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11


 
 

제 3 장

11

 

김책의 위구는 공연한것이 아니였다.

봇나무의 암갈색움이 터질듯이 부풀어오르는 무렵의 어느날 두만강류역에서 활동하는 소부대들의 지도거점에서 파견된 통신원들이 도착했다. 그들이 가져온 소식에 의하면 지엔다오(간도)와 동만일대에서 적 《토벌대》의 모든 력량이 김일성사령부의 포초소멸을 위해 광분한다는것이였다. 이런 형편에서 전구에서 활동하던 모든 지휘원들과 대원들이 사령관동지께서 전구에 진출하셔서는 안된다고 한결같이 제기했다는것이다.

새해에 들어서면서 일제는 《토벌》사령부를 다시 신징(신경)으로 옮기고 관동군사령부가 직접 《토벌》부대들을 지휘하면서 모든 력량을 조선인민혁명군사령부소멸에 집중하고있었던것이다.

김책은 사령관동지께서 전구에 진출해서는 안된다는 모든 혁명군지휘원, 대원들의 한결같은 소원과 의견을 그이께 아직까지 제기하지 못했었다. 그이의 진출을 막을만 한 더 확고한 론거를 마련하고있었던것이다.

그런데 그 뚜렷한 론거가 이번에 도착한 통신원들이 가져온 적정자료에 반영되여있었다.

 

노조에토벌사령부 동계작전명령 12호

노조에토벌대 명령

소화 16년 2월 6일

지린(길림) 현지지도기관

1. 목표 공비단인 김일성, 추극민의 소재는 확실하지 않지만 현재까지의 제 정보를 종합판단하면 아래와 같다.

김일성 우두양산(오도양산)동쪽지구에서 허룽(화룡)현에 걸치는 구간 및 동남부 안투현(안도현) 로령부근, 추극민 쟈피거우, 안의하자 부이령, 이합화를 련결하는 구간 또는 두도류하 이도류하부근

2. 토벌대는 만저우(만주)국건립 9주년의 가절을 맞는 오늘 새로운 결의를 가다듬고 주력으로써 김일성공비단을, 일부로는 추극민공비단을 색출소멸하여 맹세코 그 일대에서 최종적인 숙정을 완성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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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나의 소재는 신징토벌대 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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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토벌사령부 동계작전명령 제19호

노조에토벌대 명령

3월 9일 14시

지린현지지도기관

1. 3월 8일 나까지마공작대는 화디엔(화전)현 쟈피거우 북방지구에서 제1로군 부사령 추극민부대 주력을 소멸했는바 잔당들은 도주했다.

김일성공비단 일부는 의연히 허룽 (대립자)부근에 잠재해있는것 같다.

2. 토벌대는 김일성공비단 주력을 색출소멸하여 치안의 종국적숙정을 완수하려고 한다.

각 토벌대들은 다시 한번 결의를 가다듬고 최후의 노력을 경주하여 대일본제국 륙군과 관동군사령관의 희망을 성취하기 위해 분발할것이다.

3. 지린지구 토벌대장은 가능한껏 많은 병력으로써 신속히 허룽 (대립자)방면에 진출하여 지엔다오지구 토벌대장의 구역을 갈라맡아 김일성공비단을 색출소멸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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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작료를 충분히 연구한 김책이 사령관동지를 만나뵈려고 밖에 나서니 마당에서 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있던 전령병이 알려주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지금 김정숙동지와 담화하시는 중입니다.》

그리고는 낯선 두 대원을 돌아보며 알려주었다.

《지엔다오지구에서 온 통신원들입니다. 쏘만국경을 넘던 이야기가 재미있어 들었습니다.》

《적들에게 발견되였댔소?》

김책이 물으니 전령병이 웃으며 대답했다.

