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10


 
 

제 1 장

10

 

지엔다오(간도)의 중심지구인 우두양산(오도양산)에로 행군하는 사령부소부대는 식량이 떨어져 곤경을 치르고있었다. 가물로 하여 더욱 농사를 망친 밭들에는 곡식그루터기와 마른 잎사귀만 엉성하게 널려있고 도로옆에 장승처럼 박아세운 패말들에서는 유격대원들에 대한 귀순권고문이 바람에 너펄거렸다. 산간의 부락들마다에 《토벌대》들이 욱실거려 민가에는 접근할수가 없었다.

말라버린 무수해를 뿌리채 우려서 끼니를 에우군 하는 유격대원들은 맥을 추지 못해 비칠거리며 큰고개를 넘기 어려워했다.

대오는 어느날 산등성이를 넘어서다가 넓은 골안에 펼쳐진 가을한 강냉이밭을 발견했다. 내려가보니 그루터기만 남은 밭고랑들에는 《토벌대》의 군화자욱들이 어지럽게 남아있고 짚단들을 세워두었던 자리에서는 시꺼먼 재티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농사군들이 살던 불탄 귀틀집자리를 헤집어보던 대원들이 거멓게 숯이 된 송치들속에서 타다남은 강냉이이삭들을 반자루쯤 주어왔다.

그것을 털고 씻어 한웅큼씩 나누어줄 때 덜 탄쪽으로 검누른 알들을 골라서 사령관동지께 드렸으나 그이께서는 언제나처럼 남다른 몫을 사양하시고 다른 대원들과 꼭같은, 숯이 된 알갱이들로 끼니를 에우시였다.

사령부의 작식을 책임진 녀대원들이 배낭에는 두되가량의 좁쌀이 비상용으로 남아있었으나 어느 누구도 그 자루를 헤치라고 하지 못했다. 죽을 쑤어도 이틀분이 되지 않을 그 량식이 사령부소부대의 마지막비상미였다.

엄혹해지는 정세와 간고해지는 생활은 작은 규모의 성원으로 움직이는 대원들의 가슴에 어두운 그늘을 던지고있었다.

《그 마을에도 <토벌대>들이 주둔하고있습니다.》

《골짜기에 외따로 있던 집들은 다 헐어버리고 거기 살던 사람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토성을 쌓은 집단부락에 이사시킨 모양입니다.》

식량공작에서 돌아와 드리는 보고들에서는 실망이 울렸고 힘들게 옮겨놓는 대원들의 걸음에서는 투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처럼 엄혹한 정세에서 새 전략을 관철하기 위한 군중공작을 어떻게 벌리며 이해 겨울을 어떻게 날것인가! 먹고살 식량을 해결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서 혁명승리를 위해 과연 어떤 활동을 할수 있단 말인가.···

대원들의 가슴속에 떠도는 실망과 우려를 헤아리며 걸음을 옮기시는 사령관동지의 마음은 못내 무거우시였다. 지난시기 간고하던 때마다 사령부의 의도를 깊이 파악하고 앞장서서 난국을 타개하면서 《사령관동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맡아 처리하겠습니다.》 하고 자신만만하게 나서군 하던 끌끌하던 지휘관들과 대원들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라 안타까우시였다. 지금 그네들은 모두 새 전략을 관철하기 위해 광활한 전선의 각처에서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고있다.

적군이 구름처럼 밀려와도 눈섭한오리 까딱하지 않고 담배대를 꼬나문채 전투를 지휘하는 최현이며 일본군의 고급장교로 변장활동도 잘하는 락천가인 안길 그리고 류경수··· 등 로병들은 동만일대에서 소부대들을 지휘하며 박덕산과 그밖의 몇몇 련대장, 정치위원들은 두만강류역에서, 최성택이며 서철, 박성진 등 지휘관들은 압록강 북변에서, 조동욱을 비롯한 많은 투사들은 국내의 지하에서, 박락권이며 조정철 등은 사령부의 특수임무를 맡고 각곳에 흩어져 싸우고있다.

