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겨울-제4편 3


 

제 4 편

3

 

어제아침 사령관동지께서 쌍안경을 드시고 찾아내신 한줄기의 엷은 구름이 그이께서 판단하신대로 안개나 구름같은것이 아니라 적의 우등불에서 타오르는 연기라는것이 감시결과로도 확정되였다.

여기에 정찰병들의 보고와 족제비사냥군의 뜻밖의 고백까지 겹치고보니 그 파문은 대단히 컸다. 일부 지휘원들속에서는 적의 움직임이 명백해지고 불섬이 적들에게 로출된이상 춘기작전을 앞당기는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새 소문이 번져 일단 군정학습을 중지하게 될것이라는 여론도 떠돌았다.

족제비사냥군문제를 어떻게 처리할것인가 하는것 자체도 간단한 일이 아니였다. 그를 선우제와 계속 접촉시키고 편지를 나르게 해서 적특무기관이 그 선에 기대를 걸게 하는것은 시간을 쟁취하는데서나 적을 효과적으로 타격하는데서 절실히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선우제뿐아니라 렴형로까지 두다리치기를 하게 하는만큼 일을 그럴듯 하게 꾸민다는것이 쉽지를 않고 그만큼 위험하기도 하였다.

사령관동지자신의 마음속도 번거로우시였다. 한때 독립운동을 한다면서 참의장 서리까지 하던 선우제가 타락하다 못해 일제에 의하여 잘 길들여진 사냥개가 되여 제 겨레를 무수히 물어메치고 오늘은 조선인민혁명군을 물어뜯자고 독묻은 이발을 갈고있다고 한다.

인간이 이렇게 개보다 훨씬 추악하게 변해도 외양은 여전히 사람꼴을 하고있다는것이 참으로 리해할수 없는 일이였다.

렴형로의 고백을 들어보면 그가 허위와 배신의 길로 첫발을 들여놓게 된데는 인간의 생존본능과 같은 동기가 깔려있다. 그러나 그는 역시 인간이였기에 하마트면 원쑤의 끄나불이 되여 새김질이나 하고 새끼나 퍼뜨리며 인간의 가장 고상한 징표를 마치 거위새끼가 대두박과 함께 금강석을 집어삼키듯 다 늙어빠진 몇해의 잔명과 바꾸어먹자고 한 타락의 막바지에 들어설번했으나 종당에는 더 깊이 빠져들지 않도록 발을 뻗디디고 서서 참된 길로 되돌아서게 되였던것이다.

선우제에게는 렴형로보다 더 각박한 사정이 있었던것인가. 그는 무엇이 그리도 궁해서 의리와 량심, 신념을 다 밥집속에 집어 삼키고말았는가, 또 박차석이는 죽기가 무서워 혁명의 신념을 집어던지고 겨레와 동지들을 배신하고 이미 넝마쪼각이 되여버린 육체를 건져보려고 몸부림치고있지 않는가, 인간생활이 복잡하고 시절 또한 다난하니만큼 그들이 타락한 동기나 사정은 각각 다를수 있겠지만 어차피 그 밑바닥에는 자기보존과 번식이라는, 하등동물일수록 더 왕성한 그 본능이 깔려있을것만은 틀림없다. 그것이 그들의 생명활동의 전령역을 침식해서 마침내 인간으로서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마저 서슴없이 집어삼킨것이다.

거위새끼가 집어삼킨 금강석은 밥주머니속에 들어갔다가도 배설되여 나올수 있겠지만 선우제나 박차석이가 집어삼킨 인간의 량심과 의리, 신념은 그렇게 간단히 뱉어버리지 못할것이다. 개돼지가 아니라 인간의 탈을 쓰고 개돼지처럼 그것을 집어삼켰을 때 그것은 비상을 삼킨것보다 더 무자비한 영향을 그들이 그렇게도 애착을 가진 동물적인 생명에 미칠것이다.

준엄한 세월은 인간의 면모를 더욱 인간답게 다듬어내고 완성시키는 동시에 참된 인간과 인간의 탈을 쓴 개돼지를 엄격히 갈라내는 채와 같기도 하다.

