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벌 25

 

25

 

최영길은 승용차를 타고 강서군으로 향하였다. 기본사명은 김매기진행정형과 남새파종정형을 료해하는것이였다. 특히 남새파종이 그의 관심사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군에 직접 나가볼 필요는 없는데 일전에 김만금부장이 협동조합에 나가보고 문제점들을 찾아쥐는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기때문에 그것을 접수하는 의미에서 나가보는것이였다. 남새파종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니까 현지에 나가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이다.

현지에 나가볼바치고는 김만금이 돌아본 청산리를 택하는것이 좋을것이다. 청산리가 속한 군인 강서군에 그자신이 직접 전화까지 걸어 남새파종을 잘할데 대해 지시했던만큼 더욱 그랬다.

청산리에는 처가가 있는데 이 기회에 한번 들려 장모가 사는 형편을 알아보는것이 인사가 될것이다. 장모는 아들 두철이가 평양에 자리잡고 장가나 든 다음에 따라가게 되면 따라간다고 하면서 취득마을에 그냥 남아있었다. 최영길이는 처가 주관하는대로 주택건설사업소에서 일하는 두철이가 살림집을 배정받으면 장가들기 전에라도 장모를 이사시킬 예정이였다.···

먼저 군인민위원회에 들리였다.

군인민위원장은 문을 두드리고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불쑥 방안에 들어서는 체격이 웅장한 최영길을 알아보고 급급히 일어섰다. 접수에서 농업성 부상이 왔다는 련락을 받고 기다리던중인데 그가 그처럼 빨리 방에 들어서리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다.

《안녕하십니까. 더운데 수고하십니다.》

군위원장이 인사를 했다.

《수고하오. 그런데 내가 왜 동무를 처음 볼가. 하긴 모든 군위원장을 다 알수야 없지. 동무네 부위원장은 잘 아오.》 최영길은 걸상에 육중한 몸을 실었다. 《앉으시오.》

군위원장이 앉기가 바쁘게 최영길의 두툼한 입에서 거친 말이 쏟아져나왔다.

《강서군에서는 비바람피해를 입지 않았소?》

《좀 입었습니다.》

《김매기는 어떻소? 무슨 건설이요, 길닦기요 하며 농민들을 논밭에서 떼내지는 않았소?》

군위원장은 얼굴이 저으기 붉어졌다.

《그런 현상이 좀 있었는데 시정했습니다.》

《김매기가 어떻게 진행되고있는가는 내가 청산리에 직접 나가서 보겠소. 그런데 동무들이 가을남새면적을 넉넉히 확보했소?》

최영길의 컴컴한 눈이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군위원장은 축 처진 볼을 실룩거리며 얼른 대답을 못했다.

최영길은 큰 배를 내밀고앉아 부채질을 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넉넉히 확보했다고는 말할수 없지만 가능한껏 남새면적을 늘이였습니다. 발작물들을 다 파종한 뒤여서 땅이 없었습니다. 이것때문에 애로를 겪었습니다. 가령 청산리에서는 밀보리 후작으로 심은 사료전을 남새밭으로 하고 그대신 다른 적지가 아닌 곳에 사료를 심자고 관리위원장이 의견을 내놓았는데 관리위원회 부위원장과 관리위원을 하는 로인이 반대를 해서 심각한 론쟁이 있었습니다.》

최영길의 얼굴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소?》

《회의가 유야무야 되였습니다.》

《누가 회의가 어떻게 됐는가를 묻소? 파종면적을 확보했는가 하는거요.》

최영길의 말이 거칠어졌다.

《작업반별로 남새들을 심자고 했는데 지표대로 다할것 같지 않습니다.》

최영길의 얼굴이 검붉어졌다.

