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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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남도에 갔다온뒤 김만금은 농업성으로 나가 최영길부상을 만났다. 부상은 혈기왕성했다.

《수고했소, 부장동무! 수상동지의 황해남도 현지지도가 계신 후 온 나라 농촌에 열풍이 일고있소. 혁신이 일어나고있소. 정말···》

최영길이 쩡쩡 울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황해남도가 들끓고있소.》 김만금이 걸상에 앉으며 그의 말을 보태였다. 《내가 황해남도당위원회에 알아보니 연안군, 배천군, 청단군은 말할것도 없고 온 도가 모내기실적이 부쩍 올랐다고 하더군. 함경북도에 수상님을 따라갔을적에도 느꼈지만 이번에도 수상님께서 현실을 깊이 료해하시면서 인민들이 아파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주시고 우리 일군들의 관료주의적행위에 대해 엄한 비판을 하고 대책을 세워주시니 인민들이 좋아한단말이요. 월남자가족녀성들을 만나 그들의 소원을 풀어주고 앞길을 탁 틔워주신 이야기만 해도 얼마나 가슴 뜨거웁소.》

김만금은 연안군 간석지논에서 논에 낸 모를 기술규정의 요구대로 하지 않는다 하여 한대씩 남기고 다 뽑으라 해서 결국 농사를 망치게 한 사실에 언급하고 수령님께서 되게 비판하셨다고 말했다.

《농업성에서는 총화가 있었소?》

최영길은 년간총화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 당시 일정하게 이야기되였다고 별치 않게 대답하였다.

《아마 과학기술처에서 총화를 했을거요.》

《그런 비상사건은 성적으로 총화짓고 넘어가야 했을거요. 당신은 알고있었소?》

《좀 들었소.》

《그런데 당 농업부에 통보되지 않았으니 나는 모르고있었단 말이요.》

《내가 언젠가 말한것 같은데 우리가 저 함북도로부터 황해남도에 이르기까지 널려있는 협동조합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떻게 다 알수 있겠소?》

최영길은 뻣뻣하게 대답했다.

《다 알수 없지만 문제점들이야 쥐여야 하지 않겠소? 그런 사건이 주는 일반적인 교훈을 로출시키고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단 말이요.》

최영길은 드디여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눈알을 굴리며 《과학기술처에서 뭘 연구한다는게 늘 그 꼴이라니까!》하고 욕을 퍼부었다.

《상이 몸이 불편해서 못 가본다면 부상인 당신이라도 현지에 나가보고 실태를 바로 파악했어야 했을게 아닌가.》

김만금이 마침내 어성을 높이였다. 그는 최영길이 과학기술처를 욕하며 눈알을 굴리는것을 자기 만금에 대해 화를 내지 못해 하는 행동으로 보았다. 농업실무에 들어가서는 선생이라고 생각하며 받들어주고 내세워주니 점점 더 오만해진다. 동창생이여서 허물없이 대해주니 그러는가?

《농업성사업에서는 주관주의와 형식주의가 많소. 계획을 아래실정에 맞지 않게 주먹치기로 세워 망탕 떨구고는 총화도 제대로 짓지 않소.》

《농업성의 총화는 가을에 가서 알곡수확고로 짓게 되오.》 최영길의 대답이다.

《그 총화가 잘되자면 농사를 실속있게 짓도록 실속있는 지도를 해야 한단 말이요.》 김만금이 오금을 박았다. 《내각에서 이야기됐지만 특히 수상님께서 농업성사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셨소. 내 보기에도 동무가 지내 자고자대하는것 같소.》

최영길이 흠칫하며 김만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송곳같이 예리해진 김만금의 눈길에 부딪치자 견디여내지 못하고 머리를 창문쪽으로 돌리였다.

이윽하여 한숨을 내쉬였다.

《부장동무,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마오. 부장동무가 자연과의 투쟁인 농업자체의 특수성을 모르오? 공장과는 다르지 않소. 농업성은 늘 말을 듣기마련이요.》

김만금은 양보하지 않았다.

