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3


 
 

제 1 장

3

 

사령관동지일행이 잉예(영액)령산줄기의 중서부에 위치한 멍쟈(맹가)산지구에 당도한것은 떠난지 이틀째되는 밤중이였다. 산세는 험하지만 지둔선(길돈선)철도와 황거우령(황구령)을 넘어 안도쪽으로 뻗은 대도로가 멀지 않았으므로 비교적 교통이 편리한 산간이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샤오하얼(소할바령)회의를 마치고 소부대들을 편성하여 각 지구로 떠나보낼 때 거기에 망라되지 않은 성원들로 대오를 편성하여 이 지구로 진출시키시였다. 여기서 그들을 원동에 들여보내여 장차 혁명군부대들이 현대전에 대처한 군사훈련을 벌릴수 있는 기지를 꾸리려는것이였다. 날을 따라 확대되여가는 2차대전의 추세를 내다보시면서 국제당과 쏘련군측의 동의를 얻어 취하신 조치였다.

그이께서는 또한 지하공작원 전명석을 이 멍쟈(맹가)산지구에 부르시였다.

전명석은 큰 상인으로 가장하여 지엔다오(간도)의 중심부와 서울 등지에 아지트를 두고 조선과 만저우(만주)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공작원이였다. 혁명경력은 길지 않으나 사상이 확고하고 견실하며 식견이 높고 대담한데다 맡은 과업을 어김없이 훌륭하게 수행하군 하여 그이께서 믿고 아끼시는 청년지식인출신의 혁명가였다.

사령관동지께서 그를 부르신것은 지엔다오의 중심지대에 진출하기에 앞서 그를 통해 지엔다오일대의 일반형편과 지하조직들의 활동정형을 료해하시고 새로운 과업을 주시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전명석이도 그를 안내하러 보낸 한영옥이도 아직은 도착하지 않았다는것이다.

사령부로 꾸려놓은 천막곁에서 림춘추가 기다리고있었다. 당위원회 서기로서 정치사업을 하면서 한편 공작원들을 각지에 선발파견하는데서 사령관동지를 보좌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던 그는 이번에 훈련기지로 들어가는 대오를 책임지고 떠나게 되여있었다.

풍부한 지식과 너그럽고 소탈한 성품으로 하여 지휘원들과 대원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그는 언제나 웃는 얼굴이였으나 지금은 정중하고 침착한 표정이였다. 사령관동지곁을 떠나게 된것으로 하여 서운함을 금할수 없었으나 자기 감정을 굳이 누르고있었다.

《대원들은 지금 대기중에 있습니다. 행동방향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비슷이 짐작들을 하는것 같습니다. 허약자들두 있구 밀영건설에 솜씨있는 도끼목수들이 끼여있으니 전구에서 떠난다는 정도는 알고있습니다.》

림춘추가 대원들의 사상정신상태를 말씀드렸다.

《···기분들이 썩 좋질 않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 같이 가시는지 전구에 남으시는지 그걸 알구싶어서 기웃거립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들의 기분상태가 리해되시였다.

《떠나기전에 그 동무들을 모여놓고 사상동원을 하겠소. 지금은 그들이 전구를 떠나지만 장차 다시 만저우나 국내에 파견되여 지하공작도 하고 무장대도 조직하며 결전의 시기가 도래하면 유능한 군사정치일군으로 부대들을 지휘하게 준비되여야 한다는걸 말해주겠소. 오늘밤중으로 편성안을 짜서 명령으로 발표합시다.》

《그리고 저··· 둔화(돈화)에서 떠난 8련대의 마지막대오가 저녁무렵에 도착했는데 오는 길에서 국제당련락원이라는 사람들을 만나 데리고왔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사령관동지를 만나야 한다길래 따로 천막을 쳐서 숙소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생각에 잠기시였다.

(무슨 일로 왔을가?

격변하는 국제정세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조언을 주려는것일가.··· 그건 이미 우리가 평가하고 그에 따르는 대책을 세웠다. ···그럼 뭣이겠는가.···)

《련락원들중의 서양사람 한명은 작년가을에 쩡펑산(증봉산)밀영에 왔던 사절단대표였습니다. 눈이 까맣구 중국말을 잘하는 크리멘이라는 사람입니다.》

《무슨 문제를 제기했소?》

《사령관동지께 직접 말씀드리겠다고 하였습니다.》

그이께서는 할힌골사건이후 일본군의 발전추세, 특히는 기갑부대들을 급격히 증설하면서 현대식장비로 무장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있는 정상을 고려하면서 동방에서의 그러한 사태발전이 쓰딸린이나 지미뜨로브에게 불안을 먼저 줄것이라고 추측하시였다.

(크리멘이 또다시 온걸 보면 련합과 관련되는 문제일가?···)

《전장을 헤치고 여기까지 나오느라고 고생이 많았겠는데 불편이 없도록 잘 돌봐드리시오.》

《식사를 하고 푹 쉬라고 했더니 새초를 깔아놓은 천막안에서 드렁드렁 코를 골며 정신없이 잡니다.》

림춘추의 유쾌한 대답에 그이께서도 빙그레 웃으시였다.