《뭐라구요? 내가 동무에게 직접 전화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지표대로 다할것 같지 않다는 얼빤한 소리를 하오? 참 한심하오. 동무자신이 우선 떨떨하오. 청산리에서 관리위원장이 내놓은 의견이 옳단 말이요 지금 몇평의 짐승사료가 문제요? 남새를 보장 못하면 주민들이 김치를 담그지 못하는데! 지금 남새문제가 얼마나 첨예하게 제기되고있는지 아오? 그런데 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 나서서 관리위원장이 내놓은 의견을 반대했다? 이게 대체 무슨 망동이요? 정책집행에 제동을 걸고있지 않는가! 그런자들때문에 결국 남새면적을 확장하지 못하게 되지 않았소?》

그는 격분했다. 그는 남새면적을 늘일데 대한 지시를 무계획적으로 밑에 떨구는것이 집행단위인 협동조합들에 어떤 부담과 혼란을 주게 되겠는가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았다. 자기의 지시가 충분히 집행되지 못한것에 신경을 썼다. 강서군뿐이 아닐것이다. 다른데서도 이러루한 현상이 있었을것이다. 그러면 결국 가을남새생산이 지장을 받게 될것이고 농업성이 또 말을 듣게 된다. 이것때문에 그는 격분했던것이다.

《그래 군에서 가만있었소?》 하고 그는 군위원장에게 따지였다.

《관리위원장한테 비판은 했습니다.》

《아니요!》 하고 최영길이 단호히 언명하였다. 《그런자들은 떼버려야 해. 사회주의는 조직된 사회요. 사회주의경제는 중앙집권적인 경제요. 농업성에서 지시하면 저밑의 협동조합에까지 쭉쭉 내려먹어야 한단 말이요. 이런 조건, 저런 타발을 하면서 우의 지시를 방해하는 현상이 있어서는 안된단 말이요. 청산협동조합의 관리부위원장은 자격이 없소.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중앙이 강력한 장악통제를 할수 없소. 규률과 질서를 세워야 하오.》

군위원장은 즉시에 응답을 하지 않았지만 부상의 지시에 속으로 동감을 품었다. 만일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군위원장자신이 문제로 될수 있었다.

《난 가겠소.》 최영길이 일어섰다. 《동무의 말을 듣고보니 청산리에 가보고싶은 생각이 싹 없어졌지만 여하튼 계획된 걸음이니 가보겠소.》

그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군위원장은 분주히 모자를 쓰며 뒤따랐다.

《동무는 같이 가지 않아도 되오. 내 혼자 가겠소.》 최영길이 등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군위원장은 뒤에 남아서 청산리에 급급히 전화를 걸었다.

최영길이 탄 승용차는 대도로에서 벗어나 관리위원회가 있는 암화마을로 꺾어들었다. 그곳에서 어떤 키가 크고 얼굴이 긴 사람이 서있다가 허리를 직각되게 꺾어 인사를 했다. 낯이 익었다. 그렇지, 그전에 처가에 한번 피뜩 들렸다가 본적이 있는 리인민위원장이였다.

최영길은 차를 세우고 문을 열고 내다보며 물었다.

《동무, 낯이 익구만. 전에 리인민위원장을 했던것 같은데?》

《그랬습니다.》

《지금은 뭘하오?》

《여기 청산협동조합 관리위원장을 합니다.》

《아, 그렇소?》 최영길이는 비로소 차에서 내려 손을 내밀었다. 《수고하오, 동무! 음, 동무가 관리위원장이구만! 인민정권기관에서 간부하던 사람이 농사를 아나?》

《그래서 애를 먹고있습니다.》

《허허··· 뭐 배우면 되는거지. 중요한건 장악통제를 잘하는거요. 그래 김매기가 어떻게 되고있소?》

그는 두손을 허리에 올리고 큰 배를 쑥 내밀고서 들판을 둘러보았다.

돌피잡이를 하는 농민들과 논김매기를 하는 농민들이 더러 보일뿐 앙양된 분위기 같은것은 찾아볼수 없었다. 《논에 들어간 사람들이 왜 저렇게 적소? 왜 조용하오?》

《김매기는 거의 마무리 지었습니다.》 장영덕이 대답하였다.

《음, 그래. 물론 여기는 큰길옆이니까 김매기를 잘했을테지.》

《예, 그렇습니다.》

그는 관리위원장의 대답을 듣는것으로 그쳤다. 그는 차에서 떠나 논밭으로 가서 농민들을 만나볼 필요를 별로 느끼지 않았다. 만나보아야 그저 그러루한 소리가 나올것이다. 자기가 다 알고있는 그런 소리가. 그는 농사물계와 농촌형편을 얼핏 보기만 해도 다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더우기 농민들에 대해서는 의도하는데로 이끌고가면 되는것이지 그들의 의견 같은것은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보고있었다.

