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겨울-제4편 15


 

제 4 편

15

 

밀림속에도 봄빛은 완연했다.

따뜻한 해빛이 비치던 어느날 김윤화는 후방밀영성원들과 함께 사령부가 자리잡고있는 밀영어귀에 들어섰다.

불섬공방전을 치르고 그달음으로 압록강기슭에 널려있는 12도구, 가재수, 6도구, 쌍산자 등 여러곳에서 일제침략군을 련속적으로 공격소멸한 조선인민혁명군 주력부대는 백두산기슭의 어느한 밀영에서 숙영하고있었다. 사령부에서 멀지 않은 후방밀영에서 겨울을 난 김윤화네 일행도 사령부로 오라는 부름을 받은것이였다.

장군님께서 계실 밀영어귀에 들어서는 윤화의 마음은 감격으로 설레였다. 그는 지난 초겨울 장군님과 헤여진 후 오늘까지에 있었던 일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윤화에게는 지난 겨울이 류달리 간고했다. 난생처음으로 남편과 종철이를 두고 속을 태웠다.

애기봇나무숲속에 있는 밀영으로부터 양목정자밀영으로 옮겨가는 길에서 종철이를 남의 집에 맡기는 그 순간에도 그애 일이 이렇게까지 꼬일줄은 차마 몰랐다.

윤화는 지금도 가슴을 설레이며 종철이를 만나러 갔다가 절망했던 일이 떠오르자 가슴이 쓰라렸다. 그때 그는 아들딸 며느리 모두를 혁명군에 보낸 마동희의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고통과 불행을 묵묵히 이겨나갔다.

그러나 이제 장군님께서 종철의 소식을 물으시면 무슨 말로 대답을 드려 그이의 걱정을 덜어드릴수 있을가, 그것이 가슴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남편을 만날 일을 생각해도 눈앞이 캄캄했다.

윤화는 산길을 천천히 걸어갔다. 눈석임물이 흘러내린 시내바닥은 락엽이 척척하게 젖어있었고 그 주변에는 몽글몽글한 버들강아지가 다닥다닥하게 달린 버드나무가 봄바람에 하느적거리고있었다.

골안에서는 낯익은 동무들이 달려나왔다.

(이 좋은 날 내가 왜 얼굴에 그늘을 지을가. 우리가 이렇게 승리했는데 개인문제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다니···)

김윤화는 강심을 먹고 웃음을 지으며 새파랗게 물든 골안을 바라보았다.

밀영어귀의 새움이 튼 쇠스레나무밑에서 웬 아이가 놀고있었다. 그 아이는 버들가지를 꺾어들고 나무사이를 뛰여다니며 갓 돋아난 풀들을 뜯고있는 모양, 땅우에 몸을 굽혔다가는 달려가고 달려가다가는 굽히군 하였다. 윤화는 눈앞이 뽀얗게 흐리여 그애의 모습을 똑똑히 가려볼수 없었다. 더구나 그애를 보는 순간 종철이에 대한 생각이 더욱 사무쳤다. 윤화는 한참동안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가 걸음을 옮기였다.

우리 종철이는 어데 있을가? 저애처럼 밀영어귀에서 놀다가 뛰여오면 얼마나 좋을가?

김윤화는 그애를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문득 숲저편에서 마국화가 기쁨에 넘쳐 환성을 지르며 윤화를 마주 향해 달려왔다.

《언니-》

마국화를 본 윤화는 깜짝 놀라며 걸음을 멈추었다. 만나지 않을 사람을 만난듯 그는 국화의 기색을 살펴보는데 국화의 얼굴은 지난 겨울 커다란 불행을 겪은 사람같지 않게 밝고도 씩씩해보였다. 윤화는 그에게 눈물을 보여서는 안되겠다고 채심하며 맞받아 걸어갔다.

