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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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2월이였다.

리종수로인은 소달구지에서 두엄을 말끔히 부리우고 허리를 펴며 어느덧 그늘이 진 들판을 둘러보았다. 날이 저물고있으니 이것으로 마지막걸음을 한셈이다. 로인은 오늘도 숱한 두엄을 실어냈다. 종일 두엄을 논에 실어내느라 추위에 얼굴이 퍼렇게 얼었고 다리가 뻣뻣해났으나 마음은 흐뭇했다.

새벽에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아 희슥하게 남아있는 논벌에는 마을에서 실어낸 거름더미들이 배미마다 거무스름하게 무져있었다. 땅은 거름을 낼수록 기름지기마련이다. 슬픔도 기쁨도 땅과 함께 겪으며 한평생을 살아오고있는 리종수로인은 해마다 두엄을 실어내여 땅을 기름지우고 그우에 씨앗을 뿌려 곡식을 자래우고 거두어들였다.

아버지대에 이곳 청산리에 정착한 때로부터 반세기 넘는 세월 그의 일가가 청산벌에 쏟아부은 지성과 흘린 땀이 얼마나 될련지!··· 피눈물도 쏟았고 고귀한 땀방울로 땅을 적시기도 했다. 이 청산벌에서 로인의 한생은 달구지바퀴가 굴러가듯 빠르지도 뜨지도 않게 꾸준한 로동속에서 흘러왔다.

날이 저물면서 들바람이 심해지고 대기는 더 차졌다. 로인은 코끝에 매달려 추운듯 떨고있는 코물을 훔쳐내고 손에 쥐고있던 삽을 빈달구지에 비끄러맨 다음 황소한테 다가서며 고삐를 잡고 언턱을 놀려 분부를 내렸다. 《가자!》

주인이 가자고 하는 분부가 내리기를 기다리며 두귀를 흔들어대고있던 황소는 힘차게 걸음을 떼였다. 끝이 뾰족한 뿔이 사납게 뻗친 덩지 큰 황소였다. 리종수로인이 어찌나 잘 먹였는지 누런 털에 기름기가 번지르르하게 돌았고 엉뎅이가 떡 벌어졌으며 달구지를 씽씽 끌면서도 힘이 남아서 암소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들판이 들썩하게 영각을 했다. 같은 수컷을 보면 피진 눈알의 흰자위를 굴리며 싸우지 못해 몸살이 나서 앞발통으로 땅을 마구 파헤치군 하였다.

이 황소는 로인의 말을 다 알아들었다. 지금 꼬리를 휘휘 저으며 네다리를 부지런히 놀리는 품이 하루일이 이미 끝났으며 이제 곧 콩을 두고 삶은 뜨스한 여물이 기다리는 외양간에 가서 쉬게 된다는것을 알아차린것이 분명하였다. 덜컹덜컹 빈달구지가 소란스럽게 굴러갔다. 논판을 얼른 벗어나 마을로 향한 달구지길에 들어섰다.

두엄을 나르던 다른 조합원들도 빈지게를 지거나 빈달구지를 몰고 서산을 넘어간 해가 던지는 불그레한 여광이 사그라져가는 검푸른 하늘밑으로 들판을 지나 마을로 들어가고있었다.

석두재를 등진 암화마을은 벌써 어둠속에 잠겨들었다.

《아부님, 수고하셨습니다.》

마을어귀에서 작업반장 문영숙이 기다리고있다가 인사를 하며 상긋이 웃었다. 이 녀인은 몸매가 날씬하고 얼굴이 예쁘게 생긴 젊은 과부였다. 전쟁시기 남편이 인민군대에 나가 싸우다 전사했다. 이 연약해보이는 녀인이 어떻게 거친 땅을 다루며 어떻게 무뚝뚝하거나 혹은 수다스러운 각이한 사람들을 이끌면서 작업반사업을 잘해나가는지 그것은 수수께끼같은 일이였다. 하여튼 1작업반은 일이 잘되여가고있었다. 리종수는 1작업반원이면서 관리위원회 위원이였다.

녀인이 미소와 함께 보낸 인사말은 들에서 추위에 언 로인의 가슴을 후더웁게 해주었다. 녀인에게서는 부드러운 인정미가 풍기고있었다.

