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벌 23

 

23

 

최영길은 웅장한 몸집을 기우뚱거리며 사업수첩을 번지면서 거기에 적어넣은것들중에서 남새와 관련한 내용들을 찾아 읽어보고있었다. 한것은 김만금이 성에 나와 수령님께서 하신 비판의 교시를 전달한 후 성당집행위원회에서 최영길을 취급하였는데 남새문제도 언급이 되였기때문이다.

농업성은 늘 말을 듣기마련이라고 생각하면서 웬만한 비판에는 끄떡하지 않던 최영길이도 이번에는 정신이 좀 들었다. 《풍년축구경기》가 큰 물의를 일으키였고 김매기에 력량을 집중하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남새문제가 겹쳐들었다. 수령님께서 함경북도를 현지지도하실 때 로동자들에 대한 남새보장문제가 잘 되고있지 않는데 대해 심각한 비판이 있은 후 성에서는 봄과 여름철 남새를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느라 했다. 그러나 가을철남새보장에 대해서는 그후 최영길이 관심을 돌리지 못했다.

그래 지금 사업수첩을 뒤적이는데 그의 얼굴빛이 점점 심중해졌다. 성사업에서 큰 구멍이 뚫린것을 발견했던것이다.

이 남새때문에 함북도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강직되였다. 최영길은 바빠났다. 봄과 여름남새도 충분히 보장 못했다. 기본은 남새면적이 제한되여있는데 있었다. 그렇다면 가을남새를 위해 파종면적을 늘일 대책을 그때 벌써 세웠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못했다. 이제라도 가을남새파종면적을 늘일 시급한 대책을 취해야 한다. 만일 가을남새를 적게 심어 겨울김장을 담그는데 지장을 준다면 또 농업성이, 구체적으로는 최영길이 말을 듣게 될것이다.

상은 입원중이다. 늘 보아야 상은 관건적인 시기에 이래저래 빠지군 한다. 상은 없으니 1부상격인 최영길이 책임을 지게 되여있다. 그는 어쩔수없이 상에 대한 불만이 치밀어올랐다. 늙었고 힘이 진한 령감이 어떻게 되여 아직까지도 상자리에 그냥 앉아있는지 그는 리해할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입원한 상에 대한 불평이나 하고있어서 무엇하겠는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니지! 이 최영길이 남의 말밥에나 오르고 피동에 빠져 몰리울수 없다. 솜씨를 보여야 한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가을남새를 풀어야 해!)

이렇게 결심하고 어떻게 대책할것인가를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이윽하여 그는 농산국장과 계획국장을 불러 이 문제를 진지하게 협의하였다.

《전국의 시와 군의 형편을 놓고볼 때 다 사정이 다르오.》 하고 그는 말했다. 《평양시 같은 특별시는 더 말할것 없고 청진시나 김책시, 함흥시, 남포시 같은 큰 도시들에는 큰 공장, 기업소들이 집중되여있고 군들도 역시 공장, 기업소들을 가지고있소. 공장, 기업소가 별로 없는 군이라 해도 주민들이 살고있는것만큼 로동자, 사무원, 주민들에게 김장남새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는 소홀히 할수 없소. 각 협동조합들에서 심었거나 심기로 한 가을남새파종면적이 얼마나 확보되였는지 그리고 올해에 공급해야 할 김장남새수요량이 얼마나 되겠는지 장악하여 대책을 세워야 하겠소. 한마디로 말하여 김장남새를 보장하기 위하여 얼마나 더 심어야 하는가를 장악하여 시, 군들에서 대책을 세우도록 해야 하겠소. 각 협동조합들에서 남새파종면적을 몇프로씩 늘이겠는지 시, 군마다 실정이 다르니까 실정에 맞게 하여 김장남새를 보장할데 대한 성령을 떨구어야 하겠소.》

이렇게 하여 작성된 성령이 모든 도, 시, 군들에 떨어졌고 군에서는 각 협동조합들에 지시를 떨구었다. 최영길은 문건상 지시를 떨구는데 머무르지 않고 전화로 직접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가을남새계획을 수요에 비해 적게 세운 군들을 몇군데 장악하였다. 그중에는 강서군도 있었다.