그이의 곁에는 지금 투쟁경력이 짧은 어린대원들이 태반이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샤오하얼(소할바령)에서 소부대들을 편성하여 떠나보낼적에 새로운 환경에서 적은 인원으로 활동하자면 불안한 일들이 많을터인데 단련되지 못한 대원들까지 끼워있으면 지휘관들이 더 힘들거라고 념려하면서 어린대원들을 모두 자신께서 친히 맡아 인솔하시였던것이다.

우두양산의 산세가 험한 골짜기에 도착하여 분비와 가문비들이 울창한 수림속에 초막을 지으면서 밀영을 꾸렸다. 몇명의 대원들은 산열매라도 찾아보려고 산속으로 들어갔다.

한낮때에 망원초에서 적정이 생겼다는 신호가 울렸다. 골짜기에서 일하던 대원들이 부랴부랴 전투준비를 하는 사이에 경위중대 정치지도원이 망원초가 자리잡은 산등성이로 뛰여올라갔다. 총소리는 울리지 않았고 적병들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시간쯤 지나서 산등성이에서 강준이 망원초병을 한쪽팔에 끼고 내려왔다. 풀판에 군용지도를 펴놓고 앞으로의 활동을 구상하고계시는 사령관동지께로 다가가서 기력이 약해진 초병이 눈앞이 어질거려 비탈아래 널려있는 나무그루들을 적들로 보았다고 사태를 밝혔다.

그이께서는 어깨가 처지고 고개를 들지 못하는 대원을 측은하게 여겨보시다가 아무 말씀도 없이 강준과 나란히 그 대원을 부축하여 병실초막으로 향하시였다. 그 대원에게 비상용좁쌀로 미음을 써주면서 기력을 회복하게 조치를 취해주시고는 작식대원들을 불러 주어진 조건에서 소부대의 급식을 개선향상시킬 방도를 의논하시였다.

사령관동지의 신변호위에 마음쓰면서 한시도 곁에서 떠나지 않던 강준이 이날 저녁에 대원 두명을 데리고 식량공작에 떠났다. 풀뿌리나 나무껍질을 우려서 이어대는 끼니로써는 대원들뿐아니라 사령관동지의 안녕까지도 보장할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낟알을 못 구하면 산짐승이라도 사냥해오리라고 결심했던것이다.

어둠을 헤치고 20리 산길을 걸어 부락에 접근한 그들은 밤늦게까지 《토벌대》들이 돌아치며 경계가 삼엄한것을 보고 돌아서지 않을수 없었다. 멀지 않은곳에 사령부가 자리잡고있었으므로 특별히 조심했다. 날이 밝은뒤에 산속을 찾아다니면서 산짐승들을 띠여봤으나 총소리를 내지 않고 잡을수는 없었다. 높은 산지대에서 잣나무수림을 만나 백송진에 손들을 꺼멓게 매닥질하면서 잣송치를 따서 배낭마다에 벌어지게 채웠다. 돌아오는 길에서는 검누르게 말라가는 버섯밭을 만나 정신없이 캐여 모았다. 담을 그릇이 없어 군복 웃동을 벗어싸들고 오다가 생각에 잠겼던 강준이 말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언제나 우리들과 꼭같은 음식을 나누어잡수시는데··· 이 버섯을 확인해봐야겠소》

짐들을 내려놓고 밥통에 버섯을 찢어넣고 끓였다. 강준은 두 대원에게는 잣을 까먹게 하고 다 끓은 버섯국은 제가 맡아 먹었다.

다시 길을 걸어오다가 강준이 배를 끌어안고 딩굴던 끝에 까무라쳤다. 의식을 잃은 정치지도원을 두 대원이 번갈아 업으면서 저녁때가 다 되여 밀영에 도착했다. 그들은 사령관동지께 경위를 보고했다.

