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1


 
 

제 1 장

1

 

험준한 산발들우에 아침해가 솟아올랐다.

해빛은 깊은 골짜기의 새벽그늘을 거두면서 숲속의 물방아간마냥 수림에 가리워져 눈에 띄지 않던 산기슭의 작은 귀틀집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뙤창으로 흘러드는 빛살에 어둑시근하던 방안이 한결 밝아지고 아늑해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참나무걸상에 앉아 얼굴이 몰라보게 수척해진 혁명동지를 걱정스럽게 지켜보시였다. 맞은켠에 앉은 워이정민(위증민)은 죄송스러운듯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면서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 줄기침을 깇었다.

《이놈의 기침이 귀중한분과 이야기하는 동안도 참아주지 않는군요.》

워이정민은 롱조로 말했으나 그이께서는 쓸쓸하게 응대하시였다.

《그 기침은 몸에 붙어있는 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것 같습니다.》

환자가 숨을 가쁘게 쉬면서 이마의 땀을 훔치는동안 그이께서는 지금의 정황에서 취해야 할 결정적인 대책을 다시한번 생각해보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얼마전에 둔화(돈화)현 샤오하얼(소할바령)에서 조선인민혁명군 군정간부회의를 소집하여 대부대작전으로부터 소부대작전으로 이행할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방침을 제시하고 국내와 만저우(만주)의 각곳에 소부대, 소조들을 편성하여 파견하시였다.

그러시고는 전구로 진출하는 길에 린접한 전구가 걱정되고 부상당했다는 지휘관의 건강이 걱정되여 먼길을 에돌아 이곳에 찾아오셨던것이다. 워이정민은 중국의 혁명가지만 조선혁명을 위해 기여를 많이 한 의로운 동지였고 십년가까운 세월 일제를 반대하는 투쟁에서 풍상고초를 함께 겪어온 귀중한 전우였다. 부상당한 상처는 나아가고있었으나 고질적인 위병과 심장병이 더해져 고생하는데 차지는 날씨에 감기까지 걸려 병세가 악화되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호흡이 고르로와지자 진중하게 말씀하시였다.

《워이정민동지, 어제밤에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동지의 병은 여기 밀영조건에서는 호전시키기 어려울것 같습니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쏘련에 들어가 병치료를 하는게 어떻겠습니까? 마침 원동지구로 들여보낼 성원들이 지금 집결중에 있는데···》

워이정민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만 저는 어디로도 가지 않겠습니다. 난만(남만)에서의 투쟁이 엄중한 좌절을 당한 때에 지휘성원인 제가 어떻게 전장을 떠날수 있겠습니까!》

《···》

김일성동지께서는 학자같이 조용하고 소박한 인상을 주는 동지의 얼굴을 정겹게 바라보시였다.

《나는 누워 앓으면서도 몇해전에 백두산의 어느 밀영에선가 김일성동지와 함께 음력설을 쇠던 일을 자주 회상했습니다···》

《횡산밀영에서였지요.》

《그때 김일성동지께서는 저의 병치료를 위해 밀영에 치료실을 꾸려주고 여러가지 약을 보장해주던 끝에 공작원을 파견하여 인조자라혈까지 구해다 주셨지요.》

워이정민은 이슬기어린 눈으로 아침해빛이 비쳐드는 뙤창쪽을 망연히 바라보면서 서글픈 미소를 짓고 말을 이었다.

《저의 건강을 위해 그처럼 마음을 써주셨고 이번에도 바쁜 길에 친히 보약까지 구해가지고 오신 김일성동지께 저의 건강에 대해서까지 걱정만 끼치니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워이정민동지는 무슨 일에서나 몸을 아끼지 않으니 건강이 나빠질수 밖에 없지요.》

《그때의 일들을 자주 회상합니다. 특히 음력설날아침에 동지들이 모여앉은 자리에서 백두산에 틀고앉아 조선혁명을 끝까지 내밀겠다고 하신 김일성동지의 말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나 역시 싸우던 전구에서 어디로도 가지 않겠습니다!》

워이정민이 다시 기침을 깇기 시작하자 김일성동지께서는 련민의 정을 느끼며 천천히 일어나 벽밑의 탁자에 놓인 물그릇에서 물을 따라 주고 약을 들라고 권하시였다.

