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봄-제11장 2


 

제 11 장

2

 

민주당청사로 향해가는 송신일의 마음은 불안하였다. 조만식이가 무슨 일로 자기를 부르는지 전혀 가늠이 가지 않았다. 때아니게 사무에 바쁜 사람을 갑자기 불러내는걸 보면 필경 심상치 않은 일을 벌릴 잡도리 같았다.

그가 숨이 차게 조만식의 방으로 들어서는데 안에서 여러 사람이 얼굴이 불깃해서 서류가방들을 끼고 나왔다. 송신일이 온것을 보고는 마지 못해 눈인사를 하며 얄미운듯 얼굴을 돌렸다.

《송형, 우린 기다리다가 먼저 모임을 한가지 했소.》

송신일이 방안에 들어서자 조만식이 웃는 낯으로 량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산당의 지주수탈, 청산정책은 민주당의 리념과는 너무도 상극되는 일이여서 민족의 일치단결을 위해서 성명서를 내기로 하였다는것이였다.

《성명은 누구를 위해서 누구한테 낸다는건가요?》

《송형, 성명을 내자는건 우리 당이 자기 태도를 세상에 알리자는것외에 다른 아무것도 없소.》

《난 성명을 내자는 당수님의 제기에 찬성할수 없습니다.》

송신일은 어조에 힘을 넣어 거부해나섰다. 그러나 조만식은 벌써 송신일의 입에서 응당 그런 대답이 나오리라는것을 알고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높다란 의자등받이에 지그시 가져다대였다.

《왜 찬성할수 없는지 그 까닭을 알고싶구려. 송형도 분명 민주당원일텐데?》

《민주당원이기때문에 난 반대하는겁니다.》

송신일은 몸가짐을 엄하게 하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장군님의 건국로선을 받들기 위해서 필요한 정당입니다. 어떤 개인의 주의주장을 관철하는 사설정당으로 만들어선 안됩니다.

성명을 내는것은 통일전선을 파괴하는것외에 당의 리념관철에 아무런 리익도 주지 않습니다.》

송신일은 조만식을 돌아보며 항의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조만식은 너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끄덕끄덕했다. 듣고있다는 소린지 그만 하라는 소린지 알쑹달쑹한 몸짓이였다.

《옳소. 송형의 말에도 일리가 있소. 공산당과 엇서는것은 무모한 자살행위요.》

조만식은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그는 입밖에 내여 말하지는 않았지만 당장 성명을 낼 형편이 못된다는것도 알고있었다. 그러면서도 성명문제를 들고나온것은 그로서의 의도가 있었다. 당장 발표는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문제를 들고나옴으로써 여론을 류포시켜 공산세력에 자극을 가하자는것이였다. 그는 성명문제가 당장 찬성을 못받아도 좋았다.

그에게는 두번째안이 있었다.

《좋습니다. 송형의 견해가 다른만큼 성명문제를 후일의 일로 미룹시다. 그대신 우리 당의 태도를 먼저 김장군님한테 전합시다. 김장군님께서만은 알고있어야 하니까. 장군님께서는 반드시 우리 당의 태도를 참작하실줄로 믿습니다. 송형, 이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리하는가요?》

《장군님께 말씀올려 얻자는것은 무엇인가요?》

송신일은 조만식을 마주 바라보며 침착하게 질문을 던졌다.

《토지개혁을 분별없이 일으켜 민족이 불행을 당하지 않도록 하자는것이요. 말하자면 공산당의 정책을 장군님께서 좀 저지시켜 달라는것이요.》

조만식이 이렇게 말하며 송신일을 돌아보았다.

《송형이 이 일을 맡아주어야 하오. 그리고 송목사도 일이 그 방향에서 되도록 힘써야겠소. 송형이 민주당을 대표해서 림시정부에 들어가있으니··· 게다가 송형은 장군의 총애를 받고있는것만큼 송형이상 더 적임자는 우리들중에 없소.》

조만식은 은근히 송신일을 구슬렸다.

《말씀을 삼가하시오. 그렇소. 장군님께서는 허물많은 나를 믿고 사랑하시오. 그러하기에 나는 장군님께 충실할 생각뿐이요. 설사 내가 그릇되게도 조위원장의 온당치 않은 의견을 올린다 해도 국사와 개인친분관계를 혼돈하실 장군님이 아니시오. 장군님은 언제나 만백성의 권익을 첫자리에 놓는분이시니 두번다시 나에게 그런 청을 하지 마시오.》

송신일은 큰소리로 말했다. 그는 진심을 터놓았다. 돌이켜보면 18년전 겨울 길림에서부터 해외를 표랑하던 그 긴긴세월 장군님에 대한 전설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온 송신일이였다. 나라없는 그 세월 몸은 비록 상해림시정부요, 로스안젤스의 공립협회요 하는 민족주의정치운동의 깨진 지붕밑을 찾아 여러곳으로 전전하였지만 장군님에 대한 생각은 언제나 그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그때문에 온 아시아대륙의 황토가 묻은 일제의 군화밑에 짓밟혀 살면서도 민족의 지조를 지켜낼수 있었는지 모른다. 이제 해방된 조국에 와서 장군님의 뜻과 사랑을 더 깊이 알게 된 송신일이기에 죽는 날까지 장군님곁에서 장군님을 모시다가 눈을 감을 결심은 변할수가 없었다.

송신일이 문을 열고 나설 때 밖에서는 비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졌다. 하늘에선 매지구름이 밀려다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