최영길은 승용차를 타고 청산리의 벌판을 좀더 돌아보고 처가에 들려보기로 했다.

《관리위원장동무, 타오. 저 뒤쪽에 가보기요.》하며 그는 장영덕을 승용차에 태웠다. 《뒤쪽은 어떤지?》

뒤쪽이란 석두재뒤쪽을 말하는것인데 장영덕은 거기 동산에 박진섭이가 있으니 마음이 한결 놓이였다.

승용차가 석두재를 돌아가는데 장영덕이 말했다.

《군인민위원회에서 농업성 부상동지가 내려오신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최영길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였다.

《동무네 김매기진행정형을 료해하려고 왔소. 동무 이름이 뭐드라?》

《장영덕이라고 합니다. 동산 제12작업반에 가보도록 하시지요.》

《아무데든.》

승용차는 달구지길을 달려 논벌에 이르렀다. 관리위원장이 작업반장을 찾으러 가려는데 그가 벌써 헐썩거리며 달려오고있었다. 박진섭이는 농립모를 벗고 인사를 했다.

《동무가 여기 작업반장이요?》

그의 손이 어지러웠기때문에 그가 딱해할가보아 최영길이 제손을 내밀지 않고 물었다.

《예, 12작업반장입니다.》

《동무네 몇벌째 논김을 매고있소?》

《세벌김을 매고있습니다.》

물론 거짓말이였다. 아니, 거짓말이 아닐수도 있었다. 한벌김을 겨우 맨데가 있는가 하면 세벌김에 들어선 논도 혹 있으니까.

《그렇다? 그러면 올해에 세벌김까지 맬수 있겠구만?》

《자신있습니다.》 박진섭의 둥근 광대뼈가 해볕에 타서 번들거리였다.

(그런데 만금부장은 무엇을 보고와서 김매기가 늦어졌다, 이제 수습한다 해도 바로잡기는 힘들게 되였다, 그러나 이제라도 총집중해서 내밀자 하고 법석 떠들어댔는지 모르겠군.)

최영길은 이렇게 의아쩍어하며 박진섭에게 어떻게 로력을 집중했는가 물어보았다.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한 후 박진섭은 《저 간부동지, 한가지 제기해도 되겠습니까?》하고 한걸음 나섰다.

장영덕은 당황해하였고 최영길은 큰 눈으로 박진섭을 힐끗 바라보았다. 《뭐요?》

《우리 작업반에 물을 푸는 양수기 전동기가 자꾸 고장나는데 하나 해결해주면 좋겠습니다.》

최영길은 두툼한 입술을 꾹 다물고있다가 마뜩지 않게 《알겠소.》하고 대답하고 승용차에 올랐다.

장영덕이 박진섭이를 쏘아보며 뒤따라 차에 오르려는데 그가 팔소매를 붙잡고 소곤거리였다.

《부상동지의 점심식사를 려관에 준비해놓겠습니다. 꼭 모시고 오십시오.》

장영덕은 속으로 진섭이를 칭찬하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취득에 있는 장모한테 들리자구.》 최영길이 운전사에게 말하고 장영덕을 돌아보았다. 《동무네 기계화반이 있겠지?》

《예. 있습니다.》

《그런데 전동기 하나 제대로 수리 못하오? 농업성 부상이 그런거나 해결해주는 사람이요? 전동기 같은거야 군에 가서도 해결받을수도 있지 않나?》

《잘못했습니다. 그 사람이 경우가 없는 사람이여서··· 원래 막돼먹은 사람입니다. 아무데나 탕탕 제기하면서!》

장영덕이 부상의 비위를 맞추느라 박진섭을 욕했다.

