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5


 
 

제 4 장

5

 

이 봄에 고형근은 건강이 시원치 않았다. 이렇다하게 아픈데는 없었지만 마음이 늘 무거웠던것이다.

4월초에 시작되는 새 학년도부터 모든 학교들에서 조선글을 배워줄수 없고 조선말을 사용할수 없다는 총독부 학무국의 훈령을 알게 된 뒤로 마음은 더욱 번거로왔다. 그러니 그가 꾸려놓은 농촌 간이학교도 일본글을 배워주는 일본을 위한 학교로 된것이다.···

이즈음에 와서는 동포들을 위하는 일이라 해도 어디건 나가고싶은 생각이 나지를 않아 그는 집에 붙박혀있기가 십상이였다. 이전에는 그를 자주 부르군 하던 경찰청장도 어째서인지 소원해지고있었다.

《주인님, <개척민>촌에서 원덕천이라는 청년이 만나뵙겠다고 찾아왔심다.》

마부가 문을 열고 아뢰는 말이였다. 북지향에 나가면 원로인네 가정에 남달리 관심하던 주인의 심정을 잘 알아서 맞아들인것이였다.

《들여보내게.》

하고 고형근은 선선히 일렀다.

검은 광목으로 지은, 빛이 날고 후렁후렁한 조선바지저고리 비슷한 양복을 입은 젊은이가 휘줄근한 도리우찌를 벗어쥐고 어줍어하며 들어섰다. 고형근의 예리한 눈길이 꿰여진 양말짝을 스쳐올라 코마루가 덩실한 그의 얼굴에서 멎었다.

《이쪽에 들어와앉게. 앉으라구.》

원덕천이 돗자리를 깐 방바닥에 조심스럽게 자리잡자 물었다.

《무슨 일루 시내에 왔나?》

《<청년의용대>훈련이 있어서 왔시미다. 공산군들이 움직인다문서 닷새동안 연습을 하고 인제 돌아갈락하미다.》

《으응- 그래, 머리에 상처는 다 나았는가?》

《인자 괜찮시미다.》

《부모님들이랑 다 무고하시구?》

《무고하미다.》

《마을에는 별일 없는가?》

《그저 늘 그렇지요. 요새는 도로공사에 갈 부역군들을 뽑느락고 하던데···》

《덕천이네야 동생이 징용에 나가있으니 일없겠구만···》

《글쎄올시다. 저희두 그렇게 생각하는디 향장님이 날더러 나가달락구 하미다. 손포두 딸리지 않는디다 부락에서 <선구농민>으루 내세우구 있으니께 이런 때 말썽없이 나가주문 다 알아주겠닥 하문서···》

《흐음- 그 일때문에 왔구만.》

《아니올시다- 향장님이 너무 사정하길래 부역은 나가겠닥 했시미다만···》

원덕천은 분한듯 한숨을 쉬고나서 미간을 찌프렸다. 그러자 덩실한 코마루우의 좁은 량미간이 맞붙어 그의 검은 두눈섭은 마치도 내려앉을 자리를 찾으며 선회하는 갈매기의 날개처럼 가운데가 움츠러든 한일자로 뻗어졌다.

고형근은 그의 표정을 여겨보면서

(고지식한 젊은이의 가슴에 무슨 괴로움이 생긴 모양이군.) 하고 생각했다.

《선생님, 지가 한가지 물어봐두 괜찮시미까?》

《물어보게. 자네 오늘은 심사가 좋지 않아뵈는군.》

원덕천은 그 말에는 대처없이 방바닥을 들여다보며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선생님··· 공산군을 비적이락 하는디··· 그거 중말이미까?》

고형근은 놀라지 않았다. 무슨 그러루한 의혹이 생겼으리라고 그의 표정과 거동을 보며 짐작했던것이다.

《자네 생각엔 어떤가?》

원덕천은 또다시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글쎄올시다. 조선서도 그라구··· 이번에 의용대 훈련하문서도 자꾸 그라지만··· 제 생각에는 아무래두 그래뵈지 안시미다-》

《그럼 어떻게 보이나?》

원덕천은 미간을 찌프리고 잠자코있다가 계속했다.