마국화는 뛰여와 윤화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난 겨울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요? 저는 사령부와 함께 있으면서 언니소식을 자주 들었어요. 종철이 아버지도 늘 만났지요. 그러나 이제는 아무런 근심도 없게 되였어요. 정말 새봄에 이렇게 만나니 지난 겨울을 이겨낸 보람이 있어요.》

윤화는 국화의 칠칠한 머리카락을 쓰다듬을뿐 잠시 입을 벌리지 못했다. 그의 슬픔을 어떻게 몇마디 말로 위로할것인가. 그가 자신의 슬픔에 대하여 입을 다물고있는이상 제먼저 오빠이야기를 꺼낼수 없었다. 윤화는 마동희의 불행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처럼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국화의 몸을 더욱 굳게 그러안았다.

《그래요, 정말 지난 겨울은 어려웠지. 우리의 귀중한 혁명동지들이 희생되고··· 그러나 이제는 새봄이 왔어요. 국화동무의 억센 모습을 보니 나는 정말 기뻐요!》

이렇게 말하는 윤화의 얼굴에는 이슬이 맺히였다.

마국화는 윤화의 잔등에서 재봉기를 벗기여 한손에 들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한쪽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천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종철이가 막 얄미워요. 전에는 나만 따르던 애가 요즘은 복남이랑 낯도 익히지 않은 신입대원동무들한테만 묻어다니지 않아요. 그래서 난 그애 얼굴조차 볼수 없어요.》

마국화는 볼부은 소리를 하였다.

윤화는 깜짝 놀랐다. 국화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있는것일가. 작년 밀영에 있을 때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지. 윤화는 이렇게 생각하며 아무런 대꾸없이 걸었다.

(저도 사내라고 고분고분하게 대해주는 국화보다 떡떡거리는 희창동무가 더 좋은게지. 그건 사내들의 천성인걸 어떻게 해? 그러나 이제는 그것도 다 옛말이지···)

김윤화는 휘청거리는 몸을 다잡으며 울퉁불퉁한 길을 얼없이 걸어가고있었다.

《어머니!》

숲속에서 챙챙한 아이의 목소리가 울리였다. 순간 윤화는 감전된듯 우뚝 섰다.

종철이가 어디서 재미있게 놀다가 자기를 향해 달려오며 소리치는것 같았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으랴! 국화아지미를 섭섭하게 하지 않게 단단히 타일러도 줄것이구···)

윤화는 아이의 목소리가 울려온 골안으로 망연한 눈길을 보내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봄볕이 퍼진 들판으로 아까 보았던 그애가 두주먹을 부르쥐고 맞받아 달려오고있었다. 윤화는 갑자기 어지럼을 느끼며 이마에 손바닥을 대고 그애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분명 그것은 종철이의 목소리였다. 꿈결에도 잊을수 없던, 하루에도 몇번씩 귀에 쟁쟁히 울려오던 그애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키도 전보다 훨씬 자란데다가 보위색으로 저고리를 해입고 아래는 검은색바지를 입어서 그런지 먼빛으로 보기에도 의젓하였다.

종철이는 날새처럼 달려와 피멍이 든 윤화의 가슴에 안기였다. 윤화는 꿈이건 생시건 종철이를 놓아주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종철의 웃동아리를 그러안았다.

《어머니 안올가봐 나 울었다. 아버지한테 빨리 가!》

두팔로 윤화의 목을 감싸안은 종철이는 밝게 웃으며 소리쳤다.

《장군님이 날 데려왔지뭐. 지금 난 장군님과 같이 있다.》

《···》

윤화는 불쑥 눈물이 솟구쳤다.

마국화는 깜짝 놀라 윤화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제야 윤화가 종철이를 찾아온것을 아직 모르고있었다는것을 깨달았던것이다.

마국화는 윤화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따뜻이 잡아쥐고 낮게 속삭였다.