장군님께서는 렴형로를 다시 선우제에게 보낼 차비를 하고있는 김주현을 한옆으로 바라보시며 이런 생각을 하시였다. 이 겨울에 김주현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은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용히 그 시련을 동요없이 이겨내고 지금은 전날의 신심과 슬기를 되찾은것 같다.

《편지투를 어떻게 했소? 좀 다르게 썼소?》

사령관동지께서는 렴형로와의 사업은 방향만 주시고는 그에게 일임해두셨지만 이번만은 정황이 복잡해진만큼 궁금해서 물어보시였다.

김주현은 거침없이 내달리던 붓대를 멈추어세우고 잠시 장군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질문의 의도를 선뜻 파악하지 못한것이였다.

《혹시 그놈의 의심을 살가봐 특별히 우리의 믿음을 강조하거나 담보를 든든히 약속하거나 한게 없는가 해서 물어보는거요.》

사령관동지께서는 그 문제에 대해 묻기는 하지만 특별히 큰 관심은 없다는듯이 가볍게 부언하시였다.

《그런것은 전혀 비치지 않았습니다. 종전과 똑같이 엄밀히 보면 전보다 좀 조심을 하는듯 하게 썼습니다.》

김주현은 붓대를 벼루우에 걸쳐놓고 정중히 대답하였다.

《잘했소. 전과 투가 달라지면 우리에게 무슨 변화가 있다는것을 의미하니 오히려 의심이 나서 족제비사냥군을 통해 그 냄새를 맡자고 할거요. 그렇게 되면 사냥군은 다시 견디기 바쁜 고비에 나서게 될것이 뻔하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가 그 사냥군과 선우제의 정체를 알았다는것밖에 다른 무엇이 변한게야 있습니까. 그런데 그놈들의 그 음모를 리용하자는데야 더구나 아무런 변화가 없는것이고 그러니 편지도 종전대로 쓸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주현은 단정히 앉아서 좀 느릿느릿하지만 한마디도 더듬지 않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의 눈빛에도 드놀지 않는 신심이 깃들어있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내심 그것이 반가우시였다. 사실 이런 정황하에서 두다리치기를 하는 련락원을 통하여 숨은 애국자로 가장한 적의 밀정에게 반일투쟁에 나설데 대한 문제를 가지고 종전과 똑같은 투로 편지를 쓴다는것은 어지간한 배심을 가지고 해낼수 있는 일이 아닌것이다.

《참 주현동무는 어떻게 생각하오? 지금 일부 동무들은 이제는 군정학습을 중단할수밖에 없는것으로 보고있는데···》

다시 붓대를 쥐려던 김주현은 고개를 숙이였다. 깊은 생각에 잠긴듯 한 몇초가 지나갔다. 보매 그 문제를 놓고 새롭게 정확한 대답을 찾아내자고 애쓰는것 같았다. 그러나 조용히 붓대를 놓고 사령관동지를 향해 돌아앉은 김주현의 입에서는 전혀 딴소리가 울려나왔다.

《저도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중평광산을 칠 때 생각을 했습니다. 저 역시 이번 학습을 거치지 않았다면 그런 견해를 가졌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혁명의 승리를 위해서는 기어코 군정학습을 끌까지 철저히 보장하여야 한다는것이 지금 김주현의 신념이였다. 적들이 우리의 위치를 알아내고 포위한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큰 위험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것은 백전백승의 강철의 령장이신 김일성장군님께서 함께 계시기때문이다. 김주현의 립장과 배심은 그만큼 투철하고도 든든하였다. 자신이 전날 그렇지 못한것이 가슴아팠다.

장군님께서는 괴롭게 갈려나오는 김주현의 말을 들으며 그가 복잡하게 제기된 족제비사냥군문제를 처리해나가는데서 그처럼 침착한것은 까닭없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시였다. 그에게는 사령부에서 이미 정한 방침을 다소간의 정황변동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저렇게 함부로 변경시키는것이 아니라는 확고한 립장에 튼튼히 서있는것이다.

