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2


 
 

제 5 장

2

 

사령부소부대가 밀영병원이 자리잡은 산간에 도착했을 때는 산에도 들에도 풀빛이 짙었다. 남아있던 대원들이 사령관동지 일행을 반겨맞았다. 박중돈이 행방불명된 사실을 알고 심려에 싸이신 사령관동지앞에서 《홍대포》가 소부대활동의 전말을 상세히 보고드렸다.

장새촌 군중공작으로부터 총독이 옌지(연길)에 도착한 날 진행한 작전이며 그후의 사연들을···

《우리는 주재소를 공격할것인가를 토론하다가 소부대성원이 다섯명뿐이여서 정미소주인이라는 사람을 정체도 확인할겸 리용하려고 했습니다.

어두워지자 적들이 쓸어나와 장새촌을 매복진으로 둘러쌌습니다.

그러고보니 신덕환은 밀정이였습니다. 우리가 매복진밖으로 빠지자고 했지만 조장인 박중돈동무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즉흥적으로 움직일것이 아니라 침착하게 알아보고 행동해야 한다면서 자정무렵까지 기다려 시내공작조가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 힘으로 장새촌주재소를 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총독놈에게 타격을 가하자는 작전이니 빠질 생각부터 할것이 아니라 놈들을 답새길 생각부터 하자는것이였습니다. 우리는 밭고랑에 엎드려있었습니다. 밤중에 시내에서 화재가 일어난걸 보고 철수하다가 적들에게 발견되여 골짜기를 따라 퇴각했습니다.

적들이 총을 쏘며 량쪽에서 추격하자 조장동무는 자기가 유인하겠으니 동무들은 여기에 숨어있다가 빠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미처 다른 말을 할 사이도 없이 나무숲을 헤치면서 비탈을 달려내려갔습니다.···

그날 밤은 몹시 어두웠습니다. 적들이 그쪽으로 몰려가고 총소리들이 요란했습니다. 우리 네명이 그곳에서 빠져나왔을 때에도 적들은 저희끼리 맞붙어 싸우고있었습니다.

날이 밝아오자 할수없이 그곳을 떠났습니다. 밀영에 돌아와 기다려도 조장동무가 나타나지 않기에 걱정하다가 며칠전에 제가 두 동무를 데리고 그 일대에 가서 찾아봤으나 아무데도 없었습니다.

장새촌일대는 지금도 경계가 심합니다.

우리는 그후부터 시내의 지하조직과도 련계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경계가 심해져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시내의 지하조직도 추격을 당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침통한 표정으로 오래도록 말씀이 없으시였다. 가슴아픈 심정으로 박중돈을 생각하고계시였다.

남다른 곡절을 겪으면서 사령부 친솔부대에 다시 돌아온 경위며 《개척민》들의 눈먼 총알에 얻어맞으면서도 사나운 성미를 누르고 유격대원의 고상한 성품을 보여준 지난날의 일들이 쓰라리게 파고드는것이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고개를 숙이고있는 《홍대포》의 어깨에 손을 얹고 웅글은 음성으로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동무들이 수고많았소. 적 후방에 남아 지하조직과의 련계밑에 소부대활동을 적극적으로 잘 벌렸소.》

적구에 남았던 모든 대원들을 치하하시고 고무하시는 그 말씀에서도 박중돈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애절한 그리움이 절절히 느껴져 곁에 있던 대원들도 경건하게 고개를 숙이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소부대성원들속에 서있는 한영옥의 어두워진 표정에 잠시 시선을 멈추시였다가 리순정이며 밀영병원 성원들쪽으로 걸어가시였다.

한영옥은 김정숙동지를 따라 쏘만국경을 넘어 머나먼 길을 행군해오는 동안에 난관이 많았으나 늘 명랑했었다. 하지만 지금 박중돈의 자기 희생적인 행동과 행방불명에 대한 소식을 듣고는 침울해지고 불안과 걱정에 싸여 말이 없었다.

