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벌 16

 

16

 

리춘권이는 리씨일가의 청산리 3대종손이다. 그런데 그가 본 아들이 전쟁시기에 죽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작년초에 다시 아들을 보았다. 목마르게 기다리던 가문의 4대가 태여났다. 리종수로인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고 올초에 손자의 돌잔치를 크게 했다. 그사이 청산리와 아근에는 전주 리씨들과 그의 친척들이 적지 않게 퍼졌는데 리종수로인이 가문의 어른이고 좌상이였다. 가풍이 엄격해서 로인의 동생이나 자녀들, 친척들이 모두 그를 어렵게 대했다. 로인이 무척 사랑하는 외동딸인 춘심이조차 아버지에게 할 말을 다 못했고 오히려 아버지보다 더 덩지크고 무뚝뚝한 오빠 춘권이한테 속을 주는것이였다. 그래서 춘권이는 춘심이와 취득마을에 사는 차두철이의 심상치 않은 관계를 거의 다 알고있었다.

리춘심이도 할아버지 리준형의 피가 몸에 흐르고있어 성미가 여간 세차지 않았다. 그래 《말괄랭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는데 그 별명이 주는 거친 정서와는 달리 얼굴이 환하고 매력이 있었다. 이 리씨일가사람들의 특징인 성이 나면 사납게 번뜩이는 눈찌가 춘심이의 경우에는 정신을 뽑아낼듯 한 매력으로 총각들의 심장을 애타게 하였다.

차두철이와는 원동의 집이 불탄 후 암화로 이사와서 중학교에 다니며 약간 얼굴을 익혔다. 그것도 두철이가 하도 장난이 심해 학교적으로 소문난 애여서 관심이 갔기때문이였다. 두철이는 미국비행기에서 떨어진 기관총탄띠고리를 주어다가 손칼을 만들기도 했고 수류탄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다가 내무원한테 단속이 되여 학교에 끌려오기까지 했다.

이 차두철이와 직접 이야기를 해본것은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어느 이른봄날 석두재에서였다. 춘심이는 석두재 앞마을에서, 두철이는 석두재너머 뒤마을 취득에서 살고있었다.

바람이 성가시게 부는 날, 암화의 동무를 찾아 지름길인 오솔길로 석두재를 넘고있던 두철이는 꽃을 꺾고있는 소녀를 보게 되였다. 아래학년에서 공부하는 소녀를 그는 알고있었다. 꽃을 겪으려던 소녀는 바람에 치마가 부풀어오르고 무릎우로 밀려올라가기때문에 그것을 바로잡느라고 애쓰고있었다. 머리카락도 흩어져 날리고있었다. 바람의 성화를 받으며 소녀는 어쩔줄 몰라하였다.

《너 그걸 꺾으려고 그러니?》

소년이 물었다.

소녀는 치마를 눌러잡은채 까만 눈으로 소년을 쏘아보았다.

《버버리야? 너 원동에서 암화로 이사온 리춘심이지?》

《그렇다면?》

소녀는 흩어져 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여전히 소년을 쏘아보았다. 중학교적으로 소문난 장난꾸러기소년이니 경계하는것이였다.

소년은 흰 이를 드러내며 히죽히죽 웃었다.

《내가 좀 꺾어줄가?》

《누가 뭐 그걸 바란대?》

《여기 서서 봐라.》

소년은 바위우에 가득 피여난 꽃을 소녀에게 꺾어주려고 그우로 기여올라갔다.

소녀는 말없이 그러나 소년이 굴러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근심에 조마조마해하며 서있었다.

소년이 꽃송이들이 크고 색이 진한 꽃을 한아름 꺾어다가 소녀의 품에 안겨주었다. 소년은 어째서 자기가 그런 《영웅적인 행동》을 했는지 스스로도 알수 없었다. 바람때문에 애먹은 소녀를 동정해서였을가? 그 까만 눈이 마음에 들어서였을가?

《이제는 됐지? 내려가자. 여긴 바람이 세구나. 가자, 나두 암화에 가는 길이야.》

그때 소녀가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너 취득에 사는 차두철이지? 아이들 대장이지? 우리 암화애들하구 돌던지는 싸움을 했지?》

《하···》 소년은 흰 이를 빛내이며 웃었다. 《너희 암화애들이 우리한테 졌어.》

《그런데 너 왜 꽃을 꺾어주니? 난 암화아인데?》

《처녀애들은 상관없어. 남자애들두 싸울 때는 싸워두 다 내 동무들이야. 너 이 꽃을 꺾어다 어디 쓰려구 그러니?》

《우리 집에 멋있는 꽃병이 있어. 오빠가 사온거야. 거기다 꽃을 담아서 원수님초상화앞에 놓아드리려 해.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

《그랬구나. 너의 아버지는 모범농민이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암화로 내려갔다. 바람은 계속 치마를 부풀게 해서 소녀는 한손으로는 치마를 붙잡고 한손으로는 꽃을 안고있었다.

봄도 다 가고 여름에 들어서는 어느날 소년은 새벽 일찍 일어나 봉상강으로 나갔다. 어제 저녁에 쳐놓은 그물안에 든 물고기를 건지려는것이였다. 이른 여름철이여서 새벽의 강물은 차거웠다. 소년은 옷을 벗고 강에 들어가 그물을 당기였다. 숱한 물고기들이 그물안에 들었다. 옷을 입은 소년은 맨발로 걸어서 춘심이네 집에 이르렀다.

춘심이 어머니가 뜨락의 우물에서 물을 긷고있었다.

《어머니, 춘심이 있어요?》

삽짝문밖에서 물었다.

《잔다.》

아직 날이 밝기 전이였다.

《깨워줄수 있어요?》

《새벽에 무슨 일인가?》

《글쎄 깨워줘요.》

어머니는 물을 한바께쯔 채워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잠시후에 아직 잠에 취해 눈을 거물거리며 춘심이가 나왔다.

《누구야?》

《나야.》

《두철이?》

춘심이는 그의 손에 들려져있는 그물을 보며 의아해하였다.

《방금 푼건데 고추를 두고 된장에 끓여 아버지한테 대접해.》

두철이는 그물채로 내밀었다.

《어마나! 고기가 많기도 하네. 이걸 다 주니?》

《그럼.》

새벽추위에 입술이 파랗게 되였으나 두철이는 웃고있었다.

《응, 알겠어.》

춘심이는 정이 넘치는 눈으로 두철이를 쳐다본 다음 삽짝문안으로 들어갔다. 차두철이는 마음이 흐뭇했다. 춘심이가 고맙다는 인사대신 보내준 정에 넘친 눈빛이 가슴을 후덥게 했다.···

석두재를 가운데 놓고 암화와 취득에서 살고있는 춘심이와 차두철의 중학시절추억의 한토막이였다.

세월이 흘러 그들이 강서고급중학교를 졸업할무렵, 학교에서 돌아오며 그들간에는 이런 대화가 있었다.