《이전에 장새촌정미소에서 싸움터졌을적에 즈희를 살려준 사람두 공산군이미다.

그날 밤에 장새촌 주재소 경관들이 오구 또 수비대 장교두 와서 자꾸 물을 때 난 정신없는드키 앓음소리만 냈지만 우리말 최도끼 아지씨가 관청사람이더락고 대답했지로.

최도끼아지씨는 복지향에 돌아가서두 다른 말은 않았지만 후에··· 공산군이 무신 비적이가··· 비적아니야··· 하더라미다-》

《자네··· 이전에 내가 복지향에 가서 자네네 집에 들렸을적엔 왜 그런 말 안했나?》

《그적엔··· 그적엔 상처두 쏘아나구··· 이궁리저궁리 종잡지를 못했시미다만··· 가죽외투입은 그 사람은 작년 가을에 우리 집 수수밭 머리에서 아부지보구 량식을 팔아달라고 부탁하던 사람이 틀림없시미다.》

그의 말을 듣고있는 고형근의 눈앞에는 지난해 늦가을에 오도양산의 산중밀영에서 여늬 대원들이나 다름없이 빛이 날은 얇은 군복을 입고 온 세상을 환히 내다보시는듯 헌헌하게 웃으며 조국광복의 경륜을 밝히시던 김일성장군님의 름름하신 모습이 훤하게 떠올라 가슴이 후더워졌다. 그때 그이께서 사람들에게 진실을 깨우쳐줘야 한다고 간곡하게 하시던 말씀을 잊은적이 없을뿐더러 날이 갈수록 더욱 무겁게 느끼고있었다.

《공산군은 자네나 마을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좋은 사람들이네. 비적이 아니라 조선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쳐가며 일본놈들과 싸우는 의로운 군사들이야.》

방바닥을 물끄러미 굽어보는 《청년의용대대장》의 가늘어진 눈길에 비로소 깨달은 새삼스러운 표정이 아니라 서글픈 뉘우침이 어리여있었다.

집권자의 시책에 따르면서 농사를 지어 근근히 목숨을 부지해오는 무식하고 안목이 밭은 젊은 농사군의 얼굴에 드러난 련련한 회개의 표정을 바라보는 고형근의 가슴은 자책감으로 하여 쓰리였다. 자기가 지난날 그들을 동정하여 동분서주하면서 진리의 빛을 막아 그들의 눈을 흐리게 했음을 새삼스럽게 느꼈던것이다.

《자네 그 말을 물으려고 이렇게 찾아왔나?》

이쪽에서 물어서야 원덕천은 자기 생각에서 벗어나며 고개를 들었다.

《아니미다- 왔던 김에, 내내 궁리하던 일이라서··· 선생님을 찾아온건···》

눈을 꺼벅거리며 더듬어보다가 말을 이었다.

《선생님을 찾아온건··· 징용나간 동생의 몫으루 나오던 수당금이 넉달째 나오지 않시미다. 향장님두 모른닥 해서 시내에 왔던 김에 현공소에 들려 알아보작구 했지만 거기서두 모른다미다. 이제 기다리느라문 소식이 있을거라문서··· 식솔이 많아서 살아가기가 힘든데 몇푼 안되지만 그 돈꺼정 안주니··· 막막하미다.

여기저기 댕겨봤지만 즈희같은 촌사람의 말은 들어주지 않시미다- 그래서···》

고형근은 알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놈이 중간에서 횡령을 하는 모양인데 내가 알아봐주지. 자네는 돌아가서 기다리게.》

젊은이가 돌아간 뒤에도 고형근은 전에 없이 심각해져서 방바닥을 쓸쓸하게 굽어보던 그의 모습을 상기하며 혼자 생각했다.

(차츰 세상일에 눈이 트이는 모양이군···)

달포전에 장새촌 패싸움소문을 듣고 복지향에 나갔다가 원로인네 집에 들렸을 때의 일도 떠올랐다. 터진 머리에 낡은 헝겊붕대를 쳐매고 누워있는 원덕천의 치료정형을 알아보고나서

《왜들 하치 않은 일로 그렇게 죽일내기를 하는가.》 하고 책망도 탄식도 아닌 말로 물었을 때 누워있던 젊은이 역시 그런 생각을 거듭했던 모양으로 한숨끝에 중얼거리는것이였다.

