을 계속하였다.

그는 이제와서 결코 진섭이를 옹호하거나 믿을 생각이 꼬물만치도 없었으나 진섭이가 한 말들이 그냥 머리속에서 맴돌아쳤다. 리종수로인에 대한 반감이 서서히 끓어올랐다. 그렇지만 그 반감을 내놓고 표현할수가 없었다. 리종수로인의 존재감이 너무도 뚜렷했고 큰 영향력을 가지고있었던것이다. 또 로인의 말이 많은 경우에 옳았다. 벼수확고판정도 장영덕이 작업반원들의 판정수치들을 따져보지 않았고 검토하지 않았다. 물론 진섭의 말마따나 꼭 관리위원장을 짚어가며 비판해야 하겠는가 하는 섭섭한 마음도 있었으나 입을 다물고있었다.

장영덕은 리종수로인의 존재에 큰 정신적부담을 느꼈으며 로인을 보게 되면 피했고 길을 에둘러 갔다. 얼굴을 맞대지 않는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박진섭은 관리위원장이 닭을 받지도 않았는데 리종수령감이 만들어서 그를 헐뜯는다고 말을 내돌리였다. 그리고 관리위원장을 내리깎고 망신시켰다고 장영덕이 분개하였으며 두고보자며 속으로 벼르고있다는 소문도 퍼뜨리였다.

그러한 소문들이 리종수로인이나 리춘권의 귀에 안 들어갈수 없었던것이다.···

리종수로인은 탈곡이 시작되자 소달구지로 논에서 벼단들을 쉬임없이 실어들이였다. 논에 나가서 벼단들을 달구지에 산처럼 싣고 바줄로 동여매고는 대통을 입에 물고 충실한 황소를 재촉하여 탈곡장으로 실어오고 또 들에 나가기를 종일 하였다. 말수가 더 적어지고 생각이 더 깊어진 로인으로서는 일에서밖에 위안을 찾을 길이 없었다.

어느날 달구지에 벼단들을 다 싣고 잠간 앉아 담배를 피우다가 움쭉 일어서던 로인은 갑자기 아찔해지는 바람에 비칠거리였다. 그는 달구지채에 기대여 한동안 서있다가 비로소 정신을 다잡고 《가자!》하고 황소에게 분부하였다.

탈곡장까지 왔는데 머리가 그냥 무거웠다.

《아부님, 신상이 좋지 않아 뵈는군요.》 눈치 역은 문영숙이 다가오며 근심스럽게 물었다. 《신색이 좋지 않아요. 일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가 누우세요.》

로인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반장은 처녀를 한명 달려 부축하여 집에 들어가게 했다. 로인이 일하다가 도중에 들어오기는 일생에 처음이였다. 시간이 가면서 로인의 병세가 점점 더 심해지더니 첫눈이 내리는 어느날 밤 갑자기 코와 입으로 붉은피를 쏟기 시작했다. 진료소에서 나와 구급대책을 취해 출혈을 일시 멈추었다. 그러나 약간씩 출혈이 계속되였다.

날이 밝자 춘권이는 집앞에 소달구지를 들이대고 이불을 두툼하게 깐 다음 아버지를 업어내다 눕히였다. 진료소의사의 권고대로 군병원으로 가려는것이였다.

리종수는 가지 않겠다고 뻗대였으나 춘권이가 억지다짐으로 업어내갔다. 그리고 그가 누운 우에 이불을 또 덮었다.

눈이 부실부실 내리고있었다.

소달구지가 집앞을 떠났다. 춘권이와 로친과 의사가 뒤따랐다.

소달구지가 마을을 벗어나 강서로 가는 큰길에 들어설무렵 리종수가 아들을 찾았다. 리종수의 얼굴에 차거운 눈이 내려서는 곧 녹아버리군 했다.

《맏이야.》 입안에 고이는 피를 삼키고나서 로인이 말했다. 《나는 안 가겠다. 나를 따뜻한 집으로 보내다구. 집에 가서 아래목에 눕고싶구나. 어서 그래주렴.》

《아버지, 군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해요.》

《아니다. 내가 내 몸을 잘 안다. 내 명이 다 됐다. 난 밖에 나가 죽고싶지 않다. 집에 가게 해주렴.》

리종수의 그 목소리가 하도 절절하고 애달파 춘권이는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어머니가 옆에서 소리내여 울었다.

