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봄-제6장 2


 

제 6 장

2

 

송신일은 이날 아침 급히 만나자는 조만식의 기별을 받고 그의 사무실로 갔다. 송신일은 민주당 상무집행위원으로서 그와 접촉이 잦았으나 이렇게 공식적인 면담요청을 받고 만나기는 처음이였다. 무슨 심각한 문제라도 있는지 살결이 부드럽지 못한 조만식의 얼굴은 더욱 컴컴해보였다.

조만식의 사무실은 왜정때 도지사의 방이였는데 방안에는 기물이 갖추어지지 못해 휑뎅그렁해보였다. 그가 도정권을 이양받은 다음날 왜놈잔재는 다 들어내가라고 소리쳐서 눈에 띌만한 온전한 가구가 몇점 남지 않았다. 가죽쏘파 한개가 있고는 전부 단판 무늬가 얼룩덜룩한 책상과 나무의자뿐이였다.

책상우에 놓인 전화기도 상아손잡이가 달린 화려한것이 아니고 축전지를 곁붙인 군용전화같은것이 두개 있었다. 조만식은 대님을 맨 바지에 누런 비단마고자를 입고 스적스적 널마루우를 거닐었다.

《안사람이랑 딸애도 다 잘 지내오? 참 숙영이가 이젠 스무살이 됐겠소?》

《예.》

《그 애를 본지 오래됐군. 이젠 시집도 보내야겠구만. 내가 어디 중매 좀 서볼가?》

조만식은 히죽이 웃으며 송신일의 곁에 다가왔다. 이런 땐 속깊은 사이라도 되는듯 혀가 나긋나긋해진다.

《애가 봐둔 사람이 하나 있는가봅니다.》

《허허, 그럴테지. 지금은 개화한 세월이여서 우리 장가들 때 하군 다르니까.》

송신일은 조만식이 무엇때문에 자기를 불렀는지 궁금하였다. 워낙 송신일은 왜정때부터 조만식이와는 소격한 사이였다. 어쩐지 그와는 피가 통하지 않아서 만나면 서먹서먹하기만 했다. 불투명한 가슴, 야릇하게 풍기는 위선··· 송신일은 그것때문에 조만식을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군 했다.

《송형, 정사란게 이렇게 오묘하구 골치아픈건가. 난 괜히 도정권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생각이 가끔 드네.》

조만식은 송신일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오라고 기별을 띄운건 다름이 아니라 그 소작세칙인지 뭔지 하는것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의논을 좀 해보자구 해서였네. 이것 보게. 농민동맹에선 이런 항의문이 또 들어왔네.》

조만식은 먹으로 쓴 인찰지 한묶음을 구겨쥐고 내흔들었다.

《그거야 그럴수밖에 더 있습니까. 이제라도 새 규정을 내려보내서 바로잡아야지요.》

송신일의 대답은 무뚝뚝했다. 그러자 조만식은 안경우로 송신일을 말없이 은근히 치떠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대답이 나올줄 알았다는 표정이다. 그는 뒤짐을 짚고 책상주위를 돌아 자기자리로 갔다.

《내 옛말 하나 할가. 객담이긴 하지만··· 하느님께서 어느날 세 천사를 불러 지상에서 제일 아름다운것을 찾아오라고 한적이 있었네. 그 명을 받고 그 셋은 온 지구상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나서 한 천사는 갓 피여나기 시작한 한송이 장미꽃을, 다른 천사는 어린 아이의 순진무구한 눈방울을 그리고 세번째 천사는 아기를 보살피는 어머니의 미소가 제일 아름답다는 결론을 내리고 하나님께로 돌아왔네. 그런데 그들이 하늘나라까지 가는동안 변화가 일어났어. 그 변화인즉은 아름답다던 장미는 시들어 말라버리고 어린 아이의 순진무구한 눈방울은 어느새 탐욕이 가득차서 추악하게 돼버린것일세. 그래도 변하지 않은건 아기를 돌보는 어머니의 부드러운 눈빛과 미소뿐이였네. 송형, 실은 정치라는것이 뭐겠나. 모성의 부드러운 눈빛처럼 그렇게 하는것 아닐가. 그런 정신과 애무로 백성을 돌보아야 이웃이 화목하고 나라가 태평할게 아닌가. 그런데 공산당은 지금 정치를 어떻게 하고있나. 무지한 농군들에게 땅을 준다는 말로 꾀이구 그들을 지주를 반대해서 들고일어나게 충동질을 하구있네.》

