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봄-제13장 4


 

제 13 장

4

 

장군님께서는 승용차가 큰길에 나서자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재빛황혼이 스며드는 넓은 벌이 끝모르게 누워나갔다. 눈이 녹은 거뭇한 땅들을 보느라니 이 봄에 논밭들에서 벌어질 놀라운 일들이 떠오르면서 생각이 번거로와지시였다. 방금 갈촌마을에 농촌위원회를 조직하고 오는 장군님께서는 풍랑사나운 바다우에 배를 띄우고 진군명령을 내린것같은 마음도 없지 않으시였다. 물결사나운 토지혁명의 바다는 참으로 전인미답의 어려운 길이였다. 그러나 쾌속으로 빨리 그 길을 헤쳐나가야 했다. 벌써 앞에는 암초가 예상되였다. 장군님께서는 미구에 열리게 될 쏘미공동위원회에 대해서 생각해보시였다. 미국측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심상치 않게 나오고있었다. 이마적에 그들의 신문과 방송들에서는 남북조선의 경제적련결문제가 초미의 문제인듯이 매일 불어대고있었다. 전력공급문제요, 철도관리운영문제요 하면서 이것을 정상화하지 못하면 당장 남북이 질식상태에 빠진다고 고아대고있다. 왜 쏘미공위사업을 목전에 둔 오늘 이런 문제를 화제거리에 올려 사회적물의를 일으키려고 하는가? 거기에는 쏘미공위에 그런 문제를 상정시켜 조선림시정부수립문제를 뒤전으로 밀어놓고 장차 조선의 경제명맥을 틀어쥐여 저들의 예속국으로 만들려는 검은 심보가 비쳐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의 이름으로 온 세상에 대고 조선인민의 한결같은 목소리를 알려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박하게 다가오고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시였다. 20개조 정강을 빨리 준비해서 발표해야 한다. 그와 함께 토지개혁을 그전에 종결지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인민의 주장과 능력을 과시할 때가 아닌가! 그러나 토지법령이 발포된 때로부터 시간은 벌써 적지 않게 흘렀다.

장군님께서는 승용차가 당조직위원회 앞마당에 들어설 때까지도 토지개혁을 빨리 종결지어야겠다는 생각에만 골몰하고계시였다.

그런데 승용차에서 내리기 바쁘게 토지개혁과 관련한 아주 즐겁지 못한 소식부터 듣게 되시였다. 장군님께서 계단을 올라 방에 들어서려는데 농림국장이 평북도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고 급한 보고를 하였다. 그의 손에는 신문 한장이 들려있었다.

《평북도에서요?》

장군님께서는 그를 데리고 집무실로 들어와서 외투를 벗어걸며 물으시였다. 뒤따라 들어온 강진건이도 무슨 일인가싶어 어정쩡해 서있었다.

《제가 금방 신의주에서 오는길입니다. 오기섭동무가 끝내 일을 치고야 말았습니다.》

농림국장은 손에 쥐고있던 신문을 탁상우에 펴놓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농림국장이 수첩을 펴들고 동을 달았다.

《장군님, 제가 이번에 평북도의 정주, 선천, 신의주를 돌아보고 오는길입니다. 평북도에서는 지주 이주문제와 관련해서 복잡한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지주 이주문제는 우리가 법령에서 명백히 지적하였는데 무슨 복잡한 일이 생겼다는거요?》

《그건 평북도에 지도나간 오기섭동무의 저 론문때문입니다.》

농림국장은 탁상우에 놓여있는 신문을 가리키며 한숨을 지었다. 장군님께서는 신문을 당겨놓고 내려다보시였다. 신문 상단에 《토지개혁실시와 북조선농촌》이라는 제목글이 있고 밑에 오기섭이라는 이름이 우표딱지만 한 사진과 함께 게재되여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신문을 보며 농림국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하라고 눈짓하시였다.