《맏이야··· 자꾸 추워지는구나. 집에 가고싶다. 집에 가서 눕고싶다. 어서 그래 주렴.》

춘권이는 소달구지군에게 소달구지를 집으로 돌리라고 말했다. 의사가 반대하려 했으나 그는 사납게 내쏘았다.

《참견 마우!》

리종수의 하얗게 된 얼굴에 안도의 빛이 어리였다.

소달구지는 다시 마을로 들어왔고 그들의 집으로 향했다.

춘권이는 아버지를 업어들여 따뜻한 아래목에 눕히였다.

《후ㅡ》 아버지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뿜었다. 《고맙다.···》 그는 옆에 둘러앉은 집안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왜들 이러고 앉아있느냐. 일을 해야지. 맏이 너도 일 나가거라.》

《예. 나가겠습니다.》하면서도 춘권이는 옆에 지켜앉아있었다.

로인은 눈을 감고 조용히 누워있었다. 그러다가 불현듯 눈을 뜨더니 춘권이에게 절절한 감정이 담긴 눈길을 보냈다.

《너 있었냐··· 괴롭구나. 수상님께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겠니. 가슴에 맺혀 내려가지 않는구나.》

《아버지!》

춘권이가 목메여 말을 더 못했다.

《올농사두 잘됐습니다, 이렇게 수상님께 말씀드리지 못한 놈이 무슨 이 나라의 농사군이냐.》

로인은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춘권이는 머리를 깊이 숙이고 더 다른 말을 못했다.

군병원과 진료소에서 의사들이 와서 환자를 종일 돌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병문안을 왔다. 그러나 의사가 승인하지 않아서 마당에서 서성거리거나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걱정에 잠겨있다가 돌아가군 하였다. 암화에서는 물론 석우, 원동에서도 왔고 이웃협동조합에서도 왔다. 마당에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그치지 않았다. 리춘권이는 아버지가 이처럼 청산벌에 사는 사람들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있는것이 한없이 자랑스러웠고 긍지감으로 가슴이 뿌듯했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더 커갔다.

관리위원장 장영덕이도 방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토방에 걸터앉아 침울한 얼굴로 담배만 피우다 돌아갔다.

어쩐지 일손이 잡히지 않아 가을이 끝난 들판을 바람을 맞으며 돌아다녔다.

청산협동조합을 떠받들고있던 기둥 하나가 넘어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람이 늙고 병이 들면 뒤전에 물러나기마련이다. 그러면 젊고 혈기왕성한 새 사람들이 대신하는것이다. 이것은 인간생활의 자연적인 법칙이다. 여름에 청산리에 내려왔던 최영길부상이 한 말이 생각났다.

《그런 오랜 농민들을 괄시하면 안되오. 원칙적으로야 그들의 말이 옳지요. 이제는 휴식하도록 권고하오. 관리위원이요 뭐요 하고 자꾸 부담스러운 책임을 안기니 의견을 내지 않을수 있소?》

한 열흘쯤 지나 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장영덕위원장은 리종수로인이 앓아누운데 대해 심히 유감을 표시하고 그가 더 관리위원으로 사업할수 없는 조건이므로 관리위원에서 제명하고 다른 사람을 선출하자고 제기하였다.

《령감님에게 우리가 부담을 지내 준것 같습니다.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도록 해드립시다.》

그의 제기가 통과되여 결정이 내려졌다. 로인을 관리위원에서 서둘러 제명한것은 장영덕의 실책이였다.

그 소식을 들은 리춘권은 가슴에 쌓여있던 분격을 폭발하였다.

《오, 그래?》그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저녁이 되자 춘권은 분노를 먹장구름처럼 품고 관리위원회로 바람을 일쿠며 씽씽 걸어갔다.