조만식은 먼발치로 창밖을 손가락질하며 부르짖었다.

《정치를 그렇게 해선 안되구말구. 이걸 보라구. 도별로 그간 당원수가 얼마나 불어났는가.》

조만식은 책상서랍을 열더니 빨간줄이 가로세로 그어진 우에 먹글씨가 빼곡한 서류 한장을 꺼내서 송신일이앞에 펴놓았다.

《자네가 맡은 이 평양지구는 실적이 아주 굼뜨네그려. 내 보기엔 노력을 안하는건 아닌것 같은데···》

《허허허··· 당에 드는걸 강요할수는 없지 않습니까.》

송신일은 몸을 의자등받이에 약간 제끼며 웃었다. 조만식이 말은 점잖게 하지만 속으로 자기를 질책한다는것을 모를리 없었던것이다. 자기가 없는데서는 공산당편에 붙은 유다같은놈이라고 쌍욕을 퍼붓군 한다는것도 알고있다.

《그건 그래. 그러나 이 서경에만도 우리가 포교한 크리스챤이 10만이라는걸 모르나. 10만이면 40만인구 잡구 매 호에 신자가 한명씩은 된다는 말인데 우리 민주당이 당세확장을 못한다는게 말이 돼나.》

《위원장선생. 당세확장을 해두 공산당과 경쟁을 해서야 건국사업에 무슨 리득이 있겠습니까? 우당끼리···》

《우당? 그러나 공산당은 제 민족이 안중에 없거든. 그래 자네는 앞으로 내온다는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협력을 해야지요. 북조선행정의 기강을 세우자는 림시정권인데.》

송신일은 조만식이 불쑥 이 문제를 꺼내는게 수상쩍어 그의 거동을 살펴보았다. 사실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를 내오는 문제는 얼마전에 정당, 사회단체, 행정협의회에서 이미 합의를 보고 민주당도 참가하기로 한 문제였다. 그런데 이 말을 어째서 상기시키는것일가.

《그것두 필요한 일이겠지.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말일세. 그걸 통해서 공산당이 사회개혁을 하자고 덤벼들텐데 그게 백호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 아닐가?》

《그건 장군님 구상인데 난 아무런 이의도 없습니다. 나는 벌써 20년전에 안창호선생과 함께 길림에 갔을 때부터 우리 장군님을 민족의 령수로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웨다. 나는 그분의 구상을 적극 받들겠습니다.》

《그야 물론, 나도 아까 말하던 우리 소작세칙건때문에 장군께서 유감스러워하신다기에 새 세칙을 받아들일 생각이네. 그러나 장군과 공산당은 달라. 송형도 말한것처럼 장군은 민족이 낳은 영웅인데 어떻게 공산당같은 한 당파의 령수라고만 볼수 있겠나.》

조만식은 지금 어떻게 하던지 송신일을 자기쪽에 돌려세워보려 했다. 그가 공산당쪽에 적지 않게 기울어져있긴 하지만 그의 주위에는 많은 교인들이 뭉쳐 돌아갔다. 그는 또한 신망있는 교육자여서 제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조만식이 그보다 더 노리는 점은 송신일이 김일성장군님으로부터 남다른 신임과 사랑을 받고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송신일만 돌려세우면 그를 통해 장군님께 자기의 리념에 대해서 널리 량해도 구하고 유리할수 있다는 은근한 기대를 가지고있는것이였다.