《글쎄말이미다- 같은 조선사람들끼리, 가난하고 불쌍한 농사군들끼리··· 즈희가 못난 놈들이였지로. <개척민>이 무에 대단하닥고 특세를 보자고 하문서···》

가슴에 맺혔던 후회인듯 싶은 그 말에 그때 자기도 꺼질듯이 한숨을 지었었다.

고향에서도 못살게 되고 여기 끌어다 놓아도 못살게 된 사람들을, 응당 끌어온 자들이 책임지고 도와줘야 할터인데 내가 어쨌다고 바빠하며 뛰여다니는가.

고향을 떠나 이국땅에서 고생하는 동포들을 불쌍하게 여기고 도와주고싶다면 워낙 그네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그 땅에서 잘 살게 하는것이 당연한 도리가 아닌가.···

그러니 《개척민》후원회라는건 일본놈들이 저질러놓은 죄상을 가리워주면서 편역을 드는 시중군에 지나지 않는거다.··· 하고 그때 고형근은 자기의 어리석음을 통탄했었다.···

고형근은 원덕천의 부탁을 들어주려고 그날로 현공소에 찾아갔다.

서무계장은 안경낀 얼굴에 웃음을 번지며 일어서서 깍듯이 맞았다.

《이거 서장님이 어떻게 저의 사무실에 다 들리십니까?》

고형근은 맞은켠 의자에 자리를 잡고 물었다.

《현공소에서 군수로무에 가있는 사람들의 수당금을 주는게 있소?》

《현공소에서 주는게 아니라 광산경영주들이 주는 돈이 현공소를 통해 지불됩니다. 도설산이나 만수툰 같은 광산은 관동군 경리부에서 넘겨받았으니까 결국 거기서 나오는 돈입니다.

수당금은 일괄하여 향장, 촌장들에게 떨궈줍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그 집들에 나누어주지요.》

《달마다 주던 돈을 넉달째 주지 않는건 무슨 까닭이요?》

《글쎄요. 향장이나 촌장들이 게으름을 피우는지··· 한데 그건 왜 물으십니까?》

《내가 나가군 하는 복지향에 그런 집이 있어 알아봐 달라기에···》

《복지향이라··· 거 좀 알아봅시다. 복지향에 누굽니까?》

그가 서류장에서 장부 하나를 꺼내 벌컥벌컥 뒤질 때 고형근은 목책을 펴들고 이름을 외웠다.

서무계장은 번져놓은 갈피에 손가락을 내짚으며 찾다가 한곳에서 멈추고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흠- 그 사람은 작년에 죽었습니다.》

《죽다니?!》

서무계장은 장부책을 소리나게 덮어밀어놓고 의자등받이에 몸을 젖히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죽는 사람이 많지요. 굴이 무너져죽고 동발에 치여죽고 락반에 맞아죽고··· 죽으면 돈이 나오지 않습니다.》

《···》

고형근의 눈앞에는 복지향 집단부락과 더불어 토성아래의 엉성한 초가집이며 주름진 좁은 이마아래에 코마루가 덩실하고 풋밤송이 같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근심어린 로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망통지는 보내지 않소?》

《전쟁이 승리한 다음에 알리겠지요. 지금 시연국장옆에서 완공을 다그치고있는 토목작업이 바로 군속이나 군수공장에 징용됐다가 죽은 사람들을 위한 <무연정령공양탑>입니다. 조선과 만저우(만주)의 도처에서 징용되여온 사람들의 집들에 일일이 부고를 띄우고 시신을 보낼수 없으니 한곳에 묻고 의탁할데 없는 혼백들을 위로한다는거지요.···》

(기막힌 세상이구나-)

속으로 그렇게 부르짖은 고형근은 가슴을 섬찍하게 찌르는 생각에 무춤해졌다. 지난 가을 만수툰광산에서 재해가 났을 때 위문단을 무어 찾아갔던 생각이 떠올랐던것이다. 그러니 시신들을 한데 묻고 공양탑을 세우자고 한데는 그자신도 책임이 있는것이다.···

그때 과연 자기는 누구의 편에 서서 그런 절충안을 내놓았던가? 물론 불쌍한 조선사람들인 광부들의 편이였다. 광부들의 주장이 옳기는 해도 군부를 등에 업은 광산당국이 들어주지 않으리라는걸 알고 선의로 절충안을 내놓았던것이다.

