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14


 
 

제 2 장

14

 

오백룡소부대는 산속에 초막을 짓고 적들의 눈을 피해가면서 중병에 걸린 련대장을 구완하느라 지체되고있었다. 추수과정에 적들과 총격전도 하고 《토벌대》가 밀려들면 자취를 감추었다가 다시 돌아와 추수하고 운반하여 비장하면서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했던 오백룡은 과업을 수행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중병이 이미 그의 몸에 깊이 스며들었던것이다. 대원들은 헛소리를 치며 고열에 시달리는 련대장을 업고 산속에 들어가 열흘남짓이 신고한 끝에 간신히 살려냈다.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쇠약해진 련대장은 기본성원들과 함께 곧바로 사령부에 향하고 대원 두세명은 시난차(서남차)에 파견하여 촌장의 배신행위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혁명의 이름으로 엄격한 판결을 내리자고 했다. 그동안 고생하면서 희생자를 낸것도 통분하지만 앞날을 위해서도 흑백을 명백히 하자는것이였다. 대원들의 의견을 다 듣고난 오백룡은 자기가 직접 시난차마을에 갈 결심을 밝혔다. 중간보고를 가지고갔던 통신원에게 전하신 사령관동지의 말씀을 명심하고있었던것이다. 사람들에 대한 문제를 심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량식을 얻는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을 쟁취하는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라고 하신 말씀의 뜻은 대원들도 충분히 파악하고있는터이지만 지휘관인 자기가 가지 않고는 마음을 놓을수 없는 심정이였다. 사령관동지의 뜻을 받드는 중요한 일인데 몸이 쇠약해졌다고 대원들에게 맡길수는 없었던것이다. 하여 소부대를 이끌고 길을 에돌면서 그리로 향했다.

시난차마을 근처에는 안투(안도)로 통하는 새로 닦은 도로에 다리를 놓은 공사장이 펼쳐져있었다. 농촌과 시가지들에서 끌어온 부역군들이 린근마을들에 들어차 사람들의 래왕이 잦았으므로 경계와 단속이 오히려 심하지 않았다.

대원들을 산골짜기에서 기다리게 하고 부역군차림으로 김철한을 데리고 마을로 향했다.

초가집들이 널려있는 마을쪽에서 강기슭을 따라 말탄 사람 둘이 솟구치듯 허리를 펴고 건둥거리며 오는데 앞에 선자는 장교였다. 재빛으로 텅빈 늦가을 들판을 배경으로 그자의 목깃에서 빨간 연장이 튀여날듯 두드러져보였다.

낡은 중절모를 눈덕까지 눌러쓴 오백룡은 큰저고리 소매속에 두손을 찌르고 어정어정 걸었다. 김철한은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코물을 훔치며 따라갔다. 가까와지면서 보니 마상객들의 뒤에 처져오는 사람이 촌장이였다.

(알아보고 떠들면 야단인데···)

오백룡은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장교는 안장우에서 휘파람을 불었고 살찐 가라말은 흰점박힌 대가리를 쳐들고 관병식의 사열장관이라도 태운듯이 투닥투닥 걸음을 옮긴다. 촌장은 뒤에 선 관리풍의 사나이를 따라오며 무엇인지 안타깝게 사정하느라 그들에게는 눈길도 돌리지 않았다. 허나 관리는 말고삐를 당기고 촌장을 흘겨보며 짜증을 부린다.

《안된다지 않아- <개척민>부락의것은 일등품이야-》

촌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제발 사정 좀 봐주시오.

돈을 주지 않으문 농사군들이 어떻게 삽니까!

촌장체면은 또 뭐이 됩니까?》

《안된다면 안되는거야.》

《안된다는게 말이 됩니까! 독촉이 불같아서 농사일 전페하구 새초부터 벴는데··· 썩을세라 뜰세라 뒤집고 널고하면서 품을 들여말리웠는데··· 이제 와서 실어가지 못한다니 그런 법이 어디있습니까?》

《잔말이나 많구만.》

관리는 외로 돌아가는 말을 다잡으려고 갈라쥔 고삐를 나꾸채면서 화를 냈다.

《군마에겐 불량품을 먹일수 없어. 전장에서 생사를 같이 하는 황군용사들의 전우란 말이다-》

그리고는 등자를 벋디디고 고삐끝으로 말을 쳐몰면서 앞서간 장교를 따라갔다. 무명덧저고리에 개털모자를 쓴 촌장은 장승처럼 서서 멀어져가는 자들의 뒤모습을 물끄러미 보고있을뿐이다. 오백룡은 멀찍이서 촌장이 돌아올 때 만나리라 작정하고있었다.