그는 전화로 강서군인민위원장을 찾았다. 그는 군위원장을 잘 모르고있었지만 그것이 사업하는데서는 장애로 되지 않았다. 모르고있는편이 엄하게 다루는데서는 더 나을수 있었다.

《군위원장동무요?》

최영길이 송수화기에 대고 무뚝뚝하게 물었다.

《예, 군위원장입니다.》

《성령을 접수했소?》

《접수했습니다.》

《내가 왜 수백개의 군들중에서 강서군에 직접 전화를 하는지 알겠소?》

상대방은 어물어물하였다.

《강서군이 농촌건설을 비롯해서 일을 잘하는데 남새를 보장하는데서는 락제요!》 최영길은 우선 이렇게 상대방을 얼쿠어놓았다. 《동무네 군에 공장들도 많고 따라서 로동자, 사무원들이 많은데 가을남새를 매우 적게 계획했더구만.》

군위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변명하려 하였다.

《내 명백히 말해두는데 만약 동무네가 주민들에게 김장남새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면 정책을 집행못한 엄중한 책임을 지게 된다는거요.》

군위원장은 기가 질려 《예, 잘 알았습니다.》하고 대답했다.

농업성 부상의 전화를 받은 군위원장은 우선 부상의 우락부락하게 생긴 얼굴부터 머리속에 그려보았다. 그 얼굴모양과 전화로 엄포를 놓은 위압적인 목소리가 일치되여 안겨오면서 그는 부쩍 긴장감을 느끼였다.

그는 한동안 앉아서 씩씩거리며 부상이 한 말들을 음미해보았다. 남새문제가 간단치 않게 제기되고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그는 송수화기를 들어 농업부장을 찾았다.

농민처럼 푸수하게 생기였으나 눈치가 역바른 농업부장이 곧 나타났다.

《각 협동조합들의 가을철남새계획이 장악된것이 있소?》

《있습니다. 농업성에서 요구하여 우에 올린 통계수자입니다.》

《그런데 농업성에서는 불만이요. 부상이 나한테 직접 전화를 했소. 군내 로동자, 사무원, 주민들에게 남새를 제대로 공급하자면 얼마를 더 심어야 하겠는가를 장악해야 하겠소. 농업성에서는 가을남새계획이 매우 적다고 말하고있소. 어떻게 알고있는지···》

《아마 추산했을것입니다.》

《추산했든 짐작했든 실지 얼마 더 심어야 하겠는지 알아보고 각 협동조합들에 추가로 계획을 떨구어야 하겠소.》

《예.》

농업부는 며칠동안 밤을 새워가며 일했다.

준비가 끝나자 군당위원장방에 군내 모든 협동조합관리위원장들을 불러올리였다. 먼저 군농업부장이 매 조합별로 남새파종면적을 얼마나 더 늘구어야 하는가 하는 수자를 통보해주었다.

《이것은 주민들의 가을남새를 보장하는 매우 중요한 국가적조치라는것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군인민위원장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관리위원장들을 돌아보며 굵은 목소리로 엄하게 말했다.

《그 어떤 수를 써서라도 남새파종면적을 늘여야 하겠습니다. 군에서 부장과 지도원들이 협동조합들에 내려가서 국가의 지시를 정확히 집행하도록 검열통제해야 하겠소.》

지금 그에게는 김매기와 기타 당면하게 하고있는 일보다 남새문제가 제일 긴급해졌다.

회의가 끝나자 관리위원장들이 흩어졌다.

장영덕은 겨드랑이에 사업수첩이 든 가방을 끼고 조합으로 가며 어떻게 남새파종면적을 늘일가 하고 궁리하느라고 길을 헛갈리기까지 하였다.