종일 돌아다니다가 사무실의 앉은뱅이책상에 마주앉아 사무를 보던 장영덕은 방문이 느닷없이 벌컥 열리고 곰같은 리춘권이가 쑥 들어서자 아연해져서 쳐다보기만 했다.

리춘권이는 아무 말도 없이 어정어정 다가가 앉은뱅이 책상옆에 웅크리고 앉아서 무슨 문서같은것을 내려다보며 웅글게 물었다.

《관리위원장동무, 우리 아버지를 관리위원에서 제명했습니까?》

조용히 하는 말이였으나 목소리가 떨고있었다.

《아, 그일때문에?··· 로인이 중병을 앓고있으니 푹 휴식시키자는거요. 그리고 아무래도 일을 못하겠는데 다른 사람을 보선해야지.》

장영덕은 좀 어색하게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는 숨소리가 거친 춘권이에게서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관리위원장을 제명하고 보선하는게 그렇게 바쁩니까? 공직도 아닌데··· 이해말까지 참아낼수 없던가요? 그렇게도 우리 아버지가 눈에 든 가시처럼 시끄럽습니까?》

춘권이는 여전히 눈길을 떨구고 점차 격해지며 다그쳐댔다.

《아, 무슨 그런 당치 않는 소리를 하오? 눈에 든 가시라는것은 뭐요? 모범농민인데.》

리춘권이 눈을 들었다. 그 순간 장영덕은 그 눈에서 뿜어나오는 시퍼런 섬광을 느끼며 몸서리쳤다.

춘권이가 책상모서리를 거머쥔 손을 와들와들 떨며 불시에 소리쳤다.

《입에 침 발린 소리 마오. 우리 아버지가 관리위원회에서 의견을 낸다 해서 미워하고 발언을 못하게 〈령감 앉으라〉하고 억누른걸 내가 몰라서? 하지만 아버지문제여서 참았댔소. 잔소리를 하지 말아달라고 아버지한테 애원하기도 했소. 그래 아버지와 언쟁했지만 아버지가 옳았단 말이요. 당신이 벼 예상수확고판정결과를 무책임하게도 검토하지 않고 정당수확고가 높으니 그냥 모른체하고 넘긴것을 까밝히자 당신은 자기를 뉘우칠대신에 뒤에서 아버지를 비방하였소. 원망했단 말이요.》

장영덕이 얼굴이 해쓱해져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그건···》

《마저 듣소. 옳은 의견을 내는 사람은 억누르고 원망하고 만나면 슬쩍 피해버리면서도 박진섭이같은 건달군, 아첨쟁이는 그자가 바친 닭을 얻어먹고 두둔하고 내세워주었소.》

《여보! 무슨 허튼소리를 해? 엉?》

장영덕이 마주 소리쳤다.

《허튼소리라구? 그래 모내기를 채 못하고도 완료보고를 군에 내였고 겨울김장용남새를 보장하라는 상급의 긴급지시를 받아물고 사료용강냉이밭을 갈아엎으라고 지시한 사실도 다 허튼소리겠소? 당신은 군인민위원회 농업부의 꼭두각시요. 알겠소? 작업반장들을 무시하고 상급의 지시만을 안단 말이요. 그래 농사가 어떻게 됐는가. 당신이 아버지문제를 들고와서 날친다고 나를 걸고들수 있소. 그러나 바로 아버지와 관련된 문제여서 참았단 말이요! 참은게 잘못됐소. 아버지문제가 아니라 진실한 실농군에 대한 문제요. 나는 내가 다 잘했다고 말하지는 않소. 하지만 당신에게 할말을 못할 리유가 없소.》

그의 머리카락이 이마우로 흩어져 내려왔다. 그는 범처럼 소리치며 속에 품었던것을 뿜어대였다.

《동무! 동무는 초급당단체위원장이지? 그렇다면 당회의에서 나를 정식 비판하오.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말이요. 그런데 이게 뭐요? 여기는 관리위원장사무실이요. 초급당단체위원장이 때와 장소도 못 가리고 소리를 지르며 행패질을 하면 되겠는가! 응? 무슨 망동인가!》

기왕에 면위원장까지 하며 틀이 생긴 장영덕이였다. 그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뭐, 망동?》 이렇게 되받아외우는 순간 춘권이는 자신을 더 걷잡지 못했다.