《···독버섯이 섞여있는것 같습니다. 저희들이 검식을 해야 되는데 정치지도원동지가 먼저···》

사령관동지께서는 환자에게 해독제를 먹이고 그가 소생할 때까지 곁에서 떠나지 않으시였다.

대원들은 모두 자기들이 처신을 잘못한것만 같아서 송구한 마음으로 말없이 움직였다. 견실하고 억센 로병의 자기희생적인 행동에서 충격을 받았던것이다.

밤중에 의식을 차린 강준은 등잔불곁에서 걱정스럽게 자기를 굽어보고계시는 사령관동지를 멀끔히 우러러보다가 일어나려고 모지름을 썼다.

《일어나지 마오. 마음놓고 푹 쉬오.》

사령관동지께서 어깨를 안아 편안하게 눕혀놓으니 강준은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사령관동지, 제가 그동안 식량때문에 너무 안달아한것 같습니다.》

그이께서는 흘러내린 모포를 여미여주고 말씀하셨다.

《식량도 있어야지. 강준이- 동무가 고생이 많소!》

그러시고는 작식대원들이 쑤어온 미음을 그의 입에 떠넣어주면서 몸이 추설 때까지 누워있어야 한다고 다정하게 위로하시였다.

강준이 잠이 든뒤에 그이께서는 초막을 나서시였다. 우중충한 산발들뒤에 펼쳐진 별이 가득한 하늘가를 바라보시다가

《제가 식량때문에 너무 안달아한것 같습니다.···》

하고 자책비슷이 뇌이던 강준의 말이 떠올라 뜨거운 숨을 후련하게 내쉬시였다. 중대정치지도원인 그는 식량문제가 아무리 절실하다 해도 투쟁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님을 인식하고있는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이의 곁에는 강준이만큼이라도 준비된 전사들이 많지 못했다.

골안 웃쪽의 사령부초막을 향해 걸음을 옮기시면서 그이께서는 지금의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나갈것인가 하고 깊이 생각하시였다.···

이튿날 아침에 사령관동지께서는 주변의 지세를 돌아보려고 대원 두명을 데리고 밀영을 떠나시였다. 다른 대원들은 식량을 대신할 도토리를 주으려고 고개너머로 떠난뒤였다.

그이께서 지금 돌바닥이 앙상하게 드러난 골안길을 따라 높은 산에 오르시는데는 다른 한가지 의도도 있었다.

지난해 겨울에 대부대선회작전을 벌렸을 때 이 일대의 어느 산중턱에 눈을 파고 쌀포대들을 묻어두었었다. 지도에 점찍어두기는 했으나 그때 일을 처리한 대원들이 지금 없었으므로 그 자리를 찾기가 어려울것이고 찾는다 해도 눈을 파헤치고 묻어둔 식량이 여직껏 제대로 남아있을것 같지 않았다. 적들의 주목을 끌지 않기 위해 번번한 산중턱에 묻었다는 보고를 받았었는데 그후에 찾아오지 못했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해도 눈녹은 뒤에 썩고 좀이 쓸고 짐승들의 먹이가 되여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번 그 자리를 찾아보고싶으시였다. 이 지대에 오니 그때 일이 회상되였을뿐더러 짐승들이 파헤친 나머지라도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대원들에게 공연한 기대를 주고싶지 않아 그 일에 대해서는 입밖에 내지 않으시였다.···

한낮이 가까왔으나 해는 보이지 않았다. 멀겋게 흐린 하늘아래서 갈가마귀들이 무리지어 떠돌았다. 산속은 새들의 우짖음소리도 없이 쓸쓸하게 설렁거렸다.

장마철에 골개울이 태질하며 파놓은 웅뎅이들에는 마른 풀잎과 삭정이를 걷어안고 나무뿌리들이 엉성하게 드러나있었다.