《그렇지만 병을 떼야 더 적극적으로 투쟁할수 있지 않겠습니까!》

워이정민은 약을 마시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

《몸에 병이 든건 큰 일이 아니지만 사상에 병이 들면 야단이지요.···

어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난 앓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막대한 손실을 당한 1로군의 병력을 수습하고 재정비하겠는가, 어떻게 하면 실패와 좌절의 쓴맛을 본 난만혁명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는가 하는것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국제당에 편지를 썼던겁니다. 국제당이 중공중앙으로 하여금 8로군의 간부들을 우리에게 보내주도록 하며 또 쏘련으로 하여금 군수물자를 보내주게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말입니다.···》

뙤창으로 흘러드는 해살이 물기가 번들거리는 방안의 귀틀벽을 밝게 비치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벽틈에 희끄무레하게 돋아난 지도모양의 곰팽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계시였다.

(지성이 높고 지조가 굳은 혁명가인데 병으로 하여 일선에 나서지 못하고 정세에 어두워져서 현실을 투시하지 못하는구나ㅡ) 하고 안타깝게 여기시였다.

지난해 늦가을 단풍이 붉게 물든 허룽(화룡)현 오지의 증봉산밀영에서 만났던 국제당 련락원들이 상기되시였다.

조선인민혁명군사령부를 찾아 지엔다오의 산간을 헤매고 다니던 그들 다섯명은 지치고 병 들고 참변까지 만나 나중엔 겨우 세명이 허룽쪽으로 오다가 유격대원들에 걸려 일본특무로 오해까지 받으면서 포승에 묶이워 사령부에 나타났었다.···

국제당이 파견한 로숙한 련락원 몇사람이 찾아오는것도 그렇듯 어려운 만저우의 전구에 쏘련이 무슨 수로 군수물자를 보내며 지금 관내에서 일제침략군과의 전면전쟁에 시달리고있는 로농홍군이 무슨 여유가 있어 수많은 지휘성원들을 수천리 떨어진 곳에까지 보낸단말인가!

《워이정민동지, 그건 가망이 없을것 같습니다.

자기 힘을 믿고 인민들속에 지반을 다지면서 자기 힘을 키워야 합니다. 이 길만이 확실하고 승산이 있는 길입니다.》

워이정민은 또다시 쿨럭거리다가 침상우에 바로 앉으면서 큰숨을 내쉬였다.

《나는 어제밤 내내 김일성동지께서 이번에 제시하신 소부대활동방침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의도는 리해되지만 중국혁명을 하는 나로서는 우려되는바도 있습니다.

그러한 전략이전이 일제의 대공세앞에서의 총퇴각으로 되지 않겠는지, 항일무장투쟁의 기치를 선참으로 들어 전중국의 지지와 성원을 받았던 동북의 공산주의자들에게 있어서 수치로 되지 않겠는지, 관내의 반일항전기세에 부정적영향을 미치지 않겠는지···》

김일성동지께서는 진중하게 대답하시였다.

《소부대활동은 퇴각도 아니고 투쟁의 소극화도 아닙니다.

지금 일제는 대군을 투입하여 우리와 결정적인 싸움을 벌리려 합니다. 이런때에 정예를 자랑하는 대군과의 결전에 나서는것은 전술적으로 불리할뿐더러 후방이 없고 예비대가 없는 혁명군의 패배를 의미합니다. 지난날에 대부대작전으로 전과를 올렸다해서 지금도 그렇게 할수 있다고 장담할수는 없습니다.

싸우는 법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는 놈들의 전법에 끌려갈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법에 끌어넣어야 합니다.

도전하여오는 적에게 응전하지 않는것도 하나의 전법입니다.