《너 대학 가니?》

춘심이의 물음이였다.

《글쎄 뽈을 차느라고 공부를 변변히 못했는데 대학에 붙어낼가?》

《너희 매부가 너를 농대에 보내주겠다고 했다지?》

《글쎄 매부가 농업성에서 간부를 하니까 힘써줄수 있겠지. 그렇지만 나는 매부의 힘을 빌리지도 않고 농대에도 안 가겠어. 김책공대에 갈테야. 난 희망이 좀 커!》

춘심이는 그의 큰 희망이 무엇인지 알수 없었다.

《너두 래년에는 졸업인데 어떻게 하려니?》

이번에는 차두철이가 물었다.

《나는 조합에 나가 일해야 할것 같애. 아버지가 하시는 말이 〈계집애가 고중까지 다니면 된다. 나는 너를 장차 뜨락또르운전수를 시키려 한다.〉 이러질 않아. 우리 집에서는 아버지의 말이 법이야. 나도 뜨락또르운전수가 되고파.》

《뜨락또르운전수? 녀자가?》

두철이가 의아해하였다. 이 시기는 아직 녀자뜨락또르운전수가 희귀하였다.

그런데 춘심이는 성미가 《남자번지개》인 까닭에 녀자뜨락또르운전수에 대한 랑만적인 꿈에 빠져있었다.

《아버지는 기계화의 시대가 온다고 했어! 민청학습시간에도 배우지 않았니? 난 아버지의 생각을 지지해요. 한번 상상해보렴, 내가 뜨락또르를 몰고 고향의 대지우를 달리는 모습을! 우리 농촌의 래일은 얼마나 좋을가. 두철동무, 나는 동무도 같이 고향땅을 가꾸는 사회주의농촌의 새세대가 되였으면 해요.》

두철이는 희망과 랑만에 들뜨는 처녀의 심정에 끌려드는것을 어쩌지 못했다. 하지만 고향땅을 가꾸는것만이 새세대의 리상이겠는가?

《나는 너의 권고를 부정하고싶지 않아.》두철이가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공업대학에 지망했으니 시험치러 가야지.》

두철이는 대학시험치러 평양으로 갔다. 갔다 와서는 초조하게 입학통지서가 오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통지서가 왔다. 두철이는 그것을 들고 춘심이를 찾아갔다.

《통지서가 왔다던데?》

춘심이가 먼저 물었다.

두철이는 흰 이를 번뜩이며 웃었다. 그러면서 통지서를 내밀었다.

《불합격! 하하···》

《어마나! 정말이네. 그런데 웃음이 나가?》

《웃지 않으면 울라는가? 나의 큰 희망이 다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괜찮아! 춘심이는 나더러 사회주의농촌의 새세대가 되자고 했지. 그러니까》두철이는 시원시원한 성미그대로 대단히 락관적이였다. 《차라리 잘됐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탓에 어머니가 혼자 나를 공부시켰지. 어머니는 늙었어. 그런데 대학공부를 하느라면 또 몇년간 어머니가 고생할게거던. 그러니 불합격된게 잘됐어. 운명이야! 나는 이제부터 일해서 어머니를 봉양할테야.》

춘심이는 동정어린 새까만 눈으로 차두철이를 쳐다보았다. 그가 한없이 기특해보였다.

이렇게 하여 두철이는 청산벌에 주저앉았다.

전야에서의 로동의 나날이 흘렀다. 그들은 통합되기 이전의 서로 다른 조합에서 제각기 일했으나 그것이 드문히 만나는데서는 장애로 되지 않았다. 두철이는 석두재너머에서 춘심이가 일하고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마음이 즐거웠다.

두철이는 첫해에 일을 잘했다. 모내기와 김매기때 분조아주머니들앞에 척 나서서 《자, 한번 본때나게 해봅시다!》하며 맨먼저 논판에 들어서군 했다. 분조장도 작업반장도 그를 칭찬했다. 같은 조합원아주머니들이 특히 그를 마음에 들어했다.

《두철이 잘한다.》

《원 생기기두 사내싸게 생기구 일두 잘하니 취득에 인물이 났어.》

《저 녀석이 왜 저렇게 인삼먹은 놈처럼 힘이 뻗쳐서 죽을지 살지 모르고 일하는줄 아오? 암화 사는 리종수의 딸이 봐줄가 해서 그런다우.》

《한데 석두재가 가루 놓여서 안타깝겠구만.》

《석두재가 대수요? 저놈이 긴 다리루 하루에도 몇번씩 넘어다닌다우.》

작업반에서 조합원들이 이런 소리를 할라치면 두철이는 흰 이를 드러내며 즐겁게 웃군 하였다.

사실 두철이는 조합원들이 말한것처럼 석두재를 부지런히 넘나다녔다. 춘심이의 노래를 듣기 위해서였다. 춘심이는 예술소조에 망라되여있었는데 민주선전실에서 노래할 때 그 맑은 목소리와 새까만 눈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다.

《좋은 때로구나.》

한 과부가 자기의 처녀시절을 그려보며 한숨을 내쉬였다.

《어쩌면 저렇게 목소리가 고울가. 리종수령감이 딸을 잘 두었어요.》

중년의 녀자가 머리수건을 벗어들고 혀를 내둘렀다.

《아들도 잘 두었지.》

수염이 꺼칠한 남자가 웅얼거리였다.

《다 잘 둔건 아닐세. 둘째아들은 제대돼서 전문학교를 나오구 읍에서 교원을 한다는데 리종수령감은 그 둘째를 좋아하지 않는다누만.》

다른 남자가 말했다.

《좀 조용하우. 노래들으러 왔소, 얘기하러 왔소?》

차두철이도 가끔 암화에 놀러오는 기회에 흙내와 땀내를 풍기는 조합원들틈에 끼워 춘심이의 노래를 들으며 황홀경에 잠기군 하였다.

(기가 막히게 번졌는걸. 찔레꽃같구나. 눈찌는 갈데없는 춘권형님의 눈찌야.)

그 야생적인 미가 차두철이를 고민에 잠기게 하였다. 사실 춘심이는 들에서 일하며 감실감실하게 타서 건강해지고 뼈가 굵어졌으며 퍼그나 숙성해졌다. 차두철이는 은근히 한숨을 내쉬였다.

어느날 무슨 일로 경사급한 석두재지름길로 넘어가고있던 차두철이는 마치 산양처럼 가볍게 마주 뛰여올라오고있는 춘심이를 보게 되였다. 그는 불현듯 중학교시절의 일이 생각났다. 바람부는 봄날 이 산기슭에서 춘심이를 처음 만났는데 긴 세월이 흘러 다시 이렇게 외통길에 만나게 될줄이야!

