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6


 
 

제 1 장

6

 

미나미가 자기 방에 들어섰을 때 기다리고있던 정무총감이 따라들어와 얄팍한 문서장을 내밀었다. 총독이 위임하여 고안한 조선통치의 새로운 기구설치안이였다. 미나미는 찬찬히 훑어보고나서 고개를 끄덕이였다.

《이렇게 하면 총독부의 행정기구를 본계로 하고 이전날의 <국민정신총동원련맹>에 <농촌진흥운동>,<어촌진흥운동> 등 여러가지 사회운동을 통합한 새로운 기관을 방계로 하는 통치의 일원화가 완성되는 셈이지!》

《그 기관의 명칭을 어떻게 달겠습니까?》

미나미는 이미 궁리해두었던대로 대답했다.

《조선의 인력과 자원을 깡그리 바친다는 뜻으로 <국민총력조선련맹>이라고 하는게 좋지 않을가? 좌우간 그건 발표하기전에 만들면 될거요.》

《총재는 아무래도 총독님께서 겸임하셔야지요.》

《국가통치기구와 이를테면 사회적인 운동기구가 일원화되였으니 머리도 하나로 되여야지.》

《이젠 모든 기구가 빈틈없이 째인것 같습니다.》

정무총감은 늙은 총독의 틀어쥘줄 아는 드센 손탁과 구슬릴줄 아는 여유있는 수완에 감탄하고있었다.

《이제부터 병참기지 조선을 자기 사명완수에로 쳐몰아야 하오. 총독부의 제반 시정방침이 추호의 유감없이 사회의 말단에까지 철저히 관철되여 문자그대로의 신체제를 갖추도록 해야 하오. 창씨개명정형은 어떻소?》

《아직 잘 응하지 않고있습니다. 그래서 추가적으로 공급대장에 고친 성을 올리지 않는자에게는 필수품공급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미나미는 웃었다.

《고무신이라도 신자니 할수 없이 조상과 인연을 끊어야 한단말이지. 허, 허, 허, 괜찮은 방법이요. 아이들을 학교에 받아주지 않는 방법보다 훨씬 실용적이요.》

미나미가 못내 흥겨워하면서 폭신한 의자등받이에 몸을 젖히자 정무총감이 한마디 비쳤다.

《조선말로 발간하던 일간지와 월간잡지들을 모조리 페간시키는 바에는 <조선어학회>도 해산시키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조선말을 연구한다면서 <조선말사전> 편찬을 준비하는 모양인데 그 존재자체가 조선민중들에게 주는 영향이 좋지 않습니다.》

미나미는 한동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영향이 좋을수가 없겠지만 어학회는 잘 다루어야 하오. 사전편찬이라는 놀음이 한두해에 끝나는 일이 아니니 그것이 다 준비되는 동안이면 우리 제국은 이미 대동아를 석권할것이요. 그러니 편찬이 다 준비되였다 해도 그 사전은 빛을 보지 못할것이요.

게다가 어학회간사인 리극로로 말하면 <조선씨름협회>요 <조선기념물출판관>이요 하는것들을 책임지고 일하면서 조선의 민중들과 특히 지식인들속에서 인망이 있는 인물인즉 눌러버릴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편에 끄는것이 여러모로 유리하오.···

다른 사정도 있는데··· 그 사람은 나하구 지면이 있는 사이요.

그 사람이 도이췰란드에서 귀국하여 일본류학생인 고형근이라는 지식인의 안내로 국내를 순방할 때 수원에 있는 부대의 빈관에서 만나 한담을 나누며 사귄 일이 있소. 당시 나는 조선주둔군 사령관으로 그 부대의 기동훈련과 관병식을 사열하려고 나갔댔소.···》

미나미는 눈을 가느스름히 뜨고 그때의 일을 더듬었다. 부대의 기동훈련이 시작되여 수원지구가 엄중경계에 들어간 때였다. 헌병들이 농사시험장을 돌아보러왔다는 수상한 두사람을 단속한 사실을 보고받은 미나미는 그들을 빈관에 안내해오라고 했었다.