적이 아군을 이길수 없게 하면서 아군이 적을 이길수 있게 대세를 마련해야 합니다.···》

워이정민은 생각에 잠겨 듣고있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지금 일제의 식민지정책이 엄중한 단계에 이르고있습니다. 조선에 군림하고있는 미나미총독이라는자는 인민들을 노예화하여 조선을 믿음직한 병참기지로, (대동아공영권)건설의 지반으로 삼으려고 조선사람들의 민족성을 말살하기 위한 <황민화>정책을 악랄하게 감행하고있습니다. 조선말과 글을 빼앗고 조상전래로 물려받은 성씨까지 빼앗고있습니다. 각종 악법으로 인민들의 피땀을 짜내고 등가죽을 벗기면서도 은정이나 베푸는듯이 사람들을 회유하는 서툰 연극까지 놀고있습니다. 음흉하고 악독한 괴물이지요.》

《그놈은 몇해전에 관동군사령관으로 있을 때에도 유격대<토벌>에 악랄하게 날뛰였지요.···》

워이정민은 그이를 쳐다보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 언젠가 들은 소린데··· 반일투쟁만 포기한다면 김일성장군에게 <만저우국>통치권이건 조선주둔군 사령관자리건 달라는대로 주자고 천황에게 상주했다는자가 그놈이 아니던가요?》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물음에는 관여치 않고 쓰겁게 웃으시였다.

《권력과 칼부림에 환장을 한 악독한 일본놈들이 지금 조선민족을 영영 없애버리려고 미쳐날뛰고있습니다.

민족의 생사존망이 위기에 처한 이 엄숙한 시기에 우리 혁명가들이 인민들속에 들어가 반일감정을 고취하면서 힘을 주고 신심을 주어 원쑤들과의 결전을 마련해야지 모험적인 대부대작전을 벌려 핵심력량을 값없이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만회할수 없는 실책으로 될것입니다.》

워이정민의 창백한 얼굴은 엄숙하게 굳어져있었으나 해빛이 쏟아져드는 뙤창쪽으로 바라보는 초점없는 눈길엔 은근한 감동이 빛나고있었다.

《옳은 말씀입니다. 병마에 시달리는 나도 힘이 납니다.》

그는 천천히 일어서서 탁자쪽으로 가더니 그아래서 술병을 꺼내들고 두개의 법랑잔에 따르더니 김일성동지께 권하면서 잔을 잡았다.

《작별을 앞두고 함께 듭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잔을 잡았으나 들지는 않으시였다. 명절에 마주 앉아도 부어놓은 술은 한두모금 마시고는 사양하던 워이정민이 제쪽에서 부어놓고 권하는것이 상서롭지 않아서였다.

《내가 괜히 김일성동지의 바쁜 걸음을 지체시키는것 같습니다만 마십시다. 마시고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어서 하십시오. 그렇지만 술은 마시지 않겠습니다. 워이정민동지에게는 지금 술이 더욱 해롭습니다. 부탁입니다.》

그이께서는 만류하시였으나 워이정민은 고집스럽게 우겼다.

《해롭다는건 압니다. 제가 언제 김일성동지의 권고를 마다한적이 있었습니까! 그렇지만 오늘은 이대로 헤여질수 없는 심정입니다.》

서글프게 웃는 그의 모습에 김일성동지께서는 가슴이 섬찍하시였다. 만나고 헤여짐은 혁명로상의 다반사인데 지금의 그의 말에서는 애수가 느껴졌던것이다. 잔을 찧고 천천히 마신 그이께서는 헤여지기를 아쉬워하는 워이정민의 심정을 헤아리며 잠자코 기다리시였다.

《그러니··· 이 길로 곧장 지엔다오로 나가시겠습니까.》

《한군데 들릴데가 있지만 기본목적지는 지엔다오의 중심지구입니다.》

《그쪽엔 <토벌대>들이 많이 밀려다니겠는데요.》

《<토벌대>말고도 형편이 불리해지고있습니다. 일제는 벌써부터 전시에 대처한 식량증산과 함께 후방의 치안유지를 위해 저의 시책에 충실한 농민들로 개척단들을 무어 만저우도처에 끌어들이고있습니다. 반일투쟁의 군중지반을 허물자는거지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심중한 표정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조선과 린접하고 백두산이 가까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대인 그곳에 나가 지반을 다지는 한편 국내와 만저우도처에 파견된 소부대와 소조들을 지도하면서 반일투쟁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휘몰아가자는겁니다.》