고개길을 올라오느라 숨이 찬 처녀와 총각이 딱 마주쳤다. 그런데 왜 발걸음을 멈추었는지 알수 없었다. 차두철이는 속이 활랑거리기까지 했다. 아직 이런 일이 없었다. 만나면 장난질을 치며 서로 쥐여박고 롱말을 주고받군 했는데 지금 웬일일가? 아마 춘심이도 같은 심정인지 머루알처럼 새까만 눈으로 두철이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불시에 둘이 웃음을 터치였다. 지나간 일이 동시에 떠올랐던것이다.

《춘심이, 생각나니?》 차두철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너》라고 부르지 않았다. 《내가 여기서 꽃을 꺾어주던 일이?》

《생각나지 않구. 두철동무는 그때 싸움대장이였지.》

춘심이 역시 두철이를 《너》라고 부르지 않았다.

《춘심이는 고집쟁이였지. 꽃을 꺾어주겠다는데두 싫다고 했지. 난 춘심이가 버버린가 했댔어.》

《그건 왜?》

《묻는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까만 눈으로 쳐다보기만 했으니까.》

《호호호···》

《하하하···》

갑자기 춘심이가 《보기 싫네!》하며 두철이를 콱 밀치였다. 두철이는 경사지로 미끄러져 달려내려가며 비칠거리다가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하, 이런 장난꾸러기 같은거. 춘심이는 남자번지개야. 말괄량이!》

밑에서 두철이가 처녀한테 떠박질리운것에서 충격적인 쾌감을 느끼며 소리쳤다.

《뽈깨나 차더니 동작이 날쌘데요?》 우에서 처녀가 그냥 웃어댔다. 《그러고보면 팔삭둥이는 아니야, 호호···》

처녀는 웃음을 남기고 바람처럼 석두재를 넘어 사라져버리였다.

 

×

 

차두철이는 무뚝뚝하긴 해도 인정이 헤픈 리춘권이를 형님처럼 허물없이 대했으나 리종수로인을 대단히 어려워하였다. 로인이 자기를 좋게 보는지 나쁘게 보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자기가 인사를 하면 따뜻이 받군 했다. 자기 아버지와 로인이 옛날부터 청산벌에서 일하며 잘 아는 까닭일수 있다. 그 아버지의 아들로 대하는것이리라. 하지만 두철이와 말을 하지는 않았다. 인사받는것으로 그치는것이였다. 여기서 두철이는 로인이 자기를 친지의 아들로서는 좋게 대하지만 그 어떤 원인인지 딱히 알수 없으나 《차두철》이로서는 달가와하지 않는다는것을 느끼였다. 춘심이와 짝이 맞지 않는다고 여기고있기때문일가? 로인의 요구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놈으로 보기때문일가?

하긴 두철이자신도 자기가 춘심이 아버지나 자기 아버지와 같은 성실한 농사군이 되자면 멀었다는것을 알고있다. 또 자기는 결코 아버지들처럼 될수 없다는것도 인정하고있다. 그렇다, 조합에서 몇년 일하면서 두철이는 아버지들처럼 긴 한평생을 땅을 다루며 산다는것이 얼마나 고달프고 따분한것인가, 언제가면 모든 농사일을 기계로 하게 되겠는가, 이 뒤떨어진 농촌에 묻혀 한생을 보람없이 보내야 하는가 하는 울적한 심정에 빠지군 하는 자신을 걷잡지 못했다.

대학입학시험에서 떨어진 후 어머니를 봉양하며 농사를 짓기로 한 자기의 선택이 후회되기도 했다. 한번은 고중시절에 같이 뽈을 차던 친구가 찾아왔다. 그는 평양시에 가서 어느 체육단에 들어 뽈을 찬다고 하며 《나는 말이야, 고중시절에 중앙공격수로 이름높던 네가 여기 농촌에 묻혀사는게 아깝단 말이야. 같이 평양에 가서 뽈을 차자.》고 권고했다.

며칠을 두고 생각했다. 농업성 부상을 하는 매부의 힘을 빌리면 될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선뜻 결심할수 없었다. 어머니에게 의향을 비쳐보았더니 대답이 아버지의 무덤이 있는 청산리를 뜨지 않겠으니 너혼자 갈테면 가라는것이다. 어머니를 떨구어두고 외아들이 어디 가겠는가. 또 사람이 삶의 터전을 한번 옮긴다는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만일 이 청산리에 춘심이가 없다면 결심이 혹시 달라질수도 있을것이다. 춘심이가 청산벌에서 자기와 같이 일하고있다는것이 큰 위안이였다.

두철이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논에 들어가 일했다.

《아부님, 내가 한번 소달구지를 몰아볼가요?》

어느날 그는 굼뜨기로 소문난 곽령감에게 청을 들이댔다.

《그래라, 네가 한번 해봐라.》

논판에서 모가 딸린다고 재촉이 성화같아 소달구지로 모를 나르는 작업에 쫓기우고있던 곽령감이 쾌히 승낙했다.

두철이가 소달구지를 몰자 사정이 달라졌다. 어떻게나 들볶아대는지 곽령감을 닮아 느리기 짝이 없던 암소가 속도를 내지 않고 못배기였다. 논에서 모두 두철이를 칭찬했다. 모가 딸리지 않았던것이다. 분조장은 두철이를 소달구지로 모를 나르는 일에 전적으로 돌리고 곽령감은 모를 뜨게 했다. 두철이는 논에 들어가 허리를 굽히고 아주머니들과 같이 모내기를 하지 않게 되였다.

두철이는 비료를 실어오고 두엄을 나르는, 소달구지를 몰거나 뚝심으로 하는 일에는 성수나 하였다. 그리고 돌아다니는것을 더 좋아했다.

《동원이 제기되면 이 차두철이를 찾아주시우.》하고 그는 반장에게 말했다.

반장은 외부동원이 제기되기만 하면 두철이를 뽑아보냈고 어디 멀리 갔다 와야 하는 심부름도 두철이를 시켰다. 두철이는 그런 일을 잘해서 늘 칭찬을 받았다.

기양관개공사가 시작되여 청산리에서도 몇사람 동원되게 되였는데 두철이가 선참으로 뽑혔다. 공사장에서는 농촌에서 왔다고 그를 우습게 보고 아무런 책임도 지우지 않았다.

두철이는 공사장일이 재미났다. 곡괭이질, 삽질, 함마질, 질통지기, 목고··· 그 어느 일에서나 두철이는 두각을 나타내였다. 일이 재미났고 생활도 재미났다. 휴식참에는 군중무용을 하는데 처녀들은 잘 생기고 일 잘하고 개방적인 두철이와 춤추기를 희망했다.