그는 진작 신문에서 리극로라는 젊은 박사의 국내순방에 대한 기사를 읽었었다. 그리하여 헌병들의 의심을 사서 부당하게 취급되는 조선의 유망한 두 지식인을 비호해주었고 아량을 베풀어 관병식참관에 초청했었다.

조선주둔군 사령관의 임기가 끝나가는 무렵이여서 장차 조선의 실권자로 군림하리라고 예감했던 미나미는 이 나라의 유명인사들과 사귀여두고싶었던것이다. 했으나 젊은 두 지식인은 아무에게나 차례질수 없는 영예로운 초청을 웃으며 거절했었다. 려행일정이 긴장해서 그럴수 없다는것이였다. 미나미는 일본군을 곱게 보지 않는 그들의 속심을 비슷이 짐작하면서도 웃으며 헤여졌었다.

《내가 뭐 그런 사람들과의 지면을 대단하게 여겨서가 아니라 연고가 있는 관계를 제국의 국책수행에 도움이 되게 끌어가자는거요.》

《각하, 그렇지만 리극로는 만저우(만주)에서 독립군운동에도 가담했고 국제공산당회의에도 참가했던 경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허 허 허 허······》

미나미는 늙은이답게 나직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러니 더욱 좋지. 반일을 하고 공산주의를 하던 사람들까지 우리를 따르게 한다면 얼마나 통쾌한 일이요. 그게 바로 통치의 수완이고 위력의 과시요.》

정무총감은 너부죽한 얼굴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있다가 한마디했다.

《그런데 리극로의 동향이 어떤지 알수 없습니다.》

《으음ㅡ》

미나미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건 내가 따로 알아보겠소.》

정무총감은 고개를 숙였다.

《말썽많던 <수양동우회>인지 뭔지 하는 반일조직사건은 어떻게 했소?》

정무총감은 또다시 심중해졌다.

《재판에서 무죄가 확인된 몇몇은 석방했지만 나머지는 대체로 민족의 지도자라고 공인된 인물들이여서 판결대로 투옥중입니다.》

미나미는 푸르딩딩해지면서 귀밑눈을 치떠 머리가 반나마 벗어진 정무총감을 노려보았다.

《내가 진작 말하지 않았는가! 그따위 민족지도자들은 백천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다구. 왜 아직두 잡아가두고있소?!》

《재판에서 반일결사의 증거가 뚜렷하다고··· 법계에서···》

《말공부질이나 하는 그따위 지도자들이 꾸며놓은 반일결사가 무에 그리 두려운가? 당장 석방하도록 하시오.

집행유예라는 명목으로 풀어놓아서 신문잡지에 글도 쓰게 하고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시국강연도 하게 하시오. 따뜻한 방안에서 먹을 걱정없이 지낼만큼 보수도 넉넉히 주고···

그것들은 다 일본글도 우리들 못지 않게 쓸줄 아는 유식자들이니까.···

반일결사건으로 감옥밥을 먹던 자들이 관대하게 풀려나와 일본을 선전하는 글을 쓰고 연설을 하면 그 효력이 클뿐아니라 조선사람들사이에서 동조자도 반대자도 생겨 옥신각신하게 될거란 말이요.

덮어놓고 내려누르기만 하면 압력이 생기면서 튀여오르게 되는것은 자연에서나 사회에서나 같은 리치란 말이요.

일찌기 40여년에 걸치는 명치시대를 일관하여 주도하면서 일본의 부국강병시책에 공전절후의 공헌을 한 이또 히로부미공작도 조선강점을 무력으로만 성취한것이 아니요. 리간과 분렬, 매수와 회유 등으로 한덩어리로 뭉치지 못하게 하면서 거기에 강권을 적용해서 뜻을 이루었던거요.

조선의 민족성을 뿌리 뽑아버리기 위해 탄압을 가중해야 할 지금이 바로 리간과 분렬정책을 철저히 병행해야 할 때란 말이요!》

정무총감의 벗어진 넓은 이마에는 땀발이 송글송글 돋아났다. 미나미는 가슴이 답답하고 기력도 진해 입을 다물어버렸다. 정무총감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여쭐것은 경성시내의 고등녀학교 녀교장들을 비롯한 5∼6명의 조선녀인들이 오늘 저녁에 경무대를 방문하겠다는 소청이 있었습니다.