발구채처럼 휘우듬히 구부러든 골짜기를 따라 걷다가 왼손켠으로 집채같은 바위가 거멓게 두드려져 보이는 산아래서 걸음들을 멈추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지도를 펼쳐 지형을 확인하고 등성이에 오르시였다. 참나무, 자작나무들이 들어찬 가파로운 비탈에 가랑잎이 뒤덮여있었다. 바위밑에 이르자 사령관동지께서는 두 대원을 불러 지난 겨울에 7련대가 쌀을 묻어두었던 경위를 알려주고 락엽을 헤치면서 찾아보라고 말씀하시였다.

《두세곳에 나누어 묻었을수도 있으니 폭을 넓게 잡고 찾으시오.》

그러시고는 바위밑을 에돌아 산정으로 향하시였다. 산마루에서는 이깔나무들이 빗살처럼 들어선 건너편 산정이 한눈에 바라보였다.

골안을 따라올라가면 막치기에 비탈이 순한 고개가 있을것이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그때 눈덮인 고개마루에서 뒤에 오는 부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시였다. 그때를 더듬노라니 기관총을 어깨에 메고 허옇게 성에가 불린 얼굴을 훔치면서 유쾌하게 싱글거리던 오중흡련대장의 모습이 눈앞에 선히 떠오르는것이였다.

《사령관동지, 명령대로 집행했습니다. 후에 선회로정을 돌아올 때 제가 가서 파오겠습니다.》

오중흡은 언제나처럼 범상하게 말했었다. 큰 일을 치르거나 죽을 고비를 지나오고서도 대수롭지 않게 간단히 보고하군 하는 그의 사람됨을 잘 알고계시는 그이께서는 련대장과 대원들의 몸에서 떠오르는 땀김과 성에덮인 얼굴을 여겨보시면서 힘들었겠는데 쉬라고 각근하게 이르시였다.

했으나 오중흡은 오히려 자기들때문에 그이께서 기다리며 몸을 얼구신것 같아 불안해했었다.

《우린 막 덥습니다. 사령관동지, 이 추위에··· 어째 이렇게 서계십니까. 동상을 입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얼어서 소가죽처럼 꽛꽛해진 우에 눈가루가 엉켜붙은 사령관동지의 신발이며 행전을 걱정스럽게 살피였었다.···

끝없이 충성스럽고 인정겹던 혁명전사에 대한 그리움이 요즈음 따라 더욱 애달프게 가슴에 파고드는것이였다.···

《사령관동지.》

대원 한명이 수림속을 올라오며 불렀다.

《사령관동지, 샅샅이 찾았는데··· 없습니다.》

그이께서는 바위아래로 내려가시였다. 저쪽켠에서 찾으며 올라오는 대원도 같은 소리를 하였다.

《사령관동지, 눈이 녹은 후에 없어진것 같습니다.》

《···》

그이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비탈을 살피시였다. 알밤을 주은 뒤끝처럼 반반해진 땅바닥과 뒤집어진 가랑잎무지들을 더듬어보시다가 걸음을 내짚으시였다.

《그럴수 없소. 오중흡이 그렇게 허술하게 처리했을수가 없소!》

전사한 련대장을 생각하며 흥분하여 단호하게 말씀하시였다.

《더 찾아보기요.》

《···》

《···》

대원들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제사 사령관동지께서 지금 어떤 심정에 싸여계시는가를 어렴풋이 깨닫고 다시 찾기 시작했다.

그이께서 릉선쪽으로 나가고 계실 때 뒤에서 대원들이 주고 받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잠시후에 기쁨을 억제하는 부르짖음이 터져나왔다.

《사령관동지, 여긴것 같습니다!》

그이께서는 대원들쪽으로 걸어가시였다. 대원들은 총창으로 땅을 뚜지고있었다. 뚜지면서 돌아보고 벌쭉벌쭉 웃었다.