《언니,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겠어요. 그러나 이제는 마음을 푹 놓아요. 언니가 근심할 일이 이제는 하나도 없어요.》

김윤화는 아직도 채 믿기 어려운듯 종철이를 그러안은채 동무들의 얼굴을 번갈아보았다. 이때 군수관 한길복이 마중나왔다.

그는 윤화의 얼굴을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담배불을 죽이고 주근주근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와서야 종철이를 만났으니 놀랐겠소. 종철이가 여기 오게 된 이야기만 하자고 해도 세월이 모자랄 형편이지. 자, 들어보오. 그 주인집에서는 왜놈들이 산속에 얼씬얼씬하자 그애를 건사하겠다고 더 깊은 산속에 옮겨앉지 않았겠소. 그런걸 모르고 우린 그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오. 그 소식을 들으신 장군님께서 그애를 기어이 찾아야 한다고 하시면서 숱한 사람들을 지방조직에 파견하셨단말이요. 그 과정도 복잡하지. 헌데 천신만고끝에 종철이를 찾았다는 보고를 받으신 장군님께서는 지하조직이 살아있으니 종철이도 다시 찾게 되였다고 기뻐하시며 설사 아직은 좀 부담이 될수 있어도 어느 후방밀영에 두는것이 낫지 떼놓고 마음고생을 못하겠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데려오도록 하시였단말이요. 그 이야기를 어떻게 선자리에서 다 하겠소.》

김윤화는 그 말을 듣고 비로소 종철이를 다시 안고있는 이 행복이 꿈이 아니라는것을 깨달았다.

윤화는 무릎을 꿇고앉아 아들애의 몸과 옷차림을 살펴보았다.

《종철아, 아버지를 만났다지? 아버지가 뭐라고 말씀하시더냐?》

김윤화는 겨우내 가슴에 얹혀있던 접이칼을 더듬어 찾아 아들애의 손에 들려준 다음 아들애의 귀전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아버지는 엄마가 제일이라고 했다.》

종철이의 엉뚱한 대답에 놀란 윤화는 잠시 어리둥절해서 종철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너 그건 무슨 소리냐? 엄마가 제일이라니···》

옆에 서서 모자간의 행복한 상봉을 지켜보며 은근한 미소를 짓고있던 한길복과 마국화는 종철의 더벅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애 말이 옳을거요. 련대장동무야 마음뿐이고 종철이를 돌볼새가 있었소? 종철이야 윤화동무가 전적으로 돌봐키우지 않소. 그러니까 련대장이 윤화동무가 제일이라고 한거지···》

한길복의 말이였다. 그도 지금과 같이 엄혹한 처지에서 아이를 키우는 윤화의 수고에 대하여 언제나 감탄하고있는터이였다.

《사실은 종철아, 이 어머니보다는 네가 낫다. 지난 겨울에는 네가 어머니를 떨어져 혼자 있지 않았느냐.》

한길복이 종철의 말랑말랑한 볼을 다독이며 말했다.

《정말, 애아버지가 잃어버린 종철이를 장군님께서 찾아주신것을 알고있기나 한지 모르겠어요.》

윤화는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국화는 윤화옆에 한걸음 다가서서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언니, 련대장동지는 종철이가 겨우내 어머니와 떨어져있은것을 모르셔요. 언니가 종철이를 떼놓은 사실을 아신 장군님께서는 그 소식을 련대장동지가 알면 괴로와할테니 절대 알리지 말라고 말씀하셨답니다. 그래서 련대장동지는 지금까지 그 내막을 모르고있다가 종철이를 만나고서야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되였어요. 》

윤화는 놀라움이 가득찬 눈을 크게 뜨고 정말이냐고 묻는듯 국화를 쳐다보았다.

《그랬군요. 그런걸 저는 통 모르고있었군요. 정말 세상에 우리 장군님같은분은 없어요···》

윤화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가랑가랑 고이였다.

철없는 종철이도 어머니의 심중을 알았던지 말없이 달려와 어머니의 손목을 잡고 군복자락을 쓸어만지였다.