땅이 더 없었다. 그런데 군에서는 왜 남새파종계획을 미리 떨구지 않고 이제 와서 볶아치는것인가? 년초부터 그런 계획이 있어야 할것이 아닌가. 농업성의 긴급지시라고 하는데 지시하는 사람은 쉬울것이나 집행해야 할 사람은 혼란에 빠진다.

이런 생각을 하며 끙끙 갑자르던 장영덕은 나중에는 《나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나? 작업반에 지시를 떨구고 무조건 집행하라고 내리먹일수밖에! 그러면 작업반에서 하겠지.》하는데로 결심이 섰다.

그는 저녁에 관리위원회를 소집했다.

작업반장들, 관리위원들, 관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가했고 유근재리당위원장도 참석했다. 군인민위원회에서 농업부 지도원이 내려왔다.

관리위원인 리종수로인도 물론 참석했다. 문영숙반장과 같이 들어와 뒤쪽에 앉아서 대통을 입에 물고 말이 없었다.

먼저 장영덕이 추가로 심어야 할 가을남새량을 말했다. 이만한 량을 더 생산하자면 현재 일부 농산반에 조직되여있는 남새분조들의 생산량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므로 모든 농산반들에서 남새를 심어야 하겠다. 적어도 다섯반보씩은 심어야 한다.

《어떻게 해결하겠는지 의견들을 말해보시오.》

《···》

침묵이 뒤따랐다.

《왜들 입을 봉하고있소? 이건 무조건 생산해야 하는 과제요.》

《내가 좀 말합시다.》 키가 작달막하나 눈빛이 만만치 않은 제대군인출신의 취득마을 작업반장이 일어섰다. 그는 여간 배짱이 센 사람이 아니였다. 기양농기계임경소에서 뜨락또르를 몰고나온 한 운전사가 닭을 잡아 대접 안한다고 투정질하자 그를 쫓아버린 사람이였다. 그가 말했다. 《이제 와서 갑자기 남새를 심으라는데 땅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면 동무는 우리 조합에서 생산보장해야 할 가을남새를 다 못해도 된다는거요?》

장영덕이 침울한 얼굴로 짜증부터 냈다.

《그건 아닙니다. 심을 땅이 없다는것입니다.》

《같구같은 소리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여보 반장동무, 그걸 나한테 묻소? 동무들이 작업반장들인데 좋은 의견을 내놓아야지. 관리위원장의 머리에서 무슨 해결책이 척척 나오리라고 기대하지 마오. 사실 동무들은 남새를 심어야 할 의무를 지니고있소. 이건 어길수 없소.》

관리위원장방에 모인 사람들이 웅성웅성했다. 대체로 억지다짐으로 내리먹인다는 불만이였다. 리종수로인은 불 꺼진 대통을 쥔채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문영숙반장이 옆사람에게 말했다.

《땅을 얼마큼은 얻을수 있겠지요 뭐. 그렇지만 남새를 심을 적지로는 안됩니다.》

이 말이 장영덕의 귀에 쑥 들어왔다.

《1작업반장동무, 땅을 어떻게 얻어낼수 있소?》

문영숙이 일어섰다.

《산비탈의 풀밭을 개간할수도 있고 밭최뚝을 리용할수도 있습니다. 놀고있는 땅도 찾아보면 있습니다.》

《아, 그렇지.》

《그렇지만 그런 땅은 냄새를 심을 적지가 못됩니다.》

장영덕은 미간에 내천자를 짓고 앉아서 이마를 손으로 고이였다.

《거기다가 사료를 심으면 되겠지?》

이윽하여 이마에서 손을 떼고 물었다.

《사료전으로야 쓸수 있지요.》

문영숙의 예쁘장한 얼굴은 심중히 타산하는 빛으로 발그레하게 물들어있었다.