《국경근처에서 일본수비대에 추격당하는 조선청년 다섯명을 구원해주었답니다.》

통신원이 자기들이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청년개척단》으로 녕안땅에 끌려와 집단로동을 강요당하던 그 젊은이들은 고역과 주림, 폭행에 시달리다 못해 반일투쟁을 결의하고 《개척단》에서 탈출했는데 중국관내로 가겠는가 아니면 쏘련쪽으로 가겠는가를 토의한 끝에 쏘만국경을 넘으려다가 추격당했다.

통신원들은 그네들을 구출하여 금창의 깊은 산속에서 사냥을 하며 살아가는 잘아는 로인의 산전막에 피신시키고 당장은 거기에서 화전농사를 하며 지내도록 조처해주었다는것이다.

《그 청년들의 말을 들어보니 징용이나 징병에 끌려갔다가 도망쳐오거나 일본놈들과 사생결단하겠다고 고향에서 떠나간 청년들이 조선안에 많은것 같습니다.》

하고 통신원은 하던 이야기의 아퀴를 지었다.

(그런 청년들을 우리가 반일의 길에 묶어세워야 한다.)

김책은 걸음을 옮기면서 생각했다.

(그러고보면 소부대와 소조들이 국내에 깊이 침투하여 해야 할 일이 많구나-)

한시간쯤 지나 김정숙동지께서 김책이 일하는 방에 찾아와 알려주시는것이였다.

《사령관동지께서 찾으십니다.》

김책은 자리에서 일어나 별스럽게 군모를 깊숙이 눌러쓴 김정숙동지의 침착한 모습을 여겨보다가 혼자소리처럼 말했다.

《요즘은 정숙동무를 띄여보기 어렵구만.》

김정숙동지께서는 미소를 짓고 범상하게 대답하시였다.

《김책동지가 일이 바빠 그렇겠지요. 저는 여기에 그냥 있었는데요.》

《···》

《지엔다오와 백두산지구의 실정을 료해하느라고 동만에서 들어온 통신원들과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습니다.》

김책은 더 묻지 않고 자료들을 들고 사령부로 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은근하게 반겨주시였다.

《자료를 다 보았습니까?》

《예, 충분히 연구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놀랐습니다. 적들의 <토벌>예봉이 전적으로 사령관동지를 노리고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빙그레 웃으시였다.

《그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김일성은 지금 여기서 동무들과 이야기도 하고 황야를 산책도 하는데 <관동군사령부>에서는 김일성이 바로 어디에 숨어있다 하고 소란을 피우면서 <토벌부대>들을 몰아대고있으니 그게 얼마나 황당한 놈들입니까!》

호탕한 웃음소리에 방안이 한결 밝아진듯 싶었다. 허나 김책의 얼굴은 오히려 어두워졌다.

《저는 사령관동지의 결심이 확고해지기전에는 아무 일도 할수가 없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전구에 진출해서는 안됩니다.》

하면서 그는 책상우에 놓은 적정자료를 손으로 꽉 눌렀다.

《이것은 우리 혁명군대원들과 지휘원들전체의 한결같은 의견이고 소원입니다.》

《···》

무거운 침묵이 오래도록 계속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해빛이 어린 창가에 가더니 이쪽을 등지고 말씀하셨다.

《동무들의 심정을 리해합니다. 나의 신변을 걱정해주는 진정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이께서는 다시 이쪽으로 돌아서더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범상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요즘 일본놈들은 북부아프리카와 지중해일대에서 거둔 히틀러군의 전과를 요란하게 떠들어댑니다. 자기 과신에 빠진 히틀러를 잔뜩 추어주는걸 보니 대쏘침공에 부추기는 꼴입니다. 그러면서도 저희들은 뒤에 돌아서서 쏘련에 추파를 보내면서 현안으로 끌어오던 어업협정을 맺으려고 책동합니다. 깜찍한 놈들이라 딴속이 있으면서도 일시 쏘련을 업으려고 할수도 있습니다.

쏘련의 경우에는 동서협격을 피하기 위해 일제의 본심을 들여다보면서도 외교적책략에 수긍할수도 있습니다.