농가들에 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굴뚝들에서 연기가 오르고 문들이 여닫기고 녀인들이 아이들을 불러들이느라 소란했다. 개들이 아이들과 같이 골목을 뛰여다니고 닭들은 닭장안에 들어가 몸을 맞대고 꾹꾹거린다. 구수한 된장국냄새가 풍긴다.

리종수는 반장이 자기에게 할 말이 있어 한다는것을 알고 소달구지를 멈추어세웠다.

《관리위원회에서 회의가 있으니 인츰 모이랍니다.》

마을의 저녁소음을 누르며 녀인의 목소리는 유난히 맑게 울리였다. 흰 양털수건을 쓰고 군대솜옷을 우에 입은 녀인의 얼굴도 추위에 퍼렇게 되여있었다.

《반장들이나 가지 내야 뭘?···》

로인이 웅얼거리였다.

《관리위원장동지가 군에 갔다 오셨는데 관리위원들도 다 모이랍니다. 아이참, 조합이 통합된 이후로는 무슨 회의가 그렇게 많아졌는지 이젠 질색이야요. 더구나 일이 막 끝나는 시간에 부르면 작업총화도 똑똑히 지어줄수 없지요.》

로인은 입을 다물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반장의 말이 옳다. 협동조합을 처음 조직할 시기보다 더 회의가 잦은것 같다. 청산리에 있던 6개 조합이 하나의 협동조합, 청산농업협동조합으로 통합이 되였는데 관리위원장으로는 리인민위원장을 하던 사람이 선거되였다. 회의를 지도하러 내려온 군인민위원장이 그를 추천했고 조합원들이 모두 찬성했다. 조합원들은 리단위로 커진 큰 규모의 협동조합관리위원장으로 누구를 선거해야 할지 몰랐으므로 군의 의사에 따랐다. 리종수로인은 6개의 협동조합관리위원장들중에서 한사람이 뽑히울줄 알았다. 그러나 큰 협동조합을 다루자면 적어도 리위원장쯤 하던 사람이 맡아야 할것이라고 우에서 타산했음직 하여 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통합이 순조롭게 진행되였으나 복잡성을 피할수는 없었다. 조합들의 재산을 합치고 작업반들을 조직하고 반장들을 선거하느라 리당과 리인민위원회에서는 밤들을 밝혔고 날마다 회의를 했다. 작업반의 규모가 너무 크면 새로 임명되는 반장들이 다루어낼수 없다고 보았기때문에 규모를 크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21개의 농산반과 축산반, 건설반, 기계화반 등을 내와 모두 25개의 작업반을 가지게 되였다. 물론 이 작업반들도 이전 조합의 작업반에 비하면 규모가 컸다.

25개의 작업반들을 어떻게 장악지도하며 큰 조합의 살림살이를 이끌고나가야 하겠는가? 관리위원장이 된 장영덕은 낮에는 작업반에 나가보고 저녁에는 반장들을 불러 회의를 하고 밤에는 문서를 만드느라 입술까지 갈라터지며 눈코뜰새없이 돌아쳤다. 한번은 리종수로인이 보기에 안되여 《관리위원장, 반장들이 다 알아서 할게요. 믿어도 됩네다. 관리위원장이 자꾸 간섭하면 더 혼란이 온다니까요. 그러니까 회의를 좀 적게 하구 자립성을 키워주시우.》하고 충고를 주었다.

잠이 모자라 눈에 충혈이 진 장영덕이 고집을 부렸다. 《아니요, 령감님! 반장들의 수준이 말이 아닙니다. 나는 마음놓이지 않아요. 앞으로는 회의를 적게 합시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한테 글을 가르치듯 하나하나 배워주어야 합니다. 그러자니 회의를 하지요. 매 사람을 따라다닐수는 없지 않겠소.》

그는 한때 중학교 교장도 한적이 있는 사람이였다. 그는 《학생》들인 작업반장들을 진심으로 《교육》하려 했다. 그런데 《학생》들은 농사에서는 그의 《선생》이였기때문에 겉으로는 듣는척 하면서 속으로 딴궁리를 했다. 그가 열성을 낼수록 《학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작업반장들이나 조합원들모두가 그의 열성만은 인정했다. 회의에서 포치하고 강조하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긴 다리를 쉴새없이 놀려 작업반들을 돌아다니는 그의 열성에 《오토바이》라는 별명을 달아주었다.