농림국장은 지주들의 동향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청산지주 이주문제에서 제기된것은 우선 지주들이 이주명령장을 받고도 제정된 지역에 가려고 하지 않고 《희망》하는곳에 보내달라는 트집을 부리는것이였다. 정주군에서는 4만5천평의 토지를 소유한 지주가 자기의 선산이 가까운곳에 보내달라고 떼를 쓰고있었고 향산군의 한 지주는 자기 일가친척이 많이 사는곳에 보내달라고 애를 먹였다. 이런 현상들이 여러군들에서 제기되고있었다. 그들이 《희망》하는곳이란 자기들이 지난 시기 여기저기에 소작지와 마름을 두었던 바로 그러한 지방이였으며 직계세간을 늘여놓은곳으로써 자기세력의 지반과 뿌리를 다시 박을수 있다고 보는 지역들이였다.

또한 철산, 녕변, 룡천, 구성 등지에서도 지주들이 지난시기 토지소유면적을 속이고 자기들을 《선량한 지주》, 《유지》, 《근로지주》로 자처하면서 진정서를 만들어가지고 들고다니였다. 엄중한것은 이런 청산지주들이 선천에 모여서 자기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토지개혁법령을 완전부정해버리자고 쑥덕공론을 벌린 사실이다. 더우기 놀라운것은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는데도 불구하고 《농촌위원회가 승인만 하면 지주를 다른데 옮기지 말고 그대로 두어도 좋다.》는 내용의 지시가 정권기관들에 내려가 혼란을 조성시키고있는것이였다. 룡천군 같은데서는 청산이주되여야 할 수십호의 지주를 이동시키지 않고있었을뿐아니라 다른 군에서 이주되여오는 지주들에 대한 처리문제도 대책을 세우지 않아 한 부락에 다섯, 여섯호씩 집단거주시키는 형편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이와 같은 평북도의 실태를 자료적으로 상세히 보고드리는 농림국장의 말을 들으면서 오기섭의 글이 씌여있는 신문 여러곳에 밑줄을 그으시였다. 멋을 부린 오기섭의 글에는 《지주는 끈떨어진 망석중의 신세가 되였다. 지주는 부활하지 못한다. 따라서 농민은 얼마든지 인간적아량을 보이며 살아갈수 있는것이니 이를테면 지주가 자기의 본거지를 떠나지 않겠다고 요청한다면 이주시키지 않고 그대로 눌러앉혀도 무방하다》라고 쓴 대목도 있었다. 또한 그 론문에서 청산지주들을 생소한곳에 아무데나 이주시키면 그들이 고용농으로밖에 달리는 될수 없다고 하면서 《우리의 토지정책이 고용농을 없애자는것인데 지주의 토지를 몰수하고 지주들을 이주시키면 고용농을 다시 발생시킨다.》고 력설하였다.

장군님께서는 한동안 말없이 방안을 거니시였다.

오기섭은 과학적인 혁명리론의 진수를 모르고있고 조선의 현실에 백지였다. 게다가 탐위욕이 강하고 당내의 규률과 질서도 안중에 없는 자유주의자이다. 이런 사람들이 혁명에 끼치는 해독이란 얼마난 큰것인가.

《이거야 세살난 아이도 누구의 편을 도와서 쓴 글인지 알수 있지 않겠소.》

장군님께서는 노한 표정으로 탁상우에 놓인 신문을 두드리시였다.

《신문도 신문이지만 오기섭동무가 도인민위원회를 통해서 그런 지시를 이미 하달하였습니다. 그래서 정권기관들에서는 지주에게 영농할만 한 농기구도 그냥 남겨두라고 하고있습니다.》

《음, 알겠소···》

장군님께서는 신문을 접어 밀어놓으시였다.

(이렇게 규률도 없고 질서도 모르는 사람이 도대체 공산주의혁명을 어떻게 끝까지 해내겠는가.)

장군님께서는 오기섭이라는 한 인간의 운명을 놓고 속이 답답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농림국장을 보며 안타까이 말씀하시였다.

《글쎄 농민들은 아직 계급의식이 부족하다보니 지주에 대해서 그런 동정도 때때로 할수 있겠지만 그 동무야 어떻게 그럴수 있소. 지주가 고농이 된다는게 무슨 궤변이요. 이건 토지법령을 한줄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나 떠버릴수 있는 소리요.