그는 앉은뱅이책상 한귀퉁이를 쥐고있던 왼손으로 그것을 번쩍 쳐들었다. 전화기, 잉크병, 책, 문서, 주산따위들이 경사면을 따라 와르르 미끄러져내렸다.

《이게 관리위원장이 큰소리나 치라는 책상인가. 응?》

그는 책상을 한옆으로 홱 밀어버리였다.

장영덕이 급해하며 후닥닥 일어섰다. 그는 겁에 질려 소리쳤다.

《춘권이? 이게 무슨짓이야.》

춘권이도 같이 일어서서 그를 마주 쏘아보았다.

《죽여치우겠다! 관료주의자! 이놈!》

춘권의 무릎이 와들와들 떨었다.

《밖에 누가 없소?》

장영덕이 피해서 방 한구석으로 가며 소리쳤다. 리춘권이 씨근덕거리며 볼편의 근육을 움씰거리면서 성난 황소처럼 접근해갔다. 그리고 손을 뻗쳐 장영덕의 멱살을 움켜쥐려 하였다. 만약 그의 손에 잡히는 날에는 장영덕이 숨도 쉬지 못하고 부서지고말것이다.

관리위원회 사람들이 우르르 밀려들어와 리춘권이를 붙잡았다.

《놔라!》 리춘권이 몸부림치며 그들을 사방으로 뿌리쳤다.

그 사이에 관리위원장 장영덕은 날쌔게 방에서 빠져나갔다.

《장영덕이! 어디 갔어? 서라!》

리춘권이가 고함을 치며 그를 쫓아갔다. 관리위원회 마당에서 사람들이 다시 그를 붙잡았다.

《이거 놔라!》

리춘권이 목쉰 소리로 웨치며 사람들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으나 이번에는 그를 붙잡은 숱한 손들을 당해내지 못했다.

이때 유근재가 나타났다.

《춘권동무!》 유근재가 낮으나 얼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리춘권은 유근재를 보자 공손해졌다. 사람들이 그를 놓아주었다.

《리당으로 가자구. 거기 가서 말하자구.》

유근재는 공손해졌으나 여전히 씨근거리고있는 그의 어깨를 밀치였다.

리춘권이는 돌뿌리에 발이 걸치여 넘어질듯 비칠거리며 묵묵히 리당위원회가 있는 민주선전실로 갔다. 유근재가 방문을 열고 그를 방안으로 들이민 다음 문을 닫았다.

《거기 앉소.》

유근재가 지시했다.

춘권이는 걸상에 앉았다. 걸상이 신음소리를 냈다. 그는 아직도 가슴이 펄떡이였고 눈은 충혈이 져 뻘갰다.

《춘권이, 동무는 초급당단체위원장이요. 대중들앞에서 이게 무슨 망동이요, 응? 무엇때문에 그러오?》

《···》

《의견이 있으면 당원이, 더구나 초급당단체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당조직을 찾아와서 말해야지 불망나니처럼 그게 뭐요?》

리춘권이가 걸상을 꽝 넘어뜨리며 불시에 벌떡 일어섰다.

《걷어치우시오! 걷어치우란 말이요. 당신도 같소!》

리춘권이는 황소영각하는것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유근재는 얼굴이 해쓱해졌다.

《앉소! 앉으라는데!》

《웃기지 마오. 다 한동아리요.》 춘권이는 손가락으로 유근재를 가리켰다. 《나를 교양하려고 하오? 아니요! 자기부터 모범을 보이시오. 강옥숙이가 뭐라 했는지 아오?》

춘권이는 여름부터 속에 품고있으면서도 차마 입밖에 내지 못했던 소리를 방금전에 관리위원장에게 말하고싶었지만 지내 개인감정으로 흐르는것 같아 꾹 참았던 소리를 드디여 뿜어댔다.

《강옥숙이 뭐라 했는가? 리당위원장과 관리위원장은 자기 처들을 일 내보내지 않고 고이 놀리면서 아이가 셋씩이나 달린 불쌍한 과부를 일 내보내지 못해 교양하려 한다는거요. 그래 강옥숙이 교양되겠는가?》

유근재는 입을 벌린채 서있기만 했다.