국제정세의 이러한 추이는 우리 인민들속에서 일제에 대한 환상을 조장시킬수 있습니다. 우리 사람들속에 사대주의관념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건 더욱 심각한 문제입니다.

국내형편도 엄혹해지고있습니다.

일제의 악정은 극도에 달하고 우리 인민들도 더는 참을수 없는 경지에 들어섰습니다. 일제의 악정에 시달리는 인민들속에서 반일투쟁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지는건 좋은 일이고 우리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어떤 사람들은 청년들만이 아니라 반일운동경력이 있는 일부 인사들이나 지식인들도 중국이나 쏘련으로 가야 조선독립을 위해 싸울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물론 조선에서는 탄압이 심하고 또 이제까지의 반일투쟁이 대체로 국외에서 벌어졌다는 사정과도 관계될겁니다.

큰 나라를 쳐다보고 큰 나라에 의지해서 덕을 보자는 뿌리깊은 사대관념은 오늘날 조선독립을 결의하고나서는 사람들에게도 작용합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 우리가 광범한 인민들속에 들어가 군중공작을 더 적극적으로 벌리면서 특히 우리 힘으로 조선혁명을 끝까지 완수하자는 자력독립사상을 더욱 철처히 고취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굳어집니다.》

《···》

김책은 생각이 깊어졌다. 하나의 작은 생활현상에 대한 분석과 평가에서도 조선의 힘, 조선의 래일을 가꾸며 키워가시는 그이의 강철같은 의지에 탄복을 금할수 없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결 부드러워진 어조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일제는 지금 안팎으로 잔뜩 긴장되여있지만 허세를 부리면서 사람들을 떨떨하게 만들고있습니다.

이 적정자료에도 있을겁니다.

관동군은 지금 노조에 <토벌대>의 동계작전을 3월까지 끝내고는 만저우지방의 <대숙정>이 완료되였다고 만세를 부를겁니다.

국내의 원산지방 지하조직의 통보에 의하면 오랜 세월을 끌어오던 평원선건설이 끝났는데 개통식에는 <총독>이 참가할 예정이랍니다.

미나미놈은 지금 조선에서 전략물자의 생산과 수송을 위해 철도와 항만, 공장과 광산, 발전소 등의 건설을 다그치는 한편 반일사상을 누르기 위해 민심을 안정시키느라고 가는 곳마다에서 <내선일체>와 <선만일여>를 떠벌이고있습니다.

일제의 <대동아공영권건설>에서 기초를 이루고있는 조선과 만저우에서의 통치지반구축을 다그치고있습니다.

최근의 정보자료에 의하면 총독놈이 <만저우국>을 방문할 의향을 보이고있습니다. 만저우에 와서 무력으로 <치안숙정>을 마감짓고있는 군세에 호응하여 백성들을 보살펴주는척 하면서 친일사대사상을 불어넣자는거지요. 이놈이 만저우에 오면 조선사람들이 집중되여 있는 지엔다오에도 나타날겁니다. 그래서 나는 전구에 나가는 통신원에게 지엔다오의 각 지하조직들에서 반일기세를 더욱 높이며 적극적인 활동을 벌리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서울공작원들중에서도 총독부에 줄을 가지고있는 차석진동무에게서는 이번에 아무 보고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무슨 곡절이 있는지 아니면···》

사령관동지께서는 말끝을 맺지 못하고 침통한 생각에 잠겨 방안을 천천히 거니시다가 걸음을 멈추시였다.

《정세는 날을 따라 긴장해집니다. 지금 국내와 만저우땅의 도처에서 우리 동지들은 샤오하얼(소할바령)회의로선을 관철하기 위해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쳐가면서 싸우고있습니다. 그런데 사령관인 내가 전장에 나가지 않고 통신보고나 받아보면서 투쟁을 지도한다는것은 투쟁에 대한 령도의 견지에서 현명한 처사가 아닐뿐더러 나의 량심이 허락치 않고 나의 성미에도 맞지 않습니다.》

《···》

김책은 사령관동지의 전구진출을 만류할만 한 다른 론거를 찾으려고 마음쓰는데 그이께서 천천히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렇지만 우리가 전구에 나가려는것은 전장에서 싸우는 동지들과 고락을 함께 나누면서 그들을 고무하자는것이 기본목적이 아닙니다.