그러니 결국은 불쌍한 광부들의 편이 아니였다! 지금와서 보니 오히려 광산당국, 일본사람들의 편이였다!

자책에 싸여 심중해진 고형근을 돌아보고 서무계장이 생각난듯 말했다.

《참, 그때 사장님도 만수툰광산에 위문단으로 가셨댔지요.···

소동이 너무 심해서 현장님도 나갔댔습니다. 시신처리가 문제였는데 합장위령비를 세우는것으로 락착이 되여 현장님도 돌아와서 <화가 복이 됐다>고 좋아합디다.》

(현장이 좋아했다니 나는 결국 일본놈들의 편에 선것이 아닌가! 조선사람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농민들을 부조하고 《개척민》들을 후원하고 무리죽음을 당한 로동자들을 위해 위령비를 세우고···

여태까지 나는 나라를 사랑하고 조선민족을 위해 기여한것이 아니라 조선을 강점한 일제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했다.···)

이즈음 따라 자주 떠오르는 그 생각에 이어 또다시 대자연의 봄처럼 푸르싱싱 생기넘치고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하던 김일성장군님의 인품이 생각되였다. 일제의 통치하에서 벌려온 활동을 《소극적인 반항》,《불철저한 투쟁》이라는 너그러운 표현으로 지적하면서도 자기더러 애국지정을 깊이 간직한 지사라고 일러주신것은 오로지 인간의 심정을 깊이 헤아려주시는 그이의 형안과 크나큰 도량으로써만 설명되는것이였다.···

《위령탑을 세우기까지도 말썽이 있었습니다.》

하고 서무계장은 하던 말을 이어대고있었다.

《자금이 어디서 나옵니까?!

징용자들을 쓰는 업체들과 군부의 경우에는 경리단위의 장교들이 모여 건립위원회를 뭇고 결성자금 3천원을 모았습니다. 그중 5백원은 현공소에서 지출하고···》

(위령탑이란건 다 눈가림이지.) 하고 고형근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한식날에 제막식을 하는데 회장님도 래빈으로 초청하게 됩니다. 현내에 있는 유가족들에게는 통지서를 띄워 알리고 제막식에 초청해서 위령제를 지내게 됩니다. 죽은 사람들 몫으로 위자료도 18원씩 주고 유가족들에게는 30전짜리 점심 한그릇씩 먹일겁니다.

그때까지는 죽은 사람들에 대해 일체 입밖에 내서는 안됩니다.

내 그저 사장님과는 믿는 사이니 알려드리는겁니다.》

(기막힌 세상이구나-)

가슴속에서 울부짖음이 터져올랐으나 고형근은 소리없이 한숨을 지었을뿐이다.···

한식전날에 현공소의 급사가 자전거를 타고와서 다음날에 있을 《무연정령공양탑》제막식에 부디 참석해달라는 초청장을 주고갔으나 고형근은 몸이 불편하다는 핑게를 대고 나가지 않았다. 만리 이역땅에 와서 생때같은 자식이나 형제가 죽었다는 통지를 받고 몸부림치며 통곡하고 하늘을 우러러 세상을 저주하는 사람들속에서 자기를 귀인처럼 의지하고 따르던 원로인이나 원덕천이와 마주칠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도 괴롭고 량심이 가책되여 나갈수가 없었던것이다. 이날 시연극장옆의 크지 않은 광장에서는 자식이나 형제가 죽었다는 통지를 받고 허둥지둥 모여온 사람들이 목놓아 울고 땅을 치며 통곡하고 팔자를 한탄하고 발을 구르며 누군가를 욕질하고 소리소리 원망하며 거리를 소란하게 했으나 곳곳에서 지키고있는 칼찬 순경들의 호통질과 매질에 가슴이 터질것 같은 설음도 풀지 못하고 위령제의 행사에 끌려다녔다.···