《하늘이 잘해주면 농사가 잘되여 칭찬받게 된다는 소리를 하자는것은 아니겠지?》

《봄에 욕을 많이 먹는 작업반장이 가을에 웃는다는 말이 있지요. 농업부의 비판을 약으로 받아들이겠소.》

유들유들한 최영길의 뻘건 얼굴을 바라보며 김만금은 그만큼 말해두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수 없지만 어쨌든 접수하는 립장이니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김만금은 주머니에서 담배곽을 꺼내였다. 최영길이 손을 내밀었다. 그래 그에게 한대 주고 자기도 한대 입에 물고 성냥을 켰다. 성냥불을 켜는데 최영길이도 성냥을 꺼낸다. 먼저 불을 켠 김만금이 성냥불을 그에게 내대자 그는 손으로 밀어버리였다.

《왜 담배를 얻었으면 불도 얻어야지.》

《그렇지 않지. 담배는 내것보다 좋기때문에 얻은것이지만 불까지 신세를 지고싶지는 않소. 성냥은 같은 〈금강〉이니까.》

《흥, 내가 불까지 켜주는걸 무슨 아량을 베푸는것으로 여기고 자존심이 상했겠지. 숙어들고싶지 않다는 심리겠지.》

최영길이 담배연기를 날리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글쎄, 어째 그런지···》

김만금은 그의 심사가 편안치 않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농사를 직접 지어보면 말하는것처럼 쉽지 않다는것을 알테지.) 최영길의 속마음이였다. 그러나 그런걸 오래 속에 꿍져들 그가 아니다. 더구나 모내기때문에 딴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최영길은 모내기실적을 매일 장악하도록 종합처에 강하게 요구했다. 그리하여 매일매일의 모내기실적이 협동조합에서 군으로, 군에서 도로, 도에서 성으로 보고되고 집결되여 그의 책상우에 놓이였다. 5월말에 가서는 70%계선을 넘었다. 그는 5월말까지 모내기를 끝낼수 없다고 하던 고지식한 농산국장의 얼굴을 그려보며 빙긋이 웃었다. 사실 최영길자신도 5월말까지 끝낼수 없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지시를 떨구었기때문에 5월말까지 70%수준을 넘지 않았는가. 그는 희색이 만면했다. 물론 그는 농업성이 유독 잘한 결과라고 어리석게 생각할 사람이 아니였다.

모내기가 례년에 없이 빠른 속도로 진척된것은 수령님께서 가르쳐주신 말씀에 따라 전당, 전국이 떨쳐나섰기때문이였다. 그이께서 황해남도를 비롯한 농촌들에 나가시여 농민들의 가슴속에 지펴주신 불길이 세차게 타올랐던것이다.

농사의 주인인 농민들은 다른해에 비해 높은 열의를 발휘하였다. 날이 밝기 전에 모판에 나가 모를 떴으며 별이 돋을 때에야 논벌에서 들어오군 하였다. 모가 딸리면 밤에 홰불을 켜고 모를 떴다.

이와 같이 전당, 전국이 떨쳐나서고 또 농업성이 아래를 강하게 장악통제할수 있은것은 농업협동화의 승리가 가져다준 결과이다. 이제는 개인농이란 없다. 농민들이 다 사회주의집단경리에 속해있다. 그러므로 강철같은 손아귀에 틀어쥐고 강하게 내밀면 일이 되는것이다.

농업성에 틀고앉은 최영길은 각 도, 각 군에 거미줄처럼 늘인 전화선을 통해 모내기를 지휘할수 있었다. 사무실에서 쩡쩡 울리는 그의 고함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사방으로 날아가 메아리쳤다. 그는 진짜전투를 지휘하는 장군처럼 자신을 느끼였다.

(강철같은 손아귀! 아래에 대한 드팀없는 장악! 강한 통제력! 이것이다.)

그는 모내기전투의 초보적인 첫 승리에 만족하고 흥분하여 속으로 웨쳤다.

최영길은 상에게 보고한 다음 직접 당 농업부에 찾아들어가 김만금을 만났다. 그는 도별 실적과 총적인 실적을 타자친 종이를 내밀었다.

《축하하오. 70%계선을 넘었구만.》 김만금이 종이장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종이장에 적힌 수자요. 실지 70%를 했는지, 허위보고가 없는지 따져보고 100% 말끔히 끝내기 위한 전투를 잘 조직해야 할거요.》

《그거야 강조를 하지 않아도 의례히 그렇게 해야지요. 그러자니까 첫 승리를 이룩한 협동조합원들과 지원자들을 충분히 휴식시키여 사기를 부쩍 올려주기 위한 조직사업을 하려 하는데?》

《어떤 조직사업 말이요?》

《휴식을 하되 이날에 씨름, 널뛰기, 장기, 윷놀이 그리고 특별히 축구를 조직하려 하오.》

최영길은 원래 축구를 좋아했다. 그래서 축구를 특별히 조직하려는것이였다.