촌장은 퉤! 퉤! 침을 뱉고 돌아서더니 우거지상이 되여 걸어오는데 개털모자의 내려드리운 귀덮개가 부러진 날개마냥 건뎅거리는 모양이 측은해보였다. 길가에 서있는 두사람에게는 주의도 돌리지 않고 지나쳐버린다. 자기 걱정에 옴해 다른 일에는 눈팔 경황이 없는 모양이다.

《촌장님.》

하고 오백룡이 불렀다. 저쪽은 멎어서서 낯선 길손들을 성가신듯 돌아보며 미간을 찡그린다. 한두번 만나서 가을걷이때문에 상론한적이 있었으므로 알아보려니 했는데 그런 기색이 없다. 오백룡은 다가가면서 인사했다.

《그새 편안하셨습니까?》

《예-》

무슨 일이냐는듯 물끄러미 서있다.

《나를 모르겠습니까?》 하는 물음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주위를 휘익- 돌아보더니 다가서며 부르짖었다.

《어이구- 살아들 계셨구만··· 살아들 계셨어.··· 정말 반갑습니다.》

여위고 길숨한 얼굴에 주름이 고랑지고 눈물이 글썽해진다.

《촌장님을 만나보구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오백룡이 웃으며 말하자 촌장은 쓸쓸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저었다.

《만나보구 싶은게 아니라 죽이구 싶었겠지요. 끓는 물에 튀를 해죽여두 시원치 않을 놈이라구 했을거외다.··· 산밭에서 총소리가 나기 시작하자 나는 속이 한줌만 해져서 이 어른들이 잘못되는구나- 하고 가슴을 치며 지냈습니다. 이렇게 살아들 계시니 정말이지 이젠 나를 죽인다해두 한이 없습니다.》

촌장의 말에서는 진정이 울렸다.

《그동안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겼지만 촌장님을 만나보지 않고는 돌아갈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입니까?》

촌장은 한숨을 길게 쉬더니 얘기를 시작했다.

《유격대어른들이 가을걷이를 시작해서 사흘만에 중국사람 밭임자가 나를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 사람이 말하기를 곡식을 다 거두자면 여러날 걸릴것 같은데 뒤일이 걱정된다, 마을에서 밀고가 들어가는날에 제가 화를 입겠으니 총기를 가진 사람들이 곡식을 거둔다고 경찰에 선통을 하는편이 낫지 않겠느냐구 묻습디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신의가 있어야지 그럴수가 있느냐, 법으로만 사는게 아니라 민심이 있고 천도가 있으니 남에게 화가 될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타일렀습니다. 마음이 악하지 않고 식자도 좀 있는 사람이여서 다른 소리는 하지 않습디다. 재작년에 산림대패거리에 곡식을 판 일이 있고 나도 이사온 첫해에 그 사람 신세를 진 일이 있어 사이가 좋습니다. 그래서 마음놓고 내려왔는데 이튿날부터 총소리가 터졌습니다.··· 》

오백룡은 짐작할만 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전에 사연을 알아보려고 그 마을에 올라갔더니 그 사람은 산동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습디다. 이전부터 고향에 돌아갈 소리를 하댔는데 이번 기회에 아주 이 고장을 뜬 모양입니다. 그 마을에 가서 물어보면 다 압니다.》

《됐습니다. 우리는 촌장님을 믿었으니 앞으로도 촌장님을 믿겠습니다. 그래서 인사도 할겸 이야기를 나누고싶어서 왔습니다.》

오백룡의 친근한 태도와 김철한의 온화한 표정을 둘러보면서 촌장도 무거운 시름을 털어놓은듯 안도의 숨을 내쉰다.

《한데 어찌 이렇게 대낮에 다닙니까?》

《우리가 왜 대낮에 다니지 못하겠습니까!》

오백룡이 웃으며 대답하고 옆에서 김철한이까지

《이자 일본장교놈두 가만있지 않습디까!》

하고 롱조로 끼여들자 촌장의 얼굴에 비로소 화색이 돌았다.

《자 촌장님, 어디든 조용한 곳에 가서 얘기나 좀 합시다.》

오백룡이 제의하자 촌장은 딱하다는듯 앙상하고 길숨한 손을 쳐들었다.

《우리 집이 맞춤한데 지금 마당앞에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관청에서 독촉해 여름내내 베놓은 마초를 군대들이 가져가지 않는 통에··· 야단이외다···》

《촌장님은 가서 일을 보십시오. 우리는 근처에서 기다릴터이니···》

그렇게 아퀴를 짓자 촌장은 한걸음 앞서서 마을로 들어갔다.

촌장네 집은 기둥에 《촌공소》라는 널판이 붙은 울바자도 없는 초가집인데 마당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남정네들은 토방에 앉아 담배질을 하고 흰 수건으로 머리를 싼 아낙네들은 수수대로 엮은 건너집 울타리밑에 웅기중기 모여서서 소곤거리고있었다.