나어린 전령병 김명산이 군용밥통을 들고 들어와 사령관동지께 저녁식사를 하셔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모두 먹은지 오랩니다. 식기전에 빨리 드십시오.》

《이제 하겠소.》

림춘추는 자리를 사양하여 돌아가려고 하면서도 그이께서 무슨 말씀을 하실듯 하여 망설이였다.

《박중돈동무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드디여 그이께서 말씀을 떼시였다.

《그동안 다른 부대에 가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며 지낸 동문데 돌아오자마자 기지에 들여보내기가 딱하구만.··· 어제 오늘 같이 오면서도 사기가 나서 경위대원들의 배낭을 두세개나 얹어지고 씩씩하게 걷던데···》

림춘추도 그 문제를 생각했던터여서 난처해 하며 조용히 말씀드렸다.

《사령관동지, 그 동무를 여기 떨구면 좀 복잡해질것 같습니다. 박중돈이를 믿지 못해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다른 부대에 있다가 오늘 나타난 박중돈이를 사령부에 떨군다면 여태까지 여기서 싸우던 대원들이 너두나두 다 떨어지겠다고 하겠으니 대오를 수습하기가 어려울것 같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생각에 잠겨 천막안을 거니시다가 멎어서시였다.

《림동무의 생각이 일리가 있소. 그 동무를 그 대오에 편입시킵시다.》

그러시고는 서글픈 미소를 띄우고 혼자소리처럼 외우시였다.

《내가 그동안 박중돈이 생각을 자주 하다보니 가슴에 아프게 남았던것 같소. 서기동무 의견이 리해되오. 그렇게 합시다.》

마지막말씀은 돌아가보라는 뜻이였으나 림춘추는 등잔불빛이 너울거리는 천막바닥을 굽어보면서 움직이지 못했다.

한 대원의 고충을 두고 그토록 가슴아파하시는 그이의 심정을 깊이 리해하지도 못하면서 대오를 인솔해갈 자기 고충만을 생각했던 자신의 용렬함이 뼈아프게 후회되였던것이다. 그렇다고 이미 아퀴지으신 일을 다시 꺼들수도 없었다.

《돌아가보오. 밤이 깊었는데 돌아가서 쉬고 래일 아침에 련락원들의 숙소에 들려봐야겠소.》

지시라기보다 당부처럼 들리는 그이의 온화한 말씀에 림춘추는 더욱 가책을 느끼면서 밤인사를 드리고 돌아섰다.···

활등처럼 굽어돌아간 골짜기의 산비탈아래에 개울물이 갑혔다가 넘쳐 흐르는 폭이 열댓자 실히 되는 깊은 소가 있었다.

오랜 세월을 두고 장마철 홍수가 산굽이를 파면서 이루어진 그 소에는 비탈쪽에 무성한 황철나무와 개버들이 가지를 드리우고 골바닥쪽으로는 푸르죽죽한 너럭바위가 기슭에까지 엇비듬히 펼쳐져 있었다. 아침해살이 비친 물속에서는 버들잎같은 물고기들이 헤염쳐 다니고 나무뿌리들이 수염처럼 드리운 비탈쪽 깊은데서는 손바닥만 한 산천어들이 허옇게 배를 번뜩거리며 뒤채겼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너럭바위에 자리를 잡고 버드나무의 긴 가지로 만든 낚시대를 물우에 드리우고계시였다.

산골개울에서 자유롭게 노닐던 물고기들은 인적기에 놀라 숨을 곳을 찾으며 불안하게 물결을 헤가르더니 차츰 먹이에 끌려 낚시에 걸려들었다.

숙영지의 우쪽 골짜기에서 물이 깊은 소를 발견한것도 전령병 김명산이였고 이른새벽에 사령관동지를 낚시터로 모셔온것도 김명산이였다. 그는 어제밤도 늦게까지 기지에 들어갈 대오의 구성과 행군서렬의 편성안을 검토하시고 출판물자료들을 연구하며 새날을 맞으신 사령관동지께 휴식의 한때를 마련해드리고싶었던것이다.

이런 기회를 위해 그는 배낭속에 말초리끈을 간수해가지고다녔으며 이번 걸음에도 틈이 있을적마다 줄칼로 바늘을 쓸어 민지를 세웠으며 개울가의 버드나무에서 알맞춤한 가지를 잘라 대를 맞추었다. 그리고 지금 고기가 연방 잡히는 바람에 사령관동지께 산천어국을 대접하게 되였다고 좋아서 둥둥 떠다녔다.

《이렇게만 잡히면 점심때전으루 한소래는 잡겠습니다.》

김명산은 묵직해진 버들꿰미를 쳐들어보이면서 유쾌하게 떠들었다.

《쉬이ㅡ》

그이께서는 손을 흔들어보이고 다시 미끼를 단 낚시를 물속에 던지시였다. 김명산은 고기꿰미를 물속에 돌로 지질러놓고 멀찍이 떨어져서 주변을 감시하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낚시를 드리우고앉아 이제 전구에 나가 진행할 투쟁에 대해 생각하시였다.

그러자 눈앞에 떠오르는것은 이제 며칠이내에 만나게 될 전명석의 모습이였다.

그의 활동구역에서 공작하고있는 지하조직들에서는 어떤 문제들이 제기되고있는지.··· 그가 자진하여 맡아 나섰던 부대들의 겨울옷감은 해결되였는지.··· 이번에는 전명석에게 서울과 그 주변지구에서 활동하고있는 공작조들에 소할바령회의사상을 전달하고 그에 따르는 대책을 진척시킬 임무를 주어 파견해야겠다고 생각하시였다.

