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봄-제11장 1


 

제 1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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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님께서는 당청사의 집무실에서 보고문을 써나가시였다. 종이우에 옮겨지는 글줄을 따라 며칠동안 돌아본 서해지구의 농촌들과 거기에서 만났던 잊을수 없는 여러 농민들의 군상이 끊임없이 떠오르시였다. 그중에서도 강한 여운을 끌며 내내 가슴을 울리는것은 재령벌에서 받으신 충격이였다. 눈앞에서 지주만 없어지면 원이 없겠다던 조순근농민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시였다. 그러나 자기는 나깨미국수를 먹으면서도 문중의 지주를 떠받들며 그를 다치지 못하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농민도 있었다. 뚜렷한 대조를 이룬 이 두 극단의 농민은 사실에 있어서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한모양의 조선농민이였다. 다만 수천년의 봉건의 질곡이 우리 농민들을 천태만상의 허상으로 나타나게 한것이였다. 생활은 그렇게 복잡한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똑똑히 알고있는 당원간부들이 얼마나 되는가? 문득 그이께서는 집단농장을 내오자고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했다는 그곳 군당비서의 말이 생각나시였다. 농민들의 운명에 란도질을 하는 간부가 비단 재령벌의 군당비서 하나뿐일수 없었다. 현실은 무엇보다도 당원간부들의 머리를 바로 잡아줄것을 요구하고있었다.

보고문을 써나가느라니 쓰라린 원한을 대를 물려가며 받아안고있는 서분이의 모습도 보이시였다. 어린 수난자 서분이, 그 가련하고 불쌍한 처녀가 혀아래소리로 가락을 뽑아 부르던 재령강의 슬픈 노래속에 어째서 임당수이야기가 담겨있는것인가.

효성이 지극한 심청이 바다물에 몸을 던져 뒤날에 아버지의 눈을 띄워주듯 그런 환희의 날이 와달라고 임당수를 노래에 담았는지 모른다.

장군님께선 그 노래를 생각하니 벼락바위를 휘감아치며 소용도는 재령강 여울물소리가 들려오는듯하시였다. 쩡쩡 얼음장이 갈라지고 꺼져내려가던 소리, 이 해의 해동과 함께 수난의 강 재령강이 환희의 노래를 부르며 흘러가게 만들어야 했다.

장군님께서는 부리나케 글을 쓰며 조용히 입속으로 서분이를 불러보시였다.

《서분아, 울지 말아. 조금만 참아라.》

이 한마디라도 재령강가에 날려보내주고싶으시였다. 노래부르는 처녀의 모습은 너무도 뼈아프게 가슴을 헤집으시였다.

(그런데도 토지개혁을 해서는 안된다고?)

서분이에 대한 가슴아픈 생각을 더듬던 그이께서는 무중 이렇게 반문하시였다. 그것은 요즘 조만식이 토지개혁을 반대하는 소위 성명서라는것을 준비한다는 말이 문득 련상되시여서였다. 어제저녁 송신일이 찾아와서 요즘 조만식이가 일방으로는 토지개혁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해나서고 타방으로는 공산당안에서 딴 의견을 품고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토지개혁을 못하도록 와해공작을 벌린다고 하였다.

《조만식은 이마적에 공산당내의 극좌인물들을 은밀히 찾아다니며 자기도 일체 사유토지를 몰수하는 토지개혁을 지지하지만 서울에 중앙정부가 선 다음 남북이 토지개혁을 함께 실시하는것이 건국에 리롭지 않겠는가고 꼬드긴답니다.》

《허허허, 일없습니다. 조만식이 그런다고 우리가 할 일을 못하겠습니까.》

장군님께서는 송신일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르시였다. 송신일은 장군님의 말씀에 다소 마음이 놓이는지 어둡던 얼굴이 밝아져서 돌아갔다. 결국 토지개혁을 정면으로 반대해나설 정치적세력은 조만식의 집단이였다.

미군세력에 기대를 걸고있던 일부 지주들도 이제는 조만식의 정치무리들이 자기들의 리익을 대변하고있다는것을 알고 그품으로 찾아들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토지개혁을 부쩍 앞당겨오려는 결심이 강해지시였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당을 강화하여야 했다. 그래서 곧 당 제4차확대집행위원회를 소집할 계획을 하시였다. 지금 당안에서는 일부 사람들이 지난날의 종파적습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당의 결정과 지시에 대하여 표리부동한 태도를 취하고있다. 동해안지방 당조직들은 여러번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방할거주의적인 행위를 하면서 중앙의 지시를 이리저리 깔아뭉개고있다. 재령벌에 갔을 때 그곳 군당비서가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기도 실태는 마찬가지였다. 그뿐이아니라 중앙에서도 토지혁명에 대한 리해를 똑똑히 못가진 사람들이 《경험》과 《전례》를 운운하는가 하면 통일정부에 대한 인식이 바로 서지 못하여 아직 시기상조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이번 회의에서 이런 경향들을 다 비판하고 바로 잡아놓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심장에서 불이 쏟아져나오는것 같은 열정으로 보고문을 쓰시였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예감이 들어 고개를 쳐들고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마침 그때 탁상우의 전화종이 정적을 깨뜨리며 유난스레 울렸다. 장군님께서는 만년필을 놓고 수화기를 드시였다.

《제 송신일입니다. 장군님, 바쁘신줄 알면서 전화로···》

《괜찮습니다. 급한 일인것 같은데. 어서 말씀하십시오.》

《예, 조장로가 예견치 않았던 민주당상무집행위원회를 소집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좀 가보렵니다.》

《어서 그렇게 하십시오.》

장군님께서는 바로 그것을 예감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이제 민주당상무집행위원회에서 무엇이 토론되겠는지도 환히 꿰들고계시였다. 물론 거기서 즐거운 일이 벌어질수가 없었다. 하지만 장군님께서는 조만식을 비롯한 일부 반동세력때문에 결코 우당으로서의 민주당의 립장과 로선이 이그러질수 없다는것을 확신하고 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