《건국을 하려면 위원장선생두 장군님을 진정으로 받들어야지요.》

《그렇다면 같은 교인끼리 터놓고 이야길 해보세. 지금 공산당에서는 토지개혁을 선도하면서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부르짖고있네. 그래 이걸 우리가 지지해야 옳은가. 난 장군님께서 공산당의 그 무모한 언동을 막아주지 않는것이 섭섭해. 그들은 사유재산일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야. 자산계급은 타도대상이라구 락인을 하구···》

조만식은 볼을 우들우들 떨며 소리쳤다.

《공산당이 반봉건민주개혁을 하자는것인데 사유재산은 왜 다 부정하겠습니까.》

《흥, 그건 다 좋게 보구 하는 소리야. 봉건을 반대한다면 꼭 지주를 농사군으로 만들어야 옳은가. 그러다가 류혈이 나구 공민전쟁이라도 일어나면 그 참극을 누가 막겠나, 누가?》

《···》

《이것 보라구. 이젠 왜놈두 물러가구 광복두 되였는데 우리 민족내부의 문제야 오손도손 토론해서 잘 풀어나가야 옳지 않은가. 뭐가 급해서 해방된지 반년도 못되는데 몰수요 청산이요 하는 바람을 자꾸 일구겠나?》

《그러니 우리 민주당에서도 쓴외보듯 담만 쌓지 말구 공산당과 협의를 자주 가져야지요.》

송신일은 안경을 벗으며 우물거리는 조만식을 넘겨다보았다. 조만식의 바투 깎은 머리에 얼기설기 지나간 피줄이 퍼렇게 보였다. 코수염밑에서 입술이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다가 공산당과 협의를 자주 가져야 한다는 송신일의 말에 어이가 없는지 붉은 혀가 들여다보이게 입을 벌리고 웃었다.

《좋네, 자네가 좀 힘써주게. 난 그 사람들과는 맞서기가 싫네.》

《다 같이 통일전선을 해야지요.》

송신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만식은 송신일이 일어서 나갈 차비를 하자 다가와서 어깨를 잡았다.

《자주 만나서 의논을 하자구. 응, 혼자서는 천국에서도 살기 어렵다는데.》

그는 현관계단까지 따라나와 바래주었다. 송신일은 앞서 걷다가 돌아서며 중절모 쓴 머리를 가볍게 숙여 례의를 표했다.

송신일은 유유히 걸음을 내짚었으나 조만식에 대한 불쾌한 생각을 털어버릴수 없었다. 조만식은 최근에 이르러 더욱 공산당에 대해 심사가 삐뚤어진 소리를 하며 엇나가려 했다. 자기가 만들어 내려보낸 소작세칙이 공산당의 반대와 항의에 부딪친것이 동기로 된것 같다. 도인민정치위원회 안에 있는 공산당출신의 사람들에 대해서도 적대시하며 이렇게 저렇게 따돌리지 못해한다. 그러면서 계속 민주당의 당세확장에만 혈안이 되여 아래사람들을 다그어댔다. 그는 몇번 차를 타고 지방에도 나갔다왔다. 어떤데 가서는 연설을 한번 하고는 모여온 군중을 다 등록해서 민주당원이라고 선포했다. 그러다가 요즘 공산당쪽에서 토지개혁소문이 들려오자 전에 없던 욕설을 퍼부으며 독을 풍기였다. 결국 오늘 그가 만나 한 소리는 다 자기의 진맥을 짚어보는 소리였다.

송신일은 자기 집이 있는 선교리쪽으로 접어들 때에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토지개혁은 꼭 무상몰수, 무상분배하는 방법밖에는 더 없을가? 터밭도 내놓으라면 끔찍해할텐데 대대로 물려받아온 땅을 하루아침에 털리우겠다고들 할가. 인도적으로 할 방법은 정말 없을가···)

그는 조만식이 노발대발해서 류혈이요 공민전쟁이요 하던 말이 생각나기도 했다.