《그러면 그렇게 개간하거나 얻어낸 땅들에 사료용강냉이를 심고 지금 밀, 보리후작으로 심은 사료전을 일부 갈아엎어 남새밭으로 하면 어떻겠소?》

이렇게 관리위원장이 안을 내놓자 12작업반장 박진섭이 장영덕을 놀랍게 쳐다보았다. 박진섭이네가 다섯반보의 밭에 팥을 심었다고 다시 사료용강냉이를 심으라고 지시한 관리위원장이다. 그런데 사료를 심은 밭에 다시 남새를 심는다?

리종수로인은 관리위원장의 제의가 얼핏 보면 그럴듯 하지만 실천에 들어가서는 김매기가 바쁜 이때에 가뜩이나 로력이 긴장한데 반장들이 새땅을 일구어 거기에 강냉이를 심고 어쩌고 하는 시끄러운 일을 하지 않을것이며 손쉽게 사료전을 갈아엎고 남새를 심는것으로 끝낼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면 사료로 심은 강냉이가 그만큼 줄어들것이다. 웃돌을 뽑아서 밑돌을 하는 식이다.

(아니야, 그렇게 하면 안되지.)

로인은 서둘러야 하겠다고 생각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소?》하는 관리위원장의 물음에 침묵을 지키는데 그것은 《아니요.》했댔자 관리위원장이 기어이 고집을 쓰리라는것을 알고있기때문이였다. 그렇게 되면 관리위원장의 제안이 통과될수 있다.

로인은 김명배를 보았다. 김명배는 불만에 찬 눈으로 좌중을 휙 돌아보았다. 로인은 그와 순간적으로 눈길이 부딪쳤다. 《아부님, 왜 가만있습니까?》초봄의 어느날처럼 그가 안타깝게 호소하는듯싶었다. 드디여 리종수가 일어섰다. 그러자 장영덕이 얼굴을 찡그리였다.

《내 좀 얘기합세다.》

로인이 무게있게 입을 열었다.

《애초에 군에서 가을냄새면적을 타산해서 계획을 주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거웨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가을남새를 심으라면서 사료를 심은걸 갈아엎으면 이게 무슨 놀음이 되갔소?》

대통을 든 손이 후들후들 떨었다.

장영덕은 (이 령감이 또 참견하는구나!)하고 생각하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저 조합에 대고만 의견을 내는게 아니라 군에 대고도 삿대질을 하지 않는가. 그는 군지도원을 힐끗 쳐다보았다. 지도원은 잠자코 있었다.

《령감님, 가을남새를 제대로 심어서 로동자, 사무원, 주민들에게 보장할데 대한 농업성의 지시는 정책입니다. 집짐승사료도 사료지만 우선 남새를 생산해서 사람들이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리종수의 눈찌가 심상치 않았다.

《사료를 심으란건 정책이 아닙니까? 새 정책이 나오면 지나간건 줴버려도 됩니까?》

장영덕은 더 참을수가 없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령감, 앉으시오.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요. 예?》

리종수로인은 앉았다.

그러자 관리위원회 부위원장 김명배가 낯이 불그레해져가지고 장영덕이에게 말했다.

《관리위원장동무, 리종수령감을 억지로 앉으라고 할 필요가 있습니까? 령감님의 의견이 옳은데?》

장영덕이 불시에 책상을 손바닥으로 탁 쳤다.

《뭐가 옳소? 가을남새를 보장할데 대한 토의를 하는데 방해를 놀고있지 않소.》

어찌나 소리가 요란했던지 녀인들뿐아니라 남자들도 가슴이 떨리였다. 문영숙은 와뜰 놀라 가슴을 움켜쥐기까지 했다.

《위원장동무, 리종수로인이 어떻게 가을남새를 보장할데 대한 토의를 방해하고있습니까?》

얼굴이 하얗게 질린 부위원장이 입술을 떨며 반문했다. 대중앞이지만 오늘은 참지 못했다.