두철이는 돌격대소대장으로 제발되였다. 그러자 소대전체가 그를 뒤따라 작업에서 능률을 내게 되였다. 차두철돌격소대는 건설장의 자랑이였다. 이 나날들에 두철이는 농사일을 까맣게 잊어버리였다. 그러나 문득문득 청산리가 그리워지고 어머니와 또 춘심이가 보고싶어지는 밤이면 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을 쳐다보며 청산리에서의 나날들을 더듬어보게 되는것이였다. 그러면 어린시절에 감자를 구워먹고 봉상강에 뛰여들어 미역감던 추억이며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목놓아우는 어머니를 가엾게 여겨 같이 울던 일이며 또 눈이 까맣고 장난이 심한 춘심이와 학교다니던 추억이 떠올라 눈굽이 척척해나기도 했다. 그러나 논에 들어가 허리 굽히고 모내기를 하고 밭에 들어가 호미로 긴 밭이랑을 타고앉아 김매기를 하던 일을 생각하면 끔찍해지는것이였다.

동원기간 두철이는 집에 두번 다녀갔다.

처음에 갔을적에 동산에 사는 중학교시절의 친구가 찾아왔다. 이 친구는 키가 작달막하고 볼품이 없었는데 농촌에서 일하며 언제 배웠는지 전기를 다를줄 알았다. 그래 동산협동조합에서는 전기사고가 나면 그를 시켜 수리하게 하였다. 그 과정에 그는 들일을 게을리하면서도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었다.

《야, 너 아주 번졌구나. 촌티가 싹 없어졌어.》

그가 두철이를 쳐다보며 하는 소리였다.

《공사장에서 일하니까.》

두철이는 싱글거리였다.

《재미나는가?》 친구가 물었다.

《재미나지. 넌? 뭐 물어보나마나겠지. 두엄을 져나르니?》

친구는 깔깔 웃었다.

《야, 나는 발전했다. 두엄이나 져나르고있겠는가. 난 말이야, 어떻게 반장이 될수 없을가 궁리했지. 12작업반장 박진섭이를 보니까 팔자가 좋더라. 반원들을 두엄져나르는 일에 내보내구 자기는 슬슬 돌아다니며 려관에두 들어가 한잔하며 시간을 보낸단 말이야. 내가 반장이 되면 박진섭이처럼 하겠어. 하지만 나같은거야 어디 반장을 시키니? 그런데 일이 될세라 내가 전기를 좀 안다구 기계화반에 뽑혔지.》

《기계화반에?》

《그래 전공이야. 뒤꽁무니에 뻰찌를 차고 슬슬 다니지. 그래두 하루 1.5공수야. 기술로동이니까.》

《아, 그래?!》

두철이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는 친구에게 기계화반 일을 한동안 캐물었다.

친구의 자랑을 들으며 두철이는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동시에 내가 이 친구보다 못할것 없지 하고 질투도 느꼈다. 기계화반이야 말로 일해볼만 한데다. 논에서 일하는것에 대면 신선놀음이 아닌가. 소달구지를 몰고다니는것보다 낫다. 기술로동을 하지 않는가. 기양관개공사장에서 하는 곡괭이질이나 목고를 메는 일에도 비할바가 못된다. 그렇다, 박진섭처럼 반장은 될수 없겠지만 기계화반에야 들어갈수 있지 않겠는가.

두철이는 친구의 손목을 잡았다. 입에서 더운 김을 뽑으며 말했다.

《야, 난 거기 못 들어가니?》

《왜 못 들어가. 고중을 나왔는데. 관리위원장한테 찾아가 제기해보려무나.》

《그래, 제기해보겠다!》

흥분하여 밤잠을 설친 두철이는 아침 일찌기 장영덕을 찾아가 만났다. 장영덕은 너 힘들지 않니? 객지에 나가 고생 많지? 하며 따뜻이 대해주었다. 두철이는 눈길을 내리깔고 자기가 찾아온 목적을 말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불을 뿜는듯 한 눈을 들어 관리위원장을 바라보며 열렬히 호소했다.

장영덕은 웃으며 듣고있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됐다, 알만하다. 공사장에서 돌아오면 너는 기계화반에 출근하게 된다. 벌써 네 이름이 기계화반원명단에 올라있다.》

그는 두철이를 기계화반에 넣어 매부인 농업성 부상의 덕을 보려 한다는 속심은 말하지 않았다.

두철이는 두손을 맞잡고 주무르며 기뻐 어쩔줄 몰라했다. 그는 성수가 나서 기양관개공사장으로 돌아갔다.

두번째로 고향에 다녀갈 때에 혹시 관리위원장이 롱을 한것이나 아닌가 미타해서 다시 그를 찾아가 만났다. 관리위원장은 어서 동원에서 돌아오기만 하라고 신심을 주었다. 그날 두철이는 관리위원회에서 나오다가 회의오는 리종수로인을 만나 인사를 했던것이고 본인은 아직 모르지만 로인이 식구들에게 두철이가 기계화반에만 들어가면 집에 얼씬도 못하게 할것이라고 엄하게 선포했던것이다.···

관개공사장에서의 불꽃튀는 나날이 흘렀다. 두철이는 새 일자리가 기다리는 청산리로 속히 돌아가고싶어 몸이 달았다. 춘심이를 보고싶은 마음도 불같았다. 관개공사통수식을 한 다음에는 우선 뜨락또르운전수양성소에 가서 춘심이부터 만나보려고 결심하기까지 했다.

기양관개공사 1계단통수식이 있은 후 농사철이 다가왔으므로 동원되였던 조합원들은 전부 돌려보냈다. 두철이도 청산리로 돌아가게 되였다.

두철이는 집으로 곧장 가지 않았다. 이미 결심한대로 춘심이한테 먼저 들려보려는것이였다. 그래서 양성소를 향해 먼길을 떠났다. 사랑하는 처녀에게로 달리는 두철이의 심장은 세차게 뛰였다. 수백리 먼길이 그에게는 아무런 장애로도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멀고 산과 강, 진펄이 가로놓여있어 길이 험난했으면 하는 심정이였다. 기차를 타고 가서 뜨락또르운전수양성소로 걸어들어가는 몇십리 길은 너무도 평탄했다.

기차에서 내렸을 때 날이 어두웠으나 그는 려관에서 자고 이튿날 아침에 양성소로 갈 생각 같은것은 하지도 않았다. 려관에 배낭을 던지고는 그대로 양성소를 향해 어두운 밤길을 걸었다. 아니, 줄달음쳤다. 4월초의 밤공기는 싸늘했다. 하늘에 엷은 구름이 덮여있어 사위는 캄캄했다. 그러나 두철이는 온몸이 뜨거워나고 볼이 홧홧 달아서 오히려 땀이 났고 어둠은 오히려 그의 정열을 더욱 불러일으켰다.

양성소에 도착하니 저녁식사후의 문화휴식시간인데 정원등밑에서 북을 치고 나팔을 불고 손풍금을 울리는데 따라 양성생들이 원을 지어 빙글빙글 돌며 군중무용을 하고있었다.