《그렇다구 그 사람을 너무 탓하지는 마오. 촌사람이 그렇지.···》

최영길이 조합이나 산하기관에 내려가기 싫어하는 원인의 하나가 내려만 가면 무슨 애로를 제기하거나 무얼 달라든가 무얼 해결해주면 좋겠다는 소리가 나오기때문이였다. 그는 그런 제기가 딱 질색이였다. 그런데 청산리에서 한갖 작업반장에 지나지 않는 사람이 감히 부상에게 전동기를 내라고 한다. 그는 몹시 불쾌했다.

《관리위원장동무, 이 조합에서는 가을남새를 어떻게 심고있소?》 군위원장한테서 대충 들었으나 눈살을 찌프리고 캐물었다.

《예. 저 새땅을 얻어내기도 하고 강냉이밭고랑사이에 심기도 했습니다. 가을에 강냉이를 수확하고 강냉이대를 베면 남새밭이 됩니다.》

《강냉이밭고랑에 심는다? 그건 누가 생각해낸거요.》

《1작업반장이 생각해낸것입니다.》

사실 그것은 관리위원회회의이후 돌아가서 리종수로인이 문영숙반장과 진지하게 의논하던 끝에 생각해낸 방법이였다. 그러나 리종수를 좋지 않게 보는 장영덕은 그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게 제대로 되겠소? 강냉이를 수확하느라 강내이대를 베느라 밭에 사람들이 들락날락하겠는데··· 조심하면 되겠지만 조합원들이 고달플게 아니요?》 최영길이 말했다. 《내 군에서 들었는데 관리위원장동무의 제기가 그중 합당해. 그런데 부위원장과 관리위원인 로인이 반대를 했다지?》

《사료전을 남새전으로 바꾼 작업반도 있습니다.》바빠난 장영덕이 이렇게 대답했다.

최영길은 장영덕을 경멸에 찬 눈으로 피뜩 돌아보며 물었다.

《그 관리위원이라는 로인은 어떤 사람이요?》

《토지개혁이후 특히 전쟁시기에 다수확을 낸 이름난 모범농민입니다. 그런데 조합사무실에는 머저리들만 앉아있다고 생각하는지 쩍하면 의견을 제기하군 하는데 제 혼자 옳고 원칙적이지요.》

최영길은 잠시 차창밖을 내다보고나서 말했다.

《그런 오랜 농민들을 괄시하면 안되오. 원칙적으로야 그들의 말이 옳지요.··· 이젠 휴식하도록 권고하오. 관리위원이요 뭐요 하고 자꾸 부담스러운 책임을 안기니 의견을 내지 않을수 있소?》

《예. 저도 생각중입니다.》

최영길이 관리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서 더 물어본 다음 내뱉듯 말했다.

《관리위원장이 주대가 없고 떨떨해! 왜 대를 세우지 못하오? 왜 정책을 방해하는 그런자를 활개치도록 그냥 놔두오? 관리위원장이 머저리노릇을 하니 남새파종도 제대로 못하고있지 않는가!》

장영덕은 불시에 내려온 지시여서 사실 곤난했다는 말이 목구멍에까지 치밀었으나 꾹 참았다.

《무조건 군에서 떨궈준 계획량을 다 심소. 알겠소?》

《예.···》 하지만 장영덕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땅이 없었던것이다.

최영길은 장모를 만나본 다음 평양으로 올라가려 하였다.

장영덕이 등을 구부정하고 서서 손을 앞으로 모아잡고 말했다.

《신약수터의 려관을 저희들이 운영하는데 단고기장국이 유명합니다. 모처럼 청산리에 오셨는데 점심식사를 하고 가십시오.》

최영길이 설사 대접을 받기 좋아하는 성미라 해도 조합의 려관에서까지 대접받을 정도로 자신을 낮출 사람이 아니였다. 그는 푸르딩딩해서 꽥꽥 소리쳤다.

《부상을 대접할 생각은 말고 농사를 잘 짓소. 조합원들의 생활을 먼저 생각하란 말이요. 남새파종을 계획대로 못하고도 나를 대접하는것으로 무난히 넘기려고 꾀를 쓰지 마오.》

그리고는 승용차에 올랐다.···

집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낮잠을 잔 뒤 성에 나간 최영길을 청사정문에서 승용차에서 방금 내린 김만금이와 부딪쳤다.

《안녕하오, 부상동무?》

김만금이 활발하게 팔을 저으며 다가왔다.