《그러니 동무도 같구만, 같애!》

《사료전을 갈아엎는걸 반대했을뿐입니다.》

《내가 사료전을 없애라 했는가? 동무들이 땅이 없다 하길래 다른 땅에다 사료를 심고 적지에 남새를 심을수 있지 않겠는가고 대책을 물은거지. 그 길밖에 없지 않는가. 그걸 싫다면 그게 방해하는게 아니요?》

유근재가 듣다 못해 끼여들었다.

《아, 위원장동무, 너무 흥분하지 맙시다.》

《거 흥분하지 않게 됐소?》

《좋은 의견들이 나올것 같은데 오손도손 더 의논해봅시다.》 유근재는 리종수로인을 눈으로 찾았다. 《리종수령감님, 그러면 다른 좋은 대책이 없겠습니까?》

《지금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강냉이를 심은 사료전을 갈아엎고 남새를 심는건 안될 일이웨다. 로력랑비, 종자랑비는 더 말할것 없고 사료로 심은 강냉이도 벌써 싹이 나왔는데···》

리종수는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장영덕은 눈에서 불이 이는듯 했다.

《그러면 어쩐다는거요? 대책은 못내놔 관리위원장이 내놓는건 반대해. 이러면 안되지요. 예, 령감님?··· 이렇게 합시다!》

장영덕이 드디여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여기서 계속 론의해야 시간만 랑비할뿐이니 돌아들 가서 작업반들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새밭을 확보해야 하겠습니다. 남새분조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회의는 끝났다.

박진섭은 동산마을로 돌아가며 리종수로인을 머저리라고 비웃었다. 일전에 강냉이밭귀때기가 떨어진것을 가지고 시비질한 일이 아직도 맺혀 내려가지 않고있는데다가 오늘 그가 취한 행동이 웃음을 자아냈던것이다. 얼마나 고지식한가. 사료전을 갈아엎고 남새를 심으라면 심는게 아닌가. 더구나 다른 땅을 일구고 그만한 사료를 심으라고 한것인데!

그러나 박진섭은 물론 새땅을 찾아낼 생각이 없었다. 관리위원장이 말했으니 거기다 언터구를 걸고 사료전을 갈아엎고 남새를 심으면 될것이다. 무엇때문에 고생스럽게 새땅을 찾아내겠는가. 로력도 없다. 또 다른 작업반장들도 자기처럼 손쉽게 하려 할것이다. 새땅을 찾아내고 거기다 사료전을 만들고 사료전을 남새전으로 하는 이 복잡한 공정을 거치느라면 여름이 다 갈것이기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이튿날 아침 팥을 심었다가 갈아엎고 사료용강냉이를 심은 말썽많은 밭을 가지고있는 분조로 나갔다. 아직 작업을 시작하기 전인데 진섭의 6촌동생인 이야기군의 이야기에 모두 정신이 팔려 듣고있었다.

《옛날 어느 나라에 한 늙은이가 살고있었네.》 이야기는 이러하였다. 《그 늙은이는 암말 한필을 가지고있었는데 이 암말이 밭도 갈고 짐도 운반하는 집의 제일가는 재산이였지. 그런데 어느날 이 암말이 도망갔네. 아마 암내가 나서 수말을 찾아갔겠지. 그러자 동네사람들이 로인에게 거 참 안됐다느니 하며 동정을 표시했네. 로인은 별로 락심하는 기색이 아니였네. 〈혹 알겠소, 화가 복이 될는지.〉 동정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로인의 대답이야. 과연 얼마 안있어 암말이 숱한 수말을 끌고 나타났네. 동네사람들은 제일처럼 기뻐하며 로인에게 복이 차례졌다는 인사를 했네. 한데 로인당자는 별로 반가와하는 기색이 없이 이렇게 대답했네. 〈혹 알겠소. 그 복이 화가 될는지.〉 과연 로인이 걱정하던대로 됐네. 말이 여러필 생기자 외아들이 그중 한마리를 전용으로 타고다니며 돌아치다가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네. 동네사람들이 과연 복이 화가 되였다고 하자 로인은 〈글쎄 두고봐야지요.〉하면서 별로 슬퍼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네. 그런데 이때 전쟁이 일어나서 젊은이들은 모두 싸움터에 나가게 되였는데 로인의 외아들은 다리병신이라 제명이 되였네. 다들 죽음이 기다리는 싸움터에 나가 더러는 팔이나 다리가 잘린 병신이 되든가, 죽어서 이름 모를 들판에 딩굴며 까마귀밥이 되였는데 로인의 외아들은 살아서 손자까지 보게 해주었다네.》