집에 돌아오니 불이 환히 켜진 안방에서 숙영이 제 어머니에게 푸념을 하듯이 종알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땅을 바쳐야 하는건 그자신이 숭상하는 신앙심에도 어울리는거예요. 만약 그걸 싫어하거나 원망한다면 지금까지 그가 외우던 자비심이란 다 거짓이지 뭐예요. 위선이란 말예요.》

《그건 네 말이 옳은것 같다. 그렇지만 걸핏하면 신앙인들에게 위선이요 뭐요 하는건 너무한것 같다.》

《어머니, 그럼 한가지 묻자요. 평등과 자비와 선을 설교하는 교인이 숱한 땅을 혼자 가지고있으면서 소작인의 피땀을 빨아먹고있으니 그게 위선이 아니고 뭐예요? 워낙 기독교인이 지주가 됐다는 그자체가 언어도단이지요. 그렇지요, 어머니?》

《에이구 난 모르겠다. 공부한 네가 더 잘 알 일이지. 그래도 오늘 그이는 동정이 가더구나.》

안해의 부드럽고 누긋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호호, 가난을 면하게 해준다고 하늘에 대고 기도를 드릴 땐 언제고 가난구제에 제 땅을 내놓으라면 우는건 뭔가요? 그럼 하느님의 사도인 아버님이 오시면 물어보자요.》

《원 쯧쯧, 아버지면 아버지지 하느님의 사도라는건 또 뭐냐.》

처가 딸을 나무라는 소리다.

《헛허허, 계집애두.》

송신일은 어처구니가 없어 입맛을 다시며 안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사랑방마루우로 올라갔다. 인기척을 느낀 안방에서 《아버지!》 하고 딸이 미닫이를 열어제끼며 뛰여나왔다.

《왜 더 말하려무나. 하느님의 사도두 강림했는데···》

《아버지두 참, 다 들으셨군요.》

숙영이 어리광을 부리며 아버지의 팔에 매달렸다.

《다른게 아니우다. 강서에 있는 윤장로가 오늘 당신을 만나겠다고 와서 기다리다가 갔수다.》

《윤장로가, 그가 어떻게?》

송신일은 모자를 벗어 딸에게 주며 처를 돌아다보았다.

《무슨 땅을 내놓는다는 말을 듣고 의논할 일이 있다나봅디다.》

《땅을 내놔?》

송신일은 안경테를 잡으며 처를 마주보았다. 안해는 남편이 벗어놓은 구두를 신장우에 올려놓으며 방에 들어와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오늘낮에 집에는 강서지구에서 말단교직에 있는 윤장로가 흰두루마기차림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송신일이 사립학교일을 볼 때 학교사업을 후원하던 사람으로 무던하고 마음씨가 곧은 사람이였다. 그는 자기가 직접 다루는 두어정보의 과수원과 품을 사서 농사를 짓는 10여정보의 토지를 가지고있는데 최근에 농조에서 지주땅을 몰수한다는 위협적인 말을 돌리는바람에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해서 중앙에서 일을 보는 송신일을 찾아왔다는것이였다. 자기는 별로 땅을 안내놓겠다고 뻗치지는 않겠는데 처음부터 해대는 품이 꼭 청산을 당할것 같다고 하더라는것이다.

《아버지, 그 어른 말씀이 자기는 나라에서 땅을 내놓으라면 깨끗이 내놓고 평양에 있는 아들한테루 아주 들어와 살겠다는거예요.》

딸이 아버지를 따라 방에 들어서며 말했다.

