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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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상 함의선이는 연석침대 하단에 누워 까딱 움직이지 않고있었다. 렬차는 양덕고개를 넘어 평양을 향해 줄기차게 달리고있었다. 높고 험한 산을 굴속으로 통과하기도 하고 산골물이 소리치며 흐르는 깊은 계곡을 내려다보면서 산중턱을 에돌기도 한다. 평양으로 돌아오시는 길에 수령님께서는 어제 함흥시에 하루 체류하시며 함경남도내의 제련소, 기계공장, 건설장 등을 돌아보시였다. 오늘로써 한달가까이 진행한 함경북도 및 함경남도에 대한 현지지도가 끝난다. 이 기간에 함의선이는 늙은 몸으로 몹시 지쳤다.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도 피로했다.

함경북도에 대한 그의 인상은 나빴다. 그는 원래부터 이곳은 농사지을 지대가 못된다고 인정하고있었다. 쏘련에서 나온 일부 사람들은 한때 나라의 중부이북은 논밭들을 밀밭으로 전환시키고 목축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논농사는 기계화할수 없기도 했지만 농사지을 변변한 전야가 없기때문이라는것이 론거였다. 그러니 함경북도 같은데서 농사를 짓는다는것은 더욱 눈에 차지 않았다.

함의선이도 이 주장에 동조했다.

함의선에게는 산이 대다수인 조선의 땅이 낯설었다. 그의 눈에는 지평선너머로 아득히 사라져간 밭이랑들, 끝간데 알수 없는 초원들, 그 넓은 전야에서 뜨락또르들이 우르렁거리며 땅을 갈고 씨를 뿌리며 꼼빠인들이 밀을 수확하고 자동차들이 낟알을 줄지어 나르는 꼴호즈가 늘 눈에 떠올랐다. 전야에 밤이 오면 천막앞에 우등불을 피우고 양고기를 둔 배추국을 끓여 빵과 함께 먹으며 따끈한 우유를 마시고 트림을 하고는 밤늦도록 장화로 땅을 울리며 춤을 춘다. 땅은 컴컴하게 누워있고 검푸른 하늘에는 별들이 무수히 반짝인다. 잊을수 없는 꼴호즈에서의 생활이였다.

그런데 조선은, 그가 조국이라 부르는 이 나라는 어디 가나 산이요, 벌은 손바닥만 하고 농촌은 숨막힐 정도의 락후한 중세기적인 농사를 짓고있다. 소로 세월없이 밭을 갈며 호미로 밭김을 매고 손으로 모내기를 하느라 농민들이 종일 허리펼 사이가 없다.

그도 자기 조국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있었다. 그도 조선사람으로서 조국의 농업발전에 기여하려고 조국으로 나왔다. 그리고 뒤떨어진 조국에 대한 동정과 련민의 정이 초기에 그를 분발케 하였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쏘련에서 하던 식이 조선에는 통하지 않는다는것을 절감했다. 따라서 조선의 농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현대화하자면 논농사를 집어치우고 밀농사를 해야 하며 토지를 정리하고 기계화를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주장했다. 벼대신 밀을 심어야 한다는 주장이 황당한 궤변으로 락인되고 비판이 된 후에는 그 소리를 다시 하지 않았지만 쏘련에서처럼 엠떼에쓰가 협동조합의 농사를 맡아해야 한다는 신념만은 변함이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이것이 기본문제였다. 농촌경리의 종합적이고 전면적인 기계화가 실현되기 이전의 모든 농업성 계획이나 실지 조합에서 벌어지는 농사일은 하늘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자연적인 농업의 범위를 벗어날수 없으며 따라서 대규모협동경리가 제대로 운영될수 없다고 그는 믿고있었다. 이처럼 딴생각을 하고있기때문에 수령님을 따라 함경북도의 농업협동조합들을 돌아보며 그는 별로 느낌이 크지 못했다. 함경북도에서 농사가 잘못되고있는것은 응당 그렇게 될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있었기때문이였다.

그는 김만금에 대해서도 당의 지시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인물로 보았다. 해방후 류학생으로 쏘련에 체류했겠는데 아직 계몽되지 못한것은 유감스럽다. 하긴 그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여서 쏘련이 전쟁의 피해를 가시고있던 어려운 시기였다. 함의선은 농촌경리의 공업화와 집단화를 겪으며 쏘련에서 일했고 공부도 한 사람이다.

다른 칸에 가서 이야기를 하고있던 김만금 농업부장이 돌아왔다. 그의 자리는 함의선의 맞은편이였다. 그는 침대에 걸터앉기 바쁘게 사이다병마개를 연다, 과자를 집는다 하며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상동무, 잡니까?》

눈을 감고 누워있는 함의선이를 찾았다. 함의선이는 그가 자기를 건드리지 말았으면 하는 심리였다. 하지만 책을 보거나 잠을 자기전에는 항상 움직여가지고있는 김만금이였고 옆사람까지 편안하게 누워있지 못하게 하는 김만금이였다.

함의선이는 대답대신 눈을 떴다.