소할바령회의이후에 많은 소부대와 소조들을 편성하여 각지에 파견했지만 아직도 파견해야 할 대상지는 많았고 공작원들을 파견해야 했다. 사람들, 준비된 혁명가들이 더 많이 있어야 한다. 혁명군의 제한된 성원으로는 손을 뻗칠수 없는 곳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니 혁명조직들에서 혁명가들을 많이 육성해야 하며 그렇게 자라난 준비된 공작원들을 새 곳에 파견하여 조직을 꾸리고 확대하면서 반일세력을 키워야 한다.···

전명석이를 만나면 올해 겨울의 식량확보문제도 의논해볼 생각이시였다. 각곳에 파견된 소부대소조단위로 식량을 마련하도록 과업은 주었지만 처음 시작한 소부대활동인데다 적들의 《량도차단》시책이 우심해지는 환경이여서 사령부에서 예비로 일정한 량의 량식을 비장해두어야 했다. 기발한 생각을 곧잘하는 전명석이와 의논하면 좋은 방도가 나질수 있을것이였다.

다부지게 생긴 체격에 까만눈이 총명하게 빛나는 전명석의 모습이 떠올라 그이께서는 마음이 유쾌해지시였다.

반일사상을 가슴에 품고도 향학열에 불타 서울에 나가 고학으로 중학까지 다녔다는 만저우류랑민의 아들. 돈이 없어 대학에 갈 엄두는 못내면서도 조선청년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일가고 동무들과 더불어 서울장안의 명사들을 찾아다녔다는 열혈청년, 그가 지방조직의 줄을 타고 동북의 유격지구에 찾아왔을 때 그이께서는 청년의 각오며 준비정도를 깊이 파악하고 적구공작에 파견하시였던것이다.···

지난해 초가을의 일도 상기하시였다. 유격부대들의 활동에서는 식량도 필요했지만 소금이 특히 필요했다. 적들이 심하게 통제하는 물품이여서 지하조직들을 통해서는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적은 량밖에 구할수 없었으므로 그 과업을 전명석에게 주기로 결심하시였다.

접선장소에 가서 사령부의 지시를 전달하고 돌아온 통신원의 보고에 의하면 전명석은 과업을 접수한 후 한마디 말을 남기고 떠났다는것이다.

《사령관동지께 필요되는것이라면 총독놈의 비밀금고를 뒤져서라도 가져오겠다!》

통신원의 보고를 받으신 사령관동지께서는 전명석의 호방한 기개가 대견하여 웃으시였으나 은근히 마음을 놓지 못하시였다. 많은 량의 소금은 구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운반하기도 위태위태했다.

해결한다 해도 시일이 오래 걸리려니 하고있었는데 열흘도 되지 않아 비밀련락소를 통해 전해진 소식은 물자운반을 위해 50여명의 인원들을 아무지점에 보내라는것이였다. 전명석이 지적한 지점이 방금 시설공사가 끝난 《대숙정도로》의 공사장 숙소자리라는것이 더욱 놀라운 일이였다. 미타하게 여기며 의혹을 품는 지휘관들도 있었으나 전명석이를 믿으시는 사령관동지께서는 그의 요구대로 인원들을 파견하되 경각성은 높이라는 지시를 주시였다. 며칠이 지나 운반하러갔던 대원들이 여러 가마니의 소금과 쌀, 엽초 등을 지고 돌아왔을 때 모두가 전명석의 활동에 경탄을 금치 못했었다.

후날 알게 되였지만 그때 전명석은 지시를 접수하자 이전부터 련계가 있던 지엔다오운송회사 사장인 고형근을 찾아가 상론하고 화물자동차 한대를 세내여 타고 조선으로 나갔던것이다. 일본륙군 19사단이 틀고앉은 라남지방 어항에서 소금에 절인 고등어를 헐값으로 사서 가마니에 넣어 한 자동차 가득 실은 그는 곧장 지엔다오를 향해 떠났다.

도중에서 여러차레 검색을 당했으나 그때마다 량쪽가슴에 허리까지 주름이 잡힌 누런 《국민복 갑호》를 입은 단단하게 생긴 젊은이가 웃으며 내려서서 류창한 일본말로 자동차의 행처와 화물의 용도를 밝히는 바람에 검색관들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나중엔 정중히 거수경례까지 붙이며 통과시키군 했다. 자동차에 실은 염고등어는 장사물건이 아니라 조선총독부의 중대시책으로 전시식량증산과 만저우의 치안숙정을 위해 이주시킨 《개척민》들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려고 실어가는 해산물이라고 설명했던것이다. 그가 내보인 문서와 명함장이 유력한 증거로 되였으니 지엔다오지방에서 일본인관리들도 함부로 상대하지 못하는 운송회사 사장은 《개척민》후원회 회장이라는 사회적인 직책을 지니고있었으므로 전명석에게 회원이라는 증명서까지 내주었던것이다.