《간부들이 썩었소! 썩었단 말이요!》리춘권이는 문께로 가서 힘껏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리였다.

몇사람이 따라오며 그를 진정시키느라 부질없이 설복하고있었다.

《너 창식이 아니야?》 리춘권이 문득 관리위원회의 한 지도원을 알아보았다.

《그래, 창식이다. 자 춘권이, 우리 집으로 가자. 여기서 이러지말구 가자!》

창식이가 리춘권이를 겨우 설복하여 자기 집으로 데리고갔다. 그는 춘권이를 진정시키려고 술을 내왔다.

리춘권이는 날이 샐녘까지 술을 퍼마시고 새벽녘에야 창식이네 집 웃간에 쓰러졌다. 한낮이 될 때까지 누구도 그를 깨우지 못했다. 어머니 오씨가 와서 깨우려다가 종시 깨우지 못하고 갔다. 그는 스스로 술에서 깨여나 창식이가 떠다주는 물에 세면을 했다. 그리고 창식이 처가 차려주는 밥을 먹는둥마는둥 하고 집이 아니라 들판으로 나갔다.

집식구들은 불안에 싸여있었다. 그들은 환자인 리종수로인에게 일체 춘권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춘권이는 마치 입에 쇠빗장을 지른것 같았다. 아무 말없이 탈곡장에서 일했다. 누구도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리당위원장과 관리위원장도 침울해서 말이 없었고 리춘권이를 피했다.

저녁에 유근재가 군당위원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였다. 군당위원장은 이튿날 춘권이를 호출했다.

군당에 불리워간 리춘권이는 군당위원장 문성술과 담화를 하였다.

《리춘권동무, 나는 내가 동무의 란폭한 언행에 대하여 충분히 리해할수 있게 동무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를 바라오.》

춘권이는 침묵을 지켰다. 군당위원장이 다시 물었다.

《비당원도 아니고 평당원도 아니고 초급당단체위원장인 동무의 그러한 행동에 대해서 대체 어떻게 보아야 하겠소?》

리춘권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의 눈에서 불이 이글거리였다.

《리당위원장동무에게서 다 들었겠지요?》

《물론이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알고 동무를 불렀겠소?》

《리당위원장동무에게서 들었다면 저는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저를 처벌해주십시오. 초급당단체위원장자리에서 떼십시오.》

《왜?》

《내가 란동을 부렸으니까요.》

《왜 란동을 부렸소?》

《참지 못했지요. 참을수 없었지요.》

《왜 참을수 없었소?》

리춘권이는 문성술위원장을 쏘아보았다.

《그래, 군당위원장동무는 내 처지라면 참을수 있었겠습니까? 농업협동조합규약에는 조합내에서 민주주의를 발양할데 대하여 명백히 규정하였습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조합원들의 의견에 귀기울이며 조합간부들이 독단을 부리거나 권세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나의 아버지문제인것만큼 참았습니다. 참았을뿐아니라 아버지가 조합일에 참견하군 하여 말밥에 오른다고 아버지에게 의견까지 제기했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몹시 책망했습니다. 나는 아버지가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조합간부들의 체면을 생각했고 또 자기 아버지를 편역드는것이 좋은것은 아니기때문에 꾹 참았습니다. 나는 아버지가 옳다는것을 확신합니다. 그런데 조합간부들은 어떻게 했는가?》

리춘권이 격해져서 벌떡 일어섰다.

《아, 춘권동무, 앉소. 흥분을 가라앉히고 앉아서 얘기합시다.》

그러나 춘권이는 앉지 않았다.

