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힘 제2편 25

제 2 편

25

 

이때부터 최현은 2명의 무선수를 한시도 떼여놓지 않고 달고다녔다. 그들은 임의의 시각에 군단장의 명령을 타전해야 했고 부대들에서 보내오는 보고를 즉석에서 군단장에게 알려야 했다.

최현의 명령으로 여러 련합부대들이 동시에 기동을 개시했다. 제7보병사단은 단 하루동안에 160여리를 강행군하여 평양에 이르렀고 마전리계선을 떠난 제2보병사단은 원산으로 진출을 다그치고있었다.

군단지휘부는 전선서부에로 기동해간 련합부대들을 쫓아 계속 강행군을 들이댔다. 무선기들이 동작하는동안만 최현도 걸음을 멈추군 했다. 그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주신 평양해방임무를 받은 그 시각부터 단 한시도 눈을 붙여보지 못하였다.

군단지휘부가 신평에 이르렀을 때였다. 정찰부장이 달려와 적들이 평양방향으로 작전적예비대인 미 제9군단 25사단을 긴급철도수송을 시작했다는것을 보고했다.

최현은 긴장했다. 바싹 정신을 차리고 칼칼해진 목소리로 힘겹게 물었다.

《다시 말해보- 뭣이라구?》

《군단장동지, 적들이 작전적예비대로 서울지역에 두고있던 미제25보병사단을 평양으로 수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평양방어선을 구축하려는 심산인가?···》

《그런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북창과 덕천지역에서 패주하는 미제1기병사단도 평양으로 향하고있습니다.》

《?!···》

최현은 또 숨이 막히고 답답해나서 두툼한 손가락으로 가슴팍을 긁었다. 말라터진 입술을 또한번 깨물었다. 그놈들을 막아야 했다. 그놈들이 평양에 쓸어드는 날이면 적들의 평양방어선이 구축될수 있다. 그것은 우리의 평양해방임무를 대단히 어렵게 할것이며··· 결국은 더 많은 피를 흘리게 할것이다. 바로 그래서, 이러한 위험을 예견하시고 장군님께서는 주타격방향의 련합부대들이 이르기 전에 적후의 제2전선부대들로 평양해방전투를 진행하게 하신것이다.

최현은 참모장을 불렀다.

《강동-평양간 도로로 제일 빨리 기동할수 있는 부대가 어느 부대요?···》

《한창봉동무의 련대입니다.》

《좋소. 그럼 참모장동문 군단기마통신중대에서 제일 날쌘 병사 3명을 곧 선발하시오.》

최현은 한창봉련대에 패주하는 적들이 평양으로 기여들지 못하게 차단할것을 명령하였다. 무선수가 명령을 타전하였다.

얼마후 군단기마통신중대의 병사들 셋이 갈개는 말들을 끌고 나타났다. 말들이 비비적거리며 얼어붙은 땅바닥을 투닥투닥 울렸다. 대가리를 흔들며 투레질을 하는놈도 있었다. 최현은 경험많은 로련한 시선으로 병사들과 말들을 쭉 훑어보고나서 그들을 가까이 오도록 손짓했다.

《동무들에게 중요한 임무를 주겠소. 우선 여기 와서 지도를 들여다보라구. 지도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철도와 중요 철다리들을 특히 잘 봐두라구.》

평양이남지역의 군용지도들이였다. 최현은 병사들이 모두 군용지도를 수월히 파악하는것을 보고 참모장이 괜찮게 선발했다고 생각했다.

《다들 봤지?··· 중요철다리가 세군데 있어. 이걸 오늘밤중으로 파괴해야겠는데 그러자면 해당지역의 빨찌산들의 도움을 받아야 해. 시간이 없소. 그러니 동무들이 얼마나 빨리 빨찌산부대들에 련락하는가 하는데 많은게 달려있소. 적들과 조우할수도 있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맞총질은 피하구 절대 죽어서도 안돼!

···빨찌산들과 련계를 어떻게 맺겠는가 하는건 참모장동무가 대줄거요. 물어볼게 없소?···》

《없습니다. 군단장동지!》

그들이 힘차게 대답하자 최현은 병사들의 어깨를 차례로 두드려주는것으로 악수를 대신했다.