하여 그는 경찰이나 헌병들의 의심을 받기는커녕 보호와 방조를 받으면서 돌아왔다. 적재함우에 올라가서 짐을 뒤져보는 검색원들도 염고등어를 넣은 가마니에 소금이 너무 많이 게발려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지엔다오에 돌아오자 그는 운송회사 사장에게 현품을 보이고 그가 지적해준 《개척민》부락들에 다니면서 고등어를 싼값으로 팔았는데 가난한 《개척민》들을 생각하여 돈대신 쌀이나 담배를 받았다. 그 과정에 도로공사부역에 나갔던 두 농민에게 고등어를 무상으로 주고 그대신 그들을 자동차에 태우고다니면서 손도움을 받았다.

고등어를 다 팔고나니 자동차에는 가마니마다에 남은 소금과 식량, 말린 잎담배가 스무가마니 잘되였다.

그것들을 싣고 이미 점찍어두었던 도로공사장 숙소자리에 당도한 전명석은 착실한 두 농군에게 이제 다른 공사장에서 배를 곯는 부역군들이 짐가지려 오면 넘겨주라고 이르고는 자동차를 타고 시내로 돌아갔던것이다.···

자기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면서 여러 계층의 인물들과 좋은 련계를 맺어가는 전명석이.

혁명에 무한히 충실한 그와 불원간 만나게 된다고 생각하니 그이께서는 지금 하고계시는 낚시질도 한결 흥겨우시였다.

《사령관동지! 서기동지가 낯모를 사람들과 같이 올라옵니다.》

김명산이 소리치며 이쪽으로 뛰여오다가 너럭바위에 올라서자 눈이 둥실해졌다.

《저거! 큰놈입니다. 채십시오, 사령관동지.》

그이께서는 팽팽해진 낚시줄에 끌리듯 기슭을 따라내려가면서 빙그레 웃으시였다. 한동안 멎어서서 가늠해보다가 낚시대를 슬쩍 후리시였다. 끌려오던 물고기가 요동치는 바람에 대끝이 후두둑 떨렸다.

《어허ㅡ 이놈이 갈개는군!》

등뒤에서 림춘추가 부르짖었다.

《큰놈이 걸렸습니다!》

뒤를 돌아보신 사령관동지께서는 가까이 온 김명산에게 낚시대를 넘겨주고 환하게 웃으시며 림춘추를 따라 너럭바위에 올라선 사람에게로 걸어가시였다. 퇴색한 《국방색》옷에 일본식전투모를 쓴 든든하게 생긴 중키의 사나이는 두팔을 벌리고 다가오면서 류창한 중국말로 감격에 겨워 부르짖었다.

김일성동지!》

《크리멘동지!》

사령관동지께서 뜨겁게 포웅하시자 크리멘은 눈물이 그렁해서 열정적으로 말했다.

《건강하신 김일성동지를 만나뵈오니 더없이 기쁩니다.》

《반갑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다시금 그의 손을 굳게 잡아주고 따라온 다른 련락원들과도 인사를 나누시였다.

《먼길에 고생하셨을텐데 쉬지 않고 왜들 이렇게 올라왔습니까?》

《일본군의 대부대가 사방에서 돌아치는 때에··· 김일성동지께서는 낚시질을 하고계십니다그려!》

웃으며 하는 말이였으나 감탄과 존경이 넘치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너그럽게 웃으시였다.

《이건 우리 전련병동무가 귀중한 손님들에게 생선국을 대접하려고 시작한 일입니다.》

그때 마침 낚시줄을 끌며 뒤걸음치던 김명산이 한옆으로 몸을 꼬고 낚시대를 제치면서 기쁨에 넘쳐 소리쳤다.

《잡았다아.ㅡ》

물속에서 끌려나오던 팔뚝같은 산천어가 너럭바위 복판에 던져져 펄떡펄떡 뛰여오르며 령통한 빛살을 뿌리자 모두들 희한해하며 그쪽에 모여들었다.

《수림속의 개울에 이렇게 큰 고기가 있었구만요!》

크리멘은 고개를 기웃하고 들여다보며 신기해했다.

《이건 산간의 개천에서 자라는 물고기여서 산천어라고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 손바닥에 한문자로 써보이자 크리멘은 말없이 들여다보고 리해할만 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였다.

마쟈르인으로 한때 동방문화를 연구했던 크리멘은 중국의 상형문자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있었다.

《산천어는 신선하고 맛도 좋지만 강장제로서 특효가 있습니다.》

약재에 조예가 깊은 림춘추가 곁에서 설명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푸들쩍거리는 물고기를 두손으로 붙잡아들고가는 김명산의 뒤모습을 바라보시다가 크리멘쪽으로 돌아서서 다정하게 물으시였다.

《몸이 불편한분들은 없습니까?》

크리멘은 두드러진 이마밑의 어글어글한 검은 눈에 미소를 짓고 없노라고, 모두가 원기왕성하다고 쾌활하게 대답했다.

《한번 다녀갔던 지대였지만 온통 <토벌대>판이여서 고생은 했습니다. 다행히도 산속에서 조선빨찌산들을 만났습니다.》

《작년에 왔다가 돌아갈 때엔 적들의 기동이 심했는데… 모두 무사했습니까?》

《난관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습니다. 적들의 추격을 받아 한동무가 부상당하는 바람에 업고가느라고 고생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동무도 지금은 완전히 회복되여 사업을 하고있습니다.》

《생사의 고비를 여러번 넘었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본군이 많은데다 경찰들과 자위단들까지 돌아쳐서 걸음마다 죽음이 따라다니는 형편이였습니다.》

크리멘은 손끝으로 자기 목을 그어보이고 웃으며 도리를 저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진지하게 말씀하시였다.