농민들은 속이 엉큼하다. 겉으로는 순종하는척 하면서 제 살 궁냥은 다 한다. 작업반장들은 장영덕의 열성이 고집스럽고 단순한데서 오는것이라는것을 제꺽 판단하고 그의 욕설을 묵묵히 듣는다. 어떤 반장들은 그의 단순성을 약점으로 보고 리용하면서 제 볼장을 본다. 그러니까 관리위원장이 아무리 작업반장들을 틀어쥐려고 해도 겉으로나 가능했지 내용상으로는 잘 되지 않았다.

리종수로인은 이러한 모순을 몸으로 느끼며 조합일이 잘되여가지 않는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있었다. 방금 문영숙반장도 회의가 잦으면 작업총화를 제대로 지어줄수 없다고 의견을 말했는데 다른 반장들도 불만이 많았다. 이러니 조합일이 바로되겠는가. 안타까움을 속으로 묵새기며 입을 다물고있자니 그것도 바쁜 노릇이였다. 무엇인가 가슴속에서 자꾸 끓으며 밖으로 분출하려 하였다.

회의에 가면 장영덕의 지루한 연설을 들어야 했다. 그래 가고싶지 않았지만 관리위원들도 오라고 하니 할수 없다.

집에 이른 종수로인은 황소를 외양간에 들여매고 부엌의 여물가마에서 김이 문문 나는 여물을 바께쯔로 퍼다가 구유통에 쏟아주었다. 조합에서는 본인이 희망하면 소를 공동우리에 넣지 않고 개인농가에서도 먹이게 하자는 리종수로인의 제의를 참작하고있었다. 협동조합을 조직할 당시 기둥역할을 한 실농군이고 전시다수확모범농민으로서 로인의 발언은 상당한 권위를 가지고있었다.

리종수로인은 황소한테 여물을 준 다음 새해들어 걸음마를 떼기 시작해 지금은 제법 잘 걸으면서 《하ㅡ버ㅡ지ㅡ》하고 부르며 따르는 손자를 안아주고는 곧장 관리위원회로 갔다.

관리위원회건물 출입문으로 다가가는데 안에서 누가 문을 열며 나왔다. 솜옷을 아래우로 입고 손에 털모자를 쥔 젊은이였다. 키가 후리후리하고 몸매가 균형잡힌데다가 얼굴이 잘 생기고 인사성이 밝아 누구나 싫다고 하지 않는 취득마을의 차두철이였다. 종수로인의 외동딸 춘심이와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도는 녀석이다. 종수령감네 집에 더러 놀러다니군 해서 낯을 익혔다.

그는 지금 기양관개공사장에 동원나가있는데 어떻게 여기 나타났는지 알수 없다.

《아부님, 안녕하십니까?》

차두철이가 깜짝 놀라며 당황해서 얼른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그가 놀라는것은 춘심의 아버지를 불시에 만났기때문이고 당황해한것은 로인을 어려워하기때문이였다. 춘심이네 집에 놀러가서도 처녀의 아버지 종수로인만 들어오면 바삐 일어서서 어쩔줄 몰라했다. 입이 무거운 로인이 자기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통 알수가 없었던것이다. 두철이는 처녀의 집에 놀러가면서 빈손으로 다니지 않았다. 술병도 들고갔고 봉상강에서 잡은 물고기도 로인에게 대접하라고 들고가군 했다.···

두철의 인사에 로인이 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음, 자넨가.》

그저 그뿐이였다.

그래도 차두철이는 대단히 반갑고 황송해서 흰 이를 빛내이며 환하게 웃었다.