《그렇게 해야지. 생각 잘했소. 아마 성에서 조직적으로 포치하지 않는다 해도 민간에서 이때쯤에는 전통적으로 민속경기를 하며 쉬니까 잘 쇨거요. 그러니까 조직적으로 하면 더욱 좋지요.》

김만금이 적극 지지해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는 한가지 실수를 하였다. 휴식일에 하려 한다는 축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직하려는지 따지지 않았다.

최영길은 판을 크게 벌릴 잡도리였다. 그는 이번에 전국적으로 농촌들에서 벌릴 축구경기를 《풍년축구경기》라고 명명하고 협동조합호상간에 대전하고 군과 군이 대전하고 도와 도가 대전하는 식으로 진행할 계획이였다. 농사도 잘 짓고 생활도 잘 조직하자! 우리 농민들이라고 왜 로동자들이 5.1절을 쇠듯 못하겠는가. 이것이 그의 주장이였다. 그런데 좀 불쾌한 일이 생겼다.

내각에 가서 김일 1부수상을 만나고온 함의선농업상이 그를 불렀다. 양복을 차려입고 넥타이를 단정히 맸으며 기름을 발라 빗어넘긴 머리카락이 번들거리는 반면에 눈빛이 침울하고 얼굴이 무표정한 함의선이가 입술을 움직이였다.

《김일 1부수상동무에게 5월말까지 70% 모내기를 했다는 보고를 했더니 〈올해도 70%를 하고는 기본적으로 끝났다며 만세를 부르려 하오? 아직 30%가 남아있지 않소. 아직 만세를 부르지 마시오. 계속 전투를 벌리시오.〉 이렇게 오히려 추궁을 하더군.》

최영길은 두툼한 입술을 꾹 다물며 쑥 내밀었다. 이윽하여 응답하였다.

《1부수상동무의 말이 옳습니다. 휴식일에 사기를 부쩍 올려가지고 차후전투를 벌리도록 합시다.》

《풍년축구경기》를 비롯한 각종 경기와 오락을 조직하여 휴식할데 대한 지시가 내려갔다.···

청산리에서는 약수리와 대전하고 강서군은 룡강군과 대전하게 된다. 널뛰기, 씨름 같은것보다 모두 축구에 큰 흥미를 가지고 흥분하여 그 준비에 떨쳐나섰다.

···

청산리에서 선수선발이 시작되였다. 리농맹위원장도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여서 벌써부터 흥분에 떠있었다.

어느날 차두철이 리농맹위원장의 부름을 받았다. 그는 기계화반에 들어갔지만 모내기에 동원되여 일하고있었다.

《저를 찾았습니까?》 농맹위원장의 사무실에 들어선 두철이는 모자를 벗으며 인사겸 물었다.

농맹위원장이 걸상을 가리켰다.

《응, 거기 앉으라구.》

6월초의 저녁이였다. 철기는 어느덧 여름에 잡아들어 낮에는 해볕이 따가왔지만 저녁이면 아직 선선했다.

두철이는 민청원인 자기가 농맹위원장의 부름을 받은것이 의문스러워 의아해하며 잠자코 다음의 말을 기다렸다.

《뽈을 잘 찬다지?》 농맹위원장이 물었다.

《예, 고중때 좀 찼습니다.》

두철이는 아직도 그것이 예비적인 담화라고 생각하며 별치 않게 대답했다.

《이보라구, 두철이, 리민청하구두 토론했으니까 아마 민청위원장이 과업을 줄거야. 다른게 아니구 오는 휴식일에 축구, 그네뛰기, 씨름, 윷놀이 같은걸 하는데 축구가 기본이야.》

두철이는 농맹위원장이 바로 축구때문에 불렀다는것을 알게 되자 매부가 평양에서 하던 말이 생각났다. 매부는 두철이를 평남도팀에 넣어주겠다고 했다.