《어서 오시오.》

최영길은 그의 손을 잡으며 답례하였다. 김만금으로부터 되게 비판을 받은 후 최영길은 그와 만나면 서먹서먹한감을 느끼게 되였다. 이전의 허물없던 상태로 돌아가려고 애써 보았지만 잘되지 않았다. 김만금이도 같은 심정인지 만나면 일부러 웃으면서 큰소리를 내며 떠들썩했으나 어쩐지 어색했다.

《상령감이 불러서 왔소.》 김만금이 롱조로 말했다. 《좀 만날수 없겠는가 하더군.》

《들어갑시다.》

최영길이 그를 앞세웠다. 그들은 말없이 층계를 올라갔다.

《갈 때 들리겠소.》 김만금이 복도 반대쪽으로 가며 말했다.

《기다리겠소.》

최영길은 그러나 웬일인지 김만금을 만나는것이 이전처럼 반갑지 않았다. 그는 김만금이 특별한 용건없이 이전 관계를 회복하려고 그저 들리겠다고 말했다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럴수록 더 어색해질것 같았다.

(인사를 차리느라고 들리겠다고 하는데 그냥 갔으면 좋겠군.) 그는 그 어떤 정신적부담을 느꼈다.

사무실에 들어가 막 앉으려는데 전화종이 울리였다. 함의선이였다.

《나한테 와줄수 있겠소?》

어째서 《오시오.》하지 않고 《와줄수 있겠는가》고 하는가? 이런 의문이 스치였다. (그러니까 농업부장과 함께 나도 만나려는 모양이군.)

함의선은 그간 병원에 들어가있다 나왔다. 성안에서는 상의 입원이 정신적인 병때문이라는 말이 돌았다.

최영길이 그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상은 여전히 옷을 단정히 입었고 몸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으나 눈빛은 역시 밝지 못했다.

함의선은 자기의 사무탁에서 나와 긴 앞탁에 김만금이와 마주 앉아있었다.

최영길은 김만금의 옆에 의자 하나를 사이 두고 나란히 앉았다. 그는 사업토의를 하려는줄로 알고 사업일지와 만년필을 들고왔다.

최영길이가 자리를 잡고 앉자 함의선은 김만금을 향해 말을 시작했다.

《부장동무, 나는 내각에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어찌나 뜻밖에 튀여나온 소리였던지 최영길이도 김만금이도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최영길은 그 말의 의미를 깨닫고 머리카락이 희슥희슥한 함의선의 얼굴을 놀랍게 바라보았다. 김만금이도 뜻밖이여서 놀라는듯 함의선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했다. 두사람 다 아무런 말도 못했다.

이윽하여 함의선이 침묵을 깨며 계속했다.

《이걸 알려드리려고 만나자고 했습니다. 나는 사전에 부장동지와 의논할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먼저 사직서를 내고 알려드리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직리유는 건강상태입니다. 나는 늙었습니다. 늙은것이 리유로는 합당치 않습니다. 그런데 건강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는 젊고 혈기왕성하고 조선의 농사에 체질적으로 맞는 새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고 스스로 결심하였습니다.》

함의선은 이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에서 이상한 색갈이 느껴졌다. 《조선의 농사에 체질적으로 맞는 새 사람》이라는 표현이였다.

《그러니까 상동무는 조선의 농사에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는것입니까?》

김만금이 물었다.

함의선은 대답을 하지 않고 깍지끼여 사무탁에 올려놓은 두손의 엄지손가락들을 놀리기만 하였다. 눈길은 아래를 향하고있었다. 그의 침묵을 어떻게 해석할것인가?

김만금은 성에서 상이 육체적인 병보다 정신적인 병때문에 입원했다는 말이 돌아가고있음을 상기하였다. 그렇다, 이 사람이 사직서를 내는 진짜리유는 건강문제가 아니다. 그가 대답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는것은 질문에 대한 회피라기보다 긍정이라고 보아야 할것이다.