촌장이 나타나자 마당안이 조용해졌다.

촌장은 가까이에 모여오는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개털모자를 뒤통수에 밀어붙이고 높지는 않으나 잘 울리는 목소리로 겉보기와는 달리 점잖게 말했다.

《··· 아무리 사정해두 들어주지 않습니다. 현공소에서 나온 관리가 하는 말이 마초가 더러 썩어서 말을 먹이지 못하겠다는겁니다.···》

《썩기는 뭐가 썩었소! <개척민>부락거보다 낫지.》

《썩은게 있다문 골라내구 봐야지.》

《일을 시킬 때는 뭐이랬소! 현공소에 몰려가서 진정서를 내기요-》

《몰려가자구, 몰려가- 배부른 흥정이야, 개- 자식들이! <개척민>들만 사람인가···》

《빌-어먹을··· 늘 그렇다니까.》

《아아- 이거 좀 작작들 떠드우.》

《돈내기 싫으니까 그러는게지.》

촌장은 소란이 갈앉을 때를 기다리다가 아까와 꼭같은 어조로 계속했다.

《여기서 떠들었댔자 하늘에 주먹질이구 현공소에 몰려간대두 바위에 닭알 던지기외다. 억울한 일이 어디 한두가집니까. 떠들구 몰려가구 행패질해봐야 그저 우리한테 화가 돌아올뿐입니다. 저를 원망해주시오.》

그러자 숨죽은듯 조용한 속에서 늙은 농군이 대통을 높이 흔들면서 타이르듯 말했다.

《촌장이 이젠 이런 일을 맡지 마오, 맡지 말아. 괜스레 맡아가지구 저두 고생, 우리두 고생이라니까!》

촌장은 서글프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제가 뭐 맡구 싶어 맡았습니까. 울면서 겨자먹기외다.》

더 할말이 없어진 사람들은 자리를 뜨면서 두덜거렸다.

《법이 없는 세상이야-》

《관청놈이나 보급장교의 말이문 법이지!》

《이놈의 세상이 언제꺼정 갈라는지···》

《받아봐야 푼전이겠지만 하는 짓이 데럽다니까! 망할것들이···》

녀인의 목소리도 기탄이 없었다.

《이구- 이저는 신물이 나오.···》

촌장은 마당이 텅 비여버릴 때까지 우두커니 서있다가 가까이 오는 두사람을 보자 집안으로 들어갔다.

김철한은 촌장을 만나러 온 부역군인듯이 토방에 앉아 망을 보았고 오백룡은 방안에 들어가 주인과 마주앉았다.

시난차에서 오래 살았느냐는 오백룡의 물음에 촌장은 자기 래력을 털어놓았다.

《지엔다오(간도)에는 젊었을적에 들어왔지만 여기 온지는 몇해 안됩니다.

옌지(연길)에서 소학교 선생노릇을 했지요. 잘 두었는지 못두었는지 딸자식때문에 거기서 살수가 없어 여기로 이사해왔는데 망국노의 신세로는 하늘아래 편안히 살곳이 없구만.···

일본놈을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구 조선이 독립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겠소! 하지만 저 일본놈들이 하두 악착하게 굴기에 목숨부지나 하자구 촌구석에 배겨지냈지요···

내가 어찌 김일성장군님을 모르구 유격대를 모르겠소! 알아두 잘 압니다. 유격대를 도와주는건 내 진정이외다. 다만 이번에 일이 별스럽게 꼬여서 마음을 놓지 못하고있던차에 어른들이 이렇게 찾아와주니 고맙기가 이를데 없습니다.···》

진정이 울리는 그의 말에 오백룡은 감동되였다.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 촌장과 마주앉아 전후사연을 알아보며 진정을 통했으니 망정이지 나타난 결과만 보고 배신자로 처리했더라면 얼마나 가슴아픈 참변을 저지를번 했는가··· 깊은 생각끝에 안도의 뜨거운 숨을 내쉬였다.

《촌장님, 딸자식때문에 옌지에서 살지 못하고 여기로 왔다는데 그건 어찌된 일입니까?》

촌장은 이마에 주름이 가득해져서 쓸쓸한 표정을 짓고있다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5∼6년전 일이지만··· 옌지시내에 잡화상을 차려놓고 장사하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돈이 없어 높은 학교에 못가다나니 장사길에 들어섰다는데 사람이 참하고 똑똑해서 우리도 은근히 동정했습니다. 나를 찾아 우리 집에 놀러오군 하다나니 딸애도 그 젊은이를 마음에 들어해서 약혼을 허락했습니다. 후에 그 사람이 시내에서 종적을 감추었는데 딸애도 그 사람을 따라 도망쳤수다. 딸애의 말은 청년이 혁명가여서 자기도 그 사람을 따라 적색구역으로 간다고 했지만 진상을 어찌 알겠습니까! 경찰에 끌려다니구 가택수색도 당하구 하면서 졸경을 치렀습니다.》

5∼6년전이라면 근거지시절이였으니 어느 근거지에서 파견한 공작원이였을가? 하고 오백룡은 두루 짐작해보다가 미심결에 물었다.