《엄마, 장군님한테 빨리 가자 응?》

《장군님께서는 지금 귀중한 손님들을 만나고계시니 후에 인사를 드리고 우선 재봉대병실로 가자구!

윤화동무가 좋아할 씨앗도 내가 많이 구해놓았소. 또 씨붙임시절이 돌아오지 않았소!》

한길복은 떠들썩하게 소리치며 그들을 모두 휘동해서 재봉대병실로 이끌고 갔다.

안희창은 녀성대원들이 자리잡고있는 재봉대병실을 찾아가고있었다. 그는 방금전에 박덕산정치위원으로부터 장군님의 새로운 전투명령을 전달받은것이였다.

안희창은 자기가 부대를 떠나 오래동안 먼곳에 가있게 된다는것을 알았을 때 지난 겨울 허물없이 지내온 재봉대원들에게 인사라도 하고 떠나고싶었다.

안희창은 새로 탄 여름옷을 실밥끄트머리 하나 없이 깨끗이 손질하여 입고 소대를 떠났다.

그러나 재봉대병실이 저만치 보이자 안희창은 점점 가슴이 들먹거리였다. 지난해 아직 눈이 깊이 쌓이지 않았을 때 사령관동지께서 주신 편지를 가지고 재봉대병실을 찾아갔다가 국화한테 거절당하던 일이 떠올랐던것이다. 누구도 대신 읽어주지 말라는 장군님의 명령이 씌여진것도 모르고 국화가 읽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낸 자기를 재봉대원동무들이 보면 지금도 웃을것 같았다. 그때 일을 상기시키게 되면 자신은 더 말할것 없고 국화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는가? 안희창은 재봉대원들이 그때 일을 생각하며 자기를 놀려주지 않을가 하는 위구심도 들었다. 자기는 그런 놀림이 두렵지 않으나 국화가 창피해할것 같았다.

그는 망설여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천연스러운 기색을 짓고 활달한 걸음으로 재봉대병실 문앞에 다가갔다.

창문으로 재봉대원들의 유쾌한 말소리와 재봉기 돌아가는 소리가 흘러나오자 그의 마음은 걷잡을수 없이 설레였다. 얼마후에 마국화의 목소리도 섞여나오는것을 가려들은 안희창은 점잖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고하십니다. 아직 여름군복을 다 짓지 못했는가요?》

그의 의젓한 모습과 점잖은 말에 재봉대원들은 낯선 사람을 대하듯 눈이 휘둥그래서 문안에 들어선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일감을 방바닥에 놓고 일제히 일어났다.

《오셨어요? 어서 들어오세요. 참 오래간만이예요. 우리를 다 잊어버렸는가 했는걸요.》

재봉대원들은 저저마다 한마디씩 하였다. 안희창은 그들의 이야기가 무척 고마왔지만 수집은 감도 없지 않았다.

《저는 새 임무를 받고 멀리 떠나게 되였습니다. 헤여지자니 섭섭해서 인사하러 왔던길입니다. 모두 몸건강해서 잘 싸워주십시오.》

안희창은 엄숙하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원, 저런, 나는 만나자마자 리별이군요. 희창동무가 없이 섭섭해서 어떻게 살아간담? 먼곳에 가시는가요?》

김윤화가 몸둘바를 모르는 희창이와 국화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재봉대원들은 한사람씩 악수하고나서 슬금슬금 국화의 뒤로 물러섰다.

희창이와 국화는 서로 마주서게 되였다. 국화는 잠시 희창이쪽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방구석으로 달려갔다. 그는 자기 배낭에서 납작한 보따리를 꺼내들고 안희창이앞에 다가섰다.

《내의예요. 맞겠는지 모르겠어요.》

국화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그도 다른 사람이 된것 같았다.

