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봄-제16장 1


 

제 16 장

1

 

강진건은 군보안서 서장 강성덕이와 마주앉아 테로단을 소멸하기 위한 긴급토론을 여러시간 하였지만 종시 이렇다할 묘책을 찾아내지 못하였다.

우선 놈들이 숨어있는곳을 정확히 알아낼수 없었고 《신뢰단》이라고 하는 그 테로단의 무장력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조건에서 무턱대고 수색전을 벌리다가는 뜻밖의 인명피해가 또 생겨날수 있는것이였다.

강진건은 초조한 마음으로 방안을 거닐다가 창곁에 놓인 원탁으로 갔다. 원탁우에는 김이 나는 물주전자가 놓여있었다. 그는 고뿌에 더운물을 부어 한모금 마시고 건너편에 앉아있는 강성덕을 바라보았다.

《놈들의 무장이래야 기껏해서 20명 내외겠지. 그러나 그놈들의 은거지를 모르는 조건에서 어디서 무슨 불상사가 생길지 알수 없소. 그 〈신뢰단〉인지 무언지 하는걸 일망타진하는걸 보지 않고는 내가 재령벌을 떠날수도 없소.》

《좌우간 리자위대까지 다 동원하여 수색전을 벌려보겠습니다.》

강성덕이 어깨를 파고드는 목갑총끈을 당기며 일어섰다.

《리자위대는 자기 리를 지키게 해야지 그걸 한데 모아놓으면 농촌 리와 면들이 텅빈 무방비구역으로 되지 않겠소. 그저 넉넉히 한 100명가량 어디서 무장인원을 보충받았으면 좋긴 하겠는데···》

강진건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때 그들이 있는 군당청사 앞거리로 자동차소리가 소란스럽게 울려왔다. 문풍지를 한 창문유리가 드릉거리였다.

《이게 무슨 소리요?》

강진건은 창문앞으로 급히 다가갔다. 출입문으로 나가려던 보안서장도 되짚어 돌아와서 창가에 붙어섰다.

좁은 거리로 사람들을 만재한 화물자동차들이 10여대 먼지구름을 말아올리며 달리였다. 그뒤로는 20여대의 오토바이우에 둥글모자를 쓴 보안서원들이 두셋씩 앉아서 따라가고있다. 자동차우에 앉은 사람들은 거리가 떠나가게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위원장동지!》

출입문이 벌컥 열리며 얼굴에 콩알같은 땀방울이 내돋은 김창규가 달려들어왔다.

《무슨 일이요?》

《위원장동지, 제가 있던 제철소에서 로동자들이 도착했습니다.》

《로동자들이?》

《녜, 이 동무가 그곳 로동조합책임자인데 대렬을 인솔하고왔습니다.》

그제야 창규의 뒤에 서있던 검은 로동복차림의 청년이 앞으로 한발 나섰다.

《전권대표동지, 오늘새벽 장군님의 지시에 의해서 로동자 200명이 이곳 토지개혁을 지원하러 왔습니다.》

《장군님께서?》

문득 반문하는 강진건의 목소리는 몹시 떨렸다.

《녜, 오늘아침 장군님께서는 공장에 와있는 파견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오셨다고 합니다.》

김창규가 나서서 덧붙였다.

《이거 고맙소! 정말 요긴한 때 찾아왔소.》

강진건은 엎어지듯 달려가서 로조책임자의 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저희들이야 뭐 장군님께서 이곳 토지개혁때문에 심려하시는것 같아 달려올뿐인데···》

그는 김창규를 돌아보며 어줍은 표정을 지었다. 얼굴이 쇠빛으로 거무스름한 그는 김창규와 구면인듯싶었다. 김창규는 그의 어깨우에 한손을 노방 얹고있었다.

《장군님께서 이곳 사태를 여기 있는 우리보다 더 먼저 예견하시였구만. 우린 그러지 않아도 한 100명가량 인원을 보충받았으면 했었는데···》

강진건은 격정에 몸을 떨며 그의 손을 몇번이나 흔들었다. 밖에서는 차들이 달리는 소리와 노래소리가 더 요란스럽게 울려왔다.