《세계혁명을 위해 사선을 헤치고다니는 동지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크리멘은 표정이 풍부한 얼굴에 황송한 빛을 띠우며 고개를 숙였다.

《과분한 치하입니다. 그저 맡은 임무를 수행하고있을뿐입니다.》

《그 임무라는게 전쟁마당을 뚫고다녀야 하는 위험한 일이니 자기 희생적인것이지요.》

김일성동지께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자 모두들 너럭바위를 넘어 수목들사이를 걸어갔다.

《자기 희생적인것···》

크리멘이 수긍하듯 말을 받았다.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길이 아무리 어려웠다 해도 본부에 돌아가서 제가 받은 고통과 고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본부에 돌아가서?》

사령관동지께서는 의아해하시였다. 크리멘의 말이 선뜻 리해되지 않으시였다. 지난해 가을 화룡현의 쩡펑산(증봉산)밀영에 찾아온 크리멘을 책임자로 한 국제당사절은 조선인민혁명군 사령부에 두가지 문제를 제의했었다.

첫째는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정세가 날을 따라 험악해지는 환경에서 사회주의국가인 쏘련이 서쪽으로부터 히틀러 파시스트무력의 침공과 동쪽으로부터 일본군의 침공을 동시에 받을 위험이 있는 형편이므로 일본에 침략의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해 만저우에서 활동하는 반일무장부대들이 대규모작전을 하지 말아달라는것과 둘째는 엄숙한 정세에 대처하여 만저우에서 활동하는 조선인민혁명군과 동북항일련군의 책임적인 지휘관정치일군들의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니 김일성동지께서도 꼭 참석해달라는 요청이였다.

그때는 바로 일제가 《동남부치안숙정 특별공작》이라는 명목밑에 대부대들을 《토벌》에 투입한 시기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에 대처하여 백두산동북부에서의 대부대선회작전으로 반타격을 가할 구상을 무르익히시고 바야흐로 그 작전에 진입하는 때였으므로 국제당의 두가지 제의를 접수할수가 없으시였다.

적아간에 결전이 벌어지고있는 때에 사령관이 전장을 떠날수도 없었던것이다. 그리하여 고생스럽게 찾아온 사절들을 그냥 돌려보내는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그때 국제당의 제의를 접수하지 않은것으로 하여 고통을 받았다는 말입니까?》

하고 사령관동지께서 물으시자 크리멘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 문제때문이라면 제가 그처럼 고민하지는 않았을것입니다. 그때 김일성동지의 립장이 너무도 확고하고 또 근거가 뚜렷했기때문에 저의 립장도 떳떳했습니다.》

《그럼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사령관동지께서는 심중하게 물으시였다. 수림속의 작은 공지에 이를 때까지 크리멘은 생각을 더듬는듯 했다. 해빛이 가득찬 풀밭에서는 이슬이 말라가면서 따뜻한 기운이 떠돌았다.

김일성동지께서 걸음을 멈추시자 크리멘은 그곁에 서서 소리없이 한숨을 짓는것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주위에 둘러서서 그의 말을 기다렸다.

《본부에 도착하여 나는 코민테른 월동국의 책임적인 일군인 베네그쎈동지를 만났습니다. 그자리에는 쏘련원동군 정보사령관인 류쎈꼬장령도 있었습니다.

베네그쎈동지는 오스트리아공산당의 오랜 당원으로 텔만, 지미뜨로브동지들과 함께 반파쑈투쟁의 기치를 들었던 권위있는 지도자이고 류쎈꼬장령은 10월혁명때 뻬쩨르부르그의 적위군련대 정치위원이였고 지금은 붉은군대 4부에 속해서 아시아의 각곳에서 활동하는 정보망들을 지도하는 한편 만저우일대 반일부대들과의 련계를 맡아보는 동지입니다.

제가 국제당의 두가지 제의에 대한 조선인민혁명군 사령관의 립장을 전달했을 때 두분은 처음엔 의아해하다가 심중한 생각에 잠겼댔습니다.

베네그쎈동지는 그냥 엄숙하게 입을 다물고있었으나 류쎈꼬동지는 입밖에 내여 걱정했습니다.

일본군이 증강된 무력을 투입하고있는 정황에서 더군다나 엄동이 닥쳐오는 때에 유격대가 대부대작전으로 이행한다는것은 무모한 행위다, 조선의 쟁쟁한 혁명가들이 경험과 투지만 믿고 승산없는 결전장으로 나가는걸 왜 수수방관했는가 하고 나를 책망했습니다.

저더러 에스빠냐공민전쟁에서 국제려단을 지휘한 사람이니 그만 한 군사지식이야 있지 않느냐··· 하면서 말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지금 웃으시지만 저는 그때 정말 괴로왔습니다. 그 문제때문에 온 겨울 마음을 썩였습니다. 조선빨찌산들의 움직임에 대한 자료를 입수하려고 사방에 줄을 놓았댔습니다.》

크리멘은 지난날을 더듬으며 입을 다물었다가 천천히 계속했다.