《장영덕관리위원장은 더 말할것 없고 유근재리당위원장도 같습니다. 장영덕관리위원장은 아첨을 좋아하고 자기한테 굽신거리는 사람은 칭찬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싫어하고 압력을 가합니다. 유근재동무는··· 나는 유근재동무가 내가 제대되여왔을 때 같이 일할 사람이 없어 그러댔는데 마침 왔다고 하며 내 손을 부여잡고 기뻐하던 일을 잊을수 없습니다. 양지주놈밑에서 머슴살이하던 사람입니다. 나는 그를 형님이라 불렀고 그의 사업을 받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차차 시간이 흐르면서 유근재위원장은 사람이 이상해져갔습니다. 관리위원장이 하자는대로 합니다. 이게 원칙이 있는 행동인가? 리당위원장이 관리부위원장을 하던 김명배동무를 왜 지켜내지 못했습니까? 김명배동무는 저의 아버지의 주장이 옳다고 회의에서 말한것때문에 결국 해임되였습니다. 군인민위원장이 해임시키였다고 합니다. 그렇다 해도 유근재동무는 군당에 제기하지 못하는가?···》

춘권이가 입이 무거운 사람인줄 알았는데 일단 입이 열리자 끊임없이 말이 쏟아져나왔다. 지어 책상을 치며 떠들어대였다. 문성술은 그를 진정시킨다는것이 어렵다는것을 알고 내버려두었다. 과연 춘권이는 나중에는 스스로 지쳐서 걸상에 주저앉았다.

문성술이 물었다.

《동무자신은 잘못한것이 없소?》

《있지요. 초급당단체위원장이 란동을 부렸습니다. 관리위원장방에 가서 책상을 뒤집어엎었고 관리위원장을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그 어떤 처벌도 다 받겠습니다. 그러나 장영덕동무를 그냥 놔둘수는 없습니다. 내 혼자 처벌을 받지는 않겠습니다.》

문성술은 간부들이 사업과정에 오유를 범할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당조직에서는 그들을 항상 비판하며 교양하고있다, 그러나 너나 없이 준비가 부족하니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당회의에서 당원대중이 비판을 하는것도 교양사업이다, 간부라 해서 얼굴을 보거나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발양된다, 그러나 동무처럼 란동을 부려서는 안된다 하고 한동안 이야기해주었다. 그는 김명배관리부위원장을 해임한것이 농업성 부상의 지시에 따른것이지 군인민위원장이 그렇게 한것은 아니라고 구태여 까밝혀 말하지 않았다. 춘권이가 당신이 군당위원장이니까 군인민위원장을 옹호한다고 생각할것 같았기때문이였다.

군당위원장은 리춘권이에게 사업을 정지하고 자체검토할데 대해 말했다. 그동안 초급당단체위원장사업을 부위원장한테 인계할것이다, 후에 군당위원회에 리당위원장과 같이 부르겠다고 그는 말했다.

《다른 의견이 없소?》

《있습니다.》

《뭐요?》 문성술은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가 나올가봐 걱정스러웠다.

《이번 기회에 저를 아예 초급당단체위원장자리에서 떼주십시오. 정말 힘듭니다. 농사일은 얼마든지 할수 있는데 당사업만은 못하겠습니다.》

문성술은 성을 냈다.

《그러니까 이때까지 내가 해준 말이 다 소용없게 됐구만. 조금도 접수하지 않는구만.》

리춘권이 깜짝 놀래였다.

《아 그건 아닙니다. 다 접수합니다.》

문성술은 순박하고 솔직한 리춘권이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허허 웃고말았다.

《초급당단체위원장은 절대로 그만둘수 없소. 자체검토를 하며 정치학습이랑 하시오. 후에 부르겠소.》

리춘권이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였다.

며칠후 놀랍게도 평양의 적십자병원에서 구급차를 타고 의사들이 리종수를 찾아왔다. 그들은 로인의 혈압을 재고 피를 뽑아보고 고무망치로 관절들을 두들겨보는 등 한동안 진찰을 하고나서 리춘권이에게 지금 평양에 들여다 입원치료를 할 필요는 없다, 최대한 안정시키면서 약을 복용시키라고 하면서 고가약들을 주었다.

《리종수로인이 출혈했다는 보고를 받으신 수상님께서》하고 의사가 찾아온 유근재에게 말했다. 《우리 병원 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거시여 시급히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하시였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왔습니다.》

리종수로인은 의사의 손을 잡고 말없이 눈물을 흘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