박중돈의 사람됨됨을 잘 알면서도 한때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하지 않고 랭담하게 대했던 일이며 그후 부대에 다시 돌아온 박중돈을 속으로는 반기고 절절하게 그리면서도 자기의 박정했던 소행이 가슴에 걸려 제 먼저 찾아가 용서를 바랄수 없었던 처지···

투쟁속에서 위훈을 세우고 떳떳한 녀전사가 된 후에 그를 만나 고개를 숙이고 지난날의 잘못을 털어놓으면서 뜨거운 정을 쏟아부으리라던 희망도 지금은 허망한 꿈이 되고말았던것이다.···

이날 저녁에는 푸짐한 성찬이 마련되였지만 사령관동지께서는 달게 들지 못하시였다. 적들에게 큰 타격을 안기고 지금 난관을 겪고있을 옌지(연길)시내의 지하조직이며 동지들을 구원하기 위해 자기 희생적으로 싸운 박중돈의 생사를 알지 못해 심려에 싸이시였다.

식사후에는 지휘원들과 대원들이 널직한 반토굴식병실에 모여앉아 헤여져있은 동안의 하고싶었던 이야기들과 새 소식들을 나누며 밤이 늦도록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이께서는 사령부로 꾸려놓은 반토굴에 등불을 밝히고 이 일대에서 그동안 진행한 공작과 전투들을 료해하시였고 새로운 활동을 구상하시였다. 여기서 벌어진 사태와 관련하여 기지에서부터 가지고나온 계획을 수정보충하고 변경하면서 대오를 편성하고 매개 소부대의 과업과 수행방도에 이르기까지 깊이 연구하시였다.

이튿날 아침엔 벌써 여러개의 공작조들이 사령관동지로부터 임무를 받고 목적지를 향해 떠나갔다.

김철한은 박중돈소부대에서 활동한 두 대원과 함께 장새촌하촌에 접근하여 박창술이를 만나 군중공작을 진행할 과업을 받았다.

군중공작의 당면목표는 믿을만 한 사람들을 통해 박중돈의 행방을 여러모로 알아보는것과 정미소주인이 조직한 《비밀조직》에 망라된 성원들을 철저히 보호하고 박창술의 영향하에 두면서 밀정이 눈치채지 못하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지도하는것이였다.

《홍대포》가 책임진 공작조는 복지향《개척민》부락에 접근하여 농민들을 만나 박중돈의 행방을 탐문하면서 부락에 믿을만 한 사람들로 조직을 꾸리도록 공작할 과업을 받았다.

류경수를 책임자로 한 소부대는 화전현의 깊은 산중밀영에서 병고에 시달리고있을 워이정민(위증민)을 찾아 떠났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원동에 들어가 활동하시던 그 다망한 시기에도 워이정민의 병환을 걱정하여 구해두었던 보약재를 류경수에게 주어보내시였다.

하바롭스크회의결과를 전달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자기 힘을 믿고 자기 인민의 힘에 의거하여 일제를 꺼꾸러뜨려야 한다는 사상을 특별히 강조하도록 이르시였다. 한편 최성택련대장을 비롯한 남만부대의 지휘관, 정치일군들을 지명하여 이제 백두산밀영에서 열리게 될 국내와 백두산서북부일대에서 활동하는 혁명군간부들과 지하조직책임자들의 회의에 참가하도록 지시하시였다.

지영갑소조는 시내지하조직과의 련계를 위해 왕바버즈에 있는 3호련락소를 향해 떠났는데 한영옥이도 그 소부대에 속해있었다.

림춘추가 책임진 소조는 시지엔다오(서간도)일대에 나가 혁명가가족들을 비밀리에 조선에 이주시키는 임무를 맡고 떠났다.

전투조들을 활동구역에로 떠나보낸 사령관동지께서는 열명도 되지 않는 나머지 성원들을 이끄시고 20리쯤 떨어진 곳에 밀영을 옮기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