《회의 오십니까?》

《그래.》로인은 더 다른 말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멋적어진 두철은 어색하게 웃다가 털모자를 쓰고 심중해진 얼굴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로인이 관리위원장방문을 여니 벌써 작업반장들이 적지 않게 모였는데 뜨뜻한 구들에 앉아서 얼굴들이 벌겋게 익었다. 문영숙도 이미 와앉아있는데 얼었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로인은 신을 벗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관리위원장이 앉아서 사무를 보는 커다란 앉은뱅이책상에는 지금 주인이 마주앉아서 진지한 얼굴로 무엇인가 쓰고있었다. 그옆에 부위원장이 앉아있었다.

반장들은 로인이 들어서자 어려워하며 길을 틔워주면서 앞으로 나가앉도록 말없는 권고를 했다.

《뭐 여기 어디 적당히 앉지.》

로인은 앞자리를 마다하고 뒤쪽에 가앉았다. 그런데 앉고보니 하필 그가 싫어하는 동산마을 12작업반장 박진섭의 옆이였다. 그렇다고 자리를 옮겨앉는것도 무엇해서 리종수는 뚝한 얼굴로 말없이 담배쌈지를 꺼내여 대통에 썬담배잎을 다져넣고 불을 달아 입에 물었다.

박진섭은 전 동산협동조합에서 작업반장을 했는데 그에 대한 대중의 신망은 높지 못했다. 하지만 관리위원회와 리인민위원회에서는 그를 나쁘게 보지 않았다. 한것은 그가 우의 지시에 대해 다른 반장들처럼 속으로 타산하고 머리를 긁으면서 우물거리는것이 아니라 언제나 시원스럽게 《알았습니다.》, 《하겠습니다.》하고 대답하며 해놓지 않고도 곧잘 《했습니다.》하고 말하여 능력있는 반장으로 평가되였기때문이다. 조합들이 통합되면서 동산협동조합은 두개의 큰 작업반, 즉 11작업반과 12작업반으로 갈라졌는데 장영덕은 박진섭을 12작업반장으로 제기했었다.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박진섭이 승급이라 할수 있는 큰 작업반의 반장이 다시 된데 대하여 뒤에서 말들이 많았다. 리종수로인의 귀에까지 그가 손에 흙을 묻히기 싫어하고 반원들만 꽥꽥 소리쳐 몰아댄다는것과 거짓말을 잘하고 우에 잘 보이려 애쓴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광대뼈가 주먹처럼 불거지고 두눈을 두부럭거리는 진섭이에게서는 진실성과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일은 내민다고 한다. 그래 장영덕은 그를 우수한 작업반장으로 알고있었다.

장영덕이 문서에서 머리를 들었다.

《담배들을 그만 피우시오. 눈이 다 쓰리군. 창문들을 여시오.》

그가 지시하는데 따라 서둘러 담배불들을 껐고 창문들과 출입문을 열었다. 담배연기가 더운 공기에 섞이여 구름처럼 몰려나가면서 동시에 차고 시원한 바람이 쓸어들어왔다.

장영덕은 키가 크고 버쩍 말랐으며 컴컴한 얼굴은 길었다.

《다 왔소?》지도원에게 물었다.

《석우마을 반장들이 아직 안왔습니다.》

《석우에서는 늘쌍 지각이군. 좀 멀긴 하지만 그렇기때문에 일찌기 떠나군 하라 했는데 명심하지 않는단 말이요. 동무들이 회의가 길다고 말하는데 보시오. 모이는데 시간이 다 간단 말이요. 차라리 저녁밥을 먹고 오라고 할걸 그랬소. 헌데 그러면 회의가 늦게 시작되여 한정없이 길어진다고 의견들이 있기때문에 일찍 모이는데 그러니까 이번에는 작업총화를 짓는데 지장을 받는다고 의견들이요. 그래 어떻게 하자오? 늦게 모이자오?》

몇몇 반장들이 기겁해서 일시에 아니요, 지금처럼 일찍 모입시다 하고 대답했다. 늦게 시작하면 회의가 길어지고 피곤하여 다음날에 지장을 받는것이다.

《1반장동무 의견은 뭐요?》

장영덕이 문영숙이를 짚었다. 아마 문영숙이가 일찌기 시작하면 작업총화에 지장을 준다는 의견을 말했던 모양이다.

문영숙이 얼굴을 붉히며 그러나 쟁쟁한 목소리로 주저없이 말했다.