《그런데 더 기다리지 않구 왜 갔느냐?》

《뭐, 아버지께서 아시면 됐지 지금 당장 환한 대답이야 있겠느냐고 하더군요.》

《음, 알겠다.》

송신일이 불시에 얼굴빛을 흐리며 심각해지자 숙영은 조심스레 문을 닫고 나갔다. 송신일은 자리에 앉아 맞은편 창밖을 멀리 내다보았다. 밖에는 어둠이 깊었다. 한참 바라보느라니 차츰 반디불같은 싸락별빛이 하나둘 반짝거리였다. 세상일이란 역시 모든 사람을 일시에 골고로 기쁘게는 못하는 법이다. 땅문제야말로 이렇게 저렇게 사람들의 운명에 관계되는 첨예한 문제임에 틀림이 없었다. 윤장로같이 자수성가 해서 재산을 모은 순박한 사람의 땅을 빼앗고 청산을 할수 있는가, 또 땅을 못가진 가난한 사람들이 땅을 가지겠다는것도 무리는 아닌거구.···그렇다면 두편을 다 좋게 해결할수는 없겠는가.

이런 생각을 굴리던 송신일은 훌쩍 머리를 들며 일어났다. 딸이 전하던 윤장로의 말이 떠올랐다. 나라에서 땅을 바치라면 아무 소리없이 바치고 조용히 물러앉겠다는 그의 말이 어떤 번쩍이는 계시를 던지였다. 송신일은 뒤짐을 지고 방안을 빙빙 돌았다.

《그렇지, 먼저 땅가진 사람들이 선의를 보여야 한다. 그러면 청산이구뭐구 해결책이 난다.》

그는 이렇게 부르짖으며 구석에 놓인 앉은뱅이책상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옷자락을 활 제치며 무릎을 꿇고앉았다.

얼마후 송신일은 백지우에 펜을 달리기 시작했다.

 

윤형,

날씨가 찬데 기동을 하였다가 그냥 가셨다니 정말 미안하오.

그간 안녕하시며 댁의 자제들도 탈없겠지요. 오셨던 이야기는 저의 안사람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아들었소. 지경도 백리안팎인데 찾아가서 형의 얼굴도 보고 걱정하시는 문제도 의논하고싶은데 사무가 급해서 시간을 내지 못함이 유감이요.

윤형,

그렇게 량해를 하고 내 말 좀 들어보오. 지금 나라에서 토지를 회수하여 가난구제를 하자는것은 사실이고 또 어쩔수 없는 대세요. 왜구의 족쇄에서 벗어난 백의동포가 도와사는 세상을 만들자니 그러는거라오. 손해가 있어도 큰 마음먹고 그렇게 해야지요. 청백한 손으로 모은 과원과 전지인데 그걸 그냥 털어버린다는게 조련치 않으리라고 보오. 그래도 거듭 생각을 굴리던끝에 그것이 나라의 흥망을 정하는 일임을 절감하고 붓을 드오.

윤형,

먼저 용단을 내리오. 건국에 전지를 희사하오. 그러면 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따라나설거요. 그렇게만 되면 작인과 주인간에 무슨 티각태각이 있으며 쫓아내고 쫓기우는 불행이 있겠소. 광복된 나라의 백성으로서 전지가 아니라 마음을 바친다고 생각해주오. 난 이런 편지를 선천의 주명씨와 의주의 장백우, 중화의 강리만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금 쓰겠소. 때이른 공론이 아니오. 우리 교인들이 그처럼 바라던 천국의 나라가 지금 이 땅에 선다는 믿음을 가지오.

그럼 형을 믿겠소.

 

송신일은 안해가 밥상을 들여다놓은것도 모르고 밤을 새워 이런 똑같은 편지를 10여장이나 썼다. 방안에서는 종이를 긁는 펜대소리가 싸각싸각 들렸다. 그는 지금 동료들에게 새롭고 희망찬 세계와 인연을 맺어줄수 있는 길을 찾은것으로 하여 무섭게 흥분하고있는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