이것은 벌써 이번 동기군정훈련의 생활력을 말해주는 동시에 만난을 무릅쓰고라도 계획된 학습강령을 끝까지 관철해야 한다는것을 말해주기도 하는것이였다.

다음날 아침 사령관동지께서는 지휘원들을 사령부에 부르시였다.

있을수 있는 적의 동향과 그에 대처할 방어준비상태를 지도를 통해 검토하고계시던 사령관동지께서는 부르신 사람들이 다 모이자 격식없이 말씀하시였다.

《지금 어떤 동무들은 오래동안 전투를 못해봐서 오금이 쏘아나던중에 마침 적들이 불섬어방에 나타났다고 하니까 이제는 공부를 그만하고 춘기작전을 앞당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있는것 같은데 그런 동무들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사령관동지께서 온화하신 어조로 이렇게 말씀하시자 지휘원들은 눈을 끔벅끔벅하며 서로의 눈치들을 살폈다. 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는가 하는 표정들이였다. 강철룡은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의 어깨우에 쑥 삐여져오른 고개를 높이 들고 두릿두릿 사위를 살핀다. 그런 씨먹지 않은 소리를 쥐여치면 당장 답새기겠다는 기세이다.

장군님께서는 미소를 짓고 말씀하시였다.

《말하는 사람이 없는것으로 보아 똑똑한 견해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니고 그저 적의 우등불연기가 멀지 않은곳에 비껴있지 족제비사냥군이 적 특무기관에서 조작한 편지를 날라들였다지 하니까 밸이 난김에 한 말같은데 리유는 어쨌든 이런것은 다 사령부의 의도와 맞지 않는 말들이라는것을 알아야 하겠소. 군사정치훈련을 중도에서 그만두는것은 우리 혁명의 근본요구를 외면하는것인동시에 춘기작전준비자체도 그만두자는것이나 같소. 그것은 우리 혁명의 승패나 춘기작전의 성과여부가 이번 군정학습을 통해 우리 대오를 얼마나 강화하는가에 전적으로 달려있기때문이요. 그렇다면 군정학습을 그만두는것이 옳은 처사이겠는가.》

사령관동지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계속하시였다.

《그렇다고 하여 적의 대병력이 우리를 포위하고있는 정황에서 속수무책으로 앉아 학습만 하겠는가. 두말할것도 없이 그렇게 무맥하게 앉아있을수는 없소. 그렇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사령관동지께서는 군용지도를 귀틀벽에 걸어놓은 다음 지휘원들에게 불섬주변을 둘러싸고있는 적의 움직임과 그놈들이 노리는 목적, 그리고 불섬주변의 자연지리적특성과 지금 부대의 무력상태를 분석하시였다.

《동무들, 사령부의 결심은···》

사령관동지께서는 확고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이런 정황에서 적과 싸우면서 한편 계획했던 군정학습을 계속 하려고 하오.

그러면 적의 기습을 물리치며 유동하지 않는 조건에서 어떻게 학습을 계속하겠는가.

자연요새를 리용하여 방어시설을 꾸려야 하오. 지금 우리는 아주 유리한 지리적조건에 있소. 이 유리한 자연조건만 잘 리용하면 달려드는 적을 능히 물리치면서 학습을 계속할수 있소.》

장군님께서는 지휘원들에게 사령부의 확고부동한 결심을 일러주신 다음 곧 구체적대책을 세우기로 하시였다.

《이제부터 밖에 나가서 불섬주변을 돌아보며 강력한 방어진지를 꾸릴 대책을 토론합시다. 그 다음은 련대와 중대들에 방어구간을 분담하겠소. 전투행동조직과 방법도 현지에서 제시하는것이 좋을것 같소.》

사령관동지께서는 지휘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오시였다.

그이께서는 바람세찬 회리봉정수리에 오르시여 지휘원들에게 일일이 지형을 설명하고 중대들에 방어구역을 분담해준 다음 말씀하시였다.

《이제부터 군사훈련은 자기 중대가 맡은 초소에서 실전과 같이 진행해야 하겠소.》

중대장들은 한층 활기를 띠였다.

그들은 그 길로 자기 중대를 이끌고 담당구역에 달려가서 방어공사를 시작하였다.