저 동무를 저기 그냥 두었다간 또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겠소. 그리고 평북도 각 군에 지도검열대를 내보내야 할것 같소. 그 책임자로 김일동무를 보내는게 어떻겠소?》

《예,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시간을 잃을것 같습니다. 지금 황해도지역에서도 일이 복잡해지고있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농림국장이 한층 더 심각한 표정을 짓고 말씀올리였다. 장군님께서는 몹시 놀라며 농림국장을 마주 바라보시였다.

《황해도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답니까?》

농림국장은 장군님께 연방 상서롭지 못한 보고만을 올리는것이 괴로운듯 잠시 침울하게 서있다가 수첩장을 펼치였다. 농림국장은 지금 황해도에서 토지개혁사업이 전반적으로 예정한 기일보다 늦어지고있다고 걱정하였다. 특히 그곳에서는 부농, 중농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것처럼 일제히 동요를 일으키면서 토지개혁사업을 지지해나서지 않는다는것이였다.

《부농, 중농이 동요를 일으킨다구요? 무엇때문에요?》

그때까지 잠자코 서있던 강진건이 놀라며 물었다.

《일부 지방에서 부농과 중농들을 잘못 건드려놔서 불집이 터진것 같습니다.》

농림국장은 얼핏 강진건을 돌아보고 다시 수첩에 눈을 주었다. 그는 수첩에 무엇이 적혀있어서 들여다보는게 아니라 장군님을 뵈옵기가 괴로와서 눈길을 들지 못하는것이였다.

실상 황해도의 실태는 엄중하였다. 농림국장이 통보를 받은데 의하면 지금 황해도전역에 38°선이 39°선으로 된다는 요언이 퍼져서 남조선으로 배를 타고 나가는 농민들과 타지방으로 떠나려고 짐을 꾸리는 사람들로 일대 혼잡이 일어나고있다고 했다.

한편 적지 않은 부농, 중농들속에는 토지개혁법령이란 빈농과 고농을 위한것이지 자기들과는 상관이 없다면서 지주들편에 다가붙는 경향이 많이 나타난다고 하였다.

《장군님, 황해도는 그러지 않아도 38선과 해안을 끼고있는 지역인데 적들의 준동이 겹치기만 하면 사태가 걷잡을수 없게 번져질수 있습니다.》

평북에서의 사태는 손금보듯 명백한 일이지만 이쪽은 광범한 농민층이 적들의 악영향을 받을수 있다는 위험으로 해서 더욱 심각한 문제였다.

《좀 앉읍시다. 이건 간단치 않은일 같소.》

장군님께서 여직 서있는 사람들에게 의자를 권하시였다.

《그러니까 부농도 지주로 규정하고 중농도 지주로 마구 규정해서 청산하겠다고 한것 같지 않습니까?》

장군님께서는 벌써 직감되는것이 있어서 벽에 걸린 지도를 천천히 돌아보며 말씀하시였다. 황해도에서 일이 벌어진다는것은 심상치 않은 문제였다. 북조선의 10여만㎢되는 지역에서 제일 경지가 많고 논이 많은 지역이다. 알곡수확량도 수확량이지만 남조선과 가장 가까운 이 지역에서 토지개혁이 혼란에 빠지면 남조선농민들에게 아주 나쁜 영향을 줄수 있는것이였다.

《그렇습니다. 재령벌같은데서는 부농의 토지까지 몰수하고 청산이주령을 내리는 바람에 군내 모든 부농들과 중농들이 불안에 떨고있답니다. 그 사실이 린접군들에도 널리 소문이 나고···》

농림국장은 수첩을 꺼내 펼쳐들고 그 외에도 이와 류사한 일들이 벌어지고있다고 더 찍어대였다.