 

바람결 맑고 별빛도 정다워

즐거운 이 저녁

다정한 동무들 모두다 유쾌히

춤추고 노래하자

 

두철이는 건설장에서의 즐거웁던 나날이 떠올랐다. 불타오르는 우등불, 처녀들의 웃음소리, 청년들의 노래소리, 음악, 군중무용··· 두철이는 처녀들속에 인기가 있어 여러 처녀들과 번갈아 춤을 추었다. 그러나 춘심이 같은 처녀는 없었다. 그는 어느 처녀에게도 정을 주지 않았다. 정은 오직 춘심이에게만 주는것이였다.

청춘의 가슴을 로동과 생활에 대한 애착과 랑만으로 끓게 하는 춤과 오락회는 이곳에서도 성황을 이루고있었다. 저 원을 짓고 쌍쌍이 짝을 무어 춤추는 처녀들속에 춘심이도 있으리라.

두철이는 접수구로 다가가 아바이에게 말했다.

《아바이, 사람을 하나 찾아주겠소?》

돌격대기간 성격이 쾌활해지는것과 함께 거칠어지고 소대장을 하며 명령하는데 습관된 두철이였다.

《무슨 사람 말인가? 동무는 누구요?》

아바이가 두철이를 아래우로 살피며 무뚝뚝하게 따지였다.

《아, 난 청산리에 사는 사람이요. 여기 청산리에서 온 리춘심이 있지요?》

《청산리라는건 어데 있어?》

《평남도 강서군 청산리지요.》

《증명서!》

두철이는 공민증을 꺼내여 내밀었다. 아바이는 공민증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청년!》 아바이가 공민증을 돌려주며 말했다. 《성미가 급하구 좀 무례하구만. 처음부터 증명서를 보이구 차근차근 설명을 해야지. 남의 기관에 와서! 안 그런가?》

두철이는 흰 이를 전등불빛에 빛내이며 웃었다.

《아바이, 용서하시우. 내 기양관개공사장에서 오는 길인데 좀 급해서 그랬수다.》

《허, 젊긴 젊었군. 문세를 모르는걸 보니. 그래 누구라 했던가. 찾아달라는 사람이?》

《리춘심이라구 키가 크구 눈이 까맣구···》

《아, 알아! 녀자가 몇이나 된다구. 어떻게 되는 사인가?》

《그걸 알아야 찾아주겠소?》

《그렇지 않구.》

아바이는 젊은이와 롱을 하고싶어졌다.

《그럼 시원하게 말하지요. 내 색시될 사람입니다.》

《이제보니 자넨 참 시원시원한 사람이군. 기다리라구.》

《예, 어서 갔다오십시오.》

두철이는 정문에서 물러났다.

아바이는 한동안 지나 춘심이를 데리고 나왔다. 바지를 입고있어서 더 커보이는 늘씬한 키, 어깨우에서 흔들리는 중발머리, 곧은 자세, 빠른 걸음걸이··· 정문의 외등이 비치는 불빛을 받아 처녀의 검은 눈이 유난히 번쩍이였다.

《어디 있어요?》

춘심이의 맑은 목소리가 울리였다.

《여기 어디 있었는데···》

아바이가 중얼거리였다.

두철이는 나무그늘속에서 나왔다.

《춘심이, 여기 있어. 나야!》

《아이, 두철동무!》

춘심이가 정문밖으로 달려나와 두철이의 두손을 마주잡았다. 차거우면서도 부드러운 처녀의 손, 두철이는 숨이 넘어갈것만 같았다.

《어떻게 왔어요?》

《춘심이를 보려구···》

《공사장에서 오는 길이예요?》

《끝났어. 그래 집에 가기 전에 여기 먼저 찾아왔지.》

《저쪽으로 가자요.》

춘심이가 사람들의 눈을 피하려고 길쪽으로 향했다. 두철이는 처녀를 따라갔다. 어두웠으나 흥분으로 하여 번쩍이는 눈들만은 똑똑히 볼수 있었다.

관개공사장에서의 차림그대로인 두철이는 솜옷을 입고있었다. 그는 그것을 벗어 길가의 풀밭에 깔았다.

《자, 여기 앉자구.》

둘이 앉을 때 어깨가 서로 부딪쳤다. 두철이는 짜릿한 흥분을 겨우 억제하며 웃었다. 춘심이는 예나 다름없이 남자를 대하는데서 스스럼 없었고 조심성이 없었다. 남자번지개, 말괄랭이!···

《왜 웃어요?》

《석두재가 생각나?》

《생각나지 않구요.》

《거기서 나를 콱 밀쳤지.》

《호··· 그때 혼난 모양이지?》

《아니, 좋았어! 지금 그 생각이 나는구만.》

《고향에 어서 가고싶어요! 아버지, 어머니, 조카, 보구싶은 사람이 많아요.》

《나는?》

《자기는 여기 오지 않았나요.》

《오기 전에는?》

《좀 생각했지요. 호···》

《다른 총각들하구 춤추기 재미나던 모양이지.》

《여기는 녀자들이 적어서 금값이예요.》

《그러니까 나같은건 미처 그려볼 사이가 없겠군.》

《이상해요. 영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요. 어떻게 생겼던지 생각나야지요.》

《나두 그랬어. 그러니까 더 보구싶었지. 춘심이, 난 하루도 춘심이를 잊지 못했어. 우리도 춤을 출 때 처녀총각들이 짝을 뭇는데 나는 어느 처녀도 마음에 안들었어. 우선 손맛부터 달라.》

《내 손은 어때요?》

《어떻다구 할가?》

《그런데 손이 왜 이렇게 뜨겁구 축축해요?》

《그걸 모르겠어?》

두철이는 처녀의 너부죽한 어깨를 껴안고 자기 품으로 당기였다.

《아이, 누가 봐요. 놔요! 공사장에 가서 난봉기를 배운게지, 아마?》

《캄캄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좀 안고있으면 안될가?》

《안돼요. 이제부터는 손도 잡지 말아요.》

《진짜 금값인가부지?》

《관개공사장이 어땠어요? 재미났어요?》

춘심이는 두손으로 세운 무릎을 감싸쥐고 앉아서 정색하며 물었다.

《재미났지. 글쎄 일이 힘들기야 농촌이나 공사장이나 마찬가지지. 그렇지만 건설로동은 농사일에 비할바없이 재미나고 해볼만 한 일이야. 논밭에서 허리굽히고 하는 농사일은···》

《앞으로는 농사를 기계로 다 하게 돼요.》

《언제 그렇게 되겠어?》

《그러자고 나도 뜨락또르운전을 배우지 않아요?》

《하긴 앞으로야 좋아지겠지. 그래서 나도 고향으로 가면 기계화반에 들어가려구 해. 관리위원장을 찾아가 제기했더니 웬걸 이미 기계화반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있다는거야. 참 멋있게 됐어.》

《잘됐군요. 논에 들어가 허리굽히고 일하는걸 싫어하더니.》

《난 정말 우리 농촌이 빨리 개명했으면 좋겠어.》

《그걸 우리 청년들이 해야지요.》

《글쎄, 그래서 기계화반에 들어가려는거야.》

둘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양성소마당에서는 춤판도 끝나고 합숙호실에 들어가 잠자리를 보는 시간이였다. 그렇지만 춘심이는 그것을 잊고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구름이 벗겨지자 갈구리같은 달이 얼굴을 내밀었다. 두철이는 희미한 달빛에 드러난 춘심이의 환한 얼굴을 한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만큼 봤으면 됐어요.》

《춘심이!》두철이는 숨이 차올라 입술을 벙긋 벌리였다.