《올해초에 일본군이 중국전선에서 공세를 취하고있을 때 깊은 후방인 동북의 조중국경지대에 유격대가 대거 래습했다는 소식에 이어 백두산쪽에 출몰하던 김일성부대가 <토벌대>를 기습하고 경찰수비대의 한개 진영을 전멸시켰다는 보도를 들었습니다. 우리 자료실의 녀동무가 일본신문을 들고와서 눈물이 글썽거리며 그 기사를 읽었을 때 나는 주먹을 틀어쥐고 만세를 불렀습니다. 류쎈꼬동지는 그전에 나를 비난했던 일은 다 잊어버리고 손을 잡아 흔들면서 기뻐했습니다.

그날 저녁 우리는 군사지식과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조선빨찌산의 겨울장정과 봄의 승리를 축하하여 축배를 들었습니다.··· 행복한 저녁이였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를 마주보며 겸허하게 말씀하시였다.

《국제당에서 사업하는 동지들이 우리의 투쟁에 대해 그처럼 깊이 관심해주고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시니 신심이 넘치고 각오가 굳어집니다. 진심으로 사의를 표합니다.

사실 그때 대부대작전이 승리할수 있었던 전술적요인은 부대들의 선회로정에 많은 량의 식량을 매몰해둔것이였습니다. 우리 혁명군부대들이 사령부가 지정해준 장소들에 식량을 믿음직하게 파묻어둔것이 작전수행에서 큰 은을 냈습니다.》

크리멘은 수긍되는듯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것이 다 사령관의 선견지명에 따른 조치였겠지요!

이번에 조선인민혁명군 사령부에 또다시 련락원을 파견하게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자진해나섰습니다. 김일성동지를 만나뵙고싶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크리멘의 진지한 눈길에 미소를 보내면서 그의 손을 굳게 잡으시였다.

《고맙습니다. 나는 크리멘동지를 언제든 다시 만나게 되리라고 믿었습니다.》

곁에 있던 림춘추도 경위대원도 행복하게 웃었다. 활기넘치는 분위기였다.

모두들 풀판에 앉아 크리멘이 내놓은 《만저우국》담배 《아시아》를 피우면서 원동의 올해 날씨며 산세가 험한 지엔다오의 지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오후에 김일성동지께서는 사령부천막에 찾아온 크리멘을 위시한 련락원일행을 다시 만나시였다. 크지 않은 천막안 한켠에 강대로 촘촘히 엮은 나지막한 침상이 있고 그 맞은켠에 좁고 긴 걸상이 박혀있는데 걸상겸용의 침상머리엔 신문잡지들이 무둑히 쌓여있었다. 그 출판물더미를 주의깊이 바라보는 크리멘의 얼굴에는 리해와 감동의 그윽한 표정이 어려있었다.

가을볕이 밝게 비쳐든 천막안은 밝고 따뜻했다. 사령관동지곁에는 비망록을 무릎우에 펼쳐든 림춘추가 앉았고 건너편 걸상에는 크리멘과 다른 두 련락원이 나란히 자리잡고있었다.

크리멘은 자기들의 사명을 밝히기에 앞서 국제정세의 추이에 대해 진술했다.

지난 9월말에 베를린에서 도이췰란드, 일본, 이딸리아가 3국조약을 체결함으로써 1936년부터 《방공협정》의 연막으로 가리워졌던 파쑈국가들의 군사정치적동맹이 세상에 제 몰골을 드러냈다.

세계의 재분할을 확정한 이 조약에서 일본은 유럽과 아프리카에 대한 도이췰란드와 이딸리아의 지배권을 승인했고, 도이췰란드와 이딸리아는 아시아에 대한 일제의 지배권을 확인했으며 쏘련의 옴스크 서쪽을 도이췰란드와 이딸리아가, 옴스크 동쪽을 일본이 강점할것을 예견하고있다.

조약체결후 히틀러는 침략전쟁을 발광적으로 확대하여 동유럽전토를 강점했으며 지금은 발칸반도로 침공하고있다. 믿을만 한 정보에 의하면 지금 히틀러는 래년 겨울까지로 끝낼 대쏘침공계획을 완성하고있다. 쏘련의 서부국경에서 침공시도가 농후해졌다.···

한편 동방에서 일제는 전략자원이 무진장한 남태평양지역에 대한 침공을 준비하면서도 쏘련에 대한 공격을 노리고있다. 게다가 영국은 지금 도이췰란드와 전쟁을 하면서도 일본을 대쏘침공에 내몰기 위해 각방으로 획책하고있다. 미국 역시 일본을 대쏘침공에 부추기면서 막대한 량의 전략물자를 계속 넘겨주고있다.

정세가 이러하므로 쏘련은 국방을 위해 군사력과 경제력을 배가하려고 각방으로 노력하는 한편 외교활동을 활발하게 벌리고있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자료까지 알려주면서 날을 따라 확대되여가는 2차대전의 전모와 제국주의국가들의 움직임을 설명한 크리멘은 자기들이 띠고온 사명을 보고했다.

쏘련이 도이췰란드와 일제에 의해 서쪽과 동쪽에서 협격을 받을 위험이 증대되는 환경에서 국제당과 쏘련지도부는 일제에게 전쟁도발의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해 만저우에서 활동하는 반일무장부대들이 작전행동을 그만두고 원동지구에 철수하기를 바란다. 이것은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사회주의국가의 존망과 관련되는 지극히 심각한 문제이므로 공산주의자들을 핵심으로 하여 조직된 조선인민혁명군의 사령관이신 김일성동지께서 심중하게 고려하여 요구에 응해주기 바란다는것이였다.