 

이날 한창봉련대장은 4시간동안에 100여리를 강행군하여 평양으로 쓸어드는 적들을 막았다. 70여대의 적자동차종대에 박격포탄을 들붓고 뒤따르는 보병대오와 분리시켜 족쳤다. 적들은 비할바없이 우세한 력량이였지만 황겁히 도망쳤다. 그런데 매복전투가 거의 끝나갈무렵 무선으로 련락을 받은 적들의 《F 80》형 전투기 24대가 날아와 미친듯이 나팜탄과 기총탄을 쏟아부었다. 그때 지휘감시소에 있던 한창봉련대장이 치명상을 입었다. 그러나 그는 피흐르는 허리를 한손으로 감아쥐고 부르짖었다.

《일없소. 다치지 마오! 난··· 이자리를 떠날수 없소. 한놈의 적도··· 평양으로 들어서게 해선 안되오!···》

출혈은 심해갔다. 련대지휘간부들과 부관, 련락병들이 눈물을 뿌리며 그를 후송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최후를 의식하고있었다. 마지막순간까지 그는 자리를 뜨지 않고 전투를 지휘하였다.

전련대가 항일투사이며 존경하는 부대장인 그의 죽음을 슬퍼하였고 백배 천배로 복수하기 위해 패주하는 적들을 40여리나 추격해갔다.

최현은 날이 어두웠을 때 이 비보를 받았다. 평양해방을 눈앞에 두고 오랜 혁명동지를 잃은 그의 가슴은 찢기는듯 했다. 오래도록 한마디 말도 없이 줄곧 걷기만 했다.

그때 리숙은 군단장의 신색이 왜 그리 좋지 않은지 다는 모르고있었다. 그저 병세때문이리라 생각했고 어쩌는수 없이 속만 태우고있었다. 리숙으로서는 할수 있는껏 다했다. 남은것은 군단장을 설설 끓는 온돌방에 눕게 하는것인데 지금 평양해방전투지휘로 여념이 없는 그에게 그런 말을 비쳤다가는 벼락이 떨어질것이다. 군단장은 벌써 두끼째 식사도 잊고있다. 련락병이 몇번이나 말을 끌어왔지만 그것도 거절했다. 그는 걷기만 했다. 맵짠 칼바람속을 걸으며 사색하고 명령하고 병마와도 싸웠다. 그러다가 갑자기 리숙을 불렀다.

《참, 너무 바쁘다보니.》하고 그는 말했다. 《미처 물어볼새도 없었군··· 그래 아버지한테선 어떤 소식이 왔나?···》

《?···》

너무도 뜻밖의 일이였다. 리숙은 걸어가면서 그의 얼굴표정을 훔쳐보았다. 캄캄한 밤중이여서 가늠할수 없었지만 웬일인지 침통한 표정같이 여겨졌다. 싸늘한 별빛이며 흰 눈더미들이 그렇게 보이게 했는지··· 어쨌든 리숙에게는 군단장이 모진 아픔을 잊기 위해 안깐힘을 쓰고있는듯이 생각되였다.

《왜 말이 없어?》

군단장이 또 석쉼해진 소리로 물었다.

《저··· 군단장동지, 그저 사사로운 집안얘기들입니다.》

《일없어. 들어보자.》

그리하여 리숙은 힘들게 걷고있는 그를 부축해가며 편지내용을 말해주었다. 그 내용이란··· 군단장도 잘 알고있는것으로서 장군님의 크나큰 믿음을 안고 아버지가 적구에 들어가 수풍전기를 끌어온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것이였다. 나중엔 영영 갈라져버릴번 했던 한 가족이 다시 모이게 된 사연이 적혀있었다.

아버지는 편지에 썼다.