전사들은 신심에 넘쳤다. 자연요새만 잘 리용하면 적의 그 어떤 대군도 쉽게 쳐부시고 밀영을 보위할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던것이다.

지형을 돌아보며 필요한 대책을 세우고 사령부에 돌아오신 장군님께서는 불섬에서의 군정학습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마음을 놓으시였으나 적의 전례없이 간교하고 악랄한 탄압과 파괴음모때문에 어려운 시련을 겪고있는 지하조직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이끌어나갈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또다시 생각에 골몰하시였다. 정안툰전투가 예견했던대로 적들에게 혼란을 주고 지하조직과 인민들에게 커다란 신심과 고무를 주었다는것은 이미 여러 통보를 통하여 확증되였다. 이제 조선인민혁명군이 비할바없이 장성강화된 힘으로 적의 배후를 맹렬히 공격하면 감히 조선인민혁명군의《소멸》을 떠벌이며 분수없이 날뛰는 적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뿐아니라 그것이 곧 우리 조직과 인민들을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조치로도 될것이다. 그러나 적들이 조선인민혁명군을 색출하고 포위하는데서나 국경일대의 혁명조직을 들추어내는데서 그들로서는 할수 있는 온갖 악착한 계교와 피비린 살륙, 엄청난 무력의 투입을 서슴지 않는 조건에서 조선인민혁명군의 춘기반타격전을 든든히 움켜쥐였다가 급소를 향하여 내려치는 주먹과 같이 잘 준비되고 결정적인 공격으로 되여야 할것이다.

그러자면 군정훈련의 완성을 서두르는 한편 지금부터 적정에 대한 전반적인 면밀한 정찰이 선행돼야 할뿐아니라 그때까지 지하조직을 보호하고 나아가서 적의 탄압에 기가 질려있을것이 아니라 춘기반타격전에 호응할 전투적인 태세를 갖추도록 해야 할것이다.

이런 때 권영벽이 있었으면 구태여 이런 문제를 가지고 새로운 대책을 세울 필요도 없이 짤막한 통신만 띄워도 될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철창에 갇혀 그 누구보다도 가혹한 시련을 겪고있다.

그는 물론 언제 어디서나 싸울줄 알고 자신을 깊이 위장할줄 알며 적의 마수에서 벗어나는 지략도 가지고있는 준비된 혁명가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적들도 잡도리를 간단하게 하지 않을것이니 그의 신변이 더욱 념려되시였다.

백암지구에 무사히 들어가 박혔다는 마동희에 대해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시였다. 적의 발악은 걷잡을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아직 지하사업경험이 어린 그가 나날이 자반뒤집기를 하는 복잡한 정세앞에서 혼자 얼마나 속을 태울것인가.

적구로 믿음직한 사람을 보내야 한다. 어려운 조건에서 싸우고있는 지하의 동지들과 적구인민들에게 사령부의 의도를 알려주고 제기된 문제를 풀어주며 춘기반타격전을 위한 통로를 먼저 개척해야 한다. 이처럼 중하고 복잡한 과업을 누가 실수없이 수행할것인가.

밤이 이슥해서 사령관동지께서는 김주현을 부르시였다.

김주현은 이번 동기군정훈련에서 눈에 뜨이게 성과를 거둔 사람중의 한사람이다. 앞으로 그자신의 개조를 완성하는데서도 이제는 책상앞에서 하는 학습을 그만하고 적구에 나가 가장 엄혹한 정황속에서 불굴의 투지로 싸우고있는 조직과 인민들을 보고 실생활을 통하여 그 힘의 강대성을 체험할 필요가 있을것이다.

실무적으로 보아도 지금 제기되고있는 지하조직과의 사업과 군사적임무를 함께 수행하며 아울러 적특무기관과 련결된 선우제문제를 그때그때의 정황에 맞게 실수없이 처리하는데는 김주현이만 한 적임자가 없었다.

김주현은 전령병의 뒤를 따라 방안에 들어서서 보고를 하고는 그대로 서서 사령관동지의 분부를 기다렸다.