《가만, 이자 재령벌이라고 했소?》

《예.》

장군님께서는 긴 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그러지 않아도 좀전에 갈촌에서 돌아오며 그곳 생각을 했는데 다른곳이 아닌 바로 그곳에서 일이 벌어졌다는것이 더욱 뜻밖이시였다. 재령벌에서 벌어진 엄중한 사태를 놓고 당황해하는 김창규며 조순근의 얼굴이 눈앞에 선히 떠오르시였다. 그와 함께 재령벌농군들에게 집단농장소리를 했다던 그곳 군당비서며 함흥에서 학생시위를 음모하려다가 들장이 나서 도망쳤다는 그곳 지주의 아들도 련상되시였다.

《김책동무의 보고에 의하면 이번 함흥사건의 조종자가 재령벌쪽으로 뛰였다고 합니다. 국장동무, 그곳 군당비서를 하는 유사천이란 어떤 동문지 모르오?》

장군님께서는 농림국장앞으로 급히 걸어오며 다급하게 물으시였다. 농림국장은 장군님의 눈빛에서 번쩍하는 불빛을 보는 순간 저도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유사천동무는 해방전에 무슨 사상운동을 좀 한 일이 있고 감옥생활도 해본 동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동무가 군당에 당치도 않은 〈토지개혁실시위원회〉를 내온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좌경적으로 집행한것 같습니다.

장군님, 제가 이번에 토지개혁을 하면서 깊이 알게 된것은 좌경과 우경은 사실상 한뿌리에서 자라나는 독초라는것입니다.》

《농림국장동무가 아주 비유를 잘했소.》

장군님께서는 소리내여 웃었으나 몹시도 가슴이 아프시였다. 돌이켜보면 그이께서 20여년동안 혁명을 하시면서 속을 태운것은 대외의 원쑤들보다도 혁명대오안의 좌우경분자들때문이였다. 그런자들때문에 얼마나 많은 동지들이 희생되고 혁명의 명예가 손상되였던가. 그것이 바로 혁명의 항로를 가로막는 암초였다.

《장군님, 너무 걱정마십시오. 제가 황해도에 나가 일을 바로잡아놓고 오겠습니다. 거기 군당비서라는 사람이 해방전에 사상운동을 했소, 감옥살이를 했소 흰소리를 하지만 온전한 사람같질 않습니다.》

강진건이 불쑥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금시라도 길을 떠날것처럼 서성거리였다.

장군님께서는 강진건을 돌아보시였다. 아닌게 아니라 그이께서는 누구를 황해도에 보낼것인가 생각하시던참이였다.

《선생님이 어떻게 또 가시겠습니까. 건강도 좋지 못한데···》

《장군님, 제 건강에 대해선 걱정 마십시오. 물론 저보다도 일을 잘할수 있는 동무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황해도에 대해선 제가 좀 파악이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제가 장군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일을 해낼테니 믿고 보내주십시오.》

장군님께서는 뜨거운 눈길로 강진건의 주름많은 얼굴을 다심히 살펴보시였다.

《선생님, 지금 놈들은 토지개혁과 관련하여 민심을 뒤흔들어 놓고 농민들의 가슴속에 자리잡힌 마음의 기둥을 뽑아버리자고 획책하는것 같습니다. 나는 이것이 제일 우려됩니다. 내려가시면 복잡한 일이 많겠지만 이걸 막아버려야 합니다.》

《장군님, 그 말씀을 꼭 명심하겠습니다.》

《건강이 정말 일없겠습니까?》

《제 건강에 대해선 조금두 걱정하지 마시라는데두 자꾸 그러십니까. 이제 보십시오. 제가 몸이 튼튼해가지고 돌아오는걸···》

강진건은 흔연히 미소를 지으며 자기의 건강을 담보하듯이 두팔을 쭉 펴보이였다. 그 천진스러운 거동에 농림국장은 소리내여 웃었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가슴쓰린 생각이 들어 강진건의 두터운 손을 감싸쥐시였다.

이런 로인이 몸만 성하다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낼수 있을가싶었다. 장군님께서는 그의 손을 잡은채 오래도록 말씀을 못하시였다.

강진건은 그날밤으로 황해도 재령벌을 향해 총총히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