워이정민은 심각하게 듣고나서 말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적들의 전면공세를 맞받아 나가시는데 나는 먼 기슭에 떨어져있으니···》

《힘을 가다듬기 위해 일시 휴식할수도 있지요. 그런데··· 말씀하자는건 뭡니까?》

워이정민은 헤여지기가 아쉬운듯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이전에 휘하에서 싸우던 박중돈동무를 기억하십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시였다. 여기로 오면서도 그리고 와있는 동안에도 은근히 마음속에 걸려있던 대원의 일을 물어보는것이 의아해서였다. 칼칼해 보이는 검스레한 얼굴에서 눈이 번쩍거리는 열정에 넘치는 청년대원···

《알고있습니다.》

어려서부터 광산로동으로 뼈가 굵어진 박중돈은 원쑤에 대한 증오심이 강한데다 날파람까지 있어 공로도 많이 세우고 부상도 여러번 당한 용감한 대원이였다.

김일성동지 휘하에 있을 때에도 잘 싸웠다고 합니다.》

《성미가 거칠지만 진실하고 용감한 대원이였습니다.》

행군할 때면 제쳐쓴 모자채양밑으로 앞머리를 비주룩이 드리운 박중돈이 무거운 자기 배낭우에 힘들어하는 동무들의 총까지 메고가는 모양이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그런 때에 누가 치하라도 하면 히죽이 웃으면서 오히려 게면쩍어 하는 소박한 대원이였다.

푸접없는 성미에 말주변까지 없어 사람들앞에 나서기를 꺼려했지만 입대한지 1년만에 기관총부사수를 시켰더니 생각지도 않았던 보물이라도 받아안은듯 좋아서 벙글거렸다. 기관총을 제가 도맡아 메고다시면서 알뜰살뜰히 닦아주고 반질반질 기름칠해주고 잘 때면 옆에 끼고 자군 하여 동무들이 유쾌하게 웃어대군 했었다.

《한데 어째서 그 동무에 대해 물으십니까?》

워이정민은 잠자코 있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난파이쯔(남패자)회의후에 김일성동지께서 우리 전구를 걱정하여 보내주신 최성택련대가 지금 여기서 핵심부대로 활동합니다. 지휘원, 대원들이 모두 안착되여 임무를 잘 수행하고있습니다.》

《우리도 여기 도착하여 최성택동무에게 형편을 료해했습니다. 원만하게 활동한다니 마음이 놓입니다.》

《원만한 정도가 아니라 훌륭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 육성하신 대원들이 어련하겠습니까! 그런데 일부 동무들의 반영에 의하면 박중돈동무가··· 다른건 없는데 때로 깊은 생각에 잠기는가 하면 지엔다오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기도 한답니다. 아마 김일성동지 계시는곳을 몹시 그리워하는 모양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전날 난파이쯔(남패자)에서 최성택련대를 떠나보낼 때 박중돈의 마음이 의혹을 남기고있는듯 하여 무겁지 않을가 우려하면서도 그만을 떼여놓을수가 없어 따뜻하게 고무하며 바래웠었다. 이태가 지났지만 마음구석에 아릿하게 남아있던 우려가 지금 워이정민의 말을 들으니 더욱 뚜렷해지는것이였다.

(의혹을 남기고 온것만 같아 마음이 무거울수도 있고 동지들앞에서 깨끗한 자기를 보여주고싶은 심정도 있으리라···)

그러나 중병에 시달리는 동지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짤막히 명백하게 대답하시였다.

《어떤 역경속에서도 믿을수 있는 동무입니다. 경위대같은데서 지휘원임무도 훌륭하게 수행할것입니다.》

워이정민은 수긍하듯 잠자코 있다가 불쑥 말했다.