장군님께서는 방금 설겆이를 끝내고 오는 길인듯 옷자락에 물기가 번져 꾸등꾸등 얼고 험하게 갈라진 손가락마디들이 빨갛게 피가 진것을 측은하게 더듬어보시였다. 누구보다도 많은 일을 하고 또 험한 일에 몸을 아끼지 않다보니 옷도 그중 험해졌다. 그러나 그런대로 깨끗하게 빨아입었고 판이 난데는 천을 덧대고 기워입었다. 문득 장군님의 눈앞에는 윤화의 모습이 얼른거리였다. 만일 윤화가 곁에 있었다면 그 잰 바느질솜씨로 저런 수고쯤은 덜어줄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윤화는 남편이 범한 과오를 그대로 자신이 범한 과오로 치부하고 자신에게 지나칠만큼 강한 요구성을 제기하고있다. 그때문에 순진한 종철이까지 이 겨울을 참기 어려운 고통과 외로움속에서 보내고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저리시였다.

사실 따지고보면 김주현이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그는 엄연히 적을 쳤고 적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혔으며 인민들에게 좋은 영향도 주었다. 만일 여느 사람이 그런 일을 했다면 그야말로 력사에 남을만 한 공훈을 세웠다고도 말할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김주현은 엄중한 책벌을 받았다. 그것은 그가 개별적전사가 아니라 조선혁명을 이끌고나가는 조선인민혁명군의 책임적지휘원이며 사령부의 전략적방침집행에 직접 참가하고있는 책임이 무거운 사람이기때문이다. 김주현이같은 사람이 한번 잘못하면 우리 혁명에 커다란 손실을 주기때문에 그는 절대로 잘못 생각하거나 잘못 행동해서는 안될 사람이다. 그래서 사령부당위원회는 그에게 응당한 책벌을 주었고 실천을 통하여 자기 잘못을 깨닫도록 기회를 주었다.

그는 모대겼고 자기를 의심하였으며 그다음 어리둥절하여 할바를 몰라하였다. 그러나 그는 역시 오랜 혁명가여서 인차 혁명적리성을 되찾고 자기 개조를 위한 처절한 싸움을 벌렸다. 그는 시련을 이겨냈다. 자기 잘못과 그것을 빚어낸 자기의 굳건치 못한 립장과 관점을 스스로 타매하면서 그는 그 성실하고 솔직한 자기반성과 진지한 학습태도, 심오한 사상리론적준비로써 비록 작식대원이지만 이미 혁명군대렬내에서 련대장시절이나 다름없는 존경을 받고있다.

이제는 그에게 이번 군정훈련기간에 그가 쌓아올린 성과를 실천으로써 검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리 와 앉소. 손이 다 얼었구만.》

장군님께서는 김주현의 빨갛게 언 손을 잡아 아래목으로 이끝어앉히며 부드럽게 말씀하시였다.

《별일 없습니다. 그릇을 닦느라고 눈을 주물렀더니 좀 젖었습니다.》

김주현은 면구스러운듯 손을 뽑아 무릎밑에 감추었다.

《힘들지 않소? 중대의 부엌살림을 그만큼 착실히 하자고 하면 남보다 몇배 힘들겠는데 오늘은 벌써 사령부에만도 세번째나 오지 않소.》

사령관동지께서는 어디 축간데가 없는가 해서 그의 낯빛을 자세히 뜯어보며 물으시였다.

《힘들지 않습니다.》

김주현은 이렇게 대답하고 잠시 생각에 잠겨 앉아있다가 조용히 덧붙이였다.

《제딴에는 좀 더 힘들었으면 해서 때로는 안해도 될 일마저 해보지만 전날 제가 하던 사업량에 비해보면 단순한 행군량을 가지고도 절반량이 되지를 못합니다. 거기에 머리를 쓸 일도 별로 없고하니 수족이 너무 편안합니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아픈것을 느낍니다. 혁명을 위하여 힘껏 일하는것이 그렇게 큰 행복이고 영광이였구나 하는 생각을 할수록 지난날 큰 자각없이 산것이 가슴저리도록 후회됩니다.》

장군님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김주현의 말은 피멍이 지도록 가슴에 박힌 산 체험을 통하여 울려나온것이였다. 그러한 말은 실속이 있고 무게와 깊이가 있는 법이다.