《자지 않고있구만. 일어나시오. 누워있는건 집에 가서 목욕을 한 다음 실컷 누워있을수 있지요. 사이다를 듭시다.》

함의선이 하는수없이 일어나앉았다. 김만금이 고뿌에 사이다를 부어 내밀었다.

《피곤합니까?》

《나이를 속일수는 없지요.》 함의선의 대답이다.

《함경북도사람들이 정신을 차렸을겁니다.》김만금이 과자를 먹으며 말했다. 《나는 농업성에서 함북도에 계속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비판이 되였지만 함북도사람들이 참 질긴 사람들이요. 수상동지께서 로동자, 사무원들에 대한 남새보장문제를 작년에 가시여서도 강조하셨는데 별로 개진이 없었습니다. 남새문제로 도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강직도 되였으니 정신이 좀 들었겠지요. 농업성에서도 잘못했습니다.》

김만금은 함의선이 함경북도의 농사 같은것은 거의 관심을 돌리지 않는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래 꼬집어 강조하는것이였다.

함의선이는 말없이 담배를 피워물었다. 그는 늘 제낀 양복에 넥타이를 단정히 매고 머리칼도 기름을 발라 빗으로 성의껏 빗군 하였다. 그렇지만 표정은 먼길에 지친듯 한 인상이였다. 그는 성안에서 아래사람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았으며 랭정하고 엄엄한 얼굴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대하군 하였다.

《상이 어째서 늘 잘 차려입고 엄엄한 표정을 짓고있는지 아오?》 한번은 최영길이가 김만금이에게 말했다. 《자기와 아래사람들을 엄격히 구별하자는것이지요. 자기를 우상처럼 보이게 하자는거요. 즉 우리들, 조선에서 나서자라고 배운 〈본토배기〉들을 깔보는거지요. 자기는 유럽의 문명물을 먹은 사람이라는것을 보여주자는거지요. 부장동무는 웃옷단추를 잘 채우지 않는 버릇이 있는데 상앞에서는 주의하오. 왜정때 노가다판에서 사람을 치던 버릇이라고 비웃을수 있소.》

《나는 아무나 치지 않았소. 착취자를 쳤소. 왜놈하구 거기 붙어먹는자들 말이요. 그건 그거구 동무는 부상으로서 상을 존중해야지.》

《당신앞이니 하는 소리지.》

어떻든 함의선이는 성안에서 고독했고 한시기는 쏘련에서 배워가지고 나온 관료주의도 부리면서 성사업을 주도했으나 최근에 이르러서는 모든것을 체념해버린듯 조용했고 성사업을 주관하는 최영길이 하자는대로 고개를 끄덕이군 하였다.

렬차는 쉬임없이 달린다. 험한 산발들이 차창밖으로 흘러지난다.

《부장동무.》 함의선이 입을 열었다. 늘 흐릿해있던 눈에 이상한 빛이 번뜩했다. 《부장동무가 농업성사업을 당적으로 지도하니까 자주 비판하는것을 충분히 리해합니다. 사실 농업성이 늘 말을 듣지요. 자연속에서 분산적으로 하는, 기계가 아니라 생명체를 대상하는 농업의 특성도 있고 우리들자신들이 일을 잘못하는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매우 명백하고 또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주의를 덜 돌리고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농촌경리를 현대적인 기술적토대우에 올려놓는 사업입니다. 물질기술적토대를 튼튼히 하는 사업이지요.》 그는 여기서 잠간 말을 끊었다.

《···》 김만금은 그의 말이 계속되기를 기다리였다.

《부장동무는 함북도 농업이 곧 추서리라고 생각합니까? 조선의 농촌경리가 겪고있는 난관이 곧 극복되리라고 생각합니까?》

《···》

《물론 전진이야 하지요. 그런데 만일 우리가 물질기술적토대를 강화하는 사업에 최선을 가하지 않는다면 큰 규모의 협동경리를 관리운영하는데서 상당한 난관을 겪지 않을수 없을것입니다. 부장동무는 청산리에 갔다 와서 현재 농촌이 부닥친 난관중의 하나를 로력의 부족에서 보았지요? 그래서 뜨락또르들을 영농준비에 인입시키는 대책을 제기했는데 사실상 퇴비운반 같은데 투입될 뜨락또르가 몇대나 될것 같습니까? 그런데 농촌에서 로력문제를 푸는 기본방도가 기계화가 아닙니까.》

《그래서 바로》김만금은 어째서인지 목이 갈리였다. 그는 마른 기침을 했다. 《당이 농업협동화이후 중심적인 과업으로 기술혁명을 내놓았다는것을 농업상에게 구태여 상기시킬 필요가 없겠지요?》

《내가 말하자는것은 기술혁명에서 기본으로 되는 뜨락또르와 자동차들을 빨리 사들여오기 위한 사업을 서둘러야 하며 투자를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는겁니다. 나는 물론 리종옥 국가계획위원장에게도, 김일 1부수상에게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수입하는 문제가 쉬운것 같지 않습니다.》