《···이렇게 우리를 버리고 영영 떠나간줄 알았던 그가 다시 돌아왔단다. 헌데 판판 다른 사람이 되여 돌아왔구나. 모색도 변한게 없고 말씨나 차림새도 예전 그대로이건만 이제사 진짜 우리 집사람이 되여서, 비로서 숙이 어머니가 되여 돌아왔구나. 숙아, 나는 너도 이 소식을 들으면 기뻐하리라고 믿는다. 비록 이 전쟁통에 고생도 했고 곡절도 많았다만 드디여 참된 한가정을 이루게 되였으니 얼마나 기쁜 일이냐. 유족하던 살림도 다 깨여지고 집은 불타 없어졌지만··· 우린 보다 진실한 사랑을 찾지 않았니. 정말이지 우리 장군님의 한없는 사랑의 품에서 우린 모두 새롭게 태여났구나. 이 하늘같은 은덕에 우리 무엇으로 다 갚을수 있겠니. 숙아, 부디 몸성히 잘 싸우기 바란다. 그리고 너를 기다린다. 네가 승리하고 돌아오게 될 그날을 네 아버지, 네 어머니 손꼽아기다린다···》

리숙이 열번 스무번 더 곱씹어 읽었던 편지의 구절이다. 이야기를 마친 리숙은 외투의 목단추를 끄르고 한껏 찬공기를 들여마셨다. 그러자 군단장이 그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음- 좋군, 아주 좋아!···》

그는 무엇이 좋다는것인지는 까밝히지 않았다. 그저 머리를 짓숙인채 걸음을 다우치고있을뿐이였다.

그때 그들이 가는 앞쪽에서 말투레질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대오가 멎었다. 지휘부군관들과 통신병들이 말잔등우에 쓰러져있는 한 병사를 안아내리고있었다.

최현이 다가가자 그들은 자리를 틔워주었다. 쓰러졌던 병사가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때 최현은 그가 험한 상처를 입고도 말을 때려몰아 먼길을 달려왔다는것을 직감했다. 군단기마통신중대에서 선발한 3명 병사들중의 하나였다.

《군단장동지!···》 기마통신병이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보고했다. 《대원 박경호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왔습니다. 곡산인민유격대에서··· 밤 9시 현재 군수렬차와 철다리를 폭파시켰습니다!》

《음-》

최현은 부관에게 시간을 물었다. 지금 시간은 새벽 2시, 곡산인민유격대가 제일 선참으로 자기맡은 과업을 수행한것이다.

《수고했소.》 최현은 뒤를 돌아보았다. 《간호장이 어데 있소? 이 동무를 후송해야겠소.》

그러자 그 병사는 신음소리를 씹어삼키며 더 보고드릴것이 있다고 했다.

《뭐요?》하고 최현이 물었다.

《군단장동지, 그들은··· 철다리폭파임무를 희생적으로 수행하였습니다.》

《?···》

비로소 최현은 그가 철다리폭파과정에 대하여 말하고싶어한다는것을 깨달았다. 무엇인가 예감되는것이 있었다.

《말해보오.》

《알았습니다. 군단장동지!···》 병사는 헐썩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들은··· 폭파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엄호대까지 해서 모두 11명이 나갔는데··· 폭파장치를 하다가 그만··· 적들에게 발견되였습니다. 그래서 전투가 붙었는데··· 여럿이 희생되고··· 게다가 군수렬차까지 들이닥치고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만··· 끝내 실패했구나 하면서 분해했는데 그때 한 녀성유격대원이 폭약을 실은 말발구를 끌고 철다리로 들어섰습니다. 거기 발구우의 폭약엔 거지반 다 타들어간 도화선이 있었는데··· 그 녀성동문 침목우로 들어서지 않으려는 말을 잡아끌며 죽기내기로 들어갔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소리쳤지만··· 그냥 고삐를 끌며 달려오는 기차를··· 맞받아갔습니다. 그래서··· 군수렬차와 함께··· 모두··· 날려가버렸습니다. 군단장동지!···》

최현은 물론 듣는 사람들모두가 몸을 떨며 숨을 죽이고있었다. 최현은 거의 속삭임소리같이 낮게 물었다.

《그 녀성동무 이름이 뭐요?》

《홍이순이라고 합니다.》

《?!···》

최현은 입으로 뜨거운 불길을 삼킨듯 했다. 무엇인가 더 묻고싶었으나 말을 할수가 없었다. 그는 한손으로 말벌의 울음소리같이 윙윙 울리는 머리를 짚고 자기가 만나보았던 한 녀성의 모습을 애써 상기했다. 곡산인민유격대장이 소개해주던 아릿다운 녀성, 걸이대로 미국놈 셋을 요정냈다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놈들의 평양방어기도를 파탄시키기 위하여, 인민군부대들의 평양해방전투를 뒤받침하기 위하여 달려드는 군수렬차를 맞받아나갔다. 한몸그대로 육탄이 되여 철다리를 폭파하였다!···

덮쳐들듯이 날려온 눈바람속에서 모래알같은 눈가루들이 얼굴을 후려쳤다. 최현은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고있는 기마통신병의 어깨우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통신병은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최현은 리숙을 불렀다.