《하, 그것 참! 신통한 얘기군. 그러니까 화가 올 때 복이 싹트고 복이 올 때 화가 싹튼다는 소리야.》

《그렇지두 않지.》 다른 조합원이 반대했다.

《결국 로인은 말 한필을 잃은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복을 얻었네.》

《아직 내 얘기는 끝나지 않았소.》

이야기군이 이렇게 말하자 모두들 그의 넙적한 입을 쳐다보았다. 《그 외아들녀석이 장가를 가더니 색시한테 빠져 아버지를 돌보지 않는데다가 술과 도박에 미쳐 로인이 평생 번 재산을 다 부려먹었다네. 그때에야 로인이 탄식하기를 〈저게 전장에 나가서 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나.〉했다네.》

《하ㅡ하ㅡ하ㅡ》

《일은 안하고 무슨 객담들이야.》

반장의 꽥소리에 모두 놀라서 머리를 돌리였다. 얼굴이 시퍼렇게 된 박진섭이 서서 큰 눈을 부릅뜨고있었다.

분조원들은 진섭의 입에서 더 사나운 욕이 터지기 전에 서두르느라고 엉치를 털며 일어나 흩어졌다.

《분조장, 나 좀 보기요.》

진섭은 다행히도 더 욕설을 퍼붓지 않고 분조장을 찾았다. 진섭은 분조장을 불러놓고 성냥을 켜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달았다. 어제 밤에 마신 술때문에 눈의 흰자위가 뻘겋다.

《어제 저녁 관리위원회에서 가을남새를 심을데 대한 문제가 토의됐소.》 그는 담배연기를 활 내뿜고나서 말했다. 《동무네 분조가 남새 다섯반보 심어야 하겠소.》

흩어져가며 분조원들이 6촌동생에게 《그래, 그 얘기는 끝이요?》하고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야기군은 계속된다고 대답하는것 같았다.

《어디다 그걸 심습니까?》

분조장은 의아해하였다.

《어디다 심는가구? 일전에 팥을 심었던 밭이 있지. 그걸 다시 갈아엎고 배추를 심으라구.》

《아니 사료를 심어야 한다구 해서 아까운 팥밭을 갈아엎고 강냉이를 심었는데 그걸 또 갈아엎구 배추를 심어요?》

분조장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강냉이가 싹터나올 때가 됐는데요.》

《그런데 다른 분조의 사료전에서는 벌써 강냉이싹이 돋아나왔소. 그래서 이왕 죽을 쑨 동무네 그 밭을 다시 갈아엎고 남새를 심자는 타산이요. 내 말뜻을 알겠소? 요전에는 사료였지만 이번에는 남새야.》

분조장은 땅만 내려다보고있었다.

《왜 그러오? 가을남새를 심지 못해 로동자, 사무원들, 군내 주민들의 겨울김장을 보장 못하면 분조장이 책임지겠소?》

《아니 내가 왜 책임져요?》

《그러면 남새를 심으라는데 왜 대답이 없소?》

분조장은 무엇인가 입에서 내뱉았다.

《좋수다. 강냉이를 갈아엎구 남새를 심지요. 반장의 지신데 해야지요.》

《반장은 관리위원장의 지시에 따른거요. 그러니 분조장은 집행하면 돼. 뭐 이러쿵저러쿵 할게 없어. 아무나 시켜서 사료전을 갈아엎으라구.》

《예.ㅡ 하지요.》

분조장은 불만스러운 억지대답을 하였다.