인정정치를 베푸시는 총독님의 가정을 방문하여 가족들과 더불어 화기넘치는 저녁을 보내고싶다는것입니다.》

미나미의 얼굴에 비로소 웃음기가 떠올랐다.

조선사람들의 환심을 사려고 그자신이 꾸민 놀음들중의 하나였다.

대답이 없는 총독을 건너다보며 정무총감이 말했다.

《총독님이 다망하시기에 아직 확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아니, 방문을 환영한다고 어서 전하시오. 귀빈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여있소.》

전화종이 올리자 총독은 손을 뻗쳐 수화기를 들었다. 신징(신경)관동군사령부에서 오는 전화임을 알자 정무총감은 법도를 지켜 방에서 나갔다.

수화기에서는 때각거리는 소리가 나고 증폭음에 싸여 우메즈사령관의 목소리가 울렸다. 지난 6월에 미나미가 통치상황을 상주하려 도꾜에 다녀온 이후로 처음 가지는 전화상의 련계였다. 서로 이웃하고있는 식민지와 괴뢰국가의 통치자들인 두 군인은 여러모로 련계가 깊었다. 더군다나 그들은 같은 지방출신으로 은근히 통하는데도 있었다. 하지만 상면과 접촉에서는 언제나 신중한 실무성을 벗어나지 않았다. 미나미는 자기보다 8년아래이며 승진의 경위도 대체로 그만한 차이로 뒤따랐으나 지금에 와선 제국군인이 차지할수 있는 최상의 등급과 직책에 이른 우메즈를 처음부터 부드럽고 친절하게 대했다.

자기가 정치식견이 높고 요령있는 인물로 인정받음에 못지 않게 우메즈는 5년전 중국주둔군 참모장재임시에 중국정부와 국민당내부의 알륵을 리용하여 당기관과 직계군을 하북성에서 철퇴시키게 한 《우메즈ㅡ하응홈회담》으로 외교적수완을 발휘하여 명성을 떨친 식견, 고매하고 과묵근엄한 인재임을 잘 알고있었다.

그러기에 관동군사령관 겸 《만저우국》주재대사로 임명된 우메즈 요시지로가 지난해말 선험자의 훈계를 들으려고 조선총독부에 래방했을 때 만저우의 항일무장세력진압대책으로부터 주민교화의 방법에 이르기까지 교훈적인 말을 많이 해주면서도 하대의 티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던것이다. 지금도 그는 겨울엔 눈이 없었고 봄부터 여름내내 비가 오지 않는 만저우의 올해 날씨를 개탄하며 농사걱정을 하고있는 우메즈의 어조에 맞추어 조선에서도 올해 농사가 잘되지 않았음을 한탄했다.

《그러기에 나는 쌀증산의 무한한 예비가 마련되여있는 만저우에 사람들을 더많이 보내려고애씁니다.》

하고 미나미가 띠염띠염 말했다.

《솔가해가는 가정들외에 근로봉사대, 의용대 등의 명목으로 청소년로동력을 대대적으로 증원합니다.

그들은 만저우에 건설하는 새 일본의 초석이 되여 식량증산에 매진할뿐더러 치안확보에도 적극 기여할것입니다.

그런만큼 그네들이 만저우에 가서도 제국에 충성하게끔 사령관각하가 많이 관심해야 할것 같습니다.》

《<개척민>들의 이주상황과 분포정형, 생활실태를 정상적으로 보고받습니다.

우리는 무력으로 그네들을 보호하고 그들스스로가 자신을 방비할수 있는 각종 수단들을 제공하면서 여러가지로 방비책을 강구하고있습니다.》

《지당한 처사입니다. 지금 제국이 갈망하는 대동아의 제패에서도 조선과 만저우가 근본지반이므로 일본의 검으로 정복한 이 땅들을 잘 다스려나가는것이 어려우면서도 중대한 관건적인 문제입니다. 그러기에 나도 각방으로 진력하고있습니다.》

《제국의 중신인 각하께서 하시는 일이 어련하겠습니까!》

《국책의 수행을 위해 힘을 바쳐 가는것이요. 무엇보다 우려되는것은 김일성공산군의 활동입니다. 이 무장세력을 진멸해야만 우리는 빛도 없고 빠질길도 없는 굴속에서처럼 백성들을 마음대로 쳐몰아갈수 있습니다.