《이 동무를 군단병원에 후송하오. 상처가 심한것 같은데 가면서 잘 돌보라구. 알았어?》

《?···》

리숙은 미처 대답을 못했다. 리숙이 자기는 군단장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싶었다. 그러나 군단장의 그 어조로 보아 누구도 그의 결심을 돌리지 못하리라는것을 깨달았다.

벌써 최현은 힘들게 걸음을 옮기고있었다. 걸어가면서 그는 비통한 마음으로 승리에 이르는 그 준엄한 길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특히 벅찬 환희를 눈앞에 둔 때 희생되는 사람들에 대한 애석함이 가슴을 저리게 했다.

오늘 하루만 해도 한창봉련대장이 전사하고 또 이름없는 많은 전사들과 한 녀성유격대원이 희생되였다. 이제 이에 대해서도 장군님께 보고드려야 한다···

얼마후 평양해방전투를 위하여 진출한 제7보병사단에서 무선이 왔다. 그것은 한개 련대는 무진리-중화방향, 다른 련대들은 대성요업공장-모란봉방향과 미림-사동-동대원의 세방향으로 진출하여 공격출발위치를 차지했다는 보고였다. 한 구분대는 벌써 대동강역으로 나가 놈들의 군수렬차들을 습격파괴함으로써 적들이 빠져나갈 길을 차단했다고 한다.

최현은 명령했다.

《날이 밝으면 총공격을 개시할것!》

그리고는 부관의 부축을 받으며 말안장우에 올라앉았다. 련락병을 시켜 말의 배때끈과 자기의 발목을 묶어놓게 했다.

얼어붙은 물웅뎅이에서 별빛이 떨었다. 바람은 차츰 수그러졌으나 추위는 드러낸 살을 어이는듯 했다.

최현은 든든히 결박됐는가를 살펴본뒤 부관에게 말했다.

《3시간후엔 평양해방전투가 시작된다는걸 잊지 말라구. 그때까지 우린 림진강에 닿아야 해. 놈들의 퇴로를 완전히 막고 포위섬멸하라는 장군님의 명령이야!··· 혹시 내가 의식을 잃더라도 도중에 나를 안장에서 내리는자는 처벌이다. 부관은 목적지까지 말을 때려몰라!···》

두필의 말이 앞서고 기마중대의 자동총수들(련락병들)이 말발굽소리를 울리며 뒤따랐다. 그리하여 말들은 벌름거리는 코구멍을 푸르륵거리며 편자를 친 발통으로 얼어붙은 땅을 굴렀다. 이따금 말굽에서 불꽃이 튕겨나군 했다.

이렇게 군단장일행은 말 한마디 없이 금빛 아침노을을 향해 줄곧 달리고 또 달렸다.···

 

12월 6일, 드디여 평양은 해방되였다!···

 

전보를 받은 맥아더는 소스라치듯 놀랐다. 바로 어제밤 안주, 문덕, 숙천일대에서 된타격을 받고있는 미8군의 주력부대들을 지원하도록 5공군의 전투폭격기들을 총출동시킬것을 명령했던 그였다. 사태를 수습해보려고 평양으로 미25보병사단관하 부대들을 긴급수송하였는데 군수렬차들은 도중에 폭파되고말았다. 그리하여 새벽녘엔 본국에 7만 4 000여명의 병력보충을 요구하는 전문을 날렸었다. 어떻게 하나 미1, 9군단으로 하여금 평양방어를 구축케 하려고 했었다. 패주하는 대오를 평양으로 집결시킬데 대한 명령을 거듭 날렸었다. 그런데 하루밤새 거의 믿을수 없는, 기적적인 사변이 일어난것이다. 그는 이것이 인민군제2전선 련합부대의 진출이였다는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그는 갈팡질팡하며 아무런 수습책도 세우지 못하였다.

이날에야 비로소 맥아더는 명성높은 자기가 불운하게도 조선에서 그 어떤 알수 없는 신비의 힘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패배하였다는것을 확실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