《딸의 이름이 뭐입니까?》

촌장은 허거픈 미소를 띄우고 내키지 않아 하다가 대답했다.

《리순정이라고 합니다.》

오백룡은 너무도 뜻밖이여서 촌장을 쳐다보며 부르짖었다.

《순정이요?!》

《···》

《녀학교를 다닌 처녀가 아닙니까. 호리호리한 키에 눈이 크고 검은··· 스물서너살 되였지요?》

이번에는 촌장이 놀라서 입을 떡 벌린채 몸을 젖히고 앉아 말을 못했다.

《유격대원입니다! 우리 부대에 있습니다. 지금도 어느 소부대에서 싸우고있습니다. 김일성장군님께서도 잘 아시는 참답고 헌신적인 녀대원입니다. 성미가 곧고 랭정해서 사람들에게 곁을 잘 주지 않지만 모두가 아끼고 사랑하는 동지입니다. 촌장님, 훌륭한 딸을 두었습니다.》

이름만이 아니라 학벌이며 생김새, 성미까지 밝히는 오백룡의 말을 듣더니 촌장은 허리를 구부리고 앉아 소리없이 울었다. 집에서 뛰쳐난 딸을 두고 하소할데도 없이 속을 태워오던 아버지의 쓰라리고 기꺼운 울음이였다. 턱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훔치고 나서 이전날의 교장은 조용히 한숨을 지었다.

《그애가 살아있다니 이제 뭘 더 바라겠습니까. 딸이라고 해도 집안의 맏이인데다 뜻이 있고 기개가 있어서 내가 소중하게 여기던 자식입니다.···》

그의 말은 쏟아놓지 못한 격정으로 하여 떨리였다.

《하늘이 도와서 오늘 어른과 이처럼 깊은 인연이 맺어졌는데 성함을 알고싶소이다. 귀중한 은인의 함자조차 모르고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제 이름은 리병찬이올시다.》

오백룡은 생각에 잠겨있다가 뜨직뜨직 말했다.

《이름은 오백룡이라고 부릅니다만, 제가 은인으로는 될수 없습니다.

사실을 말하면 가을걷이하는 산밭에 <토벌대>놈들이 나타났을 때부터 저는 촌장님을 배신자로 치부하고 보복을 가하려고 작정했댔습니다.

그런데 우리 공작대의 중간보고를 받으신 김일성장군님께서 돌아오는 통신원에게 사건의 경위를 상세히 알아보고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간곡하게 일러보내셨으므로 저는 장군님의 뜻을 받들고 이렇게 찾아왔을뿐입니다.》

촌장은 경건하게 앉아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결 밝아진 얼굴로 오백룡을 마주보며 그의 손목을 덥석 틀어잡았다.

《장군님의 귀중한 뜻을 받들고 이런 험지에까지 찾아왔으니 오선생은 역시 저의 은인입니다.》

그리고는 다시 앉음새를 바로하고 자기 심정을 털어놓았다.

《일본놈들 학정에 이래도저래도 견디기 어렵구 어느 총에 맞아죽을지도 모르는 판국이여서 차라리 량심이 우러나는대로 조선사람답게 살아가리라고 마음먹었던 터입니다.

오늘 이렇게 오선생이 찾아와 좋은 인연까지 맺어졌으니 어찌 더 망설이겠습니까!

이제부터는 저를 김일성장군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으로 든든히 믿어주시오.》

오백룡은 감격하여 그의 손을 굳게 잡았다. 촌장과 더불어 마을에 반일조직을 꾸리고 활동할 방향에 대해 상세한 의논을 하고나서 일어섰다.

촌장은 한끼라도 정성담아 대접하고싶어 옷깃을 잡아누르며 만류했으나 오백룡은 사양했다. 산에서 기다리는 동지들을 생각하면서 서둘러 꾸려주는 량식을 받아들고 집을 나섰다. 밖에서 망을 보던 김철한이와 함께 동지들에게로 가는 그의 걸음은 앓고 난 사람같지 않게 씩씩했고 가슴엔 감동과 행복감이 뿌듯이 넘치고있었다.

적구의 황량한 들길을 걸어가는 그의 눈앞에 예지에 빛나는 김일성동지의 존귀한 영상이 우렷이 떠올랐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