《해결방도는 회의를 적게 하는것입니다.》

《와ㅡ》웃음이 터졌다.

장영덕이 책상을 두들겼다.

《아니요. 해결방도는 동무들이 관리위원회의 지시를 제때에 옳게 집행하는것이요. 그러면 자꾸 모일 필요가 없게 된단 말이요. 동무들이 나보다 농사를 더 잘 아는것은 사실이요. 그러나 농사를 잘 안다해서 반드시 잘 짓는다고 말할수 없소. 지금은 개인농이 아니고 소규모의 협동조합도 아니요. 그런데 동무들은 지난시기의 경험과 보수주의에 빠져 조건타발만 하면서 지시를 흥정하고 돌아앉아서는 제멋대로 한단 말이요. 내 지시는 군인민위원회와 농업성의 지시이고 국가정책에 따른것임을 명심하시오.》

작업반장들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장영덕위원장이 이렇게 연설을 시작하면 의례 회의가 길어지기때문이였다. 리종수로인은 울적해지는 반장들의 표정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것이였다. 그들은 지금 문영숙이가 공연한 소리를 해서 위원장의 기분을 잡치게 했다고 속으로 나무람할것이다.

《자, 퇴비생산정형부터 살펴봅시다. 상급의 지시는 올해에 정당 50t씩 자급비료를 내라는거요. 이건 흥정할수 없소. 그래야 올해의 높아진 국가과제를 수행할수 있소. 동무들, 바로 작년가을 당창건기념일에 수상님께서는 우리 청산리 암화협동조합을 찾아주시고 풍작이 들었다고, 협동조합원들이 부유중농수준이 되였다고 대단히 만족해하시면서 이것은 농업협동화의 생활력을 말해주는것이라고 말씀하시였소. 그러시면서 우리는 계속 전진해야 한다, 농업협동화가 끝났다고 만세를 부를것이 아니라 농업협동조합들을 질적으로 공고히 하고 리단위로 크게 통합하여 한걸음 더 도약해야 한다고 가르쳐주시였소. 우리는 통합된 큰 규모 협동조합의 생활력을 나타내여 올해농사를 더 잘 지어야 하고 부유하고 문명한 농촌을 건설해야 합니다. 올해 높은 목표가 이래서 정해졌다고 생각하오. 벌써 2월이요. 립춘도 지나고 우수의 문어귀에 왔소. 한달후에는 랭상모씨뿌리기를 해야 하며 땅을 갈고 강냉이를 심어야 하오. 그런데 제일 급선무인 퇴비생산과 반출은 계속 늦어지고있소. 자, 1작업반부터 현재까지 퇴비확보정형을 보고하시오. 들어봅시다.》

이렇게 해서 계획에 없던 사업이 시작되였다. 장영덕위원장은 석우마을의 반장들이 오지 않아 따지는 일을 벌린것 같았다. 매 농산작업반을 차례로 따지는데 석우의 작업반들이 빠졌음에도 한시간 거의 걸리였다. 작업반마다 위원장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축산반.》하고 장영덕은 농산반이 끝나자 축산반으로 넘어갔다.

《예.》축산반장이 일어서서 보고했다. 그는 이렇게 변명했다. 《축산반이 퇴비를 많이 생산해야 하는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축산반은 갓 출발해서 아직 돼지우리도 채 짓지 못했습니다.》

《구실이요, 구실! 동무네는 6개 조합의 가축들을 넘겨받았는데 새 출발이란건 무슨 합당치 않은 소리요?···》

기계화반도 례외로 되지 않았다. 기계화반장은 당면하여 호미, 삽, 보습 등 농기구들의 수리와 생산 그리고 새 농기구창안에 바쁘다고 하였다.

《그렇다고 동무들이 퇴비생산을 외면할수 있소? 강건너 불보듯 할수 있는가?》

《그렇기때문에 하는껏 하고있습니다.》

《관리위원회에서 준 계획을 다 할수 있는가? 문제는 이렇게 선단 말이요.》

《···》기계화반 반장은 입을 열지 못했다.