사실 함의선은 조선에서의 농업에 흥미를 잃고있었다. 쏘련에서 농업학교를 나왔고 꼴호즈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다 조선의 농업을 발전시켜보려는 열망을 안고 조국으로 나왔기에 그 경험과 마음을 귀중히 여기시여 수령님께서는 그에게 농업성 부상과 농업상의 책임적인 직책에서 일하도록 신임을 주시였다. 함의선이는 이 신임을 잊을수 없었다. 하기에 수령님을 받들어 조선의 농업발전을 위해 자기의 능력이 자라는껏 일해보려 하였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는 자기의 체질이 조선의 실정에, 구체적으로는 조선의 농법에 맞지 않는다는것을 느끼게 되였다. 사상을 중시하며 사상을 내세우는 우리 당과 정부의 정책이 그에게는 납득이 잘되지 않았다. 쏘련에서처럼 농업을 발전시켜나가지 않는것이 그에게는 리해되지 않았다.

올해 들어와 7월이 되였으니 한해농사를 다 지은것이나 같다. 그런데 지금 농사형편은 어떠한가. 모내기는 수다한 로동자, 사무원, 대학생들이 총동원되여 그럭저럭 보장했다. 기계화가 실현되지 않은 조건에서의 필연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김매기에서는 벌써 총동원이 맥이 빠졌고 농촌에서는 로력의 부족으로 김을 제대로 매지 못했다. 올농사가 어떻게 되리라는것은 뻔히 내다보인다. 마지막에 가서 책임추궁은 농업성에 돌아올것이고 농업상이 비판을 받게 될것이고 자짓하면 농사가 잘못된 책임을 지고 떨어질수도 있다. 그때 가서 뜨락또르가 부족해서 또는 로력이 빠져나가서 농사가 안되였소 하고 변명해야 소용이 없다. 아니다, 미리 사직하는 편이 낫다. 그러지 않아도 농업상에 흥미없어 그만두었으면 하고 자주 생각하면서도 수령님의 의리에 대한 배반으로 될것 같아 차마 결단을 못 내리고있던 함의선이였다. 이제는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하나의 평범한 공민으로 사회보장이나 받으며 젊은 안해와 함께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싶었다.

그는 자기 나이보다 근 20년이나 아래되는 젊은 녀인과 살고있었다. 서기를 하던 녀자였다. 쏘련에서 나올 때 데리고나왔던 본처인 로씨야녀자는 본국으로 들어가버리였다. 그러자 그는 이전부터 좋아하던 서기와 정식 결혼하고 그 젊은 녀자를 후처로 맞아들이였다. 이 젊고 귀여운 안해와 행복하고 조용한 여생을 보내는것이 지금 그의 최대의 희망이였다. 공연히 농업상자리에 앉아 흥미없고 체질에 맞지 않는 농사를 지도하느라 부대낄 필요가 없다.···

《나는 상동무와 같이 사업한지 1년 좀 남짓합니다.》 김만금이 말했다. 《그전에는 내가 지방에 있었지요. 그러다보니 상동무와 인간적으로 가까와질 기회가 없었습니다. 때문에 나는 상동무를 잘 모른다고 할수 있습니다. 상동무 역시 나를 깊이 안다고 할수 없을것입니다. 그렇지만 사전에 나와 의논을 좀 했더라면 좋았을것입니다. 내가 혹시 어떤 방조를 드릴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함의선은 감동되는 빛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어 랭담한 어조로 대답하기까지 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그러나 내가 이미 결심한 이상 부장동무는 그 어떤 방조도 줄수 없을것입니다. 부장동무가 나를 방조할수 있다면 나의 사직서가 승인되도록 힘써주는것뿐입니다.》

김만금의 얼굴색이 좋지 않는것을 보아 그가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끼고있는것 같았다. 최영길이도 사직서를 냈다고 통보하는 이 자리에서조차 랭담하고 《본토배기》들을 깔보는듯 한 함의선의 도고한 태도에 적의에 가까운 반감이 치솟았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벌써 사표를 내고 물러갔어야지.)하는 경멸감을 어쩌지 못하며 마치도 자기가 함의선과의 경쟁에서 승리한듯 한 기분이 들었다. 함의선이 그를 호출하며 《오시오.》하지 않고 《와줄수 있겠소.》한것이 벌써 패배자의 자세가 아닌가.