발언을 마치고 손수건을 꺼내여 얼굴에 흐르는 땀을 씻은 크리멘은 아까 수림속에서 이야기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엄숙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김일성동지를 지켜보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시종 부드러운 표정이였다. 대답의 말씀도 부드럽게 떼시였다.

《국제정세와 그 추이에 대한 국제당과 쏘련지도부의 평가는 우리의 견해와 비슷합니다. 지금 반일전쟁을 하고있는 혁명군의 견지에서 첨가하고싶은것은 일제가 추축동맹을 맺고 세계의 재분할을 위한 대전에 뛰여들려고 준비하면서 그 병참기지인 조선과 만저우에서 정세를 안정시키려고 발악한다는 사실입니다.

일제는 지금 군사적, 외교적승리를 과장하여 떠들면서 특히 예속국가의 인민들속에 저들의 강대성에 대한 환상을 조장하려고 애쓰는 한편 반일기세를 누르려고 폭압을 가증하고있습니다. 그리고 인민들의 반일기세를 고무하는 반일무장세력을 소탕하려고 대병력을 투입하여 공세를 취하고있으나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외교적인 책략도 꾸미고있을것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말씀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시였다. 교활한 일제는 지금 동서협격의 위기를 앞에 두고 긴장되여있는 쏘련의 형편을 넘겨다보면서 무엇보다도 저들의 숨통을 조이고있는 동북에서의 무장항전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쏘련으로 하여금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외교적압력을 가할수 있을것이였습니다. 이전날 로일전쟁에서 패하여 여러가지 리권을 뺏기고 땅까지 떼여준 로씨야가 일본에 원한을 품고있지 않을수 없겠지만 지금 동서협격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남의 나라 혁명에 부당하게 간섭한다고 생각하시였다. 그이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으며 어조는 진중했다.

《우리는 국제당과 쏘련지도부의 립장을 충분히 리해합니다. 일제에게 대쏘침공의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해 동북지방에서의 반일무장투쟁에서 대부대작전을 고려해달라는 문제는 이전에도 제기되였습니다. 우리는 적들이 발악적인 대부대공세로 이전한 조건에서 전략을 바꾸어 소부대활동으로 넘어갈데 대한 방침을 제시하고 이미 새 전략에로 이행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조선혁명의 핵심력량을 보호하고 육성강화하기 위해 혁명군의 일부성원들을 원동의 기지에 파견하기로 하고 대오를 편성했습니다.》

크리멘은 만족하여 허리를 펴며 빙그레 웃었으나 김일성동지께서는 진지하게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렇지만 우리 무장력 전체가 원동지구에 철수하기를 바란다는 제의에는 응할수 없습니다. 이것은 반일투쟁을 중도반단하며 조선혁명을 포기하는것으로 됩니다. 우리는 인민의 념원을 안고 승승장구하여온 무장투쟁을 중도반단할수 없으며 혁명을 포기할수 없습니다.

오히려 투쟁을 더욱 적극적으로 내밀며 판을 크게 벌리자는겁니다. 말하자면 우리에게 불리한 대부대작전을 버리고 소부대, 소조활동으로 넘어가 일제와의 대결에서 주도권을 틀어쥐자는겁니다.》

크리멘은 검은 눈이 침침해지고 량미간에 주름이 가득해졌다.

눈길을 떨구고 가쁜숨을 쉬다가 유감스러운 빛을 띠우고 입을 열었다.

《유일한 사회주의국가인 쏘련의 운명은 세계의 모든 공산주의자들의 투쟁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관건적인 문제인 동시에 절박한 문제입니다. 이런 때를 당하여 조선의 공산주의자들이 국제당과 쏘련지도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엄숙하게 앉아있는 사절들을 둘러보시면서 열정적으로 말씀하시였다.

《조선의 공산주의자들도 쏘련을 희망의 등대로, 미더운 우방으로 생각하고있으며 쏘련의 성과에서 힘을 얻고있습니다.

그러기에 지난날 일제가 쏘련침공의 기도를 드러낼 때마다 <쏘련을 무장으로 옹호하자!>는 구호를 들고 일본군의 후방을 타격하여 적들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자기 운명을 남에게 맡길수 없으며 조선혁명을 쏘련이 수행해주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자기 운명은 자기가 틀어쥐고 개척해야 한다는 립장을 견지하며 일제에게 강점된 조국을 우리 힘으로 광복할것입니다.》

크리멘은 어깨를 낮추고 움직임이 없더니 미간에 주름을 모으고 옆에 앉은 중국동지에게 낮은 소리로 무엇인가 이야기하는것이였다. 긴장해서 듣고있던 중국동지가 고개를 기웃해보이자 다시 이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정중하게 물었다.

《지금 횡포해진 일제가 조선국내에서 폭압을 강화하는 한편 무장부대들을 소탕하려고 대대적인 공세로 나오는 형세에서 유격대의 적은 력량으로 대결의 주도권을 잡는다는것이 우리에게 리해되지 않습니다.