박진섭은 어떻게 해서든 남새를 제일 먼저 심어 관리위원장의 눈에 들려고했다.

··· 그 다섯반보(1,500평)의 밭이 또 말썽을 불러일으켰다.

작업반장의 지시를 받은 분조장이 다른 사람을 시키지 않고 자기가 직접 소에 연장을 메워가지고 사료전을 갈아엎는데 마침 지나가던 관리위원회 부위원장 김명배의 눈에 뜨이였다.

《분조장동무, 여기가 사료전이 아니요?》

그는 길가에 서서 큰소리를 쳐 물었다.

《예, 그렇쉐다.》

하며 분조장은 회초리로 소엉덩짝을 때렸다.

《이랴!》

격분한 김명배가 밭으로 들어와 소코뚜레를 붙잡아세웠다.

《아니, 왜 그럽니까?》

분조장이 놀랐다.

《왜 그러는가구? 이 뒤집어엎은데를 보지 못하오? 강냉이들이 싹터나는걸?》

가슴을 헐떡이며 김명배가 손으로 갈아엎은 땅을 가리켰다.

《여기다 남새를 심으라고 하던데요, 반장이.》

《그래 사료전으로 대신할 땅을 찾아냈는가?》

《그거야 모르지요. 내야 반장이 시키니 하는거지요. 나도 뭐 좋아서 이노릇하는건 아니요.》

《당장 연장을 끌구 밭에서 나가오.》

김명배가 소리쳤다.

분조장도 밸이 났다.

《허, 내 참, 한데 나보구는 왜 큰소리를 치오?》

《이게 동무네 분조밭이 아니요? 그래 누구보구 큰소리를 쳐야 옳겠소?》

《반장보구 그래야지요. 내가 여기다 남새를 심지 않으면 이번엔 반장이 눈을 부라리며 큰 소리를 칠게 아니요? 주민들의 겨울김장을 보장 못하면 책임지겠는가, 이런단 말이요.》

김명배는 입술을 감빨며 잠시 생각하더니 《그럼 가서 반장을 데려오우.》하고 지시했다.

담배 한대를 피우는 사이에 분조장이 반장을 데리고왔다. 진섭은 얼굴이 댕댕했다.

《반장동무, 사료전 할 땅을 찾아냈소?》

이런 물음쯤에 당황해할 진섭이 아니다. 더구나 관리위원장을 등대고있는 진섭이로서는 부위원장이 눈아래로 보였다.

《이제 찾아냅니다.》 그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러면 거기다 강냉이를 심은 다음에 여길 갈아엎고 남새를 심소.》

《바루 먹으나 꺼꾸루 먹으나 같구같지 않소. 부위원장동무, 난 남새를 먼저 심겠소. 회의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론의가 됐소? 부위원장동무는 회의에서 반대하더니 여기 와서두 방해요?》

김명배는 숨이 막혀 얼굴이 질리기까지 했다.

《뭐요? 내가 반대를 했다? 그리구 방금 방해를 한다?》

《그렇지요. 남새를 심겠다는데 왜 못하게 하우?》

《누가 남새를 못 심게 하는가!》

《작업반장이 실정에 맞게 하는데 웬 참견이요? 부위원장이 그래 12반 농사를 책임지겠소?》

《나는··· 나는··· 우리 조합의 농사에 책임을 가지고있는 부위원장이요. 그러니까 12반의 농사에 대해서도 걱정하는거요.》

진섭이는 픽 웃었다.

《걱정해주어서 고맙소. 여 분조장, 어서 갈아엎으라구.》그는 분조장에게 지시했다.

분조장은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좋소.》

김명배가 목소리를 낮추고 위협조로 말했다.

《마음대로 하오. 그러나 사료전은 확보해야 하오. 두고보겠소.》하고 그는 돌아섰다.

진섭이는 그가 얼마쯤 간 뒤 땅에 대고 침을 퉤! 하고 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