춘심이도 입술을 방긋 벌리였다. 그 입술에서 향기가 풍기고있었다.···

다음날 저녁무렵에 두철이는 취득마을 고향집문을 열고 들어갔다. 늙은 어머니가 반갑게 맞이했다. 어머니는 남편을 일찍 잃고 오누이남매를 키웠는데 딸은 얼굴이 잘나고 노래를 잘 불렀다. 그래 평양에 가서 극장배우가 되였는데 농업성의 최영길이 한번 보고 반해서 지꿎게 따라다니다가 마침내는 쟁취하였다. 두철이는 어머니가 지어주는 저녁밥을 먹으며 고향소식과 누이와 매부소식을 들었다.

아침이 되자 관리위원장 장영덕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3일간의 휴식허가를 받았다. 휴식이 끝나면 기계화반에 출근하기로 말이 오간것은 더 론할것도 없다.

두철이는 춘심이네 집에 가서 인사를 할것인가 생각하다가 춘심이도 없는데 혼자 찾아가는것이 뭣해서 춘권이나 만나보려고 그가 가있다는 들판의 랭상모판을 찾아갔다.

일전에 김만금농업부장이 관리위원장과 같이 찾아왔던 2작업반 랭상모판에서 춘권이를 만났다.

방풍장을 둘러친 랭상모판의 두둑안에서 랭상모들이 파릇파릇 돋아나 싱싱하게 자라고있었다. 봄바람이 야들야들한 랭상모잎사귀들에 스쳐불었다. 모판관리공아주머니의 흰 머리수건도 봄바람에 나붓기였다. 그 녀인의 일손을 도와 모판문짝들을 열어주고있던 리춘권은 찾아온 두철이를 반갑게 맞으며 그와 함께 해가 따뜻하게 비치는 곳에 바람막이나래를 등지고 앉았다.

《담배 피우겠니?》

춘권이가 담배를 꺼내며 물었다.

《난 안 피우오.》

《네가 정말 수고했다. 어디 상한데는 없니?》

《없어요.》

《집에서는 다 무고하던?》

《다라고 해야 어머니 한분인데 별일 없더군요.》

두철이는 춘심이네 집의 안부를 묻고 양성소에 자기가 찾아가 만나본 이야기를 하였다.

춘권이는 춘심이의 편지를 드문히 받군 했으나 직접 만나본 두철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무엇인가 새로운것이 더 느껴져 고개를 끄덕거리며 감동을 나타내였다.

《두철이, 너 기계화반에 가서 일하겠니?》

이런저런 이야기끝에 춘권이가 물었다.

《예.》

춘권이는 손으로 모자를 올리밀며 머리를 긁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런데··· 어차피 알게 될건데 지금 얘기하자. 난사가 하나 생겼다.》

《무슨?···》

《네가 기계화반에 들어가는걸 춘심이 아버지가 반대하고있다.》

춘권이는 우정 아버지라고 하지 않고 춘심이 아버지라고 함으로써 그 아버지가 두철이와 무관계하지 않다는것을 암시했다.

두철이는 깜짝 놀랐다.

《아니 왜요? 왜 아부님이 반대하오?》

춘권이는 지금 기계화반의 형편을 놓고 걱정하는 아버지가 두철이를 생각해서 그런다는것을 한동안 설명하였다.

정말 뜻밖이다. 생각을 깊이 하고 말하는 춘심이 아버지이다. 하지만 로인을 잘 설복하면 되지 않을가? 춘심이도 반대하지는 않았는데··· 우리는 미래를 그려보기까지 했지···

그런데 춘권의 입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가 쏟아져나왔다.

《두철이, 말이 난김에 다 해야지. 아버지는 만일 두철이가 기계화반에 들어가면 우리 집에 얼씬도 할수 없다고 선포했어! 알겠니?》

두철이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뭐라구요?··· 아니 이건··· 너무하우! 왜 나는 기계화반에 들어가면 안돼요! 다른 사람들은 들어가는데?》

《그 리유는 설명했지.》

(그러니까 춘심이와의 관계를 끊겠다는 위협이 아닌가. 춘심이 아버지는 한번 말하면 그대로 하는 성미지. 가문에서 아버지의 말은 법이라고 춘심이가 말했다.)

두철이는 춘심이만 변함이 없으면 되지 않을가 하는 생각도 하였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그들의 관계는 커다란 시련을 겪어야 할것이다. 또 춘심이자체도 아버지의 령을 거절할수 없을것이다.

그야말로 춘권이가 말한대로 난관에 부딪쳤다.

《그러니까 무조건 기계화반에는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거지요? 거기서는 농촌기술혁명을 하고있는데 나는 그 앞장에 서면 안된다는거지요?》

두철이가 춘권이에게 안타까운 어조로 말했다.

《나는 아버지를 설복할 힘이 없다. 기계화반이 말그대로 농촌의 기계화를 실현하기 위한 작업반인것은 사실이야. 그런데 아버지는 거기에 지금 젊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들어가박혀 놀고있다는거야. 두철이, 앞으로 기계화반이 자기 구실을 할 때 들어가면 안될가? 그때에는 아버지도 반대하지 않을거야.》

《지금 들어가서 자기 구실을 하도록 기계화반일을 잘하면 되지 않아요?》

지금 이야기를 계속했대야 같은 소리를 반복하게 된다고 생각한 춘권이는 《하여간 잘 생각해봐라.》하는것으로 일단 이야기를 맺았다.

어떻게 할것인가? 춘심이도 쟁취하고 기계화반에도 들어가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춘심이를 잃는다는것은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농산반에 가서 일하고싶지는 않았다. 이미 기계화반에 가도록 락착을 본것을 왜 마다해야 하겠는가? 나는 왜 기계화반에 가지 말아야 하는가?··· 뻰찌를 차고 슬슬 다닌다던 기계화반 전공인 친구의 모습이 떠오르자 속에서 불이 일었다.

내가 발전하면 좋지 나쁠게 뭔가?··· 그는 기계화반에 들어가는것을 스스로 발전이라고 해석했다.

머리가 아파난 두철이는 기양기계공장 축구팀에 가서 뽈이나 차면서 잠시라도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고 강서읍으로 향해 갔다. 이튿날에는 어머니의 권고도 있어서 누이를 만나보려고 평양으로 올라갔다. 누이네 집에 들리기 전에 매부를 먼저 만나 인사를 하려고 농업성을 찾아갔다.