《아직 모내기가 채 끝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는 끝났으니 휴식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지시가 성에서 내려왔다.》 농맹위원장이 말했다. 《축구가 왜 기본인가 하면 다른 조합과도 대전하기때문이야. 우리는 약수리하고 한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우리 조합선수들을 선발하고 모내기에서 떨어져 훈련을 해야 하겠다.》

두철이는 농맹위원장과 헤여지기 바쁘게 뽈을 찰만 한 선수들을 머리속에 꼽아보며 찾아다니였고 그들과 의논하기 시작했다. 이튿날 아침에는 벌써 후보선수까지 포함하여 열다섯명의 선수명단을 농맹위원장과 민청위원장에게 제출했으며 다음날부터 선수들을 농사일에서 떼내여 훈련을 시작했다.

두철이는 이 조합축구팀에 대해서는 크게 흥미가 없었다. 매부가 평남도팀에 자기를 넣어주겠다고 했으니 거기 가서 솜씨를 보이려는것이 기본목표였다.

아니나다를가 한창 청산리선수들을 데리고 중학교마당에 가서 훈련을 지도하고있는데 도에서 두철이에게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두철이의 훈련지도모습을 바라보다가 불러내여 관리위원회에 도인민위원회의 지시를 전달하고 승인받았으니 어서 평양으로 가자고 하였다.

(그러면 그렇겠지! 이 차두철이가 협동조합 축구팀 같은데서 뽈을 차고있을수 없지. 매부, 고맙소.)

차두철이는 다른 사람에게 청산리축구팀지도를 인계하고 평양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청산리와 강서군에서는 이름을 날리고있던 차두철이였으나 평남도에 가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도적으로 뽈깨나 찬다는 선수들(대개가 전문축구단에서 뽈을 차다 퇴역한 사람들이였다.)이 선발되여온것만큼 자존심들이 대단했고 또 실지 기술도 높았다. 훈련과정에 두철이는 자기가 도에서는 결코 엄지손가락이 될수 없다는것을 느끼였다. 그러나 두철이도 자존심이 강했다. 더구나 농업성 부상이 직접 이름을 찍어 추천한 선수여서 감독은 그를 중앙공격수의 위치에 세워주었다. 다른 선수들의 의견도 있고 감독자신도 그를 후보선수로 쓸가 생각했지만 그의 배경인물이 커서 본인이 중앙공격수를 하겠다고 나서는것을 어쩌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차두철이 남에게 크게 뒤지는것은 아니였다. 그는 주력이 좋았다. 축구에서는 선수들의 주력이 중요한것이다.

경기당일날 평안남도팀과 함경북도팀이 대전했다. 함경북도는 멀리서 기차를 타고왔는데 선수들외에 큰 응원단이 오지 못하고 적은 인원이 왔다. 그러나 평안남도는 자기 땅에서 경기를 하는것만큼 숱한 조합원들로 무어진 큰 규모의 응원단을 모란봉경기장에 들어앉히였다.

최영길이와 체육부문의 책임일군, 각 도의 부위원장 등 간부들이 주석단에 주런히 나와앉았다.

두 팀의 응원단이 장새납을 불고 꽹과리를 울리고 열두발상모를 돌리며 춤을 추며 응원하는 속에서 경기가 진행되였다. 함경북도는 해방후에 《기계다리》라는 별명의 유명한 축구선수를 배출한 도이다. 응원단의 수는 적어서 평안남도에 눌리우고있었으나 선수들은 훨씬 경기를 잘했다. 두 팀이 죽을내기로 달리였다.

전반전이 한창 열기를 띠고있을 때였다.

차두철이가 우측에서 중앙방어수가 넘겨주는 뽈을 가슴으로 정지하고 문지기만 있을뿐 거의 무방비상태인 상대측의 꼴문을 향해 힘껏 《슛》을 했다. 그러나 뽈은 꼴문 웃가름대를 넘어 하늘로 날아갔다.

《야!》하는 군중의 실망의 웨침.

두철이는 주저앉아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가 스스로 자부했던것처럼 그렇게 뽈을 잘 차는 선수가 아니라는것을 더욱 절감했다.

《에이 참!》

주석단에 앉은 최영길이도 분해하였다. 그도 처남의 기술이 약하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두철이는 이 경기에서 한꼴도 넣지 못했다. 오히려 뒤에서 나온 방어수가 겨우 한꼴을 넣었을뿐이였다. 후반전에 가서 감독은 두철이를 교체시켰다. 두철이는 패자의 수치심을 느끼며 경기장밖으로 나갔다.

함경북도가 이겼다.