《그런데 차들이 지금 어데로 가고있소?》

강진건은 발끝을 곤두세우고 키돋움으로 창문을 내다보며 김창규에게 물었다.

《제가 무장력량을 좀 보충할가해서 철도기관구에 갔댔는데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대렬과 맞다들렸습니다. 그래서 이 동무에게 시내를 한 두어바퀴 돌면서 시위를 하라고 했습니다. 숨어있는 놈들이 넉살을 먹게···》

《그것 참 잘했소. 왜 두바퀴만 돌겠소. 자꾸 돌면서 기세를 올려야 하오.》

강진건은 주먹을 엇가로 내리그으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기분이 아이들처럼 되여 창턱을 붙잡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다가 지나가는 차들을 다시 보고싶어서인지 문풍지한 창문을 와락와락 뜯고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이젠 문을 열기요. 겨울도 다 갔는데, 이렇게 페문을 해놓으니 저 우렁찬 노래소리를 들을수가 있소.》

창문이 열리자 거리에서는 자동차, 오토바이의 동음이 더욱 크게 울려왔다.

시민들이 거리량옆에 구름모이듯 덮여서 지나가는 자동차행렬을 구경했다. 시내가 크지 않아서 먼저 지나간 차들은 벌써 두번째로 지나가고있다. 차우에는 검은 작업복들을 입은 로동자들이 송곳세울틈없게 일어서서 어깨를 잡은채 목청껏 적기가를 불렀다. 자동차적재함우에는 붉은기가 나붓기였다. 바람에 구김살없이 부푼 기폭은 검붉게 불탔다.

《장하오, 장해. 로동계급의 행진답소.》

강진건은 주먹으로 창턱을 울리며 부르짖었다.

《정말 힘이 생깁니다.》

강성덕이 목갑총을 들어 지나가는 자동차행렬에 대고 흔들며 소리쳤다. 자동차대렬에 서있는 로동자들도 손을 들어 답례를 보내였다.

 

민중의 기 붉은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

시체가 식어 굳기전에

혈조는 기발을 물들인다

 

로동자들의 합창소리에 맞추어 시민들도 따라부른다. 그들은 먼지가 자욱한속에서도 물러설념을 않고 손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김창규는 제철소에서 온 구면친구의 어깨를 짚고서서 흥얼흥얼 노래를 입속으로 조용히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우뢰같은 구호소리가 연방 터져올랐다.

《우리의 영명한 지도자 김일성장군 만세!》

《토지개혁을 하루빨리 끝내자!》

《로동자, 농민의 동맹 만세!》

《봉건지주들과 반동분자들을 숙청하라!》

···

창규의 눈에는 이슬이 고여 해빛에 번쩍거렸다.

(장군님, 고맙습니다. 저희들을 이렇게 고무해주시니 더 용기가 납니다. 놈들을 진압하고 토지개혁을 기어이 완수해내겠습니다.)

그는 손수건을 꺼내 자주 눈가에 가져다대였다.

《위원장동지, 이 인원이면 마음놓고 수색전을 벌릴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책임지고 하겠습니다.》

김창규는 강진건의 옆으로 바투 다가섰다. 밖을 내다보며 서있던 강진건이 창규의 어깨를 잡았다.

《고맙소, 그렇게 해주오. 이젠 오늘밤안으로 결판을 지어야겠으니···》

강진건은 긴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김창규가 보안서장과 제철소 로조책임자를 데리고나간 다음에도 창가에 다가서서 지나가는 자동차행렬을 흐뭇한 심정으로 내려다보았다.

밖에서는 여전히 부릉부릉하는 자동차소리, 퉁탕거리는 오토바이동음이 노래합창과 어울려 울려퍼지고있었다. 지진이 일어난듯 하늘땅이 진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사람들의 가슴속에서 일어난 진동은 더 폭이 크게 울리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