《강서군 청산리서 왔습니다. 최영길부상이 저의 매분데 만날수 있을가요?》

두철은 접수원에게 자랑스럽게 《최영길부상》이라는 이름을 부르며 머리를 쳐들었다.

접수원이 안에 전화를 하더니 송수화기를 두철이에게 내밀었다.

《부상동지가 전화를 바꾸라누만. 자, 전화를 받소.》

두철이는 송수화기를 받아 오른쪽귀에 가져다댔다.

《매붑니까?》

《어떻게 왔니?》

좀 시끄러워하는 목소리여서 두철이는 어리둥절해졌다.

《동원이 끝나고 왔습니다. 인사두 드리구···》

《너 내가 사무실로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지? 집에 가 기다려라. 점심먹으러 들어간다.》

《예, 알았습니다.》

(쳇, 꽤나 떡떡거리는데.) 송수화기를 돌려주고 돌아서나오며 두철이는 두덜댔다. 그러나 그것은 불만이 아니라 매부에 대한 따뜻한 감정의 투정질이였다. 그는 매부가 사람이 우락부락해도 자기 두철이만은 부드럽게 애정을 기울여 대한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아마 무슨 회의를 하던 모양이지. 그래 귀찮아한거지.)

거리에 나온 그는 시내중심에 있는 백화점을 구경하고싶었다. 그래 제1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은 고객들로 붐비고있었다.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가. 일은 하지 않는가? 젠장! 이 사람들은 나처럼 농사를 짓지 않고도 잘먹고 잘살지 않는가. 두철이는 속이 울컥했다.

입술에 빨간 연지를 바르고 향수내 풍기는 날씬한 처녀들과 고급봄철외투를 입은 부인들이 공사장에서 방금 돌아와 얼굴이 검게 타고 수수한 양복을 입은 자기를 꺼리며 피하는것 같아 기분이 아주 잡쳐 백화점을 나와버리고말았다. 그 처녀들과 늘 작업복을 입고 화장도 별로 하지 않는 춘심이를 대비해보며 춘심에 대한 동정을 금치 못했다.

백화점 맞은편 나지막한 언덕에 2층건물이 있었다. 서문청년구락부라고 한다. 언젠가 평양에 왔을 때 두철이는 매부로부터 그 구락부에서는 고급중학교 학생들과 로동자청년들, 기관에서 일하는 사무원처녀들이 오후에 모여들어 각종 소조들을 운영하는데 연극도 하고 창작한 시발표모임도 한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리고 딴스도 한다고 했다.

《너 가서 딴스를 춰보지 않겠니?》

매부가 웃으며 말했다.

《나요? 나같은 촌놈이 망신이나 할려구요?》

청산리에서는 그중 때를 벗었고 대처로 자주 나다니며 개명했다고 하는 두철이였건만 딴스소리에 그만 주눅이 들어 이렇게 펄쩍 뛰였다.

매부는 그저 해보는 소리였다고 하였다.

두철이는 발길을 돌려 대동교쪽으로 걸어올라가며 지금 아빠트를 한창 조립하고있는 건설자들의 작업모습을 구경했다. 높다란 기중기에는 빨간수건을 삼각으로 쓴 처녀가 앉아서 그 강철거물을 움직이고있었다. 신호수가 호각을 불고 손에 든 기발을 흔들며 지시하는데 따라 기중기는 부재를 물어올리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선회하였다. 한쪽에서는 고정시킨 부재들을 철근들로 련결하느라고 용접공이 불꽃을 튕기고있었다. 건설로동이야말로 얼마나 흥겹고 신선하겠는가? 두철이는 불시에 건설로동자가 되고싶었다. 높은데서 일하기가 얼마나 장쾌할가? 두철이는 건설로동자들에 대한 부러움을 금치 못하면서 누이네 집으로 향했다.

《나요, 누님. 안녕하셨소?》

단층독채인 누이네 집에 들어서며 두철이는 큰소리를 냈다.

젊은 시절의 미모를 아직 간직하고있으나 몸이 비대해지고있는 누이가 동생을 맞이했다. 누이는 어머니의 안부를 묻고 이렇게 와서 반갑다고, 네가 와야 만나지 나는 시간이 없어 어머니한테 못 간다고 한동안 두철이가 정신을 차릴새 없이 엮어대였다. 두철이는 누이의 긴 사설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누이는 점심준비에 바빴다. 그래 칼로 썰고 다지며 동생과 이야기를 하였다. 누이는 어머니걱정을 하며 나중에는 눈물까지 흘렸다.

(매부가 빨리 들어와야지. 누이는 무슨 말이 이렇게 많을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두철이는 열심히 듣는척 하였다.

《너 장가 안드니?》

《장가요? 아직 그럴 생각이 없소. 봐둔 처녀두 없구요.》

《아니, 네 나이 몇살인데 아직 처녀가 없니? 멀끔하게 생긴게?》

《누이가 소개해주우.》

《내가 하나 소개하려구 해두 어디 너있는 농촌에 가겠다고 할 평양처녀가 있을가?》

《그런데 갑자기 왜 내가 장가드는 일에 걱정이요?》

《네 걱정이 아니라 어머니 걱정이야. 네가 장가들면 어머니를 우리 집에 모셔오려 한다.》

두철이는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당장 모시라요.》

《너는 어떻게 하구?》

누이는 두철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도 어머니를 따라오지요.》

《너 정말 평양에 오구싶니?》

두철이는 누이가 그저 그래보는것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누이두! 뭐 평양에 오구싶으면 오우?》하였다.

《매부가 힘쓰면 되지.》

《그만두우.》

누이는 다시 파를 썰기 시작했다. 가마에서는 생선국이 끓고있었다.

《평양에 다 와서 모여살았으면 좋겠다.》

누이가 하는 소리였다.

승용차의 빵빵 소리가 나고 이어 최영길매부가 들어왔다. 그는 중절모를 벗어 처에게 주며 두철이의 인사에 틀지게 《음.》하고 간단히 대답했다. 세면장에 가서 손을 씻고 나온 최영길은 실내옷으로 갈아입고 두철이에게 1인용쏘파를 가리켰다.

《앉어라.》

그리고 자기는 2인용쏘파에 널직이 앉았다. 뚱뚱하고 배가 나온 그는 1인용쏘파에 앉지 않았다.

《어머니는 어떠냐?》

사무실에서 전화로 무뚝뚝하게 말하던것과는 딴판으로 따뜻하게 애정을 담아 살뜰히 물었다. 두철이의 대답을 듣고는 한번 평양에 왔다가시라고 하렴 하고 말했다.

《관개공사장에서 힘들지 않았니?》

《재미났어요.》

《뭘 재미나기까지 했겠니?》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이 있었지요.》하고 두철이는 공사장의 풍경이며 소대장으로 돌격소대를 지휘하던 과정들을 한동안 이야기하였다.