장군님께서는 창밖으로 눈길을 돌리시며 말씀하시였다.

《혁명하는것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행복한가 하는것을 깊이 느끼는것은 아주 좋은 일이요. 그걸 깨달은 사람들은 단두대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고 목숨이 진하는 그 순간까지 혁명을 위하여 싸울것이요. 그러나 행세거리로 혁명한다고 나섰던자들은 크지 않은 시련에도 쉽사리 물러나며 지어는 자기의 길지도 못한 목숨과 조국의 운명을 한저울에 달아보고 제 목숨이 더 귀중하다고 생각하게 되는거요. 내 오늘 선우제의 이야기까지 듣고보니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되였소.》

《저도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랬을거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바깥에서는 또다시 눈보라가 터지는지 숲을 통채로 넘겨뜨릴듯이 바람소리가 사납게 울부짖었다.

그러나 사령부귀틀집은 등성이를 끼고 남쪽으로 들어앉아서 초불심지도 흔들리지 않을만큼 아늑하였다.

문득 사령관동지께서는 김주현을 향해 돌아앉으시였다.

정색하신 그이의 안색을 느끼자 김주현도 앉음새를 고치고 똑바로 그이를 바라보았다.

《내 동무에게 새 과업을 주자고 불렀소.》

장군님께서는 이렇게 허두를 떼신 다음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낮으나 저력있는 목소리로 계속하시였다.

《우리는 다가오는 봄에 대대적인 진공작전을 벌려 중일전쟁의 결속을 서두르는 놈들의 뒤통수를 든든히 답새기는 동시에 우리 지하조직과 국경지대의 인민들에게 류혈적인 탄압을 가하고있는 놈들에게 복수의 철퇴를 내려야 하겠소. 그러자면 지금부터 적정을 면밀히 정찰하고 부대의 통로를 개척해야겠소.

그리고 당면하게는 적들의 탄압공세속에서 시련을 겪고있는 우리 조직들의 상태를 료해하고 필요한 대책을 세우면서 그들에게 사령부의 의도를 알려주고 활동방향을 제시해주어야겠소. 지금 권영벽동무가 체포된 조건에서 이것은 순시도 미룰수 없는 절박한 문제요. 나는 마동희동무네 일도 은근히 걱정스럽소.》

장군님께서는 말씀을 중단하시고 김주현의 동정을 살피시였다. 어떤 예감에 그의 컴컴하던 낯빛은 달아오르는듯 하였으나 눈은 침착하게 가라앉아서 사태의 엄중성과 과업의 중요성을 헤아려보듯 방바닥을 조용히 응시하고있었다.

《알겠소? 주현동무.》

하고 장군님께서는 좀 목소리를 높여 말씀하시였다.

《동무는 중대작식임무를 다른 동무에게 인계하고 곧 적후에 나가야겠소. 이것은 동무자신을 위해서도 절실히 필요한 일이요. 그리고 권영벽동무에게도 우리의 손길이 닿도록 해야겠소. 어떻게 련계를 지을수 없겠는지··· 그건 딴 문제고 우선 이제 돌아가서 과업을 연구해보시오. 래일 구체적인 안을 세워가지고 다시 토론해봅시다.》

《알았습니다.》

하고 김주현은 일어섰다. 별로 오래 앉아 있지도 않았는데 다리에 쥐가 올랐는지 비청하였다. 그러더니 불시에 한손을 눈굽에 가져갔다. 투박하게 터갈라진 손가락짬으로 번지르르 물기가 배여나왔다.

그는 선채로 한참 어깨를 떨더니 가까스로 거수경례를 하고 돌아섰다.

장군님께서는 그의 심중이 헤아려져 굳이 말리지 않으시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혁명가들이 흘리는 눈물은 값비싼것이다. 김주현이 요란한 말로 결의를 다지지 않고 보여준 그 눈물이 장군님께서는 더없이 귀중하게 생각되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