그리고보면 내가 여기서 분투하는 모든 결과가 전적으로 우메즈사령관의 활동여하에 의존하는 셈입니다.》

《말씀의 뜻을 충분히 알겠습니다. 만저우에 전개하고있는 대무장력의 사령관으로서 저는 배후를 교란하며 부단한 소모전을 일삼는 그 반일세력을 더욱 묵인할수 없는 처지이기에 대부대들을 토벌에 투입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쏘련으로 하여금 자기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만저우에서 활동하는 반일무장세력을 쏘만국경밖으로 철수하게끔 외교적압력을 가해달라고 정부에 제기했습니다.

지금 전쟁을 회피하여 위축되여있는 쏘련이 우리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수 없을것입니다.···

그러니 김일성공산군은 만저우의 광야에서 운명의 종말을 고하든지 공산로씨야로 가버릴것입니다. 불원간 만저우땅도 조용해지고 조선반도도 편안해질것입니다.》

수화기에서는 우메즈의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울렸으나 미나미의 얼굴에는 쓸쓸해지는 가벼운 미소가 떠돌고있었다.

김일성공산군이 만저우의 광야에서 운명의 종말을 고하게 되리라는 말에 여섯해전 자기가 관동군사령관이였던 때가 떠올랐던것이다.

그때 자기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 자기는 공산군의 인원수나 무장상태만을 보았지 그뒤에 있는 인민을 보지 못했고 그네들모두를 통솔해가는 김일성이라는 령수를 알지 못했었다.

지금 우메즈 역시 공산유격대의 병력만을 헤아리며 호험하고있는것이다.

(우리 일본사람들은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터지는게 탈이야. 자만도취하면 상대를 얕본단 말이야. 작은 섬에서 살아오는 백성의 악습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유감스러워하는 심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아주 훌륭합니다. 과시 제국륙군의 기개입니다. 자고로 서로 상반되는 세계관의 대립에서는 무자비하고 잔혹한, 힘이라는 무기만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지요.》

《뇌리에 새겨둘 금언입니다.》

우메즈의 찬사를 귀등으로 흘리면서 총독이 계속했다.

《병력투입이나 외교적압력과 함께 각하도 시도하고있을줄 압니다만 량식길을 엄하게 단속하십시오. 백성들에게 공포도 주고 목을 짜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어루만져야 합니다. 인정을 베풀고 선심도 쓰면서··· 》

우메즈는 조용히 웃으면서 대답했다.

《말씀의 뜻을 리해할만 합니다만··· 저야 어디까지나 군인이 아닙니까! 통치의 갖가지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습니다만 충고를 활동의 방략으로 삼겠습니다.》

마지못해 하는 치사에 미나미는 가볍게 코웃음쳤을뿐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우메즈도 상대방의 기분을 짐작하고 진정을 보이면서 은근한 도움을 청했다. 《만저우국》과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미나미각하가 민심을 안정시키고 치안숙정의 완결을 도모하기 위해 시간을 내여 만저우를 방문해주십사하고 부탁했다.

《<만저우국>치고도 조선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엔다오(간도)성일대의 민심을 무마하기가 어렵습니다. 거기가 바로 공산군의 주요활동무대입니다.》

《···》

《3년전에 타결된 <만저우국>에서의 일본의 치외법권철페와 국권이 양조인서에도 밝혀진바와 같이 지엔다오(간도)의 조선인들에 대한 교화와 교육, 생활안정에 대해서는 조선총독부도 힘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미나미도 물론 책임을 느끼고있었다. 하지만 자기의 행각이 얼마나 효력을 내겠는가를 고려하지 않을수 없었으므로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터이였다.

《다망하신 각하에게 이런 청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래년봄쯤에 만저우를 방문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때면 공산군도 숙청될것입니다.》

(통화의 기본용건은 이것이였구나ㅡ) 하고 미나미는 진상을 판단했다. 무력으로 소탕전을 벌린다지만 사방에서 들썽거리는 항거를 숨죽여버릴수 없으리라는걸 예감하면서 책임을 같이 지자고 끌어대는 속심을 알아차렸다. 우메즈의 보신책에 끌려드는것이 께름했으나 국가흥망의 중대사여서 거절할수 없었다.