《이 어방이 별나게 내려앉았길래 찔러봤더니 날창이 쑤욱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얼마큼 뚜지고나서 손으로 부식토층을 걷어내니 돗자리반만큼 아구리를 딴 구뎅이속에서 거멓게 썩은 쌀가마니가 드러났다. 얼추 동여맨 가마니는 잡아들나위없이 뭉기적 떨어져나가고 썩은 짚을 헤치니 누렇게 뜨고 파르스름한 곰팽이가 앉은 덩어리들이 흩어졌다. 두 대원은 덩이들을 입에 넣었다가 내뱉었다. 두줄로 올리쌓은 쌀가마니들은 헤치고 내려갈수록 더 한심했다.

가마니와 마대들은 열두개나 되였으나 건질만 한것은 한줌도 없었다. 두 대원은 실망하여 락엽무지에 주저앉았으나 그들과 나란히 앉은 사령관동지께서는 축축히 젖어드는 눈길을 돌려 먼 하늘가를 바라보고계시였다. 눈무지밑에 묻어두라고만 했는데 오중흡은 언부식토층을 파헤치고 이렇듯 굳건하게 매몰했던것이다. 그가 황경피나 가래나무를 덮어 방수, 방부대책을 취하지 않은것은 시간이 급해서가 아니라 선회로정을 따라 부대가 눈녹기전에 이리로 오게 되여있었으며 자기도 함께 오리라고 생각해서였으리라.-

《···사령관동지, 명령대로 집행했습니다. ···돌아올 때 제가 가서 파오겠습니다.···》

땀김으로 허옇게 성에가 불린 얼굴을 훔치면서 벙글거리던 오중흡은 서북으로 멀리 류커쑹(륙과송)에까지 진군해갔으나 싸움터에 쓰러져 다시 일어서지 못했으며 부대도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았었다.···

오중흡은 전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으나 그가 수행한 과업은 작은 일에 이르기까지 성실성과 드팀없는 신조를 드러내보이면서 오늘도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중흡이, 중흡이- 지금과 같이 어려운 때에 동무가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나도 한결 마음이 든든할거요.···》

하고 그이께서는 속으로 외우시였다. 지금 밀영에 있는 대원들에게 낟알한알 가져다 줄수 없지만 전사한 오중흡의 사람됨을 눈앞에 그려보느라니 가슴이 뜨거워지는것이였다.

그러한 심정, 그가 지녔던 신념과 지조는 지금같이 어려운 때에 쌀 몇백석과도 비교할수 없는 귀중한 정신적량식인것이다.

《누룩이라도 만들수 있는쪽을 골라 한배낭쯤 지고 가기요.》

사령관동지께서는 먹을것보다도 거기에 깃들어있는 오중흡의 심정이 귀중하여 대원들에게 그렇게 이르시였다.

오중흡에 대한 생각이 갈래를 뻗어 얼마전에 전영찬이라는 련대장과 함께 베이만(북만)을 대표하여 샤오하얼(소할바령)회의에 참가했던 그의 막내동생 오재영의 모습이 떠올랐다.

베이만원정당시의 사령부전령병, 난후터우(남호두)군정간부회의를 마치고 끌끌한 대원들을 베이만의 항일련군부대들에 파견할 때 떠나보냈던 그를 다섯해가 지나 가을바람에 새초가 설레이는 샤오하얼의 산등성이에서 만나시였다. 그때 그이께서는 그지없이 반가우면서도 가슴이 아프시였다.

짧지도 않은 그 기간에 유격전쟁의 풍상속에서 교도대정치위원으로 성장한 름름한 오재영이를 보는것이 대견했으나 전사한 그의 형생각에 가슴이 무죽해지시였다. 하지만 형이 전사한 사실을 진작 알고있었던 오재영이 오히려 제쪽에서 그이를 위로하느라 왼심을 쓰며 《사령관동지, 전사한 대원들의 생각까지 그렇게 하신다면 어떻게 견디여내겠습니까!》 하고 걱정하는 말을 듣고는 못내 감동하시였었다.