 

×

 

강서군에서 있은 가을남새파종총화에서는 개인들의 터밭에 심은 배추까지 합쳐 보고한 협동조합을 비롯해서 몇개의 조합만이 지표를 달성한것으로 평가되였다. 지표를 달성못한 조합들중에서 청산협동조합이 집중비판되였다.

회의이후에 청산협동조합 부위원장 김명배가 해임되였다. 일이 잘 안되면 누군가 한사람쯤 책임지게 마련이다. 가을남새파종지표를 보장 못한 책임이 결코 그에게만 있는것은 아니였다. 그는 리종수로인의 의견을 지지하여 사료전을 다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남새파종지표를 달성하려고 애썼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물론 다른 작업반도 박진섭이처럼 간단히 사료전을 갈아엎고 남새를 심었으면 될것이다. 그러나 농민의 량심이 허락치 않아 새땅을 일구기도 하고 강냉이밭고랑사이에 심기도 하다보니 내려온 지표를 다 달성할수 없었다.

유근재는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있었다. 다른 조합도 더러 계획대로 못했는데 왜 청산협동조합 부위원장만이 책임지고 해임되여야 하는가? 그러나 군인민위원장유일관리제이고 군에서 이미 결정이 되였으니 더 어쩌는수가 없었다.

김명배의 집을 찾아가니 그가 이사짐을 싸고있었다. 유근재가 저으기 놀라며 물었다.

《웬 이사짐을 쌉니까?》

김명배는 유근재가 권하는 담배를 받아 후들거리는 손에 들고 피우며 대답했다.

《내가 청산리에서 무슨 낯으로 일하겠습니까? 고향인 승호군 리현리로 가려 합니다.》

유근재는 어쩐지 가슴이 쓸쓸해났다.

《명배동무, 같이 일합시다. 작업반장으로 내정되였으니 한두해 일하다가 다시 관리위원회로 들어오면 될거 아니겠소?》

김명배는 머리를 가로 저었다.

《아니요. 나는 지금 관리위원장과 맞지 않습니다. 아래 내려가 일할바에는 차라리 평조합원으로 일해야지요. 그럴바에는 고향으로 가렵니다.》

유근재의 설복이 통하지 않았다. 김명배를 지켜내지 못한 유근재는 더 할 말이 없었다.

김명배는 떠나기 전날밤 리종수로인을 찾아왔다.

《부위원장, 이 사람! 나때문에···》

리종수는 그의 손을 잡아 방구들에 앉히며 비감에 잠겨 말했다.

《아닙니다. 아부님, 종수아버님이 옳았습니다. 무슨 새 정책이 나오면 이전것은 다 무시해버리는 사람들, 그때마다 우에다가 잘했다는 수자를 보고하고 칭찬이나 받는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들, 가짜 농사군들이 틀렸지요. 언제건 아부님이 옳았다는것이 인정될것입니다.》

김명배는 조금도 기가 꺾인 기상이 아니였다.

《하지만 결국 남새를 지표대로 다 심지 못했지.》

《그것도 성이나 군에서 잘못한것입니다. 농사가 무슨 아이들 장난입니까? 아래사정은 상관없이 내려먹이지요.》

리종수는 담배연구를 깊이 들이켰다가 후ㅡ 내뿜었다. 가슴이 쓰려왔다.··· 그는 궁싯거리며 온밤 자지 못하고 농사일이 제대로 되여가고있지 않는데 대해 걱정을 했다. 그런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관료주의자들이 다 틀어쥐고 일을 조직하고 내미는데 리종수 혼자 어쩐단 말인가?

가을남새파종총화에서 비판을 받은 장영덕은 김명배와 리종수령감때문에 자기가 큰 망신을 했다고 생각하며 그들을 몹시 아니꼽게 여기였다. 그렇지만 정작 김명배가 해임되고 청산리를 떠나게 되니 마음속이 편안치 않았다. 그는 가을남새면적을 확보할데 대한 벼락지시가 밑의 실정에 부합되지 않는다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관리위원장의 위치에서는 우의 지시를 억지다짐으로라도 내리먹이는수밖에 없다고 인식하고있는것만큼 여기에 반발하는것을 참지 못했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