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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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덕관리위원장은 새벽부터 일어나 온종일 작업반들을 돌아다니느라 장딴지에 알이 박힐 지경이였고 작업반장들을 들볶아대느라 목이 쉴 정도였다.

작업반들을 돌아다니기에 지친 장영덕이 하루는 로동지도원을 자기 사무실에 불렀다.

《지도원, 부탁이 하나 있는데···》

그는 목소리가 썩썩 갈리였다. 작업반들에 다니며 소리를 쳤기때문이였다.

《뭔지 말씀하십시오.》

로동지도원은 무슨 부탁이든 다 들어줄 차비를 하고 기다렸다.

《자전거를 하나 살수 없을가?》

장영덕이 말했다.

《자전거 말입니까?》

《그렇소.》

로동지도원은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수소문하면야 살수 있지요. 그건 뭣에 쓰려는겁니까?》

《이 사람아, 자전거를 뭣에 쓰겠나? 타고다니자는거지.》

로동지도원은 조합원들이 작업반들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관리위원장을 《오토바이》라고 뒤에서 별명지어 부르고있는것을 생각하며 웃음이 나오는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그러니까 관리위원장동지가?···》

《그래, 내가 타고다니겠다는거야.》

《알만 합니다. 제가 수소문해보겠습니다.》

《그런데 내가 당장 돈이 없으니 가을에 분배를 타서 갚도록 교섭해보라구.》

장영덕이 밑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원 위원장동지두, 그게 위원장동지가 개인용무루 타고다닐겁니까? 걱정놓으십시오. 조합재산으루 등록하고 조합의 공금으로 사도록 제가 부기장과 이야기하겠습니다.》

장영덕이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 안돼. 공금에 손을 대서는 안된단 말이야. 그러니까 조합돈을 앞당겨쓰는것으로 해야 해. 알겠나?》

로동지도원은 어쩔수 없는 사람이군 하고 생각하였다.

농촌에서 제일 바쁜 영농계절인 모내기철이 왔다. 부엌의 부지깽이도 뛴다는 5월이다. 농업성에서 도, 군을 거쳐 협동조합들에 모든것을 집중하여 5월중으로 모내기를 끝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관리위원장은 지도원들의 방조를 받아 모내기전투계획을 작성한 다음 작업반장들의 회의를 소집하였다. 부위원장과 부기장, 리인민위원회 서기장도 참가했다.

《···말그대로 모든것을 모내기에 집중해야 하겠습니다.》 장영덕은 관리위원장방에 둘러앉은 작업반장들을 둘러보느라 목을 길게 뽑았다. 《축산반, 부업반, 과수반, 건설반, 기계화반에서 꼭 필요한 인원만 남기고 모두 논에 들어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리에 속해있는 로동자, 사무원가족들도 최대한 동원되도록 하시오. 서기장동무, 알겠소?》

《예.》

《동원될수 있는 인원을 장악해서 계획지도원동무에게 제출하시오.》

《알겠습니다.》

《작업반들에서는 부대로력을 다 모뜨기에 인입해야 하겠습니다. 구체적인 계획과 동원인원분담에 대해서는 계획지도원동무가 말할것입니다. 내가 강조하고저 하는것은 5월 10일부터 모내기에 일제히 돌입해서 30일까지는 끝내야 하겠다는것입니다.》

이 말에 일부 작업반장들은 의아해하고 일부는 무표정이였다. 반응이 없는것이다. 부위원장 김명배는 우울한 얼굴이다. 그는 군인민위원회로부터 그러한 《전투적인》지시가 내렸다는것을 알고있었으며 장영덕과 약간한 언쟁까지 하였다. 그는 장영덕위원장에게 《이건 너무합니다. 지시가 엉터리입니다. 그래 위원장동무는 이 지시를 그대로 작업반들에 떨구겠습니까?》하고 의견을 말했다.

《상급의 지신데 그대로 떨구지 않고 내 마음대로 흥정하라는거요?》

장영덕이 언짢아하며 반발했다.