《나라의 자금형편이 긴장한데다가 쏘련에서 〈쎄브〉가입을 조건으로 내대고 잘 주려 하지 않는단 말입니다.》 김만금이 말했다. 쏘련은 우리가 뜨락또르, 자동차 등을 자체로 만들기 위해 기계공업을 창설하려 하자 《쎄브》(사회주의나라들간의 상설적경제협조기구)에 들어 성원국들로부터 가져가면 되겠는데 무엇때문에 자체로 기계설비를 생산하려 하는가고 했다. 우리는 우리가 기계공업이 없는 조건에서 국제분업에 참가한다면 《쎄브》성원국들에게 원료나 대주어야 할것이다. 그러므로 힘이 커진 다음에 국제분업에 참가하려 한다고 대답했다. 그후 우리는 자체로 기계공업을 창설하였다. 작년에 뜨락또르와 자동차의 첫 시제품이 나왔다. 올해에는 계렬생산에 들어가려 한다. 그러나 수입도 해야 농촌경리의 기계화에 필요한 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수 있다. 이런 형편인데 쏘련은 《쎄브》에 가입할것을 계속 요구하면서 이러저러하게 경제적압력을 가하고있다.

《바로 그렇단 말입니다.》 함의선이가 말했다. 《올해에 국가계획위원회에서는 뜨락또르를 수천대 수입할 예정인데 만일 쏘련과 교섭이 잘되여 다 들여온다 해도 그 수천대가 봄부터 전야에서 동시에 작업하게 되는것은 아니지요. 기양기계공장에서 작년에 뜨락또르를 한대 만들어봤는데 계렬생산에 언제 들어가겠는지 알수 없습니다. 계렬생산에 들어가서 계획대로 올해에 좀 생산한다 합시다. 그렇지만 그것들도 봄부터 전야에서 동시에 작업하게 되는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놓고볼 때 올해에 농촌에서 로력은 의연히 긴장할것이고 작업은 의연히 고될것입니다. 그런데 뜨락또르, 자동차를 사오고 생산하는것은 농업성이 하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 농촌경리가 겪고있는 난관이 곧 극복될수 없다는겁니까?》

《큰 규모의 협동경리운영이 상당한 기간 애를 먹을수 있습니다. 가혹하게 말하면 실패할수도 있습니다.》

김만금은 좌석등받이에 등을 가져다대며 놀랍게 함의선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이 어쩌면 실패할수 있다는 말을 꺼리낌없이 할수 있단 말인가. 그래 우리 당이 기계화수준이 낮다는것을 모르고 협동경리를 큰 규모로 발전시켰는가?

《조선 엠떼에쓰들의 기계수단들이 쏘련의 엠떼에쓰들의 수준에까지 올라서자면 아득하지만 그래도 부단히 그것도 빨리 접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것입니다. 농촌경리의 발전이 여기에 달려있습니다. 이것이 기본입니다. 부장동무도 알겠지만 레닌도 쓰딸린도 농촌경리의 현대적기술장비에 선차적인 힘을 돌렸습니다.》

함의선이 랭정하게 지어 엄숙하게 말했다. 그는 《우리 나라》라는 말보다 《조선》이라는 말을 더 썼다.

김만금은 확 달아올라 성급히 말했다.

《상동무는 농업상으로서 실패할수 있다는 말이 그렇게도 쉽게 나옵니까? 상은 책임이 없습니까?》

함의선이는 저으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농업부장동무에게 말하고있습니다. 당적으로 농업성을 지도하지 않습니까? 내가 어디 가서 이런 소리를 하겠습니까. 농업부장앞이니 속을 터놓는것입니다. 나는 농업부에서 뜨락또르와 자동차들을 빨리 사들여오기 위한 문제를 들고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계화가 되면 모든 문제가 다 풀립니다.》

《우리 나라의 실정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기계화가 모든 문제를 다 푸는 열쇠는 아닙니다. 이번에 함북도에 가서 보지 않았습니까?》

《부장동무, 나는 더 할 말이 없습니다.》

함의선이도 상당히 흥분한것 같았다. 그는 목에 맨 넥타이를 늦추어놓고 옷걸이에 건 양복상의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여 얼굴을 씻었다. 그가 할 말이 더 있을수 없었다. 더 해야 기계타령의 반복일것이다.

김만금은 할 말이 있었다. 그러나 함의선의 주장이 농촌경리기계화의 절박성을 호소하는 의미에서는 탓할것이 없었고 그가 왜 집요하게 그것을 말하는지 리해할수 있었으므로 그리고 이제 더 다른 소리를 해야 그가 들으려고도 하지 않을것이고 그의 머리속에 납득이 되지도 않을것이였으므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하여 그는 현시기 일군들의 사상관점을 바로세우고 대중을 조직동원하는 사업을 잘하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것, 그래야 기계화도 빨리 추진될수 있다는것을 말하고싶었지만 그만두었다. 수령님께서 함경북도당 확대전원회의에서 다 말씀하셨는데 함의선이는 귀등으로 흘려보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