김일성동지, 오늘 떠나시는 길에 박중돈동무를 데리고 가주시지 않겠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안경속에서 어딘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는 워이정민의 표정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조금전에 자기 몸에 해로운줄 안다면서 술을 권하던 때와 같은 예리한 비감을 느끼셨던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워이정민동지곁에 끌끌한 대원들을 한사람이라도 더 남겨두고 싶습니다.》

워이정민의 파리한 얼굴에 겨울저녁의 해빛같은 맥없는 웃음이 떠돌았다. 어설픈 그 웃음으로 하여 그의 몸은 한결 쇠약해 보였다.

《이전날엔 제가 끌끌한 대원들을 달라고 번번히 부탁했고 그럴적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아끼고 사랑하던 대원들을 선선히 넘겨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박중돈동무의 심정을 고려해서 데리고 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데리고 가겠습니다》

시원한 대답에 워이정민은 마음이 놓여 웃었다.

《이날이때까지 도움만 받아오던 김일성동지께 이렇게나마 도움을 드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후련해집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그이께서는 가슴이 쓰라려 뒤말을 잇지 못하시였다. 워이정민의 말에서는 얼마남지 않은 자기 인생을 내다보는 사람의 심리가 느껴졌던것이다.

《제가 진작 최성택동무에게 말해서 박중돈동무를 준비시켰으니 가시다가 만나게 될겁니다.

이젠 더 지체시키지 않겠습니다.》

추연히 앉아계시던 김일성동지께서 천천히 일어서시였다.

《그럼 떠나겠습니다. 래년봄쯤에 다시와 보겠습니다. 내가 오지 못할 형편이면 통신원들을 통해 자주 련계를 가집시다.》

그이께서는 침상 가름대를 잡고 일어서는 워이정민에게로 뚜벅뚜벅 다가가 그의 여윈 손을 잡고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워이정민동지, 사상이 병들면 야단이라고 하셨지요. 마음이 병들어도 야단입니다. 신심을 가지고 이전날처럼 락천적으로 병마를 때려눕힙시다.

부디 안녕히··· 나오지 마십시오.》

워이정민은 물기어린 눈에 행복한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귀중한 시간을 내여 보약까지 구해들고 몸소 찾아와 힘을 주시니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나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김일성동지께서는 친근하게 팔을 부축하면서 나란히 서서 나가시였다. 워이정민은 그이께 의지하여 걸으면서 속삭이였다.

김일성동지, 난만혁명을, 1로군을 한층 추켜세워 주십시오. 이건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부대 모든 성원들의 소원이고 부탁입니다.》

《잊지 않고 있을뿐더러 마음을 쓰고있습니다.

워이정민동지, 부디 건강을 회복하십시오.》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최성택련대장이 다가오면서 물었다.

《사령관동지, 떠나시겠습니까?》

그렇다는 대답에 이어 워이정민이 골안아래쪽을 눈짓해 보이자 최성택은 대원들에게 떠나자고했다.

《고개마루까지 저희들이 함께 가겠습니다.》

《고맙소.》

김일성동지의 대답을 듣고 최성택은 대원들의 앞에 서서 걸음을 옮겼다. 황철나무아래에 서있던 사령부경위대원들도 따라섰다. 전령병들과 함께 뒤에서 걸음을 옮기시던 그이께서 고개를 돌리셨을 때 워이정민은 호위병의 부축을 받으며 휘청휘청 따라오다가 손을 쳐들어 보이는것이였다.

김일성동지ㅡ 부탁합니다.ㅡ》

그 마지막인사는 인생의 길을 더 걸을수 없게 된 투사의 고별처럼 들리여 김일성동지의 가슴을 쓰리게 했다. 허나 그이께서는 오히려 주먹을 쳐들고 웃으며 고무하시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일제도 때려눕히고 병마도 때려눕힙시다ㅡ》

워이정민은 손을 높이 쳐들어 흔들며 눈물이 글썽하여 작별을 고하는것이였다.

《이깁시다. 기어코 이기겠습니다ㅡ》

힘을 다해 부르짖은, 갈려 나오는 그 목소리에 밝은 웃음을 보내고 돌아서서 걸음을 옮기시는 그이의 발걸음은 몹시도 무거우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