《굳이 내가 가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각하가 친히 부탁하므로 기회를 마련해보겠습니다.》

커다란 창문들에 어렸던 석양의 자홍빛도 사라져가고있었다.

수화기를 놓고 한동안 덤덤히 앉아 무거워진 머리를 잠시 쉬인 총독은 초인종을 눌러 비서관을 불렀다.

《함경북도에 소요되는 로동력의 충당상태를 알아보았는가?》

《예, 충청남북도와 전라남북도에서 징발한 장정로무자 1만 5천을 기차로 수송했습니다. 아직도 5천명이 미달이지만 수용능력이 없는데다 현지경찰의 제한상고도 있어서 더 보내지 않았습니다.》

《수용능력같은건 상관할것 없고··· 경찰의 제한상고란 뭔가?》

《라진, 경흥의 화학공장건설장, 라진, 청진 등지의 항만건설장들에서 만저우의 공산군공작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움직이고있다는 정보가 있으므로 로무자들의 증원을 고려해달라는 함경북도경찰부의 상고가 있었습니다. 공사장들의 분위기가 몹시 어지러운 모양입니다.》

함경북도의 화학공장들과 항만건설 및 확장공사는 지난번 도꾜체류시에 군령부총장과 륙군대신이 진지하게 당부하던 대상들이고 정부의 훈령도 문서로 진작 하달되여있는터이다.

《공산군공작원 침투의혹은 함경북도의 공사장들뿐만이 아니다. 로동력은 준비되여있는가?》

《경상북도에서 5천명을 내게 되여있는데 그쪽에 콜레라가 만연되여 아직 징용하지 못했습니다.》

《여름내내 떠돌던 콜레라가 지금도 만연이라니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

《작년에 발표한 징용령을 개정하여 14살부터 징모할수 있게 조처하며 농촌로력을 징발할수 있게 <농업보국청년대>를 편성할 법안을 만들도록 해당국에 지시하오.》

비서관이 나간 뒤에 수첩을 펼치고 계획했던 일들을 더듬어본 미나미는 천천히 일어나 방을 나섰다. 총독만이 다니는 층계를 따라 아래층에 내려오다가 계단의 굽인돌이에 총대같이 서있는 경호관을 보자 미진한 일이 떠올라 경무국의 고등과장실에 들렸다. 젊은 고등과장은 침착하게 일어서서 경의를 표했다.

《미우라군, 조선에서의 근무가 어떤가?》

미우라는 묻는 뜻을 파악하고 요령있게 대답했다.

《다름없이 긴장합니다만 만저우에서와 같은 큰 적당들은 없습니다.》

《으음ㅡ 그럼 요즘 경무국 고등과가 중시하는 적수들은 어떤 자들인가?》

《반일적인 민족운동자들도 있지만 크게 문제시하진 않습니다. 그밖에 지엔다오(간도)나 조선, 일본 등지에서 공산주의운동을 하던 자들이 서로 련계를 취하고 군중속에 지반을 닦으려고 꾀하면서 공산당재건을 목적하여 움직이고있습니다만 우리의 손탁에서 벗어나진 못합니다.》

총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우라로 말하면 미나미가 관동군사령관으로 《만저우국》주재 일본대사까지 겸임하고있던 때에 신징(신경)대사관 특수부에서 활동하던 경부였다.

그때 미나미가 그 젊은 경부에게 관심했던것은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만저우에 건너와 통화성의 령사관 경찰에서 근무를 시작했다는 그가 전반사태에 대한 기민한 판단, 집요하고 과감한 추적, 기지있는 모략과 단호한 처결 등의 솜씨를 보여주었기때문이였다.

과연 미우라 다께시는 《마적소굴의 신비한 금고》나 《이방의 야생적인 미인》등을 찾아다니는 그 시절에 성행하던 《대륙의 랑인》들과는 비슷하지도 않은 현실적이고 진취적인 군국일본의 참신한 세대였고 젊은 나이에 경부까지 된 유망한 경관이였다.