《왜 함구무언이요?》

《저희들은··· 기술로동을 하고있습니다.》

《뭐? 기술로동? 기술로동두 밥을 먹구야 하겠지?!》

반장은 천등같은 욕설에 그만 움츠러들며 《하겠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시간이 갈수록 리종수로인의 가슴속에서 끓고있는 애타는 감정이 더해졌다. 따지고 욕설만 할뿐 대책은 없지 않는가? 퇴비생산과 반출이 계획대로 못되고있는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그 원인을 작업반장들은 알고있다. 퇴비원천이 갑자기 불어날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로력이 부족했다. 작업반의 로력들이 수다히 다른데로 빠져나갔다. 한편 기계화반 같은데는 무엇때문에 40명씩이나 채워넣었는지 알수 없다. 진짜기술자 몇명을 내놓고는 다 놀고있는것이나 같다. 그러면서도 기술로동을 한다면서 매일 일률적으로 1.5공수씩 받고있다. 농산반에서는 종일 추위에 떨며 두엄을 날라도 1.5공수를 벌기 힘들다. 그러니 자기를 똑똑하다고 자처하는 젊은것들은 다 이 좋은 기계화반에 쑤시고들어갔던것이다. 《똑똑한》축에 속하는 차두철이도 통합이 되기전부터 관개공사장에 나가있기때문에 기계화반에 쑤시고 들어가지 못했을것이다. 돌아가는 말을 들어보면 관개공사장에서 돌아오면 기계화반에 들어가기로 관리위원장과 약속이 되여있다고 한다. 아마 그것때문에 차두철이가 방금전에 관리위원회에 들리지 않았는지?··· 그러니까 두철이가 동원에서 돌아온다해도 농산반에 로력자가 한명 느는것이 아니라 기계화반에 한명 첨가될뿐이니 달라질것은 없게 된다. 협동화가 끝난 다음 기계화가 전면에 나서고있으니 기계화작업반을 내오고 잘 꾸리는것이 절박하게 나서고있는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인원수만 망탕 채우는 방법으로 무책임하게 해서는 안될것이다. 아직 시작인데 기술있고 전망있는 사람을 튕겨가며 골라서 넣어야 할것이고 또 40명씩이나 당장 필요하지는 않을것이다.

이런것이 로력랑비가 아니겠는가? 로력이 자꾸 새나가는것부터 막아야 하겠는데 관리위원장은 작업반장들에게 욕설만 퍼붓고있지 않는가? 욕설로야 걸린 문제를 어떻게 풀수 있겠는가?

《보시오.》장영덕이 말했다. 《형편이 이렇습니다. 12작업반이 그래도 좀 낫습니다. 계획에 접근하고있습니다. 조건이 다 같은데 왜 12작업반처럼 못하오?》

작업반장들은 다시 표정이 울적해졌다. 12작업반장 박진섭이를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관리위원장은 그가 허풍치고있다는것을 과연 모르는가? 하고 리종수로인은 어처구니없어 하며 생각하였다. 진짜 모르는가, 알면서도 선전용으로 써먹는것인가? 모를 일이였다.

《이제는 동무들스스로가 결론을 내려보시오. 회의를 해야 하겠는가 안해야 하겠는가? 올해 퇴비계획이 간단치 않는데 관리위원회가 독촉하여 잡아끌어야 하겠는가 내쳐두고 자연발생성에 맡겨야 하겠는가?》

리종수로인은 불쑥 일어서고싶었다. 일어서서 회의나 열고 독촉하고 욕설이나 해가지고는 절대로 풀리지 않는다는것, 농산반에 로력이 부족한데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것 등을 말하고싶은 충격을 받았던것이다.

그는 자기가 관리위원이고 오랜 농사군으로서 그리고 수령님을 여러차례 만나뵙고 귀중한 가르치심을 받은 농촌의 로당원으로서 응당 문제의 본질을 밝혀내야 하며 부정적인 현상에 대해 묵과하지 말아야 할 무거운 의무를 지니고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본래 입이 무거운데다가 언젠가 장영덕에게 작업반장들을 믿어야 한다고 충고를 주었을 때 그가 눈이 파래지며 《아니요.》하고 고집을 쓰는 바람에 그후로는 더 말하고싶은 생각이 없어진 로인은 울대뼈소리를 내며 공연히 헛기침을 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