회의가 끝난뒤 하루이틀 쉬고 떠나라고 권고했으나 빨리 베이만에 돌아가서 소부대활동방침을 전하겠다면서 지체하려 하지 않았다.

고개우에 올라 바래울 때 소부대활동으로 성과를 거둔 소식을 가지고 래년쯤에 다시 오겠다던 오재영이··· 씩씩하고 생기넘치던 그 모습과 더불어 오중흡이며 그들 네형제를 혁명의 길에 내세운 오로인의 의젓한 자태를 눈앞에 그려보면서 그이께서는 오래도록 그윽한 명상에 잠겨계시였다.

《이렇게 늦어질줄 알았더면 점심을 싸가지고 올걸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너그럽게 웃으시였다.

《괜찮소. 나는 오늘 진수성찬을 대접받은것보다 더 만족스럽소. 동무들은 어떻소?》

《생각이 깊어집니다.》

대원의 대답에 그이께서는 뜻있게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골안길을 내려오느라니 저물어가는 하늘에서 비꽃이 떨어졌다. 가느다란 비살이 가지에 붙어있는 마른 잎새를 두드리다가 슬그머니 그쳐버렸다.

밀영에서는 병상에서 일어난 강준이 창백한 얼굴에 밝은 웃음을 띄우고 눈을 번쩍이며 반겨맞았다.

《사령관동지,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무사히 돌아왔을뿐더러 성과를 거두었소.》

그이께서는 웃으셨으나 강준은 엄숙해지면서 보고했다.

《도토리 주으러갔던 동무들이 두 고개너머에서 <토벌대>들과 조우할번 했답니다. 2백명이 넘는 일본군 <토벌대>들이 산등성이를 넘어오는데 우리 동무들이 먼저 발견하고 은페하지 않았더라면 큰변이 날번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사령관동지를 찾아 올라가자던 참입니다.》

밀영에서는 경계를 배가하고 모두들 긴장되여있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이날 저녁 대원들을 모여놓고 오중흡련대장의 혁명가적품성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의 례를 들어 말씀하시고 나서 정세의 엄혹성과 투쟁의 간고성에 대해 허심하게 털어놓으시였다.

···우리는 10년이나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면서 싸웠지만 그런 고생을 장차 5년 더하게 될지 10년 더하게 될지 찍어 말하기는 어렵다.

최후의 승리가 우리에게 있다는것은 명백하지만 그 길에는 허다한 난관이 있다. 우리가 이때까지 겪은 난관보다 몇배, 몇십배 더 큰 난관도 있을수 있다. 그러니 우리를 끝까지 따라가 혁명을 계속할 신심이 없는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

가겠다는 사람에게는 려비도 주고 길량식도 주겠으니 마음놓고 떠나라. 그러되 함께 싸워온 정을 봐서도 인사는 하고 가라.···

그이의 말씀이 끝나자 흥분에 싸여있던 대원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격동된 대원들은 목놓아 울면서 저마끔 부르짖었다.

《사령관동지- 혁명승리를 보지 못하고 죽는다 해도 일없습니다. 혁명정신을 가지고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투지가 약했던 저희들을 용서해주십시오-》

《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으니 우리는 사령관동지곁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굽이쳐흐르는 생활을 멀리까지, 소용돌이치는 밑바닥까지 꿰뚫어보며 털어놓은 준엄한 진실에 대한 호소는 대원들의 가슴마다에 나약했던 자신에 대한 격렬한 반성을 야기시키면서 참다운 인간성을 눈뜨게 하고 혁명가로서의 자각을 가다듬게 했다. 하여 격렬하게 터져나오는 그 부르짖음은 위대한 인간을 우러르는 열렬한 믿음과 사랑이였고 받아안은 은정에 대한 의리깊은 보답의 맹약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