《두철이가 간단치 않은 청년이 되였군.》

매부가 만족해하였다.

식탁이 준비되자 그들은 이야기를 중단하고 부엌칸으로 나갔다. 부엌칸에 식탁이 있고 의자들이 있었다. 식탁이 괜찮게 차려졌다.

《웬걸 이렇게 잘 차렸소?》

매부가 식탁우에 놓인 찬들을 훑어보며 놀라와하였다. 누이는 매부를 할낏 쳐다보고나서 《두철이가 오지 않았어요?》하였다.

《음, 누이가 솜씨를 보이는걸.》 매부는 워드까를 고뿌에 가득 부어들고 두철이에게 《너두 마시겠니?》하고 묻고는 그가 고개를 가로젓자 고뿌를 입에 대기 바쁘게 단숨에 들이켰다.

《여보, 내 언제인가 말했는데 어머니를 모셔오지 않겠어요?》

누이가 기회를 보다 이렇게 물었다.

《모셔와야지. 벌써 이야기가 있었지만 두철이때문에 락착을 못보았지?》

매부는 장모를 모시는데 반대할 의향이 전혀 없다는것을 강조하려고 했다.

《두철이두 평양에 끌어올려 직장에 다니게 하면 되지 않아요?》

《두철이를 평양에 끌어올린다?》

《예, 왜요. 그게 힘든 일이예요?》

《힘든 일이야 아니지. 하지만 그건 말이 되지도 않아.》

매부는 딱 잘라 말했다.

《내 말은 늘 그렇게 허술하게 대하죠.》

《허술하게 대하는게 아니야. 내가 농업성에 있기때문이야. 그러지 않아두 지금 농촌로력이 도시와 공장으로 새나가는데 농업성 부상이란 사람이 자기 처남을 뽑아내면 어떻게 되겠소?》

《우리 경우야 다르지 않아요.》

《어떤 경우든 다 그럴듯 한 구실이 있는거야.》

매부가 꽥꽥 소리쳤다.

누이는 눈을 내리깔고 입술을 감빨았다. 그 모양이 귀엽기도 하고 동정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두철이는 매부가 꽥꽥거리기 잘하지만 종당에는 누이에게 지고만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눈물이 헤픈 누이가 금시 눈물을 쏟을것 같아 두철이는 조마조마했다.

매부는 누이를 힐끗 건너다보고는 말없이 식사를 했다. 그는 큰소리친것을 후회하는듯 하였다.

그는 처에게도 처남에게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지 저으기 누그러진 어조로 두철이에게 물었다.

《너 지금도 뽈을 차니?》

《기양기계공장에 가서 종종 찹니다.》

《너만 알고있어라. 아직은 구상단계인데 올해 모내기를 전투적으로 끝내고 휴식을 본때있게 조직하자는게다. 여기서 기본이 축구인데 이 기회에 이름을 한번 떨쳐라. 내가 평남도팀에 너를 넣어주지.》

두철이와 어머니를 평양에 끌어올리자는 청을 즉시 짓뭉개버린것때문에 처가 뾰로통해진것을 본 최영길은 이러한 호기심 돋구는 유혹으로 처와 처남의 마음을 풀어주려 하였다. 원래 두철이를 평남도팀에 넣을 생각 같은것은 한적이 없었다. 축구대항전은 아직 구상단계였던것이다.

축구라면 오금을 못쓰는 두철이는 얼굴이 환해졌다. 강서고중축구팀이 유명했었다. 그들은 평양에 가서 강팀이라고 하는 평양의 유일한 남자고급중학교인 제1남자고중팀과도 대항한적이 있었다. 이 시절에 두철이는 중앙공격수였다.

《매부, 고맙습니다.》

《그렇게 하자.》

두철이는 아직 평양에 올라오는것 같은 문제는 별로 생각해보지 못했기때문에 축구소리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러나 누이는 여전히 눈을 내리깔고 앉아있었다. 누이에게는 축구따위가 문제가 아니였다

최영길은 술기운이 퍼져 충혈진 눈으로 안해를 바라보고는 기분이 저상되여 일어서며 두철이에게 말했다.

《천천히 많이 먹어라. 나는 낮잠을 자야 해. 늦도록 일해야 하니까. 그래 술을 마시고 짧은 시간에 깊이 자는게다.》

두철이는 일어서서 매부를 눈으로 바래웠다.

매부가 부엌칸에서 나가 침실로 들어가자 누이가 토들거리였다.

《흥, 혼자 원칙을 지키는것처럼! 지방에서 성에 출장오는 사람들이 더러 우리 집에 농산물이나 고기, 알 같은걸 가져오군 하는데 야단을 치군 한단다.》

두철이는 잠자코 있었다. 매부는 누이가 곱게 생긴탓인지 바가지를 긁는게 시끄러워서인지 어쨌든 겉으로만 허세를 부렸지 실지로는 쥐여살고있었다. 두철이는 성의 높은 간부이고 발언권이 당당하며 아래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틀어쥐고있다는 매부가 체격이 크고 우락부락하고 성미드센 남자로서 어떻게 되여 집안에서 연약한 누이의 손에 잡혀 꼼짝 못하는지 알수 없었다. 어쩌면 누이가 어머니와 두철이를 평양에 끌어올리는 일을 성사시킬지도 모른다.

과연 누이가 이렇게 말했다.

《걱정말아. 내 기어이 어머니하구 너를 평양에 데려올테야. 나도 이젠 양보 안하겠다.》

《누이는 내 의견같은건 묻지도 않는구만?》

두철이가 떠보았다.

《물으나마나 평양에 와서 사는걸 싫다할 머저리는 아닐테지.》

그렇다, 평양을 왜 싫다고 하겠는가? (그러면 춘심이는? 바늘따라 실오기마련이지.) 두철이는 백화점에서 보았던 화장을 진하게 한 날씬한 처녀들이 떠올랐다. 춘심이가 그들보다 못하단 말인가. 춘심이라고 농촌에서 일생을 살아야 하겠는가. 평양와서 고운옷 입고 백화점에랑 다니면 못쓴다던가. 두철이는 다시 춘심에 대한 동정심이 솟구쳐올랐다.

두철이는 춘심이와 그의 아버지를 한렬에 세워놓고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종수령감은 고집을 부릴수 있다. 하지만 춘심이는 젊었고 또 이 두철이를 따를것이다.···

청산리에 내려간 두철이는 이튿날부터 기계화반에 나갔다. 공사장에 나가서 일하며 더욱 자유분방해지고 성격이 강해졌으며 동시에 농촌에서 일하기 더욱 싫어진 두철이는 자기의 확고한 주견대로 행동하는것이였다.

기계화반에는 반장을 비롯하여 능력이 있는 성실한 반원들이 적지 않았으나 또한 두철이의 친구인 전공같은 건달군들도 있었다. 어쨌든 사람이 너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