×

시내에서 십리쯤 떨어진 공동묘지골안에는 산소를 보러온 사람들이 허옇게 널려있었다. 골안막바지의 아카시아나무들을 깎아낸 비탈아래의 작은 분묘앞에서 젊은이가 새로 깎은 표말을 박고있었다. 릉선을 넘어온 사복차림의 박중돈이 그앞에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고있을 때 수수한 옷차림을 한 의젓하게 생긴 풍채좋은 사나이가 나타났다. 조봉길이였다.

그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마주앉아 앞으로의 행동계획을 토론했다.

조봉길이 미소를 짓고 여유있게 말했다.

《유격대의 소부대와 협동하여 한바탕 싸움을 벌리자던 터인데 마침 사령관동지의 전투명령이 3호련락소를 통해 하달되였습니다.》

박중돈은 자세를 가다듬고 심중하게 들었다.

《이제 조선총독이라는자가 만저우행각을 하면서 간도에 나타날수 있는데 일제의 괴수들중의 하나인 이놈에게 된 타격을 가하라는 내용입니다. 미나미의 <만저우국>방문에 대한 보도가 오늘 아침 신문에 났으니 며칠이내에 간도에 나타날겁니다.》

박중돈은 흥분하여 올방자를 틀고앉은 무릎우에서 주먹을 틀어쥐였다.

《거 참 좋습니다. 사령관동지의 명령이 내렸으니 이번 기회에 소부대활동의 위력을 떨쳐봅시다.!》

《총독놈은 만저우에서 사는 조선사람들의 생활을 돌보러 온다니까 간도에 들릴겁니다. 그래서 나는 그놈이 여기 옌지(연길)에 도착하는 날 밤에 <축포>를 올려주자는겁니다. 시내의 경계가 삼엄해질것은 뻔하지만 그대신 적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것이고 인민들에게는 승리의 신심을 크게 안겨줄것입니다.》

《대담한 계획입니다. 사령관동지의 명령은 그렇게 집행해야지요! 아주 좋습니다.》

박중돈은 흥분하여 눈을 번쩍거리면서 자기 생각을 굴리였다.

《동지들의 공작을 보장하자면 우리 소부대가 시가밖에서 총소리를 울려 적들의 주의를 그쪽으로 쏠리게 하면서 시내의 병력을 밖으로 끌어내야 할터인데···》

박중돈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생각을 굴리고있었다. 그는 자기네 소부대가 성원이 모두 하여 다섯명이며 무기도 싸창과 보총밖에 없다는 말은 입밖에 내지 않았다.

《소부대활동의 위력을 이런 때 발휘해야지. 좌우간 그 일은 걱정하지 마시오. 그런데 총독놈이 이곳에 체류하지 않는다면 행동계획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다시 련계를 가진다는것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인데···》

조봉길을 여유있게 빙긋이 웃었다.

《나도 그 점을 생각해봤습니다. 간도선이 중요한만큼 만저우를 방문하는 조선총독이 들리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만일의 경우도 생각해야지요. 이 일대는 우리 혁명군의 활동이 맹렬하기때문에 총독놈이 공포에 질려 그냥 통과할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총독이 옌지역을 통과하는 날을 행동하는 날로 정합시다. 소부대동지들이 구체적인 정보를 받기 어려울수도 있지만 이 주변의 아무 산에나 올라가 내려다보면 총독이 탄 차가 도착하는걸 쉽게 알수 있습니다. 역두에 환영분위기를 만들테니까···

행동은 밤 12시에 하겠습니다. 그러니 총소리는 그전에 울려야 할겁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우리의 활동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믿어주십시오.》

하고 박중돈은 엄숙하게 대답했다.

정보를 교환하면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나서 박중돈은 지하조직에서 성의를 담아 준비해온 음식을 받아서 짊어지고 동지들이 기다리고있는 산속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