그럴만 한 력량이 어디에 있습니까.》

《가혹해지는 일제의 폭압이 그러한 력량을 키우고있습니다. 억압이 있는 곳에는 항거가 있는 법입니다. 탄압에 시달리며 노예되기를 강요당하는 수천만 조선인민이 강점자들을 때려부실수 있는 믿음직한 세력입니다.

혁명의 골간들인 우리의 혁명군대원들이 조선과 만저우의 광범한 인민들속에 깊이 침투하여 억압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각성시켜 반일전선에 묶어세운다면 력량대비는 우리에게 유리해질것이고 결전의 주도권을 우리가 틀어쥘수 있습니다.

쌓이고쌓여온 조선사람들의 원한이 이것을 바라고있으며 일제통치 30여년간의 항거와 투쟁의 력사, 쓰라린 피의 교훈이 이것을 요구하고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인민들의 성숙된 념원을 투쟁에로 이끌어갈만 한 지도력량이 있으며 전민항쟁의 주력이 될 준비된 무장대오가 있습니다.···》

젊은 사령관의 확고한 주견과 론리정연한 진술에 압도된 사절들은 정숙하게 앉아 주의깊이 듣고있을뿐이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인민들의 성숙된 념원과 그것을 이끌어갈만 한 지도력량이 있기때문에 우리는 얼마전에 소부대활동에로 넘어갈 전략을 제시하면서 많은 공작조들을 새로 편성하여 국내와 만저우의 주요지대들에 파견했습니다.

일제가 군항들과 화학공장건설을 다그치고있는 함경북도의 라진, 명천지구, 남해안의 려수, 진주지구, 유색금속기지인 남포, 문천, 단천지구와 남부조선의 공장지구들···

평양이나 서울과 같은 큰 도시들과 철도교차지들에서는 이미부터 지하조직들이 활동하고있습니다.

우리는 일본에 끌려가 고역에 시달리는 조선인로동자들, 청년학생들속에도 반일조직을 꾸리고있으며 날이 갈수록 더많은 조선청년들이 징집되고있는 일본군대안에도 반일조직을 꾸리려고 합니다. 말하자면 전국의 도처에 혁명의 불씨를 뿌리고 가꾸어갑니다. 이제 때가 되면 반일의 불길이 온 강토에 타번질것이며 일제를 그 불길에 태워버릴것입니다.》

크리멘은 들으면서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한동안 잠자코계시던 그이께서 말씀을 떼시였다.

《크리멘동지, 한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제가 대답할수 있는 문제라면···》

크리멘은 어정쩡해서 중얼거렸으나 그이께서는 다정하게 웃으며 물으시였다.

《크리멘동지가 국제려단을 지휘했던 에스빠냐공민전쟁에서 인민전선측이 어째서 패배했습니까?》

크리멘은 체험했던 일을 서글프게 더듬다가 자신있게 대답했다.

《많은 이야기를 할수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프랑꼬반동군에 대한 히틀러와 무쏠리니의 파쑈군지원이 막강했던때문이지요.

도이췰란드는 거의 5만, 이딸리아는 거의 10만에 달하는, 최신무기로 장비한 군대를 들이밀었지만 인민전선측에는 국제적지원이 약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국제적인 불간섭협정을 표방하면서 구경만 했고 쏘련은 적극적인 립장을 견지했으나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은데다 무장장비도 그때까지는 보잘것 없었지요.

게다가 에스빠냐혁명부대들과 국제련합군에 대한 통일적인 지휘가 보장되지 못했습니다.···

진정 분하고 억울한 실패였지요.》

《프랑꼬에 대한 파쑈국가들의 지원이 막대했던것은 사실이고 인민전선측의 지휘체계가 혼란되였던것도 사실입니다.》 하고 김일성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그렇지만 실패의 결정적원인은 에스빠냐 자체의 주체적혁명력량이 약했기때문입니다.

우리는 유격전쟁을 하면서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에스빠냐의 혁명전쟁과정을 주시했습니다. 인민들의 의사에 의해 주권을 잡은 인민전선이 로동자, 농민을 비롯한 근로대중들과 중하층 장교들에 이르기까지의 군인들을 자기 두리에 굳게 묶어세워 주체적혁명력량을 튼튼히 꾸려야 했을것입니다. 자기인민의 힘에 의거한것이 아니라 남의 지원만을 바라다나니 실패를 면할수 없었지요.

현시대의 인민혁명에 의한 커다란 력사적교훈입니다.》

코날이 우뚝한 크리멘의 얼굴은 깊은 생각에 젖어있었다. 자기가 참가했던 혁명전쟁에 대해 중요한것을 알려주느라 했는데 오히려 심각한 깨우침을 받았으며 심오한 철리가 박혀있는 김일성동지의 말씀이 국제당과 쏘련측이 조선인민혁명군 사령관에게 제기한 문제에 대한, 비유적으로 강조된 명철한 답변임을 깊이 깨달았던것이다.

공식적으로 할 말은 더 없었으나 높은 안목과 투철한 판단력을 지니신 조선빨찌산 사령관의 여유작작한 성품에 매혹된 사절들은 일어설념 하지 않았다.

하여 그들은 반일투쟁의 실태와 전망에 대해 관심되는바를 진지하게 물었으며 허심하고 락관적인 해설에 심취되여 시간가는줄 몰랐다.

이튿날 아침 크리멘일행은 림춘추가 인솔하는 대오를 따라 쏘만국경을 향해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