《농사는 잘못 짓는데 축구는 잘하는군.》

최영길이 쓰거운듯 내뱉는 말이였다. 그는 어느 팀이 이기든 상관이 없는 성의 간부였지만 처남이 속한 평안남도에 마음이 쏠리는것을 어쩌지 못해 분해하는것이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두철이가 한꼴도 넣지 못하고 후반전에 밀려난것이 분했다. 그는 (안되겠군!)하고 처남에 대해 실망을 느끼였다.

그러지 않아도 요새 처남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최영길이였다. 안해가 두철이를 평양에 끌어올려오자고 계속 졸라대고있었다. 그 녀자는 모내기를 기본적으로 끝낸 성과에 들떠있는 농업성과 남편의 기분상태나 《풍년축구경기》같은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저녁마다 남편에게 어머니를 모셔오자, 두철이도 같이 데려오자, 당신이 그만한 일이야 못하겠는가, 성 부상이 조합원 하나 장기쪽 옮기듯 못하겠는가 하고 성화를 먹이였다. 너무 귀가 아파서 반승낙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저 자식이 대체 사람구실을 할가.) 오늘 저녁에 들어가면 안해가 또 두철이 말을 꺼낼가봐 벌써부터 우울해지며 그는 두철이를 공연히 힐난하였다.

하긴 두철이가 욕을 먹을만도 했다. 뽈을 잘 차지 못했으니까.

두철이는 매부와 누이도 만나지 않고 청산리로 돌아갔다.

패배자의 부끄러움에 목이 움츠러든 두철이가 뽈차기의 유흥려행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오니 그때에야 모내기를 겨우 끝내고 논김매기를 시작하는데 농산반원들의 사기가 저락되여있었다. 한것은 6월에 들어서면서부터 모내기가 기본적으로 끝났다며 과수반, 축산반, 기계화반을 비롯하여 다른데서 지원나왔던 사람들이 모두 철수해갔기때문에 벌판에 일하는 사람이 얼마 없었던것이다. 모내기가 끝나가니 심을것들은 다 심어 한해농사를 다 먹어둔것처럼 여기는 들뜬 기분이 우에서부터 아래까지 떠돌고있었다.

두철이는 자신에 대한 환멸감과 좌절감으로 하여 머리를 들지 못하고 다녔다. 귀에서는 경기총화때 감독이 하던 말이 떠나지 않았다. 《두철이는 개인영웅주의를 부렸소. 공명심에 떠있는 동무요. 보다 중요한것은 우리가 믿었던것처럼 그렇게 뽈을 잘 차지 못하는 선수라는거요. 농업성 부상이 직접 추천했기때문에 기대했었는데 우리는 실망하지 않을수 없었소. 돌아가서 농사일에 힘쓰시오.》

이런 내용을 알리 없는 동네아이들이 《야, 두철형님이다!》하고 그가 지나갈 때마다 소리치며 뒤따라오군 했다. 두철이는 창피스러웠다.

그런 어느날 장영덕위원장이 그를 불렀다. 모내기전투를 치르느라 꺼칠해진 장영덕은 두철이가 방에 들어서자 갈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매부한테서 전화가 왔다. 부상동지 말이다.》

《그래요?》 평양에서 경기가 끝나고 돌아오며 매부를 만나지 않은것이 어쩐지 께름했다.

《너를 좀 보내달라구 하더라.》

《무슨 일때문이랍니까?》

《내가 어떻게 알겠니? 래일 가봐라. 보내주겠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말이다. 야, 두철이. 우리 조합 기계화반에 제재기를 하나 설치하려고 하는데 기계톱이랑 좀 도와줄수 없는지 말해보렴. 우리 조합에 부상의 장모도 계신데 마음만 먹으면야 도와줄수 있겠지.》

《우리 매부는 그런 안면관계부탁은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두 네가 잘 말해보려마.》

《하여튼 말은 해봅시다.》

청산리바닥에 얼굴 들고 다니는것이 창피스럽던 두철이는 마침 잘되였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때문일가? 혹시 누이가 매부를 설복시켜 평양에 끌어올리기로 락착이 된것이 아닐가? 글쎄, 매부가 아무리 집에 와서는 누이한테 꼼짝하지 못한다지만 나와 어머니를 끌어가는 일을 승낙했을가? 설사 승낙하고 노력한대도 쉽지는 않을걸. 조합에서 뻗대면 바쁠수 있지. 아니아니, 다른 일때문이겠지.··· 한데 정말 평양에 들어갈수 있게 되였다면?··· 그것은 인생길의 큰 전환이지.)