《고맙소. 우리 재봉대에서 지은 옷인데 보나마나 잘 맞을게요.》

그들은 오늘 비로소 알게 된 사이이기나 한듯 례절이 깍듯하고 수집어했다.

옷보따리를 받은 안희창은 한편 기쁘고 한편 미안했다. 자기는 아무래도 국화만큼 성의가 없는것 같았다.

희창이도 국화에게 하고싶은 말이 없는것은 아니였다. 국화는 멋을 부리는것처럼 군모채양밑에 굽실굽실한 머리카락을 내리우고있는데 전투때에는 그것이 얼마나 거치장스럽겠는가.

《바쁠 때는 눈섭도 짐이 되오. 머리카락을 잘 건사하오.》

안희창은 헤여지기전에 언제부터 하고싶던 이 이야기라도 해주고싶었으나 동무들앞에서 처녀의 머리칼이 어쩌구저쩌구 하기가 창피했다.

《안녕히들 계십시오!》

안희창은 손을 들어 거듭 인사를 하고나서 방을 나섰다.

침착히 서있던 마국화는 그의 인사말에 놀랐다.

정신을 차린 국화는 바람벽에 걸어두었던 발그스레하고 윤택이 도는 가죽탄띠를 벗기여 희창이의 가슴에 안겨주었다.

《이 탄띠는 내가 동무에게 주었던게 아니요?》

안희창은 저으기 놀란 기색으로 국화를 바라보았다.

《예, 그것이예요. 얼마나 예쁘고 탐스러워요.》

《그런데 왜? 벌써 물린게 아니요?》

희창이는 은근히 성이 나서 깔끔한 눈길로 국화를 바라보았다. 국화는 희창이가 자기 마음을 오해하고있다는것을 알아차리자 오히려 커다란 기쁨에 휩싸이였다.

《이것이 저에게 얼마나 큰 자랑이고 기쁨이 되였는지 아마 동무는 모를거예요. 이것두 함께 메고 가세요. 탄띠 둘을 메면 하나 멘것보다 더 보기 좋은걸요. 그리고 이 탄띠가 이제부터는 동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지난날을 회상하게 할거예요···》

그의 마음을 알아차린 안희창은 그제서야 국화의 고마운 심정을 느끼고 부드럽게 웃었다.

《알겠소. 이 탄띠를 메고 싸우면서 늘 동무를 생각하겠소!》

이때 윤화가 국화의 잔등을 떠밀며 속삭이였다.

《따라가서 작별해요. 살뜰한 말 한마디 없이 이게 무슨 꼴이예요.》

마국화는 쭈밋쭈밋하며 망설였다. 그러나 따라가지는 않았다.

《잘 싸우세요. 몸 건강히···!》

마국화는 안희창이 모습이 사라지자 무엇인가를 놓친것 같아 돌따서서 윤화의 손목을 붙잡았다. 국화는 얼굴이 태연한것 같았으나 윤화의 팔을 잡은 손은 떨리고있었다.

《이제야 생각나는구만, 희창동무가 전부터 국화동무때문에 걱정하던것이 한가지 있어요.》

윤화는 훤한 이마우에 소담하게 늘이워진 그의 머리칼을 만지면서 말을 이었다.

《전투할 때는 눈섭도 거치장스러울 때가 있는데 국화동무는 머리칼을 왜 늘이우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아마 국화동무가 멋을 따느라고 그러는줄 아는 모양이예요!》

마국화는 《그래요?》하는 눈길로 윤화를 바라보다가 이마우에 늘이웠던 머리카락을 군모밑에 밀어넣었다.

동무들은 희창이가 돌아가자 다시 앉아서 일손을 잡았다. 그들은 모두 희창이가 의젓하고 틀져보인다고 칭찬했다. 지난 가을에 비해 딴사람이 되였다고들 했다.

마국화는 설레이는 마음을 다잡고 희창이가 돌아올 날을 벌써부터 머리속에 그려보았다.