《위원장동무, 모내기를 20일내에 할수 없다는거야 뻔하지 않습니까?》

《···》

장영덕은 대답을 피했다. 그도 20일내에 할수 없다는것을 알고있다. 매해 기일을 급하게 정해 지시가 내려오지만 그 기일내에 다해본 력사가 없다. 하지만 역시 매해 작업반장들에게는 《전투적인 계획》을 떨군다. 분위기를 조성하려는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총화는 별로 엄격하게 짓지 않는다. 한 70% 하고서는 모두 서둘러 했다하고 군에 보고하며 군에서는 그것을 받아서 도에 보고한다. 이렇게 하는데 습관되여있다. 올해라고 달리 하겠는가?

장영덕은 올해는 달리할줄 알았다. 또 그가 관리위원장이 되였으니 직접 집행하는 위치에 있어 어떻든 상급의 지시대로 하려 했다. 논밭에 퇴비를 정당 50t씩 내라고 했을 때 그는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어방없었다. 그런데 퇴비반출을 그렇게 독촉하던 군이나 성에서 심각하게 지을줄 알았던 총화를 유야무야 해버리는것이 아닌가? 그러고보면 군이나 성에서도 50t씩 못낸다는것을 알면서 계획을 떨구었다는 소리다. 이 퇴비생산 및 반출과정과 총화를 통해 장영덕은 교훈을 찾았다. 자기가 너무 고지식했다.

모내기도 그런 식의 긴장한 기일을 정했을것이다. 20일내에 못한다는것을 알면서 바짝 조이느라고 《전투적인 계획》을 떨구었을것이다. 단지 작년과 다른것은 기일이 더 짧아졌다는것이다.

《20일내에 하라고 계획을 떨구면 오히려 작업반장들의 열의를 떨굴수 있습니다.》 김명배가 침묵을 지키는 장영덕이에게 들이댔다.

장영덕이 김명배를 쏘아보았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거요? 아니요! 나는 군에서 떨군 계획을 그대로 떨굴 의무밖에 없소. 흥정했다간 공연히 큰일나오. 내가 관리위원장이 되여 직접 당해보니 영농계획이란것이 그저 그러루한것이요. 로력은 딸리는데 자꾸 지시가 내려오는것만 봐두 알수 있소. 어쨌든 계획을 전투적으로 세우는것이 나쁘지 않소. 계획부터 늘적늘적 세우면 맥이 빠지지. 안 그렇소?》

김명배는 할말이 없었다.

장영덕은 지금 작업반장들에게 20일동안에 모내기를 끝내라고 지시를 하자 대부분이 무표정을 짓는것을 보며 김명배가 그러면 애당초 포기상태에 들어갈수 있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아니다, 포기상태에 들어가서는 안된다. 냅다 몰아쳐야 한다. 한사람씩 일으켜세워 다짐을 받자. 이렇게 결심하고 그는 우선 《다른 의견이 없소?》하고 일반적으로 물었다.

반장들은 웅성웅성할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의견이 있는 사람은 말해보오.》

장영덕은 좌중을 둘러보며 재차 말했다.

그러나 작업반장들은 여전히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의견을 말했대야 이 관리위원장앞에서는 소용이 없다는것을 이미 깨달았던것이다.

《1작업반 문영숙반장동무.》

장영덕이 1작업반장부터 일으켜세웠다.

《어떻소. 5월말까지 할수 있소?》

《노력해봐야지요.》

문영숙이 웃으며 대답했다.

《노력해보다니, 그건 무슨 애매한 소리요?》

《하겠습니다.》

여전히 웃으며 문영숙이 대답했다.

《벌써 그렇게 나왔어야지. 2작업반 최인서반장동무.》

《예.》

《할수 있소?》

《안됩니다.》

최인서는 명백히 찍어서 말했다.

장영덕은 대뜸 얼굴이 시퍼래졌다. 최인서는 언제봐야 저꼴이다.