그러기에 미나미는 조선총독으로 부임한 후에 경무국을 유능한 반공경관들로 꾸릴 때 전근되여온 미우라를 알아보고 못내 반가와했으며 그뒤 고등과장으로 천거했던것이다.

《총독부에서 금명간에 리극로를 부르려고 하는데 요즘 조선어학회의 동향이 어떤가?》

《<조선어사전>편찬을 준비하는데 특별한건 없습니다. 지엔다오(간도)에 사는 고형근이라는 지기가 학자들의 생활비를 얼마큼 넣어주면서 서울에서 공부하는 자기 아들을 그 집에 하숙시키고있습니다. 생활이 어려워진 학자들은 어학회에서 나가고 지금은 리극로까지 네 사람이 상무로 일합니다. 리극로는 원고집필에 매달려있고 근근히 살아가는 형편입니다.

사회관계에서는 유지들과 지식청년들, 총독부의 늙은 참의들과 거래가 있습니다.》

총독은 메밀눈을 흡뜨며 대견해하였다.

《제집일처럼 환하게 알고있구만.》

《저야 조선인 유명인사들의 움직임을 꿰뚫어보아야 할 고등과의 수석이 아닙니까! 게다가 그 집에 기숙하는 젊은이가 저의 정보원입니다.》

《그러니··· 리극로의 친구이고 후원자인 만저우에 사는 고형근의 아들이?》

《그렇습니다.》

《놀라운걸··· 묘하게 박아넣었군.》

미나미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신통하게 여겼으나 젊은 고등과장은 대수롭지 않게 설명했다.

《묘하게 박아넣은것도 아닙니다.》

하고 미우라는 성미대로 당돌하게, 솔직하게 설명했다.

《작년초에 시내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본인 군사교관을 배척하는 사건이였는데 반일색채가 농후하고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 주모자들을 검속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종로결찰서에 나가 심문정형을 료해하다가 리극로네 집에서 공부하는 고청민이라는 학생에게 주의를 돌렸습니다. 부모들이 지엔다오(간도)에 산다기에 배후에 무슨 줄이 뻗어있지 않을가 하고 호기심을 품었습니다.

지엔다오(간도)는 공산군주력의 활동중심지여서 치안이 문란하고 어수선한 지대가 아닙니까? 지엔다오(간도)성 경찰청에 신원을 조회하니 아버지가 조선에서 들어가 통화성에서 살다가 1930년에 공산당폭동의 피해를 받고 지엔다오(간도)에 간 사람이였습니다.

저는 흥미를 느꼈습니다. 제가 통화에서 령사관경찰에 근무할 때는 만저우사변전이여서 조선사람들이 일본령사관의 보호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조선사람들, 특히 독립군들과 련계가 있는자들, 공산주의자들이나 민족주의자들을 엄중하게 감시했습니다. 이름은 기억되지 않았지만 경향성은 짐작할만 한 인물이였습니다. 현재의 동향에 특별한것이 없고 거기 경찰청장도 아버지를 끌려고 하니 잘 보아달라고 부탁하길래 석방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물들과 관계되는 학생이여서 저도 생각이 있었습니다. 고청민이 중학교를 졸업한후에 소망대로 제국대학에 입학시켜주고 차츰 <친구>로 만들었습니다.···

아직까지는 변변치 않은 생활적인 정보나 가져오는데 장차 요긴하게 써먹으려고 합니다.》

총독은 만족해하였다. 미더운 눈길로 고등과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강아지를 승냥이 젖으로 키우면 후날 엄지개를 물어메칠수 있지. 엄지개가 승냥이에게 대드는 경우에 말이요.》

그리고는 걸음을 옮기다가 멎어서서 엄숙하게 말했다.

《전면에는 나타나지 않고 배후에서 암약하는 세력이 무서운거다. 지엔다오(간도)쪽에서 뻗어오거든··· 색출소탕해야 하네.》

《각골분투하겠습니다.》

《으음ㅡ 좋아, 성과를 바라네.》

다시 돌아보며 격려하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섰다. 마음이 흐뭇해서 인정많은 총독의 역을 수행하려고 안해와 둘째딸, 조선의 《녀류명사》들이 기다리고있을 경무대로 가는 걸음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