그는 이러한 상념에 빠져 누이네 집에 도착했다.

누이는 반가와 어쩔줄 모르며 《매부가 너와 어머니를 평양에 데려오겠단다. 겨우 설복시켰다.》하고 떠들어댔다.

《내 짐작이 맞았군요.》 두철이는 심중해졌다. 《그래서 내 의향을 묻자는거요?》

《그래! 사실은 물을것두 없지. 평양에 들어와 살게 된걸 마다할 병신은 없을테니까.》

《···》

《왜 잠자코 있니?》

《고향을 뜬다는게 그렇게 간단해요? 내 혼자도 아닌데. 언제인가 평양에서 축구하는 친구가 자기네 체육단에 오지 않겠는가고 해서 철이 아직 없던 내가 당장 될것 같아 어머니에게 얘기하니까 아버지의 묘지가 있는 청산리를 뜨지 않겠으니 갈라면 혼자 가라구 하더구만요. 나두 뭐 꼭 체육단에 가고싶은건 아니고 또 실지 받아주겠는지 알수도 없어 단념하고말았지요.》

《어머니는 내가 설복하겠다. 야, 너 앞길이 구만리같은 젊은애가 뜻을 좀 크게 품어야지.》

두철이는 어머니말고도 장애물이 하나 더 있었다. 춘심이가 어떻게 나오겠는가 하는것이였다.

(춘심이가 평양에 와서 살지 못할 리유가 뭔가.) 갑자기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옷 잘 입고 화장하고 다니면 안된다던가. 뜨락또르운전수가 뭐 대단한거라구.) 웬일인지 춘심이는 쉽게 따라올것 같이 생각되였다. (자기두 좋아하겠지, 바늘따라 실가기마련이지.)

두철이는 평양이라는 매혹을 물리칠수 없었다.

점심시간에 매부가 들어왔다. 매부는 자기가 결코 흥이 나서 두철이를 평양에 데려오려 하는것이 아니라는것을 나타내려고 그러는지 두철이를 부른 문제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누이가 나서서 두철이가 평양에 오겠대요 하며 다 성사된 일처럼 말을 했다.

《난 어머니와 의논을 해봐야 합니다.》

두철이가 서둘러 아직 락착을 본것이 아님을 내비치였다. 그는 굽신거리면서까지 매부의 힘을 빌려 평양에 오고싶지는 않았다. 누이가 팔걷고 나서서 적극 추진시켜 성사됐으니 구태여 물리치려 하지 않는것이였다. 무엇때문에 마다하겠는가. 기계화반이 좋기는 하지만 평양에서의 생활에 대겠는가?

《그래, 의논을 해봐라.》

매부가 한마디 했다.

두철이는 관리위원장의 부탁을 말했다. 매부는 반응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누이가 나서서 《그게 무슨 힘든 부탁이라구 선뜻 대답못해요? 기계톱을 해결해주면 조합에서 두철이의 적을 떼는 일이 순조롭게 될게 아니예요? 관리위원장이 두말 않고 선뜻 떼줄거예요. 그런걸 해결해주지 않는다 해두 부상의 부탁인데 마다하겠소만 이왕이면 덕을 입히는게 나쁘지 않지요.》하였다.

최영길은 어이가 없다는듯 허허 웃었다.

《머리가 어쩌면 그렇게도 팽팽 잘 도오? 내 두손 들었소.》

그뒤의 일은 빨리 진척되였다. 누이가 두철이와 같이 고향에 가서 어머니를 설복했다. 어머니는 두철이가 장가들기 전에는 사위네집에 들어가지 않을것이라며 평양가는것을 서두르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두철이가 평양 가서 직업을 얻고 집을 잡으면 따라가겠다고 하였다. 그래 두철이가 먼저 평양에 올라가기로 했다.

제재기를 해결하여주겠다는 바람에 장영덕은 두철이가 적을 떼는것을 쉽게 승인하였다.

두철이는 자기위주의 유익성을 설명한 편지를 써서 양성소에 가있는 춘심이에게 부치고 평양으로 올라갔다. 주택건설장을 보며 경탄한적이 있는 두철이는 그곳에 적을 붙이고 일할 결심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