중요한 목적은 새 전략을 관철하기 위한 지난기간의 투쟁과정을 전면적으로 분석총화하고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여 우리 인민자신의 힘으로 조선혁명을 완수해야 한다는 자력독립사상을 고취하면서 전민항쟁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몰아가자는것입니다.

말하자면 새 전략의 결정적인 관철을 위해 모든 반일조직들이 반일전선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무장대를 꾸리며 적의 생산, 교통시설들을 파괴하고 방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에로 넘어갈데 대한 문제를 제시하려는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우선 백두산 서북부와 북부조선일대에서 활동하는 지하조직들과 소부대책임자들의 회의를 백두산밀영에서 하려고 합니다. 지하조직들에 통신을 띄우고 회의도 준비해야 하며 전구에 진출할 준비도 해야 합니다.

이 모든 준비사업들을 빠른 시일안에 해제끼고 하루속히 전구에 진출해야 합니다.

나가는 로정이 순탄하지 않겠지만 관동군사령관이 벌써부터 떠들고있는 <치안이 숙정되였다>는 허위선전에 도전의 총소리부터 울리고 적들의 주둔지 몇곳을 두들겨 패겠습니다.

백두산에 나가기전에 지엔다오지방에도 들려서 소부대들과 지하조직들의 활동을 도와주려고 합니다. 그 동무들은 이번에 <총독>놈의 만저우행각에 예정된 통로를 끼고있어서 무슨 일을 꾸밀겁니다.···

한마디로 조선혁명을 더욱 앙양시키기 위해 백두산으로 나가야 합니다!》

너무나도 뚜렷한 진실앞에서 김책은 더 할말이 없었다.

오로지 김일성동지께서만이 국내와 국외에 뿌려놓은 반일항쟁의 불씨를 믿음직하게 보호하고 활활 타번지게 하면서 조국광복의 대사변을 향하여 세차게 휘몰아갈 탁월한 령도를 보장할수 있다는 력사의 현실을 통감했던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누그러진 목소리로 의논하듯 말씀을 이으시였다.

《조금전에 정숙동무가 왔댔습니다. 우리가 전구에 나가리라는걸 벌써부터 느끼고있으면서도 아무 말도 없다가 오늘 여기와서 하는 소리가 이번 진출이 위험한 길이기때문에 따라나가야겠다고 완강하게 나옵니다.》

김책은 사령부호위를 위해서는 제한몸을 아끼지 않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 열렬한 심정에 머리를 숙이였다.

《우리는 이번길에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녀동무들을 제외하려고 했는데 정숙동무가 정색해서 제기했습니다. 피어린 혁명의 길을 함께 헤쳐온 녀성혁명가들을 홀시한다고 하니 할말이 없었습니다.

하긴 정숙동무가 꼭 나가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요즘은 무선훈련을 하면서도 전구에 나갈 준비를 하는것 같습니다.···

나는 생각하던 끝에 녀대원들을 무선통신강습을 마치고 뒤따라 나오게 조직하라고 했습니다.》

사령관동지의 전구진출을 막을수 없으리라는걸 깨달은 김책은 한가지 의견을 말씀드렸다.

《사령부친솔부대에서 활동하던 많은 성원들이 새 임무를 받고 공작지로 파견되였습니다. 이런 형편에서 사령부호위를 담당할 성원들을 제가 선발하겠습니다. 례를 들면 얼마전에 동만공작에서 돌아온 류경수동무를 비롯하여···》

《류경수라-》

사령관동지께서는 정겹게 외우시였다.

《헌신적이며 락천적이고··· 대원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지휘관이지요. 김책동무의 의견에 전적으로 찬동합니다.》

사령관동지의 전구진출준비는 이날부터 더욱 활발하게 진척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