《왜 안되오?》

《모내기를 갑자기 20일어간에 하라니 예산없는 소리웨다.》

반장들은 아무래도 20일간에 못하겠는데 군소리 말고 잠자코 있을게지 고집스럽게 우길건 뭔가? 하는 눈으로 최인서를 흘겨보았다. 최인서때문에 오늘 회의가 길어질가봐 그러는것이였다. 아니나다를가 장영덕이 노발대발하여 일장 훈시를 시작했다.

《동무! 그게 바루 낡은 사고방식이요. 올해부터는 달리 일해야 하오. 지금 로동계급은 천리마운동을 벌려서 300%, 500%까지 계획을 넘쳐하고있는데 농촌에서는 여전히 거부기걸음을 해야 하겠소? 모내기를 빨리 끝낼수록 알곡수확고가 올라간다는것을 반장동무들이 나보다 더 잘 알고있지 않는가. 작년까지는 달반이 걸렸다면 올해에는 단 20일사이에 모내기를 끝내야 하오. 이건 농업성의 지시요. 군에서도 엄격한 지령이 있었소.》

《하지만 20일사이에는 안됩니다.》

최인서가 고집을 부렸다. 마침내 박진섭이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아, 여보! 좀 가만 있구려.》

박진섭이도 20일동안에 모내기를 끝낸다는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또한 그는 관리위원장도 알면서 우의 지시니까 그대로 내리먹이는것이라고 넘겨짚고있었다. 《예, 하겠수다.》 대답해놓고 볼판인데 이 고집스러운 최인서는 그냥 못한다고 뻗대니 관리위원장의 립장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는 려관에 가서 술마실 일이 급했다.

관리위원장의 노성이 울리였다.

《동무 아직도 못한다고 하오? 동무는 우선 사상이 틀려먹었소. 반장자신이 소극성과 보수주의에 빠져있으니까 2작업반의 일이 지금 어떤 꼴이요? 좋소. 동무는 회의끝에 남소. 따로 얘기하기요. 3작업반장동무?》

그는 다음 차례를 짚었다.

3작업반장은 대중의 심리를 반영하여 우물쭈물하지 않고 대답했다.

《하겠습니다.》

《4작업반장!》

《하겠습니다.》

《음, 모두 결의가 다 같소?》

《같습니다.》

작업반장들이 합창하듯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락착을 보았습니다. 모내기전투기간 매일 저녁이면 작업반장들이 관리위원회에 와서 하루실적을 보고해야 하겠습니다. 매일 와야 합니다. 했으면 했다, 못했으면 못했다, 총화짓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관리위원회에서도 매일 군에 보고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20일간 할 일을 일별로 쪼개서 매일 전투계획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올해는 몹시 들볶이우겠구나.)

작업반장들은 이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수굿하고 근심에 잠겨있었다.

관리위원장 장영덕의 연설이 한동안 계속된 다음 계획지도원이 구체적인 전투계획과 동원인원배당에 대해 말했다.

장영덕이 회의를 결속하며 이런 말을 했다.

《머리를 돌려야 하겠습니다. 근본적인 혁신을 해야 합니다. 성에서는 올해에 모내기를 기본적으로 끝낸 다음에 휴식조직을 잘하자고 하는것 같습니다.》

그가 한 말들과 전투계획들은 군에 가서 받은 내용그대로이다. 군인민위원회 위원장이 군내 20여개 협동조합관리위원장들을 모아놓고 직접 지시했다. 군에서는 도의 지시를 받았으며 도는 농업성에서 지시를 받았다. 농업성의 지시는 최영길부상이 내린것이다.

농산국장이 5월말까지 모내기를 끝내기는 힘들것이라고 의견을 제기하자 최영길은 어성을 높여 이렇게 말했다.

《끝낼수도 있고 끝내지 못할 조합이 있을수도 있소. 그러나 지시는 그렇게 내려야 하오. 계획은 전투적이고 동원적이여야 하는거요.》

그는 당초의 모내기전투계획부터 날자를 푼푼하게 설정하여 전투성이 없다는 내각의 평가를 받고싶지 않았다. 70%만 하면 《기본적으로》끝낸것으로 되기때문에 5월말까지 돌격하